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연은 아이가 앞으로 커서 음악이나 미술적인 재능을 발휘하기를 바랐다.“도착했어.정계산이 말했다.차에서 내린 두 사람은 음악교실로 걸어 들어갔다. 교실에 들어간 정몽연은 아이를 무릎에 앉혔다.정계산은 교실 밖에서 따분한 얼굴로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평소대로라면 오늘도 별볼일 없는 평범한 오후였다. 정계산은 딸이 음악 수업을 듣는 동안 핸드폰을 보는 게 일상이었다.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사람들이 교실로 모여들었다.그들도 정몽연처럼 아이를 안고 있었다.그 중, 품에 사랑스러운 여자아이를 안은 한 노인이 정몽연의 옆에 앉았다.정몽연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노인을 바라보았다.‘아무리 봐도 60대로 보이는데 이 나이에 아이를 낳을 수 있다고?’‘아니야. 손녀를 데리고 온 거겠지.’정몽연은 자신의 유치한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노인은 웃고 있는 그녀를 보자 인심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이가 참 예쁘네요.”“감사합니다. 할머니 손녀도 참 예쁘네요. 얌전하고 울지도 않네요?”“애 부모가 맞벌이라 이 늙은이가 매일 애를 돌보고 있잖아요. 잘 알지도 못하는 음악을 들으러 오는 것도 귀찮아 죽겠어요.”정몽연은 웃으며 말했다.“그래도 손녀가 이렇게 사랑스러우니 행복하시겠어요.”노인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행복은 모르겠고 애들 부담이나 덜어주려고 돌봐주고 있는 거죠.”그들이 잡담을 나누는 사이 음악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섰다.“학부모님들은 아이가 울거나 뛰어다니지 않게 잘 돌보시고요 오늘은 중세기 프랑스 음악의 거장….”긴 소개 끝에 교실에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왔다.꽤 수준 높은 고전 음악이었다.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편안한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눈앞에 일망무제한 초원이 펼쳐지고 푸른 하늘과 뛰어다니는 야생마가 보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아이의 청각발달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부모의 심신안정에도 도움이 되는 그런 음악이었다.음악을 듣고 있던 학부모들은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정몽연도 마찬가지였다.그녀는 아이를 품에 안은 채로 눈
먹구름이 잔뜩 끼었던 하늘에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검은색 차량 한대가 도로를 미친 듯이 질주하고 있었다.운전대를 잡은 사람은 강책이었다.불과 3분 전, 그는 아내에게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정몽연은 전화해서 통곡하며 아이가 사라졌다고 말했다.정확히 말하면 바꿔치기 당한 것이다.이건 절대 우연히 벌어진 사건이 아니었다. 계획적인 접근.그게 아니라면 왜 다른 집 아이는 무사하고 강책의 아이만 사라졌을까? 그리고 그 노인은 왜 정몽연의 옆에 앉았을까? 우연이라고 말하기엔 너무 수상했다.누군가가 강책에게 보복하기 위해 그의 아이를 데려갔다고 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강책에게는 적이 많았다.신태윤을 제외하고도 강남구에서 강책을 죽이고 싶어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기업인들도 강책을 눈엣가시로 생각했다.지금 가장 중요한 건 누가 이런 짓을 꾸몄는지 알아내는 것이다.현재로서 추측할 수 있는 건 두 가지였다.첫째는 상대가 아이를 인질로 잡고 강책을 협박하려는 것이다. 그러면 상대가 어떤 요구를 제기하든 강책은 들어줄 생각이었다.돈? 권력? 그런 건 아무 상관이 없었다.자신의 목숨을 내놓으라고 해도 그렇게 할 것이다.가장 두려운 건 두 번째 가능성이었다. 강책이 고통받는 모습을 보기 위해 아이를 죽이는 것.강책은 이게 가장 두려웠다.세상에서 그 어떤 것도 두렵지 않은 수라군신이지만 그의 약점은 가족이었다. 만약 아이가 놈들의 손에 죽기라도 한다면 강책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했다.그의 심장이 미친듯이 뛰고 있었다.강책은 액셀러레이터를 더 힘껏 밟으며 음악교실로 질주했다.15분이 지나 그는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급하게 차를 주차한 뒤, 강책은 차에서 뛰어내려 비를 맞으며 음악교실로 들어갔다.안으로 들어가자 앉아서 울고 있는 아내가 보였다.정계산은 옆에서 딸을 위로하고 있었고 옆에서 형사들이 진술을 확보하고 있었다.강책을 본 정몽연은 더 구슬프게 울며 자신의 뺨을 때렸다.“여보, 미안해. 내가 우리 아이를 잃어
“그래요. 일단 알겠습니다.”형사가 계속해서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저희도 최선을 다할 겁니다.”형사는 강책을 안심시키려 했지만 강책은 아무것도 못 들은 사람처럼 뒤돌아섰다.교실로 돌아온 그는 정계산에게 말했다.“장인어른은 집사람 데리고 집에 일단 돌아가세요. 아이는 제가 찾아볼게요.”“우리 이영이 꼭 찾아서 데리고 오게!”“물론이죠.”강책은 정몽연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는 비를 무릅쓰고 음악교실을 나와 강산 그룹으로 향했다.그는 바로 맨위층의 회장 사무실로 들어가서 직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전부의 인력을 동원해서 늑대 할매라는 인간을 찾아내! 내가 직접 만나야겠어!”손재언과 물병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사건의 심각성을 깨닫고 바로 밖으로 나왔다.아무리 대단한 지혜를 가지고 있는 강책이라도 이번 사건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다행히 그의 옆에는 남다른 수완과 똑똑한 머리를 가진 손재언이 있었다.강책이 잠시 흥분을 가라앉힌 뒤, 손재언이 다가와서 그에게 말했다.“군수님께서 걱정하시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겁니다.”강책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손재언을 바라보았다.손재언이 계속해서 말했다.“누가 아이를 인질로 잡고 군수님을 협박하려고 할까요? 그건 불가능해요. 군수님의 아이를 납치한 자는 아마 돈이 부족한 사람은 아닐 겁니다. 오히려 보복이면 몰라도요. 그러니 돈이나 권력을 요구하지는 않을 겁니다. 상대는 그저 군수님이 상심하고 절망한 모습을 보고 싶어할 뿐이죠.”그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잠시 숨을 고른 손재언이 계속해서 말했다.“아이가 다칠까 봐 걱정하시는 거죠? 그건 안심하세요. 아이는 무사할 겁니다. 정말 아이를 죽이려 했으면 음악교실에서 난동을 버리고 도망갔겠죠. 힘들게 아이를 바꿔치기 해서 데려가지는 않았을 겁니다.”강책은 그제야 좀 안심이 되었다.정말 아이를 죽이고 싶었다면 음악교실에서 바로 실행에 옮기는 게 더 쉽고 간단했다. 굳이 번거롭게 아이를 바꿔치기 하는 선택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럼 그들은 왜 아이를
강책이 손재언과 아이를 구출할 일에 대해 의논하는데 상대가 먼저 강책을 찾았다.신태윤의 지시를 받은 한 여자가 강책을 찾아왔다.마리라고 불리는 그녀는 늑대 할매와 비슷한 부류의 사람으로 비열하고 악랄하기로 소문난 여자였다.강산 그룹 계열사 사장 도해수는 임원들과 함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의논하고 있었다. 이때, 안내데스크 직원이 이쪽으로 오더니 그녀에게 말했다.“도 사장님, 밖에 월세 받으러 왔다는데요?”도해수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월세? 매월 고정된 날짜에 자동으로 나가잖아?”직원이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그게 아니라… 마리님께서 오셨습니다.”그 말을 들은 도해수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한 임원이 호기심 어린 얼굴로 물었다.“마리가 누구예요?”도해수가 대답했다.“이 구역 조폭 두목인데 이 일대에서 장사하는 사람은 그 인간에게 보호세를 바쳐야 해요. 사실상 그냥 돈을 빼앗는 거죠. 돈을 안 주면 와서 부수고 난리를 치는데 경찰에 신고해도 소용없어요. 예전에 우리가 아주 작은 회사였을 때 매달 저 인간에게 착취를 당했었죠. 회사가 커지면서 이제 안 올 거라 생각했는데….”도해수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을 이었다.“제가 나가 볼게요.”도해수가 로비로 나가자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한가하게 핸드폰을 하고 있는 마리가 보였다.그녀는 형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다가가서 말했다.“마리 언니, 오시기 전에 연락 좀 주시고 오지 그러셨어요?”마리가 고개를 들더니 음산한 말투로 말했다.“사람이 말이야. 몸집이 좀 커졌다고 친구를 잊으면 쓰나? 도해수 씨 그렇게 안 봤는데 매정한 사람이었네. 이번에 강산 그룹 계열사 사장까지 달았다면서? 돈은 많이 벌었겠어?”도해수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강산에 가입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은 성과도 없는데 돈을 어떻게 벌겠어요?”“그렇게 겸손하지 않아도 돼, 도 사장.”이때, 마리가 푸른색 다이어리를 꺼내더니 펼치고 장부를 확인하며 말했다.“도 사장, 강산에 가입한 뒤로 두 달이나
왜?무슨 자격으로?단지 이 뻔뻔함으로 원하는 걸 다 들어줘야 한다는 말인가?도해수는 바로 거절했다.“안 돼요. 이런 무리한 요구는 들어드릴 수 없습니다!”그러자 마리의 표정이 싸하게 굳었다.자리에서 일어선 마리가 도해수의 뺨을 때렸다.짝!도해수는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하얀 얼굴에 빨간 손자국이 났다.마리가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잘 들어. 너랑 협상하러 온 거 아니야. 이건 통보야. 오늘 내로 지분을 내놓지 않으면 회사 문 닫아야 할 거야.”“신고하고 싶으면 해. 강산 그룹을 불러와도 좋아. 하지만 이것 하나만 명심해. 그들이 널 당장 지켜줄 수는 있겠지만 평생 지켜줄 수는 없어!”“그들이 가면 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거니까.”“도해수, 좀 잘나간다고 내 손바닥 안을 벗어날 수 있을 줄 알았어? 꿈 깨!”한마디 한마디가 비수가 되어 도해수의 자존심을 아프게 찔렀다.도해수는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흐느꼈다. 화가 치밀고 억울했지만 평범한 시민인 그녀가 마리 같은 조폭을 이길 방법은 없었다.평생 마리한테 빨대 꽂힌 채 살아야 하는 걸까?허망한 기분이 들었다.저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 흘렀다.가장 절망적인 순간, 뒤에서 발소리가 들리더니 한 남자가 회사 내부에서 밖으로 나왔다.강책이었다.그는 이쪽으로 다가오며 말했다.“월세? 한 푼도 가져갈 생각하지 마!”도해수와 마리는 멈칫하며 동시에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당신 누구야?”마리는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강책을 바라보며 말했다.“정씨 가문 강책인데?”마리는 강책을 아래위로 훑더니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정씨 가문이 그렇게 대단해? 별볼일 없는 작은 가문 아니었나?”“강산 그룹이 아니었으면 누가 너희를 알아준대?”“주제도 모르고 내가 하는 일을 방해하려는 거야?”마리는 거만한 표정으로 강책은 안중에도 없는 듯이 행동했다.옆에 있던 도해수가 다급히 강책을 말리며 말했다.“강 선생님은 이 일에서 빠지세요. 제가 잘 처리할게요.”
이게… 무슨 상황이지?도해수는 식은땀이 흘렀다. 감히 마리에게 이런 식으로 애기하다니?목숨을 포기한 걸까?마리는 한참이 지나도록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여태 그녀에게 이런 식으로 얘기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이 잡것이 지금 날 욕했어?”“욕 먹을 짓을 했잖아!”이미 타오르기 시작한 분노의 불길은 도해수도 막을 수 없었다.화가 치민 마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강책을 향해 손을 날렸다.하지만 강책은 도해수처럼 가만히 서서 당하지 않았다.그는 손을 들어 마리의 손목을 잡고 힘껏 비틀었다. 마리가 고통스럽게 비명을 질렀다.“이거 놔! 아프다고!”“미친놈이, 내가 누군지 알아? 너 죽여버릴 거야!”강책은 차갑게 비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지금 이 상황에도 그런 말할 힘이 남아 있어? 더 맞아야겠지?”말을 마친 그는 손을 들어 마리의 뺨을 때렸다.짝!남자의 거대한 손이 마리의 얼굴을 힘껏 내리쳤다. 그녀의 얼굴에 선명한 손자국이 생겼다.마리는 자신이 예기치 못한 상황에 당황했다.살면서 누구에게 맞아본 적 없는 그녀였다.“지금 나 쳤어?”짝!또 한번의 소리가 들리고 마리는 눈을 부릅뜨고 강책을 노려보며 고함쳤다.“넌 이제 끝이야. 여기 있는 것들을 전부 죽여버리겠어.”짝!다시 거침없이 날아오는 손바닥.강책이 차갑게 말했다.“입냄새 나니까 그만 짖어. 오늘 양치는 했어?”짝, 짝, 짝!몇 번의 소리가 들리고 마리는 맞아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녀가 뭐라고 하기만 하면 강책은 손바닥을 휘둘렀다. “꺼져.”한바탕 분풀이를 한 뒤, 강책은 그녀를 힘껏 밀쳤고 마리는 개처럼 바닥에 쓰러져서는 엉금엉금 기어서 건물을 나갔다.그녀는 바닥에 쓰러지면서도 얼굴을 감싸고 말했다.“좋아. 아주 잘했어. 나한테 폭력을 휘두른 남자는 네가 처음이야. 기다려. 당장 내 남자에게 전화해서 너희를 죽여버리라고 할 거니까!”도해수는 당황했다.마리가 이 일대의 조폭 두목이 되고 이 일대에서 보호세를 받으러 다닐 수 있었던 건 그
“살아서 돌아갈 수 있으면 내 손에 장을 지지 겠어!”마리는 잘난 체 하는 모습을 지어 보였다. 그녀는 돼지가 자신을 대신해 강책에게 복수를 해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도해수는 다급하게 강책을 현장에서 내보내려고 했으나 그는 오히려 의자를 가져와 앉는 침착함을 보였다.“제가 저지른 일은 제가 처리하는 게 맞습니다. 해수 누님 억울하게 만들 지 않을 겁니다. 돼지는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강책의 말에 도해수는 감동 받았다. 하지만 그 순간도 잠시, 도해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부터 침착하라고 그렇게 주의를 주었지 않습니까, 그냥 마리 언니한테 주면 될 것을 왜 고집 부려서 이런 일을 만들어요!” 도해수는 말을 내뱉으며 울먹 거리기 시작했다. 그녀에게 있어 돼지는 악마와도 같은 존재였다. 그가 도착하면 자신의 일터가 엉망진창으로 변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직원은 옆에서 “괜찮을 겁니다.” 라며 그녀를 위로했다. “괜찮긴 뭐가 괜찮아! 우리 이제 끝이라고!”도해수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을 때, 저 멀리서 차량 두 대가 다가오더니 몇 십명이 차에서 내렸다. 무리의 맨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빨간 머리를 한 돼지였다! 그는 몇일 전 당했던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해소할 곳을 찾고 있었고 때마침 마리에게서 전화가 걸려 온 것이다. 자기주제도 모르고, 반항하는 놈들을 처리하기 위해 자기 무리들을 데리고 바로 달려왔다. 돼지는 고개를 치켜 들고는 소리쳤다.“어떤 새끼가 내 여자를 건드려? 나와!” 돼지 무리는 현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놓았고, 아무도 나가지 못하게 막았다. 도해수는 고개를 들어 긴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이 정성껏 일으킨 브랜드가 돼지 무리에 의해 해를 당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강책이 조금이라도 참았다면, 마리를 건드리지 않았다면, 돼지가 나타나는 일 따위는 없다고 한탄했다. “아휴!!!” 도해수는 답답한 마음에 문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한편, 마리는 바닥에 앉아서 엉엉 울기 시작했다. 돼지가 그녀를 보고는 달
강책과 눈이 마주친 돼지는 목에 무언가가 박힌 듯 마냥 말을 이어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얼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마리는 미간을 찌푸리고는 돼지의 행동이 이상하다고 느꼈다.“오빠, 무슨 일이야? 저 새끼 손목이랑 발목 잘라 준다며!” 돼지는 그녀의 말을 똑똑히 들었지만 단 한걸음도 움직일 수 없었다. 마치 돌이 된 듯 온몸이 굳었고, 이마에서는 땀이 흘러 볼까지 타고 내려왔다. 강책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또 보네?” 돼지는 그의 등장에 뒤로 나자빠질뻔 했다. 그는 강책의 얼굴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어제도 강책에게 공격을 가하려 했지만 강책의 부하인 물고기 자리한테 신물나게 두드려 맞았었다. 그 탓에 얼굴 곳곳에 멍이 들고, 아직도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 다시는 만나기 두려웠던 사람이 자신의 앞에 떡하니 나타난 것이다. 돼지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 하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강책일 것이다. 또 하필 자신의 여자친구 마리가 강책에게 눈도장이 찍혔으니 그는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강책이 다시 말을 이었다.“이봐, 네 여친을 위해서 내 손이랑 발 다 자를 거야?”돼지는 억지로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겸손한 태도로 답했다.“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마리가 월세 체납규칙을 잘 모르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마리가 맞을 짓을 한 게 맞습니다. 제가 정확히 알려줬어야 하는데 제가 어떻게 감히..” 문 옆에서 좌절하고 있던 도해수는 그의 말을 듣고 자신의 귀에 문제가 생긴 줄 알았다. 평상시에 막무가내 였던 돼지가 갑작스럽게 겸손한 태도로 변했기 때문이었다. 문 앞에 있던 마리도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신이 다른사람에게 폭행을 당했지만, 오히려 상대편에 서서 마리의 행동을 지적하는 돼지의 행동에 화가 났다. 곧이어 그녀는 돼지에게 소리를 질렀다.“야! 너 머리에 총 맞았니? 빨리 저 새끼한테 복수나 하라고! 안 그럼, 우리 여기서 헤어지는 거야!” 강책이 물었다.“돼지, 내가 두 사람 사이를 방해한 것 같은데?” 돼지는
그가 몇 대의 승계자인지 모르지만 드디어 강책의 일행에게 잡혔다. 이어서 김한철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국에 있는 용맥 단체를 모두 잡아 들였다.한편, 200만 명 시민들도 해독약을 먹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들은 강책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연산 시와 다른 도시에 강책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석고상을 지었다.강책의 훌륭한 명성은 후세에도 전해질 것이다.…엄수 집안.장유나가 장훈의 앞으로 껑충껑충 뛰어갔다.“아버지, 제 말이 맞죠? 강책이 분명히 나타날 거라고 했잖아요!”장훈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강책의 강인함과 자신을 괴롭혔던 저주가 풀렸다는 사실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는 드디어 ‘평범한 사람’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식약 식당 안.강책이 황금 십이궁을 이끌고 식당으로 돌아왔다.도착하자마자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정몽연의 모습이 보였다.“강책! 나 진짜 화났어, 진짜 죽은 줄 알았잖아!” 강책이 어깨를 들썩이고는 다정하게 말했다.“미안,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할게.”“진짜야?”“응, 진짜야.”강책이 정몽연을 덥석 안고는 이마에 뽀뽀했다. 정몽연은 살짝 화가 풀렸다.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물었다.“그럼, 어떤 신분을 숨기고 있는지 말해줘.”“어... 그게… 잠깐만.”강책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말했다.“연산 시의 식약 식당, 한사랑 병원이 내 명의라는 건 알고 있을 거야.”그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강남구의 침몽 하이테크랑 기모 엔터테인먼트도 내 명의야.”“뭐?”정몽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남구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대기업을 강책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경성의 강씨 집안, 성월각도 내 명의야.”“뭐라고?”정몽연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의 자산은 한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이었다.“그리고 사실 경성에 갔을 때, 수라 군신의 자리를 다시 되찾았어.”“강책!”정몽연은 화가 나면서도 기뻤다.“어떻게 이 사실을 다 숨기
용맥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책은 분명 죽지 않았는가.“뭘 또 그렇게 놀라.”인파들 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나왔다, 다름 아닌 이미 사망신고가 내려진 강책이었다.“연구가 99퍼센트까지 했는데 마지막 1퍼센트는 도저히 채울 수 없더라고. 그래서 내가 용의 물을 마셔서 직접 독소를 느껴보면 1퍼센트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그 1퍼센트가 뭔지 알아냈고, 해독약을 쉽게 제조할 수 있었어. 이제 용의 물과 이어진 연결도 끊어졌을 거야. 즉, 너는 아무도 죽일 수 없어. 용맥, 네가 졌어.”용맥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강책을 바라보았다.수천 년 동안 전해졌던 역사가 강책의 손에서 끊어지고 말았다. 사실, 용맥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느껴지는 불안함에 강책을 죽이려고 젖 먹던 힘까지 썼지만 그는 결국 해독을 완성시키고 말았다. 용맥이 잠시 생각하고는 이상함을 감지했다.“네가 용의 물을 마시는 동시에 내가 독소를 조종해서 너를 죽게 만들었어,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해독약을 만들었다는 거야?”강책이 용의 물을 들이켰을 때, 이미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분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망칠 길은 전혀 없었다.이때, 강책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신태열 덕분이야.”용맥은 그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그때 심장이 멎었던 이유는 용의 물 때문이 아니야, 그건 서심산 때문이었어. 신태열도 당신의 용의 물을 보면서 비슷한 독약을 만들고 싶어 했어,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얼떨결에 ‘서심산’이라는 독소를 만들어냈어. 그 덕에 연산 시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어. 즉, 서심산은 ‘용의 물’의 짝퉁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큰 비밀을 알아냈어. 두 독약은 상호 배타적 관계를 가졌다는 거였어.”둘 중 독소가 하나라도 몸에 있으면 또 다른 독소는 체내에서 살 수 없다.즉, 서심산을 마셨다면 체내에는 같은 성분인 ‘용의 물’을 배제하는 항체가 생긴다.강책은 용의 물을
사실, 김한철은 그의 지시대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헬기 준비와 위부서에게 용맥을 호송해달라는 부탁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가 차올랐다.“이런 젠장!”그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연산 시 전체가 먹구름이 짙게 끼었다. 한편, 엄수 집안.집안의 가주 장훈이 정원에 앉아있다. 시든 꽃을 보는 그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그는 평생동안 김씨 어르신을 지지하면서 용의 물의 해독을 기대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게다가 그의 제자들인 무상명인 정해운과 강책 모두 죽고 말았다. 결국 용의 물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모두 사라졌다.“하....”장훈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년 동안 가문에 걸렸던 저주는 결국 풀지 못하는 건가.결국 용맥의 ‘부하’로 영원히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때, 장유나가 다가왔다.“아버지, 한숨 그만 쉬세요.”장훈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한숨도 못 쉬게 하는 거야?”“한 두 번 겪는 것도 아니잖아요, 매번 궁지에 몰릴 때마다 강책이 나타났잖아요.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라 믿어요.”장훈이 고개를 저었다, 상황역전의 대명사였던 강책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강책은 용의 물을 마셨고, 생방송에서 그의 사망 원인은 용의 물에 의한 독성 때문이라고 밝혔다.그는 세상을 떠난 사람이 확실했다.“아니요, 전 안 믿어요!”장유나가 굳건한 눈빛으로 말했다.“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강책이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그녀는 씩씩거리면서 자리를 떴다. 장훈은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렇게 믿고 싶어, 하지만 강책은 불사신이 아니야.”…12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건물 앞에 헬기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주위로는 보디가드가 자리를 지켰다.이때, 가면을 쓴 남자가 헬기를 향해 다가갔다. 남자는 다름 아닌 ‘용맥’이었다.김한철은 자리에 서서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용맥은 아랑곳하지 않고 김한철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김청장, 고마
그의 말에 대중들은 충격에 빠졌다, 마치 번개에 맞은 것 같이 순식간에 풀이 죽어버렸다.그 중 몇 명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 앉았다.강책의 죽음이 자신들의 생명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참담했다.용맥은 여전히 대중들의 생명을 ‘패’로 생각하고 정부를 향한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게다가 그들의 생명은 용맥이 쥐고 있기 때문에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더 끔찍한 사실은 유일하게 독을 해독할 수 있었던 인물을 대중들이 죽여 버렸다는 사실이다.김씨 어르신과 무상명인 정해운이 죽고, 강책은 ‘접묵 기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결국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진 지금, 용의 물은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게 되었다.현장에는 절망스런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막막함과 후회스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항상 위기의 상황에 나타나 자신들을 구해주고, 항상 승리의 여신 편이었던 인물을 그릇된 판단으로 그를 지옥으로 빠뜨려버렸다.“안돼!”곧이어 강책의 시체를 향해 무릎 꿇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 비통함을 털어 놓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무릎을 꿇기 시작하고는 과거의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했다.몇 만 명이 넘는 사람이 병원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어리석은 행동을 반성하면서 속죄하기 바빴다. 그들은 신에게 시간을 다시 돌려 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참이 지나고, 황금 십이궁의 물고기자리와 물병자리가 강책의 시체를 들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의 표정은 고통으로 가득했다, 곧이어 십이궁 일원 모두 눈물을 흘렸다.강책의 가족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의 아내 정몽연은 울다가 쓰러져버렸다.연산 시 전체가 좌절에 빠졌다. 하늘도 같은 마음인 걸까, 그들의 마음처럼 어두웠다. 이때, 용맥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김한철, 네가 어렵게 내 위치를 파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근데 미안해서 어쩌지, 이백만 대중
김한철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강 선생님은 이런 상황에서도 참 착하시네요.”“연구에 실패했으니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죽는 수밖에 없어요.” 강책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죽기 전에 가족들과 전화 한 통 하겠습니다.”강책의 가족들은 강책을 만나기 위해 연산에 왔다. 하지만 영원히 이별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역시,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강책은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정몽연은 대성통곡을 하며 강책에게 충독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했다. 정몽연은 강책을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몽연의 생각과는 달랐다. 강책의 선택이 늦어질 때마다 시민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공포감에 휩싸인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다. 강책의 목숨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여보, 우리 딸 잘 부탁해. 사랑해 여보.” 강책은 정몽연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병원 밖으로 나가 시민들을 마주했다. 황금 십이궁은 일렬로 서서 불안한 표정으로 강책을 쳐다봤다. 잠시 후, 강책은 마이크 앞에 서서 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 “제 목숨을 수십만 명의 시민들의 목숨과 바꿀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저는 불씨이기 때문에 죽으면 불은 꺼지지 않고 더욱 타오를 겁니다! 때문에 이 세상은 결코 어둠에 잠기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강책의 말이 끝나자 한 젊은이가 무리들 사이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 “강 선생님, 죄송하지만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니 가짜로 죽은 척하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번 검사해 보겠습니다.” 용맥은 진용과 이용진, 그리고 신태열을 경험해 본 듯했다. 강책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젊은이를 막아서지 않았다. 젊은이는 일단 눈앞에 있는 사람이 물병이나 다른 사람이 가장한 것이 아닌, 진짜 강책인지 확인한 후 강책의 편작 신침을 빼앗아 가짜 죽음을 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책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재차 확인했다. “됐습니다. 자, 이제 준비
사실상 반나절 안에 연구하기란 매우 촉박하다. 강책은 최고의 의사와 연구진들에게 연락해 용의 물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용의 물에 대한 연구는 매우 힘들었다. 용의 물 자체가 연구하기 힘들었으며, 구하기 힘들어서 샘플의 양이 극히 적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과 다르다. 현재 연산 시 전체에 용의 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강책과 수백 명의 연구자들은 반나절 동안 연구에 집중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강책은 연구에 실패했다. “1퍼센트, 딱 1퍼센트가 부족해요!” 강책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상 연구는 99퍼센트 완성됐다. 하지만 단 1퍼센트가 부족했다.가장 핵심인 1퍼센트의 데이터는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부분이었다. 게다가 주어진 시간도 매우 촉박했다. 전 세계 훌륭한 연구자들이 모두 모였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용의 물, 그야말로 최악의 독약이다. 하지만, 더욱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연구 실패 후, 200만 명 시민들 사이에서 용의 물 독성에 견디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용맥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자 강책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강책, 당신만 희생하면 수백만 명의 시민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강책, 비겁하게 숨지 말고 나오세요!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당신 하나 때문에 죽을 수는 없습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책임지세요. 당장 나오세요!” 수많은 시민들은 병원 앞에서 큰소리로 시위를 했다. 사람들은 이미 공포에 눈이 멀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구하기 위해 강책 한 명 목숨을 희생하는 것이 어려운 걸까? 시민들은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사람들의 오직 강책이 빨리 죽기를 원했다. 용맥은 강책이 죽어야 통제를 멈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의 목숨도 지킬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시민들은 강책이 연산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새까맣게 잊었다.
용맥, 그야말로 은밀하고 악독하다. 용맥의 비서는 계속해서 말했다.“저희가 바라는 것은 오직 안전입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면 시민들을 죽이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한 가지 요구를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강책도 용의 물을 마시세요! 강책은 용맥의 골칫거리입니다. 저희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강책을 반드시 통제해야 하니 양해 바랍니다. 자, 그럼 오후까지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만약 오후에도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용맥은 시민을 죽일 겁니다. 이제 제가 할 말은 다 끝났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비서는 화면 속에서 사라졌다. 김한철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졌다. 김한철은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차며 버럭 화를 냈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용의 물 바이러스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강 선생님뿐이에요. 강 선생님께서 용의 물을 마시면 그들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용맥이 시키는 대로 하실 겁니까? 자살을 하라고 할 수도 있어요. 강 선생님이 죽으면 용의 물을 해결할 사람이 없어요. 그럼 200만 명의 시민들은 용맥에게 통제될 겁니다. 용맥은 인질을 더 늘릴 겁니다. 강 선생님은 절대 죽어서는 안 됩니다. 절대 용의 물을 마시지 마세요.”김한철의 말이 맞다. 하지만 가능할까? 용맥은 200만 명의 시민을 인질로 잡고 강책에게 용의 물을 마시라고 요구했다. 만약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1초에 한 명씩 죽을 것이다. 과연 강책이 받아들일까? 김한철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미 용맥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공격하면 됩니다.”“안 됩니다.” 강책은 말했다. “그럼 다 같이 죽는 것과 다름없어요. 용맥을 잡으면 200만 명의 시민들도 같이 잡는 겁니다. 절대 안 됩니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 강책과 김한철은 잠시 말이 없었다. 강책이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 위기를 잠시나마 모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는? 용의 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강책이
김한철은 강책의 말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예상한 대로군요.”예상대로라니?김한철은 처음부터 용맥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걸까?“강 선생님, 잠깐 저랑 나가시죠.”김한철은 강책과 함께 빈 병실로 자리로 옮겨 문을 잠갔다. 김한철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뉴스가 있습니다. 연산 외에도 10군데의 도시들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강 선생님, 혹시 어디 도시인지 아십니까?”강책은 김한철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아차렸다. 이전에 회의에서 김한철이 수십 군데의 도시들이 용맥에게 통제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10군데 도시들의 시민들이 모두 중독되었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강책은 말했다. “시민들은 용의 물에 중독된 겁니다. 그리고 다른 도시들도 용맥의 세력이 퍼져 있기 때문에 용맥의 짓이 틀림없습니다.”김한철은 확신에 찬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한철과 강책이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한 도시에 15만 명이 중독되었다고 해도 10군데 이상의 도시면 2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중독된 것이다. 상당한 숫자이다. 강책은 용의 물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용의 물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첫째, 단시간 안에 몸 전신에 퍼져 중독된다. 둘째, 용맥의 통제를 당하면 언제든 죽을 수 있다. 용맥은 분명히 무고한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10군데가 넘는 도시에 용의 물을 퍼뜨린 것이다. 용맥은 원할 때 언제든 시민들을 죽일 수 있다. 일이 매우 복잡해졌다. 김한철은 말했다. “저희는 이미 준비를 끝냈으니 그물을 던져서 용맥을 처리합시다. 용맥도 최후의 방법을 썼으니 저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지금 갈등이 격화되면 용맥이 흥분해서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다. 200만 명의 시민이 죽으면 누구 탓일까? 아마 김한철이 죄인이 될 수도 있다. 강책은 말했다. “이럴 때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혹시라도 용맥이 반격하면 일이 커집니다.”강책과 김한철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니요. 아침에 뉴스 보고 지금까지 물 한 모금도 안 마셨습니다. 이건 천재지변인가요? 사람에 의해서 일어난 재난인가요?”물고기자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천재지변이든 사람에 의해 일어난 재난이든 심각한 상황이다. 잠시 후, 강책은 병원에 도착했다. 강책을 기다리고 있던 김한철은 강책을 보자마자 병실로 데리고 갔다. 병실 안, 한 환자는 더운 여름 날씨에 마치 얼음장 안에 있는 듯 온몸을 떨고 있었다. 이때, 한 의사가 말했다. “강 선생님, 현재 상황을 대략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수돗물에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수돗물을 마시면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잠복된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폭발하지는 않는다. 현재 10만 명 이상의 시민들 몸속에 바이러스가 잠복되어 있다. 그중 122명은 감염되었다. 끔찍한 것은 사람들의 바이러스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오한 증상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열이 오르는 사람도 있다. 또한 간지러움 증상이 있는 사람, 구토 증상을 보이는 사람 등등 증상이 모두 달랐다. 사람마다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증상이 제각각이다. 현재 바이러스는 매우 강력해서 개개인의 체질에 따라 전혀 다른 증상을 보인다. 가장 심각한 경우 숙주세포를 공격할 수도 있다.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서운 점이 또 있습니다. 현재 바이러스는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검출되고, 물에 있을 때는 전혀 검출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습니다.”즉,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하지 않다. 강책은 의사의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바이러스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보이기 때문에 일반 바이러스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강책은 환자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강책은 침을 꺼내 자신의 몸에 놓았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