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지나지 않아 조연진의 눈이 슬슬 감겼다. 어젯밤 한숨도 못잔 이유 때문인지 눈꺼풀이 무거워져 눈을 뜨지 못했다. ‘안돼, 내가 어떻게 다시 강선생님이랑 만나게 됐는데. 졸린 티를 내면 안돼..’ 조연진은 필사적으로 정신을 똑바로 차리려 노력했지만 전혀 쓸데가 없었다. 결국 조연진은 소파에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강책은 “아가씨?” 라며 그녀를 불렀다. 사실 강책도 자신의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왜 이렇게 졸리지? 요새 힘들어서 그런가?” 강책은 눈을 비비며 졸음을 이겨내려고 했지만 5분도 되지 않아 그대로 소파에서 잠이 들었다. 조연진과 강책 모두 소파에서 잠이 들었다. 2층 계단 구석쪽에서 이 모든 것을 엿듣고 있던 로라가 모습을 나타냈다. 살의 가득한 눈빛으로 강책을 바라보았다. 커피는 자신의 양아버지와 동생을 죽인 복수를 하기 위해 꾸민 로라의 작전이였다.“아가씨, 저를 용서하세요. 저도 다 아가씨를 위해 저 쓰레기 같은 자식을 처리 하려는 거 뿐이에요. 아가씨는 저런 사람이랑 어울리지 않아요.” 로라는 가볍게 계단을 내려와 소파 앞으로 다가갔다. 이어서 눈을 크게 뜨고는 준비해둔 칼을 꺼내었다.“강책, 이제 너도 죽어서 벌을 받아야지!” 한 편, 별장의 문앞에서는 양자리가 조해인의 차 안에 앉아있다. 곧이어 조해인은 별장안으로 바라보고는 양자리에게 말했다.“그쪽 총수 믿을 만 합니까?” 양자리가 미소를 지었다.“저희 총수님보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말은 누구라도 할 수 있어요. 아, 근데 강책이 제 동생을 좋아하거나 그러지는 않겠죠?” 양자리가 답했다.“그건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저희 총수님은 아내 밖에 모르십니다. 절대로 한눈 파는 사람이 아니에요, 걱정하시 마세요.” 조해인은 요 몇일 강책과 같이 돌아다니면서 그의 실력이 자신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했다. 사실 자신의 여동생의 신랑감으로는 완벽했다. 하지만 이미 아이까지 있는 유부남 때문에 조연진이 슬퍼할까 두려웠다. 이어
로비 안.로라는 깊게 심호흡을 하고는 강책을 몇 초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칼을 내리 꽂았다. 가까운 거리에서 이미 숙면상태인 사람을 공격하기에는 매우 쉬웠다. 하지만 그녀의 칼이 강책의 목에 다다르기 전 몇 초 전에 상황이 변했다. 강책이 번개와도 빠르게 로라의 손목을 붙잡았다. 로라는 “악!!!” 이라는 소리와 함께 깜짝 놀랐다. 어떠한 사람이라도 이런 상황에서는 깜짝 놀랄 수 밖에 없다. 자고 있던 강책이 순간 눈을 떠서 자신의 공격을 막았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로라는 조연진이 커피를 타고, 강책이 커피를 마시는 장면을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였다. “어떻게 멀쩡한거에요?” 강책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조연진을 이용해서 저한테 약을 타는 건 너무 뻔한 수법이잖아요?” “커피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던 거에요?” “어떻게 모르겠어요? 서경에서 계속 먹고 자고만 반복 했을 것 같아요?”서경에서 전투를 했던 당시, 강책은 매일 이런 상황을 겪어야만 했다. 그 덕분에 여러가지 독약에 대한 지식도 올라갔다. 커피안에 약을 타서 상대를 공격하려는 수법은 강책에게 전혀 통하지 않았다.“하지만 방금 전 커피를 마셨잖아요!” “제가 의사인 건 잊었습니까? 이런 약도 제대로 피하지 못하면 가운 내려놔야죠.”이때, 강책이 잠시 머뭇거리고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처음에는 이렇게 단순하고 착한 여자아이가 이런 약을 어디서 구해왔을까 라고 생각이 들더군요. 게다가 약을 이용해 저를 해하려는 사람은 아니였기에 분명히 뒤에서 누군가 지시를 내렸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한 번 당한 척 연기하니까 그쪽이 스스로 나온거고요.” 로라는 한번 더 강책의 함정에 빠져들고 말았다. 로라의 복수, 계획은 모두 강책에게 들켰다.“젠장!” 로라가 손을 빼내려고 했지만 강책은 손을 꽉 잡고 있었다. 손을 빼내려면 손을 잘라내는 수 밖에 없었다.“조연진은 그쪽을 좋은 친구로 생각한 것 같은데, 이렇게 이용해도 되는 겁니까? 로라
강책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그렇게 할 생각이였습니다. 지금은 한 변태한테 걸려서 기분도 좋지 않은 데 만약 자신의 좋은 친구가 자신을 이용해 사람을 죽이려는 걸 안다면 크게 실망하고 말거에요.”로라의 표정에는 조연진에 대한 미안함이 섞어져 있었다. 그리고는 문을 열어 조가의 별장을 떠났다. 강책은 로라가 떠나고 나서야 양자리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총수님. 무슨 일 생기신 겁니까?” “오영감의 사망요인에 대해서 알아봐줘야 겠어.” “오영감 말씀이십니까? 불에 타서 죽은 거 아니였습니까?” “다른 상황이 있는 것 같아. 일단 경찰 쪽에 들러서 오영감이 대체 어떻게 죽게 된건지에 대한 서류 챙겨와.” “네, 알겠습니다!”전화를 끊고 강책은 소파에 몸을 기댔다. 그의 얼굴에는 씁쓸한 미소가 번졌다. 자신이 살인까지 덮어 쓴 사람이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였다. 사실, 당시 오영감이 죽을 불에 타서 죽었다고 들었을 때, 강책도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는 대체 누가 로라와 자신의 사이를 이간질 시켰는 지 제대로 알아야 했다. 한편, 로라는 화를 씩씩내며 어게인 하이테크로 돌아갔다. 사무실로 들어가자 로형민이 앉아있다. “로라야, 어디 갔다 온거야? 너가 전화했는 데 안 받길래, 얼마나 걱정했는 지 알아?” 로형민은 도가집안을 한번 갔다가 로라가 사라지자 두려운 마음에 사람을 불러 찾았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로라는 자리에 앉고는 “조가에 다녀왔어.” 라고 답했다.“조가?” “그냥 가서 조연진을 만나러 간거야.”“아, 그래.”로형민은 로라와 조연진의 사이가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어서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조연진이랑 만나는 건 괜찮아. 근데 이렇게 갑자기 사라져버리면 내가 걱정하잖아.” 여전히 사랑이 담긴 말투였지만 로라는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오빠, 아버지가 강책한테 정말 살해당한 게 맞아?” 순간, 로형민의 심장이 바닥으로 꺼졌다. 그녀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홍석진이 그녀의 질문을 듣자 그의 손이 떨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강하게 단련된 멘탈 덕분에 빠르게 침착을 되찾았다. 하지만 모두 로라에게 들키고 말았다. 홍석진은 슬픈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오영감님은 불에 타서 돌아가셨습니다. 부검 결과, 폐 안은 모두 먼지 밖에 남아있지 않다고 밝혀졌습니다. 끔찍하게 돌아가신 건 맞습니다.” “그래요?”만약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강책이 사람을 시켜 불을 지른 것이 맞다. 하지만 로라는 어딘가 찜찜했다. 수년간 사람과 소통을 하며 일을 하는 사람으로써 상대방의 거짓말은 단번에 알 수 있었기에 홍석진의 눈빛에서 ‘거짓’ 을 눈치챘다. 곧이어 로라가 물었다.“저한테 부검 보고서 좀 보여주실 수 있나요?” 홍석진이 미소를 지었다.“죄송하지만 그건 안됩니다. 부검 결과는 검찰 쪽에서 맡고 있는 사항이라 저희가 넘겨 받지 못해요.” “경찰 한테 부탁도 못하는 거에요?” “네, 죄송합니다.”홍석진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검찰 쯕의 부검 결과만 확인하는 건 가능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강한 부정에 로라는 오히려 더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 로라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 그렇군요.” 라며 답했다. 이때, 홍석진이 다시 되물었다.“부회장님, 오영감님의 사인을 갑자기 왜 궁금해 하시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혹시 누군가 접근해서 이상한 말을 한 건가요?” “그건 아니에요. 아버지가 죽고 나서 단 한번도 아버지 사인에 대해 물어보지 않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여쭤 본 겁니다.” “아, 그렇시군요. 걱정마세요, 저와 회장님께서 잘 처리하고 있으니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네, 알겠어요. 내려가셔도 됩니다.” “네.”끝으로 홍석진이 사무실을 떠났다. 사무실 안, 로라는 다리를 꼬고 소파에 몸을 기대고는 인상을 쓰고 있다. 불길한 예감이 그녀를 휩싸고 있는 것 같았다. 마치 무언가에 눈을 가려서 직접 소식을 받지 못하고, 무엇이 진짜 인지 가짜인지 판별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그 소
강책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모든 음식을 꼼꼼히 검사하면서도 말을 계속했다.“만약 저를 위해 준비하신 거라면 다음부터 줄여주셔도 좋습니다. 제가 많이는 못 먹습니다.” 음식의 검사가 끝나고, 두 사람은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조연진은 강책과 얼굴을 마주보며 식사를 하고 있다. 두 사람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없어 분위기가 점점 어색하게 흘러갔다. 식사를 마친 뒤, 조연진은 방으로 들어가 휴식을 취했고, 강책도 그녀를 따라가 방 안으로 들어갔다. 조연진은 침대에 눕고, 강책은 소파에 앉았다. 여전히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연진은 어떻게든 말을 꺼내고 싶었지만 너무 황당할까봐 시도도 하지 못했다. 결국 그냥 조용히 있는 것이 좋겠다 싶어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해가 지고, 밤이 찾아왔다. 바로 조연진이 씻고, 잘 시간이다. 조연진은 강책을 바라보고는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는 작게 중얼거렸다.“강선생님, 저..이제 그만 씻고 자고 싶어요.” “네, 좋습니다. 일단 제가 먼저 가서 욕실 검사를 하겠습니다.”곧이어 강책은 빠르게 욕실을 검사했다. “네, 씻으셔도 됩니다.” “네?”조연진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여기서 제가 씻는 걸 보신 다고요?” “네.”아무리 조연진이 강책을 좋아한다고 해도 이렇게 막무가내로 나가는 것에 생각이 복잡해지기도 하면서 나쁘지는 않았다.‘와, 왜 기뻐하는 거야? 남자한테 목욕하는 걸 보이는 게 좋은거야? 나 너무..’ 강책은 조연진의 표정을 파악하고 욕실 내부를 가리켰다.“들어가시면 저 커튼을 치면 됩니다. 그러면 저는 그냥 그림자만 보이고, 아가씨 몸은 직접 보이지 않습니다. 아가씨의 안전을 지키는 겁니다.” “아, 네. 그렇군요.”사실 남자에게 목욕할 때 그림자를 보이는 것 자체로도 굉장히 부끄러운 일이다. 하지만 강책이였기에 조연진의 머릿속에는 그저 기쁨 만이 맴돌았다. “그럼, 들어가겠습니다.” “네.”조연진은 갈아입을 옷을 들고 커튼을
강책은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3초 정도 침착함을 되찾고 다시 시선을 커튼으로 향했다. 완벽한 라인이지만 강책에겐 결국 영화를 보는 것과 다름 없었고, 더 이상의 흔들림은 없었다. 40분 뒤, 조연진은 목욕을 마쳤다. 강책은 왜 여자들은 목욕시간이 긴지 이해하지 못했다. 자신은 5분, 길어봤자 10분이였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자신의 아내 정몽연도 목욕을 30분 이상 했던 것을 떠올렸다. 강책이 여러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커튼이 열렸다. 귀여운 여자가 나왔다. 강책이 밖에 있는 줄 까맣게 잊은 채 평소처럼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커튼을 쳐버린것이다.“아~!!!” 조연진이 소리를 지르고는 다시 커튼을 쳤다. 커튼 위로 떨리는 그림자가 비춰졌다. 일이 이렇게 흘러갈 줄은 몰랐기 때문에 강책도 깜짝 놀랐다. 이때, 보안요원들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아가씨, 괜찮으신 겁니까?” 조연진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는 큰 소리로 답했다.“괜찮아요. 살짝 넘어진 거 뿐이에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내려가겠습니다. 혹시 무슨 일 있으시면 꼭 말씀해주세요.” “네, 알겠어요.”보안요원들이 떠나고 조연진은 몸을 닦고, 옷을 갈아입고는 커튼을 치고 나왔다.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서 강책을 쳐다보지도 못했다.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이고는 빠르게 강책을 옆을 통해 토끼마냥 침대로 올라갔다. 그리고는 이불을 머리 위로 올렸다. 강책은 깊게 심호흡을 하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강책도 방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이불을 머리 위에 쓰시고 주무시면 호흡에 좋지 않습니다.” 조연진은 그제서야 이불 위로 머리를 빼꼼 내밀고는 강책을 슬쩍 바라보았다. 곧이어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저, 잘게요.” 라며 말했다. “네.”강책은 책상 스텐드를 키고, 방 안의 불을 끈 채 소파에 앉아 조연진을 바라봤다. 조연진은 궁금한 듯 물었다.“안 주무세요?” “제가 자면 누가 아가씨를 지켜줍니까?” “그렇게 지내다가는 몸이 힘들텐데요.” “걱정
미팅이 끝나면 강책이 바로 별장으로 다시 데려간다. 오늘은 화장실도 급하지 않는 이상은 금지였다. 완벽한 조치로 강책은 범인이 조연진에게 절대로 다가가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아가씨, 만약 가능하다면 오늘 활동도 삼가해주셨으면 합니다. 지금이라도 돌아가서 안전을 유지하는 게 좋다고 보는데요.” 강책의 제안이 맞는 말이였지만 몇 년동안 열심히 닦아온 결과를 앞에두고 그대로 포기해버리는 것은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였다.“제리 선생님이랑 그래도 이야기는 해보고 싶어요.” “네,알겠습니다. 하지만 20분이에요, 가능하면 짧고 굵게 끝내세요. 다른 말은 하지 마시고요.” “네, 알겠어요!”강책은 조연진을 데리고 회사 안으로 들어갔다. 레드 카펫이 펼쳐진 방향으로 계속 걸었다. 기자들, 회사 직원들, 관리인들 모두 오늘의 미팅을 중요시하게 여겼다. 회사의 브랜드 명성, 외국계로 진출할 가능성 모두 오늘의 제리 디자이너의 말에 따라 달라 질 것이다. 제리 디자이너는 엄격하기로 소문난 디자이너이다. 하지만 조연진의 충줄한 능력과 재능 덕에 한번 만나자고 연락이 온 것이다. 하지만 조연진의 작품이 제리의 마음에 들지 않는 다면 브랜드의 명성은 반토막이 될 것이다. 반대로, 제리가 만족한다면 머지않아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할 것이 분명하다. 조연진은 손을 흔들면서 웃은채로 무대위로 올라갔다. 강책은 그녀를 무대위로 안내 한 뒤, 조연진을 이미 배정해 둔 의자에 앉혔다. 그리고 강책은 주위를 둘러보며 이상한 사람이 있나없나 살폈다. 만약 범인이 조연진과 함께 불에 타서 죽고 싶다면 분명 좋은 상태는 아닐 것이다. 강책이 계속 살폈지만 이상한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이 백명이 넘는 사람들 와중에 범인을 찾기에는 어려웠다. 동시에 강책은 범인이 어떤 식으로 공격을 가할 지 궁금했다. 현장의 보안요원은 10명이 훨씬 넘고, 건물 자체에도 감시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으며 화장실도 보안이 지킨다. 심지어 무대를 올라가거나 내려갈 때 모두 강책이 보호를 하고 있다.
조연진은 제리와 기쁘게 대화를 하면서 자신의 여러 디자인 쪽 생각을 뱉었다. 그리고 제리에게 칭찬도 얻었다. 모두가 오늘의 미팅은 성공적이라고 생각이 들때, 돌발상황이 벌어졌다. 제리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가방 안에 손을 넣고는 라이터와 알 수 없는 액체를 꺼내고는 뚜껑을 열어 조연진의 몸에 뿌렸다. 순간, 조연진은 깜짝 놀라 움직이지 못했고, 현장에 모든 사람들이 얼어버렸다. 사진을 찍고 있던 사람들도 제리의 행동에 깜짝 놀랐다. 너무 짧은 시간에 일어난 일이라 누구도 막지 못했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가지고 있는 디자이너 제리가 조연진과 함께 불에 타 죽기 위해서 변태 편지를 보냈었다는 건 아무도 믿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런 검사를 거치지 않고 모든 보안을 뚫고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 제리 뿐이였다. 그가 범인이다. 제리가 다시 행동을 취하자 강책이 빠른 속도로 무대로 올라가 제리의 왼쪽 손을 눌렀다. 이어서 그의 오른손에 쥐고 있는 라이터를 찼다. 이 모든 과정은 1초도 되지 않았다. 너무 빠른 속도에 기자들도 그 순간을 사진으로 담지 못했다. 제리가 라이터를 꺼내 강책에게 저지를 당할 때 까지 걸린 시간은 2초, 강책은 처음부터 제리가 범인일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이거놔, 이거놔!” 제리는 강책에 의해 탁자위로 짓눌렸다. 아무리 필사적으로 나오려고 해도 강책의 손을 벗어 날 수는 없었다. 그제서야 조연진은 제정신이 되돌아왔다. 그녀는 제리 디자이너가 변태 편지의 범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뭐가 어떻게 된거에요?” 이때, 강책이 ‘가짜’ 제리가 하고 있던 가발과 수염을 때고는 “진짜 제리가 아닙니다.” 라며 말했다. 조연진은 놀란 목소리로 “가짜?! 그럼 진짜 제리 디자이너는 어디있어!” 라며 물었다. 하지만 가짜 제리는 단 한 마디도 입을 열지 않았다. 강책은 보안요원들을 불러 ‘가짜’를 감시하라고 알려두었고, 부하들을 시켜 진짜 제리를 찾으라고 지시를 내렸다. 만약 그의 예상이 맞다면 진짜 제리는
그가 몇 대의 승계자인지 모르지만 드디어 강책의 일행에게 잡혔다. 이어서 김한철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국에 있는 용맥 단체를 모두 잡아 들였다.한편, 200만 명 시민들도 해독약을 먹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들은 강책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연산 시와 다른 도시에 강책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석고상을 지었다.강책의 훌륭한 명성은 후세에도 전해질 것이다.…엄수 집안.장유나가 장훈의 앞으로 껑충껑충 뛰어갔다.“아버지, 제 말이 맞죠? 강책이 분명히 나타날 거라고 했잖아요!”장훈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강책의 강인함과 자신을 괴롭혔던 저주가 풀렸다는 사실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는 드디어 ‘평범한 사람’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식약 식당 안.강책이 황금 십이궁을 이끌고 식당으로 돌아왔다.도착하자마자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정몽연의 모습이 보였다.“강책! 나 진짜 화났어, 진짜 죽은 줄 알았잖아!” 강책이 어깨를 들썩이고는 다정하게 말했다.“미안,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할게.”“진짜야?”“응, 진짜야.”강책이 정몽연을 덥석 안고는 이마에 뽀뽀했다. 정몽연은 살짝 화가 풀렸다.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물었다.“그럼, 어떤 신분을 숨기고 있는지 말해줘.”“어... 그게… 잠깐만.”강책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말했다.“연산 시의 식약 식당, 한사랑 병원이 내 명의라는 건 알고 있을 거야.”그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강남구의 침몽 하이테크랑 기모 엔터테인먼트도 내 명의야.”“뭐?”정몽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남구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대기업을 강책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경성의 강씨 집안, 성월각도 내 명의야.”“뭐라고?”정몽연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의 자산은 한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이었다.“그리고 사실 경성에 갔을 때, 수라 군신의 자리를 다시 되찾았어.”“강책!”정몽연은 화가 나면서도 기뻤다.“어떻게 이 사실을 다 숨기
용맥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책은 분명 죽지 않았는가.“뭘 또 그렇게 놀라.”인파들 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나왔다, 다름 아닌 이미 사망신고가 내려진 강책이었다.“연구가 99퍼센트까지 했는데 마지막 1퍼센트는 도저히 채울 수 없더라고. 그래서 내가 용의 물을 마셔서 직접 독소를 느껴보면 1퍼센트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그 1퍼센트가 뭔지 알아냈고, 해독약을 쉽게 제조할 수 있었어. 이제 용의 물과 이어진 연결도 끊어졌을 거야. 즉, 너는 아무도 죽일 수 없어. 용맥, 네가 졌어.”용맥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강책을 바라보았다.수천 년 동안 전해졌던 역사가 강책의 손에서 끊어지고 말았다. 사실, 용맥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느껴지는 불안함에 강책을 죽이려고 젖 먹던 힘까지 썼지만 그는 결국 해독을 완성시키고 말았다. 용맥이 잠시 생각하고는 이상함을 감지했다.“네가 용의 물을 마시는 동시에 내가 독소를 조종해서 너를 죽게 만들었어,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해독약을 만들었다는 거야?”강책이 용의 물을 들이켰을 때, 이미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분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망칠 길은 전혀 없었다.이때, 강책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신태열 덕분이야.”용맥은 그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그때 심장이 멎었던 이유는 용의 물 때문이 아니야, 그건 서심산 때문이었어. 신태열도 당신의 용의 물을 보면서 비슷한 독약을 만들고 싶어 했어,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얼떨결에 ‘서심산’이라는 독소를 만들어냈어. 그 덕에 연산 시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어. 즉, 서심산은 ‘용의 물’의 짝퉁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큰 비밀을 알아냈어. 두 독약은 상호 배타적 관계를 가졌다는 거였어.”둘 중 독소가 하나라도 몸에 있으면 또 다른 독소는 체내에서 살 수 없다.즉, 서심산을 마셨다면 체내에는 같은 성분인 ‘용의 물’을 배제하는 항체가 생긴다.강책은 용의 물을
사실, 김한철은 그의 지시대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헬기 준비와 위부서에게 용맥을 호송해달라는 부탁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가 차올랐다.“이런 젠장!”그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연산 시 전체가 먹구름이 짙게 끼었다. 한편, 엄수 집안.집안의 가주 장훈이 정원에 앉아있다. 시든 꽃을 보는 그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그는 평생동안 김씨 어르신을 지지하면서 용의 물의 해독을 기대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게다가 그의 제자들인 무상명인 정해운과 강책 모두 죽고 말았다. 결국 용의 물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모두 사라졌다.“하....”장훈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년 동안 가문에 걸렸던 저주는 결국 풀지 못하는 건가.결국 용맥의 ‘부하’로 영원히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때, 장유나가 다가왔다.“아버지, 한숨 그만 쉬세요.”장훈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한숨도 못 쉬게 하는 거야?”“한 두 번 겪는 것도 아니잖아요, 매번 궁지에 몰릴 때마다 강책이 나타났잖아요.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라 믿어요.”장훈이 고개를 저었다, 상황역전의 대명사였던 강책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강책은 용의 물을 마셨고, 생방송에서 그의 사망 원인은 용의 물에 의한 독성 때문이라고 밝혔다.그는 세상을 떠난 사람이 확실했다.“아니요, 전 안 믿어요!”장유나가 굳건한 눈빛으로 말했다.“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강책이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그녀는 씩씩거리면서 자리를 떴다. 장훈은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렇게 믿고 싶어, 하지만 강책은 불사신이 아니야.”…12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건물 앞에 헬기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주위로는 보디가드가 자리를 지켰다.이때, 가면을 쓴 남자가 헬기를 향해 다가갔다. 남자는 다름 아닌 ‘용맥’이었다.김한철은 자리에 서서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용맥은 아랑곳하지 않고 김한철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김청장, 고마
그의 말에 대중들은 충격에 빠졌다, 마치 번개에 맞은 것 같이 순식간에 풀이 죽어버렸다.그 중 몇 명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 앉았다.강책의 죽음이 자신들의 생명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참담했다.용맥은 여전히 대중들의 생명을 ‘패’로 생각하고 정부를 향한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게다가 그들의 생명은 용맥이 쥐고 있기 때문에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더 끔찍한 사실은 유일하게 독을 해독할 수 있었던 인물을 대중들이 죽여 버렸다는 사실이다.김씨 어르신과 무상명인 정해운이 죽고, 강책은 ‘접묵 기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결국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진 지금, 용의 물은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게 되었다.현장에는 절망스런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막막함과 후회스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항상 위기의 상황에 나타나 자신들을 구해주고, 항상 승리의 여신 편이었던 인물을 그릇된 판단으로 그를 지옥으로 빠뜨려버렸다.“안돼!”곧이어 강책의 시체를 향해 무릎 꿇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 비통함을 털어 놓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무릎을 꿇기 시작하고는 과거의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했다.몇 만 명이 넘는 사람이 병원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어리석은 행동을 반성하면서 속죄하기 바빴다. 그들은 신에게 시간을 다시 돌려 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참이 지나고, 황금 십이궁의 물고기자리와 물병자리가 강책의 시체를 들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의 표정은 고통으로 가득했다, 곧이어 십이궁 일원 모두 눈물을 흘렸다.강책의 가족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의 아내 정몽연은 울다가 쓰러져버렸다.연산 시 전체가 좌절에 빠졌다. 하늘도 같은 마음인 걸까, 그들의 마음처럼 어두웠다. 이때, 용맥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김한철, 네가 어렵게 내 위치를 파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근데 미안해서 어쩌지, 이백만 대중
김한철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강 선생님은 이런 상황에서도 참 착하시네요.”“연구에 실패했으니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죽는 수밖에 없어요.” 강책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죽기 전에 가족들과 전화 한 통 하겠습니다.”강책의 가족들은 강책을 만나기 위해 연산에 왔다. 하지만 영원히 이별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역시,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강책은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정몽연은 대성통곡을 하며 강책에게 충독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했다. 정몽연은 강책을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몽연의 생각과는 달랐다. 강책의 선택이 늦어질 때마다 시민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공포감에 휩싸인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다. 강책의 목숨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여보, 우리 딸 잘 부탁해. 사랑해 여보.” 강책은 정몽연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병원 밖으로 나가 시민들을 마주했다. 황금 십이궁은 일렬로 서서 불안한 표정으로 강책을 쳐다봤다. 잠시 후, 강책은 마이크 앞에 서서 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 “제 목숨을 수십만 명의 시민들의 목숨과 바꿀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저는 불씨이기 때문에 죽으면 불은 꺼지지 않고 더욱 타오를 겁니다! 때문에 이 세상은 결코 어둠에 잠기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강책의 말이 끝나자 한 젊은이가 무리들 사이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 “강 선생님, 죄송하지만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니 가짜로 죽은 척하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번 검사해 보겠습니다.” 용맥은 진용과 이용진, 그리고 신태열을 경험해 본 듯했다. 강책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젊은이를 막아서지 않았다. 젊은이는 일단 눈앞에 있는 사람이 물병이나 다른 사람이 가장한 것이 아닌, 진짜 강책인지 확인한 후 강책의 편작 신침을 빼앗아 가짜 죽음을 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책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재차 확인했다. “됐습니다. 자, 이제 준비
사실상 반나절 안에 연구하기란 매우 촉박하다. 강책은 최고의 의사와 연구진들에게 연락해 용의 물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용의 물에 대한 연구는 매우 힘들었다. 용의 물 자체가 연구하기 힘들었으며, 구하기 힘들어서 샘플의 양이 극히 적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과 다르다. 현재 연산 시 전체에 용의 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강책과 수백 명의 연구자들은 반나절 동안 연구에 집중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강책은 연구에 실패했다. “1퍼센트, 딱 1퍼센트가 부족해요!” 강책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상 연구는 99퍼센트 완성됐다. 하지만 단 1퍼센트가 부족했다.가장 핵심인 1퍼센트의 데이터는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부분이었다. 게다가 주어진 시간도 매우 촉박했다. 전 세계 훌륭한 연구자들이 모두 모였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용의 물, 그야말로 최악의 독약이다. 하지만, 더욱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연구 실패 후, 200만 명 시민들 사이에서 용의 물 독성에 견디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용맥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자 강책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강책, 당신만 희생하면 수백만 명의 시민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강책, 비겁하게 숨지 말고 나오세요!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당신 하나 때문에 죽을 수는 없습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책임지세요. 당장 나오세요!” 수많은 시민들은 병원 앞에서 큰소리로 시위를 했다. 사람들은 이미 공포에 눈이 멀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구하기 위해 강책 한 명 목숨을 희생하는 것이 어려운 걸까? 시민들은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사람들의 오직 강책이 빨리 죽기를 원했다. 용맥은 강책이 죽어야 통제를 멈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의 목숨도 지킬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시민들은 강책이 연산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새까맣게 잊었다.
용맥, 그야말로 은밀하고 악독하다. 용맥의 비서는 계속해서 말했다.“저희가 바라는 것은 오직 안전입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면 시민들을 죽이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한 가지 요구를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강책도 용의 물을 마시세요! 강책은 용맥의 골칫거리입니다. 저희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강책을 반드시 통제해야 하니 양해 바랍니다. 자, 그럼 오후까지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만약 오후에도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용맥은 시민을 죽일 겁니다. 이제 제가 할 말은 다 끝났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비서는 화면 속에서 사라졌다. 김한철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졌다. 김한철은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차며 버럭 화를 냈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용의 물 바이러스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강 선생님뿐이에요. 강 선생님께서 용의 물을 마시면 그들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용맥이 시키는 대로 하실 겁니까? 자살을 하라고 할 수도 있어요. 강 선생님이 죽으면 용의 물을 해결할 사람이 없어요. 그럼 200만 명의 시민들은 용맥에게 통제될 겁니다. 용맥은 인질을 더 늘릴 겁니다. 강 선생님은 절대 죽어서는 안 됩니다. 절대 용의 물을 마시지 마세요.”김한철의 말이 맞다. 하지만 가능할까? 용맥은 200만 명의 시민을 인질로 잡고 강책에게 용의 물을 마시라고 요구했다. 만약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1초에 한 명씩 죽을 것이다. 과연 강책이 받아들일까? 김한철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미 용맥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공격하면 됩니다.”“안 됩니다.” 강책은 말했다. “그럼 다 같이 죽는 것과 다름없어요. 용맥을 잡으면 200만 명의 시민들도 같이 잡는 겁니다. 절대 안 됩니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 강책과 김한철은 잠시 말이 없었다. 강책이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 위기를 잠시나마 모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는? 용의 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강책이
김한철은 강책의 말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예상한 대로군요.”예상대로라니?김한철은 처음부터 용맥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걸까?“강 선생님, 잠깐 저랑 나가시죠.”김한철은 강책과 함께 빈 병실로 자리로 옮겨 문을 잠갔다. 김한철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뉴스가 있습니다. 연산 외에도 10군데의 도시들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강 선생님, 혹시 어디 도시인지 아십니까?”강책은 김한철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아차렸다. 이전에 회의에서 김한철이 수십 군데의 도시들이 용맥에게 통제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10군데 도시들의 시민들이 모두 중독되었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강책은 말했다. “시민들은 용의 물에 중독된 겁니다. 그리고 다른 도시들도 용맥의 세력이 퍼져 있기 때문에 용맥의 짓이 틀림없습니다.”김한철은 확신에 찬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한철과 강책이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한 도시에 15만 명이 중독되었다고 해도 10군데 이상의 도시면 2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중독된 것이다. 상당한 숫자이다. 강책은 용의 물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용의 물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첫째, 단시간 안에 몸 전신에 퍼져 중독된다. 둘째, 용맥의 통제를 당하면 언제든 죽을 수 있다. 용맥은 분명히 무고한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10군데가 넘는 도시에 용의 물을 퍼뜨린 것이다. 용맥은 원할 때 언제든 시민들을 죽일 수 있다. 일이 매우 복잡해졌다. 김한철은 말했다. “저희는 이미 준비를 끝냈으니 그물을 던져서 용맥을 처리합시다. 용맥도 최후의 방법을 썼으니 저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지금 갈등이 격화되면 용맥이 흥분해서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다. 200만 명의 시민이 죽으면 누구 탓일까? 아마 김한철이 죄인이 될 수도 있다. 강책은 말했다. “이럴 때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혹시라도 용맥이 반격하면 일이 커집니다.”강책과 김한철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니요. 아침에 뉴스 보고 지금까지 물 한 모금도 안 마셨습니다. 이건 천재지변인가요? 사람에 의해서 일어난 재난인가요?”물고기자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천재지변이든 사람에 의해 일어난 재난이든 심각한 상황이다. 잠시 후, 강책은 병원에 도착했다. 강책을 기다리고 있던 김한철은 강책을 보자마자 병실로 데리고 갔다. 병실 안, 한 환자는 더운 여름 날씨에 마치 얼음장 안에 있는 듯 온몸을 떨고 있었다. 이때, 한 의사가 말했다. “강 선생님, 현재 상황을 대략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수돗물에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수돗물을 마시면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잠복된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폭발하지는 않는다. 현재 10만 명 이상의 시민들 몸속에 바이러스가 잠복되어 있다. 그중 122명은 감염되었다. 끔찍한 것은 사람들의 바이러스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오한 증상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열이 오르는 사람도 있다. 또한 간지러움 증상이 있는 사람, 구토 증상을 보이는 사람 등등 증상이 모두 달랐다. 사람마다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증상이 제각각이다. 현재 바이러스는 매우 강력해서 개개인의 체질에 따라 전혀 다른 증상을 보인다. 가장 심각한 경우 숙주세포를 공격할 수도 있다.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서운 점이 또 있습니다. 현재 바이러스는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검출되고, 물에 있을 때는 전혀 검출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습니다.”즉,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하지 않다. 강책은 의사의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바이러스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보이기 때문에 일반 바이러스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강책은 환자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강책은 침을 꺼내 자신의 몸에 놓았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