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 무렵.강책과 양자리는 드디어 차정민의 집 앞에 도착했다. 갑부라는 명칭과는 다르게 차정민의 집은 전혀 특별해 보이지 않았다. 기사의 말 처럼 ‘겸손’ 이라는 말이 알맞았다.양자리가 “총수님, 지금 바로 들어갑니까?” 라며 물었다. “그러면 너무 예의가 없어. 중요한 일 일수록 안절부절 못하는 거니까 말이야.”이어서 그는 손을 내밀어 옷 안에 있는 편지를 꺼내 기사에게 건네주면서 말했다.“부탁이 있습니다만, 이 편지를 저 대신 차선생님께 전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강책이라는 사람이 다음 날 찾아올 거라고 말씀 드려주세요.” 기사는 편지를 건네 받고는 집 안으로 전달했다. 이렇게 먼저 미리 방문편지를 보낸다면 예의가 없다는 느낌은 들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강책은 편지에 이미 방문한 목적을 써놓았기에 번거로운 일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일을 끝내고 그들은 다시 삼륜차로 돌아와 시내에서 제일 호화스러운 호텔에 도착했다. 양자리는 약속한 대로 기사에게 2백만원의 돈을 건네주었다. 그 기사는 돈을 세면서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혹시 잃어버릴까봐 그 주머니 마저도 실로 꿰메었다.“두 분,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기사는 콧노래를 부르며 기분 좋게 자리를 떴다. 2백만원은 강책과 양자리에게 있어 돈이라고도 불릴 수 없는 적은 숫자였지만 기사에게는 달랐다. 두 사람은 호텔에 도착하고는 짐을 내려놓고, 얼굴을 씻고, 배를 채웠다. 도중 양자리가 걱정하면서 물었다.“총수님, 도가집안이 저희가 없는 틈을 타서 강보라양를 건드리면 어떡합니까?” 강책은 잠시 젓가락질을 멈추고는 “그래, 그럴 가능성도 있겠어.” 라며 말했다. “하지만 그건 걱정하지마. 보호장치는 이미 해놓고 온 상태야.” 양자리는 강책의 한발 빠른 생각과 행동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늦은 밤, 경성.늘 푸른 약국 안, 강보라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잠에 들어있는 상태이다. 강보라는 요 며칠동안 일어난 일 때문에 몸도 마음도 힘든 탓에 눕기만 하면
그들이 제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10여개의 돌이 날아왔다. 그중 몇몇은 돌에 맞아 피가 멈추지 않았다.“누구야? 돌 던지는 놈 누구야!” 탁- 이번에는 오줌이 가득한 비닐봉지가 날아와 소리치는 사람의 입을 멈추었다. 이어서 정원에서는 처절한 비명이 들려왔다. 부하들은 더러운 게 있는 것 마냥 놀란 마음에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리고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했다.“형님, 저 못해먹겠어요. 저는 그만 할래요!” 한 부하가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도망쳤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도망치기 바빴다. 모두 강보라의 얼굴에 흉터를 내어 회복의 가능성 마저도 끊어버리라는 도국영의 지시를 받았지만 강보라를 보지도 못하고 도망쳐버렸다. 당사자가 귀신인지, 정체도 모르는 상황에 철수해버리고 만 것이다. 사실, 정원의 지붕에는 황금 십이궁의 칼잡이 전갈자리와 무기를 자유자재로 사용가능한 천정자리가 앉아있었다. 전갈자리는 기둥에 기대어 차분하게 말했다.“돌,오줌,귀신 소리가 무기 잘쓰는 사람이 할 짓은 아니지 않나요? 너무 유치합니다만.” 천정자리가 하하 거리며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그래도 목적은 이루지 않았습니까. 강보라양을 보호하면서 적들을 물리쳤잖아요. 번거로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요.” 전갈자리는 짜증내며 “저 사람들은 죽어도 마땅한 놈이에요. 왜 그냥 도망치게 냅두세요?” 라고 말했다. 천정자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저 사람들도 다 지시대로 행동했을 뿐이에요. 상황에 맞게 살릴 사람은 살리고, 죽일 사람은 죽이면 됩니다. 게다가 저희 두 사람의 역할은 강보라양을 보호하는 것 뿐, 사람을 죽이는 게 아니에요. 만약 자칫하다 사고라도 나게 되면 경찰이 끼어들게 될테고, 결국 강보라양과 모사장님께 피해만 끼칠 뿐이에요.” 전갈자리는 코웃음을 치며 묵묵히 달을 바라보았다. “저는 죽이는 것 밖에 몰라요. 다음에 나타나면 그땐 봐주지 않아요.” 천정자리는 어쩔 수 없다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두 사람의 성격은 정반대였다.
아침 시간.강책과 양자리는 식사를 끝내고, 택시를 잡고 차정민의 집 앞에 도착했다. 이어서 두 사람은 집사의 안내를 받아 대기 로비로 들어갔다. 몸집이 크고, 엄숙한 표정을 하고 있는 남자가 그들에게 다가갔다. 이 남자가 다름 아닌 운령산의 갑부, 감시자이자 수호자인 차정민이다!그는 다가와 강책을 보고는 먼저 입을 열었다.“그쪽들이 소나무잔나비버섯을 가지기 위해 왔다고 들었습니다만?” 차정민은 어제 보낸 편지를 통해 번거로울 절차없이 강책과 양자리에게 말을 걸 수 있었다. 강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제 친구가 얼굴에 큰 화상을 입었습니다. 그 버섯이 화상 흉터에 큰 작용을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차선생님을 뵙고 그 버섯에 대한 존재여부를 여쭙고 싶어 찾아 왔습니다.” 차정민이 “그 버섯은 존재합니다.” 라며 말했다. 강책과 양자리는 그의 말에 기뻐했다. 지금까지 한 수고가 물거품이 되는 일은 없다. “그렇다면 선생님께서 가격만 말씀해주십시오. 돈은 얼마든지 드릴 수 있습니다!” 차정민이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는 천천히 자리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 “이 버섯은 팔지 않습니다.” 양자리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차선생님, 왜 안파시는 겁니까?” 양자리는 그 버섯이 집안의 보물 또는 특별한 이유 때문에 팔지 않는 줄 알았지만 차정민의 그 다음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제가 말한 세가지 일을 모두 하실 수 있다면 이 버섯을 드릴 수 있습니다. 만약 그렇지 못한다면 얼마를 주셔도 팔 생각은 없습니다!” 여우 늑대가 말했던 이야기와 똑같았다. 강책이 “무슨 세가지 일입니까?” 라며 물었다. “첫번째, 당신들의 재력이 궁금합니다. 당신들의 재력을 증명할 수 있는 증명서가 필요해요. 적어도 한 사람의 몸 값은 500억 이상 이여야해요.” 그가 원한 건 돈이 아니라 신분에 대한 증명이였다. 강책은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답했다.“제 아래로 회사가 3개가 있습니다. 강남구의 기모 엔터테인먼트 , 침몽 하이테크
강책은 한숨을 내쉬었다.“차선생님, 이건 불가능합니다. 전 이미 결혼까지 한 유부남이고, 곧 있으면 아이아빠가 될 사람입니다. 제가 어떻게 다시 결혼을 하겠습니까?” 차정민은 코웃음을 쳤다.“그건 그쪽 사정이고, 만약 제 딸과 결혼하지 않는다면 소나무잔나비버섯은 절대로 가져갈 수 없을 겁니다.” 앞 두 단계에서 너무 순조롭다가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차정민이 옆에서 “아 그리고, 제 딸이 그쪽을 마음에 들지 않아해도 버섯을 가져갈 생각은 버려야할겁니다.” 라고 말했다. 그는 손가락을 치며 집사를 불렀다.“아가씨 좀 불러와줘, 이번에 골라준 사람은 어떤지 한 번 봐달라고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집사는 계단으로 올라가 아가씨를 불렀다.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강책의 안색은 여전히 나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남자 한명, 여자 한명이 같이 내려왔다. 남자는 안경을 썼고, 여자는 분홍색 원피스를 입었다.“제 아들과 딸 입니다. 아들 차민수, 딸 차수진!” 예전에 있었던 경험을 토대로 차정민은 자신의 소개가 끝나면 자신의 딸 차수진이 찾아온 사람에게 욕설과 수치심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차수진은 욕도 하지 않고 오히려 강책과 눈을 계속 마주쳤다.두 사람이 주고 받는 눈빛은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 차정민은 서로가 한눈에 반한 줄 알고 기뻐했다. 하지만 그의 기쁨도 차수진의 말 때문에 오래가지 못했다.“아빠, 저 사람이 아빠가 찾아오신 사람이에요?” “어떠냐?” “아빠, 제가 그 얘기 해드렸던 거 기억하세요? 제가 어떤 개자식한테 사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창피를 당했었다고요. 그리고 다시 만나게 되면 그 개자식을 사방팔방으로 찢겨 놓겠다고 말씀 드렸죠.” “응, 기억해.” “그럼 제 방식 대로 할게요.”차수진이 강책을 가리키고는 집사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저 개자식을 산산조각 내서 개 밥으로 주세요!” 순간 차정민의 눈이 휘둥그레 졌다.
차정민은 강책의 ‘수라군신’ 이라는 말에 귀 기울였다. 그는 존재만 알 뿐, 그런 위대한 사람이 자신의 앞에 나타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당신이...수라군신이라고요?” 강책이 웃으며 답했다.“증명이라도 떼서 가져다 드릴 수 있습니다.” “아니요 아니요, 괜찮습니다.”차정민은 자신의 고민이 해결 될 지도 모른 다는 생각에 기뻐했다. 이어서 주위를 둘러보고는 속삭였다.“저희 자리를 옮길까요? 저와 함께 서재로 가시죠.” 강책과 양자리는 차정민을 따라 서재로 자리를 옮겼다. 차정민은 서재의 문을 잠구었다. 안에서 큰 소리로 노래를 해도 밖에서 전혀 들리지 않을 만큼 방음이 좋았다. 차정민은 두 사람에게 자리를 안내한 뒤 말했다.“강선생님, 사실 제가 난처한 일에 처해서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강책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네, 말씀하시죠.” 라며 말했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드려야 할까요? 음.. 강선생님께서는 저희 차씨 집안이 왜 운령산의 수호자 또는 감시자라고 불리우는 지 아십니까?” “글쎄요.” “사실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운령산의 가장 큰 산맥인 와룡 산맥이 제 차씨 집안의 소유이기 때문입니다!”거대한 산맥을 소유하는 집안은 흔치 않았다. 차정민이 다시 말을 이었다.“운령산은 안개가 자주 나타나서 장기가 많습니다. 자칫하다 잘못하면 생명에 위험이 갈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위험을 와룡 산맥이 잡아주고 있는 거지요. 그 산맥은 ‘폐’ 와도 같습니다. 운령산에게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어주면서 장기를 빨아들이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죠. 운령산의 공기 정화 시스템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저희 차씨 집안은 최선을 다해 산맥을 관리하고 있어요. 그래야 운령산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마음 편히 살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이번에 저희 집안에 큰 문제가 생겼습니다. 요 몇년 사이 운령산의 자원을 사고 싶어하는 상인들이 많아졌어요. 그 중 자원이 제일 풍부한 와룡 산맥을 노리고 있습니다. 조상부터 관리를 잘한 덕에
양자리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와룡 산맥은 차씨 집안의 소유이고, 차씨 집안이 반대를 하면 상인들은 건드리지 못하는 거 아닙니까? 만약 몰래 산 안에서 이상한 행동을 하면 정부에 접근금지령을 요청하면 되는 일 아닙니까?” 양자리의 질문에 차정민이 고개를 저었다.“맞습니다. 저 차정민이 허락만 하지 않으면 그럴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요. 말씀대로 정부와 손잡고 행동하면 되는 겁니다. 하지만, 이게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강책이 눈살을 찌푸리고는 “무슨 뜻입니까?” 라며 물었다. 이어서 차정민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저희 차씨 집안은 규칙이 있습니다. 매 가주의 나이가 60살이 되는 해에는 가주자리를 후대에 물려줘야 하는 겁니다. 저 차정민은 이번 해에 벌써 59살입니다. 내년이면 내려가고 싶지 않아도 내려가는 수 밖에 없습니다!” 강책이 질문을 던졌다.“자리를 선생님의 아들인 차민수씨에게 주시면 되는 일 아닙니까. 선생님의 뜻을 따라 차민수씨가 계속 상인으로부터 산맥을 보호하면 되지 않습니까.” “저도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와 그애의 생각은 다르더군요. 민수 그 애는 운령산의 산맥을 굉장히 싫어합니다. 경성같은 화려한 큰 도시를 오히려 더 동경하고 있어요. 민수는 제 생각을 바꾸기 위해 저한테 설득도 했어요. 산맥을 팔아 돈을 받고, 경성에서 지내면서 더 이상의 잡일은 생각하지 말자고 말이죠. 그래서 저는 이 자리를 쉽게 내어줄 수가 없어요, 제가 이 자리에서 내려오게 되면 순식간에 산맥을 팔아 그 돈으로 경성으로 도망갈 수 있는 애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운령산, 운령산에 사는 시민들 그리고 대대손손 지켜온 재산은 어떻게 될까요?” 강책은 그제서야 차정민의 고민이 무엇인지 알아챘다. 유일하게 가주를 넘겨줄 수 있는 아들이 자신의 적들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지금 시대에 조상이 남겨준 재산과 뜻을 그대로 지키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게다가 시골 촌보다는 도시를 좋아하
차정민은 예상외의 말에 깜짝 놀랐다. 그의 말대로 강책의 재력과 인맥을 사용하면 산맥을 지키는 건 일도 아닐 것이다. 와룡 산맥을 강책에게 넘겨준다면 차정민이 원하는 대로 ‘영원한 보호’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는 망설였다. 강책이 “저를 믿지 못하시는 겁니까?” 라며 물었다. 차정민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저한테 팔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제가 받게 된다면 ‘발굴 금지’ 조건과 함께 와룡 산맥을 바로 정부에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정부는 믿으시겠지요? 그러니 걱정하실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차정민은 여전히 입을 열지 않았다. 강책이 내민 두 가지 해결방안이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강책은 차정민의 마음을 알아채고는 다시 말을 꺼냈다.“차선생님, 그래도 와룡 산맥은 차씨 집안이 가졌으면 하는 마음이 있으신 거지요?” 차정민이 한숨을 내쉬었다.“정확히 꿰뚫어보셨습니다. 선생님의 말씀대로 저는 저희 차씨 집안이 와룡 산맥을 보호해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그 이유도 간단합니다, 이 산맥덕에 저희가 먹고, 쓸 수 있는 상황이라서 그렇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이 산맥의 자원이 풍부하여 계획적으로 발굴하면 환경도 지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산맥을 보호하는 작용도 있습니다. 발굴한 자원은 높은 수익을 자랑합니다. 저희 집안이 갑부가 된것은 모두 산맥에서 나온 자원 덕분이지요. 하지만 만약 이 산맥을 팔게 된다면 저희 집안에게 남는 건 결국 아무것도 없게 될겁니다.” 차씨 집안의 위대함은 모두 와룡산맥의 풍부한 자원에서 나온다. 산맥을 보호하는 이유도 조상의 뜻을 이어 받는 동시에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서다. 그래서 차정민은 차씨 집안의 미래를 위해 다른 사람에게 팔거나 기부하는 게 아닌 자신이 보호하면서 ‘사윗감’ 이라는 방법을 생각해 낸 것이다. 강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저도 상황은 대충 이해했습니다.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정부와 연락해서 와룡 산맥의 보호를 더 강화하는 겁니다. 하지만 산맥을 보호하면서 차씨 집안의 소유로 지
차민수가 술잔을 들고 있다. 그리고는 답답한 마음에 술을 들이켰다. 방 안에는 7-8명의 남자도 있다. 모두 대기업, 단체들의 책임자로 와룡산맥을 노리고 있는 상인이였다. 운령산에서 오래 지내온 사람들 이였기에 자원 발굴은 이미 거의 수없이 한 사람들이였다. 아쉬운 점은 자원이 풍부한 와룡 산맥을 차정민이 꽉 물고 놓아주지 않는 것이다. 이 모임은 골드제약의 회장 노영진이 만든 ‘상인동맹’ 이다. 노영진은 오랫동안 차정민을 찾아 상의했지만 항상 돌아오는 건 욕 뿐이였다. 1000억을 내어 구매하겠다고 해도 차정민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희망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 순간, 그의 앞에 차민수가 나타난 것이다. 차민수는 자신의 아버지 차정민과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차민수는 이런 시골 촌을 극도로 싫어했다.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산을 지키는 것도 원하지 않기에 자신의 아버지가 노영진에게 산을 팔기를 기도했다. 1000억을 들고 경성으로 간 뒤, 회사를 차리고 대도시의 생활을 즐기며 사는 것이 그의 바램이였다. 차민수는 차정민의 나이가 60살에 도달했을 때쯤, 자신이 가주를 이어받게 되면 산의 소유권은 자신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기뻐했다. 하지만 눈치 빠른 차정민은 차민수의 생각을 꿰뚫어 보고는 다른 방법을 찾고 있는 중인 것이다. 차민수는 술로 마음을 달랬다. 노영진이 술을 한입 마셨다.“민수씨, 보아하니 아버지가 당신에 대한 믿음이 전혀 없던데? 그래서 지금 온 곳에서 사위를 찾고 있다고 하잖아. 외부인한테 줘도 너한테 줄 생각은 없는 거지. 쯧쯧쯧 , 이게 무슨 가족이야?” 말을 들은 차민수가 술을 끝까지 들이켰다.“아버지 진짜 미친 거에요! 무슨 조상이 남긴 재산을 다른 외부인 한테 주려는 겁니까? 진짜 이해가 안돼요.” “화나도 어쩔 수 없어. 만약 그때 되서 딱 좋은 사윗감이라도 나타나면 그 가주 자리는 그 사위한테로 넘어가겠지. 우리 상인동맹은 와룡 산맥도 못얻고, 너도 경성 근처는 얼씬도 못하지. 배 안 굶는 게 어디야.”
그가 몇 대의 승계자인지 모르지만 드디어 강책의 일행에게 잡혔다. 이어서 김한철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국에 있는 용맥 단체를 모두 잡아 들였다.한편, 200만 명 시민들도 해독약을 먹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들은 강책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연산 시와 다른 도시에 강책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석고상을 지었다.강책의 훌륭한 명성은 후세에도 전해질 것이다.…엄수 집안.장유나가 장훈의 앞으로 껑충껑충 뛰어갔다.“아버지, 제 말이 맞죠? 강책이 분명히 나타날 거라고 했잖아요!”장훈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강책의 강인함과 자신을 괴롭혔던 저주가 풀렸다는 사실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는 드디어 ‘평범한 사람’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식약 식당 안.강책이 황금 십이궁을 이끌고 식당으로 돌아왔다.도착하자마자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정몽연의 모습이 보였다.“강책! 나 진짜 화났어, 진짜 죽은 줄 알았잖아!” 강책이 어깨를 들썩이고는 다정하게 말했다.“미안,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할게.”“진짜야?”“응, 진짜야.”강책이 정몽연을 덥석 안고는 이마에 뽀뽀했다. 정몽연은 살짝 화가 풀렸다.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물었다.“그럼, 어떤 신분을 숨기고 있는지 말해줘.”“어... 그게… 잠깐만.”강책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말했다.“연산 시의 식약 식당, 한사랑 병원이 내 명의라는 건 알고 있을 거야.”그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강남구의 침몽 하이테크랑 기모 엔터테인먼트도 내 명의야.”“뭐?”정몽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남구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대기업을 강책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경성의 강씨 집안, 성월각도 내 명의야.”“뭐라고?”정몽연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의 자산은 한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이었다.“그리고 사실 경성에 갔을 때, 수라 군신의 자리를 다시 되찾았어.”“강책!”정몽연은 화가 나면서도 기뻤다.“어떻게 이 사실을 다 숨기
용맥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책은 분명 죽지 않았는가.“뭘 또 그렇게 놀라.”인파들 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나왔다, 다름 아닌 이미 사망신고가 내려진 강책이었다.“연구가 99퍼센트까지 했는데 마지막 1퍼센트는 도저히 채울 수 없더라고. 그래서 내가 용의 물을 마셔서 직접 독소를 느껴보면 1퍼센트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그 1퍼센트가 뭔지 알아냈고, 해독약을 쉽게 제조할 수 있었어. 이제 용의 물과 이어진 연결도 끊어졌을 거야. 즉, 너는 아무도 죽일 수 없어. 용맥, 네가 졌어.”용맥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강책을 바라보았다.수천 년 동안 전해졌던 역사가 강책의 손에서 끊어지고 말았다. 사실, 용맥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느껴지는 불안함에 강책을 죽이려고 젖 먹던 힘까지 썼지만 그는 결국 해독을 완성시키고 말았다. 용맥이 잠시 생각하고는 이상함을 감지했다.“네가 용의 물을 마시는 동시에 내가 독소를 조종해서 너를 죽게 만들었어,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해독약을 만들었다는 거야?”강책이 용의 물을 들이켰을 때, 이미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분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망칠 길은 전혀 없었다.이때, 강책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신태열 덕분이야.”용맥은 그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그때 심장이 멎었던 이유는 용의 물 때문이 아니야, 그건 서심산 때문이었어. 신태열도 당신의 용의 물을 보면서 비슷한 독약을 만들고 싶어 했어,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얼떨결에 ‘서심산’이라는 독소를 만들어냈어. 그 덕에 연산 시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어. 즉, 서심산은 ‘용의 물’의 짝퉁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큰 비밀을 알아냈어. 두 독약은 상호 배타적 관계를 가졌다는 거였어.”둘 중 독소가 하나라도 몸에 있으면 또 다른 독소는 체내에서 살 수 없다.즉, 서심산을 마셨다면 체내에는 같은 성분인 ‘용의 물’을 배제하는 항체가 생긴다.강책은 용의 물을
사실, 김한철은 그의 지시대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헬기 준비와 위부서에게 용맥을 호송해달라는 부탁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가 차올랐다.“이런 젠장!”그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연산 시 전체가 먹구름이 짙게 끼었다. 한편, 엄수 집안.집안의 가주 장훈이 정원에 앉아있다. 시든 꽃을 보는 그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그는 평생동안 김씨 어르신을 지지하면서 용의 물의 해독을 기대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게다가 그의 제자들인 무상명인 정해운과 강책 모두 죽고 말았다. 결국 용의 물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모두 사라졌다.“하....”장훈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년 동안 가문에 걸렸던 저주는 결국 풀지 못하는 건가.결국 용맥의 ‘부하’로 영원히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때, 장유나가 다가왔다.“아버지, 한숨 그만 쉬세요.”장훈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한숨도 못 쉬게 하는 거야?”“한 두 번 겪는 것도 아니잖아요, 매번 궁지에 몰릴 때마다 강책이 나타났잖아요.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라 믿어요.”장훈이 고개를 저었다, 상황역전의 대명사였던 강책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강책은 용의 물을 마셨고, 생방송에서 그의 사망 원인은 용의 물에 의한 독성 때문이라고 밝혔다.그는 세상을 떠난 사람이 확실했다.“아니요, 전 안 믿어요!”장유나가 굳건한 눈빛으로 말했다.“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강책이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그녀는 씩씩거리면서 자리를 떴다. 장훈은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렇게 믿고 싶어, 하지만 강책은 불사신이 아니야.”…12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건물 앞에 헬기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주위로는 보디가드가 자리를 지켰다.이때, 가면을 쓴 남자가 헬기를 향해 다가갔다. 남자는 다름 아닌 ‘용맥’이었다.김한철은 자리에 서서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용맥은 아랑곳하지 않고 김한철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김청장, 고마
그의 말에 대중들은 충격에 빠졌다, 마치 번개에 맞은 것 같이 순식간에 풀이 죽어버렸다.그 중 몇 명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 앉았다.강책의 죽음이 자신들의 생명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참담했다.용맥은 여전히 대중들의 생명을 ‘패’로 생각하고 정부를 향한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게다가 그들의 생명은 용맥이 쥐고 있기 때문에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더 끔찍한 사실은 유일하게 독을 해독할 수 있었던 인물을 대중들이 죽여 버렸다는 사실이다.김씨 어르신과 무상명인 정해운이 죽고, 강책은 ‘접묵 기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결국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진 지금, 용의 물은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게 되었다.현장에는 절망스런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막막함과 후회스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항상 위기의 상황에 나타나 자신들을 구해주고, 항상 승리의 여신 편이었던 인물을 그릇된 판단으로 그를 지옥으로 빠뜨려버렸다.“안돼!”곧이어 강책의 시체를 향해 무릎 꿇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 비통함을 털어 놓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무릎을 꿇기 시작하고는 과거의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했다.몇 만 명이 넘는 사람이 병원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어리석은 행동을 반성하면서 속죄하기 바빴다. 그들은 신에게 시간을 다시 돌려 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참이 지나고, 황금 십이궁의 물고기자리와 물병자리가 강책의 시체를 들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의 표정은 고통으로 가득했다, 곧이어 십이궁 일원 모두 눈물을 흘렸다.강책의 가족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의 아내 정몽연은 울다가 쓰러져버렸다.연산 시 전체가 좌절에 빠졌다. 하늘도 같은 마음인 걸까, 그들의 마음처럼 어두웠다. 이때, 용맥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김한철, 네가 어렵게 내 위치를 파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근데 미안해서 어쩌지, 이백만 대중
김한철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강 선생님은 이런 상황에서도 참 착하시네요.”“연구에 실패했으니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죽는 수밖에 없어요.” 강책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죽기 전에 가족들과 전화 한 통 하겠습니다.”강책의 가족들은 강책을 만나기 위해 연산에 왔다. 하지만 영원히 이별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역시,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강책은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정몽연은 대성통곡을 하며 강책에게 충독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했다. 정몽연은 강책을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몽연의 생각과는 달랐다. 강책의 선택이 늦어질 때마다 시민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공포감에 휩싸인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다. 강책의 목숨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여보, 우리 딸 잘 부탁해. 사랑해 여보.” 강책은 정몽연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병원 밖으로 나가 시민들을 마주했다. 황금 십이궁은 일렬로 서서 불안한 표정으로 강책을 쳐다봤다. 잠시 후, 강책은 마이크 앞에 서서 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 “제 목숨을 수십만 명의 시민들의 목숨과 바꿀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저는 불씨이기 때문에 죽으면 불은 꺼지지 않고 더욱 타오를 겁니다! 때문에 이 세상은 결코 어둠에 잠기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강책의 말이 끝나자 한 젊은이가 무리들 사이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 “강 선생님, 죄송하지만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니 가짜로 죽은 척하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번 검사해 보겠습니다.” 용맥은 진용과 이용진, 그리고 신태열을 경험해 본 듯했다. 강책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젊은이를 막아서지 않았다. 젊은이는 일단 눈앞에 있는 사람이 물병이나 다른 사람이 가장한 것이 아닌, 진짜 강책인지 확인한 후 강책의 편작 신침을 빼앗아 가짜 죽음을 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책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재차 확인했다. “됐습니다. 자, 이제 준비
사실상 반나절 안에 연구하기란 매우 촉박하다. 강책은 최고의 의사와 연구진들에게 연락해 용의 물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용의 물에 대한 연구는 매우 힘들었다. 용의 물 자체가 연구하기 힘들었으며, 구하기 힘들어서 샘플의 양이 극히 적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과 다르다. 현재 연산 시 전체에 용의 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강책과 수백 명의 연구자들은 반나절 동안 연구에 집중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강책은 연구에 실패했다. “1퍼센트, 딱 1퍼센트가 부족해요!” 강책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상 연구는 99퍼센트 완성됐다. 하지만 단 1퍼센트가 부족했다.가장 핵심인 1퍼센트의 데이터는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부분이었다. 게다가 주어진 시간도 매우 촉박했다. 전 세계 훌륭한 연구자들이 모두 모였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용의 물, 그야말로 최악의 독약이다. 하지만, 더욱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연구 실패 후, 200만 명 시민들 사이에서 용의 물 독성에 견디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용맥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자 강책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강책, 당신만 희생하면 수백만 명의 시민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강책, 비겁하게 숨지 말고 나오세요!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당신 하나 때문에 죽을 수는 없습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책임지세요. 당장 나오세요!” 수많은 시민들은 병원 앞에서 큰소리로 시위를 했다. 사람들은 이미 공포에 눈이 멀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구하기 위해 강책 한 명 목숨을 희생하는 것이 어려운 걸까? 시민들은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사람들의 오직 강책이 빨리 죽기를 원했다. 용맥은 강책이 죽어야 통제를 멈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의 목숨도 지킬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시민들은 강책이 연산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새까맣게 잊었다.
용맥, 그야말로 은밀하고 악독하다. 용맥의 비서는 계속해서 말했다.“저희가 바라는 것은 오직 안전입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면 시민들을 죽이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한 가지 요구를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강책도 용의 물을 마시세요! 강책은 용맥의 골칫거리입니다. 저희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강책을 반드시 통제해야 하니 양해 바랍니다. 자, 그럼 오후까지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만약 오후에도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용맥은 시민을 죽일 겁니다. 이제 제가 할 말은 다 끝났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비서는 화면 속에서 사라졌다. 김한철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졌다. 김한철은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차며 버럭 화를 냈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용의 물 바이러스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강 선생님뿐이에요. 강 선생님께서 용의 물을 마시면 그들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용맥이 시키는 대로 하실 겁니까? 자살을 하라고 할 수도 있어요. 강 선생님이 죽으면 용의 물을 해결할 사람이 없어요. 그럼 200만 명의 시민들은 용맥에게 통제될 겁니다. 용맥은 인질을 더 늘릴 겁니다. 강 선생님은 절대 죽어서는 안 됩니다. 절대 용의 물을 마시지 마세요.”김한철의 말이 맞다. 하지만 가능할까? 용맥은 200만 명의 시민을 인질로 잡고 강책에게 용의 물을 마시라고 요구했다. 만약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1초에 한 명씩 죽을 것이다. 과연 강책이 받아들일까? 김한철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미 용맥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공격하면 됩니다.”“안 됩니다.” 강책은 말했다. “그럼 다 같이 죽는 것과 다름없어요. 용맥을 잡으면 200만 명의 시민들도 같이 잡는 겁니다. 절대 안 됩니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 강책과 김한철은 잠시 말이 없었다. 강책이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 위기를 잠시나마 모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는? 용의 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강책이
김한철은 강책의 말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예상한 대로군요.”예상대로라니?김한철은 처음부터 용맥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걸까?“강 선생님, 잠깐 저랑 나가시죠.”김한철은 강책과 함께 빈 병실로 자리로 옮겨 문을 잠갔다. 김한철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뉴스가 있습니다. 연산 외에도 10군데의 도시들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강 선생님, 혹시 어디 도시인지 아십니까?”강책은 김한철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아차렸다. 이전에 회의에서 김한철이 수십 군데의 도시들이 용맥에게 통제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10군데 도시들의 시민들이 모두 중독되었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강책은 말했다. “시민들은 용의 물에 중독된 겁니다. 그리고 다른 도시들도 용맥의 세력이 퍼져 있기 때문에 용맥의 짓이 틀림없습니다.”김한철은 확신에 찬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한철과 강책이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한 도시에 15만 명이 중독되었다고 해도 10군데 이상의 도시면 2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중독된 것이다. 상당한 숫자이다. 강책은 용의 물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용의 물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첫째, 단시간 안에 몸 전신에 퍼져 중독된다. 둘째, 용맥의 통제를 당하면 언제든 죽을 수 있다. 용맥은 분명히 무고한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10군데가 넘는 도시에 용의 물을 퍼뜨린 것이다. 용맥은 원할 때 언제든 시민들을 죽일 수 있다. 일이 매우 복잡해졌다. 김한철은 말했다. “저희는 이미 준비를 끝냈으니 그물을 던져서 용맥을 처리합시다. 용맥도 최후의 방법을 썼으니 저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지금 갈등이 격화되면 용맥이 흥분해서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다. 200만 명의 시민이 죽으면 누구 탓일까? 아마 김한철이 죄인이 될 수도 있다. 강책은 말했다. “이럴 때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혹시라도 용맥이 반격하면 일이 커집니다.”강책과 김한철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니요. 아침에 뉴스 보고 지금까지 물 한 모금도 안 마셨습니다. 이건 천재지변인가요? 사람에 의해서 일어난 재난인가요?”물고기자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천재지변이든 사람에 의해 일어난 재난이든 심각한 상황이다. 잠시 후, 강책은 병원에 도착했다. 강책을 기다리고 있던 김한철은 강책을 보자마자 병실로 데리고 갔다. 병실 안, 한 환자는 더운 여름 날씨에 마치 얼음장 안에 있는 듯 온몸을 떨고 있었다. 이때, 한 의사가 말했다. “강 선생님, 현재 상황을 대략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수돗물에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수돗물을 마시면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잠복된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폭발하지는 않는다. 현재 10만 명 이상의 시민들 몸속에 바이러스가 잠복되어 있다. 그중 122명은 감염되었다. 끔찍한 것은 사람들의 바이러스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오한 증상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열이 오르는 사람도 있다. 또한 간지러움 증상이 있는 사람, 구토 증상을 보이는 사람 등등 증상이 모두 달랐다. 사람마다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증상이 제각각이다. 현재 바이러스는 매우 강력해서 개개인의 체질에 따라 전혀 다른 증상을 보인다. 가장 심각한 경우 숙주세포를 공격할 수도 있다.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서운 점이 또 있습니다. 현재 바이러스는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검출되고, 물에 있을 때는 전혀 검출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습니다.”즉,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하지 않다. 강책은 의사의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바이러스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보이기 때문에 일반 바이러스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강책은 환자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강책은 침을 꺼내 자신의 몸에 놓았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