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책과 양자리는 여우 늑대와 헤어진 다음 하천골을 나와 처음 도착했던 곳으로 내려갔다. 정보를 얻기 위해 산 위에서 2시간 가량 있다보니 택시기사와 약속한 시간을 넘어 버렸다. 두 사람은 택시기사가 이미 떠났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어쩔 수 없이 먼 길을 걸어가야만 한다. 이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제 돌아오십니까?” 강책은 고개를 돌려 소리가 향하는 곳을 바라보았다. 큰 나무 뒤로 볼품없는 삼륜차가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 문이 열리더니 기사가 나왔다. 사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위험도 무릎쓰고 버티는 게 사람의 본능이다. 게다가 기사는 2백만원을 단숨에 버는 기회는 흔치 않기 때문에 더 악착같이 버틴 것이다. 이어서 두 사람은 다시 삼륜차에 탔다. “두 분, 이제 시내로 데려다 드리면 될까요?” 강책이 답했다.“운령의 갑부 차정민의 집으로 갑시다.” “차선생님이요?” “서로 아시는 사이십니까?” “당연하죠.”기사가 다시 말을 이었다.“그 분은 저희 운령산의 수호신이라고도 불립니다. 겸손하시고, 사람 인품이 좋으셔서 저희 같은 가난한 사람들도 잘 챙겨주세요. 저도 힘들거나 지칠 때 가서 찾아가는 편입니다. 그럼 먹을 거라도 주시기도 하시고요. 근데, 두 분은 딱 봐도 돈 있는 분들인데 가서 식량을 구하시지는 않을 텐데요.” 양자리가 하하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저희는 차정민에게 부탁이 있어 가는 겁니다.” “아, 그렇군요. 걱정 하지마세요, 차선생님은 다정하시니 다 들어주실 겁니다. 그럼 이제 출발하겠습니다!”볼품없는 삼륜차가 덜덜 거리며 목적지로 출발했다. 한편, 경성의 도가집안 별장 안.도국영과 도영승이 같이 TV에 나온 공지를 보고 있다. 도국영이 담배를 피우며 웃음을 터뜨렸다. 공지 내용은 간단했다.‘갑작스러운 이유로 ‘국가가 부른다’ 프로그램이 잠정 중단됩니다. 다시 좋은 모습으로 찾아뵙겠습니다.’ 도국영은 피식- 거리며 비웃었다.“다시 찾아뵙기는 무슨?! 지금 어디든지 다 강보라의 엽사 뿐
도국영은 처음으로 강책을 이겼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그리고 도영승을 향해 엄지를 치켜 세웠다.“역시 할아버지의 통찰력은 대단해요. 단 한숨에 강보라 그 년의 실체모습을 알아보셨잖아요.” 도영승은 자신의 수염을 쓰다듬었다. 도국영과 다르게 또 다른 고민이 있는 듯 해보였다.“프로그램이 망헀는데, 조가집안은 더 다른 설명은 없는 거야?” “제가 사람을 시켜서 물어 봤어요. 조해인이 분에 못 이겨서 사무실에 있는 모든 컴퓨터들을 다 부셨다고 해요, 웃기죠?” “강보라는?” “강책이 늘 푸른 약국에 데려갔다고 해요. 아마 치료를 할 생각인가본데, 이미 오래된 흉터라 지워질 수가 없어요. 사실 제가 다른 의사들한테도 물어봤는데, 약으로 해결이 안된데요.” “강책이 지금 경성에 있어? 그쪽에 대한 소식은 없어?” “그게...”도국영이 눈살을 찌푸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사실 강책이 요 며칠사이에 증발한 것처럼 사라져 버렸어요. 어디갔는 지도 모르고 찾아 낼 수가 없어요. 하지만 정확한 건 모리 하이테크에는 없다는 거에요.” 도영승은 와인을 손가락을 두드리면서 고민에 빠지는 듯했다.“강책은 분명 강보라의 얼굴 흉터를 치료하기 위해 떠났을 거야.” “네? 설마요, 그 흉터는 이미 몇년이나 된거라 절대로 사라질 수 없다고 했어요!” 도영승이 도국영에게 답했다.“강책을 상대할 때는 절대로 일반인 사고로 생각하면 안돼. 우리가 얼마나 당했는 지 아직도 모르겠어? 넌 강책이 경성에 없는 이 시간에 강보라의 얼굴을 더 망가뜨리는 게 좋을 거야!”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 까요?” “그럼.”그의 말에 도국영이 담배를 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할아버지 말씀대로 할게요. 오늘 저녁에 늘 푸른 약국에 사람 한명 보낼게요. 그리고 얼굴에 칼 자국 좀 내고, 염산 같은 거 뿌려서 더 망가뜨릴게요! 왼쪽 얼굴까지 망가뜨리면 얼굴 전체가 다 흉터 자국으로 가득하겠죠?” 도영승이 그의 말에 보충했다.“아, 그리고 기억해. 얼굴에 상처를 내
해질 무렵.강책과 양자리는 드디어 차정민의 집 앞에 도착했다. 갑부라는 명칭과는 다르게 차정민의 집은 전혀 특별해 보이지 않았다. 기사의 말 처럼 ‘겸손’ 이라는 말이 알맞았다.양자리가 “총수님, 지금 바로 들어갑니까?” 라며 물었다. “그러면 너무 예의가 없어. 중요한 일 일수록 안절부절 못하는 거니까 말이야.”이어서 그는 손을 내밀어 옷 안에 있는 편지를 꺼내 기사에게 건네주면서 말했다.“부탁이 있습니다만, 이 편지를 저 대신 차선생님께 전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강책이라는 사람이 다음 날 찾아올 거라고 말씀 드려주세요.” 기사는 편지를 건네 받고는 집 안으로 전달했다. 이렇게 먼저 미리 방문편지를 보낸다면 예의가 없다는 느낌은 들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강책은 편지에 이미 방문한 목적을 써놓았기에 번거로운 일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일을 끝내고 그들은 다시 삼륜차로 돌아와 시내에서 제일 호화스러운 호텔에 도착했다. 양자리는 약속한 대로 기사에게 2백만원의 돈을 건네주었다. 그 기사는 돈을 세면서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혹시 잃어버릴까봐 그 주머니 마저도 실로 꿰메었다.“두 분,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기사는 콧노래를 부르며 기분 좋게 자리를 떴다. 2백만원은 강책과 양자리에게 있어 돈이라고도 불릴 수 없는 적은 숫자였지만 기사에게는 달랐다. 두 사람은 호텔에 도착하고는 짐을 내려놓고, 얼굴을 씻고, 배를 채웠다. 도중 양자리가 걱정하면서 물었다.“총수님, 도가집안이 저희가 없는 틈을 타서 강보라양를 건드리면 어떡합니까?” 강책은 잠시 젓가락질을 멈추고는 “그래, 그럴 가능성도 있겠어.” 라며 말했다. “하지만 그건 걱정하지마. 보호장치는 이미 해놓고 온 상태야.” 양자리는 강책의 한발 빠른 생각과 행동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늦은 밤, 경성.늘 푸른 약국 안, 강보라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잠에 들어있는 상태이다. 강보라는 요 며칠동안 일어난 일 때문에 몸도 마음도 힘든 탓에 눕기만 하면
그들이 제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10여개의 돌이 날아왔다. 그중 몇몇은 돌에 맞아 피가 멈추지 않았다.“누구야? 돌 던지는 놈 누구야!” 탁- 이번에는 오줌이 가득한 비닐봉지가 날아와 소리치는 사람의 입을 멈추었다. 이어서 정원에서는 처절한 비명이 들려왔다. 부하들은 더러운 게 있는 것 마냥 놀란 마음에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리고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했다.“형님, 저 못해먹겠어요. 저는 그만 할래요!” 한 부하가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도망쳤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도망치기 바빴다. 모두 강보라의 얼굴에 흉터를 내어 회복의 가능성 마저도 끊어버리라는 도국영의 지시를 받았지만 강보라를 보지도 못하고 도망쳐버렸다. 당사자가 귀신인지, 정체도 모르는 상황에 철수해버리고 만 것이다. 사실, 정원의 지붕에는 황금 십이궁의 칼잡이 전갈자리와 무기를 자유자재로 사용가능한 천정자리가 앉아있었다. 전갈자리는 기둥에 기대어 차분하게 말했다.“돌,오줌,귀신 소리가 무기 잘쓰는 사람이 할 짓은 아니지 않나요? 너무 유치합니다만.” 천정자리가 하하 거리며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그래도 목적은 이루지 않았습니까. 강보라양을 보호하면서 적들을 물리쳤잖아요. 번거로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요.” 전갈자리는 짜증내며 “저 사람들은 죽어도 마땅한 놈이에요. 왜 그냥 도망치게 냅두세요?” 라고 말했다. 천정자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저 사람들도 다 지시대로 행동했을 뿐이에요. 상황에 맞게 살릴 사람은 살리고, 죽일 사람은 죽이면 됩니다. 게다가 저희 두 사람의 역할은 강보라양을 보호하는 것 뿐, 사람을 죽이는 게 아니에요. 만약 자칫하다 사고라도 나게 되면 경찰이 끼어들게 될테고, 결국 강보라양과 모사장님께 피해만 끼칠 뿐이에요.” 전갈자리는 코웃음을 치며 묵묵히 달을 바라보았다. “저는 죽이는 것 밖에 몰라요. 다음에 나타나면 그땐 봐주지 않아요.” 천정자리는 어쩔 수 없다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두 사람의 성격은 정반대였다.
아침 시간.강책과 양자리는 식사를 끝내고, 택시를 잡고 차정민의 집 앞에 도착했다. 이어서 두 사람은 집사의 안내를 받아 대기 로비로 들어갔다. 몸집이 크고, 엄숙한 표정을 하고 있는 남자가 그들에게 다가갔다. 이 남자가 다름 아닌 운령산의 갑부, 감시자이자 수호자인 차정민이다!그는 다가와 강책을 보고는 먼저 입을 열었다.“그쪽들이 소나무잔나비버섯을 가지기 위해 왔다고 들었습니다만?” 차정민은 어제 보낸 편지를 통해 번거로울 절차없이 강책과 양자리에게 말을 걸 수 있었다. 강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제 친구가 얼굴에 큰 화상을 입었습니다. 그 버섯이 화상 흉터에 큰 작용을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차선생님을 뵙고 그 버섯에 대한 존재여부를 여쭙고 싶어 찾아 왔습니다.” 차정민이 “그 버섯은 존재합니다.” 라며 말했다. 강책과 양자리는 그의 말에 기뻐했다. 지금까지 한 수고가 물거품이 되는 일은 없다. “그렇다면 선생님께서 가격만 말씀해주십시오. 돈은 얼마든지 드릴 수 있습니다!” 차정민이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는 천천히 자리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 “이 버섯은 팔지 않습니다.” 양자리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차선생님, 왜 안파시는 겁니까?” 양자리는 그 버섯이 집안의 보물 또는 특별한 이유 때문에 팔지 않는 줄 알았지만 차정민의 그 다음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제가 말한 세가지 일을 모두 하실 수 있다면 이 버섯을 드릴 수 있습니다. 만약 그렇지 못한다면 얼마를 주셔도 팔 생각은 없습니다!” 여우 늑대가 말했던 이야기와 똑같았다. 강책이 “무슨 세가지 일입니까?” 라며 물었다. “첫번째, 당신들의 재력이 궁금합니다. 당신들의 재력을 증명할 수 있는 증명서가 필요해요. 적어도 한 사람의 몸 값은 500억 이상 이여야해요.” 그가 원한 건 돈이 아니라 신분에 대한 증명이였다. 강책은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답했다.“제 아래로 회사가 3개가 있습니다. 강남구의 기모 엔터테인먼트 , 침몽 하이테크
강책은 한숨을 내쉬었다.“차선생님, 이건 불가능합니다. 전 이미 결혼까지 한 유부남이고, 곧 있으면 아이아빠가 될 사람입니다. 제가 어떻게 다시 결혼을 하겠습니까?” 차정민은 코웃음을 쳤다.“그건 그쪽 사정이고, 만약 제 딸과 결혼하지 않는다면 소나무잔나비버섯은 절대로 가져갈 수 없을 겁니다.” 앞 두 단계에서 너무 순조롭다가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차정민이 옆에서 “아 그리고, 제 딸이 그쪽을 마음에 들지 않아해도 버섯을 가져갈 생각은 버려야할겁니다.” 라고 말했다. 그는 손가락을 치며 집사를 불렀다.“아가씨 좀 불러와줘, 이번에 골라준 사람은 어떤지 한 번 봐달라고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집사는 계단으로 올라가 아가씨를 불렀다.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강책의 안색은 여전히 나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남자 한명, 여자 한명이 같이 내려왔다. 남자는 안경을 썼고, 여자는 분홍색 원피스를 입었다.“제 아들과 딸 입니다. 아들 차민수, 딸 차수진!” 예전에 있었던 경험을 토대로 차정민은 자신의 소개가 끝나면 자신의 딸 차수진이 찾아온 사람에게 욕설과 수치심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차수진은 욕도 하지 않고 오히려 강책과 눈을 계속 마주쳤다.두 사람이 주고 받는 눈빛은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 차정민은 서로가 한눈에 반한 줄 알고 기뻐했다. 하지만 그의 기쁨도 차수진의 말 때문에 오래가지 못했다.“아빠, 저 사람이 아빠가 찾아오신 사람이에요?” “어떠냐?” “아빠, 제가 그 얘기 해드렸던 거 기억하세요? 제가 어떤 개자식한테 사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창피를 당했었다고요. 그리고 다시 만나게 되면 그 개자식을 사방팔방으로 찢겨 놓겠다고 말씀 드렸죠.” “응, 기억해.” “그럼 제 방식 대로 할게요.”차수진이 강책을 가리키고는 집사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저 개자식을 산산조각 내서 개 밥으로 주세요!” 순간 차정민의 눈이 휘둥그레 졌다.
차정민은 강책의 ‘수라군신’ 이라는 말에 귀 기울였다. 그는 존재만 알 뿐, 그런 위대한 사람이 자신의 앞에 나타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당신이...수라군신이라고요?” 강책이 웃으며 답했다.“증명이라도 떼서 가져다 드릴 수 있습니다.” “아니요 아니요, 괜찮습니다.”차정민은 자신의 고민이 해결 될 지도 모른 다는 생각에 기뻐했다. 이어서 주위를 둘러보고는 속삭였다.“저희 자리를 옮길까요? 저와 함께 서재로 가시죠.” 강책과 양자리는 차정민을 따라 서재로 자리를 옮겼다. 차정민은 서재의 문을 잠구었다. 안에서 큰 소리로 노래를 해도 밖에서 전혀 들리지 않을 만큼 방음이 좋았다. 차정민은 두 사람에게 자리를 안내한 뒤 말했다.“강선생님, 사실 제가 난처한 일에 처해서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강책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네, 말씀하시죠.” 라며 말했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드려야 할까요? 음.. 강선생님께서는 저희 차씨 집안이 왜 운령산의 수호자 또는 감시자라고 불리우는 지 아십니까?” “글쎄요.” “사실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운령산의 가장 큰 산맥인 와룡 산맥이 제 차씨 집안의 소유이기 때문입니다!”거대한 산맥을 소유하는 집안은 흔치 않았다. 차정민이 다시 말을 이었다.“운령산은 안개가 자주 나타나서 장기가 많습니다. 자칫하다 잘못하면 생명에 위험이 갈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위험을 와룡 산맥이 잡아주고 있는 거지요. 그 산맥은 ‘폐’ 와도 같습니다. 운령산에게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어주면서 장기를 빨아들이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죠. 운령산의 공기 정화 시스템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저희 차씨 집안은 최선을 다해 산맥을 관리하고 있어요. 그래야 운령산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마음 편히 살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이번에 저희 집안에 큰 문제가 생겼습니다. 요 몇년 사이 운령산의 자원을 사고 싶어하는 상인들이 많아졌어요. 그 중 자원이 제일 풍부한 와룡 산맥을 노리고 있습니다. 조상부터 관리를 잘한 덕에
양자리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와룡 산맥은 차씨 집안의 소유이고, 차씨 집안이 반대를 하면 상인들은 건드리지 못하는 거 아닙니까? 만약 몰래 산 안에서 이상한 행동을 하면 정부에 접근금지령을 요청하면 되는 일 아닙니까?” 양자리의 질문에 차정민이 고개를 저었다.“맞습니다. 저 차정민이 허락만 하지 않으면 그럴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요. 말씀대로 정부와 손잡고 행동하면 되는 겁니다. 하지만, 이게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강책이 눈살을 찌푸리고는 “무슨 뜻입니까?” 라며 물었다. 이어서 차정민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저희 차씨 집안은 규칙이 있습니다. 매 가주의 나이가 60살이 되는 해에는 가주자리를 후대에 물려줘야 하는 겁니다. 저 차정민은 이번 해에 벌써 59살입니다. 내년이면 내려가고 싶지 않아도 내려가는 수 밖에 없습니다!” 강책이 질문을 던졌다.“자리를 선생님의 아들인 차민수씨에게 주시면 되는 일 아닙니까. 선생님의 뜻을 따라 차민수씨가 계속 상인으로부터 산맥을 보호하면 되지 않습니까.” “저도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와 그애의 생각은 다르더군요. 민수 그 애는 운령산의 산맥을 굉장히 싫어합니다. 경성같은 화려한 큰 도시를 오히려 더 동경하고 있어요. 민수는 제 생각을 바꾸기 위해 저한테 설득도 했어요. 산맥을 팔아 돈을 받고, 경성에서 지내면서 더 이상의 잡일은 생각하지 말자고 말이죠. 그래서 저는 이 자리를 쉽게 내어줄 수가 없어요, 제가 이 자리에서 내려오게 되면 순식간에 산맥을 팔아 그 돈으로 경성으로 도망갈 수 있는 애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운령산, 운령산에 사는 시민들 그리고 대대손손 지켜온 재산은 어떻게 될까요?” 강책은 그제서야 차정민의 고민이 무엇인지 알아챘다. 유일하게 가주를 넘겨줄 수 있는 아들이 자신의 적들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지금 시대에 조상이 남겨준 재산과 뜻을 그대로 지키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게다가 시골 촌보다는 도시를 좋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