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헌이 크게 소리질렀다.“어디서 모르는 척 하고 있어! 대체 왜 이런 스파이 짓을 하고 있는 거야! 왜 회장님을 배신했냐고!”그의 고함소리에 신태희는 깜짝 놀랐다. “계속 네 뒤를 밟았어, 마음 한켠에는 거짓말이라고도 믿고 싶었어. 다른 사람이 배신해도 넌 배신하면 안되니깐. 태희야, 너는 회장님의 친자식이야. 근데 왜 강책이랑 손을 잡고 네 아버지를 상대하려는 거지? 대체 네가 뭐가 부족해서 이딴 짓을 벌이는 거야?! 돈, 권력 아니면 위치? 말해, 네가 원하는 게 대체 뭐야?!”소헌의 마지막 말 한마디는 거의 포효에 가까웠다, 그는 신태희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들려오는 신태희의 대답은 그를 순식간에 침착하게 만들어 주었다.“가족이요.”그녀의 한 마디에 소헌은 어쩔 줄 몰라했다. “저희 아버지와 같이 지내신지 10년도 더 넘은 비서님은 요즘 아버지께 무슨 변화가 생겼는지. 제가 말한 가족이라는 말도 무슨 뜻인지 잘 아실거라 믿습니다.”소헌은 당연히 알고 있다.신태열은 권력을 쥐기 위해 난폭하게 변해버렸다. 그에게 가족은 형식적인 존재였고 부녀의 감정 또한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사실 신태열과 마찬가지로 소헌도 똑같았다. 자신의 친아들과 양아들이 모두 죽었을 때야 비로소 오랜시간 동안 그들과 놀아주지 못했다는 사실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소헌의 목소리가 작아졌다.“그렇구나, 이게 네가 배신한 이유구나.”“네, 저희가 가진 재산은 이미 많습니다. 화상 그룹이 만약 파산하더라도 저희에게는 한 평생 동안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이 쌓여 있어요. 그러니 이제 그만 해도 되지 않을까요? 저는 오로지 화상 그룹을 파산시키고, 저희 아버지를 욕망 속에서 구해내는 게 목적이에요, 제가 원하는 건 그 화목했던 가족으로 다시 돌아가는 겁니다.”소헌은 그제야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신태희는 돈, 권력 또는 위치를 바란 것이 아닌 부친의 사랑을 가지고 싶었던 것이다.신태희는 오랜 시간동안 산과 같은 아버지의 사랑을 느낀 적이
이제 두 사람 사이에 남은 정은 없다.소헌은 신태희가 크게 울부짖으며 도망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의 생각과는 반대로 신태희는 가만히 자리에 앉아 침착한 모습을 보였다.소헌이 차갑게 말했다.“왜, 완전히 포기 한 거야?”신태희는 소헌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저 앞을 바라보며 전혀 상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때, 이보겸이 천천히 걸어왔다. 그가 조수석의 차문을 열며 말했다. “어르신, 부르셨습니까?”“자기가 스파이라는걸 이미 다 인정했어. 얼른 화상 그룹으로 데려가. 나머지 일은 회장님께서 처리하실 거야.”소헌은 일이 일단락 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예상을 뒤엎는 반전이 벌어졌다.이보겸이 뒤에서 칼을 꺼내 들고는 신태희가 아닌 소헌의 목에 갖다 댔다.“뭐야?!”소헌이 깜짝 놀랐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이보겸, 이게 뭐하는 짓이야?”이보겸이 대답하기 전에 신태희가 먼저 말했다.“정말로 제가 비서님의 계획에 순순히 속았다고 생각하세요?”소헌은 그제야 무언가 깨달았다. 그는 이보겸과 신태희를 번갈아 보면서 화를 냈다.“같은 편이였어?!”이보겸이 한숨을 내쉬었다.“어르신, 그러니까 제가 부회장님은 건들지 말자고 누누히 말씀 드렸지 않았습니까. 부회장님과 어르신 중에 한 명을 선택하라고 하면, 저는 어르신의 희생을 선택 할 겁니다.”“이보겸! 자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지 알고는 있어?! 신태희가 대체 자네한테 뭘 줬 길래 이런 짓을 하는 거야? 말해, 돈이야? 그럼 내가 3배로 줄게!”“돈이요?”이보겸이 미소를 지었다.“어르신, 죄송하지만 이 세상에는 돈으로도 해결하지 못할 일이 있습니다. 태희를 도울 수만 있다면, 단 한 푼도 원하지 않습니다. 이 사람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내놓을 수 있습니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신태희를 ‘부회장님’이라고 부르던 이보겸의 모습은 사라지고, ‘태희’ 라고 다정하게 그녀를 불렀다. 그의 말투에서는 신태희를 향한 ‘사랑’ 이 넘쳤다.
소헌이 이보겸을 찾았을 때 부터 계획은 이미 실패였다.“그러니까, 처음부터 내 계획을 알고 있었던 거였어?”신태희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당연히 알고 있었습니다. 함정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듣고, 저도 제 함정으로 비서님을 속인 거구요. 비서님, 사실 오래 전부터 비서님을 처리하고 싶었는데.. 제 발로 찾아오셨네요.”소헌이 이빨을 꽉 깨물었다.“나를 건드리면 회장님께서 너네 둘을 가만 두지 않으실 거야!” “아버지요? 아버지는 저희 말고 강책을 상대 할 겁니다.”“무슨 뜻이지?”이때, 이보겸이 나서서 설명했다.“저희가 왜 강책을 불러냈는지 아십니까? 정보 전달의 목적이 아니라 누명을 쓰게 만들기 위함 이였습니다. 저희가 여기서 어르신을 죽이고, 모든 책임을 강책에게 떠넘길 생각입니다. 어차피 강책과 회장님은 서로 천하의 적이 아닙니까.”소헌은 초조하고 화가 났다. 동시에 허탈함이 밀려왔다.강책이 그를 죽였다고 누명을 씌우면, 신태희와 이보겸은 혐의대상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 결국 신태열은 강책에게 눈을 돌릴게 뻔하다. “이 X같은 두 년 놈들, 너네가 이래도 무사할 것 같아?!”소헌은 욕만 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이어서 그의 마지막 시간이 찾아왔다.평생동안 남에게 악독한 짓을 살아왔지만, 결국 남에게 똑같이 당하고 말았다. 나쁜 일을 하면, 결국 언젠간 그만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푹”이라는 소리와 함께 이보겸은 칼로 소헌의 목을 그었다. 새빨간 피가 터져 나오고, 소헌은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목을 감쌌다.목숨이 끊어지는 와중에도 그의 두 눈은 운전석에 앉아있는 신태희를 향했다.신태희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소헌을 처리했다는 사실에 마음이 한결 홀가분 해졌다.소헌이 세상에 없다면, 신태열의 ‘팔’ 이 없어지는 것과 다름 없다. 즉, 신태희의 ‘꿈’을 이루기 위해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다.이보겸이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먼저 가, 여긴 내가 처리할게.”“응.”신태희는 문을 열
화상 그룹 건물 안.신태희가 사무실 안으로 돌아왔다, 물을 들이키며 자신의 불안한 마음을 억눌렀다. 절대로 들킬 리 없다고 자신을 안정시켰다. 20분 뒤, 이보겸이 돌아왔다.그의 몸은 상처와 피로 가득했다, 마치 큰 싸움에서 겨우 살아 돌아 온 모습이었다.이보겸은 신태희와 눈을 마주치고는 신호를 주었다.“이보겸씨!”신태희가 크게 소리를 지르며 이보겸을 부축했다, 그리고 정해운을 불러 치료를 진행했다. 이 일은 회사 안에 빠르게 퍼져 나갔고, 신태열도 이보겸의 상황에 대해 알게 되었다.그는 잠시 일을 멈추고 신태희의 사무실에 찾아왔다. “어떻게 된 거야?”신태희는 신태열을 보고 고개를 푹 숙였다. 신태열은 그녀의 모습에 더 화를 냈다.“어떻게 된 거냐고 묻잖아!”이때, 이보겸이 입을 열었다.“회장님, 부회장님을 탓하실 필요 없습니다. 사실, 이 모든 일은 저와 소헌 어르신이 같이 만든 계획입니다. 부회장님은 동의 하지 않으셨어요, 저와 어르신이 고집하다가 이런 일이 벌어진 겁니다.”화상 그룹은 이미 연산시의 통제력도 잃어 위태로운 상황이다, 제일 조심스러워야 하는 상황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말해, 무슨 일이야?”이보겸이 입술을 꽉 깨물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서 힘들게 말을 꺼냈다.“저와 소헌 어르신은 강책에 대한 반격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 놈이 의기양양 할 때를 노려 공격하면, 절대로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저희의 예상을 빗나갔습니다.” 이어서 신태열이 쓰레기통을 발로 차더니 크게 화를 냈다.“강책이 어떤 놈인지 아직도 몰라? 어떻게 그런 실수를 저질러?! 나한테 상의라도 하고 행동해야 할 거 아니야!”“회장님께 선물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회장님이 아닌 부회장님을 찾아 갔었습니다, 부회장님께서는 허락을 하지 않으셨어요. 결국 저와 소헌 어르신만..”신태열은 분노를 억눌렀다.“소헌은 어디갔어? 당장 불러와, 똑바로 설명하라고 해!”이때, 이보겸의 눈에
신태열과 소헌은 몇 십년 동안 서로에게 기대며 지냈다.가족보다도 더 친한 사람이 소헌 이었고, 소헌은 신태열을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내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싸늘한 시신으로 그의 곁으로 돌아왔다.“소헌아!!!!”강한 신태열도 이 순간만큼은 고통의 눈물을 흘렸다. 한편, 신태희는 고통스러워 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파왔다. 하지만 그녀는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고통은 잠시 뿐이야, 비가 그쳐야 해가 뜨는 법이지. 가족을 위해서라면, 소헌의 희생은 꼭 필요했어.”신태열은 이미 절망의 끝에 떨어졌다, 그는 혼자서 사무실을 나왔다. 그에게 느껴지는 고독함은 안타까울 정도였다. 이 모든 건 권력게임의 대가다.권력을 얻기 위해 남을 죽이고, 남의 가정에게 큰 슬픔을 주었다면, 자신도 똑같이 되갚음을 당하게 된다.게임장에 들어온 이상, 게임의 룰은 지켜야 한다.신태희와 이보겸은 눈을 마주쳤다. 그들의 연기는 신태열을 완벽하게 속였고 계획이 순조롭게 흘러갔다. 이제 남은 건...두 사람은 동시에 정해운을 바라보았다. 이때, 정해운의 등골이 서늘 해지더니 온 몸의 털이 쭈뼛 섰다.그리고 그는 바로 자리를 떴다. 정해운은 방탕한 생활 속에 살고 있지만, 사실은 매우 조심스러운 사람이다, 그를 처리하는 건 결코 소헌보다 쉽지 않다. ..한편, 식약식당 안.강책이 다시 식당 안으로 돌아와 겉옷을 벗었다. 물고기 자리가 다가가 그의 옷을 받았다.“총수님, 어떻습니까? 신태희씨가 이번에는 어떤 정보를 알려주셨습니까?”강책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이번에는 정보 전달이 아니라 나한테 누명을 씌우겠다고 했어.”물고기 자리가 잠시 멈칫했다.“네? 신태희씨가 총수님을 공격하실 생각입니까?”강책이 고개를 저었다.“아니, 나 대신 더 큰 장애물을 처리해줬어. 그 ‘공로’ 를 내 머리 위에 씌운 거야.”“잘못 들었습니다?”강책의 그의 귀에 다가가 속삭였다.“신태희가 소헌을 죽였어.”“네?!”물고기 자리가 깜짝 놀
이런 사람이 신태희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은 강책이 말해주지 않았다면, 아마 믿지 않았을 것이다.침착하게 생각해보면, 소헌의 죽음은 강책 일행의 큰 도움이었다.“소헌이 죽으면, 신태열의 팔이 꺾이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남은 건, 정해운 뿐입니다. 정해운만 죽으면, 신태열은 공격할 수 있는 무기가 사라지고, 결국 연산시를 포기하게 될 거고 동시에 신태희의 부탁을 도와준 셈입니다.” 대화를 나누는 도중, 문 앞에 검은 색 차량이 세워졌다. 차 안에서 세명의 사람이 나왔다.제일 앞에 서있는 사람은 다름아닌 장유나였다, 노문강이 장유나의 옆을 지켰다. 또 한명은 정장 차림에 모자를 눌러 쓰고 있었고 마치 보안요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그들이 식당 안으로 들어오자 강책이 그들을 맞이했다. “아이고, 귀한 손님들 이시군요. 말씀이라도 하고 오셨으면, 마중이라도 나갔을 텐데요.”장유나가 손을 내저었다.“됐습니다, 얼른 음식을 준비해주세요.”장유나와 강책은 사이가 좋기 때문에 그녀의 서슴없는 태도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강책은 빠르게 장유나를 위해 음식을 차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모든 음식들이 완성 되었다, 탁자 위에는 음식들로 가득찼다. 장유나와 노문강이 자리에 앉아 식사를 즐겼다. 다른 주제의 대화는 없었고, 강책도 묻지 않았다. 하지만 물고기 자리는 이상함을 느꼈다, 강책을 도와 장훈과 연락을 해주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가 입을 열려고 할 때, 장유나의 뒤에 서있는 보안요원이 헛기침을 했다. 그리고 모자를 벗어 인사를 건넸다.“강책, 오랜만이야.”물고기 자리는 보안요원의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 보안요원의 정체는 다름아닌 장훈이었다.장훈은 용맥의 눈을 피하기 위해 보안요원으로 분장한 것이다. 사실 강책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고 물고기 자리만 놀라 눈이 휘둥그레 졌다.강책은 장훈을 보지도 않고, 미소를 지으며 장유나를 바라보았다.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장훈에게 말을 건넸다.“장 회장님의 도움이
강책은 장훈의 답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가 용맥을 피해 공격하는 계획을 제안할 줄 알았지만, 그 반대였다.장훈의 말대로라면, 용맥은 반드시 자신의 정체를 들어낸다. 하지만 두려운건 용맥의 공격이다.사실, 장훈의 제안은 자신이 갈망하던 것이다.용의 물에 통제된 삶에서 조금이라도 일찍 나오고 싶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끝을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그의 대담한 제안은 강책의 마음에 쏙 들었다. 그는 코를 만지작 거렸다.“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행동하겠습니다. 그리고 소헌이 죽었습니다, 이제 남은 건 정해운 이에요. 정해운만 처리하면, 신태열도 끝입니다.”두 사람이 모두 사라지고, 화상 그룹의 위태로운 상황은 신태열을 절벽 끝으로 몰아 세울 것이다.용맥이 나오지 않는다면, 연산시는 또 다른 모습이 펼쳐질 것이다. 하지만 정체를 드러낸다면 장훈, 김한철 일행과 함께 정면승부를 해서 단판을 지을 생각이다.식사는 순식간에 지나갔다, 장유나가 입을 닦으며 말했다.“역시 맛있어. 이건 보답입니다.”그녀는 금색 동전을 건넸다. 동전 위에는 작은 종이 하나가 붙어져 있었고그 종이 안에는 긴 숫자가 적혀 있었다. 장훈과 연락 할 때 필요한 번호였다. 강책은 동전을 집어 들었다. 이어서 미소를 지은 채 장유나 일행을 배웅했다. ..같은 시각, 화상 그룹 안.한 사람이 불안에 떨고 있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정해운이다.현재 그는 주지육림에 대한 관심이 쏙 사라졌다. 심지어는 모든 여자들을 다 밖으로 내쫓았다. 방 안에 혼자 덩그러니 남아 중얼거렸다.“그 다음은 나겠지?”그가 지금까지 방탕한 생활을 살아왔지만, 어떤 상황이 위험한 건지는 정확히 꿰뚫어 보았다. 지금 상황은 화상 그룹에게 원한을 가진 사람들에게 제일 좋은 기회이다.정해운은 소헌의 죽음이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했다.신태열의 양팔 역할을 하던 소헌이 죽었다는 건, 회사는 곧 무너질 것이라는 징조다.자신이 곧 화상 그룹의 유일한 ‘무기’ 가 될 것이라 생각이다.
이때,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오른 정해운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맞다, 저 접목할 수 있어요!”정해운은 즉시 여지원과 김하윤을 불렀다. 여지원과 김하윤은 그들한테 정해운이 자신의 욕망을 풀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정해운은 두 사람의 털끝 하나도 건들지 않고 오히려 매너 있게 행동했다. 오히려 두 여자가 당황했다. 잠시 후, 두 여자는 정해운과 술을 마시고 기절하고 말았다. 정해운은 두 손을 비비며 말했다. “좋아, 이 두 계집애한테 먼저 시험해 봐야겠어. 날 죽이려고 했지? 하하, 어디 한 번 피 터지도록 싸워 보자! 너희가 나를 죽이려 하니 희생양을 데려와야지.”대략 한 시간 후, 정해운은 여지원과 김하윤을 꽁꽁 묶었다.정해운은 호탕하게 웃으며 신태희에게 전화를 해 당장 오라고 했다. 평소 정해운과 신태희는 서로를 상대하지 않는다. 따라서 정해운이 신태희를 부르는 이유는 분명 좋은 일은 아니다. 때문에 신태희는 혼자 가지 않고 이보겸과 함께 갔다. 잠시 후, 신태희와 이보겸은 정해운이 있는 주지육림에 도착했다. 신태희가 정해운에게 말했다. “정해운 씨, 무슨 일로 저를 부르셨죠?”정해운은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신태희 씨, 소헌이 죽고 난 후로 저는 항상 누군가 제 목숨을 노리고 있는 것 같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어요.”신태희는 정해운의 쓸데없는 소리에 차갑게 비웃었다. 신태희는 정해운이 아직도 두 다리 뻗고 편안하게 잔다면 정해운을 죽여버리고 싶었을 것이다. 정해운은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계속해서 말했다. “신태희 씨가 불안한 저를 보호해 주시면 좋겠어요. 앞으로 그 누구도 저를 건드리지 못하게 보호해 주세요.”보호해달라고?하하, 너를 죽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해. 하지만 신태희는 곧 바로 이상하다고 느꼈다. 보통 이런 일이라면 정해운은 그녀가 아닌 신태열에게 부탁할 것이다. 화상 그룹 내에서는 신태열만이 정해운을 보호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신태희와 정해운이 서로 맞지 않다는 것은 정해운 자신도 알고
그가 몇 대의 승계자인지 모르지만 드디어 강책의 일행에게 잡혔다. 이어서 김한철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국에 있는 용맥 단체를 모두 잡아 들였다.한편, 200만 명 시민들도 해독약을 먹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들은 강책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연산 시와 다른 도시에 강책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석고상을 지었다.강책의 훌륭한 명성은 후세에도 전해질 것이다.…엄수 집안.장유나가 장훈의 앞으로 껑충껑충 뛰어갔다.“아버지, 제 말이 맞죠? 강책이 분명히 나타날 거라고 했잖아요!”장훈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강책의 강인함과 자신을 괴롭혔던 저주가 풀렸다는 사실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는 드디어 ‘평범한 사람’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식약 식당 안.강책이 황금 십이궁을 이끌고 식당으로 돌아왔다.도착하자마자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정몽연의 모습이 보였다.“강책! 나 진짜 화났어, 진짜 죽은 줄 알았잖아!” 강책이 어깨를 들썩이고는 다정하게 말했다.“미안,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할게.”“진짜야?”“응, 진짜야.”강책이 정몽연을 덥석 안고는 이마에 뽀뽀했다. 정몽연은 살짝 화가 풀렸다.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물었다.“그럼, 어떤 신분을 숨기고 있는지 말해줘.”“어... 그게… 잠깐만.”강책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말했다.“연산 시의 식약 식당, 한사랑 병원이 내 명의라는 건 알고 있을 거야.”그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강남구의 침몽 하이테크랑 기모 엔터테인먼트도 내 명의야.”“뭐?”정몽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남구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대기업을 강책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경성의 강씨 집안, 성월각도 내 명의야.”“뭐라고?”정몽연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의 자산은 한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이었다.“그리고 사실 경성에 갔을 때, 수라 군신의 자리를 다시 되찾았어.”“강책!”정몽연은 화가 나면서도 기뻤다.“어떻게 이 사실을 다 숨기
용맥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책은 분명 죽지 않았는가.“뭘 또 그렇게 놀라.”인파들 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나왔다, 다름 아닌 이미 사망신고가 내려진 강책이었다.“연구가 99퍼센트까지 했는데 마지막 1퍼센트는 도저히 채울 수 없더라고. 그래서 내가 용의 물을 마셔서 직접 독소를 느껴보면 1퍼센트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그 1퍼센트가 뭔지 알아냈고, 해독약을 쉽게 제조할 수 있었어. 이제 용의 물과 이어진 연결도 끊어졌을 거야. 즉, 너는 아무도 죽일 수 없어. 용맥, 네가 졌어.”용맥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강책을 바라보았다.수천 년 동안 전해졌던 역사가 강책의 손에서 끊어지고 말았다. 사실, 용맥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느껴지는 불안함에 강책을 죽이려고 젖 먹던 힘까지 썼지만 그는 결국 해독을 완성시키고 말았다. 용맥이 잠시 생각하고는 이상함을 감지했다.“네가 용의 물을 마시는 동시에 내가 독소를 조종해서 너를 죽게 만들었어,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해독약을 만들었다는 거야?”강책이 용의 물을 들이켰을 때, 이미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분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망칠 길은 전혀 없었다.이때, 강책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신태열 덕분이야.”용맥은 그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그때 심장이 멎었던 이유는 용의 물 때문이 아니야, 그건 서심산 때문이었어. 신태열도 당신의 용의 물을 보면서 비슷한 독약을 만들고 싶어 했어,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얼떨결에 ‘서심산’이라는 독소를 만들어냈어. 그 덕에 연산 시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어. 즉, 서심산은 ‘용의 물’의 짝퉁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큰 비밀을 알아냈어. 두 독약은 상호 배타적 관계를 가졌다는 거였어.”둘 중 독소가 하나라도 몸에 있으면 또 다른 독소는 체내에서 살 수 없다.즉, 서심산을 마셨다면 체내에는 같은 성분인 ‘용의 물’을 배제하는 항체가 생긴다.강책은 용의 물을
사실, 김한철은 그의 지시대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헬기 준비와 위부서에게 용맥을 호송해달라는 부탁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가 차올랐다.“이런 젠장!”그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연산 시 전체가 먹구름이 짙게 끼었다. 한편, 엄수 집안.집안의 가주 장훈이 정원에 앉아있다. 시든 꽃을 보는 그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그는 평생동안 김씨 어르신을 지지하면서 용의 물의 해독을 기대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게다가 그의 제자들인 무상명인 정해운과 강책 모두 죽고 말았다. 결국 용의 물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모두 사라졌다.“하....”장훈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년 동안 가문에 걸렸던 저주는 결국 풀지 못하는 건가.결국 용맥의 ‘부하’로 영원히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때, 장유나가 다가왔다.“아버지, 한숨 그만 쉬세요.”장훈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한숨도 못 쉬게 하는 거야?”“한 두 번 겪는 것도 아니잖아요, 매번 궁지에 몰릴 때마다 강책이 나타났잖아요.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라 믿어요.”장훈이 고개를 저었다, 상황역전의 대명사였던 강책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강책은 용의 물을 마셨고, 생방송에서 그의 사망 원인은 용의 물에 의한 독성 때문이라고 밝혔다.그는 세상을 떠난 사람이 확실했다.“아니요, 전 안 믿어요!”장유나가 굳건한 눈빛으로 말했다.“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강책이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그녀는 씩씩거리면서 자리를 떴다. 장훈은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렇게 믿고 싶어, 하지만 강책은 불사신이 아니야.”…12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건물 앞에 헬기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주위로는 보디가드가 자리를 지켰다.이때, 가면을 쓴 남자가 헬기를 향해 다가갔다. 남자는 다름 아닌 ‘용맥’이었다.김한철은 자리에 서서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용맥은 아랑곳하지 않고 김한철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김청장, 고마
그의 말에 대중들은 충격에 빠졌다, 마치 번개에 맞은 것 같이 순식간에 풀이 죽어버렸다.그 중 몇 명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 앉았다.강책의 죽음이 자신들의 생명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참담했다.용맥은 여전히 대중들의 생명을 ‘패’로 생각하고 정부를 향한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게다가 그들의 생명은 용맥이 쥐고 있기 때문에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더 끔찍한 사실은 유일하게 독을 해독할 수 있었던 인물을 대중들이 죽여 버렸다는 사실이다.김씨 어르신과 무상명인 정해운이 죽고, 강책은 ‘접묵 기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결국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진 지금, 용의 물은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게 되었다.현장에는 절망스런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막막함과 후회스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항상 위기의 상황에 나타나 자신들을 구해주고, 항상 승리의 여신 편이었던 인물을 그릇된 판단으로 그를 지옥으로 빠뜨려버렸다.“안돼!”곧이어 강책의 시체를 향해 무릎 꿇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 비통함을 털어 놓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무릎을 꿇기 시작하고는 과거의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했다.몇 만 명이 넘는 사람이 병원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어리석은 행동을 반성하면서 속죄하기 바빴다. 그들은 신에게 시간을 다시 돌려 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참이 지나고, 황금 십이궁의 물고기자리와 물병자리가 강책의 시체를 들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의 표정은 고통으로 가득했다, 곧이어 십이궁 일원 모두 눈물을 흘렸다.강책의 가족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의 아내 정몽연은 울다가 쓰러져버렸다.연산 시 전체가 좌절에 빠졌다. 하늘도 같은 마음인 걸까, 그들의 마음처럼 어두웠다. 이때, 용맥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김한철, 네가 어렵게 내 위치를 파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근데 미안해서 어쩌지, 이백만 대중
김한철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강 선생님은 이런 상황에서도 참 착하시네요.”“연구에 실패했으니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죽는 수밖에 없어요.” 강책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죽기 전에 가족들과 전화 한 통 하겠습니다.”강책의 가족들은 강책을 만나기 위해 연산에 왔다. 하지만 영원히 이별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역시,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강책은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정몽연은 대성통곡을 하며 강책에게 충독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했다. 정몽연은 강책을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몽연의 생각과는 달랐다. 강책의 선택이 늦어질 때마다 시민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공포감에 휩싸인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다. 강책의 목숨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여보, 우리 딸 잘 부탁해. 사랑해 여보.” 강책은 정몽연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병원 밖으로 나가 시민들을 마주했다. 황금 십이궁은 일렬로 서서 불안한 표정으로 강책을 쳐다봤다. 잠시 후, 강책은 마이크 앞에 서서 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 “제 목숨을 수십만 명의 시민들의 목숨과 바꿀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저는 불씨이기 때문에 죽으면 불은 꺼지지 않고 더욱 타오를 겁니다! 때문에 이 세상은 결코 어둠에 잠기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강책의 말이 끝나자 한 젊은이가 무리들 사이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 “강 선생님, 죄송하지만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니 가짜로 죽은 척하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번 검사해 보겠습니다.” 용맥은 진용과 이용진, 그리고 신태열을 경험해 본 듯했다. 강책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젊은이를 막아서지 않았다. 젊은이는 일단 눈앞에 있는 사람이 물병이나 다른 사람이 가장한 것이 아닌, 진짜 강책인지 확인한 후 강책의 편작 신침을 빼앗아 가짜 죽음을 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책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재차 확인했다. “됐습니다. 자, 이제 준비
사실상 반나절 안에 연구하기란 매우 촉박하다. 강책은 최고의 의사와 연구진들에게 연락해 용의 물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용의 물에 대한 연구는 매우 힘들었다. 용의 물 자체가 연구하기 힘들었으며, 구하기 힘들어서 샘플의 양이 극히 적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과 다르다. 현재 연산 시 전체에 용의 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강책과 수백 명의 연구자들은 반나절 동안 연구에 집중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강책은 연구에 실패했다. “1퍼센트, 딱 1퍼센트가 부족해요!” 강책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상 연구는 99퍼센트 완성됐다. 하지만 단 1퍼센트가 부족했다.가장 핵심인 1퍼센트의 데이터는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부분이었다. 게다가 주어진 시간도 매우 촉박했다. 전 세계 훌륭한 연구자들이 모두 모였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용의 물, 그야말로 최악의 독약이다. 하지만, 더욱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연구 실패 후, 200만 명 시민들 사이에서 용의 물 독성에 견디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용맥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자 강책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강책, 당신만 희생하면 수백만 명의 시민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강책, 비겁하게 숨지 말고 나오세요!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당신 하나 때문에 죽을 수는 없습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책임지세요. 당장 나오세요!” 수많은 시민들은 병원 앞에서 큰소리로 시위를 했다. 사람들은 이미 공포에 눈이 멀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구하기 위해 강책 한 명 목숨을 희생하는 것이 어려운 걸까? 시민들은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사람들의 오직 강책이 빨리 죽기를 원했다. 용맥은 강책이 죽어야 통제를 멈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의 목숨도 지킬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시민들은 강책이 연산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새까맣게 잊었다.
용맥, 그야말로 은밀하고 악독하다. 용맥의 비서는 계속해서 말했다.“저희가 바라는 것은 오직 안전입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면 시민들을 죽이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한 가지 요구를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강책도 용의 물을 마시세요! 강책은 용맥의 골칫거리입니다. 저희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강책을 반드시 통제해야 하니 양해 바랍니다. 자, 그럼 오후까지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만약 오후에도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용맥은 시민을 죽일 겁니다. 이제 제가 할 말은 다 끝났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비서는 화면 속에서 사라졌다. 김한철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졌다. 김한철은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차며 버럭 화를 냈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용의 물 바이러스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강 선생님뿐이에요. 강 선생님께서 용의 물을 마시면 그들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용맥이 시키는 대로 하실 겁니까? 자살을 하라고 할 수도 있어요. 강 선생님이 죽으면 용의 물을 해결할 사람이 없어요. 그럼 200만 명의 시민들은 용맥에게 통제될 겁니다. 용맥은 인질을 더 늘릴 겁니다. 강 선생님은 절대 죽어서는 안 됩니다. 절대 용의 물을 마시지 마세요.”김한철의 말이 맞다. 하지만 가능할까? 용맥은 200만 명의 시민을 인질로 잡고 강책에게 용의 물을 마시라고 요구했다. 만약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1초에 한 명씩 죽을 것이다. 과연 강책이 받아들일까? 김한철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미 용맥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공격하면 됩니다.”“안 됩니다.” 강책은 말했다. “그럼 다 같이 죽는 것과 다름없어요. 용맥을 잡으면 200만 명의 시민들도 같이 잡는 겁니다. 절대 안 됩니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 강책과 김한철은 잠시 말이 없었다. 강책이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 위기를 잠시나마 모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는? 용의 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강책이
김한철은 강책의 말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예상한 대로군요.”예상대로라니?김한철은 처음부터 용맥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걸까?“강 선생님, 잠깐 저랑 나가시죠.”김한철은 강책과 함께 빈 병실로 자리로 옮겨 문을 잠갔다. 김한철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뉴스가 있습니다. 연산 외에도 10군데의 도시들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강 선생님, 혹시 어디 도시인지 아십니까?”강책은 김한철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아차렸다. 이전에 회의에서 김한철이 수십 군데의 도시들이 용맥에게 통제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10군데 도시들의 시민들이 모두 중독되었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강책은 말했다. “시민들은 용의 물에 중독된 겁니다. 그리고 다른 도시들도 용맥의 세력이 퍼져 있기 때문에 용맥의 짓이 틀림없습니다.”김한철은 확신에 찬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한철과 강책이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한 도시에 15만 명이 중독되었다고 해도 10군데 이상의 도시면 2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중독된 것이다. 상당한 숫자이다. 강책은 용의 물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용의 물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첫째, 단시간 안에 몸 전신에 퍼져 중독된다. 둘째, 용맥의 통제를 당하면 언제든 죽을 수 있다. 용맥은 분명히 무고한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10군데가 넘는 도시에 용의 물을 퍼뜨린 것이다. 용맥은 원할 때 언제든 시민들을 죽일 수 있다. 일이 매우 복잡해졌다. 김한철은 말했다. “저희는 이미 준비를 끝냈으니 그물을 던져서 용맥을 처리합시다. 용맥도 최후의 방법을 썼으니 저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지금 갈등이 격화되면 용맥이 흥분해서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다. 200만 명의 시민이 죽으면 누구 탓일까? 아마 김한철이 죄인이 될 수도 있다. 강책은 말했다. “이럴 때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혹시라도 용맥이 반격하면 일이 커집니다.”강책과 김한철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니요. 아침에 뉴스 보고 지금까지 물 한 모금도 안 마셨습니다. 이건 천재지변인가요? 사람에 의해서 일어난 재난인가요?”물고기자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천재지변이든 사람에 의해 일어난 재난이든 심각한 상황이다. 잠시 후, 강책은 병원에 도착했다. 강책을 기다리고 있던 김한철은 강책을 보자마자 병실로 데리고 갔다. 병실 안, 한 환자는 더운 여름 날씨에 마치 얼음장 안에 있는 듯 온몸을 떨고 있었다. 이때, 한 의사가 말했다. “강 선생님, 현재 상황을 대략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수돗물에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수돗물을 마시면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잠복된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폭발하지는 않는다. 현재 10만 명 이상의 시민들 몸속에 바이러스가 잠복되어 있다. 그중 122명은 감염되었다. 끔찍한 것은 사람들의 바이러스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오한 증상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열이 오르는 사람도 있다. 또한 간지러움 증상이 있는 사람, 구토 증상을 보이는 사람 등등 증상이 모두 달랐다. 사람마다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증상이 제각각이다. 현재 바이러스는 매우 강력해서 개개인의 체질에 따라 전혀 다른 증상을 보인다. 가장 심각한 경우 숙주세포를 공격할 수도 있다.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서운 점이 또 있습니다. 현재 바이러스는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검출되고, 물에 있을 때는 전혀 검출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습니다.”즉,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하지 않다. 강책은 의사의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바이러스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보이기 때문에 일반 바이러스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강책은 환자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강책은 침을 꺼내 자신의 몸에 놓았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