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사람들은 음식에 거의 손을 대지 않았고 서로 치켜세우고 아부하기 바빴다. 강책은 이런 분위기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윤병철의 체면도 있기에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연회가 끝나고 윤병철은 강책을 따로 작은 방으로 불렀다.그리고 목소리를 낮춰 그에게 말했다.“강 선생님, 정가그룹이 강산 그룹에 가입하고 화상 그룹과 정면승부를 선포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강책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죠.”“준비는 좀 하셨나요?”강책은 담담하게 대답했다.“뭐… 더 강한 자가 승리하겠죠.”윤병철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그렇게 안일하게 대처하는 건 별로 좋지 못해요. 그러다가 제약이라도 걸리면 골치 아프거든요.”강책도 그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윤병철 앞에서 자신의 계획을 곧이곧대로 말할 이유도 없었다.윤병철은 계속해서 말했다.“제가 보기에 방어만 하기보다는 먼저 치는 게 더 효과적인 것 같네요. 화상 그룹의 약점을 알아내서 한번에 무너뜨리는 거죠!”강책은 윤병철의 의중을 알 수 없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그게 무슨 말씀이시죠?”윤병철은 강책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3일 뒤 저녁 열한 시, 흑수 부둣가로 가보세요.”그 뒤로 윤병철은 입을 다물었다.시간과 장소까지 알려줬으니 거기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강책이 직접 가서 확인하라는 뜻이었다.강책은 의아한 눈빛으로 윤병철을 바라보며 물었다.“구청장님도 화상 그룹을 주시하고 계셨어요?”윤병철은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주시할 수밖에 없었죠. 올해 화상 그룹은 강남구에서 피바람을 일으키고 여세를 몰아 대거 확장을 진행했어요. 하필 우리 정부 관원들은 그자들의 실체를 전혀 파악할 수 없었죠. 끊임없는 조사 끝에 약간의 단서를 건졌지만요. 강 선생, 3일 뒤, 강 선생이 직접 확인해 주세요.”“알겠습니다.”두 사람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의 생각을 알았으니 다른 말은 필요 없었다. 손을 잡자고 말한 적은 없지만 그들은 실제 행동으로 서로에게 신뢰를 보였다.정
강책이 집으로 돌아오자 가족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상황을 물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아무 일 없었어요.”강책은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정몽연은 그에게 다가가가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아무 일 없었으면 됐어. 참, 우리 아이 출생신고 하러 가야 해. 더 이상 미룰 수 없어.”강책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강책은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출생신고를 하러 구청으로 향했다.목적지에 도착한 강책은 차에서 내려 우산을 펼치고 정몽연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출생 신고 좀 하려고요.”강책이 구청 직원에게 말했다.올해 신입으로 입사한 그 여직원은 강책을 보자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여기 서류 작성 좀 해주세요.”하지만 말만 그렇게 할 뿐, 서류를 건네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강책은 멍하니 창구에 서서 한참을 기다리다가 짜증스럽게 물었다.“손톱 좀 그만 다듬고 서류 좀 저한테 주시겠어요? 서류 주셔야 작성을 하죠.”직원은 인상을 확 쓰며 고개를 들고 강책에게 짜증을 냈다.“왜 소리 지르고 그러세요? 여기 그렇게 떠드는 곳 아니에요! 소리만 지른다고 일이 해결 돼요?”신입인데 말하는 말투는 전혀 신인 같지 않았다.강책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여직원을 노려보았다.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정몽연은 다급히 달려와서 그를 뜯어말렸다.그녀는 아이를 안은 채, 남편의 옷깃을 잡아당기고는 여직원에게 말했다.“죄송해요. 저희 남편이 성격이 좀 급해서요. 불쾌하셨다면 제가 사과드릴게요. 서류 작성할 수 있게 좀 건네주시겠어요?”아주 공손하고 예의 바른 말투였다.하지만 그럼에도 직원은 고개도 들지 않고 심드렁하게 대꾸했다.“잠시 기다려요!”예의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태도와 말투였다.어떻게 이런 사람이 직원으로 이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지?밖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었고 찬 바람이 들어와 정몽연은 추위에 떨고 있었다. 그녀는 아이가 감기라도 걸릴까 봐 아이를 품에 꼭 안았다.아내와 아이는 추위에 떨고 있고 직
바로 팀장이 원하던 것이다. 팀장은 여자 직원을 가리키며 말했다. “사과를 하겠다고요? 네, 하세요. 저 여자분께 진심으로 사과하면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여자 직원은 허리를 꼿꼿이 펴고 거만하게 고개를 들었다. ‘감히 네가 나한테 까불어?’여자 직원은 든든한 팀장을 믿고 거만하게 굴며 강책을 무시했다. 강책은 고작 일용직 왜 이렇게 건방지게 행동하는지 알았다. 바로 뒤에 든든한 버팀목이 있었던 것이다. 강책은 차갑고 무서운 눈빛으로 여자를 쳐다봤다. 강책의 성질을 잘 아는 정몽연은 강책의 옷소매를 잡아당기며 속삭였다. “남자는 굽힐 줄도 알아야 해. 감옥에 가는 것보다 사과하는 게 낫지 않아? 우리 아이도 호적에 올려야 해. 더 이상 시간 지체하지 말고 빨리 사과하자.”남자라면 굽힐 줄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절대 굽힐 수 없을 때도 있다!오늘은 절대 굽힐 수 없다!강책은 차갑게 말했다. “저런 건방진 사람한테 사과를 하라고? 꿈 깨!”여자 직원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 여자 직원은 팀장의 팔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팀장님 이것 좀 보세요. 절대 사과 안 하잖아요!”화가 난 팀장은 말했다. “좋아, 당신 배짱이 대단하군요. 사람들 앞에서 경찰을 모욕하다니. 이 법률도 모르는 놈 체포해!”범이 깊은 산을 떠나면 개에게 무시를 당하듯 능력이 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불리한 지경에 빠지면 무시를 당한다. 강책은 수라 군신의 신분인 자신이 일용직 노동자에게 무시를 당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하하, 강남구의 질서는 모두 무너졌다. 강남이 퇴임한 후부터 강남구에는 지도자가 없어 개나 소나 무서운지 모르고 판을 치기 시작했다.강책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경찰관이 강책을 체포하려고 하는 순간, 차 한 대가 도착했다. 바로 구청 사람들이었다. 경찰들은 모두 당황했다. 구청 사람들이 왜 왔지?한 중년 남자가 차에서 내렸다. 바로 모두가 알고 있는 윤병철의 비서 양형민이었다. 경찰들은 양형민를 보고 당황했다. 양형민의 등장으로
팀장은 말문이 막혔다. 또한 강책을 어떻게 대면해야 할지 몰랐다. 이때, 양형민은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어떻게 하실 건가요? 강 선생님을 체포하실 건가요?"체포?팀장의 배짱이 아무리 좋더라도 절대 강책을 체포할 수 없다!팀장은 울먹거리며 말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어떻게 두 번 실수를 하겠습니까? 윤병철 구청장님의 생명의 은인인 강 선생님을 어떻게 체포하겠습니까? 절대 그럴 수 없습니다."사람이란 기세에 눌리면 주눅 들기 마련이다. 방금까지 사나운 기세로 몰아붙였던 팀장은 잔뜩 주눅 들었다. 팀장은 웃으며 강책에게 말했다. “강 선생님, 방금은 제가 죄송했습니다. 제가 그렇게 말하면 안 됐는데.. 사실 이 모든 것은 저희 직원 잘못입니다. 근무시간에 매니큐어를 칠하는 것은 말도 안 되죠!”사람들은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 방금까지 여자 직원을 편을 들던 팀장은 순식간에 태세 전환을 했다. 정몽연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그럼 저희 아이 호적 문제는요?"“제가 당장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팀장은 직원을 밀쳐내고 정몽연을 의자에 앉힌 후 직접 호적 문제를 처리해 주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이렇게 나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굳이 일을 크게 벌이다니...정몽연이 호적 문제를 처리하고 있을 때, 양형민이 강책에게 눈짓을 하자 강책은 이를 알아챘다.그리고 잠시 후, 두 사람은 한쪽 구석에서 은밀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양형민은 강책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구청장님께서 강 선생님에게 전달해 주라고 하셨습니다.”양형민은 강책에게 봉투를 건네주었다. 봉투를 건네받은 강책은 열어보지 않아도 뭐가 들었는지 알 수 있었다. 봉투 안에는 강책에게 너무 익숙한 총이 들어있었다!양형민은 강책에게 말했다. “구청장님께서 강 선생님이 위험할까 봐 특별히 신청하셨습니다. 최대한 쓸 일이 없길 바랍니다.”강책은 조용히 총을 챙겼다. 윤병철이 총을 챙길 만큼 긴장했다는 것은 강책이 앞으로 직면해야 할 일들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3일 후, 흑수 부
강책은 싸늘한 눈빛으로 묵묵히 손에 쥔 총을 만지작거렸다. 화상 그룹, 가만두지 않겠어!......그 시각, 화상 그룹 이사회실. 화상 그룹 신태윤 부회장은 이사회실 안에 앉아 있었다. 신태윤은 신태민의 형이자 신가 집안의 장남으로 강남구 지점을 책임지고 있다. 화상 그룹이 현재 위치에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신태윤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 사과를 깎고 있던 신태윤은 무심코 말했다. “셋째야, 너의 경솔한 행동 때문에 회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어.”즉, 최근 신태민이 강책과 마찰이 있었던 것을 말하는 것이다. 신태민은 차갑게 말했다. “내가 뭘 경솔했어? 강책이 먼저 나를 도발해서 그런 거잖아? 화상 그룹 이사직한테 시비를 거는데 내가 참으면 화상 그룹이 망신을 당하는 거잖아?”신태민의 말도 일리가 있다. 신태윤은 말했다. “강책의 도발에 대응하는 것은 문제없어. 하지만 네가 졌잖아! 화상 그룹이 강남에서 패배하면 문제가 커져.”할 말이 없는 신태민은 그저 콧방귀만 뀌었다. 신태민은 강책에게 진 것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다. 신태윤은 계속해서 말했다. “너는 앞으로 아무것도 하지 말고 조용히 있어. 3일 후에 물건이 들어올 때까지는 어떤 일도 생겨서는 안 돼. 그러니 그때까지 말썽 피우지 말고 조용히 있어. 물건이 정리되면 형이 강책 처리해 줄게.”신태민은 깜짝 놀라며 신태윤에게 물었다. “형, 이번에 물건 들어와? 그럼 우리 떼돈 벌겠네!”큰돈을 버는 것은 당연하다. 신태윤은 말했다. “그렇게 큰돈을 버는 건 아니야. 강산 그룹과 정부 당국이 우리를 주시하고 있어. 강남구 지점은 언제 무너질지 몰라.”신태민은 웃으며 말했다. “무너질 리가 있어? 강남구에서는 우리가 최고인데, 누가 감히 우리한테 맞서겠어?”신태윤은 웃으며 말했다. “강책이라면 감히 맞서지 않을까?”강책에게 당하고 대응할 방법이 없는 신태민은 할 말이 없었다. “흥! 강책, 딱 3일만 기다려. 3일 후에 쓴맛을 보여줄게.”신태민은 말
이어지는 3일간, 강남구는 비가 내렸다. 매일 내리는 보슬비에 길가에 우산을 쓴 행인들이 가득했다. 하늘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먹구름이 가득했다.신기한 건 이때가 강남구에서 가장 조용한 나날들이었다는 점이다.중대한 뉴스도 없었고 범죄 사건도 없이 평화롭기만 했다.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큰 불안감을 조성했다.강남구는 원래 이렇게 평화로운 지역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죄악이 판을 치던 도시에 죄악이 사라졌다는 건 정말 사라진 게 아니라 그들이 깊숙이 숨어서 폭발할 기회를 노린다는 뜻이기도 했다.굉장한 것이 오고 있었다.3일 뒤.깊은 밤, 열 시.강책은 검은색 옷을 입고 권총을 허리에 챙긴 뒤, 집을 나섰다. 그는 보슬비를 맞으며 조용히 차에 올랐다.그리고 길게 심호흡하고 차에 시동을 걸었다.한편.정몽연은 소파에 앉아 멍하니 TV를 보고 있었다. 시선은 TV로 가 있었지만 마음은 이미 강책을 따라가고 있었다.강책은 그녀에게 옛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했으나 그 친구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그는 도대체 누굴 만나려고 이 밤중에 나간 걸까?또 위험한 일을 하려고 나간 건 아닐까?정몽연은 혹시라도 그가 위험한 상황에 처할까 봐 불안에 떨었다. 그녀는 긴 한숨을 내쉬고는 잡생각을 떨쳐버리려고 드라마에 정신을 몰두했다. 하지만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그녀는 불안했다.가는 길.강책은 홀로 차를 운전해서 어두운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빗물이 차창을 때리고 있었다.와이퍼가 규칙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흑수부둣가는 그가 있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20분 정도 달려서 강책은 부둣가에 도착했다.물류가 들어오는 부둣가였는데 국내 각 대도시로 가는 물류들이 이곳을 거치게 된다. 겉보기에는 평범하고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곳이었다.하지만 윤병철이 강책을 이곳에 보냈다는 건 뭔가 문제를 발견한 게 틀림없었다.강책은 차를 세운 뒤, 조용히 차에서 내려 우산을 펼쳤다. 그러고는 어두운 길을 조용히 가로질렀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길에 사
사내는 조급해졌다.그는 두 손을 내밀어 강책을 끌고 가려고 했지만 강책은 손을 휘휘 저어서 그의 손을 쳐냈다.두 사람의 실력 차이는 상당했다.그리고 이때 더 의아한 일이 벌어졌다. 화물을 나르던 일꾼이 힘에 부쳐서인지 아니면 비에 미끄러진 건지, 갑자기 바닥에 쓰러졌고 운반 중이던 상자가 바닥에 떨어지며 두 바퀴 굴렀다.그리고 구르던 상자 안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어린 소녀의 비명이었다!순간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일꾼들은 당황한 눈빛으로 바닥에 떨어진 상자를 쳐다보고 다시 자신이 들고 있는 상자를 보고는 겁에 질려 걸음을 멈추었다.안에 전부 산 사람이 들었던 걸까?화상그룹이 화물 상자에 사람을 실어 나른다고?이런 상황은 모든 일꾼들이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들이 아무리 간이 크다고 해도 산 사람을 운반할 정도는 아니었다.일꾼들의 대장은 인상을 쓰며 고민에 잠겼다.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그는 큰 소리로 사람들에게 소리쳤다.“멍하니 서서 뭐 해? 빨리 안 움직여?”한 일꾼이 말했다.“상자 안에 든 게 정말 사람인가요?”대장이 웃으며 말했다.“사람은 무슨! 그 안에 든 건 명품 술이야. 조금 전에 바닥에 떨어지면서 깨지는 소리가 났는데 자네들이 잘못들은 거라고!”유리병이 깨지는 소리와 사람 비명소리를 착각할 바보는 없었다.대장이 계속해서 말했다.“빨리 짐 옮겨. 최대한 빨리 움직여! 이번 건은 일당을 두 배로 쳐주지.”돈은 귀신도 춤 추게 한다고 했던가?일당이 두 배라는 말을 들은 일꾼들은 더 이상 주저하지 않았다.안에 뭐가 들었든 이제는 중요하지 않았다.중요한 건 돈이었다!돈만 충분히 준다면 뭐든 할 수 있었다. 이 세상은 돈이 없이 돌아갈 수 없다.그리고 이때, 강책이 그들에게 다가갔다.다른 사람들에게는 돈의 유혹이 먹힐지 몰라도 그는 아니었다. 다른 사람이 무서워서 접근하지 못해도 그는 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은 눈 감고 귀를 막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그는 사람들
아이의 출현에 현장에 있던 모두가 어찌할 바를 몰랐다. 소녀의 몸에서 식물이 자라는 것을 본 일꾼들은 겁에 질려 구석진 곳으로 몸을 숨겼다. 그들은 괴물을 보는 눈빛으로 이 소녀를 바라보았다.사실 이 이종족이 그렇게 강한 존재라면 이렇게 짐짝처럼 박스에 갇혀 어딘가로 운송될 일도 없었을 것이다.강책은 우산을 든 채, 비 속에 서서 상자 속 소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알 수 없는 연민과 동정심이 솟구쳤다.그에게도 딸이 있었다.만약 누군가가 그의 딸을 짐짝처럼 화물차로 운송한다면 강책은 상대의 사지를 찢어버렸을 것이다.강책은 소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하지만 소녀는 상자에 몸을 웅크린 채, 놀란 짐승처럼 바들바들 떨기만 했다.아이는 상자의 맨 안쪽에 자리를 잡고 겁에 질린 눈망울로 강책을 올려다보았다.이때 소란이 일더니 사람들이 이쪽을 포위했다. 그들의 손에는 총이 들려 있었다.수많은 총구가 강책을 겨누었다. 아무리 강책이라도 쉽게 빠져나갈 수는 없었다.사람들이 양 갈래로 흩어지자 한 남자가 앞으로 나왔다. 화상그룹의 부회장, 신태윤이었다!그는 맨 앞에 서서 냉랭한 시선으로 강책을 쏘아보았다.오늘 밤이 지나서 강책과 정면 승부를 보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일이 앞당겨졌다. 혼자서 흑수부둣가로 찾아오다니!신태윤이 물었다.“강책, 이곳에는 왜 온 거지?”왜라니?강책은 상자 안의 소녀를 가리키며 말했다.“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이거로 설명이 된다고 생각하는데.”오늘 밤, 그는 이것들 때문에 이곳에 왔다.신태윤이 인상을 쓰며 물었다.“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야?”사실 강책은 아는 게 없었다.하지만 그렇다고 모르는 걸 티 내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내가 뭘 알고 있는지까지 당신에게 보고해야 하나?”신태윤은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상관없어. 나한테 보고해도 좋고 안 해도 좋아. 어차피 넌 여기를 살아서 나가지 못할 테니까.”그가 손짓하자 모든 총구가 강책을 겨누었다.신태윤이 손짓 한 번만 더 하면 수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