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윤이 반지석이라는 ‘칼’ 을 써서 윤병철을 향했을 때, 이미 승리는 정해졌다. 칼이 부러지든 상관없이 윤병철만 죽으면 승리자는 신태윤으로 결정되었던 것이다. 이번의 계획은 신태윤의 실력을 다시 한번 더 증명해주었다. 지금까지 그가 현재의 지위, 권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서심산 뿐만 아닌 그의 철저한 계획도 한몫했다. 비서가 서류를 탁자 위에 두었다.“부회장님, 지난번 요청하신 강책의 가족에 관한 자료입니다.” “응.”신태윤은 서류를 훑고는 그 다음의 타겟을 강책의 아내 또는 장모,장인으로 바꾸었다. 그는 강책을 가만히 냅두지 않았다. ..아침이 밝았다.강남구에서는 큰 시위가 벌어졌다. 대기업의 직원들이 길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다. 끝이 보이지 않는 큰 규모의 시위였다. 강남구 전체가 동요하자 경제흐름이 멈추고, 마비상태가 되어버렸다. 부유를 자랑하던 강남구가 순식간에 추락하고 말았다. 이 상태로 가다간 하루도 되지 않아 경제가 몇 년 뒤로 퇴보하게 될 것이다. 경제가 퇴보하게 되면 다시 올라가기는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시위를 하고 있었지만, 그들은 정확한 요구를 들어내지 않았다. 구경하는 사람들은 머리만 긁적거리고 있을 뿐이였다. 일반적인 길거리 시위는 모두 목적이 있다. 하지만 이 길거리 시위는 그저 소란스런 분위기를 조성할 뿐, 다른 요구조건을 들어내지 않았다. 그 시위자들은 윤병철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서 안.윤병철은 의자에 앉아 고개를 푹 숙였다. 그는 반지석 등 무리의 목적을 정확히 알고 있었지만 타협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아침부터 강남구가 동요할 것을 알고 있었기에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다른 대책도 세웠지만 이 ‘칼’이 자신의 머리를 향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윤병철은 신태윤과 반지석의 투쟁으로 인해 강남구가 혼란에 빠질 줄 알았지만 신태윤이 빠지고 자신이 그 자리에 들어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머리를 굴려봐도 정확한 방법을 내놓지 못했다. “
경찰은 강책을 회의실로 안내했다. 시스템 상, 강책처럼 ‘외부인’ 의 신분으로는 정부내부의 회의는 참가할 수 없다. 하지만 윤병철의 강책에 대한 높은 신뢰도와 과거 강남구 총괄자라는 신분 덕에 위망을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의 참가만으로도 회의실 사람들에게 힘을 주었다.“강선생님께 자리를 안내해줘.” “네, 알겠습니다.” 경찰은 윤병철의 옆자리를 강책에게 안내해주었다. 강책이 자리에 앉고, 경찰은 회의실을 나가서 문을 닫았다. 모든 시선이 강책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윤병철이 먼저 입을 열었다.“강선생님, 지금 강남구의 상황은 어느정도 알고 계시지요?” “네, 그렇습니다. 지켜보기만 하려고 했지만 결국 신태윤의 함정에 걸려버리고 말았네요. 모든 문제를 저희에게로 돌려 반지석과 정부의 싸움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지금 강남구의 경제는 마비상태 입니다. 만약 저희가 타협을 하지 않는 다면 강남구의 경제는 얼마나 뒤로 퇴보할 지 모릅니다. 하지만 타협하게 된다면 신태윤의 함정에 제 발로 들어가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지금 정부는 이 두 가지 상황에서 선택하지 못하고 있어요.” 강책의 설명 뒤로 윤병철이 한숨을 내쉬었다.“네, 그렇습니다. 강선생님께 부끄럽지만 저도 지금 어떻게 손을 써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혹시 선생님께서 다른 의견이 있으실지요?” 회의실의 모든 시선이 강책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돌아오는 강책의 대답은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이미 일이 커진 이상, 이 기회를 통해 대청소를 하는 겁니다.” “대청소요?”윤병철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어떻게 한다는 겁니까?” 강책이 답했다.“지금 강남구는 화상그룹에 의해 움직이고 있어요. 모든 경제명맥도 화상그룹의 조직들의 손 안에 있습니다. 그건 저희가 타협을 하든,안하든 변하지 않아요. 제 의견은 저희도 나서는 겁니다. 길거리 시위에 움츠리지 말고 저희도 무력으로 탄압하자는 뜻입니다. 동시에 치환으로 방향을 트는 겁니다. 강남구 전체 기업에게 길거리 시위에 참여한 기
한 행동대장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강 선생이 말씀한 방법도 좋지만 위험부담이 너무 커요.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까요? 작전이 실패하면 우린 이 나라의 죄인이 될 겁니다!”이는 윤병철도 같은 생각이었다.하지만 그들에게 다른 선택지가 있을까?강책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윤병철에게 말했다.“구청장님, 사실 따로 생각해 둔 방법이 있어요. 모순을 극대화시키는 것으로 끝나지는 않을 겁니다.”윤병철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대비책이 있다는 얘기인가요?”강책이 말했다.“지금 모순을 극대화시키는 건 주요 목적이 아닙니다. 우리의 진짜 목적은 반 회장이 깊은 절망을 느끼게 하고 다시 희망을 심어주는 겁니다. 병 주고 약 주는 거죠.”“절망적인 상황에서 희망이 있다고 하면 반 회장은 아마 목숨 걸고 기회를 잡으려고 할 겁니다. 그때가 되면 반 회장이 모든 문제를 신태윤에게 돌리도록 유도할 겁니다! 우리는 그냥 멀리서 불구경만 하는 거죠. 신태윤은 원하는 바를 절대 이루지 못할 겁니다.”윤병철은 여전히 미심쩍은 표정으로 물었다.“강 선생, 그래서 반지석이 신태윤에게서 완전히 등을 돌리게 할 방법이 뭡니까?”그러자 강책은 야비한 미소를 지었다.“아직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조금 비열하긴 하지만 저를 믿어주세요. 이번 작전으로 강남구는 예전의 평화를 찾게 될 겁니다.”윤병철은 스르르 눈을 감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일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 다른 선택지가 있을까?강책만 믿고 가보는 수밖에 없었다.그는 다시 눈을 뜨고 냉랭한 표정으로 명령했다.“강 선생이 시키는 대로 하자. 정부 권한에 도전하는 범죄자들에게 본때를 보여줘야지! 정부가 무르면 아랫것들이 기어오르기 마련이야!”“누가 나한테 반기를 들면 그 인간에게 정부의 무서움을 보여줄 거야! 화상그룹 추종자들도 전부 찾아서 족쳐 버려!”단호하고 엄숙한 명령에 모든 행동대장들이 자리에서 일어섰다.“네, 구청장님!”잠시 후, 행동대장들은 회의실을 나가서 강책이 제시한 방법대로 일을 진행 시켰다
화상그룹 회장 사무실.신태윤은 그동안 잠이 부족했는지 길게 하품을 하며 중얼거렸다.“드디어 좀 조용해졌네.”그는 차 한모금을 마신 뒤, 옆에 있는 비서에게 물었다.“상황은 좀 어때? 윤병철은 타협할 거래?”비서는 어깨를 으쓱하며 힘없이 대답했다.“윤병철은 그 어떤 것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그래?”“윤병철 이 자는 정말 고지식한 인간인 것 같네요. 끝까지 가보겠답니다.”비서는 윤병철의 선택과 현재 상황을 간략해서 신태윤에게 보고했다. 보고를 들은 신태윤은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이게 윤병철의 선택이라고? 자기가 정말 똑똑한 줄 아나 보네? 웃겨! 이건 정말 멍청한 선택이야! 이렇게 하면 모순만 극대화시킬 뿐이야. 반지석이 그런다고 정부 말을 들을 사람도 아니고.”“굼벵이도 밟으면 꿈틀한다고 했어. 윤병철이 이렇게 압력을 넣으면 반지석이 어떻게 행동할지 나만 뻔히 보이나? 이건 반 회장을 무시한 행동이잖아.”신태윤은 비서를 힐끗 보고는 말했다.“당장 반 회장한테 연락을 넣어. 내가 할 말이 있다고 전해.”“네.”잠시 후, 비서는 반지석에게 전화를 걸었다.반지석은 아주 기운이 빠진 목소리였다.정부의 이런 행보는 반지석도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정부에서 끝까지 밀고 나가기로 작정했다는 건 반지석을 절벽에서 밀어버리겠다는 것과 같았다.반지석은 어떻게 해야 할지 앞이 막막했다.“신 회장, 나 비웃으려고 전화했어요?”반지석은 힘없는 목소리로 물었다.“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나 신태윤이가 그렇게 인간성 없는 사람으로 보여요? 우린 한배를 탄 전우인데 반 회장님께 문제가 생겼으니 내가 어떻게 가만히 있어요?”“그래서 어떻게 도와주실 건데요? 나한테 해독약을 줬으면 내가 정부랑 충돌할 일도 없었잖아요.”“반 회장님, 몇 번을 말씀드렸잖아요. 해독약은 나한테 없어요.”“그런데 왜 전화했어요?”신태윤은 치미는 짜증을 억지로 참으며 말했다.“반 회장님, 일단 진정하고 내 말 좀 들어봐요. 내가 오늘 전화한 건 참을 필요가
반지강이 힘없는 말투로 물었다.“형,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반지석이 말했다.“윤병철이 이렇게까지 나오면 어쩔 수 없지. 끝까지 싸우는 수밖에! 어차피 난 내일을 넘기지 못할 거야. 어차피 죽을 텐데 두려울 게 뭐가 있어?”그 말을 들은 세 사람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어차피 죽을 거 피 터지게 싸우고 죽자는 생각이었다!반지강이 물었다.“그래서 이제 뭘 하면 되나요?”반지석은 잠시 고민하다가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우리 셋이 찢어지자. 원진욱, 넌 모든 파트너사에 연락해서 시위 필요없다고 통지해! 무기를 들 수 있는 사람은 무기를 들어! 강남구를 지옥으로 만들어 버리는 거야! 우리가 죽게 생겼는데 다른 인간들이 편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원진욱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네!”반지석은 다시 반지강에게 고개를 돌렸다.“지강이 네가 해야 할 일이 좀 어려울 수도 있어. 원진욱의 인원들이 폭력을 휘두르기 시작하면 경찰 측에서는 대량의 인원을 진압에 동원할 거야. 그때 넌 에이스들을 이끌고 경찰서를 공격해. 그리고 경찰들 손에서 식물인간을 빼앗아 오는 거야!”경찰서를 공격하라니!정말 위험부담이 크고 미친 임무였다.하지만 반지강의 얼굴에서는 전혀 두려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흥분한 듯, 입술을 감빨며 말했다.“잘됐네요. 지금 애들을 모아 경찰서를 쓸어버릴게요. 우리의 해독약을 훔쳐간 놈들은 그게 누구든 용서할 수 없어요!”이 정도로 미친 놈이니 윤병철에게도 적지 않은 타격일 것이다.이윤명이 물었다.“원진욱 씨는 거리에서 혼전을 펼치고 지강 씨는 경찰서를 공략해서 식물인간을 빼앗으면 저는 뭘 해야 하나요?”반지석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이 대표는 따로 중요하게 해야 할 일이 있어.”“무슨 일이죠?”“우리가 이 지경이 된 이유는 강책이라는 놈 때문이야. 그런데 올빼미처럼 경찰서에 숨어서 나오지 않아. 그 가족들은 집에 있다고 들었어. 이 대표는 강책의 가족들을 전부 죽이는 거야!”이윤명이 눈을 번
한편, 반지석의 사촌동생인 반지강은 수백 명의 인원을 이끌고 경찰서를 공격 중이었다. 그들의 목적은 오로지 하나, 식물인간을 빼앗는 것이었다!빼앗는데 실패하더라도 형사들을 죽이고 운이 좋으면 강책이나 윤병철도 죽일 수 있으니 희열감이 불타올랐다.이미 죽음을 각오한 그들은 두려운 것이 없었다.반지강은 원래 내일을 고려하지 않고 사는 인간이었다. 그런 그에게 이번 폭동은 그동안의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그는 SUV차량의 위에 올라가서 손에 큰 칼을 들고 미친 듯이 휘두르고 소리를 질렀다.물론 그들도 빈손으로 경찰서를 쳐들어온 건 아니었다.스무 대의 굴착기가 경찰서를 향해 맹렬한 공세를 퍼붓고 있었다. 이는 그들의 최후의 발악이었다!경찰들은 처음에는 마이크를 들고 그들에게 진정하라고 경고하다가 아무도 듣지 않자 그제야 상황의 심각성을 알아차렸다.몇 명의 형사들이 총을 쏘기 시작했다. 사실은 그냥 그들에게 겁을 주기 위한 수단이었다.하지만 그것도 먹히지 않았다.이미 목숨을 내놓고 덤비는 자들에게 총소리는 그들의 흥분만 더 자극할 뿐이었다.“뒤돌아보지 말고 공격해!”반지강은 미친듯이 구호를 외치며 칼을 휘둘렀다.굴착기는 쉬지도 않고 경찰서 담벽을 공격하고 있었고 그 뒤에는 칼을 휘두르는 폭도들이 날뛰고 있었다.90퍼센트의 형사들이 폭동을 막으러 시내로 나간 상황에 경찰서에 남은 병력은 많지 않았다.성동격서의 방법으로 경찰들을 유인한 반지석의 계략은 꽤 지혜롭고 성공적이었다.정부가 다른 구역에 지원요청을 보내기에도 이미 늦어버린 상황이었다.아마 지원군이 도착할 때쯤 경찰서는 이미 쑥대밭이 되었을 것이다.밖에서 들리는 함성과 굴착기가 굴러가는 소리, 그리고 칼이 부딪히는 소리를 들은 윤병철은 후회막급이었다.이럴 줄 알았으면 강책의 말만 믿고 적을 자극하지 말걸 하는 생각도 들었다.결국 그의 섣부른 판단 때문에 이런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그런데 이때, 강책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구청장님, 제가 다 책임지겠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강책은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상대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총수님.”“신라천정, 출정한다!”“네!”전화를 끊은 뒤, 강책은 느긋한 표정으로 창가로 가서 창문을 열었다. 경찰서 대문 입구에서 폭도들이 난리를 쳐대고 있었다.그들은 아마 곧 있으면 이 상황이 정리될 거라는 걸 모를 것이다.윤병철도 창가로 다가가서 강책과 함께 바깥 상황을 살폈다.그렇게 20초가 지났을 때, 윤병철은 평생 살면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을 보게 되었다. 경찰서로 통하는 세 개의 길목에서 갑자기 사람들이 튀어나왔다.전부 무장한 전사들이었다!그들은 손에 방패와 방망이만 들고 있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수천 명의 전사들이 경찰서 밖을 물 샐 틈 없이 포위했다.천 명이 넘는 전사들이 전장에 나타나자 순식간에 상황은 역전되었다. 원래 우위를 점하고 있던 반지강 인원들은 그제야 자신들이 포위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경찰서 대문은 남은 형사들이 필사적으로 막고 있고 뒤에는 신라천정의 전사들이 퇴로를 차단했다.철수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일반인이 이런 상황에 부딪히면 거품 물고 쓰러졌겠지만 반지강은 그러지 않았다.그는 오히려 더 흥분한 것처럼 시뻘건 두 눈을 빛냈다.“사람이 정말 많이 왔네! 아주 좋아! 오늘 죽기 살기로 싸워보는 거야!”말을 마친 그는 차량에서 내려오더니 큰 칼을 휘두르며 신라천정 대군에게 다가갔다. 전혀 두려움 없는 모습이었다.그를 따르는 부하들도 대장의 모습을 보고 용기를 얻었는지 전부 그의 뒤를 따랐다.쌍방은 접촉하자마자 싸움이 일어났다.칼들이 신라천정 대군의 방패를 무자비하게 휘둘렀다. 굴착기도 미친듯이 공격하고 있었다. 반지강의 부하들은 마지막 발악을 마다하지 않았다.반지강이 보기에 그들은 전부 목숨을 내놓고 싸우는 자들이었다.그는 자신이 영웅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하지만 착각은 결국 착각이었다.그는 결국 정부에 반기를 든 폭도에 지나지 않았다. 폭도라고 칭하기에도 그는 기본적인 전투 기술조차 부족
반지강은 죽을 때까지 자신이 무능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이 싸움을 잘하고 용맹한 사람이라고 자부했다.사실상 그는 칼조차 제대로 휘두를 줄 모르는 인간이었다.평소에 운동을 열심히 한 것도 아니었기에 체력적으로 많이 부족했다.반지강이 죽은 이유는 자기 자신을 너무 믿었기 때문이다.우두머리가 죽자 남은 인원들도 허둥지둥하기 시작했다.이어서 신라천정 대군은 무 썰듯이 범죄자들을 손쉽게 진압했다.200명이 넘는 폭도들 중 도망간 놈은 아무도 없었다.굴착기에 숨어서 끝까지 반항하던 놈들은 형사들의 실탄을 맞고 죽거나 다쳤다.진압 과정은 불과 4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반지강의 시체도 들것에 실려 나갔다.역사상 전례 없던 한차례 폭동이 허무하게 끝이 났다.경찰서 내부, 윤병철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총수님의 군대는 역시 소문에 듣던 것처럼 강하네요.”강책은 말없이 자리에 앉아 다음 승리 소식을 기다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반지강이 죽었다는 소식이 반지석의 귀에 전해졌다.반지석의 두 눈이 시뻘겋게 변했다.어릴 때부터 아끼던 사촌동생이 이런 식으로 세상을 떠날 줄은 생각지 못했다.고개를 든 반지석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잠시 후, 그는 다시 눈을 떴다. 이미 분노에 이성을 잃은 그는 바로 이윤명에게 전화를 걸었다.“회장님, 어쩐 일입니까?”“강책의 집은 찾았어?”“네.”“당장 움직여. 강책의 가족들을 한 명도 남기지 말고 다 죽여!”“알겠습니다!”지시를 받은 이윤명은 곧장 행동했다.그는 비수를 꺼내고 서른 명이 넘는 행동대원들을 데리고 강책의 집으로 갔다. 사전에 조사한 바로 집에는 몽연과 그녀의 부모님, 그리고 아직 분유를 먹고 있는 갓난아기 강이영 네 명밖에 없었다.노인, 여자와 아이, 이런 상대라면 손쉽게 해치워버릴 자신이 있었다.하지만 이윤명은 다른 계획을 생각하고 있었다.그는 강책의 아내가 상당한 미인이라는 소식을 듣고 속으로 더 악랄한 계획을 꿈꾸고 있었다. 저런 미인은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