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요, 이 계획서는 강책 씨에게 돌려줄 수 없습니다.”“네?”“강 선생님, 제가 다시 생각해 보니 이 계획서는 매우 완벽합니다. 지금 저희에게 가장 필요한 계획서입니다!”“하지만 방금...”“방금은 제가 대충 봐서 하마터면 훌륭한 계획서를 잃을 뻔했어요. 강 선생님, 제가 보상으로 원가의 두 배를 주고 이 계획서를 사고, 모리 하이테크와 협력을 맺겠습니다!”허문동은 무려 두 배의 가격을 제시했다. 정말 훌륭한 계획서이다. 조연진의 비위를 맞추려면 강책을 설득하여 이 계획서를 손에 넣는 수밖에 없다. 희생하지 않으면 이 위기를 넘을 수 없다. 허문동은 이 방면에 아주 능숙했다. 그때, 강책이 웃음을 터트렸다. 어떤 이들은 임기응변으로 일을 처리하는 능력이 대단하다. 이것도 장점이다. 순조롭게 일을 끝내고, 나중에 할 말도 있다. “허 대표님이 그렇게 하신다니, 그럼 저는 허 대표님 뜻에 따르겠습니다.”“별말씀을요! 아, 그리고 제가 사과의 의미로 강 선생님과 아가씨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싶습니다.” 허문동은 고개를 돌리고 사악하게 웃었다. ‘어?’강책과 조연은진 모두 의외라고 생각했다. 사실 허문동은 조연진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였다. 밥을 먹다가 일이 있다고 빠져나와 강책과 조연진 둘만의 시간을 만들어 주려고 한 것이다. 그렇다면 조연진은 허문동에게 고마워해야 하나?허문동은 정말 영리하다. “얼른 식사 준비해 주세요!”허문동은 강책과 조연진을 손님 접대실로 안내했다. 손님 접대실은 귀한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특별히 디자인된 곳으로, 매우 럭셔리한 식탁과 의자가 준비되어 있어 분위기 있는 식사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식탁에는 진수성찬과 와인이 준비되어 있었으며,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와 마치 드라마의 로맨스 장면 같았다. 허문동은 전화를 받으며 나와 강책과 조연진 둘만의 시간을 보내게 했다. 강책과 조연진은 조금 어색했다. 조연진은 강책을 좋아하지만 단둘이만 있기에는 아직 너무 빨랐다. 게다가 조연진은 남자와 단둘이 식사
강책도 음료수를 한 잔 따라 마셨다. “맛이 괜찮네요.”강책은 조연진의 어색함을 풀어주려고 했다. 강책이 갑자기 조연진을 빤히 쳐다봤다. 그러자 조연진의 얼굴이 붉어지며 심장이 두근거렸다. “강 선생님, 저를 왜 그렇게 빤히 쳐다보세요?”“세상에 이런 우연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제가 아가씨를 한 번 도와주고, 아가씨도 저를 한 번 도와주고, 더욱이 아가씨가 조가 집안의 아가씨일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어요.”조연진의 안색이 갑자기 변했다. 조가 집안 아가씨이면 강책이 조연진을 멀리해야 하나?“강 선생님, 혹시 그것 때문에 저와 거리를 두려는 건 아니시죠?”강책이 웃으며 말했다. “저는 한 번도 신분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았어요.”“그럼... 다행이네요.”강책이 조연진에게 물었다. “제가 모리 하이테크 사람이라 오히려 아가씨가 저에게 적대감이 생기지 않을까요?”“그럴 리가요?” 조연진이 입술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저는 집안싸움이 제일 싫어요, 다들 사이좋게 지내면 안 돼요? 제가 아버지에게 입이 닳도록 말해도 아버지는 제 말을 듣지도 않고, 제가 아직 너무 어리다고만 하세요. 흥, 언젠가 3대 가족도 통일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거예요!”강책은 미소를 지으며 조연진을 쳐다봤다. 조연진의 생각은 어리지만 순수하고 귀여웠다. 3대 가족 통일?정말 천진난만하고 황당한 생각이었다. 조연진 말고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가씨...”조연진이 강책의 말을 가로채며 말했다. “그렇게 부르지 마세요. 그 호칭 싫어요.”“그럼 뭐라고 부를까요?”“음, 연진이라고 불러주세요.”“네, 알겠습니다.”“그럼 저는 강책 오빠라고 불러도 돼요?”“당연하죠.”두 사람은 접대실에서 화기애애하게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사랑을 속삭이는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조연진은 이 순간을 매우 즐겼다. 행복한 시간은 항상 빨리 지나간다. 눈 깜짝할 사이 시간이 흘러 강책이 회사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조연진은 아쉬
상동진은 강책의 말에 조급함을 느꼈다.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향해 소리를 쳤다.“강책씨, 방금 하신 말에 책임질 수 있습니까?” 강책은 계약서를 탁자위에 두고는 “방금 전 YDream이랑 쓴 계약서 입니다. 한 번 살펴보셔도 좋습니다.” 라며 말했다. “거짓말!”상동진은 바로 계약서를 집어 들고는 꺼내서 자세히 살펴 보았다. 유진명은 눈살을 찌푸리고는 게약서를 쳐다 보았다. 그 뒤로, 직원 정단과 다른 사람들도 그에게 다가갔다. 강책의 말대로 서류는 ‘YDream’의 계약서였다. “정단, 법무부에 있는 직원한테 연락해서 와서 계약서 확인 좀 해달라고 전해.” “네.”2분도 되지 않아 법무부 직원이 도착했다. 이어서 설명을 듣고는 바로 계약서의 진위를 살펴보았다. 종이부터, 도장까지 모두 꼼꼼하게 조사했다. 조사 결과는 ‘진’ 이였다. 즉, YDream의 계약서가 맞았다. 결과가 나오고 제일 민망한 건 상동진이였다. 강책이 절대로 임무를 완성할 수 없다고 떠들면서, 온갖 뒷담을 하고 다녔지만 결과는 그 반대였다. 강책은 하루만에 계획서와 계약서마저 다 완성한 것이다! 엄격한 업무 환경과 업무 양을 보면 몇 개월을 연구해야지만 완성할 수 있는 양이였지만 강책은 달랐다. 강책의 능력은 무서울 정도였다. 상동진은 고개를 저었다.“말도 안돼, YDream은 조가 집안의 지분까지 포함되어 있는 회사야. 그렇다면, 조가집안의 허락까지 받아냈다는 소린거야? 말도 안돼, 거짓말 치지마.” 현장에는 상동진 뿐만이 아닌 다른 사람들도 모두 이해가 가지 않는 눈치였다. 유진명이 궁금증을 갖고 물었다.“강부회장님, 어떻게 완성하셨는 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그 어렵다던 조가집안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와 어떻게 손쉽게 계약을 해냈는 지 궁금합니다.” 강책은 미소를 짓고는 “특별한 방법은 없습니다. 계획서를 써서 가져갔더니, 바로 동의를 하시고는 계약서에 싸인을 해주셨습니다.” 라며 답했다. 유진명은 그의 간단명료한 대답에 눈살을 찌푸렸다. 강책의
유진명은 그의 핸드폰을 바라보며 머뭇거렸다. 누구보다 전화를 걸어 확인하고 싶지만, 전화 후에 일어날 일들을 생각하면 앞이 아찔했다. 강책이 특별한 수단을 통해 허문동의 동의를 얻었다는 가능성이 높다. 강책이 무슨 방법을 사용했는 지는 모르지만 빠른 시간내에 해결했다는 것에서 그는 큰 댓가를 내놓은 것이 분명하다고 추측했다. 사실상, 그가 추측한 것처럼 큰 댓가는 없었다. 그저 조연진을 구해주었을 뿐, 다른 것은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유진명은 그저 머리 돌리기 바빴다. 이때, 상동진이 헛기침을 하고는 입을 열었다.“쳐봅시다. 무서워할 줄 알아요? 지금 당장 전화해보면 될 것 아닙니까?” 허문동에게 전화를 걸던 찰나에, 유진명이 소리를 질렀다.“가만 있지 못해! 상동진, 지금 뭐하는 거야?!” 상동진은 깜짝 놀랐다. 항상 유진명에게 깍듯한 태도로 대하고, 유진명도 항상 자신을 존중했었다.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체면을 구기는 행동은 단 한번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였다. 유진명은 불쾌한 표정을 짓고는 “강부회장님이 무슨 신분인데, 우리한테 거짓말을 할 사람으로 생각하는 거야? 우리 앞에 있는 이 계약서가 그 증명서잖아! 뭘 더 증명을 받아야 하는 건데? 상동진, 네 신분을 제대로 알아. 그리고 강부회장님한테 말하는 태도 고쳐!”라며 화를 냈다. 그의 표정과 말투에 잔뜩 화가 나있는 것을 보고 상동진은 침을 꼴깍 삼켰다. 유진명은 강책에게 굽신거리고는 “강부회장님, 죄송합니다. 제 부하직원이 아직 배우는 단계라서 그렇습니다.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라며 말했다. 강책은 손을 허공에 휘젓고는 괜찮다는 행동을 보였다. 유진명은 부하직원 한명에게 가까이 오라는 손짓을 했다.“순홍씨, YDream계약은 순홍씨가 맡아주세요.” 순홍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유진명은 강책을 향해 미소를 지어보인 뒤 “제가 할 일이 남아서 먼저 실례하도록 하겠습니다.” 라며 말했다. 상동진은 잠시 멍을 때리다가 곧이어 유진명의 뒤를 따라갔다. 강책의 계약 성사는 회사
정단은 자리를 떠나기 전에 강책에게 “비밀로 하고 싶으셔도 제가 알아낼 겁니다!” 라며 말했다. 강책은 그저 미소를 유지할 뿐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 정단은 고집있는 성격을 가진 여자직원이였다. 남자들이 득실거리는 연구개발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도 어쩌면 이 성격 덕분일지도 모른다. 한편, 유진명과 상동진은 회사 안 아무도 없는 장소에 서있다. 상동진이 그에게 물었다. “나한테 왜 소리지른 거야?” “강책은 당당했어. 네가 전화해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 표정이였다고! 전화를 하게 되면 결국 너만 우스운 꼴 되는거야. 내가 너한테 소리지른 건, 네가 강책을 너무 얕잡아 보고 있다는 거야!” “강책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건 아니고?” “아니, 그럴만한 실력을 가질 사람이야. 강책은 강남구 총책임자도 해보고, 서경의 수라군신까지 올라간 사람이야. 지금은 아무런 권력도, 위치도 없다고 하지만 능력은 아직까지 남아있어. 조심해야 할거야.” “그건 그래. 근데 나 진짜 궁금한 게 있어. 회장님은 무슨 계획이신거야? 강책을 지지하시겠다는 거야, 처리하실 생각이신거야?” 유진명은 상동진의 물음에 미소를 지어보였다.“글쎄, 네 신분을 알라고 내가 말해줬잖아. 네가 알 필요가 없는 것들은 그냥 아무것도 묻지마. 그리고, 지하성 쪽에 물품이 끊겼으니 빨리 처리하라는 회장님 지시가 있어.” 상동진은 눈살을 찌푸렸다.“그 ‘지하성’ 이라는 것도 또 뭐야? 무슨 조직단체 이름이야? 항상 우리 회사한테서 무료로 재료 가져가고 말이야. 게다가 회장님은 돈을 안받으시잖아. 이렇게 장사하는 사람이 어디있어?” 유진명은 “그럼 한번 말해봐. 너랑 회장님이랑 누가 더 똑똑한 것 같아?” 라며 되물었다. 상동진은 미소를 지었다.“무슨 질문이야? 내가 회장님보다 더 똑똑했으면 팀장자리에 앉아 있겠어?” “그래, 잘 알고 있네. 회장님께서 아무런 이익없이 지하성을 도와주고 있는 것 보면 다 뜻이 있는 거야. 넌 그냥 지시대로 하면 되는 거고.” “아니
어게인 하이테크, 회장 사무실 안.오영감이 차를 따르고는 혼자서 천천히 음미하고 있다. 마신지 얼마 되지 않아 사무실의 문이 열렸다. 곧이어 로라가 굳은 표정으로 들어왔다.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오영감이 먼저 “또 무슨 일인데 그래?” 라며 물었다.“네.” “얘기해보거라, 무슨 일인데? 강책, 모리 하이테크?” “전부 다요.” 오영감이 잠시 머뭇거리고는 “다 라니?” 라며 물었다. 로라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답했다.“강책이 경성에 온 이유를 알아냈어요. 모리 하이테크랑 엮였어요.” 오영감이 미소를 지었다.“아 그래? 강책은 정말 어디에나 있구나. 아직 우리랑 결판을 내지도 않았는데, 모리하이테크랑 엮이니 말이야. 그래서 무슨 사이인데?” 로라는 잠시 생각하고는 “강책은 모리 하이테크 회장 강한비의 친아들 이에요.” 라며 답했다. 오영감은 마시던 차를 그대로 풉-하고 내뱉었다. 그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뭐라고?” 라며 물었다. 로라는 다시 한번 더 말했다.“강책이 강한비의 친아들이라고요!” 오영감의 안색이 변했다.“하늘 아래 어떻게 이런 우연이 있는 거지? 그래, 좋아. 우리의 적들이 한 곳에 같이 모였구나. 강책따로, 모리 하이테크 따로 대안을 준비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겠어. 시간 아껴줘서 참 고맙네.” 로라가 다시 입을 열었다.“오늘 아침에 강한비가 회의를 열더라구요. 강책을 부회장자리에 올리고, 머지 않아 회장자리까지 맡게 될 거라고 발표했어요.” 오영감은 그녀의 말에 살짝 이상함을 감지했다.“뭐? 자신의 친아들 이라고 해도, 이렇게 빨리 자리를 내어주는 케이스는 없어. 강책을 위로 올리게 되면 열심히 일한 직원들이 분명 불만을 가지고 있을 텐데 말이야.강한비 그 노인네가 이걸 모를리가 없어. 결국 자기 아들한테 좋은 건 하나도 없을 거야. 그리고, 모리 하이테크는 강한비 밑으로 유진명이 있잖아. 한 순간에 강책의 부하직원이 되는 걸 유진명이 받아 드릴까? 분명히 뭔가가 있을 거야.” 로라가 고개를 끄덕
그 다음날, 강책이 연구개발팀으로 출근을 했다. 출근하자마자 보이는 풍경은 정단이 소파에 누워 자고 있는 모습이였다. 보아하니 회사에서 밤을 샜던 모양이다. 강책은 “참 끈질긴 여자아이야.”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강책이 자리에 앉자마자 상동진이 씩씩 거리며 소파에 누워있는 정단에게 소리를 질렀다. “지금 잠이 와? 안 일어나?!” 정단은 깜짝 놀라 눈을 떴다. 이어서 눈을 비비고는 피곤한 표정으로 “상팀장님, 무슨 일이에요?” 라며 물었다. 상동진은 계획표를 그녀 앞에 던졌다.“무슨 일? 이 계획표 너가 작성한 거 맞지?” 정단은 상동진이 던진 표를 집어 들고는 살펴보았다. 그 계획표는 그녀가 밤을 새서 완성한 것이다.“네,제가 한 게 맞습니다. 무슨 일 생겼나요?” 상동진은 허허-거리며 미소를 지어보였다.“인정하나 만큼은 빠르네. 정단, 네가 한 계획표가 초기계획이랑 고객예산이랑 얼마나 차이가 나는 지 알긴 해? 오늘 내가 이 계획표를 고객한테 넘기고, 10분도 안되서 거절당했어. 내가 무슨 욕을 들었는 지 알아? 그래, 욕은 참을 만해. 근데 실수가 너무 많은 바람에 95억 프로젝트가 전부 날라갔어!” 상동진은 계속 말을 이었다.“머리에 똥을 집어 넣은거야? 대체 일을 어떻게 처리했길래, 이런 사단이 난거야?! 조금 있다가 회장님, 총팀장께서 물어보시면 내가 뭐라고 대답을 해야할까? 응?” 정단은 뒷통수가 얼얼 했다. 자신이 밤을 새서 만든 계획표로 칭찬받기는 커녕, 오히려 욕을 듣고 있자니 눈물이 흘러나왔다. 계속 소매로 눈물을 훔치면서 상동진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울어? 뭘 잘했다고 울어? 네 실수때문에 회사의 손실이 얼마인지는 알기나 해? 여기서 끝나지 않을거야. 계약서에 써있는 것 처럼 너는 10%에 달하는 보상까지 감당해야 할거야. 그러니까, 정단 너는 회사에 9억이라는 빚이 생겼다는 뜻이야!” 정단은 눈이 휘둥그레 졌다. 열정으로 야근까지 하면서 회사의 일을 처리했지만 결국 빚이 생겼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
계획표엔 모두 순홍이 ‘문제가 없다고 한 곳’에 ‘X’자가 쳐져있었다. 즉, 순홍이 문제가 없다고 당당했던 곳이 사실 문제가 있었던 것이였다. 정단도 이상함을 느꼈고, 강책도 그녀에게 일러두었지만 한 귀로 듣고 흘려보내버렸다. 순홍을 너무 믿은 탓에 생긴 결과였다. 만약 자신을 조금이라도 믿고 계속 계획표를 들여다봤다면 지금 이 상황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상팀장님, 제 잘못이 아니에요. 순홍선배가...” 상동진은 또 한번 더 그녀의 말에 끼어들었다.“허허,언제까지 변명하고 있을래? 순홍이 제일 먼저 나한테 와서 얘기하더라, 너가 항상 고집부리고, 옆 사람들 피드백따위는 듣지도 않는다고 말이야. 순홍이 계획표에서 잘못된 곳을 보았는 데도, 넌 고치지도 않고 그대로 계획표를 냈어! 결국 다 네 잘못이야. 정단, 그래도 그렇지 네 선배 순홍한테 잘못을 뒤집어 씌우는 건 아니지!” “그게..”정단은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제일 책임이 큰 상동진과 순홍이 모두 정단에게 책임을 떠넘긴 셈이다. 제일 낮은 월급을 받고, 제일 고된 일을 하면서 억울한 누명까지 뒤집어 쓴 그녀의 모습은 처참하기 그지 없었다. 정단은 훌적거리며 우는 것 빼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정단, 이제 네가 살길은 두개밖에 없어. 9억 배상하든지, 10년,20년 감옥에서 썩든지! 자, 골라봐.” 상동진은 말을 끝내자마자 바로 자리를 떴다. 정단은 그대로 소파에 주저앉아 엉엉 울기 시작했다. 사무실에는 정적만이 흘렀고, 직원들의 기분마저도 다운 되었다. 이 와중에 순홍은 뒤에서 미소를 지으며, 사무실을 떠났다. 이어서 아무도 없는 구석으로 가서는 로라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로라누님, 지시하신 일 성공했습니다! 95억 프로젝트가 망하는 바람에, 상동진이 그 모든 책임을 정단에게 떠넘겼습니다. 손해배상을 하라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바람에 지금 정단은 울고불고 난리났습니다.” 전화기 너머로는 아무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몇 초가 흐른 뒤에야 로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