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쓰레기통, 노트, 펜, 찻잔, 의자… 그는 잡히는 대로 집어 던졌다.“악!”아무리 분풀이를 해도 분이 풀리지 않았다.이때, 핸드폰이 울렸다.그는 고개를 돌려 핸드폰을 찾았지만 핸드폰은 이미 바닥에 떨어져 액정이 깨진 상태였다.발신자는 신태희였다.신태윤은 분노를 억누르고 바닥에서 핸드폰을 집어들고는 통화버튼을 눌렀다.수화기 너머로 신태희의 얄미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왜 말이 없어? 너무 창피해서 얼굴을 못 들겠어?”신태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신태희는 한숨을 내쉬더니 계속해서 말했다.“이미 관직에서 내려온 꼬맹이한테 속아서 정신도 못 차리다니! 신태윤 너는 정말 패배자야. 신태민은 잡혀가고 윤병철 그 성격에 쉽게 풀어주지도 않을 텐데 어떻게 할 거야?”“해독약도 없이 이제 널 따르던 사업가 나부랭이들도 더 이상 네 말을 들어주지 않을 거라고.”“그냥 돌아와. 회장님께서 걱정하셔. 신태민처럼 잡혀서 들어가지 말고. 그럼 회장님은 정말 속상해하실 거야.”연성으로 돌아간다?연성은 화상그룹의 천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곳에서 화상의 사람들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하고 싶은 모든 걸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신태윤은 이대로 돌아가기 억울했다.그가 강남구로 온 것은 자신이 신태희보다 실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였다. 공들여서 10개월이나 작업했고 거의 성공에 가까워졌는데 이런 일이 생겨버렸다.강책이 돌아온 뒤로 풀리는 일이 없었다.강책이 다 죽어가는 윤병철을 살려낸 뒤로 윤병철은 사사건건 화상그룹이 하는 일에 제약을 걸었다.잠시 침묵하던 신태윤이 말했다.“지금은 돌아갈 수 없어.”“왜?”“이건 남자의 자존심이 달린 문제야!”“자존심?”신태희가 비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너 곧 집 잃은 개가 되게 생겼는데 자존심이 밥 먹여줘? 사람은 주제를 알아야 해. 당장 기어들어와. 내 뜻이 아니라 회장님 뜻이야. 알겠어?”신태윤은 한 번도 신 회장의 뜻을 거역한 적 없었다.하지만 이번은 좀 달랐다.신태
깊은 밤, 체구가 왜소한 노파가 화상그룹의 대문에 들어섰다. 얼핏 보기엔 평범해 보이는 이 노파가 상황 전체를 뒤집을 열쇠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평생 살면서 이렇게 호화로운 건물을 처음 보는 노파는 신기한 눈빛으로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노파는 비서의 안내를 받아 미팅룸에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다.“차 드세요.”“고마워요.”노인은 탁자에 놓인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솔직히 너무 맛있는 건 아니었다. 집에서 끓인 보리차보다 떫고 썼다.하지만 노인은 이 차가 비싼 차라는 건 알고 있었다.그래서 맛은 별로 없었지만 억지로 몇 잔을 연거푸 들이켰다. 옆에서 지켜보던 비서마저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한참이 지나 신태윤이 안으로 들어왔다.“아이고, 부회장님!”노인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우물쭈물하며 잔뜩 긴장한 기색으로 그의 눈치를 살폈다. TV에서만 보던 거물이 눈앞에 있는데 모든 게 꿈만 같았다.신태윤은 오전에 있었던 일 때문에 지금도 표정이 좋지 않았다.“앉으시죠.”“네.”노인은 얌전히 자리에 앉아 양손을 모으고 지시를 기다렸다.신태윤은 노인의 맞은편에 다리를 꼬고 앉아 경멸에 찬 눈빛으로 노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당신이 늑대 할매라면서요?”노인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사람들이 그냥 헛소리를 지껄이는 겁니다. 늑대 할매라니요. 저는 정직하게 사는 사람입니다.”신태윤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목청을 높였다.“늑대 할매가 아니라면 당장 여기서 꺼지세요.”“아….”노인은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신태윤이 비서에게 눈짓하자 비서가 수표 한장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2억짜리 수표!“당신이 늑대 할매라면 나는 당신과 거래를 할 생각입니다.”노인은 수표에서 눈길을 돌리지 못했다. 그녀는 정당한 직업도 없고 기초생활 수급자로 살고 있었다. 이 돈이 있으면 죽을 때까지 돈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네! 제가 늑대 할매 맞아요!”노인은 흔쾌히 자신의 신분을 인정했다.신태윤은 그제야 만족스럽게 고
정몽연은 아이가 앞으로 커서 음악이나 미술적인 재능을 발휘하기를 바랐다.“도착했어.정계산이 말했다.차에서 내린 두 사람은 음악교실로 걸어 들어갔다. 교실에 들어간 정몽연은 아이를 무릎에 앉혔다.정계산은 교실 밖에서 따분한 얼굴로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평소대로라면 오늘도 별볼일 없는 평범한 오후였다. 정계산은 딸이 음악 수업을 듣는 동안 핸드폰을 보는 게 일상이었다.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사람들이 교실로 모여들었다.그들도 정몽연처럼 아이를 안고 있었다.그 중, 품에 사랑스러운 여자아이를 안은 한 노인이 정몽연의 옆에 앉았다.정몽연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노인을 바라보았다.‘아무리 봐도 60대로 보이는데 이 나이에 아이를 낳을 수 있다고?’‘아니야. 손녀를 데리고 온 거겠지.’정몽연은 자신의 유치한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노인은 웃고 있는 그녀를 보자 인심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이가 참 예쁘네요.”“감사합니다. 할머니 손녀도 참 예쁘네요. 얌전하고 울지도 않네요?”“애 부모가 맞벌이라 이 늙은이가 매일 애를 돌보고 있잖아요. 잘 알지도 못하는 음악을 들으러 오는 것도 귀찮아 죽겠어요.”정몽연은 웃으며 말했다.“그래도 손녀가 이렇게 사랑스러우니 행복하시겠어요.”노인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행복은 모르겠고 애들 부담이나 덜어주려고 돌봐주고 있는 거죠.”그들이 잡담을 나누는 사이 음악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섰다.“학부모님들은 아이가 울거나 뛰어다니지 않게 잘 돌보시고요 오늘은 중세기 프랑스 음악의 거장….”긴 소개 끝에 교실에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왔다.꽤 수준 높은 고전 음악이었다.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편안한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눈앞에 일망무제한 초원이 펼쳐지고 푸른 하늘과 뛰어다니는 야생마가 보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아이의 청각발달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부모의 심신안정에도 도움이 되는 그런 음악이었다.음악을 듣고 있던 학부모들은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정몽연도 마찬가지였다.그녀는 아이를 품에 안은 채로 눈
먹구름이 잔뜩 끼었던 하늘에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검은색 차량 한대가 도로를 미친 듯이 질주하고 있었다.운전대를 잡은 사람은 강책이었다.불과 3분 전, 그는 아내에게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정몽연은 전화해서 통곡하며 아이가 사라졌다고 말했다.정확히 말하면 바꿔치기 당한 것이다.이건 절대 우연히 벌어진 사건이 아니었다. 계획적인 접근.그게 아니라면 왜 다른 집 아이는 무사하고 강책의 아이만 사라졌을까? 그리고 그 노인은 왜 정몽연의 옆에 앉았을까? 우연이라고 말하기엔 너무 수상했다.누군가가 강책에게 보복하기 위해 그의 아이를 데려갔다고 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강책에게는 적이 많았다.신태윤을 제외하고도 강남구에서 강책을 죽이고 싶어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기업인들도 강책을 눈엣가시로 생각했다.지금 가장 중요한 건 누가 이런 짓을 꾸몄는지 알아내는 것이다.현재로서 추측할 수 있는 건 두 가지였다.첫째는 상대가 아이를 인질로 잡고 강책을 협박하려는 것이다. 그러면 상대가 어떤 요구를 제기하든 강책은 들어줄 생각이었다.돈? 권력? 그런 건 아무 상관이 없었다.자신의 목숨을 내놓으라고 해도 그렇게 할 것이다.가장 두려운 건 두 번째 가능성이었다. 강책이 고통받는 모습을 보기 위해 아이를 죽이는 것.강책은 이게 가장 두려웠다.세상에서 그 어떤 것도 두렵지 않은 수라군신이지만 그의 약점은 가족이었다. 만약 아이가 놈들의 손에 죽기라도 한다면 강책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했다.그의 심장이 미친듯이 뛰고 있었다.강책은 액셀러레이터를 더 힘껏 밟으며 음악교실로 질주했다.15분이 지나 그는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급하게 차를 주차한 뒤, 강책은 차에서 뛰어내려 비를 맞으며 음악교실로 들어갔다.안으로 들어가자 앉아서 울고 있는 아내가 보였다.정계산은 옆에서 딸을 위로하고 있었고 옆에서 형사들이 진술을 확보하고 있었다.강책을 본 정몽연은 더 구슬프게 울며 자신의 뺨을 때렸다.“여보, 미안해. 내가 우리 아이를 잃어
“그래요. 일단 알겠습니다.”형사가 계속해서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저희도 최선을 다할 겁니다.”형사는 강책을 안심시키려 했지만 강책은 아무것도 못 들은 사람처럼 뒤돌아섰다.교실로 돌아온 그는 정계산에게 말했다.“장인어른은 집사람 데리고 집에 일단 돌아가세요. 아이는 제가 찾아볼게요.”“우리 이영이 꼭 찾아서 데리고 오게!”“물론이죠.”강책은 정몽연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는 비를 무릅쓰고 음악교실을 나와 강산 그룹으로 향했다.그는 바로 맨위층의 회장 사무실로 들어가서 직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전부의 인력을 동원해서 늑대 할매라는 인간을 찾아내! 내가 직접 만나야겠어!”손재언과 물병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사건의 심각성을 깨닫고 바로 밖으로 나왔다.아무리 대단한 지혜를 가지고 있는 강책이라도 이번 사건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다행히 그의 옆에는 남다른 수완과 똑똑한 머리를 가진 손재언이 있었다.강책이 잠시 흥분을 가라앉힌 뒤, 손재언이 다가와서 그에게 말했다.“군수님께서 걱정하시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겁니다.”강책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손재언을 바라보았다.손재언이 계속해서 말했다.“누가 아이를 인질로 잡고 군수님을 협박하려고 할까요? 그건 불가능해요. 군수님의 아이를 납치한 자는 아마 돈이 부족한 사람은 아닐 겁니다. 오히려 보복이면 몰라도요. 그러니 돈이나 권력을 요구하지는 않을 겁니다. 상대는 그저 군수님이 상심하고 절망한 모습을 보고 싶어할 뿐이죠.”그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잠시 숨을 고른 손재언이 계속해서 말했다.“아이가 다칠까 봐 걱정하시는 거죠? 그건 안심하세요. 아이는 무사할 겁니다. 정말 아이를 죽이려 했으면 음악교실에서 난동을 버리고 도망갔겠죠. 힘들게 아이를 바꿔치기 해서 데려가지는 않았을 겁니다.”강책은 그제야 좀 안심이 되었다.정말 아이를 죽이고 싶었다면 음악교실에서 바로 실행에 옮기는 게 더 쉽고 간단했다. 굳이 번거롭게 아이를 바꿔치기 하는 선택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럼 그들은 왜 아이를
강책이 손재언과 아이를 구출할 일에 대해 의논하는데 상대가 먼저 강책을 찾았다.신태윤의 지시를 받은 한 여자가 강책을 찾아왔다.마리라고 불리는 그녀는 늑대 할매와 비슷한 부류의 사람으로 비열하고 악랄하기로 소문난 여자였다.강산 그룹 계열사 사장 도해수는 임원들과 함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의논하고 있었다. 이때, 안내데스크 직원이 이쪽으로 오더니 그녀에게 말했다.“도 사장님, 밖에 월세 받으러 왔다는데요?”도해수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월세? 매월 고정된 날짜에 자동으로 나가잖아?”직원이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그게 아니라… 마리님께서 오셨습니다.”그 말을 들은 도해수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한 임원이 호기심 어린 얼굴로 물었다.“마리가 누구예요?”도해수가 대답했다.“이 구역 조폭 두목인데 이 일대에서 장사하는 사람은 그 인간에게 보호세를 바쳐야 해요. 사실상 그냥 돈을 빼앗는 거죠. 돈을 안 주면 와서 부수고 난리를 치는데 경찰에 신고해도 소용없어요. 예전에 우리가 아주 작은 회사였을 때 매달 저 인간에게 착취를 당했었죠. 회사가 커지면서 이제 안 올 거라 생각했는데….”도해수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을 이었다.“제가 나가 볼게요.”도해수가 로비로 나가자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한가하게 핸드폰을 하고 있는 마리가 보였다.그녀는 형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다가가서 말했다.“마리 언니, 오시기 전에 연락 좀 주시고 오지 그러셨어요?”마리가 고개를 들더니 음산한 말투로 말했다.“사람이 말이야. 몸집이 좀 커졌다고 친구를 잊으면 쓰나? 도해수 씨 그렇게 안 봤는데 매정한 사람이었네. 이번에 강산 그룹 계열사 사장까지 달았다면서? 돈은 많이 벌었겠어?”도해수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강산에 가입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은 성과도 없는데 돈을 어떻게 벌겠어요?”“그렇게 겸손하지 않아도 돼, 도 사장.”이때, 마리가 푸른색 다이어리를 꺼내더니 펼치고 장부를 확인하며 말했다.“도 사장, 강산에 가입한 뒤로 두 달이나
왜?무슨 자격으로?단지 이 뻔뻔함으로 원하는 걸 다 들어줘야 한다는 말인가?도해수는 바로 거절했다.“안 돼요. 이런 무리한 요구는 들어드릴 수 없습니다!”그러자 마리의 표정이 싸하게 굳었다.자리에서 일어선 마리가 도해수의 뺨을 때렸다.짝!도해수는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하얀 얼굴에 빨간 손자국이 났다.마리가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잘 들어. 너랑 협상하러 온 거 아니야. 이건 통보야. 오늘 내로 지분을 내놓지 않으면 회사 문 닫아야 할 거야.”“신고하고 싶으면 해. 강산 그룹을 불러와도 좋아. 하지만 이것 하나만 명심해. 그들이 널 당장 지켜줄 수는 있겠지만 평생 지켜줄 수는 없어!”“그들이 가면 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거니까.”“도해수, 좀 잘나간다고 내 손바닥 안을 벗어날 수 있을 줄 알았어? 꿈 깨!”한마디 한마디가 비수가 되어 도해수의 자존심을 아프게 찔렀다.도해수는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흐느꼈다. 화가 치밀고 억울했지만 평범한 시민인 그녀가 마리 같은 조폭을 이길 방법은 없었다.평생 마리한테 빨대 꽂힌 채 살아야 하는 걸까?허망한 기분이 들었다.저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 흘렀다.가장 절망적인 순간, 뒤에서 발소리가 들리더니 한 남자가 회사 내부에서 밖으로 나왔다.강책이었다.그는 이쪽으로 다가오며 말했다.“월세? 한 푼도 가져갈 생각하지 마!”도해수와 마리는 멈칫하며 동시에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당신 누구야?”마리는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강책을 바라보며 말했다.“정씨 가문 강책인데?”마리는 강책을 아래위로 훑더니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정씨 가문이 그렇게 대단해? 별볼일 없는 작은 가문 아니었나?”“강산 그룹이 아니었으면 누가 너희를 알아준대?”“주제도 모르고 내가 하는 일을 방해하려는 거야?”마리는 거만한 표정으로 강책은 안중에도 없는 듯이 행동했다.옆에 있던 도해수가 다급히 강책을 말리며 말했다.“강 선생님은 이 일에서 빠지세요. 제가 잘 처리할게요.”
이게… 무슨 상황이지?도해수는 식은땀이 흘렀다. 감히 마리에게 이런 식으로 애기하다니?목숨을 포기한 걸까?마리는 한참이 지나도록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여태 그녀에게 이런 식으로 얘기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이 잡것이 지금 날 욕했어?”“욕 먹을 짓을 했잖아!”이미 타오르기 시작한 분노의 불길은 도해수도 막을 수 없었다.화가 치민 마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강책을 향해 손을 날렸다.하지만 강책은 도해수처럼 가만히 서서 당하지 않았다.그는 손을 들어 마리의 손목을 잡고 힘껏 비틀었다. 마리가 고통스럽게 비명을 질렀다.“이거 놔! 아프다고!”“미친놈이, 내가 누군지 알아? 너 죽여버릴 거야!”강책은 차갑게 비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지금 이 상황에도 그런 말할 힘이 남아 있어? 더 맞아야겠지?”말을 마친 그는 손을 들어 마리의 뺨을 때렸다.짝!남자의 거대한 손이 마리의 얼굴을 힘껏 내리쳤다. 그녀의 얼굴에 선명한 손자국이 생겼다.마리는 자신이 예기치 못한 상황에 당황했다.살면서 누구에게 맞아본 적 없는 그녀였다.“지금 나 쳤어?”짝!또 한번의 소리가 들리고 마리는 눈을 부릅뜨고 강책을 노려보며 고함쳤다.“넌 이제 끝이야. 여기 있는 것들을 전부 죽여버리겠어.”짝!다시 거침없이 날아오는 손바닥.강책이 차갑게 말했다.“입냄새 나니까 그만 짖어. 오늘 양치는 했어?”짝, 짝, 짝!몇 번의 소리가 들리고 마리는 맞아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녀가 뭐라고 하기만 하면 강책은 손바닥을 휘둘렀다. “꺼져.”한바탕 분풀이를 한 뒤, 강책은 그녀를 힘껏 밀쳤고 마리는 개처럼 바닥에 쓰러져서는 엉금엉금 기어서 건물을 나갔다.그녀는 바닥에 쓰러지면서도 얼굴을 감싸고 말했다.“좋아. 아주 잘했어. 나한테 폭력을 휘두른 남자는 네가 처음이야. 기다려. 당장 내 남자에게 전화해서 너희를 죽여버리라고 할 거니까!”도해수는 당황했다.마리가 이 일대의 조폭 두목이 되고 이 일대에서 보호세를 받으러 다닐 수 있었던 건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