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책은 헛웃음을 지었다.“당신 부하가 거짓된 정보로 저를 모함하려고 달려들면 당신이 나서서 오해를 풀어주는 건 당연한 일 아닙니까. 근데 제가 당신에게 감사를 하라고요? 제가 당신을 물어뜯지 않는 걸 다행이라고 생각하세요.” “이봐요!” 강책의 몇마디는 장유나의 심기를 건드렸다. 어렸을 때 부터 응석받이로 자란 그녀에게 강책 같은 남자는 처음이었다. 신태열을 포함한 다른 남자들도 모두 장유나에게 예의를 차리기 바빴지만 강책은 전혀 달랐다. 장유나는 더 화를 냈다.“예의도 없고, 수준도 없는 놈이!” 강책은 어깨를 들었다.“그래요? 그럼 다음에도 이런 놈이 만든 음식을 드실 겁니까?” 장유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강책이 장유나의 정곡을 찔러 말한 것이었다. 그녀는 흥, 하며 코웃음을 쳤다.“삼촌, 가요!” 장유나는 강책을 또 보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식당을 빠져나왔다. 그녀의 뒤로 노문강이 민망한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강책을 향해 조용히 엄지를 치켜세웠다. 하늘 아래, 고집 센 장유나를 굴복시킨 사람은 강책이 처음이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식약식당을 떠났다. 동시에 구경꾼들도 사라지자 조유비는 사람들 사이에 끼어서 현장을 벗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하고, 물고기 자리가 그의 멱살을 잡았다.“어딜 도망가십니까?” 조유비가 도망가려고 하자 물고기 자리가 그의 뺨을 내려쳤다.“꿇어!” 물고기 자리는 조유비를 바닥에 꿇렸다. 강책은 차가운 눈빛으로 조유비를 바라보았다.“당신과 저는 전혀 연관이 없는 걸로 압니다. 왜 저를 모함하시려고 한겁니까?” 조유비는 머리를 긁으며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얘기했다. 대략 자신이 소헌에게 돈을 받아서 강책을 상대하라고 지시했지만 결국 꼼짝도 못하고 자신의 부하들이 모두 붙잡혀 갔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왕이진의 신분을 빌려 강책을 상대하려고 했다는 사실까지 털어놓았다. 사실 , 오늘 장유나의 등장이 없었다면 강책이 불리해졌을 수도 있다.“아직 정신을 못 차리셨
물고기 자리가 식당 3층으로 올라가 문을 닫았다. 두 사람은 서로 맞대고 앉아 차를 마셨다. “엄숙집안에 대해서 알아봤어?” “네, 알아 봤습니다. 신기한 집안이더라고요.” 순식간에 강책의 흥미를 끌어당겼다.“어떤 집안이지?” 곧이어 물고기 자리는 지금까지 조사한 모든 정보를 강책에게 알려주었다. 신기한 정보도 있었지만 진실여부는 알 수 없었다. 그의 정보는 이러했다, 연산시에는 내려오는 전설이 있다. 연산시의 땅 밑에는 용맥이 존재하며 연산시를 지켜 주고, 연산시의 모든 건 용맥과 연관이 되어있다. 또한, 연산시가 매년 사건 없이 큰 발전을 이루는 것도 모두 용맥의 보우 덕분이라고 알려져있다. 매년, 연산시는 크고 작은 활동을 열어 용맥에 대한 감사를 표한다. 그 중 제일 큰 활동은 1년에 딱 한번있는 ‘용맥두법’ 이다. 각 지역에서 온 격투기 고수들이 대결을 해서 승리한 자가 용맥의 ‘물’ 을 마시게 된다. 연산시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용맥의 물을 마신 기록이있다. 그 중, 신태열도 포함이었다. 엄숙집안은 조상의 뜻을 100년 가량 유지해 왔으며, 연산시에서 용맥과 ‘대화’ 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집안이다. 엄숙집안의 가주 즉, 장가집안의 가주는 용맥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다. 장가집안 사람들의 몸에는 용의 피가 흐르기에 연산시에서도 높은 자리에 위치해있다. 강한 실력과 높은 재력을 가진 집안은 아니지만 장가집안을 건드리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그 이유는 장가집안을 건드리는 건, 용맥을 건드리고 연산시를 건드리는 것과 다름 없기 때문이다. 연산시의 사람들은 어렸을 때 부터 용맥의 존재를 맹신하도록 교육받았다. 방금 전, 왕이진의 한 마디에 분위기 흐름이 바뀌었던 이유를 알 수 있다. 물고기자리가 수집한 정보를 듣고 나서야 강책은 고개를 끄덕였다.“신기하네. 하지만 대부분은 틀린 정보일거야, 용맥의 존재여부는 모르지만 딱 한가지는 알아. 장가 집안의 사람은 용의 후계자가 아니라는 점이야. 적어도 장유나는 그
강책이 고개를 끄덕였다.“응. 용의물을 마시고 연산시에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면 가서 마셔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물병자리가 엄지를 치켜 세웠다.“네, 맞습니다. 좋은 건 먹어봐야죠.” 두 사람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용의물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다. 만약 용의물이 서심산과 연관이 있다면 전자의 근원을 아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우연히 장유나와 이어진 인연이 중요한 역학을 할지도 모른다. ..한편, 화상그룹 본사 사무실 안.신태열, 소헌이 자리에 앉아있다. 두 사람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어떤 부모가 자신의 아들을 잃고도 환하게 웃을 수 있을까. 소민준을 묻어주고, 그 다음 할일은 강책을 처리하는 일이다. 적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하며, 실수를 하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늙은이 두 명이 고민하고 있을 때, 신태열의 딸 신태희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곧이어 헛기침을 하고는 두 사람의 시선을 집중시켰다.“아버지, 비서님, 드릴 말씀이 있어요. 조유비 그 자식이 다시 강책을 찾아갔다가 강책한테 호되게 당했답니다. 지금 식약식당 앞에서 손님맞이를 하고 있다고 정보가 들어왔어요.” 신태열이 차가운 말투로 답했다.“조유비는 원래부터 쓰레기 같은 새끼였어. 일반인 상대로는 좋은 도구지만 강책을 상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이제 그런 일은 더 이상 보고하지 않아도 돼.” 신태희가 어깨를 올렸다.“만약 조유비와 관련된 작은 일이었다면 직접 찾아와서 보고를 하지 않았을 겁니다. 정보에 따르면 한 여자 때문에 조유비의 복수가 실패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누구?” “엄숙집안의 큰 아씨 장유나입니다.” “뭐? 그 깔끔 떠는 계집이 강책의 식당에 왜 들어간 거야?” 신태희가 답했다.“다이어트를 과하게 하는 바람에 거식증을 겪었다고 합니다. 사실 연산시에는 이미 소문이 났었어요. 그리고 신태희의 거식증을 치료하기 위해 노문강이 식약식당으로 데려다 주었다고 합니다.” 신태열이 긴장하
신태열이 한숨을 내쉬었다.“강책을 상대하는 것 말고도 다른 일에도 주의를 놓쳐서는 안돼. 용맥두법이 얼마 남지 않았어, 이번에는 내 딸이 마시기로 했어. 이제 물려줘야 할때가 온거야, 만약 태희가 내 회사를 잘 물려받으면 강책한테 죽음을 당해도 큰 여한은 없어.” 소헌이 말했다.“회장님은 그 놈을 과대평가하고 있어요. 저는 그 자식이 그렇게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신태열은 창문 너머에 있는 밖을 바라보았다.“방심하는 게 제일 무서운 거야. 경험상, 절대로 그 누구를 쉽게 봐선 안돼!” 신태열은 조심스러운 태도 덕분에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 한편, 식약식당 3층.강책이 오랜 시간동안 자리에 앉아 물고기자리의 보고를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물고기자리가 용맥두법에 관한 내용을 설명했다. “총수님,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용맥두법은 격투기가 아니라 제사의 일종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제사지?” “엄수집안이 가진 제단이 있습니다. 금, 목, 수, 화, 토으로 총 5개의 제단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두법이란 참가자가 제단 위에 제물을 올려서 바치는 행위를 말합니다. 그리고 장가집안이 용맥의 뜻을 대신해 승리자를 발표합니다. 승리자는 용맥에서 수집한 ‘용의물’을 마실 수 있으며, 마시고 나면 용맥의 보우를 받아 탄탄대로를 걸을 수 있다고 합니다.” 잠시 머뭇하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그리고, 매년마다 승리자가 있었던 게 아니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총 52번의 제사가 열렸지만 단 6명의 승리자 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용맥의 인정을 얻기는 상당히 어렵다고 판단 됩니다. 이 6명의 승리자들은 용의물을 마시고 나서 연산시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 중, 신태열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강책이 미소를 지었다.“연산시 사람들이 용맥의 존재에 맹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네. 다른 건 몰라도 용의물을 마시고 성공한다는 건 신기한 일이야. 6명 중에 신태열을 제외한 5명의 승리자는 누군지 알아왔어?” “네, 다
물고기자리가 웃음을 터뜨렸다.“총수님께서는 정기영이 당시에 무슨 제물을 바치셨는 지 알고 싶으신 것 아닙니까?” 강책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물고기자리가 민망한 듯 미소를 지었다.“말하지 않을 겁니다. 요 몇년 동안, 정기영을 찾아 간 사람이 80명도 더 된다고 합니다. 모두 유명인사 또는 정치인처럼 높은 신분의 사람들이 찾아와서 여러 제안을 했지만 모두 헛수고 였습니다. 정기영은 단 한마디도 말하지 않았어요.” “입이 그렇게 무겁다고? 괜찮아, 한번 부딪혀 봐야 결과를 알 수 있어.”물고기자리가 정기영이 입원해 있는 병원을 알아내고 두 사람은 냉큼 병원으로 향했다. 병실에 들어가자 침대에 누워 시름시름 앓고 있는 정기영이 보였다. 하얀 백발, 초췌한 모습, 말라서 뼈가 훤히 보이는 노인이었다. 그는 나이가 많은 탓에 멀쩡한 곳이 없었다. 과거 연산시를 쥐락펴락 했던 젊은이가 시간이 지나고 역변 했을거라고 누가 알았으랴. 강책은 손에 꽃다발을 들고 병실에 들어왔다. 침대 옆에 서서 꽃을 화병에 넣었다. 탁자 위에 적지 않은 꽃다발과 과일 바구니가 올려져 있는 모습을 통해 사람들이 꾸준히 정기영을 찾아 왔던 것으로 보여진다. 아무리 그가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라고 해도 정기영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서 대신 의료비를 내며 그의 목숨을 억지로 연장시킨 것이다. 강책이 의자를 끌고 앉아 정기영을 바라보았다.“제 소개부터 하겠습니다. 전 강책이라고 하고, 강남구에서 왔습니다. 오늘 정선생님을 찾아 온 이유는 용맥두법에 필요한 다섯가지 제물을 알기 위해서 입니다.” 물고기 자리는 깜짝 놀랐다. 첫만남에 이렇게 직설적이라니. 오자마자 제물을 묻는 자에게 말해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의 예상대로, 정기영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저 멍하게 천장을 바라볼 뿐이었다. 하지만 강책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저도 선생님과 같습니다. 화상그룹의 신태열과 풀 수 없는 원수사이 입니다. 연산시에 온 이유도 화상그룹을 매장 시키기 위함입
죽음을 앞둔 노인의 입을 열기란 쉽지 않다. 돈과 권력을 이용해 유혹하는 방법은 앞서 찾아 온 사람들도 써봤지만 무용지물이었다. 강책은 정기영을 보고 순간 이상함을 감지했다. 그의 의술은 정기영이 가지고 있는 병증 이외에도 일반인 눈엔 보이지 않는 증상을 볼 수 있게 도와준다. 정기영에 몸에는 다름아닌 얼룩무늬가 있었다! 사실 노인의 몸에 얼룩 무늬가 생기는 건 정상적인 일이다. 특히 정기영은 여러 질병을 겪었고, 여러 흉터가 생기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강책이 본 얼룩무늬는 일반 얼룩무늬가 아니라 서심산에 중독 된 뒤 나타나는 증상이 확실했다. 그는 강남구에 있었을 때 부터 여러 사람들의 몸에서 비슷한 무늬를 본 적이 있다. 어쩌면 정기영도 서심산에 중독되어 신태열에게 조종당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선생님, 혹시 서심산을 복용하신 겁니까?” ‘서심산’ 이라는 세 글자를 듣자 정기영이 짜증을 내며 말했다.“서심산? 신태열이 연산시를 통제한 그 ‘보배’ 말하는 거죠? 허허, 그건 쓰레기입니다. 그걸로 나를 조종하려 했지만, 되지도 않는 소리!” 강책이 눈살을 찌푸렸다. 서심산을 복용하지 않았지만 정기영 몸의 얼룩무늬는 서심산에 중독된 것과 비슷하다. 만약 중독이 되었다고 해도 현재 아무런 가치도 없는 사람에게 신태열이 매달 해독제를 가져올 수도 없는 노릇아닌가. 또 해독제가 없으면 82세까지 살 수도 없다. 그렇다면 얼룩무늬는 어떻게 된 일인가. 이때, 정기영이 강책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젊은이, 그만 가세요. 연산시를 정복하겠다는 헛된 꿈은 접으세요. 여긴 다른 지역과 달라요, 물이 깊을 겁니다.” 죽기 전에 내뱉은 말은 그저 착한 말 일까 아니면 정기영의 마지막 유언일까. 그는 말을 끝내고 더 이상 숨을 쉬지 않았다. 강책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물고기자리, 의사 불러줘. 선생님이 돌아가셨어.”물고기자리는 아무말 하지 않고 의사를 찾으러 자리를 떴다. 마지막으로 강책은 자리에서 일어나 정기영의 시체에 허리를 숙였다. 그리
“아니라면요?” “하나의 조직. 모습을 보이지 않고 ‘지하’ 에서만 존재하는 거대한 조직!” 방 안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 붙었다. 물고기자리가 옷을 더 감쌌다.“총수님 말씀은 연산시에 화상그룹 이외에도 또 다른 거대한 조직이 있고, 단 한번도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는 뜻입니까?” 강책이 분석에 나섰다.“조직이 정말로 존재하고, ‘용맥’ 을 자신의 집터로 살아간다고 가정하면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이 이해가 될거야. 용의물은 그냥 보통 물일수도 있어, 마시고 나서 몸에 나타나는 변화는 없지만 ‘용맥’ 조직의 인정을 받은 거와 다름 없어! 인정을 받고, 지지를 받고, 성공을 거두는 거야.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인정을 받지 못하면 연산시에서 성공을 이룰 수 없어.” 물고기자리는 그제서야 깨달았다는 표정을 지었다.“네, 이제서야 이해가 갑니다. 몇 백년동안 연산시에서 발을 뻗을 수 있었던 사람들 모두 용의물을 마신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물을 마시지 못한 세력들은 하나같이 다 실패하고, 심지어 외부 지역에서는 대박을 쳤지만 연산시에서는 성공을 이루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 세력들은 방향과 사람을 잘 못 찾은 것이다. 연산시에서는 앞에 보이는 대상만을 처리해야할 게 아니라 용의물을 마셔서 인정을 받아야만 한다.“엄숙집안이 용맥과 대화를 할 수 있다고 했어. 허허, 사실 용맥의 대리인 인거지. 용맥은 ‘지하’에 존재해. 책임자들이 직접 신태열과 정기영 같은 사람들과 교류하기 위해선 대리인이 필요했을거야. 용맥의 모든 지시는 엄숙집안을 통해 그들에게 전달했을 거야, 그 집안이 100년가량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이 이유일거야. 엄숙집안을 건드리는 건 용맥을 건드리는 것과 같고, 연산시에서 용맥을 건드는 자는 죽는다. 라고 생각하면 돼.” 강책의 추측일 뿐이지만 지금까지 얻은 정보를 모아서 살펴보면 그럴싸했다. 물고기자리가 침을 꼴깍 삼켰다.“만약 정말 그런 조직이 존재한다면 어디에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까? 어떤 식으로 살아가는 건지, 어떻게 연
다음날 점심, 장유나는 약속한 시간에 도착했다. 장유나는 오직 강책이 한 요리만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오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올 수밖에 없었다. 장유나는 보디가드의 경호를 받으며 차에서 내려 식약 식당으로 향했다. 식약 식당에 들어가자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사람들은 평소에 보기 힘든 엄수 집안의 아가씨 장유나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구경나와 있었다.장유나는 마치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 것 같아 눈살을 찌푸렸다. 다행히 엄수 집안의 명성이 자자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장유나를 멀찌감치 서서 쳐다만 볼 뿐 사진을 찍거나 규범에 벗어난 행동은 감히 하지 못했다. 잠시 후, 장유나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쳐 그녀의 전용석에 앉아 심호흡을 한 후 짜증스럽게 말했다. “음식 준비해 주세요!”식당 매니저는 장유나에게 웃으며 말했다. “아가씨, 죄송합니다. 사장님께서 볼 일을 보러 잠깐 나가셨습니다. 조금 있으면 오실 테니 잠시만 기다려주세요.”“네? 기다리라고요?”장유나는 화가 났다. 연산시에서는 항상 다른 사람이 장유나를 기다렸다. 장유나가 누구를 기다린다는 게 말이 되나?안하무인격의 신태열도 항상 음식을 준비해서 장유나를 기다렸다. 단 한 번도 장유나를 소홀히 대접한 적이 없다. 하지만 강책은 장유나를 기다리게 하다니... 하하!장유나의 성격대로라면 당장 자리를 박차고 나가서 아빠에게 강책을 혼내주라고 했을 것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출입문 쪽으로 향하던 장유나는 문 앞에 서서 발길질을 하고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장유나는 이대로 돌아갈 수 없었다!장유나는 강책이 만든 요리 이외에는 아무것도 못 먹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어젯밤 장유나는 집에 돌아와 셰프가 한 음식을 먹고 밤새 토를 했다. 셰프의 음식과 강책의 음식은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다. 먹는 것을 좋아하는 여자의 입맛을 맞춰준다면 여자의 모든 것을 얻은 셈이다. 보아하니 강책은 해낸듯하다.장유나는 거식증을 완전히 회복하기 전까지 강책을 떠날 수 없다. 때문에 장유나는 어쩔
그가 몇 대의 승계자인지 모르지만 드디어 강책의 일행에게 잡혔다. 이어서 김한철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국에 있는 용맥 단체를 모두 잡아 들였다.한편, 200만 명 시민들도 해독약을 먹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들은 강책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연산 시와 다른 도시에 강책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석고상을 지었다.강책의 훌륭한 명성은 후세에도 전해질 것이다.…엄수 집안.장유나가 장훈의 앞으로 껑충껑충 뛰어갔다.“아버지, 제 말이 맞죠? 강책이 분명히 나타날 거라고 했잖아요!”장훈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강책의 강인함과 자신을 괴롭혔던 저주가 풀렸다는 사실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는 드디어 ‘평범한 사람’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식약 식당 안.강책이 황금 십이궁을 이끌고 식당으로 돌아왔다.도착하자마자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정몽연의 모습이 보였다.“강책! 나 진짜 화났어, 진짜 죽은 줄 알았잖아!” 강책이 어깨를 들썩이고는 다정하게 말했다.“미안,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할게.”“진짜야?”“응, 진짜야.”강책이 정몽연을 덥석 안고는 이마에 뽀뽀했다. 정몽연은 살짝 화가 풀렸다.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물었다.“그럼, 어떤 신분을 숨기고 있는지 말해줘.”“어... 그게… 잠깐만.”강책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말했다.“연산 시의 식약 식당, 한사랑 병원이 내 명의라는 건 알고 있을 거야.”그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강남구의 침몽 하이테크랑 기모 엔터테인먼트도 내 명의야.”“뭐?”정몽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남구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대기업을 강책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경성의 강씨 집안, 성월각도 내 명의야.”“뭐라고?”정몽연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의 자산은 한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이었다.“그리고 사실 경성에 갔을 때, 수라 군신의 자리를 다시 되찾았어.”“강책!”정몽연은 화가 나면서도 기뻤다.“어떻게 이 사실을 다 숨기
용맥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책은 분명 죽지 않았는가.“뭘 또 그렇게 놀라.”인파들 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나왔다, 다름 아닌 이미 사망신고가 내려진 강책이었다.“연구가 99퍼센트까지 했는데 마지막 1퍼센트는 도저히 채울 수 없더라고. 그래서 내가 용의 물을 마셔서 직접 독소를 느껴보면 1퍼센트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그 1퍼센트가 뭔지 알아냈고, 해독약을 쉽게 제조할 수 있었어. 이제 용의 물과 이어진 연결도 끊어졌을 거야. 즉, 너는 아무도 죽일 수 없어. 용맥, 네가 졌어.”용맥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강책을 바라보았다.수천 년 동안 전해졌던 역사가 강책의 손에서 끊어지고 말았다. 사실, 용맥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느껴지는 불안함에 강책을 죽이려고 젖 먹던 힘까지 썼지만 그는 결국 해독을 완성시키고 말았다. 용맥이 잠시 생각하고는 이상함을 감지했다.“네가 용의 물을 마시는 동시에 내가 독소를 조종해서 너를 죽게 만들었어,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해독약을 만들었다는 거야?”강책이 용의 물을 들이켰을 때, 이미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분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망칠 길은 전혀 없었다.이때, 강책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신태열 덕분이야.”용맥은 그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그때 심장이 멎었던 이유는 용의 물 때문이 아니야, 그건 서심산 때문이었어. 신태열도 당신의 용의 물을 보면서 비슷한 독약을 만들고 싶어 했어,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얼떨결에 ‘서심산’이라는 독소를 만들어냈어. 그 덕에 연산 시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어. 즉, 서심산은 ‘용의 물’의 짝퉁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큰 비밀을 알아냈어. 두 독약은 상호 배타적 관계를 가졌다는 거였어.”둘 중 독소가 하나라도 몸에 있으면 또 다른 독소는 체내에서 살 수 없다.즉, 서심산을 마셨다면 체내에는 같은 성분인 ‘용의 물’을 배제하는 항체가 생긴다.강책은 용의 물을
사실, 김한철은 그의 지시대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헬기 준비와 위부서에게 용맥을 호송해달라는 부탁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가 차올랐다.“이런 젠장!”그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연산 시 전체가 먹구름이 짙게 끼었다. 한편, 엄수 집안.집안의 가주 장훈이 정원에 앉아있다. 시든 꽃을 보는 그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그는 평생동안 김씨 어르신을 지지하면서 용의 물의 해독을 기대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게다가 그의 제자들인 무상명인 정해운과 강책 모두 죽고 말았다. 결국 용의 물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모두 사라졌다.“하....”장훈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년 동안 가문에 걸렸던 저주는 결국 풀지 못하는 건가.결국 용맥의 ‘부하’로 영원히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때, 장유나가 다가왔다.“아버지, 한숨 그만 쉬세요.”장훈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한숨도 못 쉬게 하는 거야?”“한 두 번 겪는 것도 아니잖아요, 매번 궁지에 몰릴 때마다 강책이 나타났잖아요.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라 믿어요.”장훈이 고개를 저었다, 상황역전의 대명사였던 강책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강책은 용의 물을 마셨고, 생방송에서 그의 사망 원인은 용의 물에 의한 독성 때문이라고 밝혔다.그는 세상을 떠난 사람이 확실했다.“아니요, 전 안 믿어요!”장유나가 굳건한 눈빛으로 말했다.“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강책이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그녀는 씩씩거리면서 자리를 떴다. 장훈은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렇게 믿고 싶어, 하지만 강책은 불사신이 아니야.”…12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건물 앞에 헬기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주위로는 보디가드가 자리를 지켰다.이때, 가면을 쓴 남자가 헬기를 향해 다가갔다. 남자는 다름 아닌 ‘용맥’이었다.김한철은 자리에 서서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용맥은 아랑곳하지 않고 김한철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김청장, 고마
그의 말에 대중들은 충격에 빠졌다, 마치 번개에 맞은 것 같이 순식간에 풀이 죽어버렸다.그 중 몇 명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 앉았다.강책의 죽음이 자신들의 생명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참담했다.용맥은 여전히 대중들의 생명을 ‘패’로 생각하고 정부를 향한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게다가 그들의 생명은 용맥이 쥐고 있기 때문에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더 끔찍한 사실은 유일하게 독을 해독할 수 있었던 인물을 대중들이 죽여 버렸다는 사실이다.김씨 어르신과 무상명인 정해운이 죽고, 강책은 ‘접묵 기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결국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진 지금, 용의 물은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게 되었다.현장에는 절망스런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막막함과 후회스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항상 위기의 상황에 나타나 자신들을 구해주고, 항상 승리의 여신 편이었던 인물을 그릇된 판단으로 그를 지옥으로 빠뜨려버렸다.“안돼!”곧이어 강책의 시체를 향해 무릎 꿇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 비통함을 털어 놓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무릎을 꿇기 시작하고는 과거의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했다.몇 만 명이 넘는 사람이 병원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어리석은 행동을 반성하면서 속죄하기 바빴다. 그들은 신에게 시간을 다시 돌려 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참이 지나고, 황금 십이궁의 물고기자리와 물병자리가 강책의 시체를 들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의 표정은 고통으로 가득했다, 곧이어 십이궁 일원 모두 눈물을 흘렸다.강책의 가족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의 아내 정몽연은 울다가 쓰러져버렸다.연산 시 전체가 좌절에 빠졌다. 하늘도 같은 마음인 걸까, 그들의 마음처럼 어두웠다. 이때, 용맥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김한철, 네가 어렵게 내 위치를 파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근데 미안해서 어쩌지, 이백만 대중
김한철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강 선생님은 이런 상황에서도 참 착하시네요.”“연구에 실패했으니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죽는 수밖에 없어요.” 강책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죽기 전에 가족들과 전화 한 통 하겠습니다.”강책의 가족들은 강책을 만나기 위해 연산에 왔다. 하지만 영원히 이별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역시,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강책은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정몽연은 대성통곡을 하며 강책에게 충독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했다. 정몽연은 강책을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몽연의 생각과는 달랐다. 강책의 선택이 늦어질 때마다 시민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공포감에 휩싸인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다. 강책의 목숨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여보, 우리 딸 잘 부탁해. 사랑해 여보.” 강책은 정몽연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병원 밖으로 나가 시민들을 마주했다. 황금 십이궁은 일렬로 서서 불안한 표정으로 강책을 쳐다봤다. 잠시 후, 강책은 마이크 앞에 서서 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 “제 목숨을 수십만 명의 시민들의 목숨과 바꿀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저는 불씨이기 때문에 죽으면 불은 꺼지지 않고 더욱 타오를 겁니다! 때문에 이 세상은 결코 어둠에 잠기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강책의 말이 끝나자 한 젊은이가 무리들 사이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 “강 선생님, 죄송하지만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니 가짜로 죽은 척하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번 검사해 보겠습니다.” 용맥은 진용과 이용진, 그리고 신태열을 경험해 본 듯했다. 강책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젊은이를 막아서지 않았다. 젊은이는 일단 눈앞에 있는 사람이 물병이나 다른 사람이 가장한 것이 아닌, 진짜 강책인지 확인한 후 강책의 편작 신침을 빼앗아 가짜 죽음을 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책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재차 확인했다. “됐습니다. 자, 이제 준비
사실상 반나절 안에 연구하기란 매우 촉박하다. 강책은 최고의 의사와 연구진들에게 연락해 용의 물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용의 물에 대한 연구는 매우 힘들었다. 용의 물 자체가 연구하기 힘들었으며, 구하기 힘들어서 샘플의 양이 극히 적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과 다르다. 현재 연산 시 전체에 용의 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강책과 수백 명의 연구자들은 반나절 동안 연구에 집중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강책은 연구에 실패했다. “1퍼센트, 딱 1퍼센트가 부족해요!” 강책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상 연구는 99퍼센트 완성됐다. 하지만 단 1퍼센트가 부족했다.가장 핵심인 1퍼센트의 데이터는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부분이었다. 게다가 주어진 시간도 매우 촉박했다. 전 세계 훌륭한 연구자들이 모두 모였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용의 물, 그야말로 최악의 독약이다. 하지만, 더욱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연구 실패 후, 200만 명 시민들 사이에서 용의 물 독성에 견디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용맥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자 강책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강책, 당신만 희생하면 수백만 명의 시민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강책, 비겁하게 숨지 말고 나오세요!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당신 하나 때문에 죽을 수는 없습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책임지세요. 당장 나오세요!” 수많은 시민들은 병원 앞에서 큰소리로 시위를 했다. 사람들은 이미 공포에 눈이 멀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구하기 위해 강책 한 명 목숨을 희생하는 것이 어려운 걸까? 시민들은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사람들의 오직 강책이 빨리 죽기를 원했다. 용맥은 강책이 죽어야 통제를 멈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의 목숨도 지킬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시민들은 강책이 연산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새까맣게 잊었다.
용맥, 그야말로 은밀하고 악독하다. 용맥의 비서는 계속해서 말했다.“저희가 바라는 것은 오직 안전입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면 시민들을 죽이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한 가지 요구를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강책도 용의 물을 마시세요! 강책은 용맥의 골칫거리입니다. 저희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강책을 반드시 통제해야 하니 양해 바랍니다. 자, 그럼 오후까지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만약 오후에도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용맥은 시민을 죽일 겁니다. 이제 제가 할 말은 다 끝났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비서는 화면 속에서 사라졌다. 김한철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졌다. 김한철은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차며 버럭 화를 냈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용의 물 바이러스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강 선생님뿐이에요. 강 선생님께서 용의 물을 마시면 그들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용맥이 시키는 대로 하실 겁니까? 자살을 하라고 할 수도 있어요. 강 선생님이 죽으면 용의 물을 해결할 사람이 없어요. 그럼 200만 명의 시민들은 용맥에게 통제될 겁니다. 용맥은 인질을 더 늘릴 겁니다. 강 선생님은 절대 죽어서는 안 됩니다. 절대 용의 물을 마시지 마세요.”김한철의 말이 맞다. 하지만 가능할까? 용맥은 200만 명의 시민을 인질로 잡고 강책에게 용의 물을 마시라고 요구했다. 만약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1초에 한 명씩 죽을 것이다. 과연 강책이 받아들일까? 김한철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미 용맥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공격하면 됩니다.”“안 됩니다.” 강책은 말했다. “그럼 다 같이 죽는 것과 다름없어요. 용맥을 잡으면 200만 명의 시민들도 같이 잡는 겁니다. 절대 안 됩니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 강책과 김한철은 잠시 말이 없었다. 강책이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 위기를 잠시나마 모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는? 용의 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강책이
김한철은 강책의 말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예상한 대로군요.”예상대로라니?김한철은 처음부터 용맥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걸까?“강 선생님, 잠깐 저랑 나가시죠.”김한철은 강책과 함께 빈 병실로 자리로 옮겨 문을 잠갔다. 김한철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뉴스가 있습니다. 연산 외에도 10군데의 도시들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강 선생님, 혹시 어디 도시인지 아십니까?”강책은 김한철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아차렸다. 이전에 회의에서 김한철이 수십 군데의 도시들이 용맥에게 통제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10군데 도시들의 시민들이 모두 중독되었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강책은 말했다. “시민들은 용의 물에 중독된 겁니다. 그리고 다른 도시들도 용맥의 세력이 퍼져 있기 때문에 용맥의 짓이 틀림없습니다.”김한철은 확신에 찬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한철과 강책이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한 도시에 15만 명이 중독되었다고 해도 10군데 이상의 도시면 2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중독된 것이다. 상당한 숫자이다. 강책은 용의 물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용의 물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첫째, 단시간 안에 몸 전신에 퍼져 중독된다. 둘째, 용맥의 통제를 당하면 언제든 죽을 수 있다. 용맥은 분명히 무고한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10군데가 넘는 도시에 용의 물을 퍼뜨린 것이다. 용맥은 원할 때 언제든 시민들을 죽일 수 있다. 일이 매우 복잡해졌다. 김한철은 말했다. “저희는 이미 준비를 끝냈으니 그물을 던져서 용맥을 처리합시다. 용맥도 최후의 방법을 썼으니 저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지금 갈등이 격화되면 용맥이 흥분해서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다. 200만 명의 시민이 죽으면 누구 탓일까? 아마 김한철이 죄인이 될 수도 있다. 강책은 말했다. “이럴 때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혹시라도 용맥이 반격하면 일이 커집니다.”강책과 김한철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니요. 아침에 뉴스 보고 지금까지 물 한 모금도 안 마셨습니다. 이건 천재지변인가요? 사람에 의해서 일어난 재난인가요?”물고기자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천재지변이든 사람에 의해 일어난 재난이든 심각한 상황이다. 잠시 후, 강책은 병원에 도착했다. 강책을 기다리고 있던 김한철은 강책을 보자마자 병실로 데리고 갔다. 병실 안, 한 환자는 더운 여름 날씨에 마치 얼음장 안에 있는 듯 온몸을 떨고 있었다. 이때, 한 의사가 말했다. “강 선생님, 현재 상황을 대략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수돗물에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수돗물을 마시면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잠복된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폭발하지는 않는다. 현재 10만 명 이상의 시민들 몸속에 바이러스가 잠복되어 있다. 그중 122명은 감염되었다. 끔찍한 것은 사람들의 바이러스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오한 증상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열이 오르는 사람도 있다. 또한 간지러움 증상이 있는 사람, 구토 증상을 보이는 사람 등등 증상이 모두 달랐다. 사람마다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증상이 제각각이다. 현재 바이러스는 매우 강력해서 개개인의 체질에 따라 전혀 다른 증상을 보인다. 가장 심각한 경우 숙주세포를 공격할 수도 있다.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서운 점이 또 있습니다. 현재 바이러스는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검출되고, 물에 있을 때는 전혀 검출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습니다.”즉,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하지 않다. 강책은 의사의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바이러스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보이기 때문에 일반 바이러스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강책은 환자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강책은 침을 꺼내 자신의 몸에 놓았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