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각, 이 상황을 전혀 모르는 강책은 집에 도착해 아내와 함께 딸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있었다. 하지만 강책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되었다. 방금 딸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있을 때 정부 사람들이 선물과 치료비를 가지고 정가 집안에 찾아왔기 때문이다. 강책과 가족들은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정부 사람들의 말을 듣고 모든 것을 알아차렸다. 바보가 아닌 이상 강책을 죽이려는 속셈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하지만 정부 측의 제안을 거절할 수 있을까?절대 그럴 수 없다. 정부 측에서 선물까지 들고 찾아왔으니 윤병철을 살리고 싶든 살리고 싶지 않든 한번은 보러 가야 한다. 무조건 가야 한다. 강책을 보내기 아쉬운 정몽연은 강책의 손을 잡았다. 정몽연은 강책이 이대로 가면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강책이 윤병철의 병을 고친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치료하지 못하고, 심지어 윤병철이 죽기라도 하면 강책은 골치 아파질 것이다. 윤병철의 병은 결코 쉽게 치료할 수 있는 병이 아니다.강책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또한 강책은 누가 자신을 죽이려는지도 아주 잘 알고 있다. 강산 그룹에서 나올 때 손재언이 했던 말처럼 상대는 매우 빠르게 반격했다. 강책은 윤병철이 절대 고의로 본인을 죽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의 목숨으로 남을 죽일 사람이 어디 있을까? 절대 없다. 강책을 죽이려는 사람은 신태민뿐이다. 하지만 신태민의 머리로는 이렇게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낼 수 없다. 누군가 신태민에게 알려준 게 분명하다. 만약 강책이 이번 고비를 무사히 넘긴다면 반드시 신태민의 조력자를 찾아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해서 강책을 귀찮게 할 것이다. 강책은 짐을 챙긴 후 정부 직원 두 명과 함께 차에 올랐다. 정몽연은 강책의 뒷모습을 보며 불안해했다. 정봉성은 정몽연을 위로했다. “걱정 마세요. 강책 씨 의술이 얼마나 훌륭한지 알죠? 신자민 씨의 제자는 반드시 윤병철 씨의 병을 치료해 낼 겁니다.”정봉성은 신자민도 윤병철의 병을 치료하지
이 상황에서 치료하지 못하는 것은 둘째치고 구역질이나 안 하면 다행이다. 하지만 강책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 실력이 뛰어난 의사라면 아무리 열악한 환경이라도 차분함을 유지해야만 실수 없이 치료를 할 수 있다. 사전에 준비를 철저히 하면 일을 순조롭고 빠르게 할 수 있다. 강책은 전혀 서두르지 않고 윤병철의 몸 상태를 꼼꼼히 살펴본 후 문제점을 파악했다. 윤병철의 몸 안에 가스가 차 있었다. 가스는 윤병철의 온몸에 퍼져 기경팔맥이 거의 마비되어 혈액이 막힌 상태였다. 곧 죽을 것 같은 심장마비는 치료가 매우 어렵다. “치료하기 힘듭니다.”설민은 강책의 말을 듣고 상심하며 말했다. “강 선생님, 치료방법을 다시 한번 생각해 주세요. 하루라도 더 늦게 갈 수만 있길 바라요. 착한 남편이 이렇게 처참하게 보낼 수 없어요.”강책은 간단명료하게 말했다.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강책은 일단 윤병철의 몸에 편작 신침을 놓고 인공호흡을 하여 혈액을 통하도록 했다. 그리고 다시 편작 신참으로 혈액을 막아 숨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이것도 일시적일 뿐 계속 막을 수는 없었다. 가스를 빼내지 않으면 계속 온몸을 휘젓고 다니다 혈관을 뚫고 나오면 상태가 더욱 위급해질 것이다. 강책은 가스가 혈관을 뚫고 나오기 전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강책은 잠시 가스를 막은 후 윤병철의 기경팔맥을 회복시켜 혈관을 통하도록 했다. 치료는 장작 두 시간 동안 계속되었다. 이때, 윤병철의 다리는 계속해서 부풀어 올라 금방이라도 터질 듯했다. 강책은 혈관이 곧 터질 거라고 생각했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집중해야 한다. 혈관을 회복시킨 후에는 막힌 혈액을 뚫어야 한다. 강책은 편작 신침으로 혈액을 조금씩 뚫어 온몸에 피가 제대로 흐르도록 했다. 시간이 거의 다 됐다. 강책이 윤병철 허벅지에 있던 편작 신침을 뽑자 혈관 속에 있던 가스가 순식간에 사방으로 흩어지며 온몸으로 퍼졌다. 가스는 윤병철의 머리부터 발까지 온몸을 휘저었다. 윤병철은 마치 사람
무슨 일이든 시간이 촉박할수록 더욱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마구 처리하면 일을 망치게 될 뿐만 아니라 큰일도 해내지 못한다. 그러나 이런 일은 말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많은 사람들이 긴장하고, 중요한 순간에 일을 실패하는 것은 모두 정신적인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마음가짐이 잘못된 사람들이다.그러나 강책은 그런 사람들과 전혀 반대의 사람이다.그는 전쟁터에서 직접 칼을 휘둘렀으며, 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했다.그러니 지금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를 당황하게 하기에 충분하지 않았다.강책은 깊게 숨을 들이 마시고, 평소대로 윤병철의 몸속에 있는 기를 처리했다.처음에는 자신의 기를 이용해 윤병철의 몸속에 있는 기를 입으로 뱉어낼 생각이었다.나쁜 기만 그의 몸속에서 나오면 괜찮을 것이다.그러나, 그의 몸속에 있는 기는 강책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대단했다.강책이 기를 입 밖으로 빼내려고 유도할 때마다, 기는 다시 그의 몸속으로 숨어버렸다.'어떻게 하면 좋을까?'강책은 눈을 가늘게 뜨고 시계를 보았다.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만약 기가 계속 그의 몸에 남게 되면, 반드시 죽게 될 것이다.'어떻게 하면 기가 빠져나올 수 있을까?'윤병철이 죽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숨을 들이쉬지 않고 내쉬어야만 기가 빠져나오게 된다.잠깐!강책은 불현듯 '팔괘계침'의 '가사술'이 떠올랐다. 은침을 이용해 사람의 신체 흐름을 모두 차단할 수 있어 마치 죽은 사람인 것처럼 보인다.하지만 몸은 미묘한 균형을 이뤄 실제로 죽은 것은 아니다.이것은 매우 신기한 한의 현상으로 죽느냐 마느냐의 임계점이 있다.'팔괘계침'은 매우 특이하고 실제 조작이 어려운 침술이다. 강책은 지금까지 '가사술'을 실전해 본 경험이 없었다.오늘이 바로 그날이다.강책은 침대에 누운 윤병철은 가만히 쳐다보았다. 지금 당장 숨을 멎게 하지 않으면 그는 반드시 죽게 된다.지금 바로 그의 숨을 멎게 해야 한다!강책은 조금도 시간을 지체하지
"귀신을 속여도 나는 못 속여! 내가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을 구분하지 못할까 봐 그래? 우리 남편이 지금 숨도 쉬지 않는데 3일 뒤에 깨어난다는 말을 믿으라는 거야? 하하! 3일 뒤면 시체가 썩어 증거조차 찾지 못하겠지? 강책 이 죽일 놈! 내가 진짜 모를 것 같아? 너 내가 너한테 죄를 뒤집어 씌울 가봐 이러는 거 맞지? 3일이면 짐을 싸고 도망칠 시간이네. 내가 경고하는데 넌 이제 내 손에 죽었어!"설민이 손을 휘두르잔 경찰들이 집 안으로 들어왔다.설민은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이 돌팔이 의사가 우리 남편을 죽였어요... 빨리 이 살인범 좀 잡아주세요."몇 명 경찰은 강책의 상대가 아니다. 강책의 능력으로는 경찰들을 바로 쓰러뜨리고 도망칠 수 있었다.그러나 그는 순순히 경찰의 지시에 따랐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의 적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강책이 상대해야 할 사람은 설민이 아니다. 누군가 뒤에서 다른 자신과 설민의 사이를 이간질하고, 윤병철은 죽게 만들었다. 설민은 그에게 감쪽같이 속아 아직 옳고 그름을 구분하지 못한다. 그러니 무슨 일이 있어도 참아야 했다.만약 강책도 화를 내고 설민과 싸우게 된다면 적의 계략에 뛰어든 것이다.강책은 반격하지 않고, 경찰이 자신의 손에 수갑을 채우는 것을 내버려 두었다.강책은 경찰차에 앉기 전 설민을 돌아보며 당부했다. "사모님, 제가 한 말은 모두 사실입니다. 청장님은 아직 살이 있습니다. 3일이면 회복할 테니 그동안 절대 침을 뽑으면 안 됩니다. 만약 침을 뽑으면 허사가 될 것입니다."그의 말에 설민은 화가 치밀어 소리를 질렀다."아직도 나를 속이려고 그래? 빨리 서로 데려가세요! 강책 너 법의 판결을 받게 될 것이야!"경찰은 바로 강책을 경찰서로 데려갔다.설민은 눈물을 훔치며 숨을 쉬지 않는 윤병철을 내려다보았다."영감... 우리 영감, 평생 남한테 싫은 소리 한번 하지 않았는데 어쩌다 이렇게 죽게 되었어요?""하나님... 어떻게 우리 영감한테 이럴 수 있으세요? 평생 바르게
신자민의 말에 설민은 깜짝 놀랐다. 강책이 신자민의 제자라고? 그것도 마지막 제자?신자민이 어떻게 강책을 제자로 받아들일 수 있지? 그것도 입만 살아있는 강책을?설민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물었다."정말이에요? 신자민 의원님, 정말 강책이 의원님의 마지막 제자인가요?"신자민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네. 강책은 저의 수많은 제자들 중, 의술이 가장 훌륭한 제자입니다. 가끔은 이 스승보다 더 훌륭한 것 같습니다."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었다고?그런데 왜 난 하나도 못 알아챘지?"그러나 입을 열면 거짓말만 했어요. 우리 영감의 숨통을 끊어버리고 누명을 씌울까 두려워 사흘 뒤, 108개의 침을 뽑으면 다시 회복될 수 있다는 허풍을 떨었어요. 신자민 의원님, 의원님도 우리 남편이 곧 죽는다고 했잖아요. 숨도 쉬지 못하는 사람이 정말 살아날 수 있겠어요?"신자민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그가 보기에 윤병철은 이미 죽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 세상에 확실한 정답은 없다. 신자민이라도 아직 세상 모든 의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이 세상 어딘가 그가 모르는 의술은 나타나기 마련이다.신자민은 고개를 숙이며 겸손하게 말했다."방금 제가 말한 것처럼 강책은 의술이 뛰어난 젊은이입니다. 저보다 더 훌륭한 의원이니 만약 강책이 한 말이라면 한 번 믿어보세요. 사흘 뒤, 윤병철 청장이 진짜 회복할지 어떻게 압니까?"그의 말에 설민은 눈살을 찌푸렸다.'휴... 신자민도 어쩔 수 없는 늙은이야.'그녀는 신자민에게 욕설을 퍼붓고 싶었지만 그의 뛰어난 의술을 생각해서라도 입을 꾹 닫았다.그녀의 마음을 눈치챈 신자민은 수염을 만지며 미소를 지었다."아무런 증거도 없는 허황된 말이라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가끔 그 허황된 말에서 기적이 발생합니다. 사모님, 이 늙은이와 내기를 해보시겠습니까?"'뭐라고?'그의 말에 설민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기한은 3일입니다. 3일 동안, 사모님은 강책에게 그 어떤 피해도 끼쳐서는 안됩니다. 3일 뒤,
신태민은 바로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강책이 그의 심기를 두 번이나 건드렸으니 이제는 자신의 체면을 찾아와야 한다."강책, 네가 날 때렸지?""네가 그렇게 잘났어? 그깟 싸움 실력으로 나를 죽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거야?""감히 나를 때리다니. 너는 이제 내가 죽인다!""장 집사, 이번에 무슨 수를 써서든지 강책을 평생 교도소에서 지내게 만들어."그의 말에 장민수는 씩 웃으며 말했다."이미 경찰서에 잡혔는데 나올 방법이 있겠습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도련님. 제가 미리 손을 써두었습니다.""그래?""네. 언론사에 미리 언질 해 두었으니, 도련님 지금 휴대폰으로 확인해 보세요.""정말이야? 휴대폰 이리 줘."신태민은 바로 휴대폰으로 최신 뉴스를 검색했다.장민수의 말대로 강책이 남방 윤 청장을 죽였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뉴스에는 강책이 도망칠 우려가 걱정되어 미리 교도소에 감금했다는 내용도 있었다.뉴스에는 윤 청장의 따뜻한 이야기와 그동안의 실적을 나열했다. 그러자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다.우리 청장님... 얼마나 힘드셨을까?돌팔이 하나 때문에 우리 청장님이 죽었다니.시민들은 실제로 일어난 일들을 모르고 그저 뉴스에 보도되는 것만 믿었다. 그들은 뉴스가 흐르는 방향에 따라 흐르게 되어 있다.일의 진상이 무엇인지 그들은 알 길이 없다.좋은 윤 청장이 돌팔이 의사에게 살해당했다는 공통적인 정보만 알 수 있다.이 정보가 바로 장민수가 언론사에 퍼뜨린 정보였다.뉴스의 힘은 보이지 않는 칼날이었다. 매 뉴스마다 시민들의 손에 쥐인 칼자루처럼 강책을 베었다.강책은 이미 언론의 폭격을 맞았다.시민들은 직접 청와대에 청원하며 하루라도 빨리 강책에게 사형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강책같은 돌팔이는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합니다!""돌팔이를 죽여 우리 윤 청장의 한을 풀어주세요!""왜 좋은 사람은 죽고 나쁜 사람은 살 수 있는 세상입니까! 불 공평합니다!""강책 죽어!""경찰 아저씨, 제발 강책을 죽여 주세요. 엄하게 벌하여 주세요!"노인
지난 3일 동안 강책은 모든 시민들의 공공의 적이 되었고, 매일 강책을 죽이겠다는 청원이 줄어들지 않았다.정씨 가문의 저택.정몽연은 그동안 집 문밖을 한 발자국도 나오지 못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여 저택의 불도 켜지 않았다.정봉성도 강책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모두 모른다는 답변뿐이다.정몽연은 강책이 걱정되어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윤병철의 병을 고쳐주러 간 강책은 결국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아이가 세상에 태어난 지 불과 며칠밖에 안 됐는데, 강책이 목숨을 잃기라도 한다면 아이는 아빠 없는 고아가 된다는 생각에 정몽연은 울음을 터뜨렸다.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강책을 못 오게 하는 것이다.정몽연의 부모님도 속수무책이었다. 이제야 자신들이 얼마나 약한지 깨닫고 강책이 없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자신의 무능함을 탓할 수 없어 한숨만 내쉬었다.가족들은 집에서 애타게 기다리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인지 약방신자민은 그의 딸 신온은 서로 마주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신온이 강책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신자민은 알고 있었다.그녀는 평생 남자에게 마음을 준 적이 없다. 강책이 그 유일한 사람이었고, 마지막 사람이다.그 남자가 죽는다는 소식에 신온은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그녀가 신자민을 보며 물었다."아버지, 윤병철 청장은 죽었고, 강책도 대라금선이 아니니 죽은 사람이 어떻게 다시 살아 돌아온다는 말이에요?"신자민은 한숨을 내쉬었다."나도 지금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 잘 모르겠어. 그런데 강책은 절대 터무니없는 말을 할 사람이 아니야. 윤병철 청장이 3일 뒤에 회복된다고 했으니 꼭 깨어나겠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나도 잘 몰라."그들은 모두 강책을 굳게 믿고 있었다.그러나, 강책의 행동이 너무 무모하다는 것이다. 어떻게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나는 상황이 있을 수 있을까?신온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아버지, 왜 설민 사모님과 내기를
그건 장난으로라도 시도해 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별로 위화감이 없어 보이긴 하지만 순서가 틀리거나 힘 조절을 잘못하면 언제든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의사들은 아무도 그런 책임을 감당하지 못하겠다는 듯, 난감한 표정으로 뒷걸음질쳤다.게다가 상대가 강책인데 혹시 실수라도 하면 아무도 그 뒷감당을 책임질 자신이 없었다.신자민도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책임이 두려운 게 아니라 침을 잘못 뽑았다가 윤병철이 사고라도 당하면 강책 역시 무사하지 못할 게 뻔하니 감히 나서지 못했다.침을 놓은 자가 침을 뽑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신자민이 말했다.“사모님, 강책을 풀어줘서 침을 뽑게 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만약 효과가 없다면 그때 다시 잡아들여도 늦지 않아요. 저도 그렇게 되면 같이 벌을 받겠습니다.”“당신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어쩔 수 없지!”설민은 부하들에게 손짓하며 지시를 내렸다.“강책을 데려와.”잠시 후, 형사 두 명이 건장한 체구의 한 남자를 데려왔다. 강책이었다.신온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강책이 강남구에 돌아온 뒤로 그를 직접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상황이 조금 이래서 민망했다.신온은 강책을 보자마자 설레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었다.비록 그가 이미 가정이 있는 남자이고 그의 아내가 아이를 출산했다는 얘기도 들었지만 한 번 시작된 사랑은 도저히 멈출 수 없었다.강책이 다가오자 설민이 말했다.“강책, 난 네가 시키는 대로 다 했어. 우리 남편 몸에 손도 대지 않았지. 침도 108개 그대로 있어.”“3일이나 지났으니 너도 내가 원하는 결과를 보여줘야 하는 게 아닌가? 우리 남편 이제 깨어나야 하는 거 아니냐고.”강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럼요. 지금 침을 뽑으면 구청장님은 건강을 회복하실 겁니다.”의사들은 서로를 번갈아보며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었다.평생 사람들을 진료해 온 그들인데 죽은 사람 산 사람 구분 못할까?“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허세가 대단하네요. 저 자식이 무슨 수로 죽은 사람을 살려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