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 앞.강책과 로형민이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말을 주고 받고 있다. “강회장님쪽도 오늘 안으로 제안서를 제출 하실지 몰랐습니다.” 강책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그러게요, 마치 제가 제출할 시간을 누가 알려준 것 처럼 말이에요.” 로형민도 미소를 지어보였다.“그래도 저는 이익을 보는 게 아닙니까?” “이익을 보실 지, 직접 화를 자초한 것일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요.”두 사람은 무표정으로 서로 몇 초간 바라보고는 같이 과학기술 총연합회 건물로 들어갔다. 이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에서 내린 뒤, 회의실로 향했다. 일찍이 회의실에 도착한 양상원은 두 사람의 실루엣을 보고는 다급하게 직원을 시켜 물을 부탁했다. 이어서 그는 두 사람에게 굽신 거리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오늘 이 두 회사가 동시에 제안서를 완성하실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게다가 두 분 모두 시간 전에 내시다니, 우연의 일치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양자리는 코웃음을 치고는 “네, 우연이네요. 저희가 시간 전에 온다는 소식은 양주임님 밖에 모르실텐데요, 저쪽은 어떻게 알고 오셨는지 모르겠네요.” 라며 말했다. 양상원은 양자리의 말의 뜻을 알아차리고는 헛기침을 했다.“아이고, 너무 그러시지 마세요. 강회장님의 행동을 제가 하루종일 지켜보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양자리는 어깨를 들고는 “글쎄요, 그걸 즐기는 사람은 몇 명 있을 겁니다.” 라며 답했다. 그의 한마디에 회의실 안은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 이어서 양상원이 계속 말을 이었다.“그, 그 제안서 제출하려고 오신 거 아닙니까? 서류는요?” 양자리는 USB를 건네고는 “다 여기 안에 저장되어 있습니다.” 라며 말했다. 이어 로형민의 비서도 USB를 그에게 건넸다. 양상원은 USB 두 개를 건네 받고는 “지금 바로 국립연구소에 있는 동료한테 연락하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라며 말했다. 그가 회의실을 나가는 순간, 로형민과 눈이 마주쳤다. 두 사람은 눈빛만으로도 무언가를 주고 받는 것 같았다. 양상원
로형민은 잠시 멍을 때렸다. 이어서 믿기지 않는 사실에 자신의 눈을 비볐다. 열어진 파일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였다. 로형민은 ‘뭐지?’ 이라는 표정과 함께 양상원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양상원의 표정에 아무런 변화가 없자 로형민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로형민은 ‘양상원은 자신의 사생활이 담긴 사진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 건가? 왜 갑자기 행동이 달라진거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옆에 있던 강책이 입을 열었다. “왜그러십니까? 로형민씨께서 저희 제안서가 많이 궁금하신가봅니다, 무슨 문제라도 발견하신 겁니까?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제안서 입니까?” 강책의 말에는 또 다른 의미가 숨겨져 있다. 현장에 있는 다른 사람은 몰라도 로형민은 말에 숨겨진 뜻을 알 수 있었다. 곧이어 그는 강책을 째려보았다. 강책의 뜻은 이미 그의 계획을 알고 있었고, 이에 알맞는 대처를 했다는 것이다.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 로형민은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강책이 자신의 계획을 알리가 없었다. 그리고 양상원이 자신의 계획을 알렸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았다. 그의 성격상 자신의 약점을 밝히지는 못할 것이다. 결국 강책과 처음 대결하는 상대에서 처절하게 패해버리고 만 것이 사실이였다. 한편, 연구소 사람들은 그저 스크린만 바라보며 제안서를 훑기 바빴다. 제안서 확인이 40분 동안 이루어졌고, 연구소 사람들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한 연구원이 입을 열었다.“제안서는 완벽합니다. 하지만 들어가는 금액이 장난이 아닐텐데요? 만약 이 제안서대로 실행하게 된다면 적어도 20억 또는 30억을 투자받아야 합니다. 일억 가지고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강회장님께서 너무 무리하시는 게 아니신지요?” 강책은 그의 말에 손을 저었다.“아니요, 저는 괜찮습니다. 연구소의 요구와 맞다면 저는 얼마를 내든 상관 없습니다. 처음부터 말씀 드렸다싶이, 이 프로젝트는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닌 국민을 위해 힘을 쓰는 것 뿐입니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
한편, 양상원은 모리 하이테크의 USB를 빼고, 어게인 하이테크의 USB를 꽂았다. 이어서 파일을 열자 제안서가 스크린에 비쳤다. 연구소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스크린으로 향했다. 순간, 스크린에 비치는 화면에 모든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 졌다. 파일 안은 모두 여자의 나체 사진이였다. 매 한장마다 모두 적나라게 노출이 된 사진에 회의실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여자 연구원들은 민망한 표정을 하고는 소리를 지르며 자신들의 눈을 가렸다. 남자 연구원들도 민망하기는 마찬가지 였다. 옆에 있던 모리 하이테크 사람들은 하하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웃음 소리가 로형민의 귀에 들리자 그는 화를 내며 탁자를 탁 쳤다. 이어서 양상원을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다.“대체 무슨 USB를 꽂으신 겁니까? 뭐하시는 거에요?” 양상원은 차가운 표정을 보이며 그에게 “왜 그러십니까, 이 USB는 선생님께서 직접 전달해주신 게 아닙니까.” 라며 되물었다. 순간, 로형민의 머리는 새하얘졌다. 양상원에게 지시를 한 건 맞지만 결국 헛수고로 돌아간 것이다. 양상원이 자신의 뜻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멍청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남은 건 딱 하나 였다. 로형민은 화가 나 이빨을 꽉 깨물었다. 상대를 공격하기 위한 무기가 결국 자신을 향해버린 것이다. “큼큼..” 몸이 좋지 않던 로형민은 순간의 충격으로 기침증상이 점점 심심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다급하게 손수건을 꺼내 자신의 입을 막았다. “로형민씨, 괜찮으십니까? 뭐, 놀랍지도 않습니다. 하루종일 이런 것만 보시고 계시면 체력이 남아나질 않을 겁니다. 얼른 배우자를 찾으시는 게 몸에 더 좋을 듯 합니다.” 로형민은 숨을 헐떡 거리며 “강책..너...너..” 라고 더듬거렸다. 이어서 어게인 하이테크의 사람들이 로형민의 상황을 보고는 그를 병원으로 데려갔다. 강책은 그들의 뒤에서 “일단 병원 도착하면 먼저 간 수치 확인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라며 외쳤다. 회의실 안은 비웃음 소리로 가득 찼다. 곧이어 어게인 하이테크의 사람들이 다 떠났다
로형민은 씩씩 거리며 다시 어게인 하이테크 건물로 돌아왔다. 그는 돌아오자마자 “지금 당장 양상원 사진 인터넷에 뿌리라고 이희재한테 연락해!” 라며 부하직원들에게 지시했다. 하지만 부하직원들은 머리를 긁으며 제자리에서 가만히 있을 뿐이였다. 로형민은 그들의 반응에 “뭐해? 지금 당장 가서 알리라니까?” 라며 화를 냈다. 이때, 한 부하직원이 입을 열었다.“그게, 이희재가 사라졌습니다.” “뭐?”로형민의 눈이 휘둥그레 졌다.“무슨 소리 하는 거야, 이희재가 왜 사라져.” “며칠 전 부터 이희재랑 연락이 닿지 않습니다. 전화해도 받지 않고, 메세지에도 답장이 없습니다.” 로형민은 화가 나고 초조해지기 시작했다.“이런 중요한 일을 왜 이제와서 말해?” 부하직원은 억울해하며 “사실 이희재는 항상 밖으로 잘 돌아다녀서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순식간에 사라질 줄은 저희도 몰랐습니다.” 라고 말했다. 로형민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래 생각할 필요 없이 이 모든 건 강책의 짓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희재가 가지고 있는 사진을 모두 지워 양상원의 ‘배신’ 을 도운 것이다. “이런 쓰레기들!”그는 욕 한마디를 내뱉고는 뒤를 돌아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자리에 앉아 술을 들이켰다. 이어서 두 번째 술을 따르고 있을 때, 로라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오빠, 그렇게 마시다가는 두 번째 유사가 될 거야.” 로형민은 로라의 말을 듣고는 술을 내려놓았다. 그는 한숨을 푹푹 쉬고는 “항상 스스로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지만 이번엔 내가 너무 강책을 얕잡아봤어. 내 계획을 망칠 줄은 상상도 못했어. 사실 전혀 그런 티도 낸 적 없는데 말이야.” 라며 로라에게 말했다. 로라는 그의 옆에 앉아 입을 열었다.“나도 오빠랑 같은 생각 한 적 있어. 무슨 천리안을 가지고 있는 것 마냥 모든 걸 다 꿰뚫어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니까.” 로형민은 술잔을 잡고는 탁자 위로 세게 내던졌다.“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야. 절대로 질 수 없
모리 하이테크 안.강책은 회사사람들을 데리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사무실로 돌아갔다. 완벽하게 로형민을 이긴 건 최민지 덕분이라고도 할 수 있다. 만약 조금이라도 늦게 알게 됬더라면 무슨 꼴을 당했을 지 모른다. 로형민의 계획은 구멍이 많지만 잘못 걸린다면 빠져 나오기 힘들다. 다음에 또 다시 만나게 된다면 더 철저히 방어를 해야할지도 모른다.“양자리, 다음부터 로형민 주시해줘. 잘못 걸리면 데미지가 클 것 같아.” “네, 알겠습니다.”둘이 대화를 하고 오는 중에 정단이 그들에게 다가왔다.“회장님, 회장님 스승님께서 보내신 편지 입니다.” 편지는 윤석현이 보내 온 것으로, 강책은 정단이 건네준 편지를 받아서 열어보았다. 내용을 살피던 강책의 안색이 나빠졌다. 양자리는 궁금한 마음에 “무슨 일 생기신 겁니까?” 라며 물었다. 강책은 아무 말 하지 않고, 편지를 바로 양자리에게 건네줬다. 편지의 내용은 딱 한마디 였다.‘스승에게 좋은 차가 생겼으니, 제자가 와서 같이 마시는 게 어떨까 합니다.” 편지의 내용만으로 보면 전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윤석현이 강책과 함께 차를 마시고 싶은 뜻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어서 양자리가 물었다.“교관님이 총수님과 화해하려는 뜻 아닐까요?” 강책은 미소를 지었다.“내가 교관 밑에서 얼마나 오랜시간 훈련 받았었는데, 그 사람 성격을 내가 모를 것 같아?” 윤석현은 두 얼굴을 가진 사람이라는 소문이 자자하다. 그가 상대에게 잘하면 잘할수록 상대에게 다른 마음을 품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과거에 윤석현이 이 수법을 활용해 자신의 제자를 속여 강책을 위로 올린 것이다. 오늘 어쩌면 다시 똑같은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강책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그리고, 그냥 나랑 차만 마실거였으면 전화를 했을거야. 편지를 굳이 보낼 필요가 없잖아?” “네, 그건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편지가 아니라 초대장으로 해석할 수 있어, 만약 전화를 거신다면 내가 거절이라도 할 수 있을텐데 말이야. 스승님의 초대장
방 안으로 들어가자 향 피우는 냄새가 가득했다. 사람에게 좋은 기분을 전해주는 향이였다. 윤석현은 방 한 켠에서 차를 우리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들고는 “왔구나, 이리 와서 앉게나.” 라며 강책에게 말했다. 강책도 더 이상 격식을 차리지 않고 앞에 있는 대나무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는 주위를 한번 둘러보았지만 자신을 모함할 분위기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방 안에 있는 사람은 그 둘과 몇 명 뿐이였으며, 이영호도 없었고, 스파이처럼 보이는 사람도 없었다. 강책의 추측대로 윤석현은 명성을 위해 자신의 구역 안에서 강책을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 몇 초 뒤, 윤석현은 우려낸 차를 가지고 강책에게 따라 주었다.“자, 새로 도착한 서호용정이라는 차야. 한 번 마셔봐.”“감사합니다, 스승님.” 강책은 차를 한 입 마셨다. 곧이어 윤석현이 옆에서 “어떤가?”라며 물었다. 강책은 찻잔을 내려놓고는 민망한 듯 웃었다.“스승님, 저는 차에 대해 잘 모릅니다.한 입으로 특별한 건 느끼지 못합니다.” 윤석현은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웠다.“하하하하! 그래, 내가 자네처럼 할 말은 다 할 줄 아는 성격을 참 좋아하지. 다른 사람이였으면 모두 나에게 격식을 차리려 했을 거야.” 윤석현은 찻잔을 가리키고는 “이 첫 잔은 아무런 특별한 맛을 느낄 수 없을 걸세, 자네 말이 맞아.” 라며 강책에게 다시 한번 더 차를 따라주었다.“한번 마셔보게.” “네.”강책은 다시 찻잔을 들어 한 입 마셨다. 윤석현이 “이번 차는 무슨 맛인가?” 라며 물었다.“식도로 넘어가는 느낌이 좋지 않습니다. 그리고 씁쓸한 맛이 느껴집니다.” 양자리는 강책의 직설적인 말에 눈살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하지만 윤석현은 오히려 더 기쁘게 웃음을 터뜨렸다.“자네 말이 맞네. 이번 차는 씁쓸하고 떫어. 목구멍으로 잘 넘어가지 않을 걸세, 책아 만약 방금 전 내게 차가 맛있다고 했다면 화가 났을거야. 역시 넌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 구나.” 윤석현은 세 번째로 강책에게 차를 따라주며 “이번 것도
강책은 “스승님, 그냥 말해주십시오.” 라며 말했다. 이어서 윤석현은 강책을 바라보았다.“좋아, 그럼 직설적으로 얘기하겠네. 네 스승을 도와 지금까지 올라온 선수들을 손 쉽게 탈락 시킬 수 있을거야, 마지막에 내 제자에게 일부로 져주면 이영호가 바로 올라가지 않겠어? 책아, 난 네 스승이다. 이영호는 자네의 후배고, 결국 자네에게 해로운 게 없어. 달콤한 차를 준다면, 나도 자네에게 고맙게 생각할 걸세. 자네는 주먹을 날리고, 나는 권력을 쓰게 될 수 있을 거야. 이랬다저랬다 할 필요 없이 우리끼리 손 잡으면 되지 않겠나?” 윤석현은 강책이 이영호를 도와 나머지 선수들을 탈락시키면 이영호를 우승의 자리에 앉히려는 것이였다. 그의 목표는 뻔뻔하기 그지 없었다.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양자리가 점점 초조해졌다. 도리에 맞게 행동한다는 강책의 가치관 때문에 윤석현에 속아 넘어갈까 걱정부터 앞섰다. 이번 자리는 겉으로 보면 아무런 위험이 없으나, 가까이서 보면 위험성이 아주 높다. 하지만 강책은 계속 고개를 들지 않고 차만 들이킬 뿐이였다. 시간이 흐르고, 그는 고개를 들어 윤석현을 바라보았다.“스승님, 외람된 말이지만 혹시 저번에도 스승님의 후배를 이런 식으로 말리시지 않았는지요?” 쿵! 윤석현의 심장이 가라 앉는 것 같았다. 이제 더 이상 둘의 대화는 의미가 없었다.“강책, 스승한테 마음에 걸리는 거라도 있나?” 강책은 찻잔을 내려놓고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제가 마음에 걸리는 게 아닙니다. 스승님께서 과거의 자신의 행적을 마음에 두고 계신 거지요. 스승님, 권력을 왜 놓지 못하십니까?” “그만해!”윤석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털고는 “이제 더 이상 할 얘기는 없네. 차도 다 마셨으니 이제 그만 가보게.” 이라며 말을 끝냈다. 결국 대화의 마지막도 좋지 않게 끝이 났다. 강책은 자리에서 일어나 윤석현에게 마지막 존경의 표시로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스승님, 안녕히 계십시오.” 강책은 한치의 머뭇거림 없이 뒤를 돌아 자리를 빠져나왔
돌아가는 길.차가 호위대를 벗어나고 강책은 차갑게 말을 꺼냈다.“늘 푸른 약국 임시점포로 가.” 양자리가 “모가부자가 점포를 어떻게 했는 지 보러 가시는 겁니까?” 라며 물었다. 강책은 숨을 꾹 참고는 “아니, 치료해야해.” 라며 말했다. 양자리는 잠시 멈칫하더니 바로 방금 전 차를 떠올렸다.“총수님께서 방금 마신 차가 혹시?” 강책은 더 이상 말을 내뱉지 못했다. ‘침’ 만으로 독성을 제압하는 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에겐 오직 30분 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만약 독성을 남은 시간 내에 빼지 못한다면 윤석현의 계획대로 흘러갈 수 있는 것이다. 양자리는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는 속도를 올려 늘 푸른 약국의 임시점포로 향했다. 빠르게 달려 15분도 되지 않아 목적지에 도착 할 수 있었다.“총수님, 도착했습니다.” 차가 멈추고, 양자리는 다급하게 문을 열어 강책을 부축한 뒤 약국 안으로 들어갔다.“모사장님!”양자리의 외침에 모지안이 약국에서 나왔다. 곧이어 강책의 모습을 보고는 아무 말 없이 바로 빈 방을 내주고는 두 사람이 강책을 같이 방 안으로 부축했다. 모지안은 다급하게 “스승님, 무슨 일 이에요?” 라며 강책에게 물었다. 강책은 더 이상 시간이 없다는 것을 알고는 간단하게 “종이, 펜이 필요합니다.” 라며 답했다. 모지안은 빠른 속도로 강책에게 종이와 펜을 가져다 주었다. 강책은 종이에 약 이름을 적고는 모지안에게 건넸다. 그는 종이를 쭉 훑어보았다. 대부분의 약재료는 있었지만 ‘거머리’ 는 구할 수가 없었다. 강책은 손을 들고는 “제 집에 있습니다.” 라며 말했다. 이어서 양자리에게 열쇠를 주었다. 양자리는 집으로 가 거머리를 가져오고, 모지안은 다른 약재료를 처리하기 시작했다. 모지안은 뜨거운 물을 잔뜩 담은 큰 통에 강책이 적어준 약재료를 분배하여 넣었다.“스승님, 약 준비했습니다!” 강책은 상하의를 탈의하고, 약물 안으로 들어갔다. 이어서 모지안이 약재료로 쓰이는 뱀 종류를 약물 안에 풀었다. 뱀이 물 안에서 꿈틀거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