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민석 씨, 여기로 와 보세요.” 동민석, 정중이 매우 신뢰하는 베테랑 직원이 정봉성에 의해 정해 제조의 판매 매니저가 되었다. 그는 정봉성의 앞으로 와서 물었다.“정 사장님, 무슨 일이시죠?”"동민석 씨, 당신에게 시킨 원자재 구매 일은 어떻게 준비되고 있죠?”“지금 진행 중인데 공장별로 점검해 리스트를 만들었습니다.”그는 대답을 하며 리스트 하나를 정봉성의 테이블 위에 놓았다. 정봉성은 곧이어 리스트를 위에서 아래로 훑어보았고, 동민석이 이어서 말했다.“그 위에 있는 공장들은 하나같이 실력이 탄탄하고 원자재 품질도 믿을 만합니다.”정봉성은 리스트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이 공장들은 믿을 만하지만, 문제는……비싸다는 거예요.” 만약 그들로부터 원자재를 구입한다면, 은행이 승인한 대출로도 충분하지 않을 것이고 또 다른 방법을 강구해서 돈을 마련해야 할 것이었다. “좋은 원자재는 다 비싼 법이지 않습니까? 돈은 확실히 좀 부족하지만, 저희는 협력회사에게 돈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침몽 하이테크는 분명 자금이 어마어마한 회사가 아닙니까, 또 우리의 파트너 회사이기도 하니 그들에게 요구를 하더라도 조금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안 돼요.”정봉성이 고개를 저었다.“그 회사는 이미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어요, 그리고 초기 투자도 적지 않은데 더 이상 돈을 달라고 하면 우리가 무능해 보일 수 있습니다.” "그건……”동민석이 한숨을 내쉬었다.“그럼 다시 좀 더 저렴하고 믿을 수 있는 공장이 있는지 한 번 찾아보겠습니다.”“그래요, 이 일은 매우 중요하니 동민석 씨가 잘 한 번 찾아봐 주세요.”“알겠습니다.”동민석은 사무실을 떠났고, 그 뒤로 바로 비서가 들어와 말을 건넸다.“정 사장님, 손성민이라고 하는 사람이 사장님을 뵙고 프로젝트 협력에 대해 말씀을 나누고 싶다고 하십니다.” "손성민?”정봉성은 그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회의실로 보내.”“네.”5분 뒤 정봉성과 손성민이 회의실에서 만났다.그러자 손성민이
회사에서 내놓은 방안을 듣고 정봉성은 설레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공짜가 없는 법이기에 정봉성은 쉽게 오케이를 내리지 않고, 의자에 몸을 기대고는 손성민은 바라보며 물었다.“3분의 2를 주신다고요? 손 사장님, 이렇게 하시면 손해가 막강하실 텐데요?” 손성민은 침착한 표정으로 답했다.“사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큰 회사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저희는 평범하기 그지 없는 작은 회사입니다. 하지만 저희가 이런 희생마저도 없었다면 사장님께서 저희에게 귀한 기회를 과연 주셨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손성민의 말이 맞았다. 큰 양보도 하지 않았다면 정봉성은 작은 회사를 눈여겨 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손성민은 정봉성을 안심시키기 위해 다시 말을 이었다.“사실, 저희 공장에 재료도 많이 남았고 직원들 월급까지 한달동안 미루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제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 지금 부터라도 적당한 가격에 물건을 팔아서, 적어도 회사 직원들 월급만 챙겨 공장만 정상적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3분의 2를 내놓아도 상관 없습니다.” 요즘 시세가 좋지 않아 공장이 원재료를 팔 수 없으며, 공장운영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그의 말에 정봉성은 그제서야 납득이 갔다. 이어서 그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손 사장님, 가격은 가격이지만 저희는 원재료 퀄리티를 제1순위로 보고 있는 건 알고 계시겠죠?”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가 원재료 쪽에서는 1순위라고 확신드립니다.” “글쎄요.그건 가봐야 알 수 있을텐데요.” 정봉성은 밖을 향해 “비서, 민석이 좀 불러줘요.” 라며 소리쳤다. 몇 초 뒤, 동민석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찾으셨습니까?”정봉성은 손성민을 가리키면서 동민석에게 소개를 시켰다. “이 분은 DG제조 손 사장님 이야. 조금 있다가 DG제조에 가서 공장 원재료 퀄리티, 양, 재고,창고에 얼마 정도 남아있는 지 확인해줘.” 동민석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네, 알겠습니다.” 라고 답한 뒤, 손성민과 함께 사무실을 나갔다
동민석은 의심이 들어 물었다.“손 사장님, 저희 분석 결과로는 이 정도의 원재료 양이면 3-5개월 정도는 공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못했다는 소리인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손성민은 씁쓸한 표정으로 답했다.“아이, 말도 마세요. 저희 공장은 원래 한 회사와 계약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원재료를 다 제조한 상태에서 계약한 회사가 그만 부도가 나버렸어요. 그 탓에 저희도 이 원재료를 버리지도 못하고, 그냥 저희 공장에 남겨두게 된거랍니다. 근데 마침 이번에 정해제조에서 많은 양의 원재료가 필요하다고 하여, 자진하여 시장 값의 3분의 2를 내놓아도 원재료가 팔리기만 한다면 큰 손해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리가 있는 그의 말에 동민석은 고개를 끄덕거렸다.“그러면 물품을 좀 보러갈까요?”“네! 따라오시죠!” 손성민은 동민석과 그의 부하직원들을 창고로 안내했다. 창고 안은 원재료로 가득했다.“저희 공장이 작아 나머지 재료들은 다른 회사의 창고에 잠시 맡겨 두었습니다.” 동민석은 창고에 들어가 세심한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질과 양 어느 쪽에서도 나쁘지 않았으며, 나머지 부하직원들도 동민석에게 엄지를 세워 만족한다는 뜻을 보였다. 작은 공장이였지만 제조한 원재료들은 큰 공장과 만들어 낸 재료들과 비슷한 퀄리티를 가지고 있었다.“좋아요. 질이 완벽하네요.” 이때, 동민석이 재료를 유심히 쳐다보고는 잠시 눈살을 찌푸리며 문제가 있는 듯한 표정을 보였다. 손성민은 순간 심장이 철렁하여 그에게 물었다.“동 선생님, 혹시 무슨 문제가 있을 까요?” 동민석은 손을 허공에 휘젓고는 “아니요. 괜찮습니다.” 라며 답했다. 그의 답에 손성민은 마음이 찝찝해졌다. 1시간 뒤, 모든 검사를 마친 동민석은 부하직원들을 데리고 공장에서 떠났다. 손성민은 자신의 연기에 무슨 문제가 있는 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직원들의 연기, 위조된 재고목록, 타 회사에서 구매한 재료, 모방한 도장으로 완벽하게 그들을 속였다고 생각했다. 특히 직원들은 자
얼마 지나지 않아 동민석이 정해제조로 돌아왔다. 정봉성은 그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다가가서 물었다.“어때? 합격인 것 같아?” 동민석이 답했다. “재고목록과 물품, 동시에 공장 직원들의 태도까지 확인한 결과, 모두 우수합니다. 하지만...” 정봉성은 우수하다는 말에 안심했지만 이어서 눈살을 찌푸렸다.“하지만? 걸리는 거라도 있어?” “큰 문제는 아니지만, 느낌이 좋지 않아요.원재료의 퀄리티 등 여러방면에서는 모두 우수합니다만 다른 회사의 원재료와 비슷하다 못해 따라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정봉성은 웃음을 지어보였다.“에이, 고작 그거 때문에 그런거야? 원재료가 다를 게 뭐가 있어? 모두 비슷할텐데.”동민석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아니요. 아무리 같다고 한들 모든 회사마다 각자의 다른 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손성민의 회사에서 생산된 원재료는 다른 회사에서 사왔다고 할 정도로 똑같아요. 심지어 느낌상 다른 점이 하나도 없어요.” 정봉성은 웃음을 터뜨렸다.“민석아, 나랑 장난쳐? 손 사장님은 공장에서 원재료를 제조하시는데, 네 말 뜻이면 다른 회사에서 따로 구매를 하셔서 우리한테 보여줬다는 거잖아? 말이 되는 소리를 해. 그리고, 정말 원가로 다른 회사에서 샀다고 쳐. 그렇다면 도대체 왜 값싼 가격으로 우리한테 팔려는 건데? 앞뒤가 안맞잖아. 그쪽에서 얻을 수 있는 게 없잖아.” 동민석은 한숨을 내쉬었다.“네, 저도 그 점이 이상합니다. 조금 더 신중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신중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요.” 정봉성은 허공에 손을 휘저었다.“그만 생각해. 너무 생각만 하다가 기회를 눈 앞에서 놓칠 수도 있어. 민석아, 지금 바로 손사장님한테 연락해서 내일 계약하자고 말씀 드려. 빠른 시간 내에 물품을 받을 수 있게 하자고.” 동민석은 고개를 끄덕거렸다.“네, 사장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일은 순조롭게 진행 되었으며, 다음 날 정봉성과 동민석은 DG제조로 달려가 사무실에서 계약을
이틀 후.강책과 정몽연은 집에서 TV를 보고 있는 중이었다. 두 사람의 사이는 점점 안정적으로 변했다. 강책은 ‘무능력한 사위’ 라는 별명에서 철저히 벗어났으며 항상 강책을 욕하던 정계산은, 어떤 자리에서도 항상 강책의 체면을 세워주기 바빴다. 그는 강책이 한 달에 2억 버는 항성주얼리의 재고팀장이 자신의 사위라며 자랑을 하고 다니며 동시에 평생토록 놀고 살아도 되는 그의 팔자를 동창, 친척 질투의 시선을 받았다. 못난 오리가 거위가 된 듯한 상황에 항상 자신을 ‘무능력’이라며 욕하던 사람들이 친절한 태도와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적응하지 못했다. 이러한 탓에 강책은 밖을 나가기 극도로 꺼려했으며, 강책은 정몽연과 함께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정몽연과 함께 드라마를 보는 와중, 정봉성이 흥분해 하며 집으로 뛰어왔다.“강책, 몽연아! 내가 뭘 해냈는 지 알아?!” 두 사람은 뒤를 돌아 정봉성을 바라보았다. 이어서 정몽연이 그에게 물었다.“왜, 로또에 당첨이라도 된거야?” “야. 동생아, 네 오빠가 로또 따위에 신나할 사람으로 보이니?”“아니면 무엇 때문에 이렇게 흥분했는데?” 정봉성은 아무 말 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 탁자 위에 있는 콜라를 크게 들이켰다.“동생아, 내가 드디어 한 건 해냈어!네 오빠가 원재료 회사랑 계약을 했다고! 게다가 3분의 2라는 값싼 가격으로 말이지! 200억이나 아낀 거라고! 어때, 네 오빠 대단하지?” 정몽연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와, 오빠가 이걸 해낼 줄은 몰랐는 데?” 정봉성은 “이게 바로 나야!” 라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의 입꼬리는 광대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강책은 침착함을 유지하며 그에게 물었다.“세상에 공짜는 없는 거 알고 있지? 3분의 2라는 가격에 물품을 내놓으면 상대 회사에 손해가 막강할텐데? 게다가 원재료양도 굉장히 많잖아.” 그의 물음에 정봉성은 하나부터 열까지 강책에게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정봉성의 설명대로라면 강책은 회사에 문제가 없는 것 처럼
정봉성은 병원에서 눈을 떴다. 이어서 자신의 손등에 링거까지 꽂아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정몽연이 침대 옆에 앉아 그를 걱정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고, 강책과 동민석은 병실 문 앞에서 대화를 하고 있었다. “일어났어?” 정봉성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침대에 앉았다. 마음 속에는 큰 돌이 들어가 있는 것 처럼 평정심을 찾기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강책이 그에게 다가왔다.“의사가 뇌에 산소가 부족해서 쓰러진거라고 말씀 하셨어. 요 며칠은 푹 쉬라고 알려주셨어.절대로 스트레스 받으면 안된데.” 정봉성은 침대에 기대 천장에 있는 전등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끝났어, 다 끝났어. 은행 빚 300억을 어떻게 값지? 손성민 새끼가 도망치는 바람에 원재료도 없고, 결국 프로젝트 진행도 못하고, 더 이상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정봉성의 말투는 절망, 슬픔으로 가득했다. 그는 한강에서 죽고 싶은 마음이 생길 정도 였다. 옆에 있던 동민석이 그에게 다가갔다.“정사장님, 저를 탓하세요! 제 검사능력 부족으로 재고목록이 위조인지 진짜인지도 몰라 본 제 탓입니다.” 순간 병실에는 정적이 흘렀다. 손성민의 사기극은 완벽했다. 이어서 정봉성은 허공에 손을 휘저었다.“손성민은 일부로 위조 재고목록을 만들었는 데, 그걸 너가 어떻게 판단 했겠어? 게다가 직원들도 연기까지 해가면서 손성민의 사기극을 도왔잖아. 그 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 재료까지 사서, 큰 공을 들였으니까 말이야.” 그렇다, 손성민은 세세한 부분까지 공을 들인 것이다. 3억이나 하는 재료를 구매하여 자신의 공장이 제조한 원재료라고 속이는 그의 함정에 빠질 수 없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민석이 너가 그때 그랬잖아. 다른 회사 재료를 모방한 것 같다고. 다른 점이 하나도 없다고 알려 줬잖아. 그때, 내가 생각도 안해보고 결정지은 내 탓이야. 내가 너무 경솔했어. 신중하지 못했어. 나는 역시 이쪽에 안 맞는 것 같아. 난 역시 아무것도 못하는 인간이야!” 점점 의기소침으로 변하는
정자옥은 손에 찻잔을 든 채 그를 지켜보았다.“오빠는 참 똑똑한 것 같아. 고작 3억으로 손성민이 오빠를 도와준 거잖아? 오빠는 참 운도 좋아.” 정홍민은 헤벌레 웃으며 말했다.“손성민이 나를 도운 게 아니라, 걔가 자기 자신을 살린거야. 그 돈으로 빚도 값고, 외국으로 손 쉽게 도망갈 수 있으니까 말이야. 서로 윈윈 아니겠어?” 정자옥은 고개를 끄덕였다.“듣자하니 정봉성은 지금 병원신세라고 하던데, 한 번 가볼까?” 정홍민은 춤을 멈추고는 “그래, 한번 가보자고. 하하하.” 라며 답했다. 둘은 사무실을 떠나 정봉성이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순식간에 정봉성에 관한 일들이 온곳에서 퍼졌다. 정해제조의 영업도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상황에 쳐했다. 오래된 직원들은 정해제조에서도 해고 당할 위기에 처하자 다른 일자리를 구하느라 바빴고, 회사 직원들도 이번 사건은 해결하기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한편, 병원 안.강책이 병실 건물 에서 나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목양일, 처리해줘야 할 일이 생겼어.” “네, 말씀하십시오.” “거해궁을 해외로 보내서 ‘손성민’이라는 사람 데려오라고 시켜줘.”거해궁, 강책의 황금 십이궁 중 전문적으로 해외와 관련 된 추적, 조사, 압송 등등에 탁월한 사람이다. 목양일은 강책이 거해궁에게 일을 지시하는 것을 듣고는 심각성을 깨달았다. 강책이 다시 말을 더했다.“그리고, 경찰국 사람들이랑 같이 행동하라고 알려둬. 손성민이 입국하자마자 바로 붙잡아 갈 수 있게 말이야. 법원에도 알려둬.” “네.”전화를 끊고, 강책은 바로 침몽 하이테크로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손재언, 지금 처리해야 할 일이 생겼어.” “말씀하세요.” “침몽하이테크 재무에 연락해서 500억으로 믿을 만한 재료 공장이 있는 지 좀 알아봐줘. 찾으면 즉시 정해제조 창고로 발송 해달라고 부탁해.” “500억이요? 사장님, 정봉성은 금방 은행에서 300억을 빌리지 않았습니까? 이렇게 많이 필요할까요?” 강책
정홍민과 정자옥, 두 남매가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강책은 단숨에 손성민과 정 남매가 손을 잡았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두 사람은 바로 입원 건물에 들어가 정봉성의 병실을 찾아 들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정홍민은 의미심장한 말들을 퍼부었다.“사랑하는 내 동생, 무슨 일 생긴거야?” 정홍민의 태도에 정봉성은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왜 온거야?” “입원했다고 들었어. 무슨 일 생긴 줄 알고, 나랑 자옥이랑 얼마나 깜짝 놀랐는 지 알아?자옥이는 너가 입원했다고 하니까 걱정되서 빨리 가자고 하더라고.” 정봉성은 차갑게 말했다.“걱정? 쓸데없는 연기하지 말고, 당장 꺼져. 보기도 싫으니까.” ‘꺼져’라는 말에 정홍민은 발끈하며 안색이 나빠졌다. 이어서 옷깃을 세우고는 차가운 태도를 보였다.“봉성아, 우리한테 좋지 않은 인상이 있다고 하지만 오늘은 너를 진심으로 도와주려고 온 거야. 이번 일로 통해 우리 다시 예전 사이로 돌아가면 어떨까 해서 말이야.”정봉성은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뭐? 너네 같은 이기적인 쓰레기들이 나를 도우러 온 거라고? 한 번 말해봐, 어떻게 도와 줄 지.” “쉬워. 지금 제일 큰 문제는 은행빚 아니야? 원재료도 못 구하고, 프로젝트 진행은 어려우니 말이야. 내가 돈도 내고, 원재료도 내가 살게.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다시 은행에 갚으면 돼.” 나쁘지 않은 의견이였다. 하지만 정홍민의 의미심장한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이어서 정봉성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세상에 공짜는 없어. 너가 돈을 내주면, 내가 무언가를 되돌려 줘야 하는 게 있을 텐데?” “하하, 많이 컸구나! 봉성아, 난 너의 그 시원한 성격이 좋아. 내가 원하는 건 성북땅 프로젝트야!” “프로젝트는 정해제조가 맡은 거야. 우리가 주고 싶어도 건설국 쪽에서 항의가 들어올거야.” 정홍민은 허공에 손을 휘저었다.“정해제조가 정가의 회사라면 말이 달라지지. 만약 네가 정해제조를 정용제조와 손을 잡겠다고
그가 몇 대의 승계자인지 모르지만 드디어 강책의 일행에게 잡혔다. 이어서 김한철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국에 있는 용맥 단체를 모두 잡아 들였다.한편, 200만 명 시민들도 해독약을 먹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들은 강책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연산 시와 다른 도시에 강책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석고상을 지었다.강책의 훌륭한 명성은 후세에도 전해질 것이다.…엄수 집안.장유나가 장훈의 앞으로 껑충껑충 뛰어갔다.“아버지, 제 말이 맞죠? 강책이 분명히 나타날 거라고 했잖아요!”장훈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강책의 강인함과 자신을 괴롭혔던 저주가 풀렸다는 사실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는 드디어 ‘평범한 사람’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식약 식당 안.강책이 황금 십이궁을 이끌고 식당으로 돌아왔다.도착하자마자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정몽연의 모습이 보였다.“강책! 나 진짜 화났어, 진짜 죽은 줄 알았잖아!” 강책이 어깨를 들썩이고는 다정하게 말했다.“미안,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할게.”“진짜야?”“응, 진짜야.”강책이 정몽연을 덥석 안고는 이마에 뽀뽀했다. 정몽연은 살짝 화가 풀렸다.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물었다.“그럼, 어떤 신분을 숨기고 있는지 말해줘.”“어... 그게… 잠깐만.”강책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말했다.“연산 시의 식약 식당, 한사랑 병원이 내 명의라는 건 알고 있을 거야.”그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강남구의 침몽 하이테크랑 기모 엔터테인먼트도 내 명의야.”“뭐?”정몽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남구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대기업을 강책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경성의 강씨 집안, 성월각도 내 명의야.”“뭐라고?”정몽연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의 자산은 한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이었다.“그리고 사실 경성에 갔을 때, 수라 군신의 자리를 다시 되찾았어.”“강책!”정몽연은 화가 나면서도 기뻤다.“어떻게 이 사실을 다 숨기
용맥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책은 분명 죽지 않았는가.“뭘 또 그렇게 놀라.”인파들 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나왔다, 다름 아닌 이미 사망신고가 내려진 강책이었다.“연구가 99퍼센트까지 했는데 마지막 1퍼센트는 도저히 채울 수 없더라고. 그래서 내가 용의 물을 마셔서 직접 독소를 느껴보면 1퍼센트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그 1퍼센트가 뭔지 알아냈고, 해독약을 쉽게 제조할 수 있었어. 이제 용의 물과 이어진 연결도 끊어졌을 거야. 즉, 너는 아무도 죽일 수 없어. 용맥, 네가 졌어.”용맥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강책을 바라보았다.수천 년 동안 전해졌던 역사가 강책의 손에서 끊어지고 말았다. 사실, 용맥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느껴지는 불안함에 강책을 죽이려고 젖 먹던 힘까지 썼지만 그는 결국 해독을 완성시키고 말았다. 용맥이 잠시 생각하고는 이상함을 감지했다.“네가 용의 물을 마시는 동시에 내가 독소를 조종해서 너를 죽게 만들었어,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해독약을 만들었다는 거야?”강책이 용의 물을 들이켰을 때, 이미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분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망칠 길은 전혀 없었다.이때, 강책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신태열 덕분이야.”용맥은 그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그때 심장이 멎었던 이유는 용의 물 때문이 아니야, 그건 서심산 때문이었어. 신태열도 당신의 용의 물을 보면서 비슷한 독약을 만들고 싶어 했어,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얼떨결에 ‘서심산’이라는 독소를 만들어냈어. 그 덕에 연산 시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어. 즉, 서심산은 ‘용의 물’의 짝퉁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큰 비밀을 알아냈어. 두 독약은 상호 배타적 관계를 가졌다는 거였어.”둘 중 독소가 하나라도 몸에 있으면 또 다른 독소는 체내에서 살 수 없다.즉, 서심산을 마셨다면 체내에는 같은 성분인 ‘용의 물’을 배제하는 항체가 생긴다.강책은 용의 물을
사실, 김한철은 그의 지시대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헬기 준비와 위부서에게 용맥을 호송해달라는 부탁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가 차올랐다.“이런 젠장!”그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연산 시 전체가 먹구름이 짙게 끼었다. 한편, 엄수 집안.집안의 가주 장훈이 정원에 앉아있다. 시든 꽃을 보는 그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그는 평생동안 김씨 어르신을 지지하면서 용의 물의 해독을 기대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게다가 그의 제자들인 무상명인 정해운과 강책 모두 죽고 말았다. 결국 용의 물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모두 사라졌다.“하....”장훈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년 동안 가문에 걸렸던 저주는 결국 풀지 못하는 건가.결국 용맥의 ‘부하’로 영원히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때, 장유나가 다가왔다.“아버지, 한숨 그만 쉬세요.”장훈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한숨도 못 쉬게 하는 거야?”“한 두 번 겪는 것도 아니잖아요, 매번 궁지에 몰릴 때마다 강책이 나타났잖아요.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라 믿어요.”장훈이 고개를 저었다, 상황역전의 대명사였던 강책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강책은 용의 물을 마셨고, 생방송에서 그의 사망 원인은 용의 물에 의한 독성 때문이라고 밝혔다.그는 세상을 떠난 사람이 확실했다.“아니요, 전 안 믿어요!”장유나가 굳건한 눈빛으로 말했다.“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강책이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그녀는 씩씩거리면서 자리를 떴다. 장훈은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렇게 믿고 싶어, 하지만 강책은 불사신이 아니야.”…12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건물 앞에 헬기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주위로는 보디가드가 자리를 지켰다.이때, 가면을 쓴 남자가 헬기를 향해 다가갔다. 남자는 다름 아닌 ‘용맥’이었다.김한철은 자리에 서서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용맥은 아랑곳하지 않고 김한철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김청장, 고마
그의 말에 대중들은 충격에 빠졌다, 마치 번개에 맞은 것 같이 순식간에 풀이 죽어버렸다.그 중 몇 명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 앉았다.강책의 죽음이 자신들의 생명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참담했다.용맥은 여전히 대중들의 생명을 ‘패’로 생각하고 정부를 향한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게다가 그들의 생명은 용맥이 쥐고 있기 때문에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더 끔찍한 사실은 유일하게 독을 해독할 수 있었던 인물을 대중들이 죽여 버렸다는 사실이다.김씨 어르신과 무상명인 정해운이 죽고, 강책은 ‘접묵 기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결국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진 지금, 용의 물은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게 되었다.현장에는 절망스런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막막함과 후회스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항상 위기의 상황에 나타나 자신들을 구해주고, 항상 승리의 여신 편이었던 인물을 그릇된 판단으로 그를 지옥으로 빠뜨려버렸다.“안돼!”곧이어 강책의 시체를 향해 무릎 꿇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 비통함을 털어 놓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무릎을 꿇기 시작하고는 과거의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했다.몇 만 명이 넘는 사람이 병원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어리석은 행동을 반성하면서 속죄하기 바빴다. 그들은 신에게 시간을 다시 돌려 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참이 지나고, 황금 십이궁의 물고기자리와 물병자리가 강책의 시체를 들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의 표정은 고통으로 가득했다, 곧이어 십이궁 일원 모두 눈물을 흘렸다.강책의 가족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의 아내 정몽연은 울다가 쓰러져버렸다.연산 시 전체가 좌절에 빠졌다. 하늘도 같은 마음인 걸까, 그들의 마음처럼 어두웠다. 이때, 용맥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김한철, 네가 어렵게 내 위치를 파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근데 미안해서 어쩌지, 이백만 대중
김한철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강 선생님은 이런 상황에서도 참 착하시네요.”“연구에 실패했으니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죽는 수밖에 없어요.” 강책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죽기 전에 가족들과 전화 한 통 하겠습니다.”강책의 가족들은 강책을 만나기 위해 연산에 왔다. 하지만 영원히 이별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역시,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강책은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정몽연은 대성통곡을 하며 강책에게 충독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했다. 정몽연은 강책을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몽연의 생각과는 달랐다. 강책의 선택이 늦어질 때마다 시민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공포감에 휩싸인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다. 강책의 목숨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여보, 우리 딸 잘 부탁해. 사랑해 여보.” 강책은 정몽연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병원 밖으로 나가 시민들을 마주했다. 황금 십이궁은 일렬로 서서 불안한 표정으로 강책을 쳐다봤다. 잠시 후, 강책은 마이크 앞에 서서 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 “제 목숨을 수십만 명의 시민들의 목숨과 바꿀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저는 불씨이기 때문에 죽으면 불은 꺼지지 않고 더욱 타오를 겁니다! 때문에 이 세상은 결코 어둠에 잠기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강책의 말이 끝나자 한 젊은이가 무리들 사이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 “강 선생님, 죄송하지만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니 가짜로 죽은 척하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번 검사해 보겠습니다.” 용맥은 진용과 이용진, 그리고 신태열을 경험해 본 듯했다. 강책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젊은이를 막아서지 않았다. 젊은이는 일단 눈앞에 있는 사람이 물병이나 다른 사람이 가장한 것이 아닌, 진짜 강책인지 확인한 후 강책의 편작 신침을 빼앗아 가짜 죽음을 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책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재차 확인했다. “됐습니다. 자, 이제 준비
사실상 반나절 안에 연구하기란 매우 촉박하다. 강책은 최고의 의사와 연구진들에게 연락해 용의 물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용의 물에 대한 연구는 매우 힘들었다. 용의 물 자체가 연구하기 힘들었으며, 구하기 힘들어서 샘플의 양이 극히 적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과 다르다. 현재 연산 시 전체에 용의 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강책과 수백 명의 연구자들은 반나절 동안 연구에 집중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강책은 연구에 실패했다. “1퍼센트, 딱 1퍼센트가 부족해요!” 강책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상 연구는 99퍼센트 완성됐다. 하지만 단 1퍼센트가 부족했다.가장 핵심인 1퍼센트의 데이터는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부분이었다. 게다가 주어진 시간도 매우 촉박했다. 전 세계 훌륭한 연구자들이 모두 모였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용의 물, 그야말로 최악의 독약이다. 하지만, 더욱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연구 실패 후, 200만 명 시민들 사이에서 용의 물 독성에 견디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용맥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자 강책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강책, 당신만 희생하면 수백만 명의 시민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강책, 비겁하게 숨지 말고 나오세요!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당신 하나 때문에 죽을 수는 없습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책임지세요. 당장 나오세요!” 수많은 시민들은 병원 앞에서 큰소리로 시위를 했다. 사람들은 이미 공포에 눈이 멀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구하기 위해 강책 한 명 목숨을 희생하는 것이 어려운 걸까? 시민들은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사람들의 오직 강책이 빨리 죽기를 원했다. 용맥은 강책이 죽어야 통제를 멈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의 목숨도 지킬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시민들은 강책이 연산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새까맣게 잊었다.
용맥, 그야말로 은밀하고 악독하다. 용맥의 비서는 계속해서 말했다.“저희가 바라는 것은 오직 안전입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면 시민들을 죽이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한 가지 요구를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강책도 용의 물을 마시세요! 강책은 용맥의 골칫거리입니다. 저희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강책을 반드시 통제해야 하니 양해 바랍니다. 자, 그럼 오후까지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만약 오후에도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용맥은 시민을 죽일 겁니다. 이제 제가 할 말은 다 끝났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비서는 화면 속에서 사라졌다. 김한철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졌다. 김한철은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차며 버럭 화를 냈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용의 물 바이러스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강 선생님뿐이에요. 강 선생님께서 용의 물을 마시면 그들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용맥이 시키는 대로 하실 겁니까? 자살을 하라고 할 수도 있어요. 강 선생님이 죽으면 용의 물을 해결할 사람이 없어요. 그럼 200만 명의 시민들은 용맥에게 통제될 겁니다. 용맥은 인질을 더 늘릴 겁니다. 강 선생님은 절대 죽어서는 안 됩니다. 절대 용의 물을 마시지 마세요.”김한철의 말이 맞다. 하지만 가능할까? 용맥은 200만 명의 시민을 인질로 잡고 강책에게 용의 물을 마시라고 요구했다. 만약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1초에 한 명씩 죽을 것이다. 과연 강책이 받아들일까? 김한철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미 용맥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공격하면 됩니다.”“안 됩니다.” 강책은 말했다. “그럼 다 같이 죽는 것과 다름없어요. 용맥을 잡으면 200만 명의 시민들도 같이 잡는 겁니다. 절대 안 됩니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 강책과 김한철은 잠시 말이 없었다. 강책이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 위기를 잠시나마 모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는? 용의 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강책이
김한철은 강책의 말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예상한 대로군요.”예상대로라니?김한철은 처음부터 용맥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걸까?“강 선생님, 잠깐 저랑 나가시죠.”김한철은 강책과 함께 빈 병실로 자리로 옮겨 문을 잠갔다. 김한철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뉴스가 있습니다. 연산 외에도 10군데의 도시들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강 선생님, 혹시 어디 도시인지 아십니까?”강책은 김한철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아차렸다. 이전에 회의에서 김한철이 수십 군데의 도시들이 용맥에게 통제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10군데 도시들의 시민들이 모두 중독되었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강책은 말했다. “시민들은 용의 물에 중독된 겁니다. 그리고 다른 도시들도 용맥의 세력이 퍼져 있기 때문에 용맥의 짓이 틀림없습니다.”김한철은 확신에 찬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한철과 강책이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한 도시에 15만 명이 중독되었다고 해도 10군데 이상의 도시면 2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중독된 것이다. 상당한 숫자이다. 강책은 용의 물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용의 물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첫째, 단시간 안에 몸 전신에 퍼져 중독된다. 둘째, 용맥의 통제를 당하면 언제든 죽을 수 있다. 용맥은 분명히 무고한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10군데가 넘는 도시에 용의 물을 퍼뜨린 것이다. 용맥은 원할 때 언제든 시민들을 죽일 수 있다. 일이 매우 복잡해졌다. 김한철은 말했다. “저희는 이미 준비를 끝냈으니 그물을 던져서 용맥을 처리합시다. 용맥도 최후의 방법을 썼으니 저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지금 갈등이 격화되면 용맥이 흥분해서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다. 200만 명의 시민이 죽으면 누구 탓일까? 아마 김한철이 죄인이 될 수도 있다. 강책은 말했다. “이럴 때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혹시라도 용맥이 반격하면 일이 커집니다.”강책과 김한철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니요. 아침에 뉴스 보고 지금까지 물 한 모금도 안 마셨습니다. 이건 천재지변인가요? 사람에 의해서 일어난 재난인가요?”물고기자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천재지변이든 사람에 의해 일어난 재난이든 심각한 상황이다. 잠시 후, 강책은 병원에 도착했다. 강책을 기다리고 있던 김한철은 강책을 보자마자 병실로 데리고 갔다. 병실 안, 한 환자는 더운 여름 날씨에 마치 얼음장 안에 있는 듯 온몸을 떨고 있었다. 이때, 한 의사가 말했다. “강 선생님, 현재 상황을 대략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수돗물에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수돗물을 마시면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잠복된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폭발하지는 않는다. 현재 10만 명 이상의 시민들 몸속에 바이러스가 잠복되어 있다. 그중 122명은 감염되었다. 끔찍한 것은 사람들의 바이러스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오한 증상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열이 오르는 사람도 있다. 또한 간지러움 증상이 있는 사람, 구토 증상을 보이는 사람 등등 증상이 모두 달랐다. 사람마다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증상이 제각각이다. 현재 바이러스는 매우 강력해서 개개인의 체질에 따라 전혀 다른 증상을 보인다. 가장 심각한 경우 숙주세포를 공격할 수도 있다.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서운 점이 또 있습니다. 현재 바이러스는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검출되고, 물에 있을 때는 전혀 검출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습니다.”즉,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하지 않다. 강책은 의사의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바이러스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보이기 때문에 일반 바이러스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강책은 환자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강책은 침을 꺼내 자신의 몸에 놓았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