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두 사람은 손을 잡고 주차장으로 향했고, 정몽연이 차 문을 열고 차에 타려 하자 강책이 망설였다.그는 한참을 차를 바라보다가 이내 물었다.“이 차 포르쉐 아니야? 몽연아, 언제 새 차를 샀어?”“내 차 고장 난 거 잊었어? 아직 수리 중이야, 이 차는 내 둘째 오빠 꺼고. 오빠가 요 며칠 집에서 놀고 있고 차를 계속 회사에 두고 있어서 내가 잠시 빌린 거야.”“아, 정풍성 차였구나?”“맞아, 빨리 차에 타.”강책은 술을 마신 탓에 운전을 할 수가 없어 조수석에 올랐고, 정몽연이 차를 몰았다.정몽연은 차를 몰아 넓은 도로를 질주했지만 속도가 빠르지 않았다.중반을 지나자, 그녀는 약간 더위를 느껴 창문을 열었고, 운전을 하면서 바람을 쐬니 왠지 모르게 기분이 불쾌해졌다.이때 은백색의 GTR 한 대가 그녀의 차 뒤에 따라붙었고, 양방향 도로인 데다 가운데에 중앙선이 나 있었기 때문에 뒤에 있던 GTR이 추월을 하려 했지만 정몽연은 비켜줄 수 없었다.그러자 상대방이 경적을 네다섯 번 울렸다.정몽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뒤에 차 무슨 일이야? 이렇게 야심한 밤에 빨리 달려서 뭐 하려고? 더군다나 추월할 수도 없는 도론데.”그녀가 말을 하고 있던 도중, 경악스러운 일이 발생했다.GTR 차량이 중앙선을 침범한 뒤 힘차게 달려와 역주행 도로를 따라 정몽연의 차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맞은편 차에는 겉보기에도 아주 젊은 남자 두 명이 타고 있었다.운전자는 헤어밴드를 하고 늘씬한 몸매를 지녔고, 조수석에는 초라한 얼굴에 주근깨가 가득한 남자였다.주근깨 남자는 고개를 들어 손에 든 콜라를 원샷 한 뒤, 고개를 돌려 차를 사이에 두고 정몽연에게 소리쳤다.“어이, 운전 똑바로 못해? 무슨 굼벵이도 아니고, 뭘 그렇게 느리게 달려? 퉤.”그가 말을 마치자, 콜라병을 차창 밖으로 던지자 정몽연의 차 안으로 골인했고, 그 콜라병은 정몽연의 얼굴을 한 대 때렸다.그 후 주근깨 남은 정몽연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치켜세웠다.헤어밴드남이 가속페
강책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속도를 높였고, 눈 깜짝할 사이에 GTR 뒤로 따라붙었다.속도가 빨랐지만 강책의 차 모는 스킬은 전혀 흐트러짐이 없었고, 차 안은 매우 평온했다.정몽연은 조금 놀란 기색이었다, 강책의 운전 실력이 언제부터 이렇게 뛰어난 거지?아니면, 원래 이렇게 뛰어났는데 자신이 이때까지 몰랐던 것일까.GTR 차 안.헤어밴드 남은 차를 열심히 몰던 중 백미러를 통해 포르쉐가 쫓아오는 것을 발견했다.옆에 앉아 있던 주근깨 남이 웃으며 말했다.“셋째 형, 저 사람들이 따라오네.”그러자 헤어밴드 남이 차갑게 웃으며 대답했다.“무슨 자신감으로?”가속페달을 밟고 순식간에 질주한 GTR은 곧바로 포르쉐를 따돌렸고, 성능에서는 강책의 포르쉐보다 훨씬 뛰어났다.그러니 직선 가속에서 포르쉐는 많이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정몽연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책아, 됐어. 우린 성능으로 봐서도 저 차는 못 따라가.”하지만 강책은 전혀 개의치 않아 하면서 그녀에게 말했다.“잘 앉아있어, 코너 진입한다.”말이 끝나자 강책은 재빨리 핸들을 잡아당겨 매끄럽게 코너로 진입했고, GTR을 코너에서 따라잡았다.GTR은 직진 가속에 강했지만 커브길이 많은 곳에 도달하면 매우 난처해진다,.방금 커브길을 하나 지나자, 또 다시 코너가 나왔다.어렵사리 두 개의 코너를 통과했는데 연속으로 세 번째 코너라니, 헤어밴드 남은 당황해하며 프로 드라이버임에도 불구하고 험난한 노면에서는 조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는 브레이크를 밟으며 빠른 속도로 달릴 시 차가 도로 밖으로 날아가는 것을 막았다.하지만 바로 뒤에 있던 포르쉐가 쫓아오더니 세 개의 코너가 두 차의 간격을 완전히 좁혀버렸다.가장 무서운 것은 강책은 조금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여전히 가장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다는 것이었고, 세 번째 코너에 들어서도 그의 속도는 여전히 빨랐다.헤어밴드 남은 넋이 나간 얼굴을 하며 말했다.“저 사람 미쳤나? 이렇게 빨리 달려서 어떻게 코너를 돌려고? 목숨이 두 개
”응, 드리프트야. 이런 곳에서도 전에 없던 고수를 만나게 될 줄이야.”주근깨 남은 손에 든 콜라병을 바라보며 말했다.“근데 그 남자가 누군지도 모르네.”“이런 기술을 가졌다면 분명 프로 드라이버야. 강남시, 정말 쉽지 않네, 첫날부터 이렇게 패배하다니. 우선은 돌아가서 이 일을 형님에게 알리고, 포르쉐 차주를 꼭 찾아내야 해. 그런 훌륭한 인재가 합류하면 올해 우승 희망이 더 커질 거야.”헤어밴드 남은 GTR을 몰고 사라졌다.하지만 아무도 눈치 재지 못한 것은, 뒤쪽에 짙은 검은색 쿠페가 따라왔다는 점이다.차 안에는 남녀 각각 한 명씩 있었고, 여자는 손에 카메라를 들고 안경을 쓰고 있었다.그녀가 웃으며 말했다.“스피드 레이싱팀 사진을 몇 장 몰래 찍어서 뉴스를 보내려고 했는데 이런 경이로운 장면을 찍다니.”“스피드 팀의 셋째, 팀의 두 번째 에이스인 열염호가 이름 모를 포르쉐에게 추월당하다니.”“하하, 내일 헤드라인은 이미 나왔어!”한 편, 포르쉐 차 안.강책은 당황한 기색이 전혀 없이 느긋하게 차를 몰았고, 정몽연은 멍한 눈으로 앞을 바라보며 머리는 텅 빈 것 같은 느낌이었다.방금 전 무슨 일을 겪은 거지?그녀는 차가 곧 차도를 벗어나려고 하는 순간 ‘끽’소리와 함께 바퀴가 지면에 닿아 귀를 찌르는 듯한 소리를 낸 것만 들었고, 곧이어 차는 어떻게 된 영문인지도 모르게 코너로 안전하게 진입했다.강책은 도대체 어떻게 한 거지?그녀는 차에 동승해 있었음에도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정몽연은 차가 멈출 때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몽연아? 집에 도착했어, 이제 내려도 돼.”“응? 응.”정몽연은 강책의 부축을 받으며 차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갔고, 장모 소청은 딸의 모습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강책아, 몽연이 왜 저러니?”“괜찮아요, 어머니. 몽연이가 오늘 바람을 쐤더니 몸이 좀 불편한가 봐요.”“웁!”강책이 말을 마치자 정몽연은 토를 하기 시작했고, 소청은 다급하게 말했다.“아이고, 아가야, 무슨
다음날 아침.강책은 정몽연을 본사 건물로 데려다주고 차를 공터에 세웠다.두 사람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정봉성이 잔뜩 화가 난 채로 걸어오는 것을 발견했다.“정몽연, 누가 너보고 내 차를 몰라고 했어?!”정봉성이 화를 내며 물었다.“내 차가 수리 중이라서 잠시만 빌렸어. 걱정하지 마, 오늘은 안 몰 거니까.”정몽연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빌려? 나한테 말도 없이! 이건 도둑질이야!”정봉성은 자신의 차를 한 번 훑어보더니 앓는 소리를 내며 말했다.“아이고, 아이고, 내 차가 왜 이렇게 더러워진 거야?”정몽연은 재빨리 강책을 끌고 자리를 떠났다.정봉성은 아직 차가 더러워진 것에 난처해하고 있었고, 고개를 돌리자 정몽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정몽연아, 내 차 물어내!”그가 노발대발할 때 안경을 쓴 여기자가 다가왔고, 그 옆에는 카메라를 메고 있는 건장한 남자가 뒤따랐다.“실례합니다, 혹시 이 포르쉐 차주이신가요?”정봉성은 고개를 돌려 한 번 보더니 물었다.“그쪽은?”“저는 성림이라고 하고요, ‘스피드레이싱 잡지’의 기자입니다. 어제저녁 스피드 팀과의 대결을 보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당신의 실력에 매우 감명을 받아 단독 인터뷰를 진행하고 싶은데 괜찮으실까요?”스피드 팀? 인터뷰?정봉성은 어찌 된 일인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돌이켜 생각해 보니 정몽연에게 차를 빼앗겼을 때 자신의 포르쉐로 프로 레이서와 대결을 펼쳤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사람을 잘못 보신 거 같은데요?정봉성이 말했다.성림은 이러한 말을 미리 예상이라도 한 듯 휴대폰을 열어 사진 몇 장을 찾아서 보여 주었다.“선생님, 여기 저희가 어제저녁에 찍은 사진들입니다, 일부러 실력을 감추려 들지 마세요.”“네? 한 번 봅시다.”정봉성은 사진을 몇 번을 쳐다보았고, 사진 속의 차는 정말 자신의 포르쉐였다.즉, 정몽연 혹은 다른 누군가가 자신의 차를 이용해 프로 레이서와 겨뤘다는 것. 가장 중요한 것은 사진 속 상황을 보면 대결에서 이겼다는 것이다.그는 기침
보도가 나오자마자 순식간에 뉴스가 퍼지기 시작했다.조용하고, 민간의 레이싱 신, 전장의 프로 레이싱 선수.레이싱 경기를 즐기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기회였고, 레이싱에 관심이 없는 대중들조차도 이 레이싱 신의 실력에 탄복해 마지않았다.며칠째 여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꽃도 바치고, 사인도 해주며 심지어는 정봉성과 결혼하고 싶다 하는 열성팬까지 생겨났다.불과 며칠 사이 정봉성 세 글자가 붐을 일으키며 강남구에서 손꼽히는 레이싱 신이 되었고, 강남의 정 씨네 집안에 대단한 인물이 나왔다는 것은 이제 누구나 아는 사실이 되었다!정봉성이 사람들에게서 받은 존경과 꽃들은 사람들의 많은 부러움을 샀다.이날.정몽연이 거실 소파에 앉아 정봉성에 대한 기사를 하나씩 훑었고, 화가 나서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버렸다.결국 그녀는 휴대폰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이게 뭐야, 화나 죽겠어 아주!”“그날 차를 몰고 GTR을 이긴 건 분명 강책인데 왜 뜬금없이 정봉성이 된 거야?”“정봉성 운전 실력은 나보다 더 떨어지는데 왜 레이싱 신이 된 거야? 잡지를 운영하는 편집자들도 심의를 거치지 않은 건가?”“정말 화나 죽겠어!”강책은 레모네이드 한 잔을 들고 와 정몽연 앞에 섰다.“자, 화내지 말고 물 한 잔 마셔.”정몽연은 강책이 건넨 레모네이드를 한 모금 마시더니, “윽, 시다.”라고 말을 내뱉었다.“너도 신맛을 아네?”강책이 웃으며 말했고, 정몽연은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내가 너 대신해서 억울해하는 거 아니야, 그런데 날 비꼬고 있는 거야?”“비꼬는 게 아니라, 화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왜 필요 없어? 네가 GTR을 이겼고, 프로 레이서를 이겼다는 걸 알아야 해. 존경과 꽃을 받았어야 할 사람은 너야. 정봉성은 아무런 력도 없는 주제에 허세를 부리고 있으니, 보기만 해도 역겨워.”그러자 강책은 정몽연의 손을 붙잡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사실, 세상은 너무 공평해. 우린 정봉성의 차를 몰았으니 공로를 그에게 빼앗겨도 할 말이
정 씨네 메인 회사, 오피스 빌딩, 회의실.정중은 회사의 주요 인원들과 미팅을 가지며 향후 한 달간의 사업 계획을 논의하고 있었고, 정몽연, 정봉성도 자리를 함께하고 있다.의논하던 중 한 여비서가 들어와 정중에게 말했다.“회장님, 밖에 자칭 ‘코브라’라는 남자가 둘째 도련님을 만나 뵙고 싶어 합니다.”응? 코브라? 정봉성을 만나겠다고?정중이 정봉성에게 물었다.“언제 이런 얼통당토않은 사람들과 어울린 게야?”그러자 정봉성은 연신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아뇨, 전 모르는 사람입니다.”“잘 들은 거 맞아요? 날 찾아왔다고?”그가 비서에게 물었다.“맞습니다, 일곱 여덟 명을 데리고 왔고, 무슨 ‘스피드 팀’의 멤버인 것 같습니다.”스피드 팀이라는 이름을 듣자, 정봉성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하며 문제가 발생할 거라는 걸 예견했다.요 며칠 정중도 못된 손자가 웬일인지 갑자기 칭찬받는 민간의 레이싱 신이 되어 유명해진 사실을 알고 있었다.정중의 인식에서 정봉성의 운전 실력은 매우 개차반이었고, 레이싱 신과는 거리가 멀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의문이었다.“스피드 팀은 전국 최고의 프로팀인데 그 사람들이 먼저 찾아와서 만나자고 한 이성 거절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네. 봉성아, 가서 만나보거라.”“네? 아……”정봉성의 낯빛이 어두워지며 마지못해 일어나 나갔다.다른 사람들도 회의할 마음이 사라져 일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했고, 특히나 정몽연은 정봉성이 어떻게 할지를 가장 궁금해했다.정중 또한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해했다.그러자 회의는 곧바로 끝이 났고, 모두 일어나 자리를 떠나 홀까지 따라오자 코브라와 팀원들이 보였다.코브라는 말랐지만 근육질 몸매를 가졌고, 온몸에서 살기를 뿜어내며 특히나 그 눈동자는 한 번 마주치면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였다.정봉성은 그와 눈만 마주쳤는데도 고개를 돌려 다시는 그를 쳐다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코브라는 눈을 가늘게 뜨며 눈앞에 있는 남자가 정말로 팀의 에이스인 열염호를 무너뜨린 사람인지 의심하기 시작
오늘 은경사는 전설의 레이서에 도전하는 날이다. 반드시 잃어버린 자존심을 되찾아야 한다!정봉성은 자신이 프로 레이서와 비교가 안된다는 것을 아주 잘 안다.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키며 머리를 긁적였다. “저기, 제 생각에는 굳이…”은경사가 정봉성을 매섭게 노려보자 정봉성은 겁에 질려 침을 삼켰다. 은경사가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당연히 정 선생님 손해 볼 게임은 안 하죠. 승패가 어떻든 개런티 1억 드릴게요. ‘1억?’‘승패 상관없이?’요즘 돈이 없는 정봉성은 솔깃했다. ‘일단 승낙하고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하지 뭐, 어차피 상대는 프로 레이서이니까 져도 창피할 거 없어.’‘져도 1억을 받을 수 있으니 해볼 만하다!’정봉성이 불쌍하게 물었다. “정말 승패 상관없이 1억 주는 거예요?”은경사가 웃으며 손을 흔들자 누군가 계약서를 가지고 왔다. “계약서에 사인하세요. 승패 상관없이 1억을 드리겠습니다.”“제가 지면 당장 이곳을 떠나고 다시는 강남에 발 들이지 않을게요.”“하지만, 당신이 지면…”정봉성이 어리둥절하며 물었다. “제가 지면요?”“하하, 정 선생님이 강남 정가 집안사람이라 들었습니다. 만약 정 선생님이 지면 다른 건 필요 없고 정가 집안 간판 저에게 주면 돼요.” “그게…”정중이 정봉성의 말을 가로채며 말했다. “안돼! 조상 간판은 우리 집안에서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명예야! 그걸 어떻게 뗄 수 있어! “은경사가 웃으며 말했다. “어르신, 지금 체면 생각하는 거예요? 정가 집안이 저희 스피드 팀을 처참히 짓밟았을 때 저희 체면은 생각 안 해봤어요?”은경사가 화제를 돌려 말했다. “어르신, 그리고 정봉성은 아마추어 레이서지만 기술이 그렇게 좋은데 어떻게 질 수 있어요?”정중이 화가 나 얼굴이 시뻘게졌다. “안돼, 네가 무슨 말을 해도 절대 승낙 못해!”은경사가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프로 레이서도 이름뿐이에요. 정가 집안이 목숨을 아끼고 죽음을 극도로 무서워하잖아요. 됐어요. 열염호, 가서 기자들한테 정가 집
은경사가 말했다. “저는 할 말 다 했습니다.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전화로 시간이랑 장소 알려주세요.” 은경사는 말을 마치고 떠났다. 정봉성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자신의 형편없는 운전 실력으로 프로 레이서와 비교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도망자가 될 수는 없다. 계약서에도 사인을 했고, 시합에서 지면 조상 가판도 떼야 한다. 어떡하면 좋을까?정중은 정봉성을 믿는 것 같았다. 정중이 정봉성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봉성아, 힘내라. 할아버지 실망시키지 마. 은경사를 한 번 이겨봤으니 두 번도 이길 수 있어!”“감히 우리 정가 집안에 까불다니. 하하, 우리 집안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줘!”“봉성아 힘내라. 할아버지는 이미 늙어서 너에게 이 자리를 물려줄 거다. 손자들 중에 문호가 너보다 낫지만 우리 집안 사람이 아니니 난 네가 더 중요하다.”“너는 제발 강책 그놈처럼 할아버지 화나게 하면 안 돼, 알았지?”정봉성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웃는 모습이 우는 모습보다 더 가관이었다. 정봉성은 자신의 운전 실력을 사실대로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정중이 자신을 중요시 여기니 솔직히 말하면 정중의 체면을 구기는 것 아닌가?절대 말할 수 없다. 정봉성은 할 수 없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 “할아버지, 걱정 마세요. 할아버지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게요!”“그래. 이게 바로 내 손자다!”정중은 웃으며 자리를 떠나고 다른 사람들도 하나 둘 떠났다. 정봉성은 회의실을 나가려는 정몽연의 팔을 황급히 잡아당겨 한쪽으로 데려갔다. “오빠, 뭐 하는 거야?”정봉성이 주위를 살피고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 말했다. “몽연아, 이번에 무조건 나 좀 도와줘!”정몽연은 웃으며 일부러 물었다. “무슨 말이야? 무슨 말 인지 잘 모르겠어.”“야, 너 뭘 숨기는 거야? 저번에 내 차 빌려서 스피드 팀하고 시합한 거 내가 아니라 너잖아! 내 운전 실력으로 은경사 못 이기는 너도 알잖아.”정몽연이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이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