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형민은 로라의 모든 성장 과정을 기록해뒀다. 로라는 로형민이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줄 알았지만 본인이 그 사진의 주인공이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오... 오빠...”로라는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로형민은 말했다. “로라야, 너무 사랑해. 내 세상 속에는 오로지 밤만 있었고, 내 하늘엔 해도 없고 달도 없이 깜깜했어. 하지만 네가 나타나서 내 세상을 태양처럼 밝게 비추고,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해줬어. 어렸을 때 내가 왜 독사에 물리면서까지 너를 구했는지 알아? 너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이야, 나를 희생해서라도 네가 다치는 건 보고 싶지 않아.”로형민은 사진을 만지작거리면서 흐느끼며 말했다. “나도 알아, 우리는 남매야. 친남매가 아니더라도 이런 감정을 느끼면 안 된다는 것도 알아. 그래서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고 참아왔어. 하지만 그날 아버지가 내 비밀을 알고 그동안 내가 기록한 네 사진을 찢어버릴 정도로 화가 나셨어. 그래서 나는 참을 수가 없어. 아버지를 존중하는 마음보다 너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컸기 때문에 아버지를 밀어버렸어. 사실 그냥 사진만 뺏으려고 했지 죽일 생각은 전혀 없었어, 그런데 하늘이 장난을 치는 바람에 아버지가 죽은 거야. 그 추후의 일은 너도 다 알고 있을 거야.”로형민은 거짓말을 하면서 모든 것을 강책에게 떠넘겼다. 하지만 사실은 반드시 드러나게 마련이다. 결국 로라는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되어 강책과 손을 잡고 로형민을 속였다. 모든 것을 알게 된 로라는 매우 절망적이었다. 로라는 진실을 알게 되면 로형민에 대한 원한이 뼈에 사무쳐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로형민을 죽이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로형민이 아버지를 죽인 것은 사고였다. 게다가 이 사고는 로형민이 로라를 사랑했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로라는 로형민에게 복수할 수 있을까?할 수 없다. 로라는 어렸을 때 로형민이 자신을 구한 걸 생각하면 절대 로형민에게 복수할 수 없다. 로라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 원수! 이 원한은
로형민은 바닥에 쓰러진 로라를 보고 감격에 겨워 몸을 떨었다. 로형민이 로라를 탐한 것은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로형민은 이성을 잃기 전에는 정당한 수단으로 로라의 마음을 얻은 후 손에 넣으려고 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로형민은 자신이 아버지를 죽였다는 사실을 로라가 알게 된 이후 로라의 마음은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알았다. 로라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몸이라도 얻으면 된다. 로형민은 로라를 위해 한 평생을 바쳤으니 이대로 포기할 수 없다. 단 하루 만이라도 좋다!로형민은 기침을 심하게 하기 시작했다. 너무 흥분한 나머지 온몸의 피가 과도하게 순환되어 건강이 더욱 악화되었다. 하지만 로형민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진작에 죽을 목숨이었던 로형민이 지금까지 살아있는 것은 행운이다. 바닥에 쓰러진 로라는 안간힘을 다해 일어나려고 발버둥 쳤지만 일어설 수 없었다. 로라는 은침에 들어 있는 마취제 때문에 이미 온몸이 마비가 된 상태이다. 지금 로라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기도 힘들었다. 로형민은 로라 앞에 쪼그리고 앉아 로라의 얼굴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로라야, 이건 다 네가 나를 강요해서 그런 거야. 만약 나랑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거야, 그러니까 내 탓하지 마.”로라는 억울한 눈물을 흘렸다. 내면이 강한 로라도 견디기 힘든 일을 겪게 되었다. 자신의 명예와 절조를 중요시하는 로라는 남에게 더럽혀지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로형민은 로라의 눈물을 닦아줬다. “나랑 같이 있기 싫어서 우는 거야?”로형민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로라야, 난 너를 너무 사랑해. 너를 위해 내 전부를 바쳤어. 이번 생에 너를 얻지 못하면 나는 살 이유조차 없어. 미안, 난 오늘 꼭 너를 내 손에 넣을 거야.”로형민은 쓰러져 있는 로라의 코트를 벗겼다. 코트를 벗기자 드러난 로라의 하얀 속살을 보고 흥분한 로형민은 온몸이 뜨거워졌다. “로라야, 사랑해.”로형민은 숨을 헐떡이며 풀린 눈으로 로라를 쳐다봤다
로형민을 약으로 버티기 위해 손을 뻗어 약 상자 안에 있는 약을 모두 집어삼켰다. 많은 시간도 필요 없다. 5~10분이면 충분하다. “하느님은 저를 절대 막을 수 없어요. 제 평생의 소원이 눈앞에 있는데 지금 저를 죽이시는 겁니까? 하하, 안 돼요. 절대 안 돼요!”로형민은 입고 있던 옷을 벗어던지고 기침을 하며 안간힘을 다해 버텼다. 하지만 많은 양의 피가 빠르게 흐르자 로형민은 더 이상 참치 못하고 피를 토해냈다. 처음에는 코에서만 피가 흘렀지만, 그 후로는 눈과 귀 그리고 입에서 모두 피가 흘러나왔다. 로형민의 온몸에는 독소가 퍼져 시퍼렇게 질려 곧 죽을 것 같았다. 로형민은 몸을 부를 떨며 갈망 가득한 눈빛으로 쓰러져 있는 로라를 쳐다봤다. 하지만 로형민은 이미 몸을 움직일 수 없어 로라를 손에 넣고 싶어도 넣을 수 없었다. “도대체 왜죠? 제가 죽고 싶을 땐 못 죽게 하더니, 왜 하필 죽기 싫은 지금 죽이는 거죠? 하느님, 왜 저를 가지고 노는 거예요? 네?”로형민은 분노했다. 로형민은 결국 피를 토하며 로라의 몸 위에 털썩하고 쓰러졌다. 로형민은 죽기 직전까지 로라에게 눈을 떼지 않았다. 로형민은 정말 죽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진작에 죽었으면 이렇게 많은 일이 겪지 않았을 테니 더 나았을 것이다. 로형민의 운명은 하필 지금 이 순간 장난을 쳤다. 죽고 싶을 때는 죽지 못하고, 죽고 싶지 않을 때는 죽어야 한다. 로형민의 일생은 비극이다. 회의실 안은 매우 조용해졌다. 로라는 마취제를 맞고 마비가 되어서 꼼짝도 하지 못하고, 로형민은 온몸에 독소가 가득 차서 과다출혈로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지금 이 시각 한광 하이테크 입구, 강책과 한승재는 회의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기다림에 지친 강책은 인상을 쓰며 회사 안을 쳐다보고 말했다. “아직도 얘기가 안 끝났나?”강책이 양자리를 쳐다보자 양자리는 곧바로 상황을 확인하러 갔다. 양자리는 회의실로 들어간 지 몇 초도 안 돼 흥분한 목소리로
오후 한 시, 모리 하이테크 회장 휴게실.강책은 로라가 빨리 회복할 수 있도록 약을 발라줬다. 앉아서 몸을 움직이는 로라를 보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로라는 옷을 여미고 강책에게 고맙다며 감사 인사를 했다. 강책은 말했다. “로라 씨와 로형민 사이에 있었던 일은 완전히 해결된 셈이에요. 로라 씨도 진실을 알았고, 로형민도 하느님께 벌받아 죽었으니 로라 씨도 더 이상 걱정하지 마세요.”로라는 창밖을 내다보며 한숨을 쉬고 말했다. “맞아요, 이제 걱정 없어요.” 로라는 걱정 안 한다고 말했지만 마음은 여전히 허전했다. 로라는 사랑했던 오빠와 동생 그리고 아버지를 모두 하늘나라로 보내고 혼자 남아 매우 외롭고 쓸쓸했다. 강책은 로라에게 물었다. “앞으로 계획이 어떻게 됩니까?”로라는 웃으며 말했다. “계획 같은 건 없어요. 그냥 생각 없이 한 걸음씩 나아가야죠. 어차피 인수에 실패해서 어쩔 수 없어 경성을 떠나야 해요. 상처가 깊은 경성에 남아 있느니 차라리 멀리 떠나는 게 나아요.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경치를 보면서 마음 놓고 편히 쉴 거예요. 다시는 이런 골치 아픈 일들과 씨름하지 않을 거예요.”로라는 얼마나 절망적이길래 이런 말을 하는 걸까?강책은 물었다. “돈 필요합니까?”로라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걱정 마세요. 그 정도로 돈이 없지는 않아요. 강 회장님, 이번에 형민 오빠의 함정에서 빠져나왔다고 해서 영원히 무사한 것은 아니라는 거 명심하세요. 도가 집안은 여전히 강 회장님을 눈엣가시로 여기고 언제든지 공격할 거예요. 폭풍우가 더 세게 몰아칠 겁니다.”강책은 말했다. “다시 한번 나를 상기시켜줘서 고마워요. 저와 도가 집안은 함께 공존할 수 없어요. 도가 집안이 저를 찾아오지 않으면 제가 찾아갈 겁니다. 저와 도가 집안 둘 중 한 쪽만 살아남을 수 있어요.”같은 시각 경성의 도가 집안 별장. 도영승은 테이블 위에 있는 컵을 ‘탁’하고 내리치고 화를 내며 말했다. “쓰레기 같은 로형민, 내 기대를 저버리다
강책은 이런 상황이 처음이었다. 로라는 강책을 애틋하게 꼬옥 껴안은 후 뒤로 물러나 웃으며 말했다. “강 회장님, 감사해요. 강 회장님은 저의 마음을 움직인 처음이자 유일한 남자예요.”잠시 후, 로라는 옆에 있는 조연진에게 말했다. “아가씨 미안해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다시는 경성으로 돌아오지 않을 거니까 강 회장님 잘 잡으세요.”로라의 말에 조연진은 얼굴이 빨개졌다. 조연진은 부끄러움을 참을 수 없었다. 로라는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새가 하늘을 날듯 두 팔을 벌려 비행기를 타러 갔다. 모두들 멀어져 가는 로라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지 마음이 복잡해졌다. 어떤 이는 한 번 떠나면 돌아오지 않는다. 앞으로 로라와 만날 기회가 없을 수도 있고, 로라가 어디 가서 어떤 사람을 만나 어떤 인생을 살아갈지도 알 수 없다. 로라가 행복하길 바란다. 강책은 비행기가 이륙한 걸 보고 나서야 공항에서 나왔다. 돌아가는 길, 조연진과 정단은 강책을 힐끔힐끔 쳐다봤다. 특히 로라의 입술 자국이 묻은 강책의 입을 보고 두 여자는 침을 삼켰다. 두 여자도 로라처럼 강책에게 뽀뽀를 하고 싶었다. 정단은 속으로 질투했다. ‘로라, 여우 같은 계집애. 이렇게 좋은 방법을 어떻게 생각했지? 에이, 로라가 이미 써먹은 방법이니 내가 나중에 쓰면 효과 없을 거야.”정단은 돌아가는 길 내내 앞으로 어떻게 로라처럼 강책에게 뽀뽀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다. 이때, 조연진은 말했다. “맞다, 강 선생님. 새언니가 강 선생님이랑 중요하게 상의할 일이 있다고 로라 언니 배웅해 주고 저랑 같이 집으로 오라고 했어요.” 새언니는 바로 기윤미이다. 강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어요. 저도 마침 기윤미 씨를 만나 뵙고 싶었는데, 같이 갑시다.”로형민이 죽은 후에는 도가 집안과 직접 대면해야 한다. 강책이 세운 계획은 조가 집안, 강가 집안과 힘을 합쳐 차근차근 도가 집안을 짓밟고 무너뜨리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윤미와 강예리가 좋은
국가가 부른다?강책은 꽤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멘토는 몇 분 섭외하실 건가요?”기윤미는 종이 한 장을 꺼내며 말했다. “저희가 생각한 분들입니다. 전부 톱스타이기 때문에 저희는 섭외하기 힘들 것 같으니 강 회장님께서 좋은 방법을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강책은 보자마자 알았다. 명단에 있는 톱스타들은 런닝맨에 출연했던 연예인들로 쉽게 예능에 나오지 않는다. 런닝맨은 강책의 체면을 생각해서 출연했던 것이다. “알겠습니다. 이 명단 저한테 주세요.”강책은 기윤미의 제안에 승낙했다. 어차피 강책의 소속사 연예인이기 때문에 정단정과 일정을 상의하기만 하면 된다. 노래 프로그램은 재미있고 돈도 많이 벌 수 있다. 솔직 말해서 많은 연예인들이 노래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싶어 한다. 강책은 이야기가 끝나자 명단을 주머니에 넣고 조가 집안에서 나왔다. 돌아가는 길.양자리는 강책에게 물었다 “조가 집안과 강가 집안과 손을 잡고 도가 집안을 상대하려는 거예요?”강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도가 집안은 경성에 자리 잡고 있어서 나 혼자 상대하기 힘들어. 적의 적은 친구이니 조가 집안과 강가 집안하고 연합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야.”양자리는 말했다. “맞는 말씀이십니다. 그럼 저희는 모리 하이테크로 갈까요?”강책은 주변을 둘려보며 말했다. “배고픈데 어디 들어가서 밥이나 먹고 가자.”“알겠습니다. 이 주변에 맛집 하나 있는데 정말 맛있어요!”“그래? 가보자.”두 사람은 식당 입구에 도착한 후 주차를 했다. 강책은 차에서 내려 고개를 들어보니 식당 바로 위에 커다란 간판이 걸려있었다. 간판에는 ‘’풍야전’이라는 이름이 쓰여있었다. “간판 이름처럼 정말 고상하고 멋있는지 봐야겠군.”강책은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자 병풍으로 칸막이가 쳐져 있어 테이블은 따로 분리되어 있었다. 식사를 하면서 서로 방해받을 일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식당 안은 빨간 등불이 걸려 있고, 이
싱글벙글 웃는 양자리를 본 강책은 웃으며 말했다. “뭐야? 너 저 여자한테 관심 있는 거 같은데?”양자리는 얼굴이 빨개졌다. “회장님, 무슨 말씀이세요. 저는 그냥 강보라 씨의 뛰어난 재능을 존경할 뿐 다른 뜻은 전혀 없습니다.”정보 판매원인 양자리의 마음을 움직인 여자라면 정말 뛰어난 재능을 가진 여자일 것이다. 강책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강보라의 노래를 감상했다. “여러분, 제가 직접 리메이크한 를 불러드리겠습니다. 모두 좋아하셨으면 좋겠습니다.”마치 여름처럼 청량한 강보라의 목소리는 매우 감동적이었으며, 듣고 있으면 편안해졌다. 양자리가 강보라에게 반할 만하다. 강보라는 목소리만으로 매우 매력적이다. 강보라는 계속해서 비파를 연주하며 자신이 리메이크한 노래를 불렀다. 염노교는 소동파 씨가 작사 작곡한 오래된 곡이다. 원곡과 새로운 편곡이 만나 독특한 느낌이었다. 마치 어디선가 들어본 노래처럼 듣기 좋았다. 음악에 무지한 강책도 강보라의 노래에 푹 빠졌다. 노래는 너무 듣기 좋았다. 잠시 후, 염노교의 노래가 끝났지만 강책은 아직도 그 여운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여기저기에서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사람들은 무대 위로 팁을 던지기 시작했다. 옛날 독특한 전통문화를 볼 수 있어 정말 신선했다. 강책은 팁을 주고 싶었다. 하지만 주머니 안에 손을 넣고서야 현금을 챙기지 않다는 것이 생각났다.반대로 양자리는 주머니에서 지폐를 꺼내 아낌없이 무대 위로 던졌다. 마치 팁을 주려고 현금을 챙겨온 듯했다. 강책은 아무 말 없이 미소를 지었다. 강책은 풍야전이 정말 맘에 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차, 음식, 좋은 분위기, 듣기 좋은 평서 낭독과 노래는 마음을 매우 편안하게 했다. 하지만 불편한 부분도 있었다. 강책이 찻잔을 들어 한 모금 삼킬 때 어디선가 귓가에 거슬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쁜 아가씨, 목소리가 참 듣기 좋네. 모자 좀 벗고 얼굴 좀 보여줄래?”이 상황에 걸맞지 않은 말은 상당히 귀
남자의 말에 화가 난 강보라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남자에게 삿대질을 하며 말했다. “말 조심하세요!”남자는 화를 내지 않고 득의양양하게 말했다. “내가 말 조심 안 했어? 난 아주 조심해서 말했는데, 못 믿겠으면 나랑 우리 집 가서 확인해 볼까?”여자는 이런 뻔뻔하고 당당한 변태 같은 남자를 이길 수가 없다. 뒤에 있던 경비원은 남자를 쫓아내려고 했다. 하지만 경비원이 남자에게 다가가기 전에 옆 테이블에 있던 사람이 경비원을 막아섰다. 이들은 하나같이 건장한 체격에 한눈에 봐도 착해 보이지 않았다. 그중 한 명이 경비원에게 말했다. “아저씨, 저희 형님이 누군지 알아? 경성의 흑호라고 들어 봤어? 감히 입에 함부로 올리지도 못해!”흑호?경비원은 안색이 변했다.경비원은 강보라를 지켜주고 싶었지만 흑호가 두려웠다. “꺼져!”남자는 경비원을 발로 걷어찼다. 그러자 경비원은 감히 무리들에게 덤비지 못했다. 멀리서 지켜보던 강책은 양자리에게 물었다. “흑호는 또 누구야?”양자리는 화가 난 표정으로 말했다. “공교롭게도 도가 집안사람입니다.”“도가 집안?”“네, 도가 집안에서 키운 사람입니다. 처리하기 까다로운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에요.”강책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각 집안마다 직접 나서기 힘든 일들이 있기 때문에 대신 처리해 주는 부하 직원을 키워야 한다. 강책 또한 처리하기 곤란한 일들은 본인이 키우고 있는 야조에게 맡긴다. 문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야조는 강책의 관리하에 흑호처럼 막무가내로 행동하지 않는다. 하지만 흑호는 도가 집안을 믿고 그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남을 업신여긴다. 흑호는 계속해서 말했다. “고작 딴따라 주제에, 내가 널 좋아해주는 게 복인 줄 알아야지 감히 나한테 대들어? 10초 줄 테니까 빨리 모자 벗어! 네 손으로 안 벗으면 내 부하들이 직접 벗겨 줄 거야. 하지만 이거 하나는 알아둬, 내 부하들이 손이 거칠어서 모자뿐만 아니라 옷까지 벗길 수도 있으니까 알아서 해.”밝은 대낮에 이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