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를 보는 정몽연의 눈빛에 짜증이 가득했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보였다. 강책이 정몽연에게 다가가자 두 사람은 인기척을 느꼈다. 정몽연은 강책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구세주를 본 듯 소파에서 일어나 강책에게 다가갔다.“여보 왔어요?”정몽연이 매우 달콤하게 강책을 불렀다. 일부러 남자에게 들으라는 듯 ‘여보’를 강조하며 말했다. 남자는 ‘여보’소리에 화가 났다.남자는 강책을 위아래로 훑어보다 갑자기 정몽연에게 말했다. “아, 몽연아, 이분이 말로만 듣던 너한테 빌붙어 산다는 강책 씨야? 항상 말로만 듣다고 오늘 드디어 보네.”남자는 매우 비꼬며 말했다.강책이 손가락으로 남자를 가리키며 정몽연에게 물었다. “저 남자는 누구야?”정몽연이 입을 열기도 전에 남자가 소파에서 일어나 수트을 정리하고 거만하게 말했다. “저는 고서원 이라고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몽연이랑 집이 가까워서 친하게 지냈어요. 그때 몽연이 아버지가 항상 몽연이랑 결혼해서 사돈 맺자고 하셨죠.”정몽연은 언짢은 표정을 한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강책 앞에서 뜬금없는 소리를 하다니?정몽연이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그건 그때 당시에 아빠가 그냥 한 말이지.”고서원이 손가락을 까닥까닥 흔들며 말했다. “엥, 그건 그냥 하신 말씀이 아니지, 그때 당시 계산이 삼촌이 내 손을 꼭 붙잡고 진심으로 말씀하셨어.”고서원이 고개를 돌려 정계산을 보고 말했다. “그렇죠 삼촌?”정계산은 고서원의 말에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사실 그때 당시 정계산은 고가 집안의 재력과 권력이 높고, 고서원이 집안을 물려받을 후세자였기 때문에 정몽연이 고서원과 결혼하길 바랐다. 고가 집안에 발을 들일 수만 있다면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고서원은 정몽연을 거들떠보지 않고 부잣집 딸에게 아부를 했다. 그렇게 고서원은 부잣집 여자 덕분에 계속 상승세를 타며 큰돈을 벌었다. 하지만 그 후, 여자의 집이 하락세를 타자 고서원은 뻔뻔하게 이혼을 했다. 고서원의 악명은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
고서원은 수표 열 장을 꺼내며 말했다. “천만 원 수표입니다. 이 거래만 성사시켜준다면 이 돈은 삼촌 거예요.”사람은 누구나 돈을 좋아한다. 하지만 정계산은 고서원의 태도에 기분이 언짢았다. 정계산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내가 너희 일에 끼어들기 곤란하니 몽연이랑 강책이한테 말해봐라, 난 TV나 봐야겠다.”정계산은 고서원을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고서원은 고개를 돌려 정몽연을 보고 말했다. “하하, 그럼 어쩔 수 없네, 몽연아 네가 오빠 좀 도와줘. 삼촌 TV 보고 계씨니까 우리 카페 가서 얘기할까? 자, 카페로 가자.”고서원은 정몽연에게 본인이 남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정몽연의 손을 잡고 나가려고 했다. 남의 집에서 남편과 부모님이 앞에서 이런 짓을 하는 것은 정가 집안사람들을 무시하는 것이다!그때, 고서원이 정몽연의 손을 잡기도 전에 강책이 고서원의 손등을 ‘탁’하고 치자 고서원의 손등이 부러질 뻔했다.“아~~!!!”고서원이 비명을 지르며 강책을 노려봤다. “당신, 죽고 싶어요?”강책은 고서원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소파 가운데 앉아 정몽연을 끌어당겨 앉히며 담담하게 말했다. “일 얘기는 집에서 하면 되죠.”고서원은 당황하다 비웃으며 말했다. “몽연이한테 빌 붙어사는 주제에 나랑 일 얘기를 해요? 당신이 뭐라고 됩니까?”고서원은 정계산을 보며 계속해서 말했다. “삼촌, 강아지 훈련을 제대로 안 하셨나 봐요? 강아지가 왜 소파에 앉아 있죠?”고서원은 강책을 애완견 취급했다.고서원은 정계산과 정몽연이 강책을 하인처럼 무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고서원은 정계산의 대답을 듣고 깜짝 놀랐다. 정계산이 냉랭하게 말했다. “강책이가 우리 집안의 가장이니 모든 일은 강책이랑 이야기해라.”‘가장?’고서원은 웃으며 털썩 주저앉아 테이블 위에 있는 수표를 탁탁 치며 말했다. “얘기요?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하고 무슨 얘기를 해요? 삼촌, 잘 보세요. 1억이에요, 삼촌이 평생 이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아요?”“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그 누구도 말을 꺼내지 않자 집안에는 적막이 흘렀다 고서원은 옷매무새를 고치고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저보고 독하다고 하지 마세요. 저는 원래부터 솔직한 성격이었어요.” “고서원은 정계산을 쳐다보고 계속해서 말했다. “계산 삼촌, 솔직히 말해서 삼촌 신분과 지위로 강책을 거둬주는 것도 모자라 가장 자리까지 내주는 것은 정말 이해가 안 돼요. 제 생각에는 몽연이와 정가 집안의 미래를 생각해서 힘 있고 믿을 수 있는 사위를 새로 찾아야 할 것 같네요.”고서원은 마치 자신을 말하는 것처럼 고개를 똑바로 들어 바른 자세로 말했다. 누가 봐도 고서원은 강책의 자리를 차지 하려는 것 같았다. 어떤 남자든 정몽연처럼 아름다운 여자를 소유하고 싶어 한다. 정계산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반박하려고 했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서원은 뻔뻔했지만 물불 가리지 않고 행동했다. 돈으로 짓밟는다면 돈이 없는 강책에게 방법이 있을까? 설마 돈에 구애받지 않는다?그것은 매우 비겁한 변명이다. 하지만 정계산은 더 이상 끼어들 엄두를 내지 못했다. 끼어들었다가는 고서원의 말에 갈팡질팡할 것 같아 마음 졸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갑자기 옷을 잘 차려입은 중년 남자의 우렁찬 목소리가 긴장된 분위기를 깨웠다. “강책씨가 누구죠?”집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중년 남자에게 향했다. ‘누구지? 모르는 사람인데?’강책이 손을 들며 말했다. “제가 강책입니다.”중년 남자가 강책에게 다가가 공손하게 명함 한 장을 건네며 말했다. “강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지벤 주얼리 회장님 비서 전명원라고 합니다. 이건 제 명함입니다.”지벤 주얼리는 전 세계 최고의 주얼리 회사로 강남에서 10년 넘게 자리를 잡고 있는 수작업을 매우 중요시 여기는 오래된 대기업 브랜드이다.무슨 일로 대기업 회장의 비서가 강책을 찾아왔는지 다들 어리둥절했다. 강책이 명함을 받으며 물었다. “전 비서님, 무슨 일로 저를 찾아오셨죠?”전명원이 웃으며 말했다. “강 선생님께서 저희 회사
여러곳곳의 회사들이 강책을 스카웃하기 위해 정가를 찾아오는 탓에 1시간 내내 시끌벅적했다. 업무에 조건이 없는 회사들도 있었으며, 오로지 강책이 가지고 있는 재능만으로도 그를 데리고 가고 싶은 회사들이 가득했다. 강책은 모두 거르려고 했지만 정계산의 끈질긴 요구에 20여곳의 회사의 초대에 응했다. 얼핏 계산만 해도 한달에 90억, 1년에는 1000억도 거뜬히 벌 수 있는 것이다. 1000억, 고씨 가문의 매출과 비슷한 금액이며 고서원이 회사 승계에 성공해도 받을 수 없는 금액이다. 그제서야 고서원은 강책을 거지 취급 한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쥬얼리 브랜드 회사들이 자리를 떠나고 나서도 고서원은 자리에 멍하니 서서 어쩔 줄 몰라했다. 강책은 고개를 들고 미소를 지어보였다.“정봉성을 만나고 싶다고 하셨죠? 제가 자리를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네.”고서원은 말의 끝맺음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하찮게 여기던 존재가 자신을 뛰어넘어 예상 밖으로 더 올라갔을 때의 패배감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는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 하면 큰 코를 다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사실 고서원 이외에 정가 집안 사람들도 강책의 운에 놀랐다. 보석과 아무런 연관이 없어보이던 강책에게 강남구의 모든 쥬얼리 회사들이 그를 찾아오고,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 쥬얼리 업계가 흔들리는 것에 정가 집안 사람들도 의외라고 생각했다. 정몽연은 미소를 지었다.“여보, 지금 여보가 얼마나 잘나가는 줄 알아? 나중에 내가 갖고 싶은 악세사리도 쉽게 얻을 수 있겠네?” 강책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갖고 싶으면 말해.” 라고 답했다. 강책의 달콤한 말까지 더해 정몽연을 더욱 설레게 만들었다. 대화가 오가는 도중, 문 앞에 한 차량이 세워졌다. 정봉성이 차에서 내려 허겁지겁 달려왔다.“강책, 같이 밥 먹자고 불렀지? 나 성북땅 프로젝트에 관해서도 물어볼 게 있었어. 너가 좀 도와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정봉성은 현장에 사람이 있는 것을 보고 멈칫했다. 고서원이 정봉성에게 다가
정봉성은 그를 따라가 욕을 뱉은 뒤에야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자기 집안 무슨 꼴인지도 모르고 나대는 거 보면 꼴 사나워 죽겠어. 무슨 배짱으로우리 집안 앞에서 거들먹거려?” 이때, 정계산의 눈빛에 걱정함이 비쳤다. 하지만 아무말도 하지 않고 리모콘을 내려놓고는 소청과 함께 저녁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정몽연은 궁금해하며 물었다.“여보, 정신이 없어서 못 물어봤는데, 쥬얼리 브랜드 회사가 왜 갑자기 자기를 재고팀장으로 스카웃하려고 하는 거야? 회사에서 나름 중요한 자리 아니야?” 정몽연의 말이 맞다. 재고팀장은 회사의 돈과 직접 연결되어 있으며, 쉽게 맡을 수 있는 직위가 아니다. 강책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사실, 얘기하고 싶었어. 요즈음, 항성 쥬얼리에서 재고팀장을 맡고 있어. 이 회사에서 큰 매출을 이룬 게 업계에서 소문이 돌았나봐. 그래서 다른 회사에서 계속 찾으러 오는 것 같아.” 정몽연의 눈이 휘둥그레 졌다.“언제적 일이야? 아무것도 몰랐네.” “군인 시절 때 배워뒀던 기술을 잠시 썼을 뿐이야. 원석을 판단하는 능력도 거기서 배워 온 거야. 여기에 쓰게 될지는 나도 생각 못 했어.” 옆에 있던 정봉성이 허허- 웃으며 말했다.“처남, 대단한데요. 이제 돈방석에 앉을 준비만 하시면 되겠어요.” 강책은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돈이 그렇게 쉽게 벌리나요? 이번에 받은 초대들도 조심해야해요. 자칫하다가는 저를 갈기갈기 찢기게 만들 수도 있어요.” “찢겨도 돈이 더 좋아요. 내가 대신 해드려요? 허허.” 옆에 있던 소청이 대화에 끼어들었다.“자, 실없는 농담은 하지말고 와서 밥 먹어.” 한 가족이 모두 식탁에 둘러 앉아 식사를 즐겼다. 정몽연의 사직으로 집이 궁핍할 줄 알았으나 강책이 그들에게 희망의 한줄기가 되었다. 정계산도 강책 덕분에 자신에게 더해지는 압박감이 적어져 그를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었다. 정계산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그때, 고서원이 몽연이를 거절 한 게 신의 한수야. 내가 어딜
정계산은 들려오는 목소리에 멈칫했다. 그의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그의 오래된 친구 고지운 이였다. 고서원은 분에 못이겨 자신의 아버지까지 데려온 것이다.정계산은 “아이고, 친구야. 어떻게 여기까지 왔어? 와서 같이 밥이 라도 먹자.” 라는 말과 함께 따뜻하게 그들을 안내했다. 정계산의 따뜻한 태도에 그의 가족들은 의아함이 드는 동시에 약점을 상대에게 잡힌 게 아닐까 의심이 들었다. 소청이 의자를 추가하자 고씨 부자(父子)가 자리에 앉았다. 합석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고지운이 차가운 눈빛으로 정계산을 바라보았다.“요새 살 만 한가봐?” 정계산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입에 풀 칠 정도는 살고 있지.” “입에 풀칠 이라니? 지금 정가집안에 돈 불러오는 사위가 들어왔다고 소문이 파다해. 조금 유명해지니까 동창들 무시하는 거야?”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거야?”고지운은 손가락으로 고서원을 가리켰다.“그렇다면, 내 아들 이마에 난 상처는 어떻게 된거야? 내 아들이 무슨 큰 잘못을 했길래, 때리고 내쫓기까지 해?” “어..” “친구야, 아무리 잘나가도 한들 사람을 그렇게 무시하면 안되는 거야. 내 아들이 나 대신해서 부탁 좀 하겠다는 데, 왜 사람을 때려?”고지운의 말투가 점점 격해졌다. 그의 말에 고서원은 한 순간에 무고한 피해자로, 정계산은 악랄한 가해자로 바뀌었다. 고지운의 말에 정봉성이 코웃음을 쳤다.“아저씨, 일의 발단을 제대로 아시고 말씀하시는 거에요? 그 댁 아들이 무슨 짓을 하신지 아시냐고요. 저 정도는 약하게 봐준거에요.” 정계산은 “봉성아, 입 다물거라!” 라며 큰 소리를 쳤다. 정봉성은 눈이 휘둥그레 졌다. 정게산을 도와 말을 했지만 결국 혼을 내는 그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고서원은 고개를 들어서 웃음을 내보였다. 저번과 다르게 거만한 태도를 보이는 그를 보며 강책과 정몽연은 자신들이 모르는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현재 지금의 자리에서 보면 정계산은 고지운에게 돈, 위치, 권력등 지지 않는다.
고지운의 가슴 팍 상처와 정계산이 관련이 있는 듯 보였다. 고지운은 언성을 높여 말했다.“학생 시절 때, 정계산이 동네 일진들 한테 찍혀서 학교 문 앞에서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지. 그때, 내가 도와주러 나섰다가 무리 중 한명한테 칼을 맞았어. 이 상처도 그때 남겨진 상처지. 운이 좋아서 살았지, 만약 조금만 비껴갔다면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 지도 몰라. 결국 반년동안 병원살이 하다가 퇴원하게 된거야.” 고지운은 다시 옷을 입고 정계산을 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친구야, 그때 일을 설마 다 잊어버린 건 아니겠지? 좀 잘나가니까 이제 무시하는 거야?” 정계산은 “지운아, 난 그런 적이 없어.” 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고지운은 “그럼, 왜 내 아들을 요지경으로 만든거야!”라며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정계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으며 자리에는 긴장감이 돌았다. 정몽연은 고지운이 자신의 아버지의 은인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야 그의 태도가 이해되었다. 고지운은 한숨을 내쉬었다.“이제 부탁할 일도 없고, 그냥 공정함을 되찾기 위해 온거야.” “공정함?” “친구야, 너한테 두 가지 선택을 줄게. 첫 번째, 그때 내가 맞은 칼을 되돌려 받는 선택.” 중년의 나이인 정계산은 주먹 한방에도 크게 다칠 수도 있기 때문에 정계산은 첫 번째 선택지를 듣자 민망한 미소를 지었다.“두 번째 선택지는 어떤거야?” “두 번째 선택지는 네 사위가 내 아들한테 무릎꿇고 사과하는 거야!”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 졌다. 고지운은 자신 아들을 때리고, 내쫓았던 강책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국 강책의 무릎을 꿇여 고서원의 체면을 다시 세우는 것을 생각한 것이다. 어색한 분위기가 흐르고, 정봉성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이봐, 노인네. 우리 셋째 삼촌의 생명의 은인이라고 해서 이렇게 함부로 해도 된다는 법은 없어! 그쪽 아들이 먼저 잘못했다고!” 고지운은 고개를 들고는 “친구, 이게 너네 집안 태도 인가봐?” 라며 말했다. 곧이어 정계산
한 쪽은 생명의 은인, 한 쪽은 가족이다. 사실, 정계산은 막무가내로 나오는 고씨 부자를 내쫓고 싶었지만 예전의 일들을 떠올리면 손 쉽게 그럴 수 없었다. 고지운은 음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내 아들의 생각도 괜찮아 보이는데? 친구야, 이 정도는 해줄 수 있겠지?” 하지만 자신의 딸이 사위와 사람들 앞에서 낯선 남자와 술을 마시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이때, 강책이 묵묵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어서 찻잔 옆에 있는 과도를 쥐고는 천천히 다가갔다. 그의 눈빛과 몸짓에서 살벌한 분위기가 풍겼다. 그를 본 고씨 부자들은 깜짝 놀랐다. 정계산도 깜짝 놀라 “강책, 침착해.” 라고 소리치며 그를 말렸다. 강책은 2미터 정도 되는 거리에서 걸음을 멈추었다.“아버지, 걱정마세요. 아주 침착한 상태입니다. 아버지 친아들은 아니지만, 부친의 잘못은 곧 자식이 되물려 받는 다는 뜻이 있듯이 제가 받도록 하겠습니다.” 고지운은 다리를 꼬고는 “어떻게?” 라며 물었다. 그의 물음에 강책은 세 손가락을 폈다.“저희 아버지 때문에 칼에 한번 맞으셨다고 하셨죠? 이자까지 더해서 총 세 번. 저를 세 번 찌르시면 이제 두 분 사이에 원한은 남지 않은 겁니다.” “좋아. 자네가 직접 찌르면 인정하겠네.”옆에 있던 정몽연은 쥐고 있던 수저를 떨어뜨리고 바로 강책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의 손을 잡았다.“여보, 지금 뭐하는 거야! 미쳤어? 죽을 수도 있다고!”이어서 정봉성, 정계산, 소청도 일어나 강책을 말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강책은 정몽연을 살포시 밀었다.“걱정마, 내가 군인을 몇 년 동안 했는데, 칼 정도에는 죽지 않아.” 고지운이 다시 입을 열었다.“내 상처는 가슴 팍 쪽에 있어. 잔머리 굴려서 종아리에 찌를 생각은 하지 말라고.” “네, 걱정하지 마십시오.”강책은 말을 끝내고 천천히 옷을 벗어 가슴팍을 보였다. 크게 숨을 내쉬고는 “하나.”라고 말한 뒤 빠르게 자신의 가슴 팍을 칼로 찔렀다. “여보!”“책아!”“처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