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서원은 수표 열 장을 꺼내며 말했다. “천만 원 수표입니다. 이 거래만 성사시켜준다면 이 돈은 삼촌 거예요.”사람은 누구나 돈을 좋아한다. 하지만 정계산은 고서원의 태도에 기분이 언짢았다. 정계산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내가 너희 일에 끼어들기 곤란하니 몽연이랑 강책이한테 말해봐라, 난 TV나 봐야겠다.”정계산은 고서원을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고서원은 고개를 돌려 정몽연을 보고 말했다. “하하, 그럼 어쩔 수 없네, 몽연아 네가 오빠 좀 도와줘. 삼촌 TV 보고 계씨니까 우리 카페 가서 얘기할까? 자, 카페로 가자.”고서원은 정몽연에게 본인이 남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정몽연의 손을 잡고 나가려고 했다. 남의 집에서 남편과 부모님이 앞에서 이런 짓을 하는 것은 정가 집안사람들을 무시하는 것이다!그때, 고서원이 정몽연의 손을 잡기도 전에 강책이 고서원의 손등을 ‘탁’하고 치자 고서원의 손등이 부러질 뻔했다.“아~~!!!”고서원이 비명을 지르며 강책을 노려봤다. “당신, 죽고 싶어요?”강책은 고서원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소파 가운데 앉아 정몽연을 끌어당겨 앉히며 담담하게 말했다. “일 얘기는 집에서 하면 되죠.”고서원은 당황하다 비웃으며 말했다. “몽연이한테 빌 붙어사는 주제에 나랑 일 얘기를 해요? 당신이 뭐라고 됩니까?”고서원은 정계산을 보며 계속해서 말했다. “삼촌, 강아지 훈련을 제대로 안 하셨나 봐요? 강아지가 왜 소파에 앉아 있죠?”고서원은 강책을 애완견 취급했다.고서원은 정계산과 정몽연이 강책을 하인처럼 무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고서원은 정계산의 대답을 듣고 깜짝 놀랐다. 정계산이 냉랭하게 말했다. “강책이가 우리 집안의 가장이니 모든 일은 강책이랑 이야기해라.”‘가장?’고서원은 웃으며 털썩 주저앉아 테이블 위에 있는 수표를 탁탁 치며 말했다. “얘기요?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하고 무슨 얘기를 해요? 삼촌, 잘 보세요. 1억이에요, 삼촌이 평생 이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아요?”“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그 누구도 말을 꺼내지 않자 집안에는 적막이 흘렀다 고서원은 옷매무새를 고치고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저보고 독하다고 하지 마세요. 저는 원래부터 솔직한 성격이었어요.” “고서원은 정계산을 쳐다보고 계속해서 말했다. “계산 삼촌, 솔직히 말해서 삼촌 신분과 지위로 강책을 거둬주는 것도 모자라 가장 자리까지 내주는 것은 정말 이해가 안 돼요. 제 생각에는 몽연이와 정가 집안의 미래를 생각해서 힘 있고 믿을 수 있는 사위를 새로 찾아야 할 것 같네요.”고서원은 마치 자신을 말하는 것처럼 고개를 똑바로 들어 바른 자세로 말했다. 누가 봐도 고서원은 강책의 자리를 차지 하려는 것 같았다. 어떤 남자든 정몽연처럼 아름다운 여자를 소유하고 싶어 한다. 정계산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반박하려고 했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서원은 뻔뻔했지만 물불 가리지 않고 행동했다. 돈으로 짓밟는다면 돈이 없는 강책에게 방법이 있을까? 설마 돈에 구애받지 않는다?그것은 매우 비겁한 변명이다. 하지만 정계산은 더 이상 끼어들 엄두를 내지 못했다. 끼어들었다가는 고서원의 말에 갈팡질팡할 것 같아 마음 졸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갑자기 옷을 잘 차려입은 중년 남자의 우렁찬 목소리가 긴장된 분위기를 깨웠다. “강책씨가 누구죠?”집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중년 남자에게 향했다. ‘누구지? 모르는 사람인데?’강책이 손을 들며 말했다. “제가 강책입니다.”중년 남자가 강책에게 다가가 공손하게 명함 한 장을 건네며 말했다. “강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지벤 주얼리 회장님 비서 전명원라고 합니다. 이건 제 명함입니다.”지벤 주얼리는 전 세계 최고의 주얼리 회사로 강남에서 10년 넘게 자리를 잡고 있는 수작업을 매우 중요시 여기는 오래된 대기업 브랜드이다.무슨 일로 대기업 회장의 비서가 강책을 찾아왔는지 다들 어리둥절했다. 강책이 명함을 받으며 물었다. “전 비서님, 무슨 일로 저를 찾아오셨죠?”전명원이 웃으며 말했다. “강 선생님께서 저희 회사
여러곳곳의 회사들이 강책을 스카웃하기 위해 정가를 찾아오는 탓에 1시간 내내 시끌벅적했다. 업무에 조건이 없는 회사들도 있었으며, 오로지 강책이 가지고 있는 재능만으로도 그를 데리고 가고 싶은 회사들이 가득했다. 강책은 모두 거르려고 했지만 정계산의 끈질긴 요구에 20여곳의 회사의 초대에 응했다. 얼핏 계산만 해도 한달에 90억, 1년에는 1000억도 거뜬히 벌 수 있는 것이다. 1000억, 고씨 가문의 매출과 비슷한 금액이며 고서원이 회사 승계에 성공해도 받을 수 없는 금액이다. 그제서야 고서원은 강책을 거지 취급 한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쥬얼리 브랜드 회사들이 자리를 떠나고 나서도 고서원은 자리에 멍하니 서서 어쩔 줄 몰라했다. 강책은 고개를 들고 미소를 지어보였다.“정봉성을 만나고 싶다고 하셨죠? 제가 자리를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네.”고서원은 말의 끝맺음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하찮게 여기던 존재가 자신을 뛰어넘어 예상 밖으로 더 올라갔을 때의 패배감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는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 하면 큰 코를 다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사실 고서원 이외에 정가 집안 사람들도 강책의 운에 놀랐다. 보석과 아무런 연관이 없어보이던 강책에게 강남구의 모든 쥬얼리 회사들이 그를 찾아오고,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 쥬얼리 업계가 흔들리는 것에 정가 집안 사람들도 의외라고 생각했다. 정몽연은 미소를 지었다.“여보, 지금 여보가 얼마나 잘나가는 줄 알아? 나중에 내가 갖고 싶은 악세사리도 쉽게 얻을 수 있겠네?” 강책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갖고 싶으면 말해.” 라고 답했다. 강책의 달콤한 말까지 더해 정몽연을 더욱 설레게 만들었다. 대화가 오가는 도중, 문 앞에 한 차량이 세워졌다. 정봉성이 차에서 내려 허겁지겁 달려왔다.“강책, 같이 밥 먹자고 불렀지? 나 성북땅 프로젝트에 관해서도 물어볼 게 있었어. 너가 좀 도와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정봉성은 현장에 사람이 있는 것을 보고 멈칫했다. 고서원이 정봉성에게 다가
정봉성은 그를 따라가 욕을 뱉은 뒤에야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자기 집안 무슨 꼴인지도 모르고 나대는 거 보면 꼴 사나워 죽겠어. 무슨 배짱으로우리 집안 앞에서 거들먹거려?” 이때, 정계산의 눈빛에 걱정함이 비쳤다. 하지만 아무말도 하지 않고 리모콘을 내려놓고는 소청과 함께 저녁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정몽연은 궁금해하며 물었다.“여보, 정신이 없어서 못 물어봤는데, 쥬얼리 브랜드 회사가 왜 갑자기 자기를 재고팀장으로 스카웃하려고 하는 거야? 회사에서 나름 중요한 자리 아니야?” 정몽연의 말이 맞다. 재고팀장은 회사의 돈과 직접 연결되어 있으며, 쉽게 맡을 수 있는 직위가 아니다. 강책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사실, 얘기하고 싶었어. 요즈음, 항성 쥬얼리에서 재고팀장을 맡고 있어. 이 회사에서 큰 매출을 이룬 게 업계에서 소문이 돌았나봐. 그래서 다른 회사에서 계속 찾으러 오는 것 같아.” 정몽연의 눈이 휘둥그레 졌다.“언제적 일이야? 아무것도 몰랐네.” “군인 시절 때 배워뒀던 기술을 잠시 썼을 뿐이야. 원석을 판단하는 능력도 거기서 배워 온 거야. 여기에 쓰게 될지는 나도 생각 못 했어.” 옆에 있던 정봉성이 허허- 웃으며 말했다.“처남, 대단한데요. 이제 돈방석에 앉을 준비만 하시면 되겠어요.” 강책은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돈이 그렇게 쉽게 벌리나요? 이번에 받은 초대들도 조심해야해요. 자칫하다가는 저를 갈기갈기 찢기게 만들 수도 있어요.” “찢겨도 돈이 더 좋아요. 내가 대신 해드려요? 허허.” 옆에 있던 소청이 대화에 끼어들었다.“자, 실없는 농담은 하지말고 와서 밥 먹어.” 한 가족이 모두 식탁에 둘러 앉아 식사를 즐겼다. 정몽연의 사직으로 집이 궁핍할 줄 알았으나 강책이 그들에게 희망의 한줄기가 되었다. 정계산도 강책 덕분에 자신에게 더해지는 압박감이 적어져 그를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었다. 정계산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그때, 고서원이 몽연이를 거절 한 게 신의 한수야. 내가 어딜
정계산은 들려오는 목소리에 멈칫했다. 그의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그의 오래된 친구 고지운 이였다. 고서원은 분에 못이겨 자신의 아버지까지 데려온 것이다.정계산은 “아이고, 친구야. 어떻게 여기까지 왔어? 와서 같이 밥이 라도 먹자.” 라는 말과 함께 따뜻하게 그들을 안내했다. 정계산의 따뜻한 태도에 그의 가족들은 의아함이 드는 동시에 약점을 상대에게 잡힌 게 아닐까 의심이 들었다. 소청이 의자를 추가하자 고씨 부자(父子)가 자리에 앉았다. 합석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고지운이 차가운 눈빛으로 정계산을 바라보았다.“요새 살 만 한가봐?” 정계산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입에 풀 칠 정도는 살고 있지.” “입에 풀칠 이라니? 지금 정가집안에 돈 불러오는 사위가 들어왔다고 소문이 파다해. 조금 유명해지니까 동창들 무시하는 거야?”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거야?”고지운은 손가락으로 고서원을 가리켰다.“그렇다면, 내 아들 이마에 난 상처는 어떻게 된거야? 내 아들이 무슨 큰 잘못을 했길래, 때리고 내쫓기까지 해?” “어..” “친구야, 아무리 잘나가도 한들 사람을 그렇게 무시하면 안되는 거야. 내 아들이 나 대신해서 부탁 좀 하겠다는 데, 왜 사람을 때려?”고지운의 말투가 점점 격해졌다. 그의 말에 고서원은 한 순간에 무고한 피해자로, 정계산은 악랄한 가해자로 바뀌었다. 고지운의 말에 정봉성이 코웃음을 쳤다.“아저씨, 일의 발단을 제대로 아시고 말씀하시는 거에요? 그 댁 아들이 무슨 짓을 하신지 아시냐고요. 저 정도는 약하게 봐준거에요.” 정계산은 “봉성아, 입 다물거라!” 라며 큰 소리를 쳤다. 정봉성은 눈이 휘둥그레 졌다. 정게산을 도와 말을 했지만 결국 혼을 내는 그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고서원은 고개를 들어서 웃음을 내보였다. 저번과 다르게 거만한 태도를 보이는 그를 보며 강책과 정몽연은 자신들이 모르는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현재 지금의 자리에서 보면 정계산은 고지운에게 돈, 위치, 권력등 지지 않는다.
고지운의 가슴 팍 상처와 정계산이 관련이 있는 듯 보였다. 고지운은 언성을 높여 말했다.“학생 시절 때, 정계산이 동네 일진들 한테 찍혀서 학교 문 앞에서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지. 그때, 내가 도와주러 나섰다가 무리 중 한명한테 칼을 맞았어. 이 상처도 그때 남겨진 상처지. 운이 좋아서 살았지, 만약 조금만 비껴갔다면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 지도 몰라. 결국 반년동안 병원살이 하다가 퇴원하게 된거야.” 고지운은 다시 옷을 입고 정계산을 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친구야, 그때 일을 설마 다 잊어버린 건 아니겠지? 좀 잘나가니까 이제 무시하는 거야?” 정계산은 “지운아, 난 그런 적이 없어.” 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고지운은 “그럼, 왜 내 아들을 요지경으로 만든거야!”라며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정계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으며 자리에는 긴장감이 돌았다. 정몽연은 고지운이 자신의 아버지의 은인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야 그의 태도가 이해되었다. 고지운은 한숨을 내쉬었다.“이제 부탁할 일도 없고, 그냥 공정함을 되찾기 위해 온거야.” “공정함?” “친구야, 너한테 두 가지 선택을 줄게. 첫 번째, 그때 내가 맞은 칼을 되돌려 받는 선택.” 중년의 나이인 정계산은 주먹 한방에도 크게 다칠 수도 있기 때문에 정계산은 첫 번째 선택지를 듣자 민망한 미소를 지었다.“두 번째 선택지는 어떤거야?” “두 번째 선택지는 네 사위가 내 아들한테 무릎꿇고 사과하는 거야!”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 졌다. 고지운은 자신 아들을 때리고, 내쫓았던 강책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국 강책의 무릎을 꿇여 고서원의 체면을 다시 세우는 것을 생각한 것이다. 어색한 분위기가 흐르고, 정봉성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이봐, 노인네. 우리 셋째 삼촌의 생명의 은인이라고 해서 이렇게 함부로 해도 된다는 법은 없어! 그쪽 아들이 먼저 잘못했다고!” 고지운은 고개를 들고는 “친구, 이게 너네 집안 태도 인가봐?” 라며 말했다. 곧이어 정계산
한 쪽은 생명의 은인, 한 쪽은 가족이다. 사실, 정계산은 막무가내로 나오는 고씨 부자를 내쫓고 싶었지만 예전의 일들을 떠올리면 손 쉽게 그럴 수 없었다. 고지운은 음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내 아들의 생각도 괜찮아 보이는데? 친구야, 이 정도는 해줄 수 있겠지?” 하지만 자신의 딸이 사위와 사람들 앞에서 낯선 남자와 술을 마시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이때, 강책이 묵묵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어서 찻잔 옆에 있는 과도를 쥐고는 천천히 다가갔다. 그의 눈빛과 몸짓에서 살벌한 분위기가 풍겼다. 그를 본 고씨 부자들은 깜짝 놀랐다. 정계산도 깜짝 놀라 “강책, 침착해.” 라고 소리치며 그를 말렸다. 강책은 2미터 정도 되는 거리에서 걸음을 멈추었다.“아버지, 걱정마세요. 아주 침착한 상태입니다. 아버지 친아들은 아니지만, 부친의 잘못은 곧 자식이 되물려 받는 다는 뜻이 있듯이 제가 받도록 하겠습니다.” 고지운은 다리를 꼬고는 “어떻게?” 라며 물었다. 그의 물음에 강책은 세 손가락을 폈다.“저희 아버지 때문에 칼에 한번 맞으셨다고 하셨죠? 이자까지 더해서 총 세 번. 저를 세 번 찌르시면 이제 두 분 사이에 원한은 남지 않은 겁니다.” “좋아. 자네가 직접 찌르면 인정하겠네.”옆에 있던 정몽연은 쥐고 있던 수저를 떨어뜨리고 바로 강책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의 손을 잡았다.“여보, 지금 뭐하는 거야! 미쳤어? 죽을 수도 있다고!”이어서 정봉성, 정계산, 소청도 일어나 강책을 말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강책은 정몽연을 살포시 밀었다.“걱정마, 내가 군인을 몇 년 동안 했는데, 칼 정도에는 죽지 않아.” 고지운이 다시 입을 열었다.“내 상처는 가슴 팍 쪽에 있어. 잔머리 굴려서 종아리에 찌를 생각은 하지 말라고.” “네, 걱정하지 마십시오.”강책은 말을 끝내고 천천히 옷을 벗어 가슴팍을 보였다. 크게 숨을 내쉬고는 “하나.”라고 말한 뒤 빠르게 자신의 가슴 팍을 칼로 찔렀다. “여보!”“책아!”“처남!!!”
하지만 강책의 진짜 능력을 모르고 있는 고지운은 지금 자신앞에 있는 강책은 기진맥진하여 조금이라도 건들면 쓰러질 것 같았다. 강책은 자신의 손을 내리지 않고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말을 이어갔다.“나가는 시간은 3초 드리겠습니다.” 옆에 있던 고서원이 입을 열었다.“너 그게 우리 아빠한테 무슨 말버릇이야? 너가 아직 정신을 못차렸지?” 고서원은 이번 기회를 틈타 강책을 공격하려 마음 먹었다. 강책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지만, 강책이 다시 그를 발로 차더니 소파위로 날아가버렸다. 고서원은 몸을 뒹굴어가며 고통을 호소했다. 고지운은 자신의 아들이 맞는 걸 보고 강책을 때리려는 동작을 보이자 강책은 그의 어깨를 계속 짓눌렀다. 마치 거대한 것에 걸린 듯한 고통에 고지운의 이마는 땀으로 가득 했고, 바로 자리에 주저 앉았다.“아파, 아파, 이거 빼!” 강책이 아랑곳하지 않자 고지운은 불쌍한 눈빛으로 정계산을 바라보았다.“친구야, 난 네 생명의 은인이야. 가만히 있지 말고 도와줘야 할거아니야!” “네가 한 짓 제대로 되받는 거야. 처음부터 말을 지켰다면 이런 일은 없었겠지.” 정계산의 단호한 태도에 고지운은 하는 수 없이 “아파, 제발, 지금 바로 갈게.” 라며 빌었다. 그제서야 강책은 그를 놔주었고, 고씨 부자들은 허겁지겁 밖으로 도망쳤다. 정계산은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두 쓰레기 같은 놈들.” 정몽연은 다급하게 강책 옆으로 다가갔다.“여보, 괜찮아? 지금 구급차 부를게.” 강책은 미소를 지어보였다.“걱정하지마. 자기 남편 의사라는 거 잊어버린거야? 찌를 때 다 생각하고 찌른거야. 구급차 말고 안방에서 구급함 좀 가져와줘.” “응!”정몽연은 눈물을 머금은 채 구급함을 찾아 그에게 건네주었다. 강책은 편작 신침을 꺼내 자신에게 침을 놓았다. 칼을 빼고, 지혈도 하면서 정몽연의 도움 아래 깨끗하게 상처를 꿰멨다. 하지만 정몽연은 마음이 놓이지 않아120으로 전화해 구급차를 불러 강책을 데려가 검사를 했다.
그가 몇 대의 승계자인지 모르지만 드디어 강책의 일행에게 잡혔다. 이어서 김한철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국에 있는 용맥 단체를 모두 잡아 들였다.한편, 200만 명 시민들도 해독약을 먹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들은 강책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연산 시와 다른 도시에 강책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석고상을 지었다.강책의 훌륭한 명성은 후세에도 전해질 것이다.…엄수 집안.장유나가 장훈의 앞으로 껑충껑충 뛰어갔다.“아버지, 제 말이 맞죠? 강책이 분명히 나타날 거라고 했잖아요!”장훈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강책의 강인함과 자신을 괴롭혔던 저주가 풀렸다는 사실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는 드디어 ‘평범한 사람’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식약 식당 안.강책이 황금 십이궁을 이끌고 식당으로 돌아왔다.도착하자마자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정몽연의 모습이 보였다.“강책! 나 진짜 화났어, 진짜 죽은 줄 알았잖아!” 강책이 어깨를 들썩이고는 다정하게 말했다.“미안,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할게.”“진짜야?”“응, 진짜야.”강책이 정몽연을 덥석 안고는 이마에 뽀뽀했다. 정몽연은 살짝 화가 풀렸다.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물었다.“그럼, 어떤 신분을 숨기고 있는지 말해줘.”“어... 그게… 잠깐만.”강책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말했다.“연산 시의 식약 식당, 한사랑 병원이 내 명의라는 건 알고 있을 거야.”그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강남구의 침몽 하이테크랑 기모 엔터테인먼트도 내 명의야.”“뭐?”정몽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남구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대기업을 강책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경성의 강씨 집안, 성월각도 내 명의야.”“뭐라고?”정몽연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의 자산은 한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이었다.“그리고 사실 경성에 갔을 때, 수라 군신의 자리를 다시 되찾았어.”“강책!”정몽연은 화가 나면서도 기뻤다.“어떻게 이 사실을 다 숨기
용맥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책은 분명 죽지 않았는가.“뭘 또 그렇게 놀라.”인파들 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나왔다, 다름 아닌 이미 사망신고가 내려진 강책이었다.“연구가 99퍼센트까지 했는데 마지막 1퍼센트는 도저히 채울 수 없더라고. 그래서 내가 용의 물을 마셔서 직접 독소를 느껴보면 1퍼센트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그 1퍼센트가 뭔지 알아냈고, 해독약을 쉽게 제조할 수 있었어. 이제 용의 물과 이어진 연결도 끊어졌을 거야. 즉, 너는 아무도 죽일 수 없어. 용맥, 네가 졌어.”용맥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강책을 바라보았다.수천 년 동안 전해졌던 역사가 강책의 손에서 끊어지고 말았다. 사실, 용맥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느껴지는 불안함에 강책을 죽이려고 젖 먹던 힘까지 썼지만 그는 결국 해독을 완성시키고 말았다. 용맥이 잠시 생각하고는 이상함을 감지했다.“네가 용의 물을 마시는 동시에 내가 독소를 조종해서 너를 죽게 만들었어,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해독약을 만들었다는 거야?”강책이 용의 물을 들이켰을 때, 이미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분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망칠 길은 전혀 없었다.이때, 강책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신태열 덕분이야.”용맥은 그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그때 심장이 멎었던 이유는 용의 물 때문이 아니야, 그건 서심산 때문이었어. 신태열도 당신의 용의 물을 보면서 비슷한 독약을 만들고 싶어 했어,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얼떨결에 ‘서심산’이라는 독소를 만들어냈어. 그 덕에 연산 시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어. 즉, 서심산은 ‘용의 물’의 짝퉁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큰 비밀을 알아냈어. 두 독약은 상호 배타적 관계를 가졌다는 거였어.”둘 중 독소가 하나라도 몸에 있으면 또 다른 독소는 체내에서 살 수 없다.즉, 서심산을 마셨다면 체내에는 같은 성분인 ‘용의 물’을 배제하는 항체가 생긴다.강책은 용의 물을
사실, 김한철은 그의 지시대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헬기 준비와 위부서에게 용맥을 호송해달라는 부탁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가 차올랐다.“이런 젠장!”그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연산 시 전체가 먹구름이 짙게 끼었다. 한편, 엄수 집안.집안의 가주 장훈이 정원에 앉아있다. 시든 꽃을 보는 그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그는 평생동안 김씨 어르신을 지지하면서 용의 물의 해독을 기대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게다가 그의 제자들인 무상명인 정해운과 강책 모두 죽고 말았다. 결국 용의 물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모두 사라졌다.“하....”장훈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년 동안 가문에 걸렸던 저주는 결국 풀지 못하는 건가.결국 용맥의 ‘부하’로 영원히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때, 장유나가 다가왔다.“아버지, 한숨 그만 쉬세요.”장훈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한숨도 못 쉬게 하는 거야?”“한 두 번 겪는 것도 아니잖아요, 매번 궁지에 몰릴 때마다 강책이 나타났잖아요.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라 믿어요.”장훈이 고개를 저었다, 상황역전의 대명사였던 강책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강책은 용의 물을 마셨고, 생방송에서 그의 사망 원인은 용의 물에 의한 독성 때문이라고 밝혔다.그는 세상을 떠난 사람이 확실했다.“아니요, 전 안 믿어요!”장유나가 굳건한 눈빛으로 말했다.“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강책이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그녀는 씩씩거리면서 자리를 떴다. 장훈은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렇게 믿고 싶어, 하지만 강책은 불사신이 아니야.”…12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건물 앞에 헬기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주위로는 보디가드가 자리를 지켰다.이때, 가면을 쓴 남자가 헬기를 향해 다가갔다. 남자는 다름 아닌 ‘용맥’이었다.김한철은 자리에 서서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용맥은 아랑곳하지 않고 김한철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김청장, 고마
그의 말에 대중들은 충격에 빠졌다, 마치 번개에 맞은 것 같이 순식간에 풀이 죽어버렸다.그 중 몇 명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 앉았다.강책의 죽음이 자신들의 생명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참담했다.용맥은 여전히 대중들의 생명을 ‘패’로 생각하고 정부를 향한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게다가 그들의 생명은 용맥이 쥐고 있기 때문에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더 끔찍한 사실은 유일하게 독을 해독할 수 있었던 인물을 대중들이 죽여 버렸다는 사실이다.김씨 어르신과 무상명인 정해운이 죽고, 강책은 ‘접묵 기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결국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진 지금, 용의 물은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게 되었다.현장에는 절망스런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막막함과 후회스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항상 위기의 상황에 나타나 자신들을 구해주고, 항상 승리의 여신 편이었던 인물을 그릇된 판단으로 그를 지옥으로 빠뜨려버렸다.“안돼!”곧이어 강책의 시체를 향해 무릎 꿇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 비통함을 털어 놓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무릎을 꿇기 시작하고는 과거의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했다.몇 만 명이 넘는 사람이 병원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어리석은 행동을 반성하면서 속죄하기 바빴다. 그들은 신에게 시간을 다시 돌려 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참이 지나고, 황금 십이궁의 물고기자리와 물병자리가 강책의 시체를 들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의 표정은 고통으로 가득했다, 곧이어 십이궁 일원 모두 눈물을 흘렸다.강책의 가족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의 아내 정몽연은 울다가 쓰러져버렸다.연산 시 전체가 좌절에 빠졌다. 하늘도 같은 마음인 걸까, 그들의 마음처럼 어두웠다. 이때, 용맥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김한철, 네가 어렵게 내 위치를 파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근데 미안해서 어쩌지, 이백만 대중
김한철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강 선생님은 이런 상황에서도 참 착하시네요.”“연구에 실패했으니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죽는 수밖에 없어요.” 강책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죽기 전에 가족들과 전화 한 통 하겠습니다.”강책의 가족들은 강책을 만나기 위해 연산에 왔다. 하지만 영원히 이별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역시,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강책은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정몽연은 대성통곡을 하며 강책에게 충독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했다. 정몽연은 강책을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몽연의 생각과는 달랐다. 강책의 선택이 늦어질 때마다 시민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공포감에 휩싸인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다. 강책의 목숨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여보, 우리 딸 잘 부탁해. 사랑해 여보.” 강책은 정몽연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병원 밖으로 나가 시민들을 마주했다. 황금 십이궁은 일렬로 서서 불안한 표정으로 강책을 쳐다봤다. 잠시 후, 강책은 마이크 앞에 서서 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 “제 목숨을 수십만 명의 시민들의 목숨과 바꿀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저는 불씨이기 때문에 죽으면 불은 꺼지지 않고 더욱 타오를 겁니다! 때문에 이 세상은 결코 어둠에 잠기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강책의 말이 끝나자 한 젊은이가 무리들 사이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 “강 선생님, 죄송하지만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니 가짜로 죽은 척하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번 검사해 보겠습니다.” 용맥은 진용과 이용진, 그리고 신태열을 경험해 본 듯했다. 강책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젊은이를 막아서지 않았다. 젊은이는 일단 눈앞에 있는 사람이 물병이나 다른 사람이 가장한 것이 아닌, 진짜 강책인지 확인한 후 강책의 편작 신침을 빼앗아 가짜 죽음을 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책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재차 확인했다. “됐습니다. 자, 이제 준비
사실상 반나절 안에 연구하기란 매우 촉박하다. 강책은 최고의 의사와 연구진들에게 연락해 용의 물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용의 물에 대한 연구는 매우 힘들었다. 용의 물 자체가 연구하기 힘들었으며, 구하기 힘들어서 샘플의 양이 극히 적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과 다르다. 현재 연산 시 전체에 용의 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강책과 수백 명의 연구자들은 반나절 동안 연구에 집중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강책은 연구에 실패했다. “1퍼센트, 딱 1퍼센트가 부족해요!” 강책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상 연구는 99퍼센트 완성됐다. 하지만 단 1퍼센트가 부족했다.가장 핵심인 1퍼센트의 데이터는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부분이었다. 게다가 주어진 시간도 매우 촉박했다. 전 세계 훌륭한 연구자들이 모두 모였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용의 물, 그야말로 최악의 독약이다. 하지만, 더욱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연구 실패 후, 200만 명 시민들 사이에서 용의 물 독성에 견디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용맥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자 강책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강책, 당신만 희생하면 수백만 명의 시민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강책, 비겁하게 숨지 말고 나오세요!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당신 하나 때문에 죽을 수는 없습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책임지세요. 당장 나오세요!” 수많은 시민들은 병원 앞에서 큰소리로 시위를 했다. 사람들은 이미 공포에 눈이 멀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구하기 위해 강책 한 명 목숨을 희생하는 것이 어려운 걸까? 시민들은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사람들의 오직 강책이 빨리 죽기를 원했다. 용맥은 강책이 죽어야 통제를 멈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의 목숨도 지킬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시민들은 강책이 연산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새까맣게 잊었다.
용맥, 그야말로 은밀하고 악독하다. 용맥의 비서는 계속해서 말했다.“저희가 바라는 것은 오직 안전입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면 시민들을 죽이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한 가지 요구를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강책도 용의 물을 마시세요! 강책은 용맥의 골칫거리입니다. 저희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강책을 반드시 통제해야 하니 양해 바랍니다. 자, 그럼 오후까지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만약 오후에도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용맥은 시민을 죽일 겁니다. 이제 제가 할 말은 다 끝났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비서는 화면 속에서 사라졌다. 김한철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졌다. 김한철은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차며 버럭 화를 냈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용의 물 바이러스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강 선생님뿐이에요. 강 선생님께서 용의 물을 마시면 그들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용맥이 시키는 대로 하실 겁니까? 자살을 하라고 할 수도 있어요. 강 선생님이 죽으면 용의 물을 해결할 사람이 없어요. 그럼 200만 명의 시민들은 용맥에게 통제될 겁니다. 용맥은 인질을 더 늘릴 겁니다. 강 선생님은 절대 죽어서는 안 됩니다. 절대 용의 물을 마시지 마세요.”김한철의 말이 맞다. 하지만 가능할까? 용맥은 200만 명의 시민을 인질로 잡고 강책에게 용의 물을 마시라고 요구했다. 만약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1초에 한 명씩 죽을 것이다. 과연 강책이 받아들일까? 김한철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미 용맥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공격하면 됩니다.”“안 됩니다.” 강책은 말했다. “그럼 다 같이 죽는 것과 다름없어요. 용맥을 잡으면 200만 명의 시민들도 같이 잡는 겁니다. 절대 안 됩니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 강책과 김한철은 잠시 말이 없었다. 강책이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 위기를 잠시나마 모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는? 용의 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강책이
김한철은 강책의 말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예상한 대로군요.”예상대로라니?김한철은 처음부터 용맥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걸까?“강 선생님, 잠깐 저랑 나가시죠.”김한철은 강책과 함께 빈 병실로 자리로 옮겨 문을 잠갔다. 김한철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뉴스가 있습니다. 연산 외에도 10군데의 도시들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강 선생님, 혹시 어디 도시인지 아십니까?”강책은 김한철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아차렸다. 이전에 회의에서 김한철이 수십 군데의 도시들이 용맥에게 통제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10군데 도시들의 시민들이 모두 중독되었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강책은 말했다. “시민들은 용의 물에 중독된 겁니다. 그리고 다른 도시들도 용맥의 세력이 퍼져 있기 때문에 용맥의 짓이 틀림없습니다.”김한철은 확신에 찬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한철과 강책이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한 도시에 15만 명이 중독되었다고 해도 10군데 이상의 도시면 2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중독된 것이다. 상당한 숫자이다. 강책은 용의 물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용의 물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첫째, 단시간 안에 몸 전신에 퍼져 중독된다. 둘째, 용맥의 통제를 당하면 언제든 죽을 수 있다. 용맥은 분명히 무고한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10군데가 넘는 도시에 용의 물을 퍼뜨린 것이다. 용맥은 원할 때 언제든 시민들을 죽일 수 있다. 일이 매우 복잡해졌다. 김한철은 말했다. “저희는 이미 준비를 끝냈으니 그물을 던져서 용맥을 처리합시다. 용맥도 최후의 방법을 썼으니 저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지금 갈등이 격화되면 용맥이 흥분해서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다. 200만 명의 시민이 죽으면 누구 탓일까? 아마 김한철이 죄인이 될 수도 있다. 강책은 말했다. “이럴 때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혹시라도 용맥이 반격하면 일이 커집니다.”강책과 김한철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니요. 아침에 뉴스 보고 지금까지 물 한 모금도 안 마셨습니다. 이건 천재지변인가요? 사람에 의해서 일어난 재난인가요?”물고기자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천재지변이든 사람에 의해 일어난 재난이든 심각한 상황이다. 잠시 후, 강책은 병원에 도착했다. 강책을 기다리고 있던 김한철은 강책을 보자마자 병실로 데리고 갔다. 병실 안, 한 환자는 더운 여름 날씨에 마치 얼음장 안에 있는 듯 온몸을 떨고 있었다. 이때, 한 의사가 말했다. “강 선생님, 현재 상황을 대략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수돗물에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수돗물을 마시면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잠복된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폭발하지는 않는다. 현재 10만 명 이상의 시민들 몸속에 바이러스가 잠복되어 있다. 그중 122명은 감염되었다. 끔찍한 것은 사람들의 바이러스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오한 증상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열이 오르는 사람도 있다. 또한 간지러움 증상이 있는 사람, 구토 증상을 보이는 사람 등등 증상이 모두 달랐다. 사람마다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증상이 제각각이다. 현재 바이러스는 매우 강력해서 개개인의 체질에 따라 전혀 다른 증상을 보인다. 가장 심각한 경우 숙주세포를 공격할 수도 있다.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서운 점이 또 있습니다. 현재 바이러스는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검출되고, 물에 있을 때는 전혀 검출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습니다.”즉,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하지 않다. 강책은 의사의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바이러스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보이기 때문에 일반 바이러스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강책은 환자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강책은 침을 꺼내 자신의 몸에 놓았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