이틀 후.강책과 정몽연은 집에서 TV를 보고 있는 중이었다. 두 사람의 사이는 점점 안정적으로 변했다. 강책은 ‘무능력한 사위’ 라는 별명에서 철저히 벗어났으며 항상 강책을 욕하던 정계산은, 어떤 자리에서도 항상 강책의 체면을 세워주기 바빴다. 그는 강책이 한 달에 2억 버는 항성주얼리의 재고팀장이 자신의 사위라며 자랑을 하고 다니며 동시에 평생토록 놀고 살아도 되는 그의 팔자를 동창, 친척 질투의 시선을 받았다. 못난 오리가 거위가 된 듯한 상황에 항상 자신을 ‘무능력’이라며 욕하던 사람들이 친절한 태도와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적응하지 못했다. 이러한 탓에 강책은 밖을 나가기 극도로 꺼려했으며, 강책은 정몽연과 함께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정몽연과 함께 드라마를 보는 와중, 정봉성이 흥분해 하며 집으로 뛰어왔다.“강책, 몽연아! 내가 뭘 해냈는 지 알아?!” 두 사람은 뒤를 돌아 정봉성을 바라보았다. 이어서 정몽연이 그에게 물었다.“왜, 로또에 당첨이라도 된거야?” “야. 동생아, 네 오빠가 로또 따위에 신나할 사람으로 보이니?”“아니면 무엇 때문에 이렇게 흥분했는데?” 정봉성은 아무 말 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 탁자 위에 있는 콜라를 크게 들이켰다.“동생아, 내가 드디어 한 건 해냈어!네 오빠가 원재료 회사랑 계약을 했다고! 게다가 3분의 2라는 값싼 가격으로 말이지! 200억이나 아낀 거라고! 어때, 네 오빠 대단하지?” 정몽연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와, 오빠가 이걸 해낼 줄은 몰랐는 데?” 정봉성은 “이게 바로 나야!” 라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의 입꼬리는 광대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강책은 침착함을 유지하며 그에게 물었다.“세상에 공짜는 없는 거 알고 있지? 3분의 2라는 가격에 물품을 내놓으면 상대 회사에 손해가 막강할텐데? 게다가 원재료양도 굉장히 많잖아.” 그의 물음에 정봉성은 하나부터 열까지 강책에게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정봉성의 설명대로라면 강책은 회사에 문제가 없는 것 처럼
정봉성은 병원에서 눈을 떴다. 이어서 자신의 손등에 링거까지 꽂아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정몽연이 침대 옆에 앉아 그를 걱정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고, 강책과 동민석은 병실 문 앞에서 대화를 하고 있었다. “일어났어?” 정봉성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침대에 앉았다. 마음 속에는 큰 돌이 들어가 있는 것 처럼 평정심을 찾기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강책이 그에게 다가왔다.“의사가 뇌에 산소가 부족해서 쓰러진거라고 말씀 하셨어. 요 며칠은 푹 쉬라고 알려주셨어.절대로 스트레스 받으면 안된데.” 정봉성은 침대에 기대 천장에 있는 전등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끝났어, 다 끝났어. 은행 빚 300억을 어떻게 값지? 손성민 새끼가 도망치는 바람에 원재료도 없고, 결국 프로젝트 진행도 못하고, 더 이상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정봉성의 말투는 절망, 슬픔으로 가득했다. 그는 한강에서 죽고 싶은 마음이 생길 정도 였다. 옆에 있던 동민석이 그에게 다가갔다.“정사장님, 저를 탓하세요! 제 검사능력 부족으로 재고목록이 위조인지 진짜인지도 몰라 본 제 탓입니다.” 순간 병실에는 정적이 흘렀다. 손성민의 사기극은 완벽했다. 이어서 정봉성은 허공에 손을 휘저었다.“손성민은 일부로 위조 재고목록을 만들었는 데, 그걸 너가 어떻게 판단 했겠어? 게다가 직원들도 연기까지 해가면서 손성민의 사기극을 도왔잖아. 그 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 재료까지 사서, 큰 공을 들였으니까 말이야.” 그렇다, 손성민은 세세한 부분까지 공을 들인 것이다. 3억이나 하는 재료를 구매하여 자신의 공장이 제조한 원재료라고 속이는 그의 함정에 빠질 수 없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민석이 너가 그때 그랬잖아. 다른 회사 재료를 모방한 것 같다고. 다른 점이 하나도 없다고 알려 줬잖아. 그때, 내가 생각도 안해보고 결정지은 내 탓이야. 내가 너무 경솔했어. 신중하지 못했어. 나는 역시 이쪽에 안 맞는 것 같아. 난 역시 아무것도 못하는 인간이야!” 점점 의기소침으로 변하는
정자옥은 손에 찻잔을 든 채 그를 지켜보았다.“오빠는 참 똑똑한 것 같아. 고작 3억으로 손성민이 오빠를 도와준 거잖아? 오빠는 참 운도 좋아.” 정홍민은 헤벌레 웃으며 말했다.“손성민이 나를 도운 게 아니라, 걔가 자기 자신을 살린거야. 그 돈으로 빚도 값고, 외국으로 손 쉽게 도망갈 수 있으니까 말이야. 서로 윈윈 아니겠어?” 정자옥은 고개를 끄덕였다.“듣자하니 정봉성은 지금 병원신세라고 하던데, 한 번 가볼까?” 정홍민은 춤을 멈추고는 “그래, 한번 가보자고. 하하하.” 라며 답했다. 둘은 사무실을 떠나 정봉성이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순식간에 정봉성에 관한 일들이 온곳에서 퍼졌다. 정해제조의 영업도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상황에 쳐했다. 오래된 직원들은 정해제조에서도 해고 당할 위기에 처하자 다른 일자리를 구하느라 바빴고, 회사 직원들도 이번 사건은 해결하기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한편, 병원 안.강책이 병실 건물 에서 나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목양일, 처리해줘야 할 일이 생겼어.” “네, 말씀하십시오.” “거해궁을 해외로 보내서 ‘손성민’이라는 사람 데려오라고 시켜줘.”거해궁, 강책의 황금 십이궁 중 전문적으로 해외와 관련 된 추적, 조사, 압송 등등에 탁월한 사람이다. 목양일은 강책이 거해궁에게 일을 지시하는 것을 듣고는 심각성을 깨달았다. 강책이 다시 말을 더했다.“그리고, 경찰국 사람들이랑 같이 행동하라고 알려둬. 손성민이 입국하자마자 바로 붙잡아 갈 수 있게 말이야. 법원에도 알려둬.” “네.”전화를 끊고, 강책은 바로 침몽 하이테크로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손재언, 지금 처리해야 할 일이 생겼어.” “말씀하세요.” “침몽하이테크 재무에 연락해서 500억으로 믿을 만한 재료 공장이 있는 지 좀 알아봐줘. 찾으면 즉시 정해제조 창고로 발송 해달라고 부탁해.” “500억이요? 사장님, 정봉성은 금방 은행에서 300억을 빌리지 않았습니까? 이렇게 많이 필요할까요?” 강책
정홍민과 정자옥, 두 남매가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강책은 단숨에 손성민과 정 남매가 손을 잡았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두 사람은 바로 입원 건물에 들어가 정봉성의 병실을 찾아 들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정홍민은 의미심장한 말들을 퍼부었다.“사랑하는 내 동생, 무슨 일 생긴거야?” 정홍민의 태도에 정봉성은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왜 온거야?” “입원했다고 들었어. 무슨 일 생긴 줄 알고, 나랑 자옥이랑 얼마나 깜짝 놀랐는 지 알아?자옥이는 너가 입원했다고 하니까 걱정되서 빨리 가자고 하더라고.” 정봉성은 차갑게 말했다.“걱정? 쓸데없는 연기하지 말고, 당장 꺼져. 보기도 싫으니까.” ‘꺼져’라는 말에 정홍민은 발끈하며 안색이 나빠졌다. 이어서 옷깃을 세우고는 차가운 태도를 보였다.“봉성아, 우리한테 좋지 않은 인상이 있다고 하지만 오늘은 너를 진심으로 도와주려고 온 거야. 이번 일로 통해 우리 다시 예전 사이로 돌아가면 어떨까 해서 말이야.”정봉성은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뭐? 너네 같은 이기적인 쓰레기들이 나를 도우러 온 거라고? 한 번 말해봐, 어떻게 도와 줄 지.” “쉬워. 지금 제일 큰 문제는 은행빚 아니야? 원재료도 못 구하고, 프로젝트 진행은 어려우니 말이야. 내가 돈도 내고, 원재료도 내가 살게.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다시 은행에 갚으면 돼.” 나쁘지 않은 의견이였다. 하지만 정홍민의 의미심장한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이어서 정봉성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세상에 공짜는 없어. 너가 돈을 내주면, 내가 무언가를 되돌려 줘야 하는 게 있을 텐데?” “하하, 많이 컸구나! 봉성아, 난 너의 그 시원한 성격이 좋아. 내가 원하는 건 성북땅 프로젝트야!” “프로젝트는 정해제조가 맡은 거야. 우리가 주고 싶어도 건설국 쪽에서 항의가 들어올거야.” 정홍민은 허공에 손을 휘저었다.“정해제조가 정가의 회사라면 말이 달라지지. 만약 네가 정해제조를 정용제조와 손을 잡겠다고
정홍민이 밖에서 정봉성에 관해 안 좋은 소문을 퍼뜨리고 있는 바람에 정봉성은 결국 어떤 곳에서도 도움을 얻을 수 없었다. 정홍민의 여우 같은 수법에 홀라당 속아 정봉성의 부탁에도 등을 돌린 회사가 대다수 였다.“후...” 그는 사무실에 앉아 한숨을 내쉬며 한탄을 했다. 얼마 되지 않아, 결국 건설국에서 소송이 걸려올 것이다. 이때, 비서가 다급하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정사장님, 법원 사람들이 찾아왔습니다. 잠시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합니다.” “법원?” 정봉성은 앞에 앉아있는 동민석을 바라보았다.“민석아, 법원 사람들이 찾아 온 이유가 뭐지?” 동민석은 잠시 생각하고는 답했다.“건설국 쪽에서 벌써 소송을 한 걸 까요?” 정봉성은 심장이 내려 앉는 것 같았다. 건설국이 소송을 한 것이라면 아직 프로젝트진행 시간이 남아있었기에 당혹스러움을 멈추지 못했다. 하지만 빠른 건설국의 행동에 정봉성은 하는 수 없이 법원사람들과 함께 회사를 떠났다. 30분 뒤, 정봉성이 법원의 대기실에 앉아있자 법원 직원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정봉성님 맞으십니까?” “네, 그렇습니다.”“정선생님, 안녕하십니까. DG제조 손성민 대표 거래사기죄로 인한 보상에 논의할 게 있어 이번에 모셔오게 되었습니다.” “네? 건설국 쪽에서 저를 고소 한 게 아니라고요?” 법원직원은 잠시 멈칫했다.“피해자이신데, 저희가 왜 고소를 합니까?” 그의 답에 정봉성은 가슴팍을 쓸며 놀란 마음을 진정시켰다.“그러니까, 손성민이 잡혔다는 겁니까?” “네.” “해외로 도피했다고 했는데, 잡혔다고요?” 직원이 자세하게 설명했다.“정확한 상황은 저도 잘 모릅니다만 어떤 분이 외국에서 손성민을 잡아 저희에게 넘겼습니다. 강남구경찰국이 직접 해외로 사람을 보내 붙잡아서 입국시켰으며 저희도 이번 안건을 맡게 된겁니다.” 어떤 분? 왜? 정봉성은 물음표가 가득했다. 제일 힘든 상황에 자신을 도와 준 그 ‘어떤 분’에게 감사할 뿐이였다. “그 뜻은 손성민이
정봉성은 머리가 깨질 것 같이 울렸다. 그는 자리에 앉아 깊은 고민에 빠졌다. 공장을 받게 되지만 결국 자금을 받을 수 없게 되며, 이 선택 마저도 실패할 시, 공장과 자금도 모두 받지 못한다. 어려운 선택의 긴 시간이 흐르고, 정봉성은 “네, 좋아요.” 라며 직원의 조언에 동의를 표했다. 이어서 정봉성은 공장을 받은 뒤, 팔게 된다면 어쩌면 좋게 마무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법원을 떠났다. 그는 축 쳐진 모습을 하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다. 동민석이 그에게 다가와 물었다.“사장님, 정말 건설국에서 고소를 한겁니까?” 정봉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고소를 안했다고요? 그럼 대체 왜 불려간겁니까?” 정봉성은 자리에 앉아서 그에게 일어난 일과 여러가지 일들을 말해주었다. 동민석도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네요. 900억 가치의 공장을 저희에게 넘겨도 제일 중요한 건 원재료이니까요. 공장이 생겨도, 지금 제조에 들어가기에는 늦었습니다. 게다가 저희는 제조에 관련해 아무것도 알고 있지 않으니, 억지로 시작한다고 해도 결국 일을 망치는 셈이 되겠죠.” “지금 또 제일 큰 문제는 300억을 어디서 얻느냐는 거지. 은행도 우리한테 돈을 다시 빌려줄리도 없고 말이야.” 정봉성과 동민석이 눈살을 찌푸리며 답답해하고 있을 때, 비서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정사장님, 침몽하이테크에서 유진이라는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침몽하이테크? 얼른 들어오라고 해요!” 얼마 지나지 않아, 유진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정봉성은 예의 바른 태도로 그를 맞이했다.“유선생님, 연락을 먼저 하시고 오시지, 오실 줄도 모르고 마중도 못 나갔습니다.죄송합니다.” 유진은 허공에 손을 휘저었다.“정사장님, 아닙니다. 제가 먼저 연락도 못 드리고 갑자기 찾아와서 더 죄송하지요.다름이 아니라 저희 회장님께서 물품을 보내시라고 지시하셨습니다.” “물품이요?” 유진은 목록을 정리한 서류를 그에게 건
“와, 진짜 좋은 소식이다. 이제 손성민 쪽에서 받아낸 공장으로 경영만 잘한다면 훗날에 너가 원재료 때문에 생기는 문제는 피해 갈 수 있겠어.” 정봉성도 강책의 말에 동의를 표했다. 이 공장만 있다면 정봉성은 더욱 강해질 수 있었다. 동시에 정홍민 앞에서도 당당함을 유지 할 수 있는 것이다. 역시 사람일은 모르는 것이다. 이때, 정봉성이 강책에게 물었다.“저기, 물어볼게 있어. 강책, 혹시 이번 일도 네가 도와준 거야?”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3초 정적 뒤로, 강책의 쾌활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봉성, 네가 운이 좋아서 이번 일을 빗겨난거야. 다 하늘의 뜻이지,내가 아니야. 하지만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생겨서는 안돼. 다음에는 없을지도 몰라.” 정봉성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응, 알겠어.” 라고 전화를 끊었다. 정봉성은 사실 강책이길 바랬다. 정확한 대상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었다. 하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자신을 도와준 사람의 이름도, 성별도 전혀 알 수 없었기에 누구에게 감사인사를 해야할 지도 애매한 상황이였다. 한편, 정가 본사 안. 정남매는 모두 화가 잔뜩 나있다. 정자옥은 탁자 위에 있는 공책 종이를 한장한장씩 찢어가며, 몸을 부들부들 떨고있다. 정홍민은 아무 말 하지 않은 채 충혈된 빨간 눈으로 의자에 앉아있다.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있지만 사람 한명 쯤은 가뿐히 먹을 수 있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는 정봉성은 자신의 손바닥에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 밖의 일이 생기는 바람에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해외로 도피한 손성민은 빠른 시일내에 잡혀 강제 입국했고, 돈이 없던 그는 결국 정봉성에게 공장을 담보로 넘겨주었다. 어쩌면 정봉성에게 오히려 또 다른 힘을 넣어준 것이다. 지금까지 정홍민이 열심히 준비한 모든 계획이 거품이 되어 사라진 것이다. 게다가 침몽하이테크까지 500억 자금을 내주며 정봉성을 도와주고, 원재료까지 직접 준비해 주었다는 사실에 정홍민은 어이가 없었다. 정봉성을 나락으로 보내기는 커녕, 오히려 자신에게 더욱
정가 주택, 강책은 집사의 안내로 집 면회실 안으로 들어가 앉았다. 이어서 정중이 주전자와 찻잔을 들고 다가왔다. 강책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정중이 “아이, 앉게. 앉게나.” 라며 차 한잔을 따라 그에게 건넸다. 강책은 앞에 있는 차를 바라볼 뿐 마시지는 않았다. 그를 바라보며 정중은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왜 안마시는 거지? 독이라도 들었나 걱정하는 건가?” “아,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왜 저에게 차를 대접하는 건지 알고 싶은 것 뿐입니다.” 정중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말하지 않으면 불안할테니 먼저 말해두겠네. 고마움에 차를 대접하는 거일세. 이번에 내 손자 정봉성을 크게 돕지 않았나?”강책은 차를 한 입 마시고는 “다 아시고 계셨던 겁니까?” 라며 말했다. 정중은 “그럼.” 이라며 답했다.“아직 잘 들리고, 잘 보인다네. 집에서 일어나는 일을 내가 어떻게 모르고 있겠나? 사실, 정홍민이 이번에 큰 수를 두었어. 봉성이가 아니라 나였어도 그 함정에 빠졌을 걸세. 하지만 강책, 네 실력을 이번에 톡톡히 알 수 있었어. 강남구 총괄자라고 하지만 자네의 빠른 판단과 실력, 힘에 감탄을 금치 못했네.” 강책은 미소를 지으며 차를 한 입 더 마셨다. 정중은 강책을 바라보며 “하지만..”이라며 다시 물었다.“아직 이해가 되지 않아서 말이야.” “어떤 일 말씀이십니까?” “왜 자네가 도와준 것이라고 정봉성에게 알려주지 않는 건가? 그렇다면 더 고마움을 느낄텐데?” “만약, 제가 정봉성에게 알려두었다면 결국 저한테 의지하는 성향을 보이게 될겁니다. 큰 사건도 순조롭게 만들 수 있는 저의 힘을 보고, 정봉성은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지 몰라요. 할아버님이 예전에 정봉성을 오냐오냐 했던 것 했던 것 처럼 말이죠.” 큼큼,정중은 민망한 듯 헛기침을 했다. 강책을 가르치려 했지만 되려 자신이 강책에게 가르침을 받는 셈이 되어버렸다. 강책의 말이 사실이였다. 정봉성이 강책의 진짜 신분을 알게 된다면, 무슨 일을 저지를 지 모르는 일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