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표엔 모두 순홍이 ‘문제가 없다고 한 곳’에 ‘X’자가 쳐져있었다. 즉, 순홍이 문제가 없다고 당당했던 곳이 사실 문제가 있었던 것이였다. 정단도 이상함을 느꼈고, 강책도 그녀에게 일러두었지만 한 귀로 듣고 흘려보내버렸다. 순홍을 너무 믿은 탓에 생긴 결과였다. 만약 자신을 조금이라도 믿고 계속 계획표를 들여다봤다면 지금 이 상황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상팀장님, 제 잘못이 아니에요. 순홍선배가...” 상동진은 또 한번 더 그녀의 말에 끼어들었다.“허허,언제까지 변명하고 있을래? 순홍이 제일 먼저 나한테 와서 얘기하더라, 너가 항상 고집부리고, 옆 사람들 피드백따위는 듣지도 않는다고 말이야. 순홍이 계획표에서 잘못된 곳을 보았는 데도, 넌 고치지도 않고 그대로 계획표를 냈어! 결국 다 네 잘못이야. 정단, 그래도 그렇지 네 선배 순홍한테 잘못을 뒤집어 씌우는 건 아니지!” “그게..”정단은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제일 책임이 큰 상동진과 순홍이 모두 정단에게 책임을 떠넘긴 셈이다. 제일 낮은 월급을 받고, 제일 고된 일을 하면서 억울한 누명까지 뒤집어 쓴 그녀의 모습은 처참하기 그지 없었다. 정단은 훌적거리며 우는 것 빼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정단, 이제 네가 살길은 두개밖에 없어. 9억 배상하든지, 10년,20년 감옥에서 썩든지! 자, 골라봐.” 상동진은 말을 끝내자마자 바로 자리를 떴다. 정단은 그대로 소파에 주저앉아 엉엉 울기 시작했다. 사무실에는 정적만이 흘렀고, 직원들의 기분마저도 다운 되었다. 이 와중에 순홍은 뒤에서 미소를 지으며, 사무실을 떠났다. 이어서 아무도 없는 구석으로 가서는 로라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로라누님, 지시하신 일 성공했습니다! 95억 프로젝트가 망하는 바람에, 상동진이 그 모든 책임을 정단에게 떠넘겼습니다. 손해배상을 하라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바람에 지금 정단은 울고불고 난리났습니다.” 전화기 너머로는 아무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몇 초가 흐른 뒤에야 로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리 하이테크 앞 카페 안.정단은 홀로 구석쪽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인생의 쓴맛을 맛보고 있었다. 소매로 눈물을 훔치며 자신의 가족들에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막막할 뿐이였다. 그리고 상동진, 순홍같은 악마 같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잘못을 뒤집어 씌웠다는 사실에 모리 하이테크에 대한 정이 뚝 떨어졌다. 이때, 한 눈빛이 계속 정단을 향해 있다. 로라가 사람을 보낸 것이였다. 주위를 살피고는 그녀에게 다가가려 하자, 다른 쪽에서 “정단씨, 왜 여기있습니까?” 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로라의 부하는 깜짝 놀라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어서 정단은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 소리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강책이였다. 자신도 손가락질하며 놀린 그 무능력한 낙하산이였다. 정단은 그를 보자 더욱 속상했다. 고개를 숙이고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강책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앞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진짜 쓰네.” 라며 말했다. 정단은 눈치없는 그의 행동에 버럭 화를 냈다.“옆으로 안가요? 눈치 없게 이게 뭐하는 행동이에요?!” 강책은 허허 미소를 지었다. “고작 9억 가지고 너무 다운 된 거 아니에요?” 강책의 ‘고작 9억’ 이라는 말에 정단은 앞에 있는 커피를 강책에게 부을 뻔했다. 남의 일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그의 태도가 꼴보기 싫었다. 그녀가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강책이 주머니에서 수표를 꺼내고는 ‘9억’을 썼다. 정단의 눈이 휘둥그레 졌다. 이어서 강책은 수표를 정단에게 건넸다.“받으세요.” 정단은 9억 수표를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았다.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다. 몇 시간 전만 해도 죽고 싶을 만큼 절망스러웠는데, 이렇게 쉽게 풀리니 어안이 벙벙했다. “아니, 대체 어디서 받은 돈이에요?” 강책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내 아버지가 모리 하이테크 회장인 거 몰라요? 9억은 제 용돈에 포함되지도 않아요. 어쩔 수 없어요, 제가 재벌 2세인걸요?” 정단은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강책의 말에 왜
하지만 강책은 강한비가 자신에게 돈을 줬다며 거짓말을 했다. 정단이 “왜 도와주시는 거에요?” 라며 물었다. 강책은 어깨를 들어올리고는 답했다.“도와주는 데는 다 목적이 있는 거에요.” 정단은 눈을 크게 뜨고는 입술을 깨물었다. 마치 큰 다짐이라도 한 듯 얼굴이 벌겋게 변했다.“좋아요. 그럼 저희 오늘부터 사귀는 건가요?” 풉-강책은 정단의 답에 마시던 커피를 그대로 내뿜었다. 민망한 얼굴로 입술을 닦고는 “아니, 그게 아니라, 돈을 내주겠다는 조건이 사귀자라는 게 아니에요. 그쪽한테 손톱만큼의 흥미가 없어요.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라며 말했다. 이어서 그의 답에 정단은 불쾌하다 못해 화를 냈다.“무슨 뜻입니까? 혹시 제가 안어울린다고 생각하시는 거에요? 설마 제가 못생겨서 그런 겁니까? 그리고 제 몸매가 얼마나 좋은데요! 허허, 저도 됐습니다!” “큼큼, 오늘 저녁 10시에 찾아갈게요.” 정단은 화들짝 놀라며 “앞 순서없이 바로 다음 단계로 간다고요?” 라고 말했다. 강책은 어이가 없어 이마를 짚었다.“물어볼게 있어서 그래요. 그리고 이 9억은 그 대답에 대한 비용이라고 생각하죠. 기억하세요, 밤 10시입니다. 그때 만나요.” “네.”강책은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를 나갔다. 정단은 여전히 9억 수표를 멍하니 바라볼 뿐이였다. 이어서 “모든 재벌이 드라마에 나온 것처럼 나쁘지는 않네, 강책..괜찮은 사람인 것 같아.” 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아니야, 지금 내가 힘든 상황이라는 걸 알고 일부로 접근 한 거 일수도 있어. 아니면 왜 밤 10시에 찾아온다고 그래? 근데 9억을 갚으려면 이 정도는 감수할 수 있지, 다른 방법은 없잖아?”말은 이렇게 하지만 정단의 마음은 반대였다. 그녀는 오늘 저녁에 대해 큰 기대를 품고 있다. 지금 당장 집으로 가서 목욕을 하고, 예쁜 옷으로 갈아입고 강책을 기다리고 싶었다. 강책이 좋은 남자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자신을 도와준 것과 나쁘지 않은 겉모습에 거부감은 들지 않았다. 그녀는 강책같은 재벌
“항상 열심히 하는 모습이 좋았는데, 이건 계약이니까 어쩔 수가 없어. 정단, 배상 할거야?” 정단은 유진명의 물음에 “네. 배상 하겠습니다.” 라며 답했다. 그녀의 예상치 못한 대답에 사무실에 정적이 흘렀다. 그녀가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며 절대로 인정하지 않고, 상동진과 순홍을 지목할 줄 알았던 사람들의 추측을 완전히 빗나갔다. 유진명도 정단을 상대하기 위해 여러 대사를 준비해왔지만 전혀 쓸모가 없었다. “정단, 회사한테 9억이라는 빚을 내야한다고 알아들어?” “네.”이어서 정단은 수표를 꺼내 바로 탁자 위에 올렸다.“9억 수표 입니다. 이걸로 배상할게요.” 유진명은 믿기지 않는 듯 수표를 집어 들었다. 순홍은 멀찌감치서 몰래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생각대로 흘러가는 듯했다. 로라가 사람을 시켜 정단에게 접근 한 뒤, 9억을 받고 지하성의 비밀을 얻은 것이다. 정단이 꺼낸 9억짜리 수표를 보고, 이미 그녀는 자신과 같은 ‘스파이’가 됐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때, 유진명이 강책을 향해 이상한 말투로 물었다.“강부회장님, 혹시 이 수표 부회장님께서 써주신 겁니까?” 순홍은 그대로 탁자에 엎드렸다. 이어서 많은 추측이 떠올랐다.‘왜 강책이 정단에게 9억짜리 수표를 써준 거지? 설마 강책도 로라가 보낸 스파이인가?그럴 가능성도 커, 근데 그렇다면 왜 허문동과 계약을 한거야?만약 강책이 로라의 스파이라면 조가집안의 사람이라는 뜻이고, 그래서 허문동과 계약을 손 쉽게 할 수 있었던 거야?’ 순홍은 로라가 강책을 스파이로 심었다고 생각했다. 허문동과의 계약과 이번 정단을 대신해 수표를 내준 모습으로 이미 순홍의 마음속에서 강책은 자신의 편으로 단정지었다. 순홍은 강책을 뒤에서 몰래 바라본 뒤, 기회를 노려 그와 따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유진명과 상동진은 멍한 얼굴로 강책을 바라보았다. 유진명이 “강부회장님, 대체 왜..”라며 물었다. 강책은 미소를 지으며 “왜요?제가 이 정도도 없는 줄 아신건가요?” 라고 답했다.“그건 아닙니다.
유진명은 마음 속에서 미소를 지었다. 수라군신이였던 강책도 별 볼일 없는 수준이라고 생각이 들었다.“그럼, 강부회장님께 축하인사 먼저 올립니다.”이어서 수표를 가져간 뒤, 정단에게 “운 좋은 줄 알아. 강부회장님이 이번에는 도와줬지만 다음에는 없다는 거 꼭 알아둬.” 라며 말했다. 말을 끝낸 유진명은 연구개발팀 사무실에서 자리를 떴다. 강한비 회장이 그에게 물어도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상동진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뒤이어 있을 일들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즉, 강책의 9억은 정단 뿐만이 아닌 연구개발팀 전체를 도와준 것과 다름 없다. 정오시간, 강책은 혼자서 회사 주변에 있는 식당에 들어가 식사를 하고 있다. 식사를 하면서 오늘 밤 10시에 정단에게 물어볼 질문들을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이때, 한 남자가 서슴없이 강책의 앞에 앉았다. 강책이 고개를 들어보니, 자신의 앞에 있는 사람은 모든 실수를 정단에 뒤집어 씌운 그녀의 선배 순홍이였다. 강책은 친분도 없는 그의 행동에는 다른 목적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의 생각대로 순홍이 먼저 입을 열었다.“강부회장님, 오늘 저녁10시에 정단집에 가는 데 다른 목적이 있는 건 아니겠죠?” 강책은 고기 한덩어리를 입에 넣었다.“무슨 소립니까?” 순홍은 미소를 짓고는 “강부회장님, 사실대로 이야기해보세요. 부회장님 위치, 재력 가지고 정단 보다 더 좋은 여자를 만날 수 있다고요. 몸매, 얼굴 모두 정단보다 100배는 더 나은 여자를 말이죠!” 라며 말했다. 강책은 허허 미소를 지으며 “전 정단씨가 좋아요.” 라며 답했다.“이제 그만 하셔도 됩니다. 지금 다른 사람도 없고 하니 인정하세요, 오늘 저녁 정단 집에 가려는 이유가 지하성의 정보를 알아내려고 가는 거 맞으시죠?” 순홍의 질문에 강책은 깜짝 놀랐다. 정단, 유진명도 모르는 일을 순홍이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혹시 놓친 부분이 있나 골똘히 생각했다. 강책은 일부로 모르는 척 “무슨 말씀이십니까?” 라며 물었다. 순홍은 그의 반
"찬성합니다!"강책이 입을 모아 대답했다. 두 사람은 잔을 들어 부딪히고, 단숨에 비워냈다. 순홍은 앞으로 강책이라는 유능한 조력자가 더해진다면 모리 하이테크에서의 활동이 훨씬 편리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강책은 마음속으로 즐거움을 만끽했다.그는 예상치 못한 수확이 있을 줄은 정말 몰랐고, 어게인 하이테크의 과실을 훔치며 상대방의 스파이를 파헤치기까지 하다니, 매우 재미있는 일이었다. 같은 시각. 어게인 하이테크의 회장 집무실에서 오영감이 골프채를 휘두르며 실내 골프공을 치고 있다.문이 열리자 로라는 화가 나서 비틀거리며 걸어 들어왔다.오영감은 로라를 보고는 물어볼 필요도 없이 마음속으로 이미 대충은 짐작이 갔다. 로라와 유사는 어떤 면에서 매우 비슷하다. 그들은 모두 똑똑하고, 똑똑한 사람은 자부심이 좀 있을 수밖에 없지만, 다만 로라는 비교적 냉정하고 겉으로 잘 표현하지 않으며, 유사처럼 충동적이지 않을 뿐이었다. 하지만 냉정하다고 해서 로라가 성질이 없고 자부심이 없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정반대였다. 로라는 다른 사람을 안중에 두지 않을 때가 많다. 그녀는 오직 한 가지 상황에서만 극도로 화를 내는데, 바로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계략적으로 완패했다는 것이며 오늘 이 모습을 보면 분명 정단의 사건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오영감이 입을 열어 물었다."왜 그렇게 화가 난 게야? 정단을 굴복시키는 거에 실패라도 한 거니?” "네."오영감이 웃었다."이 계획은 원래 어느 정도 위험성이 있어서 실패해도 정상이다. 말해 보거라, 유진명이 단서를 발견한 거냐, 아니면 정단이 이치로 따져서 순홍을 끌어낸 거냐?” "다 아니에요.” "그래? 그거 재미있군."오영감은 골프채를 내려놓으며 되물었다."그럼 어떤 부분이 잘못됐는지 듣고 싶은데, 뭐지?” 로라는 입술을 깨물며 마지못해 말했다.“모든 일이 제 계획대로 되고 순홍은 정단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데 성공했으며 정단도 거액의 배상금을 감당하지 못해 궁지에 몰렸어요.”그녀가 심드렁
별로 가득 찬 밤하늘.깜깜한 승용차 한 대가 민가 입구에 멈추자 문이 열리고 그림자 하나가 나타났다."정단이 여기 산다고?""아늑하긴 하군."강책은 차 문을 닫고 정단의 집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강책이 처음에 요구했던 것처럼 문은 잠겨 있지 않았고, 강책이 손을 뻗어 밀치자 그대로 문이 열렸다.그는 집 안으로 들어섰고, 방 안의 전등은 다 꺼져 있었으며 작은 등만 켜져 있었다.집 안 분위기는 매우 색달랐다.강책은 기침을 한 번 하더니 입을 열어 물었다."정단 씨, 계신가요?"이때, 안방의 문이 열리고 아름다운 그림자가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고, 바로 정단이었다.지금의 정단은 낮에 연구개발부에서 본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그녀는 섹시한 분홍색 원피스를 입고 매혹적인 몸매를 드러낸 채 푸짐한 저녁상을 차려놓고 강책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가장 무서운 것은, 정단이 술을 조금 마셨다는 것이다.뺨은 붉게 물들어 있었고, 눈에는 약간의 취기가 있어 더욱 사람으로 하여금 안쓰러운 기분이 들게 했다.보통 남자들은 이런 그녀 앞에서 절대 자신을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하지만……강책은 매우 어색하게 기침을 한 번 하더니 말했다."저기, 정단 씨, 왜 이렇게 차려입은 거죠?"정단은 소파에 앉아 고개를 약간 숙인 채 수줍은 듯 대답했다."남자들은 이런 모습을 좋아하지 않나요? 당신은 저한테 9억을 주었고, 내 목숨을 구해줬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당신을 실망시키지 않을 거고, 최선을 다해서 당신을 기쁘게 해드릴 테니까요.”이렇게 환심을 산다고?"아뇨, 저는 그걸 결코 원치 않습니다."그러자 정단은 어리둥절해하며 강책을 올려다보았다."아, 알겠어요. 당신은 이런 적극적인 자세를 싫어하는 거죠? 좋아요, 당신이 하세요, 제가 맞춰 줄게요."강책은 하마터면 피토를 할 뻔했다.자신은 정단에게 어떻게 비쳤던 것인가? 이미지가 이토록 안 좋다고?그는 한숨을 내쉬며 탁자 위의 물컵을 들어 물을 따라 그녀에게 건넸다."물
오랜 침묵 끝에 그 여자는 큰소리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꺄악~~도둑이야, 도둑!"그러자 정단이 일어서며 말했다."조용히 해! 이분은 도둑이 아니라 내가 부른 거야."정단을 보자, 그 여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는 정단의 모습을 보고, 또다시 강책을 보자 뭔가 깨달았다는 듯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아니, 우리 정직하기 짝이 없는 정단 처녀가 언제 이렇게 바람도 피울 줄 알았대? 변변찮은 외간 남자도 집에 데려올 줄 알고 말이야.""이 사람은 그런 사람이 아니야!""그럼 누군데?""이 사람은...... 내가 새로 사귄 남자친구, 강책이야."정단은 다급해져서 강책이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간에 그를 자신의 남자친구로 인정했고, 그 여자는 강책을 보소는 코웃음을 쳤다."참나, 엄마한테 이 나이에도 시집 못 갔다고 한 소리 들었다고 오늘 바로 남자친구를 구해 온 거야?""정단, 너무 성급한 거 아니야? 남자를 찾으려고 해도 좀 따져야지, 네가 찾은 남자 좀 봐. 쯧쯧, 너무 못 생긴거 아니니? 우리 집 오빠랑 비교도 안 되겠다 정말."정단은 그녀의 말을 듣고 성이 나서 하마터면 손이 나갈 뻔했다.강책 또한 쓴웃음을 지었고, 일 년 내도록 군 생활을 하는 그들에게 '멋짐'은 관련 없는 단어였다.하지만 그가 스스로 생각해도 못생긴 건 아니지 않은가? 이렇게 멸시 당한 적은 또 처음이었다.강책은 궁금한 듯 물었다."이 여자분은 누구시죠?"그러자 정단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제 여동생, 정현이에요."강책은 고개를 끄덕였다."아, 여동생이었군요. 어쩐지."맞은편에 있던 정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어쩐지라니요? 무슨 뜻이죠?"그러자 강책은 정현을 가리키고, 다시 정단을 가리키며 대답했다."당신은 동생이고, 나이가 아직 어리니 어쩐지 아직 성숙해 보이지 않아서요. 당신 몸매를 보세요, 빨래판처럼 앞이랑 뒤가 거의 차이가 없잖아요? 앞에를 보면 모르는 사람은 등 뒤에 못이 두 개 박힌 줄 알겠어요.""그리고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