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문호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전혀 알지 못했다. 정가집안을 풀어 주는 것도 모자라 자신의 자리까지 내려놓아야 한다는 그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목장관님, 처벌이 너무 센 것 같습니다.” “너무 세다고 느껴지십니까? 이미 기회를 드렸을텐데요, 스스로 그 기회를 버리신 겁니다. 자신을 탓하세요!” “아니, 죄송하지만 언제 기회를 줬단 말입니까?” “잘 생각해보세요.”당문호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순간 방금 전 걸려온 강책의 전화기너머로 그가 전했던 말이 떠올랐다. 강책의 사람들을 풀어주고 사과만 한다면 그냥 봐주겠다는 그의 말이 당문호의 귓가에 울렸다. 하지만 당문호는 강책의 말을 무시했다. 그때 강책의 말을 따랐더라면 지금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당문호는 강책과 목양일 그리고 총책임자와 무슨 사이인지 알 수 없었고, 강책의 진짜 신분이 무엇인지도 좀 처럼 종잡을 수 없었다. 목양일은 시계를 보고는 “18분 남았습니다. 18분 안에 사람들을 풀기만 한다면 그쪽은 직업을 잃는 것 뿐이고, 시간이 부족해서 제가 나서게 된다면 목숨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라고 말했다. 과장된 말이였지만 당문호는 겁이 났다. 총책임자의 앞에서는 동쪽 전장의 총리라도 고개를 숙여야 했다. 고작 부총리인 당문호가 그의 말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는 한순간의 헛된 야심 때문에 자신의 앞길을 자신이 막은 꼴이 되어버렸다. 초대장도 진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무식함 때문에 이 모든 상황을 만들었다. 만약 목양일 말대로 정가 집안을 경찰서에서 풀어준다면 직위만 내놓으면 되지만 풀지 않는다면 자신의 목숨까지 위험해 질 수 있는 것이다. 당문호는 끊임없이 비명을 지르고는 “지금 당장 풀도록 하겠습니다!” 라며 말한 뒤, 더 이상의 말은 하지 않았다. 곧이어 자신의 부하에게 전화를 걸었다.“지금 당장 15분안에 정계산 가족들을 풀고 무사히 퇴임식으로 모셔오도록 해!” 전화기 너머로는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다.“네? 하지만 부총리님께서 정계산 집안은 오
당문호는 시계를 잠시 바라보았다. 목양일이 내놓은 시간이 2분 조차 남지 않았다. 그는 다급해서 눈물을 머금으며 “삼촌, 이번 한번만 봐줘요. 얼른 저랑 같이 식장에 들어가시죠. 총책임자님께서 삼촌 가족들을 꼭 모셔오라고 신신당부 하셨단 말이에요. 이대로 집에 가시면 제가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하냐고요!” 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반응이 크면 클수록 정계산은 되려 더 고집을 부리고 싶었다. 항상 당문호에게 당하고 살아왔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제대로 복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정계산은 계속 다리를 꼬고는 말하는 속도를 일부러 낮추었다. “아, 미안. 근데 말이지, 내가 좀 힘들어서 말이야. 여기서 잠깐만 눈좀 붙이고 가도 되겠나?” 당문호는 크게 소리를 질렀다.“셋째 삼촌! 얼른 들어가시죠! 꿇어서라도 빌테니까 제발 들어가라고요!” 정계산은 일부로 당문호를 자극하는 말투로 “꿇어봐.” 라며 답했다. 정계산은 진심에서 우러난 말이 아니였다. 하지만 당문호는 바로 그에게 무릎을 꿇고는 “삼촌, 이렇게 빌게요. 제발 저랑 같이 식장에 들어가시죠!” 라며 말했다. 정계산은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 졌다. 당문호는 동쪽 전장의 부총리로 자신이 넘볼 수 없는 큰 인물이며, 정계산에게 무릎을 내놓았다는 사실은 사람들에게 좋게 보이지 않았다. 옆에 있던 소청이 자리를 수습했다.“다 같은 가족끼리 이러지는 맙시다. 문호야, 얼른 일어나. 영감도 얼른 일어나! 우리 한테 초대장까지 주셨는데, 안간다고 고집 부리면 이건 예의에 어긋난 거지.” 정계산은 당문호에게 모진 말을 했지만 퇴임식은 참가하고 싶은 게 사실이였다. 이런 영광적이고 소중한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정계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네 성의를 봐서 같이 들어가줄게.” 라고 말했다. 당문호는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정계산과 함께 식장 안으로 들어갔다. 당문호는 거의 정계산을 들고 뛰는 것과 전혀 다름이 없었다. 드디어 정계산 가족들을 데리고 식장 안으로 들어가는 것에 성공했으며, 당문호는 시간
정계산은 현장을 둘러보고는 경악했다. 모든 자리는 빽빽하게 차서 정계산 가족들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없었다. 게다가 초대장 안에는 그들의 좌석번호가 써있지 않았다.“우..우리 앉을 자리가 없는데?” 목양일은 미소를 지으며 “따라오십시오, 이미 준비해놨습니다.” 라고 말했다. 목양일은 정계산 가족들을 제일 앞쪽으로 안내했다. 빈자리였으나 그들은 감히 앉을 수가 없었다. 사회 유명인사, 재벌, 정치인이 아닌 이상 총책임자의 퇴임식에서 맨 앞에 앉을 수 있는 자격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계산은 침을 꼴깍 삼켰다.“목장관님, 저희 같은 사람이 어떻게 맨 앞자리에 앉습니까. 그냥 뒷 쪽에 작은 자리로 안내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도저히 안되면 서서라도 참가하겠습니다.” 목양일은 하하 크게 웃음을 지었다.“정계산씨, 그럴 수는 없습니다. 총책임자님께서 알게 되시면 저 큰일납니다. 걱정하지마시고, 얼른 자리에 앉으세요. 4자리 모두 정계산씨와 가족분들을 위해 준비한 겁니다.”그의 말에 정계산은 어쩔 수 없이 맨 앞 자리에 앉았다. 정계산, 고작 수도세 관련 주임이 제일 중요한 자리, 제일 중간에 앉았다. 소청이 그의 옆에 앉고, 정몽연과 정봉성이 두 사람의 옆 쪽에 자리에 앉았다. 가족 4명 모두 창백한 얼굴로, 가시방석에 앉아서 침착하지 못했다. 마치 교수형에 쓰이는 도구처럼 느껴졌다. 앉자마자 온 몸이 떨리기 시작했고, 바로 일어나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반에서 제일 공부 못하고, 말썽꾸러기 학생이 교실 맨 앞 중간 자리에 앉아 모든 행동을 감시 받는 느낌이 들었다. 정계산은 마음 편안히 뒤도 돌아보지 못하고, 허리를 쫙 펴고 앉아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뒤에서 몇 만개의 눈이 자신을 향하고 있을 지 두려웠다. 사실, 그의 생각대로 식장 모든 사람들의 눈은 그를 향하고 있었다. 동시에 정계산의 신분, 정계산과 총책임자의 사이 등등을 추측했다. 정봉성은 깊게 한숨을 내쉬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정몽연이 “오빠, 왜그래?” 라며 물었다. 정봉성은
목양일은 미소를 지으며 무대 가장자리로 자리를 옮겼다. 주인공 등장에 모든 사람들은 숨을 멈추고, 무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100대가 넘는 카메라들이 배치되어 있었고, 손을 버튼 위에 두고 바로 촬영을 할 수 있게 준비를 해둔 사람도 많았다. 이번 총책임자는 취임부터 비밀리에 꼭 감춰진 사람으로써, 어떤 장소에서도 나타나지 않았다. 심지어 목양일이 총책임자라는 찌라시까지 돌았던 적이 있다. 총책임자는 얼굴을 밝히지 않고, 어떠한 행적도 남기지 않았지만 강남구의 일은 제대로 처리했다. 그가 취임하고 난 1년 사이에 강남구는 크게 발달했으며, 큰 프로젝트마저도 성공적으로 해냈다. 그 덕분에 GDP는 빠른 속도로 위로 솓구쳤다. 강남구 사람들 모두 강남구가 그의 손에 들어왔다고 생각했을 때, 은퇴를 한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신비주의’ 총책임자는 다른 사람과는 다르게 큰 인물임이 틀림없다고 확신했다. 수많은 시선 아래, 조명이 한 곳을 비추었다. 이어서 총책임자는 힘차게 앞으로 걸어나왔다. 드디어 사람들의 앞에 그의 모습이 나타났다! 역사적인 순간을 위해 수백개의 후레쉬가 터졌다. 사람들의 시선이 무대 위로 향했다. 이어서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마치 콘서트에서 가수를 보며 좋아하는 모습과 흡사했다. 군중들의 힘찬 박수소리와 함께 총책임자는 웃으며 무대 중앙으로 다가갔다. 중앙으로 가면서 군중들에게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 강남구의 총책임자, 강책의 등장이였다.무대 중앙에 도착하여, 마이크 앞에 섰다. 강책은 침착함을 유지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예의 바르게 자리에 서서 미소를 지었다. 무대 아래의 후레쉬는 계속 터졌고, 박수소리도 끊이지가 않았다. 군중석에 오직 정가가족만이 넋이 빠졌다. 정계산과 소청은 눈이 휘둥그레 졌고, 입마저도 떡 벌리고 있었다. 심장박동은 빠른 속도로 뛰었으며 멈출 생각이 없었다. ‘강책이, 내 사위가, 강남구의 총책임자라고?’ 정계산은 흔들리는 손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랐다. 강책이
인격 또는 능력에서 제일 최상위에 존재하는 공자의 ‘성인’ 이 바로 강책을 가리키는 것 같았다. 소청은 정계산의 어깨를 흔들면서 “여보, 내가 눈이 나빠진 건가? 왜, 왜 총책임자 자리에 앉으신 분이 우리 사위 같지?” 라고 말했다. 소청은 자신의 사위가 총책임자라는 신분을 가졌으리라고 생각지도 하지 못했으며, 누구라도 이러한 상황에서는 당황하기 마련이다. 정계산이 입을 열기도 전에 정봉성이 먼저 입을 열었다.“숙모, 저 사람 강책 맞아요. 제가 사준 옷이라고요!” 강책은 소비를 잘 하지않고, 겸손함을 유지하며 살아왔기에 비싼 옷이 없었다. 정봉성은 강책에게 감사의 표시로 그에게 정장을 맞추어서 선물해주었지만, 정장을 즐겨입지 않는 강책은 항상 한쪽에 두고 한번도 입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 같은 중대한 날에는 정장 입기 딱 좋은 날이였기에 정봉성이 직접 제작한 양복을 입고 온 것이였다. 정봉성은 정장의 디자인을 보자마자 바로 알아챘다. 하지만 사실 그 양복이 아니였어도 자신의 은인 강책을 못알아볼리 없었다. 아버지는 몰라봐도 강책을 못알아보지는 못했다. 정봉성은 고개를 저으며 씁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강책, 진짜 두손두발 다 들었어. 이번 내기도 너가 이겼네.” 그들은 식장에서 서로를 만날 수 있는 지, 없는 지에 관해 내기를 걸었었다. 불가능이라고 생각했던 정봉성은 강책이 무대위에 서있는 모습을 보고는 불가능이 가능으로 바뀌는 순간을 경험했다. 무대위와 정봉성이 앉아있는 자리의 거리는 고작해야 5미터도 되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식장에서 서로를 만났으며, 이것으로 정봉성이 또 진것이다. 정봉성은 박수를 치면서 “강책, 너 진짜 정체가 뭐야?” 라며 하하 웃었다. 이어서 정봉성은 정몽연에게 말했다.“동생아, 무대 위에 올라가있는 사람이 네 남편 강책 이잖아!” 사실, 강책이 무대로 걸음을 옮겼을 때 부터 정몽연은 단번에 자신의 남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저 믿기지 않을 뿐이다. 예전의 정몽연은 강책은 놀기만 하고, 남한테 욕을 먹
천둥같은 박수소리가 10분이상 지속 되었다. 강책에 대한 군중들의 존경심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많은 군중들 와중에 단 한사람만이 그저 박수를 치는 척 할 뿐 썩은 표정을 하고 있는 사람은 당문호였다. 당문호는 강책이 무대위에 올라가자마자 눈이 휘둥그레 졌다. 단 한번도 강책을 강남구 총책임자로 생각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강책의 등장과 목양일의 공손한 태도로 보아, 강책이 바로 ‘강남구 총책임자’ 였다. 강책이 아무리 똑똑하고 한들 이런 공적인 자리에서 총책임자를 가장하는 짓은 절대 하지 못한다. 당문호는 그제서야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일들의 퍼즐이 맞춰졌다.“어쩐지 내가 계속 지는 이유가 따로 있었어. 맨 위에 앉아서 나를 가지고 놀았던 거구나.” 강남구에서는 총책임자보다 더 높은 사람은 없었다. 사람을 찾아 강책을 상대하는 짓은 무모한 짓이였다. 당문호는 또 한번 더 왜 정가 가족을 초대했는 지에 대해서도 깨달았다. 그의 가족이였으니 초대하는 것은 당연했다. 게다가 정계산 가족들의 반응을 보니 그들도 강책이 총책임자라고는 상상을 못한 것이다. 하지만 당문호는 강책의 행동에 어이가 없었다. 이제서야 신비주의 컨셉을 버리고 눈 앞에 등장하여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진짜 신분을 알렸지만, 은퇴를 선택하는 강책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당문호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강책이 총책임자였다니, 내가 운이 좋았던 거네!”막대한 힘에 당문호는 더 이상 강책을 건드리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계란으로 바위를 깨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리에 앉아 무대위에 서있는 강책을 바라보며, 처음부터 강책의 진짜 신분을 알았더라면 모든 것이 달라졌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선을 다해 그에게 아부를 하며, 그의 비위를 맞춰줄 것이다. 그렇다면 높은 자리에 앉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은 없다. 당문호는 자신의 무식함과 거만함에 대가를 치루게 될 것이다. 무대 위, 강책은 꼿꼿이 서서
마지막으로, 강책은 허리를 45도로 숙였다.“퇴임식의 마지막으로 여러분들께 사과의 말씀 전합니다. 사실, 오늘 점심까지만 해도 제 가족들조차도 제가 총책임자라는 사실을 모르고 계셨습니다. 만약 제 가족들이 알게된다면 저 때문에 고민하고, 불안해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저의 특별한 신분때문에 위험이나 귀찮은 일에 휘말리는 게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오늘 가족에게 공개를 한 건 다름아닌 오늘 부로 은퇴를 하는 저는 더 이상의 특별한 신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번 더, 사과의 말씀 전합니다! 죄송합니다!” 강책은 다시 한번 더 허리를 숙였다. 무대 아래에 있는 정계산 가족들은 강책의 말을 듣고는 마음이 복잡해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평범한 사위, 평범한 남편으로 남거나, 처음부터 진짜 신분을 알고 있었다면 이렇게 까지 복잡미묘한 감정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강책의 진짜 신분을 알았지만 그 동시에 그 신분을 내려놓다는 사실에 어디가서 자랑도 하지 못하는 것이다. 퇴임식은 3시간동안 열렸고, 강책은 모든 일을 발표한 다음 무대에서 자리를 떴다. 목양일은 부하들에게 알려 식장을 정리했고, 사람들은 모두 그들의 안내 하에 식장을 떠났다. 당문호의 얼굴에는 핏기가 없었다. 지금부터 그는 동쪽 전장의 부통령이 아니라 그저 평범한 시민으로 살면서 이곳저곳의 괴롭힘을 참으며 새로운 신분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에 마음이 무거웠다. 식장은 1시간이 넘어서야 깨끗하게 비워졌다. 정가는 식장에서 나온 뒤, 바로 집에 들어와 소파에 앉았다. 이어서 오늘 퇴임식에서 일어난 일들을 생각하자 꿈을 꾸는 것 같았다. 해가 지고 저녁이 되었다. 한 정부에서 온 차가 집 문 앞에 멈추고, 강책이 차에서 내렸다. 이어서 집 문을 열었다. 오늘부터 강책이 집으로 돌아온다고 해도 가족들의 화목한 환영을 받을 수는 없었다. 강책은 집에 들어간 뒤,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는 집 분위기에 어쩔 줄 몰라했다. 서로만 멀뚱멀뚱 쳐다보며 어색한 기류가 흐를 때, 정봉성이 갑자기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집 안 전체에 어색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정봉성은 한마디라도 꺼내고 싶지만 정계산의 눈빛이 무서워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정계산은 깊게 쉼호흡을 하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강책, 그렇게 가족이 못 미더웠어? 오랫동안 참 잘 숨겼네. 총책임자 자리까지 올랐는데 처가에서 지내는 사위가 되고 싶었던 거야? 우리는 지금까지 너를 얼마나 욕했는 줄 알기나 해? 무슨 영웅이라도 되고 싶었던 거냐? 정의의 사도라도 되고 싶었던 거냐고!” 강책은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 정계산의 질문은 이미 퇴임식에서 모두 말한 사항이였기에 더 이상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정봉성은 강책의 모습을 보고는 다급하게 수습하기 시작했다.“셋째 삼촌, 강책이 말했었잖아요. 우리가 안좋은 일에...” 정계산은 “안좋은 일 뭐?” 라고 말한 뒤, 크게 소리쳤다.“우리가 이 자식 신분가지고 안 좋은 짓이라도 하고 다닐 것 같아? 허허, 우리를 무슨 사람으로 본거야?” “아니, 셋째 삼촌. 그게 아니잖아요.” 소청은 옆에서 정계산을 말렸다.“영감, 강책 성격은 당신도 알잖아. 다 우리가 곤란한 상황에 휘말릴까봐 그런거잖아. 게다가 강책은 대우를 바란 게 아니고, 집 처럼 화목한 분위기를 원했던 거잖아.” 정봉성과 소청의 말에 정계산의 분노가 사그라들었다. 그저 오랫동안 자신의 정체를 숨긴 강책의 행동에 화가 났을 뿐이였다. 마지막으로 정계산이 다시 입을 열었다.“아니 그래도 그렇지. 책아, 다음부터는 꼭 우리한테 말해줘야 해. 준비라도 하고 들어야지 말이야. 네 장인어른이랑 장모는 오늘 뒤로 넘어질 뻔 했어!” 그의 말에 정봉성과 소청이 몰래 미소를 지어보였다. 사실 오늘 식장내내 정계산은 제일 큰 박수소리로 그를 환영했었다. 정계산은 잠시 멈칫하고는 계속 말을 이었다.“그리고, 총책임자로 계속 일하면 되잖아. 뭐가 부족해서 갑자기 은퇴를 한다고 해?” 강책은 “이제 남은 힘이 없어요.” 라며 답했다. 정계산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느 누구라도 총책임자의 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