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출현에 현장에 있던 모두가 어찌할 바를 몰랐다. 소녀의 몸에서 식물이 자라는 것을 본 일꾼들은 겁에 질려 구석진 곳으로 몸을 숨겼다. 그들은 괴물을 보는 눈빛으로 이 소녀를 바라보았다.사실 이 이종족이 그렇게 강한 존재라면 이렇게 짐짝처럼 박스에 갇혀 어딘가로 운송될 일도 없었을 것이다.강책은 우산을 든 채, 비 속에 서서 상자 속 소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알 수 없는 연민과 동정심이 솟구쳤다.그에게도 딸이 있었다.만약 누군가가 그의 딸을 짐짝처럼 화물차로 운송한다면 강책은 상대의 사지를 찢어버렸을 것이다.강책은 소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하지만 소녀는 상자에 몸을 웅크린 채, 놀란 짐승처럼 바들바들 떨기만 했다.아이는 상자의 맨 안쪽에 자리를 잡고 겁에 질린 눈망울로 강책을 올려다보았다.이때 소란이 일더니 사람들이 이쪽을 포위했다. 그들의 손에는 총이 들려 있었다.수많은 총구가 강책을 겨누었다. 아무리 강책이라도 쉽게 빠져나갈 수는 없었다.사람들이 양 갈래로 흩어지자 한 남자가 앞으로 나왔다. 화상그룹의 부회장, 신태윤이었다!그는 맨 앞에 서서 냉랭한 시선으로 강책을 쏘아보았다.오늘 밤이 지나서 강책과 정면 승부를 보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일이 앞당겨졌다. 혼자서 흑수부둣가로 찾아오다니!신태윤이 물었다.“강책, 이곳에는 왜 온 거지?”왜라니?강책은 상자 안의 소녀를 가리키며 말했다.“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이거로 설명이 된다고 생각하는데.”오늘 밤, 그는 이것들 때문에 이곳에 왔다.신태윤이 인상을 쓰며 물었다.“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야?”사실 강책은 아는 게 없었다.하지만 그렇다고 모르는 걸 티 내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내가 뭘 알고 있는지까지 당신에게 보고해야 하나?”신태윤은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상관없어. 나한테 보고해도 좋고 안 해도 좋아. 어차피 넌 여기를 살아서 나가지 못할 테니까.”그가 손짓하자 모든 총구가 강책을 겨누었다.신태윤이 손짓 한 번만 더 하면 수십
강책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그는 박스에 웅크리고 있는 소녀를 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윤병철의 표정도 진지해졌다.그는 소녀를 바라보다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사실 나도 잘 몰라요. 난 그냥 오늘 밤 들어올 화물이 화상그룹에 아주 중요한 물건이라는 소식만 들었어요. 강 선생을 이쪽으로 보낸 것도 사실은 그냥 유인 작전이었어요. 박스에 뭐가 들었는지 확인해야 경찰을 출동시킬 명분이 있으니까요.”“하지만 이 안에 사람이 들었을 줄은 정말 몰랐어요! 아, 이걸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나요?”소녀의 몸에서 피어난 꽃들을 보고 있자니 좋게 말하면 요정 같기도 하고 나쁘게 말하면 그냥 괴물 같았다.어린 소녀와 다른 박스에 갇힌 ‘식물인간’들은 연구해 볼 가치가 있었다.연구 결과가 나오면 화상그룹 배후의 비밀도 같이 밝혀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강책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구청장님, 저는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구청장님의 미끼가 되었습니다. 그러니 보상은 해주셔야죠.”“당연하죠! 어떤 보상을 원합니까? 현상금을 드릴까요?”윤병철이 물었다.현상금?강책은 돈이 부족하지 않았다.그는 손가락으로 박스 안의 소녀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아이를 제가 데려가겠습니다.”윤병철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이 아이는 중요한 연구 대상이고 화상 그룹을 쓰러뜨릴 중요한 단서와 증거인데 이렇게 쉽게 내줘도 되는 걸까?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강남구에서 가장 뛰어난 의사가 강책이었다.강책이 이 아이에게서 돌파구를 찾아 화상그룹의 비밀을 밝혀낼 수도 있었다.잠시 고민을 마친 뒤, 윤병철은 홀가분한 얼굴로 말했다.“네. 그렇게 하시죠. 이 아이는 강 선생에게 맡길게요. 하지만 미리 말씀드릴 게 있어요. 아이를 강 선생에게 맡길 수는 있지만 난 이 아이가 무사히 살아 있기를 바래요!”강책은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당연하죠!”윤병철은 소녀를 바라보며 계속해서 말했다.“그럼 이 이종족 소녀는 잠시
신온이 안에서 나오며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아빠, 이상한 소리 좀 그만하면 안 돼요? 너무 예의 없어 보이잖아요.”신자민은 어색한 표정으로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알았어. 조심할게.”그는 강책의 손을 끌고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네가 어제 데려온 그 소녀는 참 신비로운 존재야. 그 아이의 몸에서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강책은 신자민을 따라 그의 연구실로 왔다.이곳은 신자민이 약물 연구를 하는 곳이었는데 지금은 약품을 정리하고 침대를 하나 들여다 놓았다. 소녀는 그 침대에 누워 있었다.아이는 눈을 감고 있었는데 마치 잠든 것 같았다.어젯밤과 다른 점은 소녀의 얼굴에 핏기가 조금 돌아왔다는 점이었다. 겉보기에 소녀는 아주 건강해 보였다. 어제 아이를 발견했을 때만 해도 창백했던 얼굴에 지금은 생기가 돌았다.신자민이 밤새 얼마나 노력했는지 딱 봐도 알고 있었다.“잠들었어요?”강책이 물었다.“맞아!”신자민은 강책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강책은 어제 아이에게 가까이 가지 않았다. 게다가 밤이라 아이의 얼굴을 제대로 관찰할 여유도 없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아이의 신체 구조가 똑똑히 보였다.소녀의 몸에 피어난 꽃들은 그 줄기가 아이의 피부 안쪽으로부터 뻗어 나오고 있었다.“영감님, 이 꽃들 정말 진짜입니까?”강책은 이걸 그냥 행위예술가가 만들어 낸 페이크라고 믿고 싶었다.하지만 신자민의 대답은 그의 기대를 완전히 저버렸다.신자민이 말했다.“이건 살아 있는 꽃이 맞아. 가짜가 아니야. 검사를 진행했는데 꽃의 뿌리가 아이의 정맥과 연결되어 있어.”“신기하지? 인간과 식물의 줄기가 이어져 있다니.”“이 꽃들은 아이와 일심동체야. 태어나서부터 이런 건지 아니면 인간이 개입해서 변이했는지는 나도 몰라. 만약 인간의 개입이 있었다고 치면 꽃과 사람이 동시에 죽지 않게 만들기까지 얼마나 대단한 기술이 필요했을까?”“마치… 접목 기술 같아!”문제는 접목은 식물과 식물의 줄기를 이어 주는 작업이었고
그가 재차 물었다.“영감님, 이 아이에게는 어떤 특별한 가치가 있을까요?”신자민은 수염을 쓸어내리며 말했다.“특별한 가치라… 아직은 잘 모르겠어. 신기한 것 외에는 딱히 특별한 게 없어 보여. 하지만….”신자민은 소녀의 몸에 난 꽃봉오리를 가리키며 말했다.“이 꽃봉오리가 진정한 가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꽃봉오리 안에 비밀이 숨어 있을 수 있어.”강책도 꽃봉오리를 바라보며 그것들이 피어나는 순간을 기대했다.화상그룹 배후의 비밀, 그는 이 소녀에게서 해답을 구해야 했다.이때, 신온이 안으로 들어오며 화가 난 말투로 말했다.“다 구경했으면 다들 나가시죠?”강책과 신자민은 잠시 당황했다가 아차 싶었다.이 아이가 신비로운 존재인 건 맞지만 그 전에 아직 어린 소녀였다. 인류일 수도 있고 이 아이에게도 감정이라는 게 있을 수 있는데 어찌 물품을 대하듯이 대놓고 연구한단 말인가?두 남자가 이런 식으로 소녀를 쳐다보고 있는 것도 실례였다.여자인 신온은 그들보다 더 세심했고 강책이나 신자민이 생각지 못했던 것을 바로 캐치해 냈다.그녀는 아이의 몸을 닦아주며 안쓰러운 말투로 말했다.“여태 관찰한 바로는 이 아이는 고작 세 살 아이의 지능을 가지고 있어. 두려움을 느낄 수 있지만 자신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지는 못해. 아주 어릴 때부터 실험품으로 길러지다가 접목 수술을 당했을 가능성이 높아.”강책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정말 그렇다면 아이가 너무 불쌍했다.이 소녀뿐이 아니라 더 많은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실험품으로 길러졌을 수 있다.이건 도덕성을 상실한 행위였다.이런 실험을 진행한 화상그룹은 짐승만도 못한 존재였다.신자민이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내가 잘못 생각했어. 이 세상에 신은 존재하지 않아. 이 소녀는 신의 걸작이 아니라 악마의 작품이야! 인간세상이야 말로 이 아이들에게는 지옥이었을 거야!”강책은 한숨을 쉬며 연구실을 나와 창밖을 바라보았다.오늘도 날씨가 여전히 좋지 않았고 하늘에는 먹구름이 가득했다. 언제든 비가 쏟아질
강책은 소녀의 일은 잠시 제쳐두고 집으로 돌아왔다.그의 집문 앞에 소형 차량 한 대가 멈춰 서더니 차 문이 열리고 건장한 남자가 박스 하나를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 뒤에는 50대 정도로 보이는 중년 여자가 뒤따르고 있었다.“소청 씨, 주문하신 물건이 도착했어.”중년 여자가 말했다.소리를 들은 소청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다급히 달려나갔다. 남자들은 조심스럽게 박스를 내려놓았고 소청은 그들에게 팁을 줘서 돌려보냈다.정몽연, 정계산과 강책 세 사람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소청을 바라보았다.“여보, 저게 다 뭐야?”정계산이 물었다.소청은 중년 여자를 가리키며 소개했다.“소개할게. 이분은 우리 학교의 서윤진 학생 주임님이셔.”소청은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었는데 상사인 서윤진과 사이가 꽤 좋았다.잠시 숨을 고른 소청이 박스를 가리키며 말했다.“2주 전에 우리 주임님이 대박 아이템을 하나 발견했거든. 근처에 파산한 보석 매장이 있었는데 액세서리를 대량으로 세일한대. 원가가 천만원 억대가 되는 액세서리를 90퍼센트나 할인해서 판매한다는 거야.”“그래서 서 주임과 돈을 합쳐서 대량으로 구매했어. 이제 제품이 도착했으니까 되팔면 큰 돈을 벌 수 있어! 아마 최소 억 단위는 벌 수 있을 거야!”그 말을 들은 강책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세상에 공짜는 없다. 아무리 들어도 소청은 사기를 당한 것 같았다.강책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장모님, 저거 진품 맞아요? 요즘 사기꾼들이 많아서 조심해야 해요.”그 말을 들은 소청은 기분 나쁜 심기를 드러내며 강책을 손가락질했다.“자네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바보라서 그런 뻔한 수법에 속았겠어? 이 액세서리들은 전부 나와 서 주임이 직접 확인하고 현장에서 돈을 지불하고 포장한 거야! 가짜일 리 없다고!”강책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그래도 다시 확인해 보세요. 지금 사기꾼들이 나이 드신 분들 돈을 얼마나 사기 치고 다니는데요. 조심해서 나쁠 건 없죠.”소청은 들을수록 기분이 나빴다.“자네
소청은 화가 치밀었다.“그게 무슨 말이야? 여기서 산 영수증도 있는데!”하해준은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며 반박했다.“그래서요? 물건은 우리 쪽에서 사고 제품을 바꿔치기 해서 가짜라고 우리를 모함하는지 어떻게 알아요? 아줌마, 지금 우릴 모함하는 거예요?”소청은 조바심이 났다.뻔뻔한 인간들은 많이 봤지만 이 정도로 뻔뻔한 인간은 처음이었다. “이게 사람을 만만하게 보고!”소청은 달려가서 하해준의 멱살을 잡았다.“아줌마, 그만하시지?”하해준은 힘껏 그녀를 밀쳤고 바닥에 주저앉은 소청은 아파서 눈물이 나왔다.“경비!”하해준의 외침과 함께 열 명 정도 되는 경비 직원들이 쇠파이프를 들고 밖으로 나와 소청 일행을 내쫓았다.그들은 억울했지만 폭력까지 휘두르는 저들을 이길 수는 없었다.이렇게까지 오리발을 내미는데 무슨 수로 돈을 돌려받는단 말인가? 게다가 그들은 고작 가녀린 여자들이었다.정몽연은 소청이 다쳤을까 봐 그 길로 차를 운전해 병원으로 갔다.가는 도중에 강책에게서 연락이 왔다.“여보, 어떻게 됐어?”“말도 마. 상대랑 말이 안 통해. 엄마는 저들과 실랑이를 벌이다가 다쳤어.”정몽연은 가게에서 있었던 자초지종을 강책에게 설명하며 그들이 인원수로 밀어붙여 자신들을 내쫓았다고 말했다.전화를 끊은 뒤, 강책은 말없이 집을 나섰다.30분 뒤, 그는 보석 가게에 도착했다. 강책은 간판을 힐끗 보고는 안으로 들어갔다.“손님, 찾으시는 제품 있으신가요?”“사장님은 어디 계시지?”“우리 사장님이요? 잠시만요.”점원은 안쪽에 대고 사장을 불렀다.“사장님, 여기 손님이 찾으시는데요?”잠시 후, 하해준이 밖으로 나왔다.그는 강책을 아래위로 훒어보고는 생글생글 웃으며 물었다.“손님, 어쩐 일로 저를 찾으셨나요?”강책은 무표정한 얼굴로 의자에 앉더니 두 손으로 카운터를 짚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우리 장모님이 1억2천만 원을 주고 여기서 가짜 액세서리를 구매했다고 들었는데 당신이 때려서 지금 병원에 계셔. 이거 어떻게 처리할 거야?”하해
경비 직원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강책에게 달려들려고 했지만 강책은 눈빛 하나로 그들을 제압했다.수라군신이 일반인들과의 싸움에서 밀릴 리 없었다.강책은 고개를 돌려 하해준을 바라보며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난 기회를 줬어. 당신이 그 기회를 발로 걷어찬 거야. 그러니 나를 원망하지 마.”저게 무슨 뜻일까?하해준은 겁에 질려 오줌이 나올 것 같았다. 절대적인 힘 앞에 그는 자신이 초라하게만 느껴졌다.“죄송해요! 돈은 환불할게요! 시키는 대로 뭐든 할게요!”그는 드디어 꼬리를 내렸다.강책은 냉랭한 눈빛으로 하해준을 쏘아보며 물었다.“어떻게 사과할 거야? 그리고 돈은 어떻게 환불할 생각이지?”하해준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당장 병원에 가서 장모님께 무릎 꿇고 사과드릴게요. 그리고 1억2천만원 그대로 돌려드리겠습니다!”강책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바깥에 있는 간판을 가리켰다.“저기 써있잖아. 가품이 하나라도 발견될 즉시 열 배를 배상한다고 말이야.”하해준은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건 그냥 광고 문구일 뿐이고 어디 가나 있는 문구였다. 하지만 저 문구에 쓴 대로 하는 가게는 거의 없었다.강책은 여전히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어쨌든 열 배를 배상한다고 했으니 넌 내 장모님께 12억을 배상해야 해. 할 수 있겠어?”할 수 없어도 거절할 수 없다!하해준은 이를 갈며 말했다.“할 수 있어요.”강책이 계속해서 말했다.“우리 장모님 돈도 돈이지만 다른 사람들 돈도 배상해야지. 전부 배상해 드리도록 해. 만약 누구 한사람이라도 돈을 못 받으면 나를 다시 만나게 될 거야.”말을 마친 그는 비수를 다시 뽑고는 가게를 떠났다.하해준은 통증에 눈물이 나왔다.다친 곳도 아프지만 마음이 더 아팠다.전부 열 배를 배상하려면 평생 이루어 낸 것들을 전부 토해내야 했다.병원.병실에 들어선 정몽연이 부드럽게 물었다.“엄마, 좀 어때요?”소청은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괜찮아. 살짝 스친 것뿐이야. 너 아까 누구랑 통
소청과 정몽연은 의아한 표정으로 서로를 번갈아보았다. 조금 전까지 기고만장하던 사람이 왜 이렇게 비굴한 자세로 나올까?하지만 놀랄만한 일은 뒤에 있었다.고개를 든 하해준은 지갑에서 수표 한 장을 꺼내 두 손으로 공손히 소청에게 건넸다.“어르신, 이 수표 꼭 받아주세요. 우리 가게에서 1억2천만원을 소비하고 가품을 가져가셨죠. 열 배를 배상한다는 원칙에 따라 12억을 환불해 드리겠습니다. 꼭 받아주세요.”이건 이상해도 너무 이상했다.정몽연은 하해준이 약을 잘못 먹은 게 아닌지 의심할 정도였다.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180도로 바뀔 수 있을까?소청은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다.수표를 본 그녀는 주저없이 그것을 받아 숫자를 확인하고 입이 찢어질 듯이 웃었다.“좋군! 좋아! 이렇게 성의를 보이는데 당연히 용서해 줘야지. 이제 돌아가.”하해준은 바닥에 고개를 조아리며 감사하다고 했다.“용서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말을 마친 하해준은 직원들을 데리고 병실을 떠났다.소청은 수표를 쳐다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12억! 교사 월급으로 평생을 모아도 모을 수 없는 돈이었다.‘나 부자 됐어!’다친 곳이 없기에 소청은 바로 퇴원하고 정몽연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집으로 돌아간 소청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12억짜리 수표를 탁자에 올려놓으며 말했다.“이게 뭔지 알기나 해?”금액을 확인한 정계산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여보, 은행이라도 털었어? 이 많은 돈이 다 어디서 났어?”소청은 인상을 구기며 반박했다.“그게 무슨 소리야? 이건 내가 받아낸 배상금이라고!”소청은 하해준이 찾아와서 사과한 일과 배상금을 건넨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녀는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말했잖아. 이거 대박 아이템이라고. 비록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는 했지만 어쨌든 잘 끝났으니 됐잖아. 앞으로 난 출근하고 싶으면 출근하고 쉬고 싶은 날은 쉴 거야. 힘들게 일할 필요도 없어.”말을 마친 소청은 일부러 헛
그가 몇 대의 승계자인지 모르지만 드디어 강책의 일행에게 잡혔다. 이어서 김한철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국에 있는 용맥 단체를 모두 잡아 들였다.한편, 200만 명 시민들도 해독약을 먹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들은 강책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연산 시와 다른 도시에 강책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석고상을 지었다.강책의 훌륭한 명성은 후세에도 전해질 것이다.…엄수 집안.장유나가 장훈의 앞으로 껑충껑충 뛰어갔다.“아버지, 제 말이 맞죠? 강책이 분명히 나타날 거라고 했잖아요!”장훈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강책의 강인함과 자신을 괴롭혔던 저주가 풀렸다는 사실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는 드디어 ‘평범한 사람’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식약 식당 안.강책이 황금 십이궁을 이끌고 식당으로 돌아왔다.도착하자마자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정몽연의 모습이 보였다.“강책! 나 진짜 화났어, 진짜 죽은 줄 알았잖아!” 강책이 어깨를 들썩이고는 다정하게 말했다.“미안,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할게.”“진짜야?”“응, 진짜야.”강책이 정몽연을 덥석 안고는 이마에 뽀뽀했다. 정몽연은 살짝 화가 풀렸다.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물었다.“그럼, 어떤 신분을 숨기고 있는지 말해줘.”“어... 그게… 잠깐만.”강책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말했다.“연산 시의 식약 식당, 한사랑 병원이 내 명의라는 건 알고 있을 거야.”그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강남구의 침몽 하이테크랑 기모 엔터테인먼트도 내 명의야.”“뭐?”정몽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남구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대기업을 강책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경성의 강씨 집안, 성월각도 내 명의야.”“뭐라고?”정몽연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의 자산은 한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이었다.“그리고 사실 경성에 갔을 때, 수라 군신의 자리를 다시 되찾았어.”“강책!”정몽연은 화가 나면서도 기뻤다.“어떻게 이 사실을 다 숨기
용맥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책은 분명 죽지 않았는가.“뭘 또 그렇게 놀라.”인파들 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나왔다, 다름 아닌 이미 사망신고가 내려진 강책이었다.“연구가 99퍼센트까지 했는데 마지막 1퍼센트는 도저히 채울 수 없더라고. 그래서 내가 용의 물을 마셔서 직접 독소를 느껴보면 1퍼센트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그 1퍼센트가 뭔지 알아냈고, 해독약을 쉽게 제조할 수 있었어. 이제 용의 물과 이어진 연결도 끊어졌을 거야. 즉, 너는 아무도 죽일 수 없어. 용맥, 네가 졌어.”용맥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강책을 바라보았다.수천 년 동안 전해졌던 역사가 강책의 손에서 끊어지고 말았다. 사실, 용맥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느껴지는 불안함에 강책을 죽이려고 젖 먹던 힘까지 썼지만 그는 결국 해독을 완성시키고 말았다. 용맥이 잠시 생각하고는 이상함을 감지했다.“네가 용의 물을 마시는 동시에 내가 독소를 조종해서 너를 죽게 만들었어,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해독약을 만들었다는 거야?”강책이 용의 물을 들이켰을 때, 이미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분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망칠 길은 전혀 없었다.이때, 강책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신태열 덕분이야.”용맥은 그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그때 심장이 멎었던 이유는 용의 물 때문이 아니야, 그건 서심산 때문이었어. 신태열도 당신의 용의 물을 보면서 비슷한 독약을 만들고 싶어 했어,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얼떨결에 ‘서심산’이라는 독소를 만들어냈어. 그 덕에 연산 시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어. 즉, 서심산은 ‘용의 물’의 짝퉁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큰 비밀을 알아냈어. 두 독약은 상호 배타적 관계를 가졌다는 거였어.”둘 중 독소가 하나라도 몸에 있으면 또 다른 독소는 체내에서 살 수 없다.즉, 서심산을 마셨다면 체내에는 같은 성분인 ‘용의 물’을 배제하는 항체가 생긴다.강책은 용의 물을
사실, 김한철은 그의 지시대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헬기 준비와 위부서에게 용맥을 호송해달라는 부탁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가 차올랐다.“이런 젠장!”그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연산 시 전체가 먹구름이 짙게 끼었다. 한편, 엄수 집안.집안의 가주 장훈이 정원에 앉아있다. 시든 꽃을 보는 그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그는 평생동안 김씨 어르신을 지지하면서 용의 물의 해독을 기대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게다가 그의 제자들인 무상명인 정해운과 강책 모두 죽고 말았다. 결국 용의 물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모두 사라졌다.“하....”장훈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년 동안 가문에 걸렸던 저주는 결국 풀지 못하는 건가.결국 용맥의 ‘부하’로 영원히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때, 장유나가 다가왔다.“아버지, 한숨 그만 쉬세요.”장훈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한숨도 못 쉬게 하는 거야?”“한 두 번 겪는 것도 아니잖아요, 매번 궁지에 몰릴 때마다 강책이 나타났잖아요.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라 믿어요.”장훈이 고개를 저었다, 상황역전의 대명사였던 강책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강책은 용의 물을 마셨고, 생방송에서 그의 사망 원인은 용의 물에 의한 독성 때문이라고 밝혔다.그는 세상을 떠난 사람이 확실했다.“아니요, 전 안 믿어요!”장유나가 굳건한 눈빛으로 말했다.“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강책이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그녀는 씩씩거리면서 자리를 떴다. 장훈은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렇게 믿고 싶어, 하지만 강책은 불사신이 아니야.”…12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건물 앞에 헬기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주위로는 보디가드가 자리를 지켰다.이때, 가면을 쓴 남자가 헬기를 향해 다가갔다. 남자는 다름 아닌 ‘용맥’이었다.김한철은 자리에 서서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용맥은 아랑곳하지 않고 김한철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김청장, 고마
그의 말에 대중들은 충격에 빠졌다, 마치 번개에 맞은 것 같이 순식간에 풀이 죽어버렸다.그 중 몇 명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 앉았다.강책의 죽음이 자신들의 생명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참담했다.용맥은 여전히 대중들의 생명을 ‘패’로 생각하고 정부를 향한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게다가 그들의 생명은 용맥이 쥐고 있기 때문에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더 끔찍한 사실은 유일하게 독을 해독할 수 있었던 인물을 대중들이 죽여 버렸다는 사실이다.김씨 어르신과 무상명인 정해운이 죽고, 강책은 ‘접묵 기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결국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진 지금, 용의 물은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게 되었다.현장에는 절망스런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막막함과 후회스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항상 위기의 상황에 나타나 자신들을 구해주고, 항상 승리의 여신 편이었던 인물을 그릇된 판단으로 그를 지옥으로 빠뜨려버렸다.“안돼!”곧이어 강책의 시체를 향해 무릎 꿇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 비통함을 털어 놓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무릎을 꿇기 시작하고는 과거의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했다.몇 만 명이 넘는 사람이 병원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어리석은 행동을 반성하면서 속죄하기 바빴다. 그들은 신에게 시간을 다시 돌려 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참이 지나고, 황금 십이궁의 물고기자리와 물병자리가 강책의 시체를 들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의 표정은 고통으로 가득했다, 곧이어 십이궁 일원 모두 눈물을 흘렸다.강책의 가족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의 아내 정몽연은 울다가 쓰러져버렸다.연산 시 전체가 좌절에 빠졌다. 하늘도 같은 마음인 걸까, 그들의 마음처럼 어두웠다. 이때, 용맥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김한철, 네가 어렵게 내 위치를 파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근데 미안해서 어쩌지, 이백만 대중
김한철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강 선생님은 이런 상황에서도 참 착하시네요.”“연구에 실패했으니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죽는 수밖에 없어요.” 강책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죽기 전에 가족들과 전화 한 통 하겠습니다.”강책의 가족들은 강책을 만나기 위해 연산에 왔다. 하지만 영원히 이별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역시,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강책은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정몽연은 대성통곡을 하며 강책에게 충독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했다. 정몽연은 강책을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몽연의 생각과는 달랐다. 강책의 선택이 늦어질 때마다 시민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공포감에 휩싸인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다. 강책의 목숨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여보, 우리 딸 잘 부탁해. 사랑해 여보.” 강책은 정몽연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병원 밖으로 나가 시민들을 마주했다. 황금 십이궁은 일렬로 서서 불안한 표정으로 강책을 쳐다봤다. 잠시 후, 강책은 마이크 앞에 서서 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 “제 목숨을 수십만 명의 시민들의 목숨과 바꿀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저는 불씨이기 때문에 죽으면 불은 꺼지지 않고 더욱 타오를 겁니다! 때문에 이 세상은 결코 어둠에 잠기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강책의 말이 끝나자 한 젊은이가 무리들 사이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 “강 선생님, 죄송하지만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니 가짜로 죽은 척하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번 검사해 보겠습니다.” 용맥은 진용과 이용진, 그리고 신태열을 경험해 본 듯했다. 강책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젊은이를 막아서지 않았다. 젊은이는 일단 눈앞에 있는 사람이 물병이나 다른 사람이 가장한 것이 아닌, 진짜 강책인지 확인한 후 강책의 편작 신침을 빼앗아 가짜 죽음을 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책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재차 확인했다. “됐습니다. 자, 이제 준비
사실상 반나절 안에 연구하기란 매우 촉박하다. 강책은 최고의 의사와 연구진들에게 연락해 용의 물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용의 물에 대한 연구는 매우 힘들었다. 용의 물 자체가 연구하기 힘들었으며, 구하기 힘들어서 샘플의 양이 극히 적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과 다르다. 현재 연산 시 전체에 용의 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강책과 수백 명의 연구자들은 반나절 동안 연구에 집중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강책은 연구에 실패했다. “1퍼센트, 딱 1퍼센트가 부족해요!” 강책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상 연구는 99퍼센트 완성됐다. 하지만 단 1퍼센트가 부족했다.가장 핵심인 1퍼센트의 데이터는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부분이었다. 게다가 주어진 시간도 매우 촉박했다. 전 세계 훌륭한 연구자들이 모두 모였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용의 물, 그야말로 최악의 독약이다. 하지만, 더욱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연구 실패 후, 200만 명 시민들 사이에서 용의 물 독성에 견디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용맥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자 강책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강책, 당신만 희생하면 수백만 명의 시민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강책, 비겁하게 숨지 말고 나오세요!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당신 하나 때문에 죽을 수는 없습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책임지세요. 당장 나오세요!” 수많은 시민들은 병원 앞에서 큰소리로 시위를 했다. 사람들은 이미 공포에 눈이 멀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구하기 위해 강책 한 명 목숨을 희생하는 것이 어려운 걸까? 시민들은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사람들의 오직 강책이 빨리 죽기를 원했다. 용맥은 강책이 죽어야 통제를 멈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의 목숨도 지킬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시민들은 강책이 연산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새까맣게 잊었다.
용맥, 그야말로 은밀하고 악독하다. 용맥의 비서는 계속해서 말했다.“저희가 바라는 것은 오직 안전입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면 시민들을 죽이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한 가지 요구를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강책도 용의 물을 마시세요! 강책은 용맥의 골칫거리입니다. 저희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강책을 반드시 통제해야 하니 양해 바랍니다. 자, 그럼 오후까지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만약 오후에도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용맥은 시민을 죽일 겁니다. 이제 제가 할 말은 다 끝났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비서는 화면 속에서 사라졌다. 김한철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졌다. 김한철은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차며 버럭 화를 냈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용의 물 바이러스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강 선생님뿐이에요. 강 선생님께서 용의 물을 마시면 그들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용맥이 시키는 대로 하실 겁니까? 자살을 하라고 할 수도 있어요. 강 선생님이 죽으면 용의 물을 해결할 사람이 없어요. 그럼 200만 명의 시민들은 용맥에게 통제될 겁니다. 용맥은 인질을 더 늘릴 겁니다. 강 선생님은 절대 죽어서는 안 됩니다. 절대 용의 물을 마시지 마세요.”김한철의 말이 맞다. 하지만 가능할까? 용맥은 200만 명의 시민을 인질로 잡고 강책에게 용의 물을 마시라고 요구했다. 만약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1초에 한 명씩 죽을 것이다. 과연 강책이 받아들일까? 김한철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미 용맥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공격하면 됩니다.”“안 됩니다.” 강책은 말했다. “그럼 다 같이 죽는 것과 다름없어요. 용맥을 잡으면 200만 명의 시민들도 같이 잡는 겁니다. 절대 안 됩니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 강책과 김한철은 잠시 말이 없었다. 강책이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 위기를 잠시나마 모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는? 용의 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강책이
김한철은 강책의 말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예상한 대로군요.”예상대로라니?김한철은 처음부터 용맥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걸까?“강 선생님, 잠깐 저랑 나가시죠.”김한철은 강책과 함께 빈 병실로 자리로 옮겨 문을 잠갔다. 김한철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뉴스가 있습니다. 연산 외에도 10군데의 도시들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강 선생님, 혹시 어디 도시인지 아십니까?”강책은 김한철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아차렸다. 이전에 회의에서 김한철이 수십 군데의 도시들이 용맥에게 통제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10군데 도시들의 시민들이 모두 중독되었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강책은 말했다. “시민들은 용의 물에 중독된 겁니다. 그리고 다른 도시들도 용맥의 세력이 퍼져 있기 때문에 용맥의 짓이 틀림없습니다.”김한철은 확신에 찬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한철과 강책이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한 도시에 15만 명이 중독되었다고 해도 10군데 이상의 도시면 2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중독된 것이다. 상당한 숫자이다. 강책은 용의 물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용의 물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첫째, 단시간 안에 몸 전신에 퍼져 중독된다. 둘째, 용맥의 통제를 당하면 언제든 죽을 수 있다. 용맥은 분명히 무고한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10군데가 넘는 도시에 용의 물을 퍼뜨린 것이다. 용맥은 원할 때 언제든 시민들을 죽일 수 있다. 일이 매우 복잡해졌다. 김한철은 말했다. “저희는 이미 준비를 끝냈으니 그물을 던져서 용맥을 처리합시다. 용맥도 최후의 방법을 썼으니 저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지금 갈등이 격화되면 용맥이 흥분해서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다. 200만 명의 시민이 죽으면 누구 탓일까? 아마 김한철이 죄인이 될 수도 있다. 강책은 말했다. “이럴 때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혹시라도 용맥이 반격하면 일이 커집니다.”강책과 김한철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니요. 아침에 뉴스 보고 지금까지 물 한 모금도 안 마셨습니다. 이건 천재지변인가요? 사람에 의해서 일어난 재난인가요?”물고기자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천재지변이든 사람에 의해 일어난 재난이든 심각한 상황이다. 잠시 후, 강책은 병원에 도착했다. 강책을 기다리고 있던 김한철은 강책을 보자마자 병실로 데리고 갔다. 병실 안, 한 환자는 더운 여름 날씨에 마치 얼음장 안에 있는 듯 온몸을 떨고 있었다. 이때, 한 의사가 말했다. “강 선생님, 현재 상황을 대략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수돗물에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수돗물을 마시면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잠복된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폭발하지는 않는다. 현재 10만 명 이상의 시민들 몸속에 바이러스가 잠복되어 있다. 그중 122명은 감염되었다. 끔찍한 것은 사람들의 바이러스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오한 증상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열이 오르는 사람도 있다. 또한 간지러움 증상이 있는 사람, 구토 증상을 보이는 사람 등등 증상이 모두 달랐다. 사람마다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증상이 제각각이다. 현재 바이러스는 매우 강력해서 개개인의 체질에 따라 전혀 다른 증상을 보인다. 가장 심각한 경우 숙주세포를 공격할 수도 있다.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서운 점이 또 있습니다. 현재 바이러스는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검출되고, 물에 있을 때는 전혀 검출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습니다.”즉,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하지 않다. 강책은 의사의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바이러스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보이기 때문에 일반 바이러스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강책은 환자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강책은 침을 꺼내 자신의 몸에 놓았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