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강책과 물고기자리가 식약식당으로 돌아왔다. 도착하자마자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문 앞에 서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머리를 내밀면서 식당 안을 보기 바빴다. 마치 연예인을 구경 온 것 같았다.“중요한 손님이 있나봐?” 보안요원이 길을 터주고, 강책이 식당 안으로 손쉽게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다름 아닌 유명 푸드잡지 ‘향기’의 편집장 노문강이었다. 하지만 노문강을 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나이를 지그시 먹은 노인네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랴. 사람들이 주목하는 사람은 노문강 옆에 있는 한 소녀였다. 소녀는 여린 몸에 예쁘장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 10점 만점에 8점으로, 예쁘긴 하지만 완벽한 미녀라고 하기에는 어려웠다. 설마 이 소녀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을리는 없다. 이때, 노문강이 강책을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했다.“강사장님, 드디어 오셨군요.” “네? 저를 계속 기다리신 겁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저희 집 아씨가 기다리신 겁니다.”옆에 있는 소녀가 오늘의 주인공이었다. 노문강의 말을 통해 소녀의 신분이 결코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씨’ 라고 부르는 그의 행동에 사람들의 관심이 점점 커졌다. 노문강이 다시 입을 열었다.“이 분은 엄수집안의 장유나 큰 아씨 입니다.” 강책은 ‘엄수집안’ 을 처음 들었다. 하지만 현장의 반응을 보아 대단한 집안의 자식이라는 건 파악할 수 있었다. 게다가 노문강도 장유나를 존경하는 태도를 취했었기에 연산시에서 엄수집안의 위치는 결코 낮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동시에 엄수집안과 화상그룹의 사이가 궁금해졌다. 강책이 물고기자리와 눈을 마주치자마자 물고기자리는 조심스레 자리를 빠져나와 엄수집안에 대해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강책은 노문강과 악수를 나누며, 인사 몇 마디를 주고 받았다. 장유나에게도 말을 건네고 싶었지만 악수는 커녕, 강책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오히려 장유나는 자리에 앉아서 차갑게 말했다.“삼촌, 저 해야할 일이 남았어요, 여기서
정유나는 맥을 짚는 것 조차 트집을 잡았다. 곧이어 노문강이 다가와 다급하게 말렸다.“유나야, 이건 식약식당의 규칙이야. 너의 몸상태를 알아야 제일 알맞는 음식을 내어줄 거 아니니.”장유나는 냉담한 얼굴을 계속 유지했다.“싫어요! 저 더러운 손이 제 몸에 닿는 건 절대로 싫어요.” 만약 일반인이 들었더라면 머리 끝까지 화가 올랐겠지만, 강책은 오히려 재밌는 듯 미소를 지었다. 많은 사람을 만나왔지만 이런 성격의 큰 아가씨는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이어서 얇은 튜브관을 꺼내고는 장유나에게 말했다.“맥을 짚지 않아도 됩니다. 이 물건을 손목 쪽에 갖다 대주시면 제가 실을 통해 진찰을 진행하겠습니다.” 이 진찰 방법은 할 수 있는 사람이 극히 드물다. 하지만 장유나는 의심을 놓지 않았다.“헛짓거리 하시다가는 큰일 날거에요.” 그녀가 말하면서 튜브관을 손목에 올렸다. 강책은 얇은 튜브관의 다른 편 입구에 젓가락을 끼어 넣고 관을 직선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관을 통해 장유나의 맥을 진찰했다.“됐습니다. 장유나씨, 혀를 내밀어 보시겠습니까.” 20분 뒤, 모든 진찰 과정이 끝났다. 중간에 장유나가 생떼를 부리는 바람에 더 늦어진 것이다. 곧이어 강책이 자리에서 일어났다.“저한테 10분만 주시죠, 장유나씨가 좋아할 만한 음식으로 준비해오겠습니다.” “흥, 잘난 척하기는.”장유나는 식약식당에 있는 동안 강책의 솜씨가 뛰어나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게다가 사기꾼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강책도 크게 신경쓰지 않고 주방으로 들어가서 요리사들과 회의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한편, 장유나는 의자에 앉아 가만히 기다렸다. 10분이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갔다. 이어서 강책이 주방에서 요리를 내어왔다.“장유나씨, 오래 기다리셨죠? 아씨를 위해 제가 직접 제조한 요리입니다. 드셔보시겠습니까.” 강책이 음식을 장유나 앞에 갖다 두었다. 음식의 형태가 서서히 들어나자 모든 사람의 눈이 휘둥그레 졌다. 사실, 10분만에 만들 수 있는 고급요리는 없다. 강
노문강도 부끄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식약식당에 오기 전, 강책을 극찬하면서 식약식당은 백년에 걸쳐 나올까말까하는 신비한 식당이라고 얘기를 해두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청국장 이었다. 게다가 청국장은 고급요리도 아닌 그냥 찌개의 한 종류다. 노문강은 강책이 빈정이 상해 요리를 제대로 대접하지 않았고, 청국장의 악취를 이용해 복수를 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가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강사장님, 저희는 진심으로 해결방법을 찾으러 온 겁니다. 유나의 말이 마음에 걸리셨다면 제가 대신 사과 드리겠습니다. 너무 마음에 담지 마시고, 너그럽게 봐주세요. 하지만 이것 때문에 음식을 아무거나 내놓는 일은 없으면 합니다.” 강책이 손을 들었다.“아니요, 아무거나 내놓지 않습니다. 저도 진심 인걸요.” 노문강은 탁자 위에 올려져 있는 청국장을 바라보았다. 이게 진심일 수 있겠는 가. 한편, 장유나는 강책의 말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삼촌, 더 이상 들을 필요도 없어요. 이제 그만가요, 더럽고 작은 식당에서 1초라도 있기 싫어요.” 지금까지 장유나는 5성급 호텔의 요리만 먹었었다. 화려한 인테리어와 비싼 조각상들에 둘러싸인 곳에서 식사를 하는 게 습관이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번도 찌개거리 음식을 먹어 본 적이 없었고, 오늘 찾아 온 이유도 다름아닌 노문강에 대한 신뢰와 존중때문이었다. 변함 없는 장유나의 태도에 노문강은 한숨을 내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때, 강책이 입을 열었다.“장유나씨, 노선생님, 저는 정말로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이 청국장은 장유나씨 현재 상황에 알맞는 ‘약’ 이 분명합니다, 믿어주세요.”근거없는 주장에 노문강은 계속 의심을 놓지 않았다. “정 싫으시면 딱 한입이라도 드셔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한 입 드신다고 죽지는 않으니 말입니다.” “아..”노문강은 혀를 찼다. 자신도 강책을 믿지 않고 있다가, 결국 그의 요리로 천식에서 벗어나지 않았는가. 어쩌면 눈 앞에 보이는 이 음식이 효과가 있을 수도
“유나야?” “삼촌, 방금 내가 먹은 게 정말로 청국장이에요?” “그래, 맞아.” “에이, 그럴리가요.”장유나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다시 테이블로 돌아왔다. 청국장을 한 숟갈 떠서 입 안으로 넣었다. 이번에는 눈을 뜨면서 자신이 먹은 게 청국장이 맞는 지 아닌 지 확인했다. 곧이어 청국장 냄새가 입 안으로 퍼졌다. 순간, 그녀의 표정이 변했다. 악취는 사라지고, 향긋한 냄새가 입 안속에 퍼졌다. 시원한 느낌과 부드러움이 섞여서 위에는 전혀 부담이 없었다. 청국장이 반으로 줄어들었고, 장유나는 다른 사람이 말하기도 전에 또 한 숟갈 떠먹기 시작했다. 심지어 자리에 앉아서 천천히 청국장을 음미했다. 이 장면에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나 눈 먼거 아니지? 엄숙집안의 큰 아가씨가 저런 음식을 먹는 단 말이야? 말도 안돼, 이거 몰카 아니야?”“근데 되게 맛있게 먹잖아.”“나도 배고파졌어.”“장유나 아가씨가 거식증 때문에 그냥 다 토했는데, 저 청국장은 곧 다 먹을 기세야.”“그러니까 말이야. 강사장 요리는 보통 요리 솜씨가 아니야.” 강책이 미소를 지었다. 곧이어 밥 한 공기를 장유나의 앞에 두었다. “찌개만 먹지 말고, 밥이랑도 같이 드셔야 합니다.” 어느 순간부터 장유나의 말투가 온화해졌다.“밥은 못 먹어요. 밥만 먹으면 속이 안좋아서 그대로 토해버려요.” “그건 그 식당의 밥이 안 좋은 것 뿐입니다. 저희 식당의 밥은 달라요. 먹으면 또 먹고 싶어질 겁니다. 한번 드셔 보세요.”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쌀밥이 무슨 차이가 있으랴, 식약식당의 쌀밥도 결국 쌀밥이 아닌가. 그들은 강책이 쓸데없는 잘난 척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장유나는 청국장의 ‘교훈’ 덕에 쌀밥에도 눈이 갔다. 손을 뻗어 공기를 가져 온 뒤, 크게 한 입 먹었다. 순간, 장유나의 두 눈이 반짝 거렸다.“맛있어요!” 그녀의 모습은 좋아하는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아이와 다름 없었다. 이미지는 신경쓰지 않고, 청국장와 쌀밥을 번갈아 가면서 크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란 표정으로 장유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에 강책을 도와 자작극을 벌일 사람은 아니다. 허겁지겁 먹는 장유나의 모습만 보아도 음식이 얼마나 맛있는 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청국장이 얼마나 맛있으면 장유나 같은 유명 집안의 큰 아가씨가 이미지를 신경쓰지 않고 식사를 할까가 궁금한 것이었다. 장유나가 게 눈 감추듯 한 판을 먹어치우고, 또 시키려고 하자 강책이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말렸다.“장유나씨, 오랜 시간 동안 식사를 안하셔서 충동이 드는 겁니다. 적당히 배만 부르면 됩니다. 더 많이 드시지 마세요.” 장유나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녀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무슨 청국장이 이렇게 맛있어요?” 노문강도 같은 마음이었다.“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유나의 부친이 얼마나 많은 여러 지역에서 요리사들을 불러왔는 지 모릅니다. 또 유나의 입맛에 맞춰서 진수성찬을 차려줬는데도 불구하고 단 하나도 먹지 못했어요. 근데 어떻게 청국장이 그걸 해낸 겁니까?” 강책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저희 식약식당은 음식을 제공하는 것 이외에 병을 치료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장유나씨가 밥을 드시지 못하시는 이유는 음식이 맛이 없어서가 아니라 장기간 거식증을 앓았기 때문입니다. 청국장 안에는 제가 직접 만든 약재료를 넣은 것 뿐입니다. 그래서 드시고 나서도 매스꺼움은 온데간데 없고, 식욕이 왕성해진 겁니다.” “그렇군요, 그럼 유나의 병은 완치했다고 보아도 되겠습니까?” 강책이 손을 내저었다.“아니요. 병은 원래 순식간에 찾아오는 법입니다. 완치를 하고 싶으시면 적어도 한달은 제 식당에서 식사를 하셔야 합니다.” 장유나는 입술을 내밀었다. 강책의 요리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더러운 주변 환경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명 집안 아가씨가 한달 내내 청국장만 먹는 다는 소문이 나면 얼굴을 들고 다닐 자신이 없었다. 그녀는 허리에 손을 올리고는 강책에게 말했다.“안돼요, 한달은 절대 안
오늘 조유비가 찾아 온 이유는 자신의 부하들을 위해 복수 하고, 자신의 체면도 살리기 위함이다. 강책이 눈을 찌푸리며 식당 안에서 나왔다. 그리고 조유비와 눈을 마주쳤다.“무슨 일 있는 겁니까?” “네!”이어서 조유비는 왕이진을 소개했다.“이 분은 엄수집안의 관리팀장 왕이진님 이십니다. 왕팀장님의 조사를 통해 당신 식당에 큰 문제가 있더군요.” 강책이 물었다.“왕이진 팀장? 건설부 입니까, 기획부입니까? 제 식당의 문제를 왜 엄수집안의 관리팀장이 나서는 겁니까?” 조유비가 웃음을 터뜨렸다.“이봐요, 연산시에 온 지 얼마 안되서 잘 모르나 본데, 왕팀장님한테 대드는 건 엄수집안에 도전장을 내미는 것과 다름 없어요. 그렇다면 연산시에서 하루도 못 있고, 도망가야 할 겁니다!” 강책은 서서히 눈살을 찌푸렸다. 엄숙집안이 화상그룹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건가. 강책은 뒤를 돌아 식당 안을 바라보며 웃었다. 왕이진이 엄숙집안의 관리인 이지만 식당 안에 앉아있는 사람은 엄숙집안의 큰 아가씨다. 무서울 건 없었다. 사실, 왕이진은 관리인이 아니다. 조유비가 강책을 겁주기 위해서 과장한 것 뿐, 그저 문을 지키는 경비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마침 돈이 부족했었고, 조유비가 백만원을 준다고 제안하길래 선뜻 그를 도와주기로 했던 것이다. 강책이 물었다.“내 식당이 뭐가 문제가 있다는 겁니까?” 왕이진이 흥-하며 코웃음을 쳤다.“당신 식당은 연산시 용맥을 막고 있어요! 장사가 잘 되는 건 당신 식당이 연산시 용맥의 정화를 빨아드리고 있기 때문이에요. 식약식당이 오래 영업할 수록 용맥의 정화를 더 빨아드릴 겁니다, 동시에 연산시의 기운은 점점 약해지겠죠. 이 식당은 다름아닌 연산시 용맥 덕에 잘 되는 거라고요, 부끄러운 줄 아세요!” 강책의 눈이 휘둥그레 졌다. 지금 시대에 ‘용맥’ 이라는 말을 쓰는 사람이 있던가. 하지만 왕이진이 말을 끝내자마자 강책을 향한 시선들이 모두 분노로 변했다. 그들은 왕이진의 말을 믿는 것 같았다.“처음부터
사람들은 왕이진의 행동을 보고 깜짝 놀랐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큰 소리치던 사람이 장유나의 한 마디에 무릎을 꿇고 만 것이다. 장유나가 그에게 물었다.“왕이진, 네가 언제부터 우리 집안의 관리인 이었지? 우리 아버지는 알고 계셔?” 왕이진의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엄숙집안의 주인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큰 아씨, 잘못했습니다. 부디 용서해주세요. 제가 무슨 관리인입니까, 그냥 경비원 일 뿐입니다. 평생을 받쳐 엄수집안의 안전을 책임지는 게 저의 업무입니다.” 장유나가 물었다. “그럼 너랑 나 중에 누가 더 용맥에 대해 잘 알것 같아?” 왕이진이 계속 바닥에 머리를 박았다.“고작 경비원인 제가 뭘 알겠습니까. 용맥은 엄숙집안의 기밀입니다, 제가 알리가 없습니다.” “그래, 정신은 차렸나보네. 용맥은 우리 엄숙집안 사람만이 알 수 있어. 고작 문지킴이가 여기서 헛소문을 퍼뜨리고 우리 집안의 명성을 떨어뜨려? 왕이진, 네가 무슨 짓을 했는 지는 잘 알겠지?” “네,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으면, 벌은 네가 직접 받으러 가.” “큰 아씨, 제가 어떤 벌을 받으면 될까요?” “이 새끼가! 여전히 네가 무슨 잘못을 했는 지 모르고 있구나?” “아니요, 아니요.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 바로 30대 맞겠습니다. 어때요, 만족 하시죠?” 편형(鞭刑, 매로 치는 형벌)은 엄숙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는 형벌이다. 또 장가집안의 규칙이다. 작은 잘못은 10대, 큰 잘못은 20대, 중대한 잘못은 30대로 정해져있다. 30대를 맞게 되면 죽지는 않지만 보름동안은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없다. 하지만 왕이진이 직접 30대를 맞겠다고 말한 이유는 그저 장유나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함이었다.그리고 장유나가 만족하면 그 뒤의 일은 쉽게 처리가 가능했다.“30대? 흥, 봐주는 줄 알아. 꺼져.” “네, 지금 바로 물러가겠습니다.”왕이진은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차에 올라탔다.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기사에게 다시 엄숙집안으로 돌아
강책은 헛웃음을 지었다.“당신 부하가 거짓된 정보로 저를 모함하려고 달려들면 당신이 나서서 오해를 풀어주는 건 당연한 일 아닙니까. 근데 제가 당신에게 감사를 하라고요? 제가 당신을 물어뜯지 않는 걸 다행이라고 생각하세요.” “이봐요!” 강책의 몇마디는 장유나의 심기를 건드렸다. 어렸을 때 부터 응석받이로 자란 그녀에게 강책 같은 남자는 처음이었다. 신태열을 포함한 다른 남자들도 모두 장유나에게 예의를 차리기 바빴지만 강책은 전혀 달랐다. 장유나는 더 화를 냈다.“예의도 없고, 수준도 없는 놈이!” 강책은 어깨를 들었다.“그래요? 그럼 다음에도 이런 놈이 만든 음식을 드실 겁니까?” 장유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강책이 장유나의 정곡을 찔러 말한 것이었다. 그녀는 흥, 하며 코웃음을 쳤다.“삼촌, 가요!” 장유나는 강책을 또 보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식당을 빠져나왔다. 그녀의 뒤로 노문강이 민망한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강책을 향해 조용히 엄지를 치켜세웠다. 하늘 아래, 고집 센 장유나를 굴복시킨 사람은 강책이 처음이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식약식당을 떠났다. 동시에 구경꾼들도 사라지자 조유비는 사람들 사이에 끼어서 현장을 벗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하고, 물고기 자리가 그의 멱살을 잡았다.“어딜 도망가십니까?” 조유비가 도망가려고 하자 물고기 자리가 그의 뺨을 내려쳤다.“꿇어!” 물고기 자리는 조유비를 바닥에 꿇렸다. 강책은 차가운 눈빛으로 조유비를 바라보았다.“당신과 저는 전혀 연관이 없는 걸로 압니다. 왜 저를 모함하시려고 한겁니까?” 조유비는 머리를 긁으며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얘기했다. 대략 자신이 소헌에게 돈을 받아서 강책을 상대하라고 지시했지만 결국 꼼짝도 못하고 자신의 부하들이 모두 붙잡혀 갔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왕이진의 신분을 빌려 강책을 상대하려고 했다는 사실까지 털어놓았다. 사실 , 오늘 장유나의 등장이 없었다면 강책이 불리해졌을 수도 있다.“아직 정신을 못 차리셨
그가 몇 대의 승계자인지 모르지만 드디어 강책의 일행에게 잡혔다. 이어서 김한철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국에 있는 용맥 단체를 모두 잡아 들였다.한편, 200만 명 시민들도 해독약을 먹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들은 강책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연산 시와 다른 도시에 강책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석고상을 지었다.강책의 훌륭한 명성은 후세에도 전해질 것이다.…엄수 집안.장유나가 장훈의 앞으로 껑충껑충 뛰어갔다.“아버지, 제 말이 맞죠? 강책이 분명히 나타날 거라고 했잖아요!”장훈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강책의 강인함과 자신을 괴롭혔던 저주가 풀렸다는 사실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는 드디어 ‘평범한 사람’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식약 식당 안.강책이 황금 십이궁을 이끌고 식당으로 돌아왔다.도착하자마자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정몽연의 모습이 보였다.“강책! 나 진짜 화났어, 진짜 죽은 줄 알았잖아!” 강책이 어깨를 들썩이고는 다정하게 말했다.“미안,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할게.”“진짜야?”“응, 진짜야.”강책이 정몽연을 덥석 안고는 이마에 뽀뽀했다. 정몽연은 살짝 화가 풀렸다.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물었다.“그럼, 어떤 신분을 숨기고 있는지 말해줘.”“어... 그게… 잠깐만.”강책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말했다.“연산 시의 식약 식당, 한사랑 병원이 내 명의라는 건 알고 있을 거야.”그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강남구의 침몽 하이테크랑 기모 엔터테인먼트도 내 명의야.”“뭐?”정몽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남구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대기업을 강책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경성의 강씨 집안, 성월각도 내 명의야.”“뭐라고?”정몽연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의 자산은 한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이었다.“그리고 사실 경성에 갔을 때, 수라 군신의 자리를 다시 되찾았어.”“강책!”정몽연은 화가 나면서도 기뻤다.“어떻게 이 사실을 다 숨기
용맥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책은 분명 죽지 않았는가.“뭘 또 그렇게 놀라.”인파들 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나왔다, 다름 아닌 이미 사망신고가 내려진 강책이었다.“연구가 99퍼센트까지 했는데 마지막 1퍼센트는 도저히 채울 수 없더라고. 그래서 내가 용의 물을 마셔서 직접 독소를 느껴보면 1퍼센트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그 1퍼센트가 뭔지 알아냈고, 해독약을 쉽게 제조할 수 있었어. 이제 용의 물과 이어진 연결도 끊어졌을 거야. 즉, 너는 아무도 죽일 수 없어. 용맥, 네가 졌어.”용맥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강책을 바라보았다.수천 년 동안 전해졌던 역사가 강책의 손에서 끊어지고 말았다. 사실, 용맥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느껴지는 불안함에 강책을 죽이려고 젖 먹던 힘까지 썼지만 그는 결국 해독을 완성시키고 말았다. 용맥이 잠시 생각하고는 이상함을 감지했다.“네가 용의 물을 마시는 동시에 내가 독소를 조종해서 너를 죽게 만들었어,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해독약을 만들었다는 거야?”강책이 용의 물을 들이켰을 때, 이미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분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망칠 길은 전혀 없었다.이때, 강책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신태열 덕분이야.”용맥은 그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그때 심장이 멎었던 이유는 용의 물 때문이 아니야, 그건 서심산 때문이었어. 신태열도 당신의 용의 물을 보면서 비슷한 독약을 만들고 싶어 했어,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얼떨결에 ‘서심산’이라는 독소를 만들어냈어. 그 덕에 연산 시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어. 즉, 서심산은 ‘용의 물’의 짝퉁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큰 비밀을 알아냈어. 두 독약은 상호 배타적 관계를 가졌다는 거였어.”둘 중 독소가 하나라도 몸에 있으면 또 다른 독소는 체내에서 살 수 없다.즉, 서심산을 마셨다면 체내에는 같은 성분인 ‘용의 물’을 배제하는 항체가 생긴다.강책은 용의 물을
사실, 김한철은 그의 지시대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헬기 준비와 위부서에게 용맥을 호송해달라는 부탁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가 차올랐다.“이런 젠장!”그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연산 시 전체가 먹구름이 짙게 끼었다. 한편, 엄수 집안.집안의 가주 장훈이 정원에 앉아있다. 시든 꽃을 보는 그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그는 평생동안 김씨 어르신을 지지하면서 용의 물의 해독을 기대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게다가 그의 제자들인 무상명인 정해운과 강책 모두 죽고 말았다. 결국 용의 물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모두 사라졌다.“하....”장훈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년 동안 가문에 걸렸던 저주는 결국 풀지 못하는 건가.결국 용맥의 ‘부하’로 영원히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때, 장유나가 다가왔다.“아버지, 한숨 그만 쉬세요.”장훈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한숨도 못 쉬게 하는 거야?”“한 두 번 겪는 것도 아니잖아요, 매번 궁지에 몰릴 때마다 강책이 나타났잖아요.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라 믿어요.”장훈이 고개를 저었다, 상황역전의 대명사였던 강책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강책은 용의 물을 마셨고, 생방송에서 그의 사망 원인은 용의 물에 의한 독성 때문이라고 밝혔다.그는 세상을 떠난 사람이 확실했다.“아니요, 전 안 믿어요!”장유나가 굳건한 눈빛으로 말했다.“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강책이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그녀는 씩씩거리면서 자리를 떴다. 장훈은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렇게 믿고 싶어, 하지만 강책은 불사신이 아니야.”…12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건물 앞에 헬기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주위로는 보디가드가 자리를 지켰다.이때, 가면을 쓴 남자가 헬기를 향해 다가갔다. 남자는 다름 아닌 ‘용맥’이었다.김한철은 자리에 서서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용맥은 아랑곳하지 않고 김한철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김청장, 고마
그의 말에 대중들은 충격에 빠졌다, 마치 번개에 맞은 것 같이 순식간에 풀이 죽어버렸다.그 중 몇 명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 앉았다.강책의 죽음이 자신들의 생명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참담했다.용맥은 여전히 대중들의 생명을 ‘패’로 생각하고 정부를 향한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게다가 그들의 생명은 용맥이 쥐고 있기 때문에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더 끔찍한 사실은 유일하게 독을 해독할 수 있었던 인물을 대중들이 죽여 버렸다는 사실이다.김씨 어르신과 무상명인 정해운이 죽고, 강책은 ‘접묵 기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결국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진 지금, 용의 물은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게 되었다.현장에는 절망스런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막막함과 후회스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항상 위기의 상황에 나타나 자신들을 구해주고, 항상 승리의 여신 편이었던 인물을 그릇된 판단으로 그를 지옥으로 빠뜨려버렸다.“안돼!”곧이어 강책의 시체를 향해 무릎 꿇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 비통함을 털어 놓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무릎을 꿇기 시작하고는 과거의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했다.몇 만 명이 넘는 사람이 병원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어리석은 행동을 반성하면서 속죄하기 바빴다. 그들은 신에게 시간을 다시 돌려 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참이 지나고, 황금 십이궁의 물고기자리와 물병자리가 강책의 시체를 들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의 표정은 고통으로 가득했다, 곧이어 십이궁 일원 모두 눈물을 흘렸다.강책의 가족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의 아내 정몽연은 울다가 쓰러져버렸다.연산 시 전체가 좌절에 빠졌다. 하늘도 같은 마음인 걸까, 그들의 마음처럼 어두웠다. 이때, 용맥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김한철, 네가 어렵게 내 위치를 파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근데 미안해서 어쩌지, 이백만 대중
김한철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강 선생님은 이런 상황에서도 참 착하시네요.”“연구에 실패했으니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죽는 수밖에 없어요.” 강책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죽기 전에 가족들과 전화 한 통 하겠습니다.”강책의 가족들은 강책을 만나기 위해 연산에 왔다. 하지만 영원히 이별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역시,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강책은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정몽연은 대성통곡을 하며 강책에게 충독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했다. 정몽연은 강책을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몽연의 생각과는 달랐다. 강책의 선택이 늦어질 때마다 시민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공포감에 휩싸인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다. 강책의 목숨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여보, 우리 딸 잘 부탁해. 사랑해 여보.” 강책은 정몽연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병원 밖으로 나가 시민들을 마주했다. 황금 십이궁은 일렬로 서서 불안한 표정으로 강책을 쳐다봤다. 잠시 후, 강책은 마이크 앞에 서서 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 “제 목숨을 수십만 명의 시민들의 목숨과 바꿀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저는 불씨이기 때문에 죽으면 불은 꺼지지 않고 더욱 타오를 겁니다! 때문에 이 세상은 결코 어둠에 잠기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강책의 말이 끝나자 한 젊은이가 무리들 사이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 “강 선생님, 죄송하지만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니 가짜로 죽은 척하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번 검사해 보겠습니다.” 용맥은 진용과 이용진, 그리고 신태열을 경험해 본 듯했다. 강책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젊은이를 막아서지 않았다. 젊은이는 일단 눈앞에 있는 사람이 물병이나 다른 사람이 가장한 것이 아닌, 진짜 강책인지 확인한 후 강책의 편작 신침을 빼앗아 가짜 죽음을 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책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재차 확인했다. “됐습니다. 자, 이제 준비
사실상 반나절 안에 연구하기란 매우 촉박하다. 강책은 최고의 의사와 연구진들에게 연락해 용의 물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용의 물에 대한 연구는 매우 힘들었다. 용의 물 자체가 연구하기 힘들었으며, 구하기 힘들어서 샘플의 양이 극히 적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과 다르다. 현재 연산 시 전체에 용의 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강책과 수백 명의 연구자들은 반나절 동안 연구에 집중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강책은 연구에 실패했다. “1퍼센트, 딱 1퍼센트가 부족해요!” 강책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상 연구는 99퍼센트 완성됐다. 하지만 단 1퍼센트가 부족했다.가장 핵심인 1퍼센트의 데이터는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부분이었다. 게다가 주어진 시간도 매우 촉박했다. 전 세계 훌륭한 연구자들이 모두 모였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용의 물, 그야말로 최악의 독약이다. 하지만, 더욱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연구 실패 후, 200만 명 시민들 사이에서 용의 물 독성에 견디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용맥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자 강책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강책, 당신만 희생하면 수백만 명의 시민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강책, 비겁하게 숨지 말고 나오세요!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당신 하나 때문에 죽을 수는 없습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책임지세요. 당장 나오세요!” 수많은 시민들은 병원 앞에서 큰소리로 시위를 했다. 사람들은 이미 공포에 눈이 멀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구하기 위해 강책 한 명 목숨을 희생하는 것이 어려운 걸까? 시민들은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사람들의 오직 강책이 빨리 죽기를 원했다. 용맥은 강책이 죽어야 통제를 멈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의 목숨도 지킬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시민들은 강책이 연산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새까맣게 잊었다.
용맥, 그야말로 은밀하고 악독하다. 용맥의 비서는 계속해서 말했다.“저희가 바라는 것은 오직 안전입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면 시민들을 죽이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한 가지 요구를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강책도 용의 물을 마시세요! 강책은 용맥의 골칫거리입니다. 저희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강책을 반드시 통제해야 하니 양해 바랍니다. 자, 그럼 오후까지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만약 오후에도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용맥은 시민을 죽일 겁니다. 이제 제가 할 말은 다 끝났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비서는 화면 속에서 사라졌다. 김한철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졌다. 김한철은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차며 버럭 화를 냈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용의 물 바이러스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강 선생님뿐이에요. 강 선생님께서 용의 물을 마시면 그들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용맥이 시키는 대로 하실 겁니까? 자살을 하라고 할 수도 있어요. 강 선생님이 죽으면 용의 물을 해결할 사람이 없어요. 그럼 200만 명의 시민들은 용맥에게 통제될 겁니다. 용맥은 인질을 더 늘릴 겁니다. 강 선생님은 절대 죽어서는 안 됩니다. 절대 용의 물을 마시지 마세요.”김한철의 말이 맞다. 하지만 가능할까? 용맥은 200만 명의 시민을 인질로 잡고 강책에게 용의 물을 마시라고 요구했다. 만약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1초에 한 명씩 죽을 것이다. 과연 강책이 받아들일까? 김한철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미 용맥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공격하면 됩니다.”“안 됩니다.” 강책은 말했다. “그럼 다 같이 죽는 것과 다름없어요. 용맥을 잡으면 200만 명의 시민들도 같이 잡는 겁니다. 절대 안 됩니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 강책과 김한철은 잠시 말이 없었다. 강책이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 위기를 잠시나마 모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는? 용의 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강책이
김한철은 강책의 말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예상한 대로군요.”예상대로라니?김한철은 처음부터 용맥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걸까?“강 선생님, 잠깐 저랑 나가시죠.”김한철은 강책과 함께 빈 병실로 자리로 옮겨 문을 잠갔다. 김한철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뉴스가 있습니다. 연산 외에도 10군데의 도시들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강 선생님, 혹시 어디 도시인지 아십니까?”강책은 김한철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아차렸다. 이전에 회의에서 김한철이 수십 군데의 도시들이 용맥에게 통제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10군데 도시들의 시민들이 모두 중독되었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강책은 말했다. “시민들은 용의 물에 중독된 겁니다. 그리고 다른 도시들도 용맥의 세력이 퍼져 있기 때문에 용맥의 짓이 틀림없습니다.”김한철은 확신에 찬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한철과 강책이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한 도시에 15만 명이 중독되었다고 해도 10군데 이상의 도시면 2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중독된 것이다. 상당한 숫자이다. 강책은 용의 물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용의 물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첫째, 단시간 안에 몸 전신에 퍼져 중독된다. 둘째, 용맥의 통제를 당하면 언제든 죽을 수 있다. 용맥은 분명히 무고한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10군데가 넘는 도시에 용의 물을 퍼뜨린 것이다. 용맥은 원할 때 언제든 시민들을 죽일 수 있다. 일이 매우 복잡해졌다. 김한철은 말했다. “저희는 이미 준비를 끝냈으니 그물을 던져서 용맥을 처리합시다. 용맥도 최후의 방법을 썼으니 저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지금 갈등이 격화되면 용맥이 흥분해서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다. 200만 명의 시민이 죽으면 누구 탓일까? 아마 김한철이 죄인이 될 수도 있다. 강책은 말했다. “이럴 때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혹시라도 용맥이 반격하면 일이 커집니다.”강책과 김한철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니요. 아침에 뉴스 보고 지금까지 물 한 모금도 안 마셨습니다. 이건 천재지변인가요? 사람에 의해서 일어난 재난인가요?”물고기자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천재지변이든 사람에 의해 일어난 재난이든 심각한 상황이다. 잠시 후, 강책은 병원에 도착했다. 강책을 기다리고 있던 김한철은 강책을 보자마자 병실로 데리고 갔다. 병실 안, 한 환자는 더운 여름 날씨에 마치 얼음장 안에 있는 듯 온몸을 떨고 있었다. 이때, 한 의사가 말했다. “강 선생님, 현재 상황을 대략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수돗물에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수돗물을 마시면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잠복된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폭발하지는 않는다. 현재 10만 명 이상의 시민들 몸속에 바이러스가 잠복되어 있다. 그중 122명은 감염되었다. 끔찍한 것은 사람들의 바이러스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오한 증상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열이 오르는 사람도 있다. 또한 간지러움 증상이 있는 사람, 구토 증상을 보이는 사람 등등 증상이 모두 달랐다. 사람마다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증상이 제각각이다. 현재 바이러스는 매우 강력해서 개개인의 체질에 따라 전혀 다른 증상을 보인다. 가장 심각한 경우 숙주세포를 공격할 수도 있다.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서운 점이 또 있습니다. 현재 바이러스는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검출되고, 물에 있을 때는 전혀 검출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습니다.”즉,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하지 않다. 강책은 의사의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바이러스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보이기 때문에 일반 바이러스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강책은 환자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강책은 침을 꺼내 자신의 몸에 놓았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