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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06화

계획표엔 모두 순홍이 ‘문제가 없다고 한 곳’에 ‘X’자가 쳐져있었다. 즉, 순홍이 문제가 없다고 당당했던 곳이 사실 문제가 있었던 것이였다. 정단도 이상함을 느꼈고, 강책도 그녀에게 일러두었지만 한 귀로 듣고 흘려보내버렸다. 순홍을 너무 믿은 탓에 생긴 결과였다. 만약 자신을 조금이라도 믿고 계속 계획표를 들여다봤다면 지금 이 상황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상팀장님, 제 잘못이 아니에요. 순홍선배가...”

상동진은 또 한번 더 그녀의 말에 끼어들었다.

“허허,언제까지 변명하고 있을래? 순홍이 제일 먼저 나한테 와서 얘기하더라, 너가 항상 고집부리고, 옆 사람들 피드백따위는 듣지도 않는다고 말이야. 순홍이 계획표에서 잘못된 곳을 보았는 데도, 넌 고치지도 않고 그대로 계획표를 냈어! 결국 다 네 잘못이야. 정단, 그래도 그렇지 네 선배 순홍한테 잘못을 뒤집어 씌우는 건 아니지!”

“그게..”

정단은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제일 책임이 큰 상동진과 순홍이 모두 정단에게 책임을 떠넘긴 셈이다. 제일 낮은 월급을 받고, 제일 고된 일을 하면서 억울한 누명까지 뒤집어 쓴 그녀의 모습은 처참하기 그지 없었다. 정단은 훌적거리며 우는 것 빼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정단, 이제 네가 살길은 두개밖에 없어. 9억 배상하든지, 10년,20년 감옥에서 썩든지! 자, 골라봐.”

상동진은 말을 끝내자마자 바로 자리를 떴다. 정단은 그대로 소파에 주저앉아 엉엉 울기 시작했다. 사무실에는 정적만이 흘렀고, 직원들의 기분마저도 다운 되었다. 이 와중에 순홍은 뒤에서 미소를 지으며, 사무실을 떠났다. 이어서 아무도 없는 구석으로 가서는 로라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로라누님, 지시하신 일 성공했습니다! 95억 프로젝트가 망하는 바람에, 상동진이 그 모든 책임을 정단에게 떠넘겼습니다. 손해배상을 하라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바람에 지금 정단은 울고불고 난리났습니다.”

전화기 너머로는 아무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몇 초가 흐른 뒤에야 로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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