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늑대 할매는 수표와 항공권을 들고 바로 공항으로 향했다. 사실 그녀는 일의 심각성을 알고 있었다. 강책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었기에 자신의 실종사실을 알게 되면 목숨을 부지 할 수 없게 된다. 그 탓에 공항가는 길 내내, 늑대 할매는 택시 기사에게 페달을 더 밟으라고 요구했다. 그녀는 강책이 이 짧은 시간내에 자신을 찾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했지만 그건 강책을 얕본 그녀의 생각 일뿐이었다. 택시가 공항에 거의 도착할 무렵 앞에서 7-8대의 차량이 택시를 막았다. “끽!” 택시기사가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급정거 시켰다.“뭐하는 짓이야?” 기사가 차문을 열고 주위를 살펴보았다. 도로는 꽉 막혀서 도저히 앞으로 갈 수가 없었다.“이봐요, 앞에 무슨 일 있는 겁니까?” 택시기사의 말이 끝나자마자 차들의 문이 열렸다. 안에서는 검은 색 옷과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사람들이 나왔다. 주먹에는 붕대가 감겨져 있었고, 모두 건장한 몸을 하고 있었다. 기사는 그들의 모습에 깜짝 놀라 다시 차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차의 시동을 걸기도 전에 한 남자가 차 문을 열고는 택시기사를 차 안에서 끌어내렸다. 그들의 행동에 기사는 겁을 먹었는지 바지에 오줌을 싸고 말았다. 그는 자신이 지금까지 잘못한 일들을 떠올리며 이웃인 유씨 아줌마의 속옷을 훔쳤던 일을 생각했다. 이정도로 큰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무서워서 바닥에 앉아 양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때리지 마세요. 때리지 마세요. 원하시는 거 다 드릴게요.” 하지만 검은 옷차림의 사람들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들은 옆좌석에 앉은 늑대 할매를 끌어당겼다.“지금 이게 뭐하는 짓인가? 지금 노인네한테 뭐하는 짓이야! 이러면 내가 소리지르는 수 밖에 없어! 이 사람들 보세요. 지금 저를 겁탈하려고 하고 있어요!” 노인이 소리지르는 장면이 웃겨 보였다. 이때, 택시 뒤에 또 다른 차 한대가 멈추었다. 차 안에는 손재언과 강책이 앉아있었다. 손재언이 물었다.“총수님, 왜 저 노인네를 데리고 오시
늑대 할매는 핸드폰도 망가지고, 수표도 뜯기고, 항공권도 뺏겼다. 남은 것이 하나도 없는 늑대 할매는 겨우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걸었다. 여러명에 휩싸여서 맞긴 했지만 심각한 부상은 없었기에 정상적으로 걸을 수 있었다. 그리고 조금만 버텨서 앞쪽으로 가면 다른 차에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강책은 그녀에게 그런 기회따위 주지 않았다. 늑대 할매가 30분 남짓 걸었을 때, 강책이 이번에는 ‘뿌려’ 라며 지시를 내렸다. 곧이어 늑대 할매의 뒤편에서 오토바이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사람?” 늑대 할매는 소리가 나는 곳으로 몸을 돌렸다. 하지만 그녀는 도움을 요청하기도 전에 오토바이를 타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 졌다. 방금 전 자신을 때린 검은색 차림의 사람들 이였다.“왜, 왜 또 온거야? 끝난 거 아니였어?” 늑대 할매는 있는 힘껏 반대편으로 달렸지만 오토바이를 타고 있는 건장한 젊은이들에게는 속수무책이였다. 그들은 그물을 펼쳐 늑대 할매에게 씌우고는 그물 끈을 묶어서 오토바이 뒤에 걸었다. 늑대 할매는 오토바이에 질질 끌려다니면서 크게 소리를 치거나 엉엉 울기도 했다. 하지만 단 한사람도 그녀를 도와주는 사람은 없었다. 100미터쯤 이동했을 때, 오토바이가 멈추었다. 늑대 할매는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시작에 불과했다. 검은 색 차림의 무리들이 차에서 플라스틱 통을 꺼내고는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 안에 있는 노란색 액체를 그대로 늑대 할매의 몸에 뿌렸다. 극심한 찌린내와 불쾌한 냄새가 가득했다. 늑대 할매는 바로 그 액체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녀는 다름 아닌 ‘오줌’ 이라고 확신했다.“짐승보다도 못한 놈들, 어떻게 나같은 노인한테...그만 뿌려! 제발 괴롭히지 말아줘.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해보라니까, 제발 말이라도 해줘.” 그녀의 애원에도 여전히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무리들은 멈추지 않고 그녀에게 액체를 뿌렸다. 그리고 통에 있는 액체를 다 뿌리고 나서야 철수했다. 늑대 할매는 바닥에 누워 울기 바빴다. 겨우 평정심을
날씨가 우중충하다. 검은 색 차량이 연이어 화상그룹 건물의 문 앞에 멈춰 세웠다. 경비원들은 다가가 방문 사유를 묻고 싶었지만 100-200명 남짓의 사람들이 차에서 나오는 걸 보고는 깜짝 놀라 구석에 숨어 나오지를 못했다. 월급 100만원도 안되는 경비원들은 나설 용기조차 없었다. 무리의 제일 앞에 서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강책이고, 그 뒤로는 물병자리와 손재언이였다. 자신의 딸을 화상그룹에서 빼앗기 위해 자신의 정체를 숨기지 않고 천정부대까지 움직였다. 강책 무리는 아무 말 하지 않고 그대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화상그룹 안에 있던 사람 중 나서서 강책을 말리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으며, 심지어 경찰에 신고할 용기조차 없었다. 그들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그저 묵묵히 지켜보기만 할 뿐이였다. 강책 무리가 로비에 다다르고, 물병자리가 경비원을 붙잡고 물었다.“신태윤 어디있습니까.” 경비원은 깜짝 놀라 창백해진 얼굴로 몸을 덜덜 떨었다.“3..3층 회의실에 있습니다.” 이어서 강책 무리는 계단을 타고 3층으로 향했다. 이어서 회의실 문 앞에 도착했다. 강책이 회의실 문을 “펑!” 이라는 소리가 나게 발로 차서 열었다. 회의실 안에는 사람들의 예상외의 장면이 목격되었다. 신태윤이 포대기에 감싸있는 아이를 안고 장난감을 들면서 아이와 놀아주고 있었다. 비서도 옆에서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아이와 놀아 주었다. 강책은 그 아이를 보자마자 자신의 딸 강이영이라고 확신했다. 신태윤은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화상그룹과 강산그룹은 절대적인 원수사이였기 때문에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죽을 각오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신태윤은 강책의 무리를 보고는 분노의 감정 조차 없는 평온함을 유지한 채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고는 “강선생님, 드디어 오셨네요.” 라며 입을 열었다. 물병자리와 손재언이 동시에 인상을 찌푸렸다. 적이 자신에게 ‘선’을 베푼다는 건 좋은 의미가 들어가 있지 않기 때문이였다. 손재언은 작게 “총수님, 조심하십시오
신태윤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저희 화상그룹에는 특수한 약재로 만든 약물이 있습니다. 이름은 ‘서심산’ 으로 인체에 사용할 시, 체력을 올려주고, 정신까지 맑게 하는 효능이 있습니다. 선생님의 동의도 없이 바로 따님께 사용한 건 죄송하지만 정말로 효과가 좋아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지용수 씨, 반지석 씨도 모두 사용해보았기 때문에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아, 하지만 정확한 답변을 들을 수 있을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강책, 물병자리, 손재언 모두 똑똑하고 눈치가 빨랐기에 신태윤이 강이영의 몸에 무슨 짓을 했는 지 단번에 파악했다. 손재언이 처음부터 예상한 것 처럼 신태윤은 강이영에게 영원히 지을 수 없는 상처를 주어 강책을 한 평생 트라우마에 빠져 살게 할 생각이었다. 신태윤이 강남구를 통제할 수 있었던 이유도 지용수와 반지석에게 서심산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번에는 작은 아기의 신체에 사용했다는 사실에 강책의 눈이 벌겋게 변했다. 슬픔보다는 분노에 가까운 감정이 들끓어 올랐다. 지용수의 치료를 담당했기에 ‘서심산’ 이라는 독의 위험성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었다. 그 아픔은 작은 여자아이가 견뎌 낼 수 있는 고통이 아니었다.“죽고 싶구나?”강책은 주먹을 꽉 쥐었다. 폭발하기 직전, 주변에서 ‘찰칵’ 거리며 카메라 셔터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왜 신태윤이 기자들을 데리고 왔는지 깨달았다. 역사적인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서가 아닌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고자 부른 것이었다. 강책이 만약 기자들 앞에서 폭력을 휘두르고 사람을 죽이게 된다면 기회조차 없이 그의 인생은 박살이 날 것이다. 신태윤의 작전은 강책을 정확히 꿰뚫었다.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강책을 향해 말했다.“강 선생님, 저한테 고마워 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 모든 건 당연한거라고 생각합니다. 투쟁없는 앞으로의 저희 미래를 위해서 말이죠.” 강책은 처음으로 적에게 자신의 약점을 붙잡히고 말았다. 강책 본인을 공격하는 것보다 강책의 가족
강책은 아이를 데리고 바로 경찰서로 향했다. 물병자리가 이미 구청장 윤병철에게 일을 알린 덕에 경찰서에 도착하자마자 윤병철이 합류했다. “강선생님, 이번 사태에 대해서 안타까움을 표합니다.” 윤병철도 해낼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는 신도 아닌 평범한 인간이였기에 강이영 몸 안에 있는 독을 완전히 빼낼 수는 없었다. 강책도 당시 지용수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했다. 서심산은 강력하다 못해 신태윤이 10개월만에 강남구를 통제하게 만든 독이다. “어쩌면 살릴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윤병철이 말했다.“강선생님께서는 방법이 있으십니까? 제가 도울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예전에 저희가 신태윤의 손에서 ‘식물인간’ 을 빼내어 왔지 않습니까, 그게 해독제이지 않을까요? 강남구의 모든 문제는 모두 그 ‘물건’ 에 의해 생겨 났습니다. 구청장님께서 저에게 연구 진행을 허락해 주신다면 제 딸을 구할 수 있는 해독제를 만들어 낼수 있습니다.” 강책의 요구는 질타를 받을 수 있는 사항이였다. 그 이유는 식물인간에 대한 일은 엄중한 사항이였기에 개인적인 이유로 사용하거나 연구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책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 윤병철은 서슴치 않고 바로 대답했다.“네, 강선생님의 따님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허락하겠습니다.” 말이 끝나자마자 경찰 한 명이 다가와 말했다.“구청장님, 의료연구진한테서 식물인간이 꽃을 피기 시작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의 한마디에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의 눈빛이 달라졌다. 식물인간 몸에는 꽃봉오리만 발견 되고 언제 꽃이 필지는 미지수였지만 타이밍 좋게 꽃이 핀 것이였다. 강책의 약 제조에 더욱 큰 힘이 될 수 있었다. 윤병철은 바로 “강선생님, 갑시다. 저희와 함께 의료연구소로 갑시다.” 라며 입을 열었다. “네!” 이어서 윤병철은 강책을 데리고 의료연구소로 향했다. 두 사람만 출입이 가능했기에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밖에서 그들을 기다려야 했다. 층마다 검사를 마치고, 두 사람은 순조롭게
꽃이 다 피고 나면 꽃은 빠른 시간내에 숙주의 모든 영양분을 빨아들이고, 사람을 죽인다. 하지만 꽃은 계속 시들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꽃에게 있어 인간은 인간이 아닌 숙주로 도구의 한 종류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때, 강책이 뭔가 떠올랐는 지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과거 지용수의 병증에 대한 기록을 뒤졌다.“예전에 서심산에 중독된 환자에 대한 연구에 의하면, 그 독은 인간 신체표면에 많은 ‘얼룩무늬’ 같은 걸 만들어. 그리고 마치 검은 블랙홀 처럼 ‘연기’를 만들어 내. 사람 신체가 마치 연기를 뿜어내는 것처럼 보여. 그때 나는 어떻게 해야 그 연기를 끊어낼 수 있는 지 생각했는 데, 이 식물인간들 몸에 핀 꽃이 그 무늬의 천적이 아닐까?” 꽃들은 신진대사가 빠르고, 매분매초 영양분을 빨아들인다. 그 반대로, 무늬는 연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한 쪽에서는 빨아들이고, 한 쪽에서는 생성한다. 서심산의 치료 방법은 간단했다. 도리만 알면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의 말에 윤병철은 기뻐했다.“만약 정말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저 꽃들과 무늬를 서로 항형시키면 소녀와 선생님의 딸 모두 살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론이 실현될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였다. 곧이어 강책은 바로 실행에 옮겼다. 그는 신온과 현장에 있는 수많은 연구원들과 함께 소녀의 몸에서 꽃을 체취하고, 해독제를 만들기 시작했다. 해독제 과정은 쉽지 않았다. 여러번의 시도 결과, 꽃을 체취하게 되면 인간의 ‘신체기관’을 빼는 것과 같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즉, 꽃을 체취하게 되면 소녀도 목숨을 잃는 다는 것이였다. 꽃을 빼지 않으면 영양분을 빼앗겨 죽게 되고, 꽃을 빼면 신체기관을 잃어 즉사하게 된다. 결과는 죽음을 피할 수 없었다. 꽃이 소녀의 몸에 이식 되었을 때부터, 소녀의 운명은 정해져 있었다. “펑!”신온은 끓어오르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찼다. 수많은 노력 끝에 얻은 결과가 ‘죽음’ 이라는 사실에 망연자실했다. 쉽게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동시
밤새 강책, 신온 그리고 나머지 연구원들은 쉬지 않고 자신이 맡은 일에 집중했다. 그리고 새벽 3시쯤 되었을 때, 해독제가 완성되었다. 그리고 반복되는 실험에 거쳐 부작용을 확인했고 그 결과, 완벽한 해독제가 제조 되었다. 강이영이 잘 살아갈 수만 있다면 그들에게 있어서 작은 수확과 성공이라고 할 수 있었다. 손재언은 아기를 안고 욕조로 다가갔다. 욕조 안에 뜨거운 물을 받고, 아기를 욕조 안에 넣었다. 그리고 해독제를 바로 복용하기에는 너무 어렸기에 해독제를 욕조 안에 풀기로 했다. 신태윤도 그와 똑같은 방법을 사용했었다. 그때 만약 아기에게 바로 독을 복용했다면 그 자리에서 독에 중독되어 즉사했을 것이다. 10분이 지나고, 강책은 심호흡을 하고 해독제를 뜨거운 물 안에 부었다. 해독제는 물 안 속에서 서서히 퍼져 아기의 몸을 감쌌다. 모두가 집중하고 있는 와중에, 신기한 장면이 목격되었다. 초반에 아기의 몸 표면에 대량의 블랙홀 처럼 생긴 얼룩무늬가 생기더니 쓰레기를 내뿜었지만 해독제와 맞닿자 그 쓰레기가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몸에 있던 얼룩무늬가 모두 통제되었다. 그리고 얼룩무늬가 옅어지고, 아기의 건강상태가 다시 회복된 것 처럼 보였다. 연구원들은 성공이라는 생각에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하지만 유일하게 강책만이 여전히 차가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윤병철이 다가와 강책의 어깨를 두드렸다.“강선생님, 독이 모두 빠졌을 겁니다. 이제 안심하셔도 됩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강책의 대답에 모두가 숙연해졌다. “독은 잠시 멈춘 거 뿐이에요. 빠진 게 아닙니다.” 신온이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꽃의 성분 덕분에 얼룩무늬는 이미 사라졌어. 이게 해독이 된 게 아니라고?” 강책이 고개를 저었다.“만약 그런거라면 지용수와 반지석이 매달 찾아와 해독제를 달라고 하지 않았을거야. 게다가 신태윤은 우리가 식물인간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 즉 해독제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셈이지. 우리가 진짜 해독제를 만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약효과는 떨어져 얼룩무늬는 다시 또 나타날 것이다. 영원히 사라지지 않고 반복 될 것이다. 약물로 억제한다고 해서 완전히 사라지지는 못한다. 서심산은 그만큼 강한 독이다. 순식간에 연구원들의 표정은 희망에서 실망으로 바뀌었다. 식물인간들의 희생과 자신들의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려왔다. 이 중, 제일 슬퍼해야할 강책은 오히려 제일 침착함을 유지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며 분위기를 조정했다.“아직 실망하기에는 이릅니다. 신태윤이 보고 싶어하는 게 바로 저희들의 이런 모습이에요.” 강책은 처음부터 신태윤이 원하는 걸 알고 있었다.“그리고 여러분들은 헛수고를 하신 게 아닙니다. 해독제가 완전히 독소를 빼내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독소를 막아주지 않았습니까. 아이는 이 한달 동안은 무사 할겁니다. 여러분 덕에 저한테는 한달 이라는 시간도 주어졌습니다. 이 한 달동안 제가 진짜 해독제를 찾아 아이 몸 안에 있는 서심산을 빼도록 하겠습니다.” 강책은 총수라는 직업에 알맞게 동료들을 위로해주었다. 연구원들도 그의 따뜻한 말 덕에 기운을 차릴 수 있었다. 얼룩무늬의 원리를 알았고, 그들에게 이제 남은 건 얼룩무늬가 생기는 이유와 뿌리부터 빼낼 수 있는 돌파구를 찾는 것이였다. 신온은 깊게 숨을 내뱉으며 말했다.“좋아, 한달 동안 만들어 내겠어!” ..한편, 화상그룹 회의실 안.많은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회의실로 들어간다. 신태윤은 자리에 앉아 사람들을 보며 하품을 했다.“그럴 줄 알았습니다. 지금 새벽 4시에 사람을 갑자기 찾아 오시면 어떡합니까?” 반지석이 책상을 치면서 소리를 질렀다.“잠이 오세요? 저는 지금 죽게 생겼다고요!” 그는 말을 하면서 옷을 벗고는 자신의 몸을 보여주었다. 반지석의 몸에는 검은색 얼룩무늬가 가득했다. 그리고 그 무늬가 계속 ‘연기’를 내뿜는 탓에 몸 전체가 뿌옇게 보였다. “지금 이거 보세요, 몸에 난 이 무늬가 계속 이런 쓰레기를 만들어 내고 있어요. 이제 하루도 못버
그가 몇 대의 승계자인지 모르지만 드디어 강책의 일행에게 잡혔다. 이어서 김한철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국에 있는 용맥 단체를 모두 잡아 들였다.한편, 200만 명 시민들도 해독약을 먹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들은 강책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연산 시와 다른 도시에 강책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석고상을 지었다.강책의 훌륭한 명성은 후세에도 전해질 것이다.…엄수 집안.장유나가 장훈의 앞으로 껑충껑충 뛰어갔다.“아버지, 제 말이 맞죠? 강책이 분명히 나타날 거라고 했잖아요!”장훈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강책의 강인함과 자신을 괴롭혔던 저주가 풀렸다는 사실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는 드디어 ‘평범한 사람’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식약 식당 안.강책이 황금 십이궁을 이끌고 식당으로 돌아왔다.도착하자마자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정몽연의 모습이 보였다.“강책! 나 진짜 화났어, 진짜 죽은 줄 알았잖아!” 강책이 어깨를 들썩이고는 다정하게 말했다.“미안,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할게.”“진짜야?”“응, 진짜야.”강책이 정몽연을 덥석 안고는 이마에 뽀뽀했다. 정몽연은 살짝 화가 풀렸다.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물었다.“그럼, 어떤 신분을 숨기고 있는지 말해줘.”“어... 그게… 잠깐만.”강책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말했다.“연산 시의 식약 식당, 한사랑 병원이 내 명의라는 건 알고 있을 거야.”그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강남구의 침몽 하이테크랑 기모 엔터테인먼트도 내 명의야.”“뭐?”정몽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남구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대기업을 강책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경성의 강씨 집안, 성월각도 내 명의야.”“뭐라고?”정몽연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의 자산은 한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이었다.“그리고 사실 경성에 갔을 때, 수라 군신의 자리를 다시 되찾았어.”“강책!”정몽연은 화가 나면서도 기뻤다.“어떻게 이 사실을 다 숨기
용맥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책은 분명 죽지 않았는가.“뭘 또 그렇게 놀라.”인파들 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나왔다, 다름 아닌 이미 사망신고가 내려진 강책이었다.“연구가 99퍼센트까지 했는데 마지막 1퍼센트는 도저히 채울 수 없더라고. 그래서 내가 용의 물을 마셔서 직접 독소를 느껴보면 1퍼센트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그 1퍼센트가 뭔지 알아냈고, 해독약을 쉽게 제조할 수 있었어. 이제 용의 물과 이어진 연결도 끊어졌을 거야. 즉, 너는 아무도 죽일 수 없어. 용맥, 네가 졌어.”용맥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강책을 바라보았다.수천 년 동안 전해졌던 역사가 강책의 손에서 끊어지고 말았다. 사실, 용맥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느껴지는 불안함에 강책을 죽이려고 젖 먹던 힘까지 썼지만 그는 결국 해독을 완성시키고 말았다. 용맥이 잠시 생각하고는 이상함을 감지했다.“네가 용의 물을 마시는 동시에 내가 독소를 조종해서 너를 죽게 만들었어,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해독약을 만들었다는 거야?”강책이 용의 물을 들이켰을 때, 이미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분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망칠 길은 전혀 없었다.이때, 강책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신태열 덕분이야.”용맥은 그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그때 심장이 멎었던 이유는 용의 물 때문이 아니야, 그건 서심산 때문이었어. 신태열도 당신의 용의 물을 보면서 비슷한 독약을 만들고 싶어 했어,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얼떨결에 ‘서심산’이라는 독소를 만들어냈어. 그 덕에 연산 시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어. 즉, 서심산은 ‘용의 물’의 짝퉁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큰 비밀을 알아냈어. 두 독약은 상호 배타적 관계를 가졌다는 거였어.”둘 중 독소가 하나라도 몸에 있으면 또 다른 독소는 체내에서 살 수 없다.즉, 서심산을 마셨다면 체내에는 같은 성분인 ‘용의 물’을 배제하는 항체가 생긴다.강책은 용의 물을
사실, 김한철은 그의 지시대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헬기 준비와 위부서에게 용맥을 호송해달라는 부탁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가 차올랐다.“이런 젠장!”그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연산 시 전체가 먹구름이 짙게 끼었다. 한편, 엄수 집안.집안의 가주 장훈이 정원에 앉아있다. 시든 꽃을 보는 그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그는 평생동안 김씨 어르신을 지지하면서 용의 물의 해독을 기대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게다가 그의 제자들인 무상명인 정해운과 강책 모두 죽고 말았다. 결국 용의 물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모두 사라졌다.“하....”장훈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년 동안 가문에 걸렸던 저주는 결국 풀지 못하는 건가.결국 용맥의 ‘부하’로 영원히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때, 장유나가 다가왔다.“아버지, 한숨 그만 쉬세요.”장훈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한숨도 못 쉬게 하는 거야?”“한 두 번 겪는 것도 아니잖아요, 매번 궁지에 몰릴 때마다 강책이 나타났잖아요.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라 믿어요.”장훈이 고개를 저었다, 상황역전의 대명사였던 강책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강책은 용의 물을 마셨고, 생방송에서 그의 사망 원인은 용의 물에 의한 독성 때문이라고 밝혔다.그는 세상을 떠난 사람이 확실했다.“아니요, 전 안 믿어요!”장유나가 굳건한 눈빛으로 말했다.“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강책이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그녀는 씩씩거리면서 자리를 떴다. 장훈은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렇게 믿고 싶어, 하지만 강책은 불사신이 아니야.”…12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건물 앞에 헬기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주위로는 보디가드가 자리를 지켰다.이때, 가면을 쓴 남자가 헬기를 향해 다가갔다. 남자는 다름 아닌 ‘용맥’이었다.김한철은 자리에 서서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용맥은 아랑곳하지 않고 김한철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김청장, 고마
그의 말에 대중들은 충격에 빠졌다, 마치 번개에 맞은 것 같이 순식간에 풀이 죽어버렸다.그 중 몇 명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 앉았다.강책의 죽음이 자신들의 생명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참담했다.용맥은 여전히 대중들의 생명을 ‘패’로 생각하고 정부를 향한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게다가 그들의 생명은 용맥이 쥐고 있기 때문에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더 끔찍한 사실은 유일하게 독을 해독할 수 있었던 인물을 대중들이 죽여 버렸다는 사실이다.김씨 어르신과 무상명인 정해운이 죽고, 강책은 ‘접묵 기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결국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진 지금, 용의 물은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게 되었다.현장에는 절망스런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막막함과 후회스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항상 위기의 상황에 나타나 자신들을 구해주고, 항상 승리의 여신 편이었던 인물을 그릇된 판단으로 그를 지옥으로 빠뜨려버렸다.“안돼!”곧이어 강책의 시체를 향해 무릎 꿇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 비통함을 털어 놓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무릎을 꿇기 시작하고는 과거의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했다.몇 만 명이 넘는 사람이 병원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어리석은 행동을 반성하면서 속죄하기 바빴다. 그들은 신에게 시간을 다시 돌려 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참이 지나고, 황금 십이궁의 물고기자리와 물병자리가 강책의 시체를 들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의 표정은 고통으로 가득했다, 곧이어 십이궁 일원 모두 눈물을 흘렸다.강책의 가족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의 아내 정몽연은 울다가 쓰러져버렸다.연산 시 전체가 좌절에 빠졌다. 하늘도 같은 마음인 걸까, 그들의 마음처럼 어두웠다. 이때, 용맥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김한철, 네가 어렵게 내 위치를 파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근데 미안해서 어쩌지, 이백만 대중
김한철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강 선생님은 이런 상황에서도 참 착하시네요.”“연구에 실패했으니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죽는 수밖에 없어요.” 강책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죽기 전에 가족들과 전화 한 통 하겠습니다.”강책의 가족들은 강책을 만나기 위해 연산에 왔다. 하지만 영원히 이별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역시,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강책은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정몽연은 대성통곡을 하며 강책에게 충독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했다. 정몽연은 강책을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몽연의 생각과는 달랐다. 강책의 선택이 늦어질 때마다 시민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공포감에 휩싸인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다. 강책의 목숨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여보, 우리 딸 잘 부탁해. 사랑해 여보.” 강책은 정몽연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병원 밖으로 나가 시민들을 마주했다. 황금 십이궁은 일렬로 서서 불안한 표정으로 강책을 쳐다봤다. 잠시 후, 강책은 마이크 앞에 서서 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 “제 목숨을 수십만 명의 시민들의 목숨과 바꿀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저는 불씨이기 때문에 죽으면 불은 꺼지지 않고 더욱 타오를 겁니다! 때문에 이 세상은 결코 어둠에 잠기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강책의 말이 끝나자 한 젊은이가 무리들 사이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 “강 선생님, 죄송하지만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니 가짜로 죽은 척하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번 검사해 보겠습니다.” 용맥은 진용과 이용진, 그리고 신태열을 경험해 본 듯했다. 강책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젊은이를 막아서지 않았다. 젊은이는 일단 눈앞에 있는 사람이 물병이나 다른 사람이 가장한 것이 아닌, 진짜 강책인지 확인한 후 강책의 편작 신침을 빼앗아 가짜 죽음을 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책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재차 확인했다. “됐습니다. 자, 이제 준비
사실상 반나절 안에 연구하기란 매우 촉박하다. 강책은 최고의 의사와 연구진들에게 연락해 용의 물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용의 물에 대한 연구는 매우 힘들었다. 용의 물 자체가 연구하기 힘들었으며, 구하기 힘들어서 샘플의 양이 극히 적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과 다르다. 현재 연산 시 전체에 용의 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강책과 수백 명의 연구자들은 반나절 동안 연구에 집중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강책은 연구에 실패했다. “1퍼센트, 딱 1퍼센트가 부족해요!” 강책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상 연구는 99퍼센트 완성됐다. 하지만 단 1퍼센트가 부족했다.가장 핵심인 1퍼센트의 데이터는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부분이었다. 게다가 주어진 시간도 매우 촉박했다. 전 세계 훌륭한 연구자들이 모두 모였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용의 물, 그야말로 최악의 독약이다. 하지만, 더욱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연구 실패 후, 200만 명 시민들 사이에서 용의 물 독성에 견디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용맥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자 강책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강책, 당신만 희생하면 수백만 명의 시민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강책, 비겁하게 숨지 말고 나오세요!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당신 하나 때문에 죽을 수는 없습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책임지세요. 당장 나오세요!” 수많은 시민들은 병원 앞에서 큰소리로 시위를 했다. 사람들은 이미 공포에 눈이 멀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구하기 위해 강책 한 명 목숨을 희생하는 것이 어려운 걸까? 시민들은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사람들의 오직 강책이 빨리 죽기를 원했다. 용맥은 강책이 죽어야 통제를 멈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의 목숨도 지킬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시민들은 강책이 연산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새까맣게 잊었다.
용맥, 그야말로 은밀하고 악독하다. 용맥의 비서는 계속해서 말했다.“저희가 바라는 것은 오직 안전입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면 시민들을 죽이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한 가지 요구를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강책도 용의 물을 마시세요! 강책은 용맥의 골칫거리입니다. 저희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강책을 반드시 통제해야 하니 양해 바랍니다. 자, 그럼 오후까지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만약 오후에도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용맥은 시민을 죽일 겁니다. 이제 제가 할 말은 다 끝났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비서는 화면 속에서 사라졌다. 김한철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졌다. 김한철은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차며 버럭 화를 냈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용의 물 바이러스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강 선생님뿐이에요. 강 선생님께서 용의 물을 마시면 그들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용맥이 시키는 대로 하실 겁니까? 자살을 하라고 할 수도 있어요. 강 선생님이 죽으면 용의 물을 해결할 사람이 없어요. 그럼 200만 명의 시민들은 용맥에게 통제될 겁니다. 용맥은 인질을 더 늘릴 겁니다. 강 선생님은 절대 죽어서는 안 됩니다. 절대 용의 물을 마시지 마세요.”김한철의 말이 맞다. 하지만 가능할까? 용맥은 200만 명의 시민을 인질로 잡고 강책에게 용의 물을 마시라고 요구했다. 만약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1초에 한 명씩 죽을 것이다. 과연 강책이 받아들일까? 김한철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미 용맥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공격하면 됩니다.”“안 됩니다.” 강책은 말했다. “그럼 다 같이 죽는 것과 다름없어요. 용맥을 잡으면 200만 명의 시민들도 같이 잡는 겁니다. 절대 안 됩니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 강책과 김한철은 잠시 말이 없었다. 강책이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 위기를 잠시나마 모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는? 용의 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강책이
김한철은 강책의 말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예상한 대로군요.”예상대로라니?김한철은 처음부터 용맥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걸까?“강 선생님, 잠깐 저랑 나가시죠.”김한철은 강책과 함께 빈 병실로 자리로 옮겨 문을 잠갔다. 김한철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뉴스가 있습니다. 연산 외에도 10군데의 도시들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강 선생님, 혹시 어디 도시인지 아십니까?”강책은 김한철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아차렸다. 이전에 회의에서 김한철이 수십 군데의 도시들이 용맥에게 통제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10군데 도시들의 시민들이 모두 중독되었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강책은 말했다. “시민들은 용의 물에 중독된 겁니다. 그리고 다른 도시들도 용맥의 세력이 퍼져 있기 때문에 용맥의 짓이 틀림없습니다.”김한철은 확신에 찬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한철과 강책이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한 도시에 15만 명이 중독되었다고 해도 10군데 이상의 도시면 2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중독된 것이다. 상당한 숫자이다. 강책은 용의 물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용의 물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첫째, 단시간 안에 몸 전신에 퍼져 중독된다. 둘째, 용맥의 통제를 당하면 언제든 죽을 수 있다. 용맥은 분명히 무고한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10군데가 넘는 도시에 용의 물을 퍼뜨린 것이다. 용맥은 원할 때 언제든 시민들을 죽일 수 있다. 일이 매우 복잡해졌다. 김한철은 말했다. “저희는 이미 준비를 끝냈으니 그물을 던져서 용맥을 처리합시다. 용맥도 최후의 방법을 썼으니 저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지금 갈등이 격화되면 용맥이 흥분해서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다. 200만 명의 시민이 죽으면 누구 탓일까? 아마 김한철이 죄인이 될 수도 있다. 강책은 말했다. “이럴 때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혹시라도 용맥이 반격하면 일이 커집니다.”강책과 김한철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니요. 아침에 뉴스 보고 지금까지 물 한 모금도 안 마셨습니다. 이건 천재지변인가요? 사람에 의해서 일어난 재난인가요?”물고기자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천재지변이든 사람에 의해 일어난 재난이든 심각한 상황이다. 잠시 후, 강책은 병원에 도착했다. 강책을 기다리고 있던 김한철은 강책을 보자마자 병실로 데리고 갔다. 병실 안, 한 환자는 더운 여름 날씨에 마치 얼음장 안에 있는 듯 온몸을 떨고 있었다. 이때, 한 의사가 말했다. “강 선생님, 현재 상황을 대략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수돗물에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수돗물을 마시면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잠복된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폭발하지는 않는다. 현재 10만 명 이상의 시민들 몸속에 바이러스가 잠복되어 있다. 그중 122명은 감염되었다. 끔찍한 것은 사람들의 바이러스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오한 증상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열이 오르는 사람도 있다. 또한 간지러움 증상이 있는 사람, 구토 증상을 보이는 사람 등등 증상이 모두 달랐다. 사람마다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증상이 제각각이다. 현재 바이러스는 매우 강력해서 개개인의 체질에 따라 전혀 다른 증상을 보인다. 가장 심각한 경우 숙주세포를 공격할 수도 있다.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서운 점이 또 있습니다. 현재 바이러스는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검출되고, 물에 있을 때는 전혀 검출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습니다.”즉,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하지 않다. 강책은 의사의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바이러스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보이기 때문에 일반 바이러스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강책은 환자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강책은 침을 꺼내 자신의 몸에 놓았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