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오전 9시가 조금 넘은 시각, 소민준은 예정대로 경매장에 도착했다. 소민준은 화상 그룹을 대표했다. 소민준 외에 9군데의 회사 사람들도 모두 경매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어차피 경매하는 ‘척’만 할 것이니 소민준은 이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모든 것이 소민준의 통제하에 있다. 시간이 지나자 진행자가 조그마한 망치를 하나 들고 무대에 올라 테이블 앞에 섰다. 잠시 후, 10시가 되었다.진행자는 사람들에게 공손히 인사를 한 뒤 마이크를 들고 말했다. “여러분, 오늘 경매에 참여해 주셔서 매우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오하준 선생님께서 평생 모으신 귀중한 문화재로 경매가 진행됩니다.”사회자는 인사말을 끝낸 후 본론으로 들어갔다. “시작가는 5억이며, 가격은 최소 3천만 원씩 올립니다. 3초가 지나고도 다른 경매자가 없으면 경매는 끝납니다. 경매 규칙 설명은 끝났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경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무관심했다. 이들은 그저 자리만 채우러 왔을 뿐 경매에 참여할 생각 전혀 없었다. 몇 초의 침묵 끝에 소민준은 조용히 손을 들었다. “5억이요.”진행자는 미소 짓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자, 5억 나왔습니다. 또 있나요?”사람들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심지어 꾸벅꾸벅 졸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어차피 대본대로 하는데 뭐 볼 게 있을까?”“자, 5억, 1초”“2초…”진행자가 마지막 3초를 외치고 오늘 임무가 완성되려는 순간! 갑자기 구석에서 누군가 손을 들고 말도 안 되는 금액을 불렀다. “40억이요.”사람들은 깜짝 놀라 모두 멍해졌다. 졸고 있던 사람들 또한 놀란 토끼 눈을 하고 누구인지 쳐다봤다. 이거 무슨 상황이지? 누가 판을 깨는 거야?다들 자리만 채워주러 온 건데 누가 경매에 참여하는 거지?경매에 참여하는 건 그렇다 친다. 하지만 5억을 불렀는데 40억을 부르다니, 돈이 남아도는 건가?
“네. 무슨 문제 있습니까?”소민준은 강책이 대답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렇다. 본인이 돈이 많아서 경매를 하고 싶다는데 어쩌겠는가?사실 6~7억이면 소민준도 이 악물고 뺏을 수 있다.하지만 한 번에 40억을 불렀는데 무슨 수로 뺏을 수 있을까?뺏는다고 해도 이익이 전혀 없을뿐더러 신태열에게 욕만 먹을 것이다. 게다가 소민준에게 40억이 어디 있겠는가! 구석에 있던 남자가 말했다. “진행자님, 진행하셔야죠?”진행자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자, 40억. 1초.”40억에 화화 문물을 경매할 사람은 없어 보였다. 누가 40억을 부를까?“2초.”소민준은 화가 나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지금 신태열에게 전화해도 이미 늦었다.“3초!”진행자는 말했다. “자, 아무도 없습니까? 그럼 오하준 선생의 화하 문물은 8번 경매자님께서 가져가겠습니다. 축하드립니다.”잠시 후, 경매자가 경매가를 지불하고 화하 문물을 건네줄 때 불이 환하게 켜졌다.소민준은 8번 경매자의 얼굴을 똑똑히 봤다. 그런데 낯이 익었지만 누군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잔뜩 화가 난 소민준은 8번 경매자에게 다가가 말했다. “저기요. 당신 지금 사고 친 거 아세요?”“그래요?”“감히 화상 그룹에게 맞서다니, 죽음이 두럽지 않아요?”“화상 그룹이요? 하루 이틀도 아닌데 무서울 게 뭐가 있어요?소민준은 어리둥절해하며 말했다. “당신, 도대체 누구세요?”8번 경매자는 간결하게 본인의 이름을 말했다. “강책!”‘강책?’ 소민준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소민준은 갑자기 생각이 났다. 강남구에서 신태민을 체포하고 신태열을 죽이려던 강책? 강책은 연산시에 와서 소민준의 손을 두 번이나 꺾었다. 강책의 실력은 만만치 않다. 강책도 화상 그룹에게 맞서는 이유가 있다. 물론 그 이유도 있다. 소민준은 강책이 왜 경매를 망치려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화상 그룹을 화나게 하려는 속셈인 건가?소민준은 경매장을 떠나는 강책과 진행자의 뒷모습을 보고 이를 악물었다.
소민준이 돌아가려고 차에 탔을 때, 강책과 진행자가 웃으며 지나갔다. 그 모습을 본 소민준은 더욱 화가 났다. 소민준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강책의 득의양양한 모습을 보고 어떻게 돌아갈 수 있을까?열받는다!젊은 사람들의 성격은 직설적이다. 특히 소민준처럼 고귀한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남들보다 높은 위치에서 사회 경험이 없는 사람은 더욱이 그렇다. 소민준은 다른 사람을 괴롭히기만 했지 괴롭힘을 당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이대로 그냥 넘어갈 수 없다!소민준은 운전 기사에게 말했다. “김현철한테 전화해서 보고하세요.”운전 기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김현철은 화상 그룹의 전문 보디가드로 소민준의 전문 보디가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수법이 악랄하다. 김현철 매번 큰 사건을 처리하며 상대는 죽지 않으면 중상을 입는다. 화가 난 소민준은 김현철에게 강책을 넘겼다. 그야말로 강책을 가만두지 않을 작정이었다. 하지만 강책은 본인이 김현철의 표적이 되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 시각, 강책은 물고기자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돌아가는 중이었다. 처음에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물고기자리는 운전을 할수록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총수님, 뒤에 차가 저희를 계속 따라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느낌이 안 좋습니다.”보통 이런 상황에 직면하면 뒤에 있는 차를 피하거나 가능한 사람이 많이 다니는 큰 길로 빠져나간다. 하지만 강책은 이와 반대였다. 강책은 물고기자리에게 말했다. “뒤에 차가 따라올 수 있도록 속도 줄여. 그리고 골목길로 들어가서 뒤차가 우리를 가로막을 기회를 주도록 해.”다른 사람이라면 강책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물고기자리는 강책의 마음을 아주 잘 알고 있다. 물고기자리는 강책에게 말했다. “총수님, 역살하실 건가요?”강책은 아무 말 없이 그저 창밖을 바라봤다. 상대를 집어삼키려면 자신의 실력을 가늠해야한다. 하지만 소민준은 자신의 실력을 잘 알지 못한다. 심지어 아버지가 돌아오라고
강책은 담배 한 개를 꺼내 불을 붙여 피우며 말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까지 데려와서 제 차를 막는 이유가 도대체 뭡니까?”소민준은 피식 웃고 옆에 있는 건장한 남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제 옆에 있는 이 분은 연산시에서 1등 보디가드 김현철입니다! 김현철 씨가 주먹을 쓰면 죽는 것 아니면 중상을 입기 때문에 평소에는 주먹을 쓰지 않죠. 강책 씨, 당신이 감히 우리 화상 그룹에 맞섰으니 쓴맛을 보여줘야죠. 오늘이 당신 마지막 날입니다.”강책은 실눈을 뜨고 앞에 있는 소민준을 쳐다보며 담배 한 모금을 피우고 말했다. “예전에 당신처럼 미쳐 날뛰는 남자 두 명이 있었어요. 한 명은 신태윤, 다른 한 명은 신태민. 이 두 사람이 저랑 싸운 후에 한 명은 죽고, 한 명은 체포되었어요. 소민준 씨라고 하셨죠? 당신이 신태윤과 신태민보다 대단하다고 생각하세요?”소민준은 기분이 언짢았다. 사실 소민준은 마음속으로 신태윤과 신태열을 업신여겼다. 소민준과 신태윤 그리고 신태열은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자랐다. 하지만 소민준은 결국 소헌의 아들이고, 신태윤과 신태민은 신태열의 아들이다. 때문에 소민준은 어렸을 때부터 하인처럼 형제의 시중을 들었다. 남들 앞에서 위세를 떨치던 소민준이 하인처럼 신태윤과 신태민을 모셔야 하니 기분이 얼마나 언짢았겠는가?더욱이 소민준이 보기에 신태윤과 신태민은 그야말로 돌대가리들이었다. 소민준은 신 씨 집안을 통틀어서 신태열과 신태희만 존경했다. 이외에 사람들은 모두 돌대가리이다!때문에 강책이 소민준에게 신 씨 형제보다 대단하다고 물어본다면 어떠하겠는가?당연히 소민준의 기분을 더욱 언짢게 하는 것이다. 소민준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신 씨 형제가 저랑 비교가 됩니까? 게다가 모략으로 두 사람을 상대한 거 아닙니까? 지금 이렇게 많은 사람들한테 둘러싸여 있는데 어떻게 모략을 부리시겠습니까? 강책 씨, 오늘 살아 돌아갈 생각 마세요!”강책은 전혀 겁먹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정말 저를 죽이실 겁니까?”“당연하죠!”“다시
연산시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청년 인재’ 소민준은 이렇게 생을 마감하게 되었다.쌍둥이자리를 만난 것은 소민준의 운명이다. 쌍둥이자리는 김현철과 소민준을 죽였지만 피 맛을 더 느끼고 싶었다. 하지만 김현철의 부하들은 이미 놀라서 도망치고 없었다. 김현철의 부하들은 오늘 진짜 악마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쌍둥이자리의 악랄함이 강책의 수라 군신보다 더 위협적이다. 잠시 후, 먹잇감을 찾지 못한 김현철은 푸른색 긴 머리를 쓸어올리고 손가락에 묻은 피를 핥으며 자리를 떠났다. 차 안. 물고기자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총수님, 쌍둥이자리가 짐승이 아니라 인간인 게 확실합니까? 얼굴 생김새 빼고 어디가 인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전갈자리 같은 냉혈한 프로 킬러랑은 말이라도 하겠는데 쌍둥이자리한테는 말도 못 붙이겠습니다. 쌍둥이자리는 말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에요.”물고기자리의 불평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강책 외에 황급 십이궁의 사람들도 쌍둥이자리와 교류하지 못한다. 쌍둥이자리는 유일하게 살인을 좋아한다는 인상만 가지고 있다.강책은 웃으며 간단하게 말했다. “사람마다 각자 생각이 있어. 그리고 쌍둥이자리는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나쁜 사람이 아니야.”잠시 후, 강책은 소민준의 시체 앞으로 가 담배꽁초를 버렸다. 그리고 잘린 머리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강책은 이렇게 젊은 소민준이 죽으니 안타까웠다. 하지만 강책은 이미 소민준에게 기회를 줬었다. 강책이 소민준에게 정말 자신을 죽일 거냐고 여러 번 물었지만 소민준은 아주 단호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소민준과 같은 방식을 택한 강책을 탓할 수 없다.물고기자리는 강책에게 물었다. “총수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총수님과 소민준 사이에는 어떤 원한도 없으니 따끔하게 혼내주기만 하면 되는데 왜 쌍둥이자리까지 불러서 소민준을 죽이신 겁니까?”강책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소민준은 소헌의 아들이니까.”“네?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신태열에게
강책의 유인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경매에서 일어난 일은 신태열의 화를 돋구기는 커녕 강책의 현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 준 셈이었다. 그 뒤로 또 하나의 작전이 따라 붙었다. 그 작전은 기술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은 낮은 수준이다. 목적이 적나라하게 보이지만 동시에 쉽게 걸린다는 점이 있다. 신태열과 소헌이 강책을 비웃고 있을 때, 보안요원 한명이 상자를 들고 들어왔다.“회장님, 강책이라고 하는 남성분이 이 물건을 보내왔습니다.” “오?”신태열이 비아냥거렸다.“또 쓸데없는 도발이겠지? 강책아, 아무리 도발해도 내가 당할것 같아? 오히려 네가 이러면 이럴수록 더 무시할 수 밖에 없어. 이놈이 이번에는 어떤 걸 가져왔을까?” 상자를 열자 신태열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곧이어 얼굴의 웃음기도 사라져버렸다. 안에 들어있던 물건때문에 신태열의 모든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옆에 있던 소헌은 신태열의 반응을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회장님, 대체 뭘 보신 겁니까? 강책 그 놈이 또 뭘 보내 온 겁니까?”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상자 안을 보려했지만 신태열이 재빨리 상자 뚜껑을 덮었다. 그리고는 소헌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이에 소헌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회장님, 왜 못 보게 하시는 겁니까?” 신태열이 침을 삼켰다.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하는 눈치였다. 마지막으로 깊게 한숨을 내쉬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이 안에 있는 물건은 네가 보고 싶은 게 확실해. 하지만 보기전에 나랑 약속해.” “무슨 약속이요?” “절대로 울지 않겠다고 말이야.” “네?”소헌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대체 뭐가 들었길래 울지 말라고 하는 걸까. 사실 소헌은 요 몇십년동안 눈물을 흘린 적이 없었다.“할 수 있겠지?” “회장님, 저랑 장난치시는 겁니까.” “안 울겠다고 약속해줘.”소헌은 신태열의 진지한 태도에 상황을 파악하고,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약속합니다.” “그래, 그럼 와서 봐봐.”곧이어 신태열이 상자를 열
한편, 강책과 물고기자리가 식약식당으로 돌아왔다. 도착하자마자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문 앞에 서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머리를 내밀면서 식당 안을 보기 바빴다. 마치 연예인을 구경 온 것 같았다.“중요한 손님이 있나봐?” 보안요원이 길을 터주고, 강책이 식당 안으로 손쉽게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다름 아닌 유명 푸드잡지 ‘향기’의 편집장 노문강이었다. 하지만 노문강을 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나이를 지그시 먹은 노인네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랴. 사람들이 주목하는 사람은 노문강 옆에 있는 한 소녀였다. 소녀는 여린 몸에 예쁘장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 10점 만점에 8점으로, 예쁘긴 하지만 완벽한 미녀라고 하기에는 어려웠다. 설마 이 소녀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을리는 없다. 이때, 노문강이 강책을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했다.“강사장님, 드디어 오셨군요.” “네? 저를 계속 기다리신 겁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저희 집 아씨가 기다리신 겁니다.”옆에 있는 소녀가 오늘의 주인공이었다. 노문강의 말을 통해 소녀의 신분이 결코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씨’ 라고 부르는 그의 행동에 사람들의 관심이 점점 커졌다. 노문강이 다시 입을 열었다.“이 분은 엄수집안의 장유나 큰 아씨 입니다.” 강책은 ‘엄수집안’ 을 처음 들었다. 하지만 현장의 반응을 보아 대단한 집안의 자식이라는 건 파악할 수 있었다. 게다가 노문강도 장유나를 존경하는 태도를 취했었기에 연산시에서 엄수집안의 위치는 결코 낮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동시에 엄수집안과 화상그룹의 사이가 궁금해졌다. 강책이 물고기자리와 눈을 마주치자마자 물고기자리는 조심스레 자리를 빠져나와 엄수집안에 대해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강책은 노문강과 악수를 나누며, 인사 몇 마디를 주고 받았다. 장유나에게도 말을 건네고 싶었지만 악수는 커녕, 강책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오히려 장유나는 자리에 앉아서 차갑게 말했다.“삼촌, 저 해야할 일이 남았어요, 여기서
정유나는 맥을 짚는 것 조차 트집을 잡았다. 곧이어 노문강이 다가와 다급하게 말렸다.“유나야, 이건 식약식당의 규칙이야. 너의 몸상태를 알아야 제일 알맞는 음식을 내어줄 거 아니니.”장유나는 냉담한 얼굴을 계속 유지했다.“싫어요! 저 더러운 손이 제 몸에 닿는 건 절대로 싫어요.” 만약 일반인이 들었더라면 머리 끝까지 화가 올랐겠지만, 강책은 오히려 재밌는 듯 미소를 지었다. 많은 사람을 만나왔지만 이런 성격의 큰 아가씨는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이어서 얇은 튜브관을 꺼내고는 장유나에게 말했다.“맥을 짚지 않아도 됩니다. 이 물건을 손목 쪽에 갖다 대주시면 제가 실을 통해 진찰을 진행하겠습니다.” 이 진찰 방법은 할 수 있는 사람이 극히 드물다. 하지만 장유나는 의심을 놓지 않았다.“헛짓거리 하시다가는 큰일 날거에요.” 그녀가 말하면서 튜브관을 손목에 올렸다. 강책은 얇은 튜브관의 다른 편 입구에 젓가락을 끼어 넣고 관을 직선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관을 통해 장유나의 맥을 진찰했다.“됐습니다. 장유나씨, 혀를 내밀어 보시겠습니까.” 20분 뒤, 모든 진찰 과정이 끝났다. 중간에 장유나가 생떼를 부리는 바람에 더 늦어진 것이다. 곧이어 강책이 자리에서 일어났다.“저한테 10분만 주시죠, 장유나씨가 좋아할 만한 음식으로 준비해오겠습니다.” “흥, 잘난 척하기는.”장유나는 식약식당에 있는 동안 강책의 솜씨가 뛰어나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게다가 사기꾼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강책도 크게 신경쓰지 않고 주방으로 들어가서 요리사들과 회의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한편, 장유나는 의자에 앉아 가만히 기다렸다. 10분이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갔다. 이어서 강책이 주방에서 요리를 내어왔다.“장유나씨, 오래 기다리셨죠? 아씨를 위해 제가 직접 제조한 요리입니다. 드셔보시겠습니까.” 강책이 음식을 장유나 앞에 갖다 두었다. 음식의 형태가 서서히 들어나자 모든 사람의 눈이 휘둥그레 졌다. 사실, 10분만에 만들 수 있는 고급요리는 없다. 강
그가 몇 대의 승계자인지 모르지만 드디어 강책의 일행에게 잡혔다. 이어서 김한철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국에 있는 용맥 단체를 모두 잡아 들였다.한편, 200만 명 시민들도 해독약을 먹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들은 강책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연산 시와 다른 도시에 강책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석고상을 지었다.강책의 훌륭한 명성은 후세에도 전해질 것이다.…엄수 집안.장유나가 장훈의 앞으로 껑충껑충 뛰어갔다.“아버지, 제 말이 맞죠? 강책이 분명히 나타날 거라고 했잖아요!”장훈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강책의 강인함과 자신을 괴롭혔던 저주가 풀렸다는 사실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는 드디어 ‘평범한 사람’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식약 식당 안.강책이 황금 십이궁을 이끌고 식당으로 돌아왔다.도착하자마자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정몽연의 모습이 보였다.“강책! 나 진짜 화났어, 진짜 죽은 줄 알았잖아!” 강책이 어깨를 들썩이고는 다정하게 말했다.“미안,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할게.”“진짜야?”“응, 진짜야.”강책이 정몽연을 덥석 안고는 이마에 뽀뽀했다. 정몽연은 살짝 화가 풀렸다.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물었다.“그럼, 어떤 신분을 숨기고 있는지 말해줘.”“어... 그게… 잠깐만.”강책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말했다.“연산 시의 식약 식당, 한사랑 병원이 내 명의라는 건 알고 있을 거야.”그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강남구의 침몽 하이테크랑 기모 엔터테인먼트도 내 명의야.”“뭐?”정몽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남구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대기업을 강책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경성의 강씨 집안, 성월각도 내 명의야.”“뭐라고?”정몽연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의 자산은 한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이었다.“그리고 사실 경성에 갔을 때, 수라 군신의 자리를 다시 되찾았어.”“강책!”정몽연은 화가 나면서도 기뻤다.“어떻게 이 사실을 다 숨기
용맥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책은 분명 죽지 않았는가.“뭘 또 그렇게 놀라.”인파들 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나왔다, 다름 아닌 이미 사망신고가 내려진 강책이었다.“연구가 99퍼센트까지 했는데 마지막 1퍼센트는 도저히 채울 수 없더라고. 그래서 내가 용의 물을 마셔서 직접 독소를 느껴보면 1퍼센트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그 1퍼센트가 뭔지 알아냈고, 해독약을 쉽게 제조할 수 있었어. 이제 용의 물과 이어진 연결도 끊어졌을 거야. 즉, 너는 아무도 죽일 수 없어. 용맥, 네가 졌어.”용맥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강책을 바라보았다.수천 년 동안 전해졌던 역사가 강책의 손에서 끊어지고 말았다. 사실, 용맥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느껴지는 불안함에 강책을 죽이려고 젖 먹던 힘까지 썼지만 그는 결국 해독을 완성시키고 말았다. 용맥이 잠시 생각하고는 이상함을 감지했다.“네가 용의 물을 마시는 동시에 내가 독소를 조종해서 너를 죽게 만들었어,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해독약을 만들었다는 거야?”강책이 용의 물을 들이켰을 때, 이미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분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망칠 길은 전혀 없었다.이때, 강책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신태열 덕분이야.”용맥은 그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그때 심장이 멎었던 이유는 용의 물 때문이 아니야, 그건 서심산 때문이었어. 신태열도 당신의 용의 물을 보면서 비슷한 독약을 만들고 싶어 했어,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얼떨결에 ‘서심산’이라는 독소를 만들어냈어. 그 덕에 연산 시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어. 즉, 서심산은 ‘용의 물’의 짝퉁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큰 비밀을 알아냈어. 두 독약은 상호 배타적 관계를 가졌다는 거였어.”둘 중 독소가 하나라도 몸에 있으면 또 다른 독소는 체내에서 살 수 없다.즉, 서심산을 마셨다면 체내에는 같은 성분인 ‘용의 물’을 배제하는 항체가 생긴다.강책은 용의 물을
사실, 김한철은 그의 지시대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헬기 준비와 위부서에게 용맥을 호송해달라는 부탁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가 차올랐다.“이런 젠장!”그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연산 시 전체가 먹구름이 짙게 끼었다. 한편, 엄수 집안.집안의 가주 장훈이 정원에 앉아있다. 시든 꽃을 보는 그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그는 평생동안 김씨 어르신을 지지하면서 용의 물의 해독을 기대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게다가 그의 제자들인 무상명인 정해운과 강책 모두 죽고 말았다. 결국 용의 물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모두 사라졌다.“하....”장훈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년 동안 가문에 걸렸던 저주는 결국 풀지 못하는 건가.결국 용맥의 ‘부하’로 영원히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때, 장유나가 다가왔다.“아버지, 한숨 그만 쉬세요.”장훈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한숨도 못 쉬게 하는 거야?”“한 두 번 겪는 것도 아니잖아요, 매번 궁지에 몰릴 때마다 강책이 나타났잖아요.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라 믿어요.”장훈이 고개를 저었다, 상황역전의 대명사였던 강책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강책은 용의 물을 마셨고, 생방송에서 그의 사망 원인은 용의 물에 의한 독성 때문이라고 밝혔다.그는 세상을 떠난 사람이 확실했다.“아니요, 전 안 믿어요!”장유나가 굳건한 눈빛으로 말했다.“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강책이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그녀는 씩씩거리면서 자리를 떴다. 장훈은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렇게 믿고 싶어, 하지만 강책은 불사신이 아니야.”…12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건물 앞에 헬기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주위로는 보디가드가 자리를 지켰다.이때, 가면을 쓴 남자가 헬기를 향해 다가갔다. 남자는 다름 아닌 ‘용맥’이었다.김한철은 자리에 서서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용맥은 아랑곳하지 않고 김한철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김청장, 고마
그의 말에 대중들은 충격에 빠졌다, 마치 번개에 맞은 것 같이 순식간에 풀이 죽어버렸다.그 중 몇 명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 앉았다.강책의 죽음이 자신들의 생명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참담했다.용맥은 여전히 대중들의 생명을 ‘패’로 생각하고 정부를 향한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게다가 그들의 생명은 용맥이 쥐고 있기 때문에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더 끔찍한 사실은 유일하게 독을 해독할 수 있었던 인물을 대중들이 죽여 버렸다는 사실이다.김씨 어르신과 무상명인 정해운이 죽고, 강책은 ‘접묵 기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결국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진 지금, 용의 물은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게 되었다.현장에는 절망스런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막막함과 후회스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항상 위기의 상황에 나타나 자신들을 구해주고, 항상 승리의 여신 편이었던 인물을 그릇된 판단으로 그를 지옥으로 빠뜨려버렸다.“안돼!”곧이어 강책의 시체를 향해 무릎 꿇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 비통함을 털어 놓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무릎을 꿇기 시작하고는 과거의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했다.몇 만 명이 넘는 사람이 병원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어리석은 행동을 반성하면서 속죄하기 바빴다. 그들은 신에게 시간을 다시 돌려 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참이 지나고, 황금 십이궁의 물고기자리와 물병자리가 강책의 시체를 들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의 표정은 고통으로 가득했다, 곧이어 십이궁 일원 모두 눈물을 흘렸다.강책의 가족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의 아내 정몽연은 울다가 쓰러져버렸다.연산 시 전체가 좌절에 빠졌다. 하늘도 같은 마음인 걸까, 그들의 마음처럼 어두웠다. 이때, 용맥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김한철, 네가 어렵게 내 위치를 파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근데 미안해서 어쩌지, 이백만 대중
김한철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강 선생님은 이런 상황에서도 참 착하시네요.”“연구에 실패했으니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죽는 수밖에 없어요.” 강책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죽기 전에 가족들과 전화 한 통 하겠습니다.”강책의 가족들은 강책을 만나기 위해 연산에 왔다. 하지만 영원히 이별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역시,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강책은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정몽연은 대성통곡을 하며 강책에게 충독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했다. 정몽연은 강책을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몽연의 생각과는 달랐다. 강책의 선택이 늦어질 때마다 시민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공포감에 휩싸인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다. 강책의 목숨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여보, 우리 딸 잘 부탁해. 사랑해 여보.” 강책은 정몽연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병원 밖으로 나가 시민들을 마주했다. 황금 십이궁은 일렬로 서서 불안한 표정으로 강책을 쳐다봤다. 잠시 후, 강책은 마이크 앞에 서서 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 “제 목숨을 수십만 명의 시민들의 목숨과 바꿀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저는 불씨이기 때문에 죽으면 불은 꺼지지 않고 더욱 타오를 겁니다! 때문에 이 세상은 결코 어둠에 잠기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강책의 말이 끝나자 한 젊은이가 무리들 사이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 “강 선생님, 죄송하지만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니 가짜로 죽은 척하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번 검사해 보겠습니다.” 용맥은 진용과 이용진, 그리고 신태열을 경험해 본 듯했다. 강책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젊은이를 막아서지 않았다. 젊은이는 일단 눈앞에 있는 사람이 물병이나 다른 사람이 가장한 것이 아닌, 진짜 강책인지 확인한 후 강책의 편작 신침을 빼앗아 가짜 죽음을 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책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재차 확인했다. “됐습니다. 자, 이제 준비
사실상 반나절 안에 연구하기란 매우 촉박하다. 강책은 최고의 의사와 연구진들에게 연락해 용의 물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용의 물에 대한 연구는 매우 힘들었다. 용의 물 자체가 연구하기 힘들었으며, 구하기 힘들어서 샘플의 양이 극히 적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과 다르다. 현재 연산 시 전체에 용의 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강책과 수백 명의 연구자들은 반나절 동안 연구에 집중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강책은 연구에 실패했다. “1퍼센트, 딱 1퍼센트가 부족해요!” 강책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상 연구는 99퍼센트 완성됐다. 하지만 단 1퍼센트가 부족했다.가장 핵심인 1퍼센트의 데이터는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부분이었다. 게다가 주어진 시간도 매우 촉박했다. 전 세계 훌륭한 연구자들이 모두 모였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용의 물, 그야말로 최악의 독약이다. 하지만, 더욱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연구 실패 후, 200만 명 시민들 사이에서 용의 물 독성에 견디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용맥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자 강책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강책, 당신만 희생하면 수백만 명의 시민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강책, 비겁하게 숨지 말고 나오세요!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당신 하나 때문에 죽을 수는 없습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책임지세요. 당장 나오세요!” 수많은 시민들은 병원 앞에서 큰소리로 시위를 했다. 사람들은 이미 공포에 눈이 멀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구하기 위해 강책 한 명 목숨을 희생하는 것이 어려운 걸까? 시민들은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사람들의 오직 강책이 빨리 죽기를 원했다. 용맥은 강책이 죽어야 통제를 멈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의 목숨도 지킬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시민들은 강책이 연산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새까맣게 잊었다.
용맥, 그야말로 은밀하고 악독하다. 용맥의 비서는 계속해서 말했다.“저희가 바라는 것은 오직 안전입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면 시민들을 죽이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한 가지 요구를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강책도 용의 물을 마시세요! 강책은 용맥의 골칫거리입니다. 저희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강책을 반드시 통제해야 하니 양해 바랍니다. 자, 그럼 오후까지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만약 오후에도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용맥은 시민을 죽일 겁니다. 이제 제가 할 말은 다 끝났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비서는 화면 속에서 사라졌다. 김한철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졌다. 김한철은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차며 버럭 화를 냈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용의 물 바이러스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강 선생님뿐이에요. 강 선생님께서 용의 물을 마시면 그들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용맥이 시키는 대로 하실 겁니까? 자살을 하라고 할 수도 있어요. 강 선생님이 죽으면 용의 물을 해결할 사람이 없어요. 그럼 200만 명의 시민들은 용맥에게 통제될 겁니다. 용맥은 인질을 더 늘릴 겁니다. 강 선생님은 절대 죽어서는 안 됩니다. 절대 용의 물을 마시지 마세요.”김한철의 말이 맞다. 하지만 가능할까? 용맥은 200만 명의 시민을 인질로 잡고 강책에게 용의 물을 마시라고 요구했다. 만약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1초에 한 명씩 죽을 것이다. 과연 강책이 받아들일까? 김한철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미 용맥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공격하면 됩니다.”“안 됩니다.” 강책은 말했다. “그럼 다 같이 죽는 것과 다름없어요. 용맥을 잡으면 200만 명의 시민들도 같이 잡는 겁니다. 절대 안 됩니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 강책과 김한철은 잠시 말이 없었다. 강책이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 위기를 잠시나마 모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는? 용의 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강책이
김한철은 강책의 말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예상한 대로군요.”예상대로라니?김한철은 처음부터 용맥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걸까?“강 선생님, 잠깐 저랑 나가시죠.”김한철은 강책과 함께 빈 병실로 자리로 옮겨 문을 잠갔다. 김한철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뉴스가 있습니다. 연산 외에도 10군데의 도시들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강 선생님, 혹시 어디 도시인지 아십니까?”강책은 김한철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아차렸다. 이전에 회의에서 김한철이 수십 군데의 도시들이 용맥에게 통제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10군데 도시들의 시민들이 모두 중독되었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강책은 말했다. “시민들은 용의 물에 중독된 겁니다. 그리고 다른 도시들도 용맥의 세력이 퍼져 있기 때문에 용맥의 짓이 틀림없습니다.”김한철은 확신에 찬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한철과 강책이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한 도시에 15만 명이 중독되었다고 해도 10군데 이상의 도시면 2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중독된 것이다. 상당한 숫자이다. 강책은 용의 물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용의 물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첫째, 단시간 안에 몸 전신에 퍼져 중독된다. 둘째, 용맥의 통제를 당하면 언제든 죽을 수 있다. 용맥은 분명히 무고한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10군데가 넘는 도시에 용의 물을 퍼뜨린 것이다. 용맥은 원할 때 언제든 시민들을 죽일 수 있다. 일이 매우 복잡해졌다. 김한철은 말했다. “저희는 이미 준비를 끝냈으니 그물을 던져서 용맥을 처리합시다. 용맥도 최후의 방법을 썼으니 저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지금 갈등이 격화되면 용맥이 흥분해서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다. 200만 명의 시민이 죽으면 누구 탓일까? 아마 김한철이 죄인이 될 수도 있다. 강책은 말했다. “이럴 때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혹시라도 용맥이 반격하면 일이 커집니다.”강책과 김한철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니요. 아침에 뉴스 보고 지금까지 물 한 모금도 안 마셨습니다. 이건 천재지변인가요? 사람에 의해서 일어난 재난인가요?”물고기자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천재지변이든 사람에 의해 일어난 재난이든 심각한 상황이다. 잠시 후, 강책은 병원에 도착했다. 강책을 기다리고 있던 김한철은 강책을 보자마자 병실로 데리고 갔다. 병실 안, 한 환자는 더운 여름 날씨에 마치 얼음장 안에 있는 듯 온몸을 떨고 있었다. 이때, 한 의사가 말했다. “강 선생님, 현재 상황을 대략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수돗물에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수돗물을 마시면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잠복된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폭발하지는 않는다. 현재 10만 명 이상의 시민들 몸속에 바이러스가 잠복되어 있다. 그중 122명은 감염되었다. 끔찍한 것은 사람들의 바이러스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오한 증상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열이 오르는 사람도 있다. 또한 간지러움 증상이 있는 사람, 구토 증상을 보이는 사람 등등 증상이 모두 달랐다. 사람마다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증상이 제각각이다. 현재 바이러스는 매우 강력해서 개개인의 체질에 따라 전혀 다른 증상을 보인다. 가장 심각한 경우 숙주세포를 공격할 수도 있다.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서운 점이 또 있습니다. 현재 바이러스는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검출되고, 물에 있을 때는 전혀 검출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습니다.”즉,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하지 않다. 강책은 의사의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바이러스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보이기 때문에 일반 바이러스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강책은 환자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강책은 침을 꺼내 자신의 몸에 놓았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