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 하이테크, 회장 사무실 안.오영감이 차를 따르고는 혼자서 천천히 음미하고 있다. 마신지 얼마 되지 않아 사무실의 문이 열렸다. 곧이어 로라가 굳은 표정으로 들어왔다.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오영감이 먼저 “또 무슨 일인데 그래?” 라며 물었다.“네.” “얘기해보거라, 무슨 일인데? 강책, 모리 하이테크?” “전부 다요.” 오영감이 잠시 머뭇거리고는 “다 라니?” 라며 물었다. 로라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답했다.“강책이 경성에 온 이유를 알아냈어요. 모리 하이테크랑 엮였어요.” 오영감이 미소를 지었다.“아 그래? 강책은 정말 어디에나 있구나. 아직 우리랑 결판을 내지도 않았는데, 모리하이테크랑 엮이니 말이야. 그래서 무슨 사이인데?” 로라는 잠시 생각하고는 “강책은 모리 하이테크 회장 강한비의 친아들 이에요.” 라며 답했다. 오영감은 마시던 차를 그대로 풉-하고 내뱉었다. 그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뭐라고?” 라며 물었다. 로라는 다시 한번 더 말했다.“강책이 강한비의 친아들이라고요!” 오영감의 안색이 변했다.“하늘 아래 어떻게 이런 우연이 있는 거지? 그래, 좋아. 우리의 적들이 한 곳에 같이 모였구나. 강책따로, 모리 하이테크 따로 대안을 준비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겠어. 시간 아껴줘서 참 고맙네.” 로라가 다시 입을 열었다.“오늘 아침에 강한비가 회의를 열더라구요. 강책을 부회장자리에 올리고, 머지 않아 회장자리까지 맡게 될 거라고 발표했어요.” 오영감은 그녀의 말에 살짝 이상함을 감지했다.“뭐? 자신의 친아들 이라고 해도, 이렇게 빨리 자리를 내어주는 케이스는 없어. 강책을 위로 올리게 되면 열심히 일한 직원들이 분명 불만을 가지고 있을 텐데 말이야.강한비 그 노인네가 이걸 모를리가 없어. 결국 자기 아들한테 좋은 건 하나도 없을 거야. 그리고, 모리 하이테크는 강한비 밑으로 유진명이 있잖아. 한 순간에 강책의 부하직원이 되는 걸 유진명이 받아 드릴까? 분명히 뭔가가 있을 거야.” 로라가 고개를 끄덕
그 다음날, 강책이 연구개발팀으로 출근을 했다. 출근하자마자 보이는 풍경은 정단이 소파에 누워 자고 있는 모습이였다. 보아하니 회사에서 밤을 샜던 모양이다. 강책은 “참 끈질긴 여자아이야.”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강책이 자리에 앉자마자 상동진이 씩씩 거리며 소파에 누워있는 정단에게 소리를 질렀다. “지금 잠이 와? 안 일어나?!” 정단은 깜짝 놀라 눈을 떴다. 이어서 눈을 비비고는 피곤한 표정으로 “상팀장님, 무슨 일이에요?” 라며 물었다. 상동진은 계획표를 그녀 앞에 던졌다.“무슨 일? 이 계획표 너가 작성한 거 맞지?” 정단은 상동진이 던진 표를 집어 들고는 살펴보았다. 그 계획표는 그녀가 밤을 새서 완성한 것이다.“네,제가 한 게 맞습니다. 무슨 일 생겼나요?” 상동진은 허허-거리며 미소를 지어보였다.“인정하나 만큼은 빠르네. 정단, 네가 한 계획표가 초기계획이랑 고객예산이랑 얼마나 차이가 나는 지 알긴 해? 오늘 내가 이 계획표를 고객한테 넘기고, 10분도 안되서 거절당했어. 내가 무슨 욕을 들었는 지 알아? 그래, 욕은 참을 만해. 근데 실수가 너무 많은 바람에 95억 프로젝트가 전부 날라갔어!” 상동진은 계속 말을 이었다.“머리에 똥을 집어 넣은거야? 대체 일을 어떻게 처리했길래, 이런 사단이 난거야?! 조금 있다가 회장님, 총팀장께서 물어보시면 내가 뭐라고 대답을 해야할까? 응?” 정단은 뒷통수가 얼얼 했다. 자신이 밤을 새서 만든 계획표로 칭찬받기는 커녕, 오히려 욕을 듣고 있자니 눈물이 흘러나왔다. 계속 소매로 눈물을 훔치면서 상동진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울어? 뭘 잘했다고 울어? 네 실수때문에 회사의 손실이 얼마인지는 알기나 해? 여기서 끝나지 않을거야. 계약서에 써있는 것 처럼 너는 10%에 달하는 보상까지 감당해야 할거야. 그러니까, 정단 너는 회사에 9억이라는 빚이 생겼다는 뜻이야!” 정단은 눈이 휘둥그레 졌다. 열정으로 야근까지 하면서 회사의 일을 처리했지만 결국 빚이 생겼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
계획표엔 모두 순홍이 ‘문제가 없다고 한 곳’에 ‘X’자가 쳐져있었다. 즉, 순홍이 문제가 없다고 당당했던 곳이 사실 문제가 있었던 것이였다. 정단도 이상함을 느꼈고, 강책도 그녀에게 일러두었지만 한 귀로 듣고 흘려보내버렸다. 순홍을 너무 믿은 탓에 생긴 결과였다. 만약 자신을 조금이라도 믿고 계속 계획표를 들여다봤다면 지금 이 상황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상팀장님, 제 잘못이 아니에요. 순홍선배가...” 상동진은 또 한번 더 그녀의 말에 끼어들었다.“허허,언제까지 변명하고 있을래? 순홍이 제일 먼저 나한테 와서 얘기하더라, 너가 항상 고집부리고, 옆 사람들 피드백따위는 듣지도 않는다고 말이야. 순홍이 계획표에서 잘못된 곳을 보았는 데도, 넌 고치지도 않고 그대로 계획표를 냈어! 결국 다 네 잘못이야. 정단, 그래도 그렇지 네 선배 순홍한테 잘못을 뒤집어 씌우는 건 아니지!” “그게..”정단은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제일 책임이 큰 상동진과 순홍이 모두 정단에게 책임을 떠넘긴 셈이다. 제일 낮은 월급을 받고, 제일 고된 일을 하면서 억울한 누명까지 뒤집어 쓴 그녀의 모습은 처참하기 그지 없었다. 정단은 훌적거리며 우는 것 빼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정단, 이제 네가 살길은 두개밖에 없어. 9억 배상하든지, 10년,20년 감옥에서 썩든지! 자, 골라봐.” 상동진은 말을 끝내자마자 바로 자리를 떴다. 정단은 그대로 소파에 주저앉아 엉엉 울기 시작했다. 사무실에는 정적만이 흘렀고, 직원들의 기분마저도 다운 되었다. 이 와중에 순홍은 뒤에서 미소를 지으며, 사무실을 떠났다. 이어서 아무도 없는 구석으로 가서는 로라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로라누님, 지시하신 일 성공했습니다! 95억 프로젝트가 망하는 바람에, 상동진이 그 모든 책임을 정단에게 떠넘겼습니다. 손해배상을 하라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바람에 지금 정단은 울고불고 난리났습니다.” 전화기 너머로는 아무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몇 초가 흐른 뒤에야 로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리 하이테크 앞 카페 안.정단은 홀로 구석쪽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인생의 쓴맛을 맛보고 있었다. 소매로 눈물을 훔치며 자신의 가족들에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막막할 뿐이였다. 그리고 상동진, 순홍같은 악마 같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잘못을 뒤집어 씌웠다는 사실에 모리 하이테크에 대한 정이 뚝 떨어졌다. 이때, 한 눈빛이 계속 정단을 향해 있다. 로라가 사람을 보낸 것이였다. 주위를 살피고는 그녀에게 다가가려 하자, 다른 쪽에서 “정단씨, 왜 여기있습니까?” 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로라의 부하는 깜짝 놀라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어서 정단은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 소리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강책이였다. 자신도 손가락질하며 놀린 그 무능력한 낙하산이였다. 정단은 그를 보자 더욱 속상했다. 고개를 숙이고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강책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앞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진짜 쓰네.” 라며 말했다. 정단은 눈치없는 그의 행동에 버럭 화를 냈다.“옆으로 안가요? 눈치 없게 이게 뭐하는 행동이에요?!” 강책은 허허 미소를 지었다. “고작 9억 가지고 너무 다운 된 거 아니에요?” 강책의 ‘고작 9억’ 이라는 말에 정단은 앞에 있는 커피를 강책에게 부을 뻔했다. 남의 일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그의 태도가 꼴보기 싫었다. 그녀가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강책이 주머니에서 수표를 꺼내고는 ‘9억’을 썼다. 정단의 눈이 휘둥그레 졌다. 이어서 강책은 수표를 정단에게 건넸다.“받으세요.” 정단은 9억 수표를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았다.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다. 몇 시간 전만 해도 죽고 싶을 만큼 절망스러웠는데, 이렇게 쉽게 풀리니 어안이 벙벙했다. “아니, 대체 어디서 받은 돈이에요?” 강책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내 아버지가 모리 하이테크 회장인 거 몰라요? 9억은 제 용돈에 포함되지도 않아요. 어쩔 수 없어요, 제가 재벌 2세인걸요?” 정단은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강책의 말에 왜
하지만 강책은 강한비가 자신에게 돈을 줬다며 거짓말을 했다. 정단이 “왜 도와주시는 거에요?” 라며 물었다. 강책은 어깨를 들어올리고는 답했다.“도와주는 데는 다 목적이 있는 거에요.” 정단은 눈을 크게 뜨고는 입술을 깨물었다. 마치 큰 다짐이라도 한 듯 얼굴이 벌겋게 변했다.“좋아요. 그럼 저희 오늘부터 사귀는 건가요?” 풉-강책은 정단의 답에 마시던 커피를 그대로 내뿜었다. 민망한 얼굴로 입술을 닦고는 “아니, 그게 아니라, 돈을 내주겠다는 조건이 사귀자라는 게 아니에요. 그쪽한테 손톱만큼의 흥미가 없어요.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라며 말했다. 이어서 그의 답에 정단은 불쾌하다 못해 화를 냈다.“무슨 뜻입니까? 혹시 제가 안어울린다고 생각하시는 거에요? 설마 제가 못생겨서 그런 겁니까? 그리고 제 몸매가 얼마나 좋은데요! 허허, 저도 됐습니다!” “큼큼, 오늘 저녁 10시에 찾아갈게요.” 정단은 화들짝 놀라며 “앞 순서없이 바로 다음 단계로 간다고요?” 라고 말했다. 강책은 어이가 없어 이마를 짚었다.“물어볼게 있어서 그래요. 그리고 이 9억은 그 대답에 대한 비용이라고 생각하죠. 기억하세요, 밤 10시입니다. 그때 만나요.” “네.”강책은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를 나갔다. 정단은 여전히 9억 수표를 멍하니 바라볼 뿐이였다. 이어서 “모든 재벌이 드라마에 나온 것처럼 나쁘지는 않네, 강책..괜찮은 사람인 것 같아.” 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아니야, 지금 내가 힘든 상황이라는 걸 알고 일부로 접근 한 거 일수도 있어. 아니면 왜 밤 10시에 찾아온다고 그래? 근데 9억을 갚으려면 이 정도는 감수할 수 있지, 다른 방법은 없잖아?”말은 이렇게 하지만 정단의 마음은 반대였다. 그녀는 오늘 저녁에 대해 큰 기대를 품고 있다. 지금 당장 집으로 가서 목욕을 하고, 예쁜 옷으로 갈아입고 강책을 기다리고 싶었다. 강책이 좋은 남자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자신을 도와준 것과 나쁘지 않은 겉모습에 거부감은 들지 않았다. 그녀는 강책같은 재벌
“항상 열심히 하는 모습이 좋았는데, 이건 계약이니까 어쩔 수가 없어. 정단, 배상 할거야?” 정단은 유진명의 물음에 “네. 배상 하겠습니다.” 라며 답했다. 그녀의 예상치 못한 대답에 사무실에 정적이 흘렀다. 그녀가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며 절대로 인정하지 않고, 상동진과 순홍을 지목할 줄 알았던 사람들의 추측을 완전히 빗나갔다. 유진명도 정단을 상대하기 위해 여러 대사를 준비해왔지만 전혀 쓸모가 없었다. “정단, 회사한테 9억이라는 빚을 내야한다고 알아들어?” “네.”이어서 정단은 수표를 꺼내 바로 탁자 위에 올렸다.“9억 수표 입니다. 이걸로 배상할게요.” 유진명은 믿기지 않는 듯 수표를 집어 들었다. 순홍은 멀찌감치서 몰래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생각대로 흘러가는 듯했다. 로라가 사람을 시켜 정단에게 접근 한 뒤, 9억을 받고 지하성의 비밀을 얻은 것이다. 정단이 꺼낸 9억짜리 수표를 보고, 이미 그녀는 자신과 같은 ‘스파이’가 됐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때, 유진명이 강책을 향해 이상한 말투로 물었다.“강부회장님, 혹시 이 수표 부회장님께서 써주신 겁니까?” 순홍은 그대로 탁자에 엎드렸다. 이어서 많은 추측이 떠올랐다.‘왜 강책이 정단에게 9억짜리 수표를 써준 거지? 설마 강책도 로라가 보낸 스파이인가?그럴 가능성도 커, 근데 그렇다면 왜 허문동과 계약을 한거야?만약 강책이 로라의 스파이라면 조가집안의 사람이라는 뜻이고, 그래서 허문동과 계약을 손 쉽게 할 수 있었던 거야?’ 순홍은 로라가 강책을 스파이로 심었다고 생각했다. 허문동과의 계약과 이번 정단을 대신해 수표를 내준 모습으로 이미 순홍의 마음속에서 강책은 자신의 편으로 단정지었다. 순홍은 강책을 뒤에서 몰래 바라본 뒤, 기회를 노려 그와 따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유진명과 상동진은 멍한 얼굴로 강책을 바라보았다. 유진명이 “강부회장님, 대체 왜..”라며 물었다. 강책은 미소를 지으며 “왜요?제가 이 정도도 없는 줄 아신건가요?” 라고 답했다.“그건 아닙니다.
유진명은 마음 속에서 미소를 지었다. 수라군신이였던 강책도 별 볼일 없는 수준이라고 생각이 들었다.“그럼, 강부회장님께 축하인사 먼저 올립니다.”이어서 수표를 가져간 뒤, 정단에게 “운 좋은 줄 알아. 강부회장님이 이번에는 도와줬지만 다음에는 없다는 거 꼭 알아둬.” 라며 말했다. 말을 끝낸 유진명은 연구개발팀 사무실에서 자리를 떴다. 강한비 회장이 그에게 물어도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상동진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뒤이어 있을 일들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즉, 강책의 9억은 정단 뿐만이 아닌 연구개발팀 전체를 도와준 것과 다름 없다. 정오시간, 강책은 혼자서 회사 주변에 있는 식당에 들어가 식사를 하고 있다. 식사를 하면서 오늘 밤 10시에 정단에게 물어볼 질문들을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이때, 한 남자가 서슴없이 강책의 앞에 앉았다. 강책이 고개를 들어보니, 자신의 앞에 있는 사람은 모든 실수를 정단에 뒤집어 씌운 그녀의 선배 순홍이였다. 강책은 친분도 없는 그의 행동에는 다른 목적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의 생각대로 순홍이 먼저 입을 열었다.“강부회장님, 오늘 저녁10시에 정단집에 가는 데 다른 목적이 있는 건 아니겠죠?” 강책은 고기 한덩어리를 입에 넣었다.“무슨 소립니까?” 순홍은 미소를 짓고는 “강부회장님, 사실대로 이야기해보세요. 부회장님 위치, 재력 가지고 정단 보다 더 좋은 여자를 만날 수 있다고요. 몸매, 얼굴 모두 정단보다 100배는 더 나은 여자를 말이죠!” 라며 말했다. 강책은 허허 미소를 지으며 “전 정단씨가 좋아요.” 라며 답했다.“이제 그만 하셔도 됩니다. 지금 다른 사람도 없고 하니 인정하세요, 오늘 저녁 정단 집에 가려는 이유가 지하성의 정보를 알아내려고 가는 거 맞으시죠?” 순홍의 질문에 강책은 깜짝 놀랐다. 정단, 유진명도 모르는 일을 순홍이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혹시 놓친 부분이 있나 골똘히 생각했다. 강책은 일부로 모르는 척 “무슨 말씀이십니까?” 라며 물었다. 순홍은 그의 반
"찬성합니다!"강책이 입을 모아 대답했다. 두 사람은 잔을 들어 부딪히고, 단숨에 비워냈다. 순홍은 앞으로 강책이라는 유능한 조력자가 더해진다면 모리 하이테크에서의 활동이 훨씬 편리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강책은 마음속으로 즐거움을 만끽했다.그는 예상치 못한 수확이 있을 줄은 정말 몰랐고, 어게인 하이테크의 과실을 훔치며 상대방의 스파이를 파헤치기까지 하다니, 매우 재미있는 일이었다. 같은 시각. 어게인 하이테크의 회장 집무실에서 오영감이 골프채를 휘두르며 실내 골프공을 치고 있다.문이 열리자 로라는 화가 나서 비틀거리며 걸어 들어왔다.오영감은 로라를 보고는 물어볼 필요도 없이 마음속으로 이미 대충은 짐작이 갔다. 로라와 유사는 어떤 면에서 매우 비슷하다. 그들은 모두 똑똑하고, 똑똑한 사람은 자부심이 좀 있을 수밖에 없지만, 다만 로라는 비교적 냉정하고 겉으로 잘 표현하지 않으며, 유사처럼 충동적이지 않을 뿐이었다. 하지만 냉정하다고 해서 로라가 성질이 없고 자부심이 없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정반대였다. 로라는 다른 사람을 안중에 두지 않을 때가 많다. 그녀는 오직 한 가지 상황에서만 극도로 화를 내는데, 바로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계략적으로 완패했다는 것이며 오늘 이 모습을 보면 분명 정단의 사건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오영감이 입을 열어 물었다."왜 그렇게 화가 난 게야? 정단을 굴복시키는 거에 실패라도 한 거니?” "네."오영감이 웃었다."이 계획은 원래 어느 정도 위험성이 있어서 실패해도 정상이다. 말해 보거라, 유진명이 단서를 발견한 거냐, 아니면 정단이 이치로 따져서 순홍을 끌어낸 거냐?” "다 아니에요.” "그래? 그거 재미있군."오영감은 골프채를 내려놓으며 되물었다."그럼 어떤 부분이 잘못됐는지 듣고 싶은데, 뭐지?” 로라는 입술을 깨물며 마지못해 말했다.“모든 일이 제 계획대로 되고 순홍은 정단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데 성공했으며 정단도 거액의 배상금을 감당하지 못해 궁지에 몰렸어요.”그녀가 심드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