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 거북해도 결국 사실이었다.신태열은 자리를 떴다, 떠나는 그의 뒷모습은 실망과 허탈함이 섞여 있었다.반면, 신태희는 기분이 좋았다. 그녀는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화산그룹은 파산에 직면 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때가 되면 신태열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이미 해외에서 머무를 집, 비행기 표 까지 모두 준비를 마쳤다, 굳이 권력놀이의 악순환에서 괴로워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한편, 청장 김한철의 집.강책과 김한철이 바둑을 두고 있다. 김한철의 얼굴에는 웃음 꽃이 피었다.“강 선생님께서 그런 방법을 쓸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이번에는 신태열이 정말 큰 타격을 받았을 겁니다! 아무리 그의 내면이 강한다고 한들,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겁니다.”제일 행복했던 순간에 무너뜨리는 것 이야말로 상대방을 망치는 탁월한 방법이다.강책은 일부로 신태열에게 다시 권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가 제일 자신만만할 때, 치명타를 입혔다. 즉, 이보겸이 훔쳐 간 천금방은 가짜였다. 강책의 공격은 순식간에 신태열의 멘탈을 무너뜨렸다. 그는 더 이상 쉽게 무언가를 계획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심지어는 은퇴를 생각할 수도 있다.신태열이 완전히 무너지면, 화산 그룹도 같이 무너지게 된다. 동시에 김한철은 다시 연산의 질서를 되돌릴 수 있을 것이다.이 모든 것이 ‘강책’ 덕에 생긴 일이다.“강 선생님, 정말 감사드립니다.”강책이 손을 내저었다.“제가 할 일이였는데요, 뭘. 하지만 아직 기뻐하기는 이릅니다, 저희 앞에는 아직 제일 큰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두 사람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눈빛만으로도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용맥.’신태열이 이미 절벽 끝으로 몰린 상황에 용맥이 가만히 있을리가 없다.“김 청장님, 최근 용맥이 이상한 행동을 한 적은 없었습니까?”“사실 이상한 행동이라고 한 것도 없습니다, 움직이지도 않아요. 말씀드리기는 민망하지
강책은 순간 노문강이 떠올랐다. 잡지 ‘향기’ 의 편집장인 그는 장훈과 사이가 몹시 좋다. 따라서 강책은 노문강에게 부탁하여 장훈과 접촉하는 걸로 계획을 바꾸었다.생각을 끝내고 김한철에게 다급히 작별 인사를 건넸다.“청장님, 저는 다른 일이 있어서 먼저 실례하겠습니다.”“벌써 가시게요? 아직 바둑도 다 안 두셨지 않습니까.”강책이 미소를 지었다.“세 번만 두어도 저의 승리입니다.”“세 번?”강책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떴다. 김청장은 바둑판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잠시 뒤, 헛웃음을 짓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 사람 진짜 천재 아니야?”강책의 말대로 그 판은 이미 그의 승리였다...화상그룹 건물 안.소헌이 사무실에 앉아 있었고 이보겸을 부른 뒤, 문을 닫았다.본론에 들어가기 전, 방 안 곳곳을 검사했다. 그리고 도청을 방해하는 기계까지 열며 보안을 철저히 지켰다.이보겸은 소헌의 태도를 보고 회사 기밀에 관한 대화가 이어질 것이라 예상했다.모든 검사가 끝나고 소현이 자리에 앉자 그가 먼저 질문을 던졌다.“어르신, 회사 기밀에 관한 내용이지요?”소헌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아주 중요한 건이야. 신형 서심산이 실패했다는 소식은 이미 들었을 게지?”“네, 알고 있습니다. 사실, 그 일은 제 탓도 있습니다. 쉽게 훔쳐왔을 때 이상함을 감지 했어야 했습니다. 죄송합니다.”소헌이 손을 내저었다.“이미 지나간 일은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는 걸로 해, 그리고 모두 자네의 탓은 아니야. 나를 포함해서 회장님도 모두 속았어.오늘 자네를 부른 이유는 다른 조사가 필요해서야.”“무슨 조사입니까?”소헌은 일부로 머뭇거리고는 대답했다.“스파이 찾기.”“네? 스파이요? 스파이라면 어르신의... 양아들 이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이미 잡으셨잖아요.”“아니, 내가 잘못 짚었어. 다시 생각해봐도 그 놈이 나를 배신할 이유가 없었어. 돈, 권력, 여자까지 모두 줬는데, 강책과 손을 잡을 이유가 없
이보겸은 소헌을 계속 바라보았다. 소헌의 태도로 보아, 스파이가 예상외의 인물 이라는 사실을 눈치챘다.무자비한 소헌을 불안하게 만드는 사람은 분명히 특별한 사람일 것이기 때문이다. 곧이어 그의 입에서 나오는 이름은 이보겸을 떨게 만들었다.소헌은 침을 삼켰다, 전전긍긍하며 한마디를 뱉었다.“신태희.”이보겸은 순식간에 몸이 얼었다, 큰 눈으로 소헌을 바라보았다. ‘신태열’ 을 말했어도 같은 반응이었을 것이다.그는 한참이 지나서야 제정신을 되찾았다.“어르신, 농담도 지나치십니다. 저는 다른 일이 있어서 먼저 자리에 일어나겠습니다. 실례하겠습니다.”이보겸은 겁에 질렸다, 그 이름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이보겸이 제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더 큰 일이 생긴다면, 곧이어 회사 내전이 일어나 피투성이 싸움이 될거다.그는 그저 ‘아르바이트’ 신분이기 때문에 조용히 돈만 벌고 가고 싶을 뿐, 내전에 끼어들고 싶지는 않았다.하지만 일어나려는 이보겸을 소헌이 붙잡았다.“믿기지 않을 거라는 사실은 나도 알고 있네. 하지만 내가 긴 시간을 들여서 찾아낸 사실이야. 나는 아무 이유없이 함부로 그 사람을 의심하지 않아.”“흠흠.”이보겸이 민망한 듯 코를 만졌다.“어르신, 그렇지만.. 그게 중요한건 아니지 않습니까. 부회장님을 스파이라고 의심 하시다니… 그 분은 회장님의 따님입니다! 화상그룹은 신 씨 집안의 재산이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만약 회장님께서 돌아가시면, 이 회사는 부회장님께서 상속 받으실 텐데, 부회장님이 왜 그런 행동을 하시겠습니까. 부회장님이 강책과 손을 잡고 회장님과 맞선다는 것은 자신의 편을 상대한다는 뜻 입니다. 화상그룹이 망하면 회장님을 제외하고 부회장님이 제일 큰 손해를 입을 텐데, 어찌 그런 의심을 하시겠어요. 어르신, 아무리 그래도 부회장님을 의심하시는 건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이보겸의 말이 맞다.화상그룹에서 신태열을 제외하고 제일 믿을 만한 사람은 신태희다. 소헌은 외부인일 뿐, 신태희는 신태열과 피가 섞인 가족이기
소헌이 비밀스러운 말투로 다시 말을 이었다.“내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자네가 필요 해서야. 우리가 잘 협력만 한다면, 신태희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어.”이보겸은 의심의 눈초리로 소헌을 바라보았다.“어르신, 잘 생각하셔야 합니다. 일이 커지면 안돼요.”“걱정하지말게, 신태희를 건들지는 않을 거야. 내 말을 끝까지 들어주게.”이어서 소헌이 자신의 계획을 이보겸에 알려주었다. 그의 계획은 결국 이보겸을 설득시켰다.소헌이 말한 계획은 실패로 돌아가도 회사에 아무런 영향이 가지 않지만, 정확하게 그녀의 실체를 밝힐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바로 부회장님을 모셔 오는 게 어떨까요?”소헌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곧이어 소헌이 자신의 부하에게 신태희를 데리고 오라는 지시를 내렸다.몇 분 뒤, 신태희가 그들이 있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들어가고 창문과 문을 굳게 닫았다.신태희가 주위를 둘러보고는 물었다.“뭐가 이렇게 비밀스러워요? 비서님, 무슨 중요한 일이라도 있는 거에요?”“너네 두 사람을 부른 이유는 강책에게 반격을 하기 위해서야.”신태희는 눈살을 찌푸렸다.“회장님께서 알고 계십니까?”이보겸이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왜 갑자기 반격을 생각하신 겁니까.”“총 두 가지 이유가 있지.첫 번째, 이제 강책한테 반격을 하지 않으면, 더 이상 기회가 없어. 두 번째, 강책이 자신만만하고 있을 때 공격한다면, 생각지도 못한 효과가 나올 수 있어!”신태희는 그의 말이 일리가 있지만, 타당하지는 않다고 생각이 들었다.“이런 큰 계획은 회장님과 먼저 상의하고 나서 움직여야 합니다.” 하지만 소헌이 그녀의 말을 부정했다.“아니, 회장님은 이미 강책 때문에 힘들어 하셔. 만약 지금 이 타이밍에 말씀을 드린다면, 절대로 동의하시지 않을 거야. 그냥 우리 셋이서 계획하고 움직이는 게 제일 빨라. 성공해서 회장님께 선물로 드리면, 분명히 좋아하실 거야.” “글쎄요..”이때, 이보겸이 다시 한번 더 입을 열
한편, 식약식당 안.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고 식약식당의 인기는 여전히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많은 손님들 가운데 특별한 손님이 식당을 찾았다. 손님은 다름 아닌 노문강이었다. 강책은 그를 위해 직접 나서서 진수성찬을 차려 대접했다.노문강은 음식을 먹으며 음미하기 바빴다.“강 사장님께서 이렇게 불러주시니 감사할 따름 입니다, 하지만 분명히 다른 목적이 있어 저를 부르신거겠죠?”강책이 헛기침을 하고는 미소를 지었다.“역시 노 선생님의 눈은 못 피해가나 봅니다. 사실, 지금 선생님의 도움이 몹시도 필요합니다.”“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해주셨는데, 제가 도와드리는 게 맞지요. 무슨 도움이 필요하신 겁니까?”노문강이 질문을 던지면서 고기반찬을 입 안에 넣었다, 강책은 그의 귀에다가 속삭이며 조용히 말했다. “엄수집안의 장훈 가주를 만나 뵙고 싶습니다.”노문강은 갸우뚱했다.“그냥 그에게 찾아가시면 되는 일 아닙니까, 이제 다 아시는 사이가 아닙니까. 굳이 저를 통해서 만나 뵙고 싶다고요?”“장 회장님과 만날 수 있었던 이유는 장유나씨의 거식증 치료 때문이었습니다. 지금은 거식증이 다 나았으니, 더 이상 엄수집안을 들어갈 수 있는 이유가 없습니다. 게다가 다른 사람에게 장 회장님과 만났다는 사실은 알려주고 싶지 않습니다.”노문강이 눈살을 찌푸렸다.“그러니까, 회장님과 몰래 만나고 싶다는 말씀 이십니까.”“네, 그렇습니다.”“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제가 잘 전달해 드리도록하죠. 회장님의 동의가 떨어지는 데로 바로 말씀 드리겠습니다.”“감사합니다.”상의를 끝내고 강책은 노문강에게 차를 따라주었다. 공손한 태도로 그를 대접했다.이때, 물고기 자리가 강책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의 소매를 잡아 당겼다.“응?”강책은 잠시 자리에서 나와 물고기 자리와 대화를 나누었다.“무슨 일이야?”물고기가 작게 중얼거렸다.“방금 전 신태희한테서 연락이 왔습니다. 오늘 오후 3시에 장하골목에 있는 공원에서 만나자고
오후 2시 쯤.화상그룹의 문 밖으로 한 여자가 나왔다. 여자는 선글라스를 끼고 긴 셔츠를 입고 있었다. 자세히 보지 않는 이상, 그녀가 신태희라는 사실은 알아채지 못한다.그녀는 일행 없이 혼자서 움직였다, 이어서 볼품 없는 검은색 아우디 차를 끌고 회사를 나갔다. 이때, 그녀를 지켜보는 두 쌍의 눈이 있었다. 다름아닌 소헌과 이보겸이다.소헌이 미소를 지었다.“이제 내 말이 믿기지?”이보겸은 컴퓨터를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설마 했는데, 부회장님이 스파이 였다니 믿기지가 않습니다. 대체 왜 회장님을 배신하려는 걸까요? 부회장님께 이득이라도 있는 겁니까?”“그 점은 나도 아직 파악하지 못 했어. 하지만 지금이라도 회장님께 상황을 말씀 드려야해.”하지만 이보겸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이 하나로는 충분한 설명이 어렵습니다. 아니면 저희가 직접 현장에 찾아가서 사진을 증거로 남기는게 어떻겠습니까, 회장님을 더 설득 시킬 수 있게 말입니다.”소헌은 이보겸의 말이 맞다고 생각이 들었다. 전화 한 통으로 증거를 내밀면, 신태희는 변명을 내놓으면서 어떻게든 빠져나가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사진을 증거로 남겨둔다면, 빼도 박도 못하겠지.“그래, 따라가자.”곧이어 소헌은 이보겸의 차에 올라탔다. 두 사람은 신태희와 강책이 만나는 장소로 향했다.20분 뒤, 장소에 도착했다. 신태희가 공원 옆에 차를 세운 뒤, 차 안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3시가 다 되었을 때, 기다리던 인물이 등장했다, 다름 아닌 강책이였다.강책이 택시 안에서 내리더니 신태희의 차 안으로 들어갔다.이보겸의 입이 다물어 지지 않았다.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장면을 목격하니 더욱 충격적이었다.한편, 소헌은 머리 끝까지 화가 났다.주먹을 불끈 쥐고 사진을 찍으면서 욕을 뱉었다.“배은망덕한 년! 회장님께서 얼마나 아끼시는데, 그걸 모르고 강책이랑 손을 잡아? 저게 인간이야?!”영상과 사진을 모두 찍고 나서 소헌이 신태희를 혼내기 위해
소헌이 크게 소리질렀다.“어디서 모르는 척 하고 있어! 대체 왜 이런 스파이 짓을 하고 있는 거야! 왜 회장님을 배신했냐고!”그의 고함소리에 신태희는 깜짝 놀랐다. “계속 네 뒤를 밟았어, 마음 한켠에는 거짓말이라고도 믿고 싶었어. 다른 사람이 배신해도 넌 배신하면 안되니깐. 태희야, 너는 회장님의 친자식이야. 근데 왜 강책이랑 손을 잡고 네 아버지를 상대하려는 거지? 대체 네가 뭐가 부족해서 이딴 짓을 벌이는 거야?! 돈, 권력 아니면 위치? 말해, 네가 원하는 게 대체 뭐야?!”소헌의 마지막 말 한마디는 거의 포효에 가까웠다, 그는 신태희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들려오는 신태희의 대답은 그를 순식간에 침착하게 만들어 주었다.“가족이요.”그녀의 한 마디에 소헌은 어쩔 줄 몰라했다. “저희 아버지와 같이 지내신지 10년도 더 넘은 비서님은 요즘 아버지께 무슨 변화가 생겼는지. 제가 말한 가족이라는 말도 무슨 뜻인지 잘 아실거라 믿습니다.”소헌은 당연히 알고 있다.신태열은 권력을 쥐기 위해 난폭하게 변해버렸다. 그에게 가족은 형식적인 존재였고 부녀의 감정 또한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사실 신태열과 마찬가지로 소헌도 똑같았다. 자신의 친아들과 양아들이 모두 죽었을 때야 비로소 오랜시간 동안 그들과 놀아주지 못했다는 사실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소헌의 목소리가 작아졌다.“그렇구나, 이게 네가 배신한 이유구나.”“네, 저희가 가진 재산은 이미 많습니다. 화상 그룹이 만약 파산하더라도 저희에게는 한 평생 동안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이 쌓여 있어요. 그러니 이제 그만 해도 되지 않을까요? 저는 오로지 화상 그룹을 파산시키고, 저희 아버지를 욕망 속에서 구해내는 게 목적이에요, 제가 원하는 건 그 화목했던 가족으로 다시 돌아가는 겁니다.”소헌은 그제야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신태희는 돈, 권력 또는 위치를 바란 것이 아닌 부친의 사랑을 가지고 싶었던 것이다.신태희는 오랜 시간동안 산과 같은 아버지의 사랑을 느낀 적이
이제 두 사람 사이에 남은 정은 없다.소헌은 신태희가 크게 울부짖으며 도망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의 생각과는 반대로 신태희는 가만히 자리에 앉아 침착한 모습을 보였다.소헌이 차갑게 말했다.“왜, 완전히 포기 한 거야?”신태희는 소헌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저 앞을 바라보며 전혀 상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때, 이보겸이 천천히 걸어왔다. 그가 조수석의 차문을 열며 말했다. “어르신, 부르셨습니까?”“자기가 스파이라는걸 이미 다 인정했어. 얼른 화상 그룹으로 데려가. 나머지 일은 회장님께서 처리하실 거야.”소헌은 일이 일단락 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예상을 뒤엎는 반전이 벌어졌다.이보겸이 뒤에서 칼을 꺼내 들고는 신태희가 아닌 소헌의 목에 갖다 댔다.“뭐야?!”소헌이 깜짝 놀랐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이보겸, 이게 뭐하는 짓이야?”이보겸이 대답하기 전에 신태희가 먼저 말했다.“정말로 제가 비서님의 계획에 순순히 속았다고 생각하세요?”소헌은 그제야 무언가 깨달았다. 그는 이보겸과 신태희를 번갈아 보면서 화를 냈다.“같은 편이였어?!”이보겸이 한숨을 내쉬었다.“어르신, 그러니까 제가 부회장님은 건들지 말자고 누누히 말씀 드렸지 않았습니까. 부회장님과 어르신 중에 한 명을 선택하라고 하면, 저는 어르신의 희생을 선택 할 겁니다.”“이보겸! 자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지 알고는 있어?! 신태희가 대체 자네한테 뭘 줬 길래 이런 짓을 하는 거야? 말해, 돈이야? 그럼 내가 3배로 줄게!”“돈이요?”이보겸이 미소를 지었다.“어르신, 죄송하지만 이 세상에는 돈으로도 해결하지 못할 일이 있습니다. 태희를 도울 수만 있다면, 단 한 푼도 원하지 않습니다. 이 사람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내놓을 수 있습니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신태희를 ‘부회장님’이라고 부르던 이보겸의 모습은 사라지고, ‘태희’ 라고 다정하게 그녀를 불렀다. 그의 말투에서는 신태희를 향한 ‘사랑’ 이 넘쳤다.
그가 몇 대의 승계자인지 모르지만 드디어 강책의 일행에게 잡혔다. 이어서 김한철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국에 있는 용맥 단체를 모두 잡아 들였다.한편, 200만 명 시민들도 해독약을 먹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들은 강책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연산 시와 다른 도시에 강책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석고상을 지었다.강책의 훌륭한 명성은 후세에도 전해질 것이다.…엄수 집안.장유나가 장훈의 앞으로 껑충껑충 뛰어갔다.“아버지, 제 말이 맞죠? 강책이 분명히 나타날 거라고 했잖아요!”장훈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강책의 강인함과 자신을 괴롭혔던 저주가 풀렸다는 사실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는 드디어 ‘평범한 사람’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식약 식당 안.강책이 황금 십이궁을 이끌고 식당으로 돌아왔다.도착하자마자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정몽연의 모습이 보였다.“강책! 나 진짜 화났어, 진짜 죽은 줄 알았잖아!” 강책이 어깨를 들썩이고는 다정하게 말했다.“미안,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할게.”“진짜야?”“응, 진짜야.”강책이 정몽연을 덥석 안고는 이마에 뽀뽀했다. 정몽연은 살짝 화가 풀렸다.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물었다.“그럼, 어떤 신분을 숨기고 있는지 말해줘.”“어... 그게… 잠깐만.”강책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말했다.“연산 시의 식약 식당, 한사랑 병원이 내 명의라는 건 알고 있을 거야.”그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강남구의 침몽 하이테크랑 기모 엔터테인먼트도 내 명의야.”“뭐?”정몽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남구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대기업을 강책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경성의 강씨 집안, 성월각도 내 명의야.”“뭐라고?”정몽연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의 자산은 한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이었다.“그리고 사실 경성에 갔을 때, 수라 군신의 자리를 다시 되찾았어.”“강책!”정몽연은 화가 나면서도 기뻤다.“어떻게 이 사실을 다 숨기
용맥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책은 분명 죽지 않았는가.“뭘 또 그렇게 놀라.”인파들 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나왔다, 다름 아닌 이미 사망신고가 내려진 강책이었다.“연구가 99퍼센트까지 했는데 마지막 1퍼센트는 도저히 채울 수 없더라고. 그래서 내가 용의 물을 마셔서 직접 독소를 느껴보면 1퍼센트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그 1퍼센트가 뭔지 알아냈고, 해독약을 쉽게 제조할 수 있었어. 이제 용의 물과 이어진 연결도 끊어졌을 거야. 즉, 너는 아무도 죽일 수 없어. 용맥, 네가 졌어.”용맥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강책을 바라보았다.수천 년 동안 전해졌던 역사가 강책의 손에서 끊어지고 말았다. 사실, 용맥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느껴지는 불안함에 강책을 죽이려고 젖 먹던 힘까지 썼지만 그는 결국 해독을 완성시키고 말았다. 용맥이 잠시 생각하고는 이상함을 감지했다.“네가 용의 물을 마시는 동시에 내가 독소를 조종해서 너를 죽게 만들었어,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해독약을 만들었다는 거야?”강책이 용의 물을 들이켰을 때, 이미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분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망칠 길은 전혀 없었다.이때, 강책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신태열 덕분이야.”용맥은 그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그때 심장이 멎었던 이유는 용의 물 때문이 아니야, 그건 서심산 때문이었어. 신태열도 당신의 용의 물을 보면서 비슷한 독약을 만들고 싶어 했어,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얼떨결에 ‘서심산’이라는 독소를 만들어냈어. 그 덕에 연산 시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어. 즉, 서심산은 ‘용의 물’의 짝퉁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큰 비밀을 알아냈어. 두 독약은 상호 배타적 관계를 가졌다는 거였어.”둘 중 독소가 하나라도 몸에 있으면 또 다른 독소는 체내에서 살 수 없다.즉, 서심산을 마셨다면 체내에는 같은 성분인 ‘용의 물’을 배제하는 항체가 생긴다.강책은 용의 물을
사실, 김한철은 그의 지시대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헬기 준비와 위부서에게 용맥을 호송해달라는 부탁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가 차올랐다.“이런 젠장!”그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연산 시 전체가 먹구름이 짙게 끼었다. 한편, 엄수 집안.집안의 가주 장훈이 정원에 앉아있다. 시든 꽃을 보는 그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그는 평생동안 김씨 어르신을 지지하면서 용의 물의 해독을 기대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게다가 그의 제자들인 무상명인 정해운과 강책 모두 죽고 말았다. 결국 용의 물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모두 사라졌다.“하....”장훈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년 동안 가문에 걸렸던 저주는 결국 풀지 못하는 건가.결국 용맥의 ‘부하’로 영원히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때, 장유나가 다가왔다.“아버지, 한숨 그만 쉬세요.”장훈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한숨도 못 쉬게 하는 거야?”“한 두 번 겪는 것도 아니잖아요, 매번 궁지에 몰릴 때마다 강책이 나타났잖아요.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라 믿어요.”장훈이 고개를 저었다, 상황역전의 대명사였던 강책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강책은 용의 물을 마셨고, 생방송에서 그의 사망 원인은 용의 물에 의한 독성 때문이라고 밝혔다.그는 세상을 떠난 사람이 확실했다.“아니요, 전 안 믿어요!”장유나가 굳건한 눈빛으로 말했다.“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강책이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그녀는 씩씩거리면서 자리를 떴다. 장훈은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렇게 믿고 싶어, 하지만 강책은 불사신이 아니야.”…12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건물 앞에 헬기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주위로는 보디가드가 자리를 지켰다.이때, 가면을 쓴 남자가 헬기를 향해 다가갔다. 남자는 다름 아닌 ‘용맥’이었다.김한철은 자리에 서서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용맥은 아랑곳하지 않고 김한철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김청장, 고마
그의 말에 대중들은 충격에 빠졌다, 마치 번개에 맞은 것 같이 순식간에 풀이 죽어버렸다.그 중 몇 명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 앉았다.강책의 죽음이 자신들의 생명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참담했다.용맥은 여전히 대중들의 생명을 ‘패’로 생각하고 정부를 향한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게다가 그들의 생명은 용맥이 쥐고 있기 때문에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더 끔찍한 사실은 유일하게 독을 해독할 수 있었던 인물을 대중들이 죽여 버렸다는 사실이다.김씨 어르신과 무상명인 정해운이 죽고, 강책은 ‘접묵 기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결국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진 지금, 용의 물은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게 되었다.현장에는 절망스런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막막함과 후회스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항상 위기의 상황에 나타나 자신들을 구해주고, 항상 승리의 여신 편이었던 인물을 그릇된 판단으로 그를 지옥으로 빠뜨려버렸다.“안돼!”곧이어 강책의 시체를 향해 무릎 꿇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 비통함을 털어 놓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무릎을 꿇기 시작하고는 과거의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했다.몇 만 명이 넘는 사람이 병원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어리석은 행동을 반성하면서 속죄하기 바빴다. 그들은 신에게 시간을 다시 돌려 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참이 지나고, 황금 십이궁의 물고기자리와 물병자리가 강책의 시체를 들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의 표정은 고통으로 가득했다, 곧이어 십이궁 일원 모두 눈물을 흘렸다.강책의 가족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의 아내 정몽연은 울다가 쓰러져버렸다.연산 시 전체가 좌절에 빠졌다. 하늘도 같은 마음인 걸까, 그들의 마음처럼 어두웠다. 이때, 용맥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김한철, 네가 어렵게 내 위치를 파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근데 미안해서 어쩌지, 이백만 대중
김한철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강 선생님은 이런 상황에서도 참 착하시네요.”“연구에 실패했으니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죽는 수밖에 없어요.” 강책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죽기 전에 가족들과 전화 한 통 하겠습니다.”강책의 가족들은 강책을 만나기 위해 연산에 왔다. 하지만 영원히 이별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역시,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강책은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정몽연은 대성통곡을 하며 강책에게 충독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했다. 정몽연은 강책을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몽연의 생각과는 달랐다. 강책의 선택이 늦어질 때마다 시민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공포감에 휩싸인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다. 강책의 목숨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여보, 우리 딸 잘 부탁해. 사랑해 여보.” 강책은 정몽연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병원 밖으로 나가 시민들을 마주했다. 황금 십이궁은 일렬로 서서 불안한 표정으로 강책을 쳐다봤다. 잠시 후, 강책은 마이크 앞에 서서 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 “제 목숨을 수십만 명의 시민들의 목숨과 바꿀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저는 불씨이기 때문에 죽으면 불은 꺼지지 않고 더욱 타오를 겁니다! 때문에 이 세상은 결코 어둠에 잠기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강책의 말이 끝나자 한 젊은이가 무리들 사이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 “강 선생님, 죄송하지만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니 가짜로 죽은 척하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번 검사해 보겠습니다.” 용맥은 진용과 이용진, 그리고 신태열을 경험해 본 듯했다. 강책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젊은이를 막아서지 않았다. 젊은이는 일단 눈앞에 있는 사람이 물병이나 다른 사람이 가장한 것이 아닌, 진짜 강책인지 확인한 후 강책의 편작 신침을 빼앗아 가짜 죽음을 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책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재차 확인했다. “됐습니다. 자, 이제 준비
사실상 반나절 안에 연구하기란 매우 촉박하다. 강책은 최고의 의사와 연구진들에게 연락해 용의 물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용의 물에 대한 연구는 매우 힘들었다. 용의 물 자체가 연구하기 힘들었으며, 구하기 힘들어서 샘플의 양이 극히 적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과 다르다. 현재 연산 시 전체에 용의 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강책과 수백 명의 연구자들은 반나절 동안 연구에 집중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강책은 연구에 실패했다. “1퍼센트, 딱 1퍼센트가 부족해요!” 강책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상 연구는 99퍼센트 완성됐다. 하지만 단 1퍼센트가 부족했다.가장 핵심인 1퍼센트의 데이터는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부분이었다. 게다가 주어진 시간도 매우 촉박했다. 전 세계 훌륭한 연구자들이 모두 모였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용의 물, 그야말로 최악의 독약이다. 하지만, 더욱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연구 실패 후, 200만 명 시민들 사이에서 용의 물 독성에 견디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용맥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자 강책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강책, 당신만 희생하면 수백만 명의 시민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강책, 비겁하게 숨지 말고 나오세요!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당신 하나 때문에 죽을 수는 없습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책임지세요. 당장 나오세요!” 수많은 시민들은 병원 앞에서 큰소리로 시위를 했다. 사람들은 이미 공포에 눈이 멀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구하기 위해 강책 한 명 목숨을 희생하는 것이 어려운 걸까? 시민들은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사람들의 오직 강책이 빨리 죽기를 원했다. 용맥은 강책이 죽어야 통제를 멈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의 목숨도 지킬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시민들은 강책이 연산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새까맣게 잊었다.
용맥, 그야말로 은밀하고 악독하다. 용맥의 비서는 계속해서 말했다.“저희가 바라는 것은 오직 안전입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면 시민들을 죽이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한 가지 요구를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강책도 용의 물을 마시세요! 강책은 용맥의 골칫거리입니다. 저희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강책을 반드시 통제해야 하니 양해 바랍니다. 자, 그럼 오후까지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만약 오후에도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용맥은 시민을 죽일 겁니다. 이제 제가 할 말은 다 끝났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비서는 화면 속에서 사라졌다. 김한철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졌다. 김한철은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차며 버럭 화를 냈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용의 물 바이러스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강 선생님뿐이에요. 강 선생님께서 용의 물을 마시면 그들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용맥이 시키는 대로 하실 겁니까? 자살을 하라고 할 수도 있어요. 강 선생님이 죽으면 용의 물을 해결할 사람이 없어요. 그럼 200만 명의 시민들은 용맥에게 통제될 겁니다. 용맥은 인질을 더 늘릴 겁니다. 강 선생님은 절대 죽어서는 안 됩니다. 절대 용의 물을 마시지 마세요.”김한철의 말이 맞다. 하지만 가능할까? 용맥은 200만 명의 시민을 인질로 잡고 강책에게 용의 물을 마시라고 요구했다. 만약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1초에 한 명씩 죽을 것이다. 과연 강책이 받아들일까? 김한철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미 용맥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공격하면 됩니다.”“안 됩니다.” 강책은 말했다. “그럼 다 같이 죽는 것과 다름없어요. 용맥을 잡으면 200만 명의 시민들도 같이 잡는 겁니다. 절대 안 됩니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 강책과 김한철은 잠시 말이 없었다. 강책이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 위기를 잠시나마 모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는? 용의 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강책이
김한철은 강책의 말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예상한 대로군요.”예상대로라니?김한철은 처음부터 용맥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걸까?“강 선생님, 잠깐 저랑 나가시죠.”김한철은 강책과 함께 빈 병실로 자리로 옮겨 문을 잠갔다. 김한철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뉴스가 있습니다. 연산 외에도 10군데의 도시들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강 선생님, 혹시 어디 도시인지 아십니까?”강책은 김한철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아차렸다. 이전에 회의에서 김한철이 수십 군데의 도시들이 용맥에게 통제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10군데 도시들의 시민들이 모두 중독되었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강책은 말했다. “시민들은 용의 물에 중독된 겁니다. 그리고 다른 도시들도 용맥의 세력이 퍼져 있기 때문에 용맥의 짓이 틀림없습니다.”김한철은 확신에 찬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한철과 강책이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한 도시에 15만 명이 중독되었다고 해도 10군데 이상의 도시면 2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중독된 것이다. 상당한 숫자이다. 강책은 용의 물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용의 물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첫째, 단시간 안에 몸 전신에 퍼져 중독된다. 둘째, 용맥의 통제를 당하면 언제든 죽을 수 있다. 용맥은 분명히 무고한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10군데가 넘는 도시에 용의 물을 퍼뜨린 것이다. 용맥은 원할 때 언제든 시민들을 죽일 수 있다. 일이 매우 복잡해졌다. 김한철은 말했다. “저희는 이미 준비를 끝냈으니 그물을 던져서 용맥을 처리합시다. 용맥도 최후의 방법을 썼으니 저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지금 갈등이 격화되면 용맥이 흥분해서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다. 200만 명의 시민이 죽으면 누구 탓일까? 아마 김한철이 죄인이 될 수도 있다. 강책은 말했다. “이럴 때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혹시라도 용맥이 반격하면 일이 커집니다.”강책과 김한철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니요. 아침에 뉴스 보고 지금까지 물 한 모금도 안 마셨습니다. 이건 천재지변인가요? 사람에 의해서 일어난 재난인가요?”물고기자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천재지변이든 사람에 의해 일어난 재난이든 심각한 상황이다. 잠시 후, 강책은 병원에 도착했다. 강책을 기다리고 있던 김한철은 강책을 보자마자 병실로 데리고 갔다. 병실 안, 한 환자는 더운 여름 날씨에 마치 얼음장 안에 있는 듯 온몸을 떨고 있었다. 이때, 한 의사가 말했다. “강 선생님, 현재 상황을 대략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수돗물에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수돗물을 마시면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잠복된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폭발하지는 않는다. 현재 10만 명 이상의 시민들 몸속에 바이러스가 잠복되어 있다. 그중 122명은 감염되었다. 끔찍한 것은 사람들의 바이러스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오한 증상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열이 오르는 사람도 있다. 또한 간지러움 증상이 있는 사람, 구토 증상을 보이는 사람 등등 증상이 모두 달랐다. 사람마다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증상이 제각각이다. 현재 바이러스는 매우 강력해서 개개인의 체질에 따라 전혀 다른 증상을 보인다. 가장 심각한 경우 숙주세포를 공격할 수도 있다.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서운 점이 또 있습니다. 현재 바이러스는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검출되고, 물에 있을 때는 전혀 검출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습니다.”즉,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하지 않다. 강책은 의사의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바이러스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보이기 때문에 일반 바이러스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강책은 환자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강책은 침을 꺼내 자신의 몸에 놓았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