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강책은 자신이 행복의 바다에 빠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만약 평생 이런 느낌으로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자네도 어서 타. 집에 가야지.”소청이 그에게 말했다.“네, 장모님.”오늘의 달은 유난히 크고 밝았다.다음 날 아침, 강책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혼자 차를 끌고 인지병원으로 왔다.소녀를 보러 오지 않은지도 이틀이 지났으니 아이의 상태가 궁금했다. 강책도 강책이지만 요즘 화상그룹 쪽도 상당히 조용했다.아마 지용수를 제거한지 얼마 안 돼서 그들도 몸을 사리는 것 같았다.하지만 이게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건 강책도 알고 있었다.그들은 소녀를 손에 넣지 않고는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신씨 형제는 소녀를 납치하러 다시 나타날 것이다.강책은 대문과 거실을 지나 안채로 들어갔다.신온이 한창 소녀의 머리를 빗겨주고 있었다. 며칠 동안의 정성들인 보살핌 덕분에 아이는 건강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처음에 봤을 때처럼 허약하고 기운이 없던 모습은 이제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잠시 후, 윤병철도 안채로 찾아왔다.그는 요즘 매일 병원을 찾았다. 아이의 상태가 걱정되기도 하고 이 아이한테서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서였다.“강 선생도 계셨군요.”윤병철이 먼저 인사했다.강책은 고개를 돌리고 그에게 다가가며 말했다.“구청장님, 마침 잘 오셨네요. 보여드릴 것이 있습니다.”“뭔데요?”“나가서 말씀 나누시죠.”윤병철과 함께 작은 방으로 간 강책은 금으로 된 포트를 꺼내 윤병철에게 주었다.“이게 뭡니까?”윤병철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강책은 이틀 전에 있었던 일과 자신의 추측을 전부 윤병철에게 이야기했다.윤병철은 진지한 표정으로 강책의 말을 다 듣고는 눈을 가늘게 뜨고 사색에 잠겼다.만약 강책의 추측이 정확하다면 지금 강남구는 거대한 피바람을 눈앞에 두고 있다. 겉으로는 아주 평화로워 보이지만 사실상 폭풍우가 오기 전의 고요함이었다.만약 신씨 형제가 강남구의 기업인들을 통제하고 있고 그 사람들이 해독약을 먹지 못
화상그룹 회의실.오늘은 신태윤, 신태민 형제를 제외하고도 스무 명의 협력사 회장과 대표가 회의에 참석했다. 그 중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은 한양 금융의 반지석 회장이었다.한양 금융은 거대한 현금 창고로, 10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화상그룹을 도와 자금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 화상그룹이 강남구에서 왕노릇을 할 수 있었던데는 한양 금융의 도움이 컸다.한양 금융이 없었다면 화상그룹이 이렇게까지 성장하지는 못했을 것이다.반지석 역시 지용수처럼 맨처음에는 화상 그룹을 가소롭게 생각했지만 신씨 형제의 악랄한 수법에 넘어가서 어쩔 수 없이 통제를 당하고 있었다.반지석은 신씨 형제가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살려야 하는 사람이었다.반지석이 없다면 상상하지도 못할 위기가 닥칠 것이다.회의실에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가장 먼저 입을 연 사람은 반지석이었다.“눈치만 보지 말고 하고 싶은 말은 솔직히 합시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됐는데 숨기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다른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살피다가 그들 중 누군가가 먼저 입을 열었다.“신태윤 씨, 한마디만 묻겠습니다. 지용수의 죽음과 화상그룹이 관련이 있습니까?”상당히 날카로운 질문이었다.며칠 전 지용수의 죽음으로 강남구는 큰 충격에 빠졌다. 가장 크게 동요한 사람들은 당연히 지용수와 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었다.그들은 화상그룹이 자신들의 비밀이 새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지용수를 제거했다고 생각했다.지용수를 죽였다는 건 다른 사람들도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신태윤은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다급히 말했다.“당연히 아니죠! 지용수 대표는 우리의 중요한 파트너입니다. 그분의 죽음은 우리도 원하지 않았습니다! 저를 믿어주세요. 저는 지용수 대표를 죽일 생각은 정말 없었어요. 오늘 현장에 계신 여러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거짓말을 술술 해대는 신태윤은 정말 뻔뻔함의 극치라고 할 수 있었다.처음에 질문했던 사람이 말했다.“지용수는 곧 발병할 시기였어요. 그런데 독이 발
협박성 멘트이긴 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전달했다.사실 다른 사람들도 같은 생각이었다. 아무도 지용수가 어떻게 죽었는지, 배후에 화상그룹이 있는지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들의 관심사는 해독약을 얻을 수 있는지 여부였다.반지석의 생각을 읽은 신태윤이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반 회장님. 이미 준비를 해두었습니다. 강남구 인지 병원에 있는 물건을 빼앗아올 생각입니다. 그리고 저의 아버지, 신태열 회장님 쪽에서도 최선을 다해 약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양쪽에서 동시에 힘쓰고 있으니 반 회장님은 무사할 겁니다.”반지석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신 부회장, 혹시 잊어버렸을까 봐 말하는 거예요. 오늘을 제외하면 나에게는 이제 일주일의 시간이 남았어요. 만약 일주일 안에 물건을 빼앗아오지 못하거나 신 회장 쪽에서 새 약물을 개발하지 못한다면 미안하지만 난 죽기 전에 화상그룹을 물고 죽을 거예요! 난 한다면 하는 사람입니다.”말을 마친 그는 의자를 툭 차고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다.대장이 떠났는데 다른 사람들은 당연히 계속 여기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다. 사람들은 분분히 자리에서 일어서서 밖으로 나갔다.커다란 회의실에 이제 신씨 형제 두 사람만 남았다.신태민은 미간을 찌푸리고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저 인간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자기들의 목숨이 우리 손에 달렸고 해독약이 우리한테 있는데 감히 우리를 협박하다니!”신태윤은 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해독약을 윤병철에게 빼앗겼잖아. 살아갈 희망을 잃어서 눈이 돌아간 거지.”이대로 가다가는 그들 형제가 힘들게 강남구에서 구축한 세력이 무너지는 건 시간 문제였다.절대 안 돼!그리고 이때 비서가 노트북을 들고 안으로 들어오며 말했다.“부회장님, 회장님께서 화상 통화를 원하십니다.”“회장님? 아버지?”신태윤은 다급히 비서에게 손짓해서 노트북을 내려놓게 했다. 그러고는 옷매무시를 정리하고 신태민을 끌고 노트북 앞에 마주 앉았다.통화가 연결되었지만 화면에는 신 회장의 얼굴이 아닌
신태윤은 너무 화가 치밀어서 상에 놓인 노트북을 집어 던지고 싶었다. 신태희의 의기양양한 얼굴을 떠올리면 이가 갈렸다.강남구를 점령하고 나면 신태희 앞에서 어깨를 펴고 자랑할 수 있을 줄 알았다.그런데 이런 일이 생길 줄이야.정말 짜증이 치밀었다.이때, 비서가 말했다.“부회장님, 급히 보고드릴 사항이 있습니다.”“말해.”“인지 병원 쪽에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그쪽을 감시하고 있던 직원이 보낸 메시지로는 경찰들이 인지 병원 주변을 포위했다고 합니다. 식물인간 아이를 데려가려는 것 같습니다.”“뭐라고?”신태윤은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큰일이네!’만약 윤병철이 아이를 경찰서로 옮긴다면 마지막 식물인간마저 확보할 방법이 없게 된다. 그러면 그들의 희망은 철저히 사라지는 것이다.‘안 돼!’아이를 데려와야 한다.신태민이 말했다.“형, 그냥 가서 빼앗자! 운송 과정에 덮치면 성공할 수도 있잖아. 애를 경찰서에 데려가면 정말 희망이 없어지는 거야.”신태윤도 그걸 모르는 건 아니었다.하지만….그는 경거망동하지 않기로 했다.“현장 화면을 보여줘.”“네!”비서는 바로 인지 병원 주변의 스파이들에게 연락해서 영상 통화를 걸었다.대량의 경찰차가 현장을 지나는 도로를 전부 봉쇄했고 일반 차량은 지나갈 수도 없게 만들었다. 행인들도 마찬가지였다.윤병철은 이번 행동에 대량의 인원을 투입했다.대략 10분 뒤, 식물인간 소녀처럼 보이는 아이가 부축을 받으며 차에 올랐다.아이는 소녀와 같은 옷을 입고 있었는데 얼굴은 가린 상태였다.아이가 탄 차는 수많은 경찰차의 보호를 받으며 경찰서로 향했다.조바심이 난 신태민이 소리쳤다.“형, 빨리 움직여야 한다니까!”신태윤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아니야. 뭔가 이상해.”“뭐가 이상하다는 거야?”“식물인간을 옮기는 중요한 일을 윤병철이나 강책이 이렇게 요란스럽게 할 사람들이야? 일부러 얼굴까지 가리고 사람들이 다 보는데서 애를 차에 올렸잖아. 너무 수상해.”“그러니까….”“내 말은
신태민은 바로 회의실을 나가서 인원들을 집결시켰다.신태윤은 회의실에 앉아 전방의 소식을 주시했다.오늘은 날씨가 별로 좋지 않았다. 하늘도 기분이 안 좋은지 먹구름이 잔뜩 끼었고 당장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았다.평범해 보이는 경찰차 한 대가 골목길을 질주하고 있었다.그 차는 넓은 도로를 포기하고 계속 골목길만 골라서 다니고 있었다.게다가 경적 소리도 울리지 않았고 행적을 감추려는 것처럼 은폐된 곳으로만 차를 몰았다.경찰서에 무사히 도착하는 게 그들의 임무였다.하지만 일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절반 정도 갔을 때, 논밭에서 소 한 마리가 튀어나오더니 경찰차의 길을 막았다.양 옆은 논두렁이라 지나갈 방법이 없었다.어떻게 해야 할까?뒤로 후진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좁은 도로였다. 가장 좋은 방법은 소를 인도해서 길을 비키게 하는 것이었다.“일단 내려서 상황을 살피죠.”운전대를 잡은 형사가 차를 세우자 한 형사가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려 주변을 살폈다.그는 주변에서 밭일을 하는 농사꾼을 찾았다. 하지만 주변은 고요할 뿐, 인기척도 들리지 않았다.형사가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 갑자기 논두렁에서 가면을 쓴 남자들이 튀어나왔다.그들은 신속하게 각목으로 형사의 뒤통수를 가격했고 형사는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그들은 경찰차로 달려들었다.차 문을 열고 내리려던 운전기사를 차에서 끌어 내리고 인정사정없이 각목을 휘둘렀다.그러고는 차 문을 열고 제복을 입은 소녀를 잡아 자루에 넣고는 어깨에 둘러메고 도망갔다.불과 3분도 안 되는 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한 형사가 피를 흘리며 윤병철에게 전화를 걸었다.“구청장님, 큰일 났어요. 놈들이 아이를 납치해서 도망갔습니다!”말을 마친 형사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한편, 신태윤은 회의실에서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신태민이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사진 속에는 자루에 담긴 소녀가 있었다.신태윤은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렸다.“성공이야! 태민이 이 자식 머리는 둔해도 사람을
신태윤은 화가 나서 미쳐버릴 것 같은 심정으로 소녀를 가리키며 소리쳤다.“식물인간이 아니잖아! 신태민, 어떻게 된 거야?”신태민도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분명히 신태윤이 시키는 대로 했는데 왜 아니라는 걸까?“난 그냥 차에 있는 여자애를 데려왔는데? 이거 봐. 아까 봤던 제복을 입고 있잖아. 난 사람을 잘못 데려오지 않았어.”신태민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하지만….신태윤은 길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말했다.“망했어. 우리가 속은 거야! 강책이 술수를 부린다고 생각했는데 그 자식은 그냥 우리랑 심리전을 벌였던 거야.”“놈은 일부러 요란하게 아이를 차에 태워서 데려가고 가짜를 태운 차를 골목길로 돌아가게 했어.”“우리는 당연히 더 수상한 뒤쪽 차량이 진짜라고 생각하고 진짜 식물인간을 쉽게 보내준 거야. 놈들은 아마 지금쯤 무사히 경찰서에 도착했겠지.”“교활한 녀석들. 이 정도의 심리전을 펼치다니. 강책 이 자식은 괴물인가?”신태윤은 강책을 몇 번 상대한 적이 없기에 너무 그를 얕잡아본 게 패배의 원인이었다. 경성 사람들이었다면 이렇게 쉽게 넘어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신태윤이 너무 일을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이다.하지만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신씨 형제가 머리를 싸매고 괴로워할 때, 비서가 달려들어오며 말했다.“부회장님, 큰일 났어요. 형사들이 회사로 쳐들어왔습니다. 막을 수도 없어요.”“형사들이 왜?”신태윤은 곧이어 들어온 강력계 형사에게서 답을 들을 수 있었다.수십 명의 형사들이 회의실로 들어오더니 강력계 팀장이 신씨 형제를 손가락질하며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외근을 나갔던 우리 형사들이 도로에서 습격을 당했습니다. 많은 형사들이 다쳤고 그중 여형사 한 명은 납치를 당했죠. 신태윤 부회장님, 이걸 어떻게 해명하실 겁니까?”신태윤은 변명하려 했지만 자루에 담겨 회의실에 끌려들어온 여 형사가 여기 있는데 뭐라고 해명할까?하지만 형사들의 출동 속도가 너무 빨랐다.그들은 어떻게 여형사가 이곳으로 납치되었다고 확신했을까?아마 여
노트북, 쓰레기통, 노트, 펜, 찻잔, 의자… 그는 잡히는 대로 집어 던졌다.“악!”아무리 분풀이를 해도 분이 풀리지 않았다.이때, 핸드폰이 울렸다.그는 고개를 돌려 핸드폰을 찾았지만 핸드폰은 이미 바닥에 떨어져 액정이 깨진 상태였다.발신자는 신태희였다.신태윤은 분노를 억누르고 바닥에서 핸드폰을 집어들고는 통화버튼을 눌렀다.수화기 너머로 신태희의 얄미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왜 말이 없어? 너무 창피해서 얼굴을 못 들겠어?”신태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신태희는 한숨을 내쉬더니 계속해서 말했다.“이미 관직에서 내려온 꼬맹이한테 속아서 정신도 못 차리다니! 신태윤 너는 정말 패배자야. 신태민은 잡혀가고 윤병철 그 성격에 쉽게 풀어주지도 않을 텐데 어떻게 할 거야?”“해독약도 없이 이제 널 따르던 사업가 나부랭이들도 더 이상 네 말을 들어주지 않을 거라고.”“그냥 돌아와. 회장님께서 걱정하셔. 신태민처럼 잡혀서 들어가지 말고. 그럼 회장님은 정말 속상해하실 거야.”연성으로 돌아간다?연성은 화상그룹의 천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곳에서 화상의 사람들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하고 싶은 모든 걸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신태윤은 이대로 돌아가기 억울했다.그가 강남구로 온 것은 자신이 신태희보다 실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였다. 공들여서 10개월이나 작업했고 거의 성공에 가까워졌는데 이런 일이 생겨버렸다.강책이 돌아온 뒤로 풀리는 일이 없었다.강책이 다 죽어가는 윤병철을 살려낸 뒤로 윤병철은 사사건건 화상그룹이 하는 일에 제약을 걸었다.잠시 침묵하던 신태윤이 말했다.“지금은 돌아갈 수 없어.”“왜?”“이건 남자의 자존심이 달린 문제야!”“자존심?”신태희가 비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너 곧 집 잃은 개가 되게 생겼는데 자존심이 밥 먹여줘? 사람은 주제를 알아야 해. 당장 기어들어와. 내 뜻이 아니라 회장님 뜻이야. 알겠어?”신태윤은 한 번도 신 회장의 뜻을 거역한 적 없었다.하지만 이번은 좀 달랐다.신태
깊은 밤, 체구가 왜소한 노파가 화상그룹의 대문에 들어섰다. 얼핏 보기엔 평범해 보이는 이 노파가 상황 전체를 뒤집을 열쇠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평생 살면서 이렇게 호화로운 건물을 처음 보는 노파는 신기한 눈빛으로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노파는 비서의 안내를 받아 미팅룸에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다.“차 드세요.”“고마워요.”노인은 탁자에 놓인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솔직히 너무 맛있는 건 아니었다. 집에서 끓인 보리차보다 떫고 썼다.하지만 노인은 이 차가 비싼 차라는 건 알고 있었다.그래서 맛은 별로 없었지만 억지로 몇 잔을 연거푸 들이켰다. 옆에서 지켜보던 비서마저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한참이 지나 신태윤이 안으로 들어왔다.“아이고, 부회장님!”노인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우물쭈물하며 잔뜩 긴장한 기색으로 그의 눈치를 살폈다. TV에서만 보던 거물이 눈앞에 있는데 모든 게 꿈만 같았다.신태윤은 오전에 있었던 일 때문에 지금도 표정이 좋지 않았다.“앉으시죠.”“네.”노인은 얌전히 자리에 앉아 양손을 모으고 지시를 기다렸다.신태윤은 노인의 맞은편에 다리를 꼬고 앉아 경멸에 찬 눈빛으로 노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당신이 늑대 할매라면서요?”노인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사람들이 그냥 헛소리를 지껄이는 겁니다. 늑대 할매라니요. 저는 정직하게 사는 사람입니다.”신태윤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목청을 높였다.“늑대 할매가 아니라면 당장 여기서 꺼지세요.”“아….”노인은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신태윤이 비서에게 눈짓하자 비서가 수표 한장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2억짜리 수표!“당신이 늑대 할매라면 나는 당신과 거래를 할 생각입니다.”노인은 수표에서 눈길을 돌리지 못했다. 그녀는 정당한 직업도 없고 기초생활 수급자로 살고 있었다. 이 돈이 있으면 죽을 때까지 돈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네! 제가 늑대 할매 맞아요!”노인은 흔쾌히 자신의 신분을 인정했다.신태윤은 그제야 만족스럽게 고
그가 몇 대의 승계자인지 모르지만 드디어 강책의 일행에게 잡혔다. 이어서 김한철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국에 있는 용맥 단체를 모두 잡아 들였다.한편, 200만 명 시민들도 해독약을 먹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들은 강책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연산 시와 다른 도시에 강책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석고상을 지었다.강책의 훌륭한 명성은 후세에도 전해질 것이다.…엄수 집안.장유나가 장훈의 앞으로 껑충껑충 뛰어갔다.“아버지, 제 말이 맞죠? 강책이 분명히 나타날 거라고 했잖아요!”장훈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강책의 강인함과 자신을 괴롭혔던 저주가 풀렸다는 사실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는 드디어 ‘평범한 사람’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식약 식당 안.강책이 황금 십이궁을 이끌고 식당으로 돌아왔다.도착하자마자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정몽연의 모습이 보였다.“강책! 나 진짜 화났어, 진짜 죽은 줄 알았잖아!” 강책이 어깨를 들썩이고는 다정하게 말했다.“미안,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할게.”“진짜야?”“응, 진짜야.”강책이 정몽연을 덥석 안고는 이마에 뽀뽀했다. 정몽연은 살짝 화가 풀렸다.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물었다.“그럼, 어떤 신분을 숨기고 있는지 말해줘.”“어... 그게… 잠깐만.”강책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말했다.“연산 시의 식약 식당, 한사랑 병원이 내 명의라는 건 알고 있을 거야.”그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강남구의 침몽 하이테크랑 기모 엔터테인먼트도 내 명의야.”“뭐?”정몽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남구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대기업을 강책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경성의 강씨 집안, 성월각도 내 명의야.”“뭐라고?”정몽연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의 자산은 한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이었다.“그리고 사실 경성에 갔을 때, 수라 군신의 자리를 다시 되찾았어.”“강책!”정몽연은 화가 나면서도 기뻤다.“어떻게 이 사실을 다 숨기
용맥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책은 분명 죽지 않았는가.“뭘 또 그렇게 놀라.”인파들 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나왔다, 다름 아닌 이미 사망신고가 내려진 강책이었다.“연구가 99퍼센트까지 했는데 마지막 1퍼센트는 도저히 채울 수 없더라고. 그래서 내가 용의 물을 마셔서 직접 독소를 느껴보면 1퍼센트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그 1퍼센트가 뭔지 알아냈고, 해독약을 쉽게 제조할 수 있었어. 이제 용의 물과 이어진 연결도 끊어졌을 거야. 즉, 너는 아무도 죽일 수 없어. 용맥, 네가 졌어.”용맥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강책을 바라보았다.수천 년 동안 전해졌던 역사가 강책의 손에서 끊어지고 말았다. 사실, 용맥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느껴지는 불안함에 강책을 죽이려고 젖 먹던 힘까지 썼지만 그는 결국 해독을 완성시키고 말았다. 용맥이 잠시 생각하고는 이상함을 감지했다.“네가 용의 물을 마시는 동시에 내가 독소를 조종해서 너를 죽게 만들었어,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해독약을 만들었다는 거야?”강책이 용의 물을 들이켰을 때, 이미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분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망칠 길은 전혀 없었다.이때, 강책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신태열 덕분이야.”용맥은 그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그때 심장이 멎었던 이유는 용의 물 때문이 아니야, 그건 서심산 때문이었어. 신태열도 당신의 용의 물을 보면서 비슷한 독약을 만들고 싶어 했어,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얼떨결에 ‘서심산’이라는 독소를 만들어냈어. 그 덕에 연산 시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어. 즉, 서심산은 ‘용의 물’의 짝퉁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큰 비밀을 알아냈어. 두 독약은 상호 배타적 관계를 가졌다는 거였어.”둘 중 독소가 하나라도 몸에 있으면 또 다른 독소는 체내에서 살 수 없다.즉, 서심산을 마셨다면 체내에는 같은 성분인 ‘용의 물’을 배제하는 항체가 생긴다.강책은 용의 물을
사실, 김한철은 그의 지시대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헬기 준비와 위부서에게 용맥을 호송해달라는 부탁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가 차올랐다.“이런 젠장!”그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연산 시 전체가 먹구름이 짙게 끼었다. 한편, 엄수 집안.집안의 가주 장훈이 정원에 앉아있다. 시든 꽃을 보는 그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그는 평생동안 김씨 어르신을 지지하면서 용의 물의 해독을 기대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게다가 그의 제자들인 무상명인 정해운과 강책 모두 죽고 말았다. 결국 용의 물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모두 사라졌다.“하....”장훈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년 동안 가문에 걸렸던 저주는 결국 풀지 못하는 건가.결국 용맥의 ‘부하’로 영원히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때, 장유나가 다가왔다.“아버지, 한숨 그만 쉬세요.”장훈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한숨도 못 쉬게 하는 거야?”“한 두 번 겪는 것도 아니잖아요, 매번 궁지에 몰릴 때마다 강책이 나타났잖아요.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라 믿어요.”장훈이 고개를 저었다, 상황역전의 대명사였던 강책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강책은 용의 물을 마셨고, 생방송에서 그의 사망 원인은 용의 물에 의한 독성 때문이라고 밝혔다.그는 세상을 떠난 사람이 확실했다.“아니요, 전 안 믿어요!”장유나가 굳건한 눈빛으로 말했다.“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강책이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그녀는 씩씩거리면서 자리를 떴다. 장훈은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렇게 믿고 싶어, 하지만 강책은 불사신이 아니야.”…12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건물 앞에 헬기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주위로는 보디가드가 자리를 지켰다.이때, 가면을 쓴 남자가 헬기를 향해 다가갔다. 남자는 다름 아닌 ‘용맥’이었다.김한철은 자리에 서서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용맥은 아랑곳하지 않고 김한철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김청장, 고마
그의 말에 대중들은 충격에 빠졌다, 마치 번개에 맞은 것 같이 순식간에 풀이 죽어버렸다.그 중 몇 명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 앉았다.강책의 죽음이 자신들의 생명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참담했다.용맥은 여전히 대중들의 생명을 ‘패’로 생각하고 정부를 향한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게다가 그들의 생명은 용맥이 쥐고 있기 때문에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더 끔찍한 사실은 유일하게 독을 해독할 수 있었던 인물을 대중들이 죽여 버렸다는 사실이다.김씨 어르신과 무상명인 정해운이 죽고, 강책은 ‘접묵 기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결국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진 지금, 용의 물은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게 되었다.현장에는 절망스런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막막함과 후회스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항상 위기의 상황에 나타나 자신들을 구해주고, 항상 승리의 여신 편이었던 인물을 그릇된 판단으로 그를 지옥으로 빠뜨려버렸다.“안돼!”곧이어 강책의 시체를 향해 무릎 꿇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 비통함을 털어 놓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무릎을 꿇기 시작하고는 과거의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했다.몇 만 명이 넘는 사람이 병원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어리석은 행동을 반성하면서 속죄하기 바빴다. 그들은 신에게 시간을 다시 돌려 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참이 지나고, 황금 십이궁의 물고기자리와 물병자리가 강책의 시체를 들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의 표정은 고통으로 가득했다, 곧이어 십이궁 일원 모두 눈물을 흘렸다.강책의 가족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의 아내 정몽연은 울다가 쓰러져버렸다.연산 시 전체가 좌절에 빠졌다. 하늘도 같은 마음인 걸까, 그들의 마음처럼 어두웠다. 이때, 용맥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김한철, 네가 어렵게 내 위치를 파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근데 미안해서 어쩌지, 이백만 대중
김한철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강 선생님은 이런 상황에서도 참 착하시네요.”“연구에 실패했으니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죽는 수밖에 없어요.” 강책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죽기 전에 가족들과 전화 한 통 하겠습니다.”강책의 가족들은 강책을 만나기 위해 연산에 왔다. 하지만 영원히 이별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역시,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강책은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정몽연은 대성통곡을 하며 강책에게 충독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했다. 정몽연은 강책을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몽연의 생각과는 달랐다. 강책의 선택이 늦어질 때마다 시민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공포감에 휩싸인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다. 강책의 목숨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여보, 우리 딸 잘 부탁해. 사랑해 여보.” 강책은 정몽연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병원 밖으로 나가 시민들을 마주했다. 황금 십이궁은 일렬로 서서 불안한 표정으로 강책을 쳐다봤다. 잠시 후, 강책은 마이크 앞에 서서 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 “제 목숨을 수십만 명의 시민들의 목숨과 바꿀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저는 불씨이기 때문에 죽으면 불은 꺼지지 않고 더욱 타오를 겁니다! 때문에 이 세상은 결코 어둠에 잠기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강책의 말이 끝나자 한 젊은이가 무리들 사이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 “강 선생님, 죄송하지만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니 가짜로 죽은 척하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번 검사해 보겠습니다.” 용맥은 진용과 이용진, 그리고 신태열을 경험해 본 듯했다. 강책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젊은이를 막아서지 않았다. 젊은이는 일단 눈앞에 있는 사람이 물병이나 다른 사람이 가장한 것이 아닌, 진짜 강책인지 확인한 후 강책의 편작 신침을 빼앗아 가짜 죽음을 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책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재차 확인했다. “됐습니다. 자, 이제 준비
사실상 반나절 안에 연구하기란 매우 촉박하다. 강책은 최고의 의사와 연구진들에게 연락해 용의 물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용의 물에 대한 연구는 매우 힘들었다. 용의 물 자체가 연구하기 힘들었으며, 구하기 힘들어서 샘플의 양이 극히 적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과 다르다. 현재 연산 시 전체에 용의 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강책과 수백 명의 연구자들은 반나절 동안 연구에 집중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강책은 연구에 실패했다. “1퍼센트, 딱 1퍼센트가 부족해요!” 강책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상 연구는 99퍼센트 완성됐다. 하지만 단 1퍼센트가 부족했다.가장 핵심인 1퍼센트의 데이터는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부분이었다. 게다가 주어진 시간도 매우 촉박했다. 전 세계 훌륭한 연구자들이 모두 모였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용의 물, 그야말로 최악의 독약이다. 하지만, 더욱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연구 실패 후, 200만 명 시민들 사이에서 용의 물 독성에 견디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용맥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자 강책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강책, 당신만 희생하면 수백만 명의 시민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강책, 비겁하게 숨지 말고 나오세요!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당신 하나 때문에 죽을 수는 없습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책임지세요. 당장 나오세요!” 수많은 시민들은 병원 앞에서 큰소리로 시위를 했다. 사람들은 이미 공포에 눈이 멀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구하기 위해 강책 한 명 목숨을 희생하는 것이 어려운 걸까? 시민들은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사람들의 오직 강책이 빨리 죽기를 원했다. 용맥은 강책이 죽어야 통제를 멈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의 목숨도 지킬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시민들은 강책이 연산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새까맣게 잊었다.
용맥, 그야말로 은밀하고 악독하다. 용맥의 비서는 계속해서 말했다.“저희가 바라는 것은 오직 안전입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면 시민들을 죽이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한 가지 요구를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강책도 용의 물을 마시세요! 강책은 용맥의 골칫거리입니다. 저희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강책을 반드시 통제해야 하니 양해 바랍니다. 자, 그럼 오후까지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만약 오후에도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용맥은 시민을 죽일 겁니다. 이제 제가 할 말은 다 끝났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비서는 화면 속에서 사라졌다. 김한철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졌다. 김한철은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차며 버럭 화를 냈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용의 물 바이러스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강 선생님뿐이에요. 강 선생님께서 용의 물을 마시면 그들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용맥이 시키는 대로 하실 겁니까? 자살을 하라고 할 수도 있어요. 강 선생님이 죽으면 용의 물을 해결할 사람이 없어요. 그럼 200만 명의 시민들은 용맥에게 통제될 겁니다. 용맥은 인질을 더 늘릴 겁니다. 강 선생님은 절대 죽어서는 안 됩니다. 절대 용의 물을 마시지 마세요.”김한철의 말이 맞다. 하지만 가능할까? 용맥은 200만 명의 시민을 인질로 잡고 강책에게 용의 물을 마시라고 요구했다. 만약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1초에 한 명씩 죽을 것이다. 과연 강책이 받아들일까? 김한철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미 용맥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공격하면 됩니다.”“안 됩니다.” 강책은 말했다. “그럼 다 같이 죽는 것과 다름없어요. 용맥을 잡으면 200만 명의 시민들도 같이 잡는 겁니다. 절대 안 됩니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 강책과 김한철은 잠시 말이 없었다. 강책이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 위기를 잠시나마 모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는? 용의 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강책이
김한철은 강책의 말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예상한 대로군요.”예상대로라니?김한철은 처음부터 용맥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걸까?“강 선생님, 잠깐 저랑 나가시죠.”김한철은 강책과 함께 빈 병실로 자리로 옮겨 문을 잠갔다. 김한철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뉴스가 있습니다. 연산 외에도 10군데의 도시들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강 선생님, 혹시 어디 도시인지 아십니까?”강책은 김한철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아차렸다. 이전에 회의에서 김한철이 수십 군데의 도시들이 용맥에게 통제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10군데 도시들의 시민들이 모두 중독되었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강책은 말했다. “시민들은 용의 물에 중독된 겁니다. 그리고 다른 도시들도 용맥의 세력이 퍼져 있기 때문에 용맥의 짓이 틀림없습니다.”김한철은 확신에 찬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한철과 강책이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한 도시에 15만 명이 중독되었다고 해도 10군데 이상의 도시면 2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중독된 것이다. 상당한 숫자이다. 강책은 용의 물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용의 물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첫째, 단시간 안에 몸 전신에 퍼져 중독된다. 둘째, 용맥의 통제를 당하면 언제든 죽을 수 있다. 용맥은 분명히 무고한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10군데가 넘는 도시에 용의 물을 퍼뜨린 것이다. 용맥은 원할 때 언제든 시민들을 죽일 수 있다. 일이 매우 복잡해졌다. 김한철은 말했다. “저희는 이미 준비를 끝냈으니 그물을 던져서 용맥을 처리합시다. 용맥도 최후의 방법을 썼으니 저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지금 갈등이 격화되면 용맥이 흥분해서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다. 200만 명의 시민이 죽으면 누구 탓일까? 아마 김한철이 죄인이 될 수도 있다. 강책은 말했다. “이럴 때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혹시라도 용맥이 반격하면 일이 커집니다.”강책과 김한철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니요. 아침에 뉴스 보고 지금까지 물 한 모금도 안 마셨습니다. 이건 천재지변인가요? 사람에 의해서 일어난 재난인가요?”물고기자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천재지변이든 사람에 의해 일어난 재난이든 심각한 상황이다. 잠시 후, 강책은 병원에 도착했다. 강책을 기다리고 있던 김한철은 강책을 보자마자 병실로 데리고 갔다. 병실 안, 한 환자는 더운 여름 날씨에 마치 얼음장 안에 있는 듯 온몸을 떨고 있었다. 이때, 한 의사가 말했다. “강 선생님, 현재 상황을 대략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수돗물에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수돗물을 마시면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잠복된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폭발하지는 않는다. 현재 10만 명 이상의 시민들 몸속에 바이러스가 잠복되어 있다. 그중 122명은 감염되었다. 끔찍한 것은 사람들의 바이러스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오한 증상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열이 오르는 사람도 있다. 또한 간지러움 증상이 있는 사람, 구토 증상을 보이는 사람 등등 증상이 모두 달랐다. 사람마다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증상이 제각각이다. 현재 바이러스는 매우 강력해서 개개인의 체질에 따라 전혀 다른 증상을 보인다. 가장 심각한 경우 숙주세포를 공격할 수도 있다.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서운 점이 또 있습니다. 현재 바이러스는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검출되고, 물에 있을 때는 전혀 검출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습니다.”즉,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하지 않다. 강책은 의사의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바이러스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보이기 때문에 일반 바이러스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강책은 환자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강책은 침을 꺼내 자신의 몸에 놓았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