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도국영은 두터운 서류들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서류들을 탁자위에 올려놓고 눈살을 찌푸린 채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고 소파에 드러누웠다. 곧이어 어현이 다가오더니 탁자 위에 놓인 서류들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 졌다.“아들아, 이 서류들 다 어디에서 가져온 거야? 다 도가 핵심 기밀 관련된 거 잖아!” 도국영이 사실대로 답했다.“그 노인네가 준거 에요.” “무슨 소리 하는 거야, 그 노인이 왜 줘?” “진짜에요,강책이 저를 몰아 세워서 도가를 무너뜨릴 생각이에요. 그 노인네한테 겁주려고 했는데, 겁먹기는 커녕 오히려 도가의 핵심기밀 정보들을 모두 저한테 넘겼어요. 이걸 가지고 강책의 뜻에 따르게 말이죠, 그 노인네 뭐 잘못 먹은 거 아니에요?진짜로 자기 집안을 무너뜨릴 생각은 아니겠죠?”도영승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리는 집안의 가주다. 돈과 권력을 사랑하는 자가 자신의 집안을 위험에 빠뜨릴 일은 없다. 그의 말에 어현이 눈살을 찌푸리고는 “혹시 그 노인네가 파놓은 함정이 아닐까?” 라며 물었다. 도국영은 그녀의 말에 눈살을 찌푸리고는 도영승에게 돌아갈 이득을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어현은 계속 말을 이었다.“아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네 상황이 엄청 위험한 것 같아. 그냥 바로 경찰에 신고하고, 도가집안을 샅샅이 뒤지게 하면 네 아버지도 찾을 수 있을 거야.” 도국영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아무런 증거도 없는데, 경찰이 어떻게 저희 말을 믿겠어요? 증거가 없다면 경찰 측에서도 사회 분위기 때문에 도영승처럼 높은 사람은 쉽게 건들지 않아요. 그리고 시민 집도 쉽게 들어가지 못하는 데, 무슨 수로 경찰에 신고를 해요.” 어현은 할말이 없었다.“그럼,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야? 강책한테 연락할거야?” “네, 그래야죠. 그 노인네가 지시한대로요, 제대로 하지 않으면 옆에서 계속 있을 수가 없어요. 일단은 먼저 해보려고요, 만약 정말로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면 같이 죽는 수 밖에요!” “무슨 소리야? 침착해.” “어
밤 11시, 모리 하이테크 사무실 안.전화를 탁자위에 두고, 모든 사람들이 들을 수 있게 스피커 모드로 전환했다. 양자리, 물병자리가 동시에 도국영이 말한 내용들을 기록하고 있었고, 강책은 눈을 감고,손가락으로 탁자를 탁탁 치면서 고민에 빠진 듯한 표정이었다. 10분동안 도국영은 모든 내용을 전달했다. 그리고 다른 말을 하지 않고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 사무실 안.양자리와 물병자리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양자리는 자신이 적은 기록들을 보며 기뻐했다.“저희 방법이 정말로 효과가 있었습니다! 도국영의 연합 제안은 가짜가 아니라 진짜였습니다! 그리고 도가의 기밀을 이렇게나 많이 털어낼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이제 드디어 도영승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물병자리가 고개를 끄덕였다.“이 서류들로 도영승을 쓰러뜨릴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흥분한 두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들어 강책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강책은 침착함을 드러내며 아무것도 아니라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곧이어 양자리가 물었다.“무슨 걱정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강책이 답했다.“난 도국영이 연합하려는 척 하는 줄 알았어. 그래서 뻔뻔한 조건을 내민 건데, 도국영이 이렇게 큰 기밀까지 알려줄 줄은 꿈에도 몰랐어. 진짜 연합하려고 알려준거겠지. 그렇다면 처음부터 내 판단은 틀렸던거야. 오해했어.” 물병자리가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건 총수님 잘못이 아니십니다. 누구든지, 그 상황에 놓이게 되면 총수님과 같은 판단을 할겁니다. 도영승의 친 손자이기도 하고, 도가 집안에서 자랐기 때문에 오해는 당연히 할 수 있는 겁니다.” 이때, 강책의 한마디에 양자리와 물병자리가 잠시 멈칫했다.“근데 어렸을 때부터 도가에서 자란 사람이 왜 자신의 집안을 배신하고, 무너뜨리려고 하는 걸까?” 강책은 다시 말을 이었다.“도국영의 말대로라면 제일 증오하는 사람은 도영승이고, 원하는 건 부친의 구출이야. 도가의 파산 따위는 신경도 안쓰는것 같아. 도가에서 자라왔기에 도가에 감정이
도영승처럼 늙은 여우는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였다...한편, 도가 집안 별장 안.벌써 잠에 들어야 할 도영승은 멀쩡한 정신으로 로비에서 춤을 추고 있다. 입가에는 미소가 번져 기분이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곧이어 집사가 다가왔다.“회장님, 도련님께서 이미 지시하신 대로 도가의 기밀 정보를 모두 강책에게 넘겼다고 합니다.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도영승은 춤을 추면서 여유롭게 답했다.“어떻게 하기는 뭘 어떻게 해, 도가 집안에 스파이가 외부인이랑 같이 도가를 공격하게 되면 그건 상업범죄에 해당해. 내 친손자지만 그건 용서할 수 없는 부분이지, 아닌 건 아닌 거야. 자네는 지금 당장 모든 증거들을 모아서 경찰에 신고해. 도국영, 강책 이 두 놈들 모두 데려가서 혼쭐을 내줘야지!” 그가 던져놓은 그물에 드디어 둘 다 낚였다. 도영승이 도국영한테 강책과 연합하라고 지시한 건 모두 이 순간을 위해서였다. 일석이조로 두 사람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기회였다. 집사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알겠습니다.” 라며 답했다. 집사가 나가려고 문에 다다랐을 때, 다시 한번 더 그에게 물었다.“회장님, 도국영, 강책 모두 회장님의 친손자들입니다. 연이 끊길 수도 있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한평생 도영승을 지켰던 사람으로서 그런 장면은 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권력에 눈이 먼 도영승은 그의 말에 코웃음만 치고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집사에게 빨리 나가라는 손짓을 할 뿐이였다. 집사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자리를 떴다. ...한편, 도국영은 핸드폰을 옆에 두고는 거실의 소파에 앉아 크게 숨을 쉬고 있다. “모든 기밀을 털어놓았어, 내일이면 강책이 이 기밀을 가지고 도가를 공격하러 오겠지. 그렇다면 우리 도가에는 피바람이 불거야. 제발 그 노인네가 준비한 방어가 제대로 활약해줬으면 좋겠어, 나도 내 집안이 무너지는 꼴은 보고싶지 않다고! 만약 도가집안이 망하게 되면 그건 모두 내가 만든거야. 저 세상에서 조상님들 뵐 면목이 없어.
도국영은 개인비서의 말에 제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고소에 머리가 띵했다. 강책이 자신이 전한 자료들을 가지고, 자신도 함께 경찰에 신고를 했다는 의심이 들었다.도국영이 비서에게 물었다.“누가 저를 신고했다는데? 강책이야?” 비서가 답했다.“아니요, 강책이 아닙니다. 이번 건은 강책과 아무런 연관이 없어요.” “뭐라고?”도국영은 강책을 제외하고 그를 신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생각 나지 않았다. “그럼 누가 나를 신고했다는 거야?” 비서는 머뭇거리며 입 밖으로 이름을 꺼내지 못했다. 충격적인 인물이였기에 선뜻 말을 하지 못했다. 그의 반응에 도국영이 눈살을 찌푸리고는 “뭘 이렇게 뜸을 들여, 말해!” 라며 말했다. 비서는 한숨을 내쉬고는 “네, 그 분은 다름 아닌 도련님의 할아버지, 도영승 회장님이십니다!” 라고 답했다. 도국영의 머리가 순간 어지러워지며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고는 “거짓말 하지마!” 라며 입을 열었다.“할아버지가 뭐 때문에 나를 신고해? 만약 나랑 할아버지의 사이를 이간질 시키려고 하는 짓이라면 절대로 가만히 놔두지 않을거야. 알아들어?” 비서는 난감한 표정을 지어보였다.“도련님, 제가 이런 일에 어떻게 장난을 치겠습니까. 정말로 회장님께서 도련님을 신고 한게 맞습니다.” 비서의 진지한 표정은 모든 것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도국영은 최근 도영승의 행동에 이상함을 느끼긴 했지만 그가 자신을 신고하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다른 꿍꿍이를 가지고 있는게 분명했다.“상황 설명 똑바로 해!” 비서는 자기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들을 도국영에게 말해주었다.“저도 작은 정보를 얻었을 뿐이에요. 회장님께서 도련님을 신고했다고만 들었습니다. 강책과 도련님께서 같이 도가집안을 침락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상업 범죄로요. 만약 일이 잘못되면 강책과 도련님도 꼼짝없이 들어가고 말거에요, 그리고 회장님 손에는 증거물도 있답니다. 어제 강책이랑 통화하신 거 모두 녹취했다고 하시는데 모르셨나요?” 도국영은 깜짝 놀랐다
‘강종혁’ 이라는 말에 도영승의 목소리가 순식간에 변했다.“무슨 뜻이야.” “아니요, 별 다른 뜻 없어요. 아, 근데 할아버지가 강종혁을 죽인 CCTV녹화본이 제 손 안에 있다는 건 알아두셔야 할 것 같아요. 저랑 같이 죽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요? 저는 감옥에 가고, 당신은 사형에 처하는 거죠.” 도영승은 눈을 깜빡거리며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도국영이 살해현장의 CCTV녹화본을 가지고 있을지는 전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만약 경찰에게로 넘어가면 무조건 사형에 처하게 된다. 도영승은 다시 미소를 지어보였다.“국영아, 넌 말도 잘 듣는 애였잖아. 너가 몇 년 동안 내 일을 도맡았는데, 내가 네가 원하는 게 뭔지 모를 것 같아? 넌 그냥 네 아버지 도성일의 행방을 찾고 싶은 거잖아.” 도국영 역시 ‘도성일’ 이라는 이름을 듣고 표정이 변했다. 이어서 도영승이 계속 말을 이었다.“국영아, 내가 죽으면 성일이도 살아남을 수 없어. 그리고 네 엄마 어현도 절대로 가만히 놔두지 않을 거다. 나 하나 때문에 세 명의 목숨이 날아가는 거야.” 호랑이도 자기 새끼는 잡아 먹지 않는다고 하지만 도영승은 자신이 살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아들, 며느리까지 모두 버릴 수 있는 사람이였다. 도국영은 그의 역겨운 행동에 도영승에게 조금이라도 남아있던 애정마저 사라져 버렸다. 전화기 너머로는 침묵이 흘렀고 도영승이 다시 말을 이었다.“국영아, 넌 들어가봤자 3-5년이면 나오게 될거야. 내가 약속하마, 네가 나오면 그때 네 가족들이랑 다 같이 모이게 해줄게. 어때?” 도국영은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한 명의 목숨때문에 세 명의 목숨을 걸거나 몇 년만 참고 나와서 가족과 다시 상봉하거나의 선택이었다. 도국영 자신이 죽는 건 전혀 두렵지 않았다. 하지만 아버지와 어머니의 목숨까지 걸수는 없었다. 효자라는 단어는 그의 장점이자 약점이다. 결국 그는 깃발을 들었다.“할아버지, 방금 하신 말씀 똑똑히 기억하시고 이행하셔야 할 거예요. 만약 아버지, 어머니 중에 단
모리 하이테크, 회장 사무실.강책은 가운데에 앉아 있고, 그 옆에 양자리와 물병 그리고 정단이 눈살을 찌푸리고 앉아 있다.네 사람은 도영승이 이미 증거를 입수해 강책을 고소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행히도 도영승 측에서 오늘 바로 고소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강책은 고소가 아니라 경찰에 잡혀갔을 것이다. 양자리는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답이 안 나와요. 도영승과 도국영은 한패가 아니었어요. 도영승은 친손자까지 죽이려고 했어요! 뿐만 아니라 도국영한테 저희와 손을 잡게 했어요. 이건 마치 남편이 고의로 자기 아내를 다른 남자랑 바람나게 한 후 경찰에 신고해서 둘 다 잡혀가게 한 것과 같아요.”역겨운 비유지만 양자리의 말이 맞았다. 도영승이 한 짓은 정말 역겨운 짓이다. 강책은 지금까지 많은 적을 상대해 봤지만 자기편마저 속인 상대는 처음이다.자기편까지 속이는 것은 대단한 속임수이다.강책은 도영승의 속임수가 감탄스러웠다. “도영승, 정말 나한테 큰 경각심을 일깨워줬어.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물병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감탄은 그만하고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봐야죠. 도국영이 저희랑 손을 잡고 도가를 처리한다면 비즈니스 범죄로 경찰에 잡혀갈 겁니다.”수라 군신이 감옥에 들어갔다는 소문이 퍼지면 모든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된다. 네 사람이 해결 방법을 생각하고 있을 때, 프런트 데스크에서 직원이 다가와 말했다. “강 회장님, 도가 집안의 도국영 도련님께서 회장님을 만나고 싶다고 찾아오셨습니다. 지금 접대실에 계십니다.”‘뭐?’양자리와 물병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렇게 민감한 시기에 도국영이 제 발로 찾아오다니, 제정신 인가?양자리는 말했다. “회장님, 절대 도국영을 만나시면 안 됩니다. 도국영은 회장님을 끌어들이러 온 거예요. 오늘 도국영 만나주면 나중엔 어떻게 될지 몰라요!”물병도 양자리와 같은 생각이었다.그런데...강책은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웃으며 말했다. “복이든 재앙이든 피할 수 없어. 만남조차 피
도국영은 말했다. “이번 협력은 매우 간단해요. 지금 저희 둘 다 묶여 있으니 한 명 만 풀려나면 되는 거 아닌가요?”강책은 눈살을 찌푸렸다. 강책은 도국영의 말 뜻을 이해했다. 둘 중 한 명만 죽으면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협력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고, 증거는 헛소리일 뿐이다. 한 명만 죽으면 다른 한 명은 살 수 있다. 문제는 누가 죽을 것인가?이미 결말을 짐작한 강책은 아무 말도 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도국영을 쳐다봤다. 이때, 도국영은 말했다. “걱정 마세요. 저는 어차피 도영승에게 상대가 안 되기 때문에 풀어달는 소리 안 해요. 이번에 운 좋게 살아나도 다음번에 도영승 손에 죽을 거예요.”도국영은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강책을 쳐다보고 말했다. “이 세상에서 도영승을 상대하고, 죽일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이에요. 그 사람은 바로 당신, 강책입니다!”이것은 도국영의 강책에 대한 가장 높은 평가이다.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적이다. 강책과 여러 번 맞붙은 도국영은 강책의 실력을 이미 잘 알고 있다. 도국영은 자신과 강책을 비교하면 자신은 그저 어린아이라에 불과하다는 것을 안다. 때문에 도국영은 자신이 물에 빠져 죽고 강책을 살려주기로 결심했다. 도국영은 말했다. “제가 이 세상을 없으면 강책 씨는 안전합니다. 저는 강책 씨의 능력과 도영승을 죽이겠다는 결심을 믿어요. 다만 개인적인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저를 대신해서 처리해 주셨으면 합니다.”강책은 도국영에게 물었다. “무슨 부탁이요?”도국영은 목에 걸고 있던 초승달 모양의 펜던트를 빼서 손에 쥐고 말했다. “이 펜던트는 아버지가 저에게 주신 겁니다. 저는 아버지를 정말 존경해요. 저는 도영승이 아버지를 가둬뒀다고 확신해요. 그래서 말인데 강책 씨가 가능하다면 도영승을 처리하면서 저의 아버지를 구해주셨으면 합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만난다면 제가 마음 편히 죽을 수 있을 것 같아요.”도국영의 부탁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도국영이 오랫동안 도영승의 곁에 있으면서도
그 시각 경성, 도가 집안의 자회사. 이곳은 도국영의 관할 구역이다. 도국영은 핸드폰을 끄고 노트북을 휴지통에 버린 후 사무실 문을 잠갔다. 도국영은 그 누구와도 만날 생각이 없었다. 도국영은 유리창 앞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창밖의 어두운 하늘을 바라봤다. 시끌벅적한 도시.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 이 대도시에서 돈과 지위 그리고 명예를 위해 목숨 걸고 싸운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도국영은 금수저로 태어나 평생 일하지 않고 죽을 때까지도 다 쓰지 못할 만큼 돈이 많았기 때문에 저소득층 사람들의 고통을 전혀 알지 못했다. 하지만 현재, 친할아버지에게 속아넘어갔다. 도국영은 막 꿈에서 깨어난 듯했다. 돈과 지위는 단지 꿈과 같이 헛된 한때의 부귀영화처럼 사라진다. 도국영은 담배꽁초를 버리고 필요한 물건을 방 한가운데에 놓고 미리 준비한 휘발유를 부었다. 그뿐만 아니라 방 구석구석에 휘발유를 뿌렸다. 더욱이 같은 층 다른 방에는 창문을 모두 잠근 후 가스통을 놓고 방 문을 열어뒀다. ‘따르릉~~~’책상 위에 있던 시계가 울렸다. 도국영은 시간이 됐다는 것을 알았다. 오늘 밤, 도국영은 모든 어두움과 작별할 것이다. 게다가 본인의 죽음으로부터 강책의 안전을 지킬 것이다. 교활한 도영승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강책뿐이다!“강책, 내가 당신을 동생이라고 불러야 되나? 절대 나를 실망시키지 마. 사람이 죽으면 저승을 한 바퀴 돈다고 하던데, 그 황천길이 얼마나 험난할지 모르겠네, 휴...”도국영은 마지막으로 책상 위에 있는 가족사진을 쳐다봤다. “어머니, 아버지. 못난 아들 먼저 갈게요.”도국영은 가족사진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담배 한 대에 불을 붙이고 한 모금 피운 후 담배꽁초를 휘발유 위에 떨어뜨렸다. 불길은 순식간에 번졌다. 도국영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쳐다보며 마지막 말을 남겼다. “다음 생에는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나고 싶다.” ‘펑!!!’회사 건물 전체가 폭발했다. 방 안에는 불이 활활 타오르고, 다른 방에서는 가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