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출현에 현장에 있던 모두가 어찌할 바를 몰랐다. 소녀의 몸에서 식물이 자라는 것을 본 일꾼들은 겁에 질려 구석진 곳으로 몸을 숨겼다. 그들은 괴물을 보는 눈빛으로 이 소녀를 바라보았다.사실 이 이종족이 그렇게 강한 존재라면 이렇게 짐짝처럼 박스에 갇혀 어딘가로 운송될 일도 없었을 것이다.강책은 우산을 든 채, 비 속에 서서 상자 속 소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알 수 없는 연민과 동정심이 솟구쳤다.그에게도 딸이 있었다.만약 누군가가 그의 딸을 짐짝처럼 화물차로 운송한다면 강책은 상대의 사지를 찢어버렸을 것이다.강책은 소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하지만 소녀는 상자에 몸을 웅크린 채, 놀란 짐승처럼 바들바들 떨기만 했다.아이는 상자의 맨 안쪽에 자리를 잡고 겁에 질린 눈망울로 강책을 올려다보았다.이때 소란이 일더니 사람들이 이쪽을 포위했다. 그들의 손에는 총이 들려 있었다.수많은 총구가 강책을 겨누었다. 아무리 강책이라도 쉽게 빠져나갈 수는 없었다.사람들이 양 갈래로 흩어지자 한 남자가 앞으로 나왔다. 화상그룹의 부회장, 신태윤이었다!그는 맨 앞에 서서 냉랭한 시선으로 강책을 쏘아보았다.오늘 밤이 지나서 강책과 정면 승부를 보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일이 앞당겨졌다. 혼자서 흑수부둣가로 찾아오다니!신태윤이 물었다.“강책, 이곳에는 왜 온 거지?”왜라니?강책은 상자 안의 소녀를 가리키며 말했다.“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이거로 설명이 된다고 생각하는데.”오늘 밤, 그는 이것들 때문에 이곳에 왔다.신태윤이 인상을 쓰며 물었다.“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야?”사실 강책은 아는 게 없었다.하지만 그렇다고 모르는 걸 티 내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내가 뭘 알고 있는지까지 당신에게 보고해야 하나?”신태윤은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상관없어. 나한테 보고해도 좋고 안 해도 좋아. 어차피 넌 여기를 살아서 나가지 못할 테니까.”그가 손짓하자 모든 총구가 강책을 겨누었다.신태윤이 손짓 한 번만 더 하면 수십
강책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그는 박스에 웅크리고 있는 소녀를 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윤병철의 표정도 진지해졌다.그는 소녀를 바라보다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사실 나도 잘 몰라요. 난 그냥 오늘 밤 들어올 화물이 화상그룹에 아주 중요한 물건이라는 소식만 들었어요. 강 선생을 이쪽으로 보낸 것도 사실은 그냥 유인 작전이었어요. 박스에 뭐가 들었는지 확인해야 경찰을 출동시킬 명분이 있으니까요.”“하지만 이 안에 사람이 들었을 줄은 정말 몰랐어요! 아, 이걸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나요?”소녀의 몸에서 피어난 꽃들을 보고 있자니 좋게 말하면 요정 같기도 하고 나쁘게 말하면 그냥 괴물 같았다.어린 소녀와 다른 박스에 갇힌 ‘식물인간’들은 연구해 볼 가치가 있었다.연구 결과가 나오면 화상그룹 배후의 비밀도 같이 밝혀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강책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구청장님, 저는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구청장님의 미끼가 되었습니다. 그러니 보상은 해주셔야죠.”“당연하죠! 어떤 보상을 원합니까? 현상금을 드릴까요?”윤병철이 물었다.현상금?강책은 돈이 부족하지 않았다.그는 손가락으로 박스 안의 소녀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아이를 제가 데려가겠습니다.”윤병철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이 아이는 중요한 연구 대상이고 화상 그룹을 쓰러뜨릴 중요한 단서와 증거인데 이렇게 쉽게 내줘도 되는 걸까?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강남구에서 가장 뛰어난 의사가 강책이었다.강책이 이 아이에게서 돌파구를 찾아 화상그룹의 비밀을 밝혀낼 수도 있었다.잠시 고민을 마친 뒤, 윤병철은 홀가분한 얼굴로 말했다.“네. 그렇게 하시죠. 이 아이는 강 선생에게 맡길게요. 하지만 미리 말씀드릴 게 있어요. 아이를 강 선생에게 맡길 수는 있지만 난 이 아이가 무사히 살아 있기를 바래요!”강책은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당연하죠!”윤병철은 소녀를 바라보며 계속해서 말했다.“그럼 이 이종족 소녀는 잠시
신온이 안에서 나오며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아빠, 이상한 소리 좀 그만하면 안 돼요? 너무 예의 없어 보이잖아요.”신자민은 어색한 표정으로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알았어. 조심할게.”그는 강책의 손을 끌고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네가 어제 데려온 그 소녀는 참 신비로운 존재야. 그 아이의 몸에서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강책은 신자민을 따라 그의 연구실로 왔다.이곳은 신자민이 약물 연구를 하는 곳이었는데 지금은 약품을 정리하고 침대를 하나 들여다 놓았다. 소녀는 그 침대에 누워 있었다.아이는 눈을 감고 있었는데 마치 잠든 것 같았다.어젯밤과 다른 점은 소녀의 얼굴에 핏기가 조금 돌아왔다는 점이었다. 겉보기에 소녀는 아주 건강해 보였다. 어제 아이를 발견했을 때만 해도 창백했던 얼굴에 지금은 생기가 돌았다.신자민이 밤새 얼마나 노력했는지 딱 봐도 알고 있었다.“잠들었어요?”강책이 물었다.“맞아!”신자민은 강책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강책은 어제 아이에게 가까이 가지 않았다. 게다가 밤이라 아이의 얼굴을 제대로 관찰할 여유도 없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아이의 신체 구조가 똑똑히 보였다.소녀의 몸에 피어난 꽃들은 그 줄기가 아이의 피부 안쪽으로부터 뻗어 나오고 있었다.“영감님, 이 꽃들 정말 진짜입니까?”강책은 이걸 그냥 행위예술가가 만들어 낸 페이크라고 믿고 싶었다.하지만 신자민의 대답은 그의 기대를 완전히 저버렸다.신자민이 말했다.“이건 살아 있는 꽃이 맞아. 가짜가 아니야. 검사를 진행했는데 꽃의 뿌리가 아이의 정맥과 연결되어 있어.”“신기하지? 인간과 식물의 줄기가 이어져 있다니.”“이 꽃들은 아이와 일심동체야. 태어나서부터 이런 건지 아니면 인간이 개입해서 변이했는지는 나도 몰라. 만약 인간의 개입이 있었다고 치면 꽃과 사람이 동시에 죽지 않게 만들기까지 얼마나 대단한 기술이 필요했을까?”“마치… 접목 기술 같아!”문제는 접목은 식물과 식물의 줄기를 이어 주는 작업이었고
그가 재차 물었다.“영감님, 이 아이에게는 어떤 특별한 가치가 있을까요?”신자민은 수염을 쓸어내리며 말했다.“특별한 가치라… 아직은 잘 모르겠어. 신기한 것 외에는 딱히 특별한 게 없어 보여. 하지만….”신자민은 소녀의 몸에 난 꽃봉오리를 가리키며 말했다.“이 꽃봉오리가 진정한 가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꽃봉오리 안에 비밀이 숨어 있을 수 있어.”강책도 꽃봉오리를 바라보며 그것들이 피어나는 순간을 기대했다.화상그룹 배후의 비밀, 그는 이 소녀에게서 해답을 구해야 했다.이때, 신온이 안으로 들어오며 화가 난 말투로 말했다.“다 구경했으면 다들 나가시죠?”강책과 신자민은 잠시 당황했다가 아차 싶었다.이 아이가 신비로운 존재인 건 맞지만 그 전에 아직 어린 소녀였다. 인류일 수도 있고 이 아이에게도 감정이라는 게 있을 수 있는데 어찌 물품을 대하듯이 대놓고 연구한단 말인가?두 남자가 이런 식으로 소녀를 쳐다보고 있는 것도 실례였다.여자인 신온은 그들보다 더 세심했고 강책이나 신자민이 생각지 못했던 것을 바로 캐치해 냈다.그녀는 아이의 몸을 닦아주며 안쓰러운 말투로 말했다.“여태 관찰한 바로는 이 아이는 고작 세 살 아이의 지능을 가지고 있어. 두려움을 느낄 수 있지만 자신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지는 못해. 아주 어릴 때부터 실험품으로 길러지다가 접목 수술을 당했을 가능성이 높아.”강책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정말 그렇다면 아이가 너무 불쌍했다.이 소녀뿐이 아니라 더 많은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실험품으로 길러졌을 수 있다.이건 도덕성을 상실한 행위였다.이런 실험을 진행한 화상그룹은 짐승만도 못한 존재였다.신자민이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내가 잘못 생각했어. 이 세상에 신은 존재하지 않아. 이 소녀는 신의 걸작이 아니라 악마의 작품이야! 인간세상이야 말로 이 아이들에게는 지옥이었을 거야!”강책은 한숨을 쉬며 연구실을 나와 창밖을 바라보았다.오늘도 날씨가 여전히 좋지 않았고 하늘에는 먹구름이 가득했다. 언제든 비가 쏟아질
강책은 소녀의 일은 잠시 제쳐두고 집으로 돌아왔다.그의 집문 앞에 소형 차량 한 대가 멈춰 서더니 차 문이 열리고 건장한 남자가 박스 하나를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 뒤에는 50대 정도로 보이는 중년 여자가 뒤따르고 있었다.“소청 씨, 주문하신 물건이 도착했어.”중년 여자가 말했다.소리를 들은 소청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다급히 달려나갔다. 남자들은 조심스럽게 박스를 내려놓았고 소청은 그들에게 팁을 줘서 돌려보냈다.정몽연, 정계산과 강책 세 사람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소청을 바라보았다.“여보, 저게 다 뭐야?”정계산이 물었다.소청은 중년 여자를 가리키며 소개했다.“소개할게. 이분은 우리 학교의 서윤진 학생 주임님이셔.”소청은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었는데 상사인 서윤진과 사이가 꽤 좋았다.잠시 숨을 고른 소청이 박스를 가리키며 말했다.“2주 전에 우리 주임님이 대박 아이템을 하나 발견했거든. 근처에 파산한 보석 매장이 있었는데 액세서리를 대량으로 세일한대. 원가가 천만원 억대가 되는 액세서리를 90퍼센트나 할인해서 판매한다는 거야.”“그래서 서 주임과 돈을 합쳐서 대량으로 구매했어. 이제 제품이 도착했으니까 되팔면 큰 돈을 벌 수 있어! 아마 최소 억 단위는 벌 수 있을 거야!”그 말을 들은 강책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세상에 공짜는 없다. 아무리 들어도 소청은 사기를 당한 것 같았다.강책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장모님, 저거 진품 맞아요? 요즘 사기꾼들이 많아서 조심해야 해요.”그 말을 들은 소청은 기분 나쁜 심기를 드러내며 강책을 손가락질했다.“자네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바보라서 그런 뻔한 수법에 속았겠어? 이 액세서리들은 전부 나와 서 주임이 직접 확인하고 현장에서 돈을 지불하고 포장한 거야! 가짜일 리 없다고!”강책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그래도 다시 확인해 보세요. 지금 사기꾼들이 나이 드신 분들 돈을 얼마나 사기 치고 다니는데요. 조심해서 나쁠 건 없죠.”소청은 들을수록 기분이 나빴다.“자네
소청은 화가 치밀었다.“그게 무슨 말이야? 여기서 산 영수증도 있는데!”하해준은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며 반박했다.“그래서요? 물건은 우리 쪽에서 사고 제품을 바꿔치기 해서 가짜라고 우리를 모함하는지 어떻게 알아요? 아줌마, 지금 우릴 모함하는 거예요?”소청은 조바심이 났다.뻔뻔한 인간들은 많이 봤지만 이 정도로 뻔뻔한 인간은 처음이었다. “이게 사람을 만만하게 보고!”소청은 달려가서 하해준의 멱살을 잡았다.“아줌마, 그만하시지?”하해준은 힘껏 그녀를 밀쳤고 바닥에 주저앉은 소청은 아파서 눈물이 나왔다.“경비!”하해준의 외침과 함께 열 명 정도 되는 경비 직원들이 쇠파이프를 들고 밖으로 나와 소청 일행을 내쫓았다.그들은 억울했지만 폭력까지 휘두르는 저들을 이길 수는 없었다.이렇게까지 오리발을 내미는데 무슨 수로 돈을 돌려받는단 말인가? 게다가 그들은 고작 가녀린 여자들이었다.정몽연은 소청이 다쳤을까 봐 그 길로 차를 운전해 병원으로 갔다.가는 도중에 강책에게서 연락이 왔다.“여보, 어떻게 됐어?”“말도 마. 상대랑 말이 안 통해. 엄마는 저들과 실랑이를 벌이다가 다쳤어.”정몽연은 가게에서 있었던 자초지종을 강책에게 설명하며 그들이 인원수로 밀어붙여 자신들을 내쫓았다고 말했다.전화를 끊은 뒤, 강책은 말없이 집을 나섰다.30분 뒤, 그는 보석 가게에 도착했다. 강책은 간판을 힐끗 보고는 안으로 들어갔다.“손님, 찾으시는 제품 있으신가요?”“사장님은 어디 계시지?”“우리 사장님이요? 잠시만요.”점원은 안쪽에 대고 사장을 불렀다.“사장님, 여기 손님이 찾으시는데요?”잠시 후, 하해준이 밖으로 나왔다.그는 강책을 아래위로 훒어보고는 생글생글 웃으며 물었다.“손님, 어쩐 일로 저를 찾으셨나요?”강책은 무표정한 얼굴로 의자에 앉더니 두 손으로 카운터를 짚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우리 장모님이 1억2천만 원을 주고 여기서 가짜 액세서리를 구매했다고 들었는데 당신이 때려서 지금 병원에 계셔. 이거 어떻게 처리할 거야?”하해
경비 직원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강책에게 달려들려고 했지만 강책은 눈빛 하나로 그들을 제압했다.수라군신이 일반인들과의 싸움에서 밀릴 리 없었다.강책은 고개를 돌려 하해준을 바라보며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난 기회를 줬어. 당신이 그 기회를 발로 걷어찬 거야. 그러니 나를 원망하지 마.”저게 무슨 뜻일까?하해준은 겁에 질려 오줌이 나올 것 같았다. 절대적인 힘 앞에 그는 자신이 초라하게만 느껴졌다.“죄송해요! 돈은 환불할게요! 시키는 대로 뭐든 할게요!”그는 드디어 꼬리를 내렸다.강책은 냉랭한 눈빛으로 하해준을 쏘아보며 물었다.“어떻게 사과할 거야? 그리고 돈은 어떻게 환불할 생각이지?”하해준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당장 병원에 가서 장모님께 무릎 꿇고 사과드릴게요. 그리고 1억2천만원 그대로 돌려드리겠습니다!”강책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바깥에 있는 간판을 가리켰다.“저기 써있잖아. 가품이 하나라도 발견될 즉시 열 배를 배상한다고 말이야.”하해준은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건 그냥 광고 문구일 뿐이고 어디 가나 있는 문구였다. 하지만 저 문구에 쓴 대로 하는 가게는 거의 없었다.강책은 여전히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어쨌든 열 배를 배상한다고 했으니 넌 내 장모님께 12억을 배상해야 해. 할 수 있겠어?”할 수 없어도 거절할 수 없다!하해준은 이를 갈며 말했다.“할 수 있어요.”강책이 계속해서 말했다.“우리 장모님 돈도 돈이지만 다른 사람들 돈도 배상해야지. 전부 배상해 드리도록 해. 만약 누구 한사람이라도 돈을 못 받으면 나를 다시 만나게 될 거야.”말을 마친 그는 비수를 다시 뽑고는 가게를 떠났다.하해준은 통증에 눈물이 나왔다.다친 곳도 아프지만 마음이 더 아팠다.전부 열 배를 배상하려면 평생 이루어 낸 것들을 전부 토해내야 했다.병원.병실에 들어선 정몽연이 부드럽게 물었다.“엄마, 좀 어때요?”소청은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괜찮아. 살짝 스친 것뿐이야. 너 아까 누구랑 통
소청과 정몽연은 의아한 표정으로 서로를 번갈아보았다. 조금 전까지 기고만장하던 사람이 왜 이렇게 비굴한 자세로 나올까?하지만 놀랄만한 일은 뒤에 있었다.고개를 든 하해준은 지갑에서 수표 한 장을 꺼내 두 손으로 공손히 소청에게 건넸다.“어르신, 이 수표 꼭 받아주세요. 우리 가게에서 1억2천만원을 소비하고 가품을 가져가셨죠. 열 배를 배상한다는 원칙에 따라 12억을 환불해 드리겠습니다. 꼭 받아주세요.”이건 이상해도 너무 이상했다.정몽연은 하해준이 약을 잘못 먹은 게 아닌지 의심할 정도였다.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180도로 바뀔 수 있을까?소청은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다.수표를 본 그녀는 주저없이 그것을 받아 숫자를 확인하고 입이 찢어질 듯이 웃었다.“좋군! 좋아! 이렇게 성의를 보이는데 당연히 용서해 줘야지. 이제 돌아가.”하해준은 바닥에 고개를 조아리며 감사하다고 했다.“용서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말을 마친 하해준은 직원들을 데리고 병실을 떠났다.소청은 수표를 쳐다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12억! 교사 월급으로 평생을 모아도 모을 수 없는 돈이었다.‘나 부자 됐어!’다친 곳이 없기에 소청은 바로 퇴원하고 정몽연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집으로 돌아간 소청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12억짜리 수표를 탁자에 올려놓으며 말했다.“이게 뭔지 알기나 해?”금액을 확인한 정계산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여보, 은행이라도 털었어? 이 많은 돈이 다 어디서 났어?”소청은 인상을 구기며 반박했다.“그게 무슨 소리야? 이건 내가 받아낸 배상금이라고!”소청은 하해준이 찾아와서 사과한 일과 배상금을 건넨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녀는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말했잖아. 이거 대박 아이템이라고. 비록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는 했지만 어쨌든 잘 끝났으니 됐잖아. 앞으로 난 출근하고 싶으면 출근하고 쉬고 싶은 날은 쉴 거야. 힘들게 일할 필요도 없어.”말을 마친 소청은 일부러 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