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이든 누군가와 엮이는 것은 좋지 않다. 그런데 매번 강책과 엮이는 것은 허상용이 재수가 없는 것이다. 저녁 식사가 끝난 후.왕가 집안 식구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가자 정몽연도 방에 들어가 쉬려고 했다. 오늘 저녁 식사 시간이 길어져 힘들었지만 재미있었다. 식사가 끝나고 정몽연도 피로가 몰려왔다.이때 강책이 정몽연의 팔을 잡아당겼다. “왜?” 정몽연이 강책에 물었다. “몽연아. 새해까지 1시간 남았어. 데려가고 싶은 곳이 있어.”“응?”정몽연은 조금 망설여졌다. 밤 11시가 되어 밖은 이미 어둑해졌다.어두운 밤에 밖에 돌아다녀서 좋을 게 없을 것 같았다. 정계산이 정몽연에게 말했다. “아휴, 강책이가 모처럼 너랑 놀러 가고 싶어 하는데 나갔다 와. 젊은 사람이 하루 종일 집에만 있어도 안 좋아”정몽연은 할 말이 없었다.‘친 아버지가 맞나?’‘어두운 밤에 나갔다가 이상한 사람 만날까 걱정되지 않나?’강책이 말했다. “나 있으니까 안전해. 걱정 마.”정몽연은 강책의 말을 듣고 안심이 되었다. 지금까지 강책이 보장한 일은 모두 이뤄졌기 때문에 그가 못할 일이 없었다.게다가 정몽연도 강책이 어디로 데려갈지 궁금했다. “그래, 그럼 나가자.”정몽연이 강책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섰다. 강책의 차를 타고 30분 정도 걸려 밝은 공원에 도착했다. 화해공원.이곳은 강책의 부친 강한비가 자주 왔던 곳이다. 강책이 정몽연의 손을 잡고 돌계단에 앉았다.화해공원은 인기가 많아 밤 11시에도 사람이 북적거렸다. 대부분이 젊은 남녀 커플이었다. 커플들이 다정히 앉아 있었다. 꽃을 선물하는 사람, 바닥에 하트 모양 촛불을 켜놓은 사람, 고백하는 사람, 키스하는 사람, 껴안는 사람 등등 커플들이 많았다. 공원에는 사랑이 꽃 피고 있었다. 다른 커플들이 서로 사랑하는 모습을 보자 정몽연은 심장이 쿵쾅 거려 강책의 손을 더욱 꽉 잡았다.정몽연이 강책에게 물었다. “강책아, 왜 여기로 데려온 거야?”강책이 웃으며 고개를 들고 하늘을 바라봤다
두 사람은 아름다운 밤 분위기를 빌려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강책은 처음으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약한 모습을 보여줬다. 수라 군신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이었다. 남자도 속으로 오래 품고 있으면 지칠 수밖에 없다. 강책은 마음속에 있는 말을 하니 편안해졌다. 하지만...하필 두 사람의 좋은 분위기를 망치려고 하는 사람이 있었다. 특이한 복장을 한 남자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공원으로 향했다. 그 광경을 본 커플들이 모두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짐을 챙겨 자리를 피했다. 그때 누군가 강책 옆을 지나가며 말했다. “여기서 뭐해? 홍문 전선이 왔으니 당장 사라지지 않으면 쫓겨날 줄 알아!”강책이 눈살을 찌푸렸다. ‘홍무 전선?’홍무전선이라는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강책은 아직 하늘도 만끽하며 보지 못했고 12시도 채 되지 않았다. 게다가 정몽연에게 보여줄 것이 아직 남아있었다. 남자들 무리가 한순간에 분위기를 망쳤다. 강책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우리 아직 못 가요.”남자가 한쉼을 쉬며 말했다. “그럼 좀 맞아야겠네, 잘 가요.” 공원에 있던 사람들은 순식간에 자리를 피했다. 어른들마저도 무서워서 모두 도망갔다. 다른 사람들은 말조차 꺼내지 못했다. 감히 쳐다보지도 못하고 자리를 빨리 피하는 수밖에 없었다. 남자들 무리는 주머니에서 스프레이를 꺼내 여기저기 뿌려 화해공원을 자기들 맘대로 만들었다.그 모습을 본 강책은 화를 참을 수 없었다. 강책의 어린 시절 모든 추억이 있는 공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고전이 여자를 찾지 못하고 있던 와중에 정몽연이 나타났다.홍무 전선의 대장 고전은 정몽연을 보자마자 첫눈에 반해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고전은 이렇게 아름다운 여자를 오래만에 봤다. 고전이 오토바이 시동을 켜고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강책 앞으로 돌진했다. 먼지가 날리자 정몽연은 입과 코를 막았다. 하지만 강책은 먼지 속에서 평온하게 앉아 있었다. 전쟁터에서 5년을 싸운 강
육체적 압박감에 이어서 정신적 압박까지 견디며, 자신의 가족까지 건들이며 한 남자가 결국 괴롭힘과 압박감을 이기지 못한 그 남자는 자신의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가족들은 그의 시체를 따로 처리하지 않고 그저 땅에 묻어 현장을 수습하기 바빴다. 이게 바로 가전의 힘, 홍무전선을 대표하는 무서움 이였다. 오토바이를 타고 있는 홍무전선 무리들은 강책과 정몽연을 중심으로 둘러싸기 시작했다. 무리들의 시선은 모두 정몽연의 얼굴과 몸매를 향했다. 특히 그녀의 길고 하얀 다리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입이 바싹 말랐다. 그들은 처음으로 이렇게 예쁜 여자를 눈으로 본 것 이였다. 어쩌면 티비에서 나오는 여배우보다 훨씬 더 예쁘다고 생각이 들었다. 무리들 모두 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꼭 갖고 만다!’ 그들의 여러 시비에도 강책은 조금의 미동도 없이 가만히 앉아 있을 뿐 이였다. 바닥에 떨어진 돈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가전은 강책을 깔보고는 차가운 말투로 “안 비켜?” 라며 말했다. 무리들은 일부러 오토바이의 시동 소리를 크게 하여 굉음을 냈다. 마치 강책을 위협하는 듯 했다. 강책 한명이 상대방 스무여명을 상대해야하는 상황에 정몽연은 경찰에 신고를 하려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전화가 통하기도 전에, 가까이에 있던 한 남자가 오토바이에서 내려 빠르게 손을 뻗어 그녀의 핸드폰을 낚아챘다. 그리고는 코 옆으로 가져가 냄새를 맡고는 “하, 좋은 냄새. 역시 달라. 형님, 얼른 시작하시죠? 못 참겠어요.” 라고 말했다. 가전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는 전혀 조급해보이지 않았다. 여자를 갖고 노는 것도 좋아했지만, 남자가 받는 ‘고통’에서도 같은 쾌락을 느꼈다. 그는 강책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너 아직도 내가 누군지 모르는 모양인데? 그럼 더 똑똑히 알려줘야 겠네. 홍무전선의 큰 형님 ‘가전’이다! 방금 전에 돈도 주면서 도망칠 기회는 줬다고 생각하는데? 거들떠 보지도 않는 것 같아서 말이야. 너무 밉게는 생각하지 말아줘. 오늘 네 여자도 내 꺼, 너도
가전의 명령에 무리들이 그들에게 다가갔다. 마치 사냥감을 노리는 듯 정몽연을 바라보며 입술을 핥았다. 깜짝 놀란 정몽연은 강책의 품 안에서 벌벌 떨었다. 홍무전선 무리들의 기세가 득의양양할때, 도심 전체에 새해를 맞이하는 큰 종소리가 들려왔다. 땡~~땡~~땡~~청량하고 귀를 진동하는 소리가 이어졌다. 사람의 마음에 그 어느 것과 비교할 수 없는 느낌을 가져다 주었다. 종소리에 홍무전선무리들도 발을 멈추고는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신년이다.지난 1년은 지나가고, 새로운 1년을 맞이 할 때가 온 것이다.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한 살을 더 먹었다. 연속되는 12번의 큰 종소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신년을 맞이하는 종소리가 멈추었다. 강책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 보았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담담히 입을 열었다.“오늘은 싸우고 싶은 마음이 아니야. 나한테 이성이 남아있을 때, 빨리 도망가는 게 좋을거야.” 강책의 평범한 말에도 그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가전은 배를 잡고 크게 웃으며 강책에게 말했다.“너 약간 모자란 애지? 우리 무리가 몇명인지 안보이는 거야? 뭐 1대 20으로 상대해보겠다는 거야? 너 그거 진심..”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바닥이 울리기 시작했다. 이어서 우르르 몰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다름 아닌 차소리 였다. 차들이 양때처럼 그들에게로 몰려왔다. 가전은 고개를 들어 화해공원의 주변을 둘러보았다. 고급차 한대가 공원 밖에 주차되어 있었고, 그 뒤를 따라 차들이 끝 없이 계속 들어왔다. 거리가 마치 차들로 인해 막힌 것 처럼 보이기도 했다. 모두 가격 5억이 훌쩍 넘는 고급차들 뿐 이였다. 대체 돈이 얼마나 많아야 이렇게 많은 차들을 살 수 있을까? 보이는 차들에 비해 가전무리들이 타고있는 오토바이는 한낱 어린아이들의 장난감 처럼 보일 뿐 이였다. 차문이 열리고 건장한 남자들이 하나 둘씩 차에서 내려왔다. 그리고는 북적북적 공원 안으로 들어왔
그 다음으로는 병든 외모, 태도가 거만한 남자가 나오더니 “십이간지 쌍둥이, 형님과 형수님 새해를 축하드립니다!” 라며 우렁차게 외쳤다. 이어서 십이간지 12명의 전사들이 하나 둘씩 새해인사를 외쳤다. 1:100은 가뿐히 상대할 수 있는 전설들의 등장 이였다. 12명 모두 강책의 오른 팔, 왼 팔을 담당하며 매번 그가 어려움에 처할 때 나타나 도와주었다. 가전은 그대로 자리에서 얼어버렸다. 그들의 포스가 너무 강렬한 탓에 바지에 오줌을 지릴 뻔했다. 오랫동안 건달을 해왔던 그였기에 12명 모두 평범한 사람은 아닐 것 이라는 걸 한번에 짐작했다. 사실, 부하직원들 명수만 보아도 그들의 능력을 알 수 있었다. 더 무서웠던 건 다름아닌 12명 모두 강책의 부하라는 사실이다. 그들이 강책에게 새해인사를 올리는 것에서 바로 알 수 있었다. 강변을 걸으면서 신발이 안 젖을 리는 없다라는 말이 있듯이 그는 건달로 살며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이런 환경 탓에 자신이 건드린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고 거만해진 것이다. 상황으 로보아 만약 다투게 된다면 홍무전선 사람들은 주먹질도 못하고 질게 뻔했다. 가전은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기연파경(약한자를 업신여기고, 강한 자를 두려워 한다의 뜻의 사자성어)이 홍무전선같은 깡패무리들의 특징이였다. 싸움이 나기도 전에 가전이 푸덕-이라는 소리와 함께 강책의 앞에 무릎을 꿇고는 큰 소리로 헐떡거리며 “저기...형님, 저도 새해인사 올립니다.” 라고 외쳤다. 큼큼...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창피한 장면이였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죽이겠다고 소리까지 지르며 협박까지 했는데, 무리들을 보고 깜짝 놀라 그대로 무릎까지 꿇어 새해인사를 올리는 가전의 낯짝은 너무 두꺼워 철면피와 다름 없었다. 가전의 강약약강의 태도에도 강책은 그를 순순히 놔주지 않았다. ‘정몽연’ 이라는 건들면 안될 것을 가전이 건드렸기에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강책의 마지막기회에도 가전은 스스로 돌아오지 않을 기회를 내다 버린것이다. 강책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고는
강책의 손은 여전히 힘을 놓지 않았다. 그로 인해 타이어가 터질 것 같았다. 이어서 강책은 어깨에 힘을 더 넣어 오토바이를 들어 올렸다. 그대로 진흙탕으로 내던졌다. 오토바이와 함께 타고 있던 홍무전선의 사람도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졌고, 오토바이가 부하의 다리를 짓눌러 큰 부상을 입었다. 홍무전선 무리들은 서로 멀뚱멀뚱 바라보고는 이게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인지 전혀 믿겨지지 않았다. 정몽연도 마찬가지로 깜짝 놀랐다. 이럴 줄 알았으면 무서워 할 필요가 없었을 텐데..저렇게 강한 사람이 자신의 남편이 맞는지 의심이 들었다. 강책은 따로 힘을 더 쓸 필요가 없어 보였다. 그는 손을 흔들고는 “쟤네들 꼴 보기 싫으니까 없애.” 라고 말했다. 그 순간 십이간지의 전갈이 무리들사이에서 걸어 나왔다. 전갈이 주먹을 쓰기도 전에 십이간지 소가 웃으면서 그를 막았다. “만약 그쪽이 시작하게 되면 저쪽 사람들 다 죽어요. 새해인데, 피를 볼 필요는 없잖아요. 제가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전갈은 차가운 얼굴을 하고는 아무 말 하지 않고 뒤로 몇 걸음 물러가 몸을 감추었다. 소는 주먹을 지고는 미소를 지으며 가전무리에게 다가갔다. 서경을 떠나 싸움을 한지는 오래였다. 그 열정 가득했던 그때가 떠올라 그리워졌다. 어렵게 얻은 기회를 이렇게 쉽게 놓칠 수 없었다. 2미터 정도 되는 키, 두툼한 팔을 가진 소가 다가오는 것을 바라보며 가전은 절망했다. 이런 포스, 건장한 몸을 가진 사람이라면 전투 기술은 안 봐도 뻔했다. 가전이 이길 수 없는 상대였다. 그가 멍을 때리고 있을 때 쯤, 소가 빠르게 가전의 앞으로 다가가 힘을 실어 그의 배를 주먹으로 쳤다. 마치 봉고차에 정면으로 들이 받은 듯한 충격과 비슷했다. 그는 공중에서 두 번 정도 회전 한 뒤, 그대로 화단에 나가떨어졌다. 한번의 펀치로 사람이 인사불성이 되었다. 황금 십이간지 중 힘으로만 따지자면 소가 제일 강했다. 강하다 못해 절망적인 파워였다. 그의 주먹 한 대는 다른 사람 주먹 열 대와 맞바꿀 수 있을 정도의 힘
자신을 바라보는 강책을 바라보며 “왜 그래?” 라며 정몽연이 물었다. 강책은 답하고 싶었지만 쓸데없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다가가더니 정몽연의 하얀 볼에 입술을 맞추었다. 순간, 하얀 볼이 빨갛게 변했다. 정몽연은 자신의 볼이 뜨거워 지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볼 뽀뽀를 하는 바람에 그녀의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미쳤어!” 정몽연은 자신의 분홍빛 주먹을 가지고 강책의 가슴팍을 치고는 도망쳤다. 옆에 있던 소가 큰 소리로 “형님, 얼른 쫓아 가셔야죠!” 라며 외쳤다. 강책은 소를 노려보았다. 소는 깜짝 놀라 입을 닫았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소의 말에는 도리가 있었다. 그리고는 강책은 바로 정몽연을 쫓아갔다. 달빛 아래로, 반짝이는 물결의 강변 도로에서 달리고 있는 두 그림자가 비춰졌다. 남자가 여자를 따라가고는 그녀를 자신의 품 안으로 넣었다.“몽연아.”“왜 또 무슨 말 하려고?”“아직 너한테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말을 못했거든.” 정몽연의 입꼬리가 올라가더니 행복한 미소를 내보였다. 그리고는 머리를 강책의 가슴팍에 기대고는 “Happy new year too.” 라며 말했다. .... 신년을 맞이 하며, 새로운 변화가 찾아왔다. 강남구의 연예 관련 업계 들에게는 큰 변화가 생겼다. 기모엔터테인먼트들의 시가는 80배 이상으로 미친 듯이 올라갔다. 빠르게 급상승 했고, 멈출 기력이 보이지 않았다. 웃는 사람이 있다면 우는 사람이 있듯이 이번에 우는 쪽은 백공엔터테인먼트였다. 준비한 자금으로 개최한 연말 콘서트는 철저히 망했고, 영향 뿐만 아니라 군중들에게 비웃음 거리가 되어버렸다. 티켓 사재기, 도둑질, 립싱크, 표절 등등의 안 좋은 기사들이 넘쳐났고, 백공엔터테인먼트를 철저히 무너지게 만들었다. 최단 시간 내로 사과 입장문을 밝히고 여배우 화상용의 출연금지령을 내렸지만 군중들은 모두 등을 돌린 뒤 였다. 짧은 시간 내에 백공엔터테인먼트의 주식은 급격히 떨어졌고, 원래의 3분의 2밖에 남지 않았다. 며칠 사이에 20
강남구 시내 중심, 천정 그룹의 이사장 사무실.손영정은 의자에 앉아 한 손에 담배를 물고 다리를 꼬고 있었다. 미친듯이 계속해서 담배를 빨며 마음속의 답답함을 달래었다. 그의 앞에 고개를 숙인 채 서있는 사람은 다름아닌 백공엔터테인먼트의 백신광 이였다. 옆에는 어느정도 지식이 있는 서문준이 앉아있었다. 이번 연말 콘서트의 실패로 백신광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손영정의 마음 속에 자신의 위치가 떨어졌다는 것을 짐작했다. 그저 오래 같이 일했다는 정으로 자신을 내치지 않기를 바랬다. 하지만 손영정은 ‘정’같은 건 거들떠 보지도 않는 사람이였다. 그는 백신광을 보고는 썩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이봐, 처음에 나한테 뭐라고 했었지? 네 입으로 나한테 일주일 시간만 주면 기모 무너뜨리겠다고 했었지? 그래서 해냈어? 지금은? 허허, 기모가 망하기는 개뿔, 지금 시가가 오르고 있잖아! 백공만 지금 미친듯이 떨어지고 있어. 강남구의 2위로 떨어졌다고! 백신광, 네 계획은 완벽하다고 하지 않았어? 어떻게 된 일인지 당장 설명해!” 그의 말에 백신광은 한 마디도 말하지 못했다. 할 말이 없었다. 강책이 훨씬 더 뛰어난 것이다. 예전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이번에 강책에 철저히 패하면서 결과를 승복했다. 강책의 수단과 지혜는 자신이 따라가기에는 멀었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백신광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손사장님, 할 말이 없습니다. 이번 일로 저는 두손 두발 다 들었습니다. 강책의 능력은 저보다 훨씬 뛰어나요. 재주가 남보다 못한 저의 탓이니, 그에 따른 징계는 달게 받겠습니다.” 손영정은 놀랐다. 백신광 같은 거만한 인재가 패배를 인정하다니... 보아하니 강책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였다. 물은 이미 엎지러 진 마당에, 소리를 지르고 아파해도 바뀌는 건 없다. 결국 손영정은 손을 흔들고는 그에게 답했다.“그래, 네 능력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니, 총재 일은 더 이상 이어 나갈 필요는 없어. 가서 짐 싸고 직접 사직서 내도록 해. 오늘 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