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집에 돌아왔을 때, 소청은 음식을 준비해 놓았다. 강책이 집에 들어서자 정계산이 황급히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고, 얼굴 표정이 달라지고 변하는 것이 무슨 큰일이라도 난 것 같았다.그는 정몽연에게 물었다."아버지가 왜 저러시지?” 정몽연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했다."몰라, 너랑 아빠랑 번갈아가면서 이상하게 구네, 다들 요즘 왜 그러나 몰라.” "영감님, 밥 먹으러 와요.”소청이 소리쳤지만 정계산은 아랑곳하지 않고 벽에 걸린 시계를 올려다보고, 10분 후 12시가 되자 서둘러 TV를 켰다.그러자 소청은 약간 화가 났다. "아니 밥 먹으러 오라고 했는데 왜 TV를 보는 거야? 영감님, 무슨 짓이죠 이게?” "쉿, 조용히 해!"오늘 정계산의 행동은 확실히 매우 이상했다. 정몽연과 소청이 서로를 쳐다보았고 상당히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는데, 혹시 영감님이 무슨 일을 저지른 건 아닐까? "아빠, 밖에서 무슨 일 있었어?”정몽연이 조심스럽게 묻자 정계산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며 대답했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총책임자님 일을 걱정해서 그러는 거다.” "총책임자? 그 사람이 무슨 일이 있겠어? 설령 그 사람한테 일이 생긴다고 해도 아빠가 걱정할 건 아닌 듯한데. 아빠는 그저 작은 수리국의 주임일 뿐이잖아.” “네가 뭘 안다고? 오늘 아침 내부 통지를 받았는데……”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TV에서 뉴스가 방영되기 시작했고, 사회자는 빳빳한 양복을 입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강남구 전체 시민에게 알릴 큰 뉴스가 있습니다. 강남구 총책임자가 은퇴를 결정했으며, 구체적인 은퇴식은 모레 정오에 열리고 했고……”정계산은 이 소식을 듣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절망에 빠졌다. 그는 한숨을 쉬며 말을 꺼냈다."에이! 아침에 내부에서 온 통지를 듣고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았지만, 지금 보니 이 일은 이미 확정됐고 새로 온 이 총책임자는 반드시 은퇴할 것 같군."정몽연은 눈썹을 잔뜩 찌푸린 채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
그는 주인공으로서 다른 사람을 초청한 것인데, 어떻게 초청을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정계산은 눈을 껌벅이며 조금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했다."이거 혹시 함정이 아닐까? 고의로 누가 우리 가족을 함정에 빠트리려고? 참석을 해야 해 말아야 해?” 그러자 정몽연이 웃으며 대답했다."아빠, 경찰차가 와서 직접 배달했고 게다가 강남구 도장이 찍혀 있는데 이렇게 큰 권력을 가진 어떤 사람이 우리를 헤치려고 하겠어?” "그래도 그렇지."그렇게 온 가족이 토론하고 있는데 밖에서 또 한 대의 차가 대문 앞에 멈춰 섰다. 이번에 온 사람은 다름 아닌 정봉성이었다. 그는 황급히 뛰어들어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삼촌, 숙모, 몽연아, 강책, 큰일 났어. 나 모레 열리는 총책임자 은퇴식 초대장을 받았다고!” 정몽연은 웃으며 대꾸했다.“별 큰일도 아니네, 우리 가족도 전부 다 받았어.”"뭐라고?” 정봉성은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만, 초대장을 보자 믿지 않을 수 없었다. “이상하다, 우리 같이 낮은 신분이 어떻게 총책임자 눈에 띄게 된 거지? 게다가 총책임자와 개인적인 친분도 없잖아? 평소에는 부리지도 않다가 은퇴할 때가 되니까 우리를 부르는 건 무슨 뜻이지? 총책임자 머리가 좀 이상하지 않아?” 정봉성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하자, 강책은 물 한 모금을 마시려다 사레가 들 뻔했다.“욕하지 말고 말을 좀 조심해요.”강책이 헛기침을 하며 말하자, 정봉성이 다가와 강책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그나저나 강책, 이상하지 않아? 초대장을 다 받았는데 너만 못 받은 게 너무 이상하다고!” "나는 데릴사위일 뿐이니 초대를 안 받은 게 정상인데 뭐가 이상하다는 거죠?”강책이 웃으며 대답했고, 그러면서 정봉성을 향해 눈을 깜빡이며 매우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하지만 초대받지 않아도 현장에서 만날 수 있을 것 같네요.” 정봉성은 시큰둥하게 말했다.“그래, 어디 한 번 허풍 떨어 봐. 그럼 은퇴식은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거야? 초대장이 없으면 너는 입구에 도착하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고, 본격적인 축제의 날이 다가왔다! 강책은 집 앞에서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그들을 떠나보냈다.차 안에서 정봉성이 말을 꺼냈다."강책이 나를 그렇게 많이 이겼는데, 이번에는 틀림없이 나한테 지겠지! 나랑 은퇴식에서 만나자고 했는데 날 따라오지도 않는데 뭘 만나겠다는 건지.” 그러자 정몽연이 웃으며 대꾸했다."너무 일찍 기뻐하지 마. 우리 남편은 거짓말 안 해. 만나자고 하면 꼭 만나니까 두고 봐."정봉성은 어깨를 으쓱했다.“그럼 어디 한 번 두고 보지 뭐.” 40분 후에 차가 멈춰 섰다. 정계산의 가족이 차례로 차에서 내려 회장 쪽으로 향했고, 오늘 회의장은 인산인해를 이뤘으며 강남구 전체에 얼굴 있는 사람들이 다 모였다. 정부 측 사람들 외에도 많은 기업의 사장들이 현장에 도착했고, 수백여 개 언론사 기자들이 현장에 도착해 한 명씩 마이크를 잡고 카메라를 들고 오늘의 화면을 촬영해 실시간 뉴스로 보도하기도 했다. 현장의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오늘 출동한 경찰은 수천 명에 달했고, 모두 실탄을 장전한 총을 메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이렇게 많은 총을 가지고 있으니 누구도 이런 상황에서 소란을 피우지 않을 것이고, 회장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더욱 세심하게 조사했다. 초청장뿐 아니라 신원 확인, 얼굴 스캔, 신분증 비교도 해야 했다. 회장 진입 전 남녀 2개 통로로 나눠 위험물 반입이 없도록 몸수색을 꼼꼼히 했다.오늘 행사는 강남구의 일류 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였기에 한 치의 오차도 내지 못하고, 범법자들이 끼어들면 강남구에 파멸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그러니 경찰은 각별히 조심하고 있었다. 정계산 가족들은 통로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 사방으로 붐비는 사람들을 보며 감탄했다."정말 장관이군, 오늘 이 인파들로 봐서는 만 명이 넘게 온 것 같지?” 정봉성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들은 말하면서 안으로 들어갔다.“당연하죠, 이런 은퇴식에 참석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신분에 대한 인정
그는 허허 웃으며 초대장을 품에서 꺼냈다."죄송하지만 우리는 총책임자로부터 초청장을 받았으니 들어갈 권리가 있습니다.” "뭐?"당문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약간 의아해했다.이 초대장은 유명한 거물들에게만 나눠주는데, 정봉성 같은 보잘것없는 신분을 가진 사람은 절대 받을 수 없는 것이다.게다가 정봉성이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소청은 어떻게 해도 절대 받을 수 없지 않은가. 분명 문제가 있다.“한 번 살펴보지.”“그러세요.”당문호는 손을 뻗어 초대장을 받았고, 그의 초대장은 진짜와 똑같아서 육안으로도 진위를 알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믿지 않았다. 정계산, 소청, 정몽연, 정봉성 이 네 사람의 신분 지위는 오늘날의 축제와는 거리가 멀었고 초청장은 틀림없이 위조된 것이다!그러자 당문호는 생각도 하지 않고 초대장을 바닥에 내던지며 호통쳤다. “정봉성, 네가 갈수록 날뛰는구나. 총책임자의 초청장까지 조작하다니!"정봉성의 안색이 변하며 말했다.“뭐라고요? 이건 진짜입니다!” "허허, 아직도 발뺌을 해?”“여기!”당문호가 크게 외치자, 곧바로 총을 든 경찰관 10여 명이 달려왔다. 당문호는 동쪽 전장의 부통령으로서 수중에 약간의 권력을 가지고 있고, 현장에서도 경찰들을 동원할 수 있었다. 그는 정봉성과 정계산 등을 가리키며 말했다."이 사람들이 초청장을 위조해 불의를 저지르고 있다. 그들을 체포해서 가두고 엄하게 심문하여 그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이번 대회를 망치려는 것이 아닌지 분명히 취조를 해야 할 거야.” "명 받들겠습니다!” 그 경찰관들이 달려들어 정계산을 비롯한 가족들에게 수갑을 채웠고, 정계산은 화를 내며 말했다."당문호 이 개자식아, 우리 초청장은 진짜야, 총책임자가 직접 사람을 보내서 준 거니 우리를 놓아줘!” "허허, 아직도 거짓말을 하는군."당문호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데려가!” 경찰은 곧바로 정계산 등을 차에 태워 경찰서로 데려갔고, 정계산 가족은 총책임자의 모습을 볼 수 있을 줄 알았는
당문호는 정장을 정리하고는 의자에 앉아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머지 않아 정가 가족 모두 그로 인해 몇 개월간 감옥 살이를 하게 될 것이다. 그는 자신의 아내가 감옥에 홀로 지내는 것 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통쾌하다고 생각이 들 쯤, 당문호의 핸드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 였다. 당문호는 눈살을 찌푸리고는 잠시 고민하더니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강책입니다.”강책이라는 말을 듣자 당문호의 심정에 큰 변화가 생겼다. 강책에게 호되게 당했었던 당문호였지만 그가 그의 가족들을 위해 자신에게 연락을 했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챘다. 전화기 너머로 강책의 목소리가 들렸다.“당문호씨, 친척이니까 마지막으로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지금 당장 감옥에서 제 가족들을 꺼내고, 사과하세요. 그러면 그쪽이 저지른 실수는 그냥 넘어가는 걸로 하겠습니다. 오늘 같은 특별한 날에 더 이상 큰일은 만들지 마시고요.” 당문호는 강책의 하찮은 위협적인 발언에 마음속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당문호는 동쪽 지역에서 부총리를 맡고 있으며, 강책은 최근들어 실업까지 한 무능력한 사위였기 때문에 두 사람은 전혀 비교할 수 있는 상대가 되지 못한다. 하지만 강책의 거침없는 ‘명령’에 당문호는 차가운 미소를 짓고는 답했다.“강책, 대체 뭘 믿고 그렇게 나대는 거야? 정확히 알려줄게. 오늘 정계산 가족은 절대로 못 나와. 그리고 내일, 모레, 그 다음날에도 전부 다 못 나올거라고! 딱 3개월만 가두다가 풀어 줄게. 감옥살이가 어떨지는 나도 잘 모르지, 근데 편하지는 않을거야. 그쪽 예쁜 아내도 감옥에서 나오면 다 늙어빠져서 쭈글쭈글해져서 나올 거라고 하하하하!” 당문호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지금까지 강책에게 당한 것을 떠올리고는 드디어 복수를 했다고 그는 생각했다. 전화기 너머로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곧이어 전화가 끊겼다. 당문호는 핸드폰을 바라보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개미새끼 한마리가 감히 누구한테 덤벼?” 당문호는 오늘 퇴임식이 끝나면 정가의
당문호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전혀 알지 못했다. 정가집안을 풀어 주는 것도 모자라 자신의 자리까지 내려놓아야 한다는 그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목장관님, 처벌이 너무 센 것 같습니다.” “너무 세다고 느껴지십니까? 이미 기회를 드렸을텐데요, 스스로 그 기회를 버리신 겁니다. 자신을 탓하세요!” “아니, 죄송하지만 언제 기회를 줬단 말입니까?” “잘 생각해보세요.”당문호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순간 방금 전 걸려온 강책의 전화기너머로 그가 전했던 말이 떠올랐다. 강책의 사람들을 풀어주고 사과만 한다면 그냥 봐주겠다는 그의 말이 당문호의 귓가에 울렸다. 하지만 당문호는 강책의 말을 무시했다. 그때 강책의 말을 따랐더라면 지금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당문호는 강책과 목양일 그리고 총책임자와 무슨 사이인지 알 수 없었고, 강책의 진짜 신분이 무엇인지도 좀 처럼 종잡을 수 없었다. 목양일은 시계를 보고는 “18분 남았습니다. 18분 안에 사람들을 풀기만 한다면 그쪽은 직업을 잃는 것 뿐이고, 시간이 부족해서 제가 나서게 된다면 목숨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라고 말했다. 과장된 말이였지만 당문호는 겁이 났다. 총책임자의 앞에서는 동쪽 전장의 총리라도 고개를 숙여야 했다. 고작 부총리인 당문호가 그의 말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는 한순간의 헛된 야심 때문에 자신의 앞길을 자신이 막은 꼴이 되어버렸다. 초대장도 진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무식함 때문에 이 모든 상황을 만들었다. 만약 목양일 말대로 정가 집안을 경찰서에서 풀어준다면 직위만 내놓으면 되지만 풀지 않는다면 자신의 목숨까지 위험해 질 수 있는 것이다. 당문호는 끊임없이 비명을 지르고는 “지금 당장 풀도록 하겠습니다!” 라며 말한 뒤, 더 이상의 말은 하지 않았다. 곧이어 자신의 부하에게 전화를 걸었다.“지금 당장 15분안에 정계산 가족들을 풀고 무사히 퇴임식으로 모셔오도록 해!” 전화기 너머로는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다.“네? 하지만 부총리님께서 정계산 집안은 오
당문호는 시계를 잠시 바라보았다. 목양일이 내놓은 시간이 2분 조차 남지 않았다. 그는 다급해서 눈물을 머금으며 “삼촌, 이번 한번만 봐줘요. 얼른 저랑 같이 식장에 들어가시죠. 총책임자님께서 삼촌 가족들을 꼭 모셔오라고 신신당부 하셨단 말이에요. 이대로 집에 가시면 제가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하냐고요!” 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반응이 크면 클수록 정계산은 되려 더 고집을 부리고 싶었다. 항상 당문호에게 당하고 살아왔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제대로 복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정계산은 계속 다리를 꼬고는 말하는 속도를 일부러 낮추었다. “아, 미안. 근데 말이지, 내가 좀 힘들어서 말이야. 여기서 잠깐만 눈좀 붙이고 가도 되겠나?” 당문호는 크게 소리를 질렀다.“셋째 삼촌! 얼른 들어가시죠! 꿇어서라도 빌테니까 제발 들어가라고요!” 정계산은 일부로 당문호를 자극하는 말투로 “꿇어봐.” 라며 답했다. 정계산은 진심에서 우러난 말이 아니였다. 하지만 당문호는 바로 그에게 무릎을 꿇고는 “삼촌, 이렇게 빌게요. 제발 저랑 같이 식장에 들어가시죠!” 라며 말했다. 정계산은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 졌다. 당문호는 동쪽 전장의 부총리로 자신이 넘볼 수 없는 큰 인물이며, 정계산에게 무릎을 내놓았다는 사실은 사람들에게 좋게 보이지 않았다. 옆에 있던 소청이 자리를 수습했다.“다 같은 가족끼리 이러지는 맙시다. 문호야, 얼른 일어나. 영감도 얼른 일어나! 우리 한테 초대장까지 주셨는데, 안간다고 고집 부리면 이건 예의에 어긋난 거지.” 정계산은 당문호에게 모진 말을 했지만 퇴임식은 참가하고 싶은 게 사실이였다. 이런 영광적이고 소중한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정계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네 성의를 봐서 같이 들어가줄게.” 라고 말했다. 당문호는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정계산과 함께 식장 안으로 들어갔다. 당문호는 거의 정계산을 들고 뛰는 것과 전혀 다름이 없었다. 드디어 정계산 가족들을 데리고 식장 안으로 들어가는 것에 성공했으며, 당문호는 시간
정계산은 현장을 둘러보고는 경악했다. 모든 자리는 빽빽하게 차서 정계산 가족들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없었다. 게다가 초대장 안에는 그들의 좌석번호가 써있지 않았다.“우..우리 앉을 자리가 없는데?” 목양일은 미소를 지으며 “따라오십시오, 이미 준비해놨습니다.” 라고 말했다. 목양일은 정계산 가족들을 제일 앞쪽으로 안내했다. 빈자리였으나 그들은 감히 앉을 수가 없었다. 사회 유명인사, 재벌, 정치인이 아닌 이상 총책임자의 퇴임식에서 맨 앞에 앉을 수 있는 자격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계산은 침을 꼴깍 삼켰다.“목장관님, 저희 같은 사람이 어떻게 맨 앞자리에 앉습니까. 그냥 뒷 쪽에 작은 자리로 안내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도저히 안되면 서서라도 참가하겠습니다.” 목양일은 하하 크게 웃음을 지었다.“정계산씨, 그럴 수는 없습니다. 총책임자님께서 알게 되시면 저 큰일납니다. 걱정하지마시고, 얼른 자리에 앉으세요. 4자리 모두 정계산씨와 가족분들을 위해 준비한 겁니다.”그의 말에 정계산은 어쩔 수 없이 맨 앞 자리에 앉았다. 정계산, 고작 수도세 관련 주임이 제일 중요한 자리, 제일 중간에 앉았다. 소청이 그의 옆에 앉고, 정몽연과 정봉성이 두 사람의 옆 쪽에 자리에 앉았다. 가족 4명 모두 창백한 얼굴로, 가시방석에 앉아서 침착하지 못했다. 마치 교수형에 쓰이는 도구처럼 느껴졌다. 앉자마자 온 몸이 떨리기 시작했고, 바로 일어나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반에서 제일 공부 못하고, 말썽꾸러기 학생이 교실 맨 앞 중간 자리에 앉아 모든 행동을 감시 받는 느낌이 들었다. 정계산은 마음 편안히 뒤도 돌아보지 못하고, 허리를 쫙 펴고 앉아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뒤에서 몇 만개의 눈이 자신을 향하고 있을 지 두려웠다. 사실, 그의 생각대로 식장 모든 사람들의 눈은 그를 향하고 있었다. 동시에 정계산의 신분, 정계산과 총책임자의 사이 등등을 추측했다. 정봉성은 깊게 한숨을 내쉬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정몽연이 “오빠, 왜그래?” 라며 물었다. 정봉성은
그가 몇 대의 승계자인지 모르지만 드디어 강책의 일행에게 잡혔다. 이어서 김한철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국에 있는 용맥 단체를 모두 잡아 들였다.한편, 200만 명 시민들도 해독약을 먹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들은 강책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연산 시와 다른 도시에 강책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석고상을 지었다.강책의 훌륭한 명성은 후세에도 전해질 것이다.…엄수 집안.장유나가 장훈의 앞으로 껑충껑충 뛰어갔다.“아버지, 제 말이 맞죠? 강책이 분명히 나타날 거라고 했잖아요!”장훈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강책의 강인함과 자신을 괴롭혔던 저주가 풀렸다는 사실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는 드디어 ‘평범한 사람’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식약 식당 안.강책이 황금 십이궁을 이끌고 식당으로 돌아왔다.도착하자마자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정몽연의 모습이 보였다.“강책! 나 진짜 화났어, 진짜 죽은 줄 알았잖아!” 강책이 어깨를 들썩이고는 다정하게 말했다.“미안,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할게.”“진짜야?”“응, 진짜야.”강책이 정몽연을 덥석 안고는 이마에 뽀뽀했다. 정몽연은 살짝 화가 풀렸다.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물었다.“그럼, 어떤 신분을 숨기고 있는지 말해줘.”“어... 그게… 잠깐만.”강책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말했다.“연산 시의 식약 식당, 한사랑 병원이 내 명의라는 건 알고 있을 거야.”그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강남구의 침몽 하이테크랑 기모 엔터테인먼트도 내 명의야.”“뭐?”정몽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남구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대기업을 강책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경성의 강씨 집안, 성월각도 내 명의야.”“뭐라고?”정몽연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의 자산은 한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이었다.“그리고 사실 경성에 갔을 때, 수라 군신의 자리를 다시 되찾았어.”“강책!”정몽연은 화가 나면서도 기뻤다.“어떻게 이 사실을 다 숨기
용맥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책은 분명 죽지 않았는가.“뭘 또 그렇게 놀라.”인파들 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나왔다, 다름 아닌 이미 사망신고가 내려진 강책이었다.“연구가 99퍼센트까지 했는데 마지막 1퍼센트는 도저히 채울 수 없더라고. 그래서 내가 용의 물을 마셔서 직접 독소를 느껴보면 1퍼센트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그 1퍼센트가 뭔지 알아냈고, 해독약을 쉽게 제조할 수 있었어. 이제 용의 물과 이어진 연결도 끊어졌을 거야. 즉, 너는 아무도 죽일 수 없어. 용맥, 네가 졌어.”용맥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강책을 바라보았다.수천 년 동안 전해졌던 역사가 강책의 손에서 끊어지고 말았다. 사실, 용맥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느껴지는 불안함에 강책을 죽이려고 젖 먹던 힘까지 썼지만 그는 결국 해독을 완성시키고 말았다. 용맥이 잠시 생각하고는 이상함을 감지했다.“네가 용의 물을 마시는 동시에 내가 독소를 조종해서 너를 죽게 만들었어,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해독약을 만들었다는 거야?”강책이 용의 물을 들이켰을 때, 이미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분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망칠 길은 전혀 없었다.이때, 강책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신태열 덕분이야.”용맥은 그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그때 심장이 멎었던 이유는 용의 물 때문이 아니야, 그건 서심산 때문이었어. 신태열도 당신의 용의 물을 보면서 비슷한 독약을 만들고 싶어 했어,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얼떨결에 ‘서심산’이라는 독소를 만들어냈어. 그 덕에 연산 시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어. 즉, 서심산은 ‘용의 물’의 짝퉁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큰 비밀을 알아냈어. 두 독약은 상호 배타적 관계를 가졌다는 거였어.”둘 중 독소가 하나라도 몸에 있으면 또 다른 독소는 체내에서 살 수 없다.즉, 서심산을 마셨다면 체내에는 같은 성분인 ‘용의 물’을 배제하는 항체가 생긴다.강책은 용의 물을
사실, 김한철은 그의 지시대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헬기 준비와 위부서에게 용맥을 호송해달라는 부탁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가 차올랐다.“이런 젠장!”그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연산 시 전체가 먹구름이 짙게 끼었다. 한편, 엄수 집안.집안의 가주 장훈이 정원에 앉아있다. 시든 꽃을 보는 그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그는 평생동안 김씨 어르신을 지지하면서 용의 물의 해독을 기대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게다가 그의 제자들인 무상명인 정해운과 강책 모두 죽고 말았다. 결국 용의 물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모두 사라졌다.“하....”장훈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년 동안 가문에 걸렸던 저주는 결국 풀지 못하는 건가.결국 용맥의 ‘부하’로 영원히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때, 장유나가 다가왔다.“아버지, 한숨 그만 쉬세요.”장훈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한숨도 못 쉬게 하는 거야?”“한 두 번 겪는 것도 아니잖아요, 매번 궁지에 몰릴 때마다 강책이 나타났잖아요.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라 믿어요.”장훈이 고개를 저었다, 상황역전의 대명사였던 강책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강책은 용의 물을 마셨고, 생방송에서 그의 사망 원인은 용의 물에 의한 독성 때문이라고 밝혔다.그는 세상을 떠난 사람이 확실했다.“아니요, 전 안 믿어요!”장유나가 굳건한 눈빛으로 말했다.“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강책이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그녀는 씩씩거리면서 자리를 떴다. 장훈은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렇게 믿고 싶어, 하지만 강책은 불사신이 아니야.”…12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건물 앞에 헬기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주위로는 보디가드가 자리를 지켰다.이때, 가면을 쓴 남자가 헬기를 향해 다가갔다. 남자는 다름 아닌 ‘용맥’이었다.김한철은 자리에 서서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용맥은 아랑곳하지 않고 김한철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김청장, 고마
그의 말에 대중들은 충격에 빠졌다, 마치 번개에 맞은 것 같이 순식간에 풀이 죽어버렸다.그 중 몇 명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 앉았다.강책의 죽음이 자신들의 생명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참담했다.용맥은 여전히 대중들의 생명을 ‘패’로 생각하고 정부를 향한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게다가 그들의 생명은 용맥이 쥐고 있기 때문에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더 끔찍한 사실은 유일하게 독을 해독할 수 있었던 인물을 대중들이 죽여 버렸다는 사실이다.김씨 어르신과 무상명인 정해운이 죽고, 강책은 ‘접묵 기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결국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진 지금, 용의 물은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게 되었다.현장에는 절망스런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막막함과 후회스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항상 위기의 상황에 나타나 자신들을 구해주고, 항상 승리의 여신 편이었던 인물을 그릇된 판단으로 그를 지옥으로 빠뜨려버렸다.“안돼!”곧이어 강책의 시체를 향해 무릎 꿇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 비통함을 털어 놓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무릎을 꿇기 시작하고는 과거의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했다.몇 만 명이 넘는 사람이 병원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어리석은 행동을 반성하면서 속죄하기 바빴다. 그들은 신에게 시간을 다시 돌려 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참이 지나고, 황금 십이궁의 물고기자리와 물병자리가 강책의 시체를 들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의 표정은 고통으로 가득했다, 곧이어 십이궁 일원 모두 눈물을 흘렸다.강책의 가족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의 아내 정몽연은 울다가 쓰러져버렸다.연산 시 전체가 좌절에 빠졌다. 하늘도 같은 마음인 걸까, 그들의 마음처럼 어두웠다. 이때, 용맥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김한철, 네가 어렵게 내 위치를 파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근데 미안해서 어쩌지, 이백만 대중
김한철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강 선생님은 이런 상황에서도 참 착하시네요.”“연구에 실패했으니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죽는 수밖에 없어요.” 강책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죽기 전에 가족들과 전화 한 통 하겠습니다.”강책의 가족들은 강책을 만나기 위해 연산에 왔다. 하지만 영원히 이별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역시,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강책은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정몽연은 대성통곡을 하며 강책에게 충독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했다. 정몽연은 강책을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몽연의 생각과는 달랐다. 강책의 선택이 늦어질 때마다 시민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공포감에 휩싸인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다. 강책의 목숨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여보, 우리 딸 잘 부탁해. 사랑해 여보.” 강책은 정몽연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병원 밖으로 나가 시민들을 마주했다. 황금 십이궁은 일렬로 서서 불안한 표정으로 강책을 쳐다봤다. 잠시 후, 강책은 마이크 앞에 서서 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 “제 목숨을 수십만 명의 시민들의 목숨과 바꿀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저는 불씨이기 때문에 죽으면 불은 꺼지지 않고 더욱 타오를 겁니다! 때문에 이 세상은 결코 어둠에 잠기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강책의 말이 끝나자 한 젊은이가 무리들 사이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 “강 선생님, 죄송하지만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니 가짜로 죽은 척하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번 검사해 보겠습니다.” 용맥은 진용과 이용진, 그리고 신태열을 경험해 본 듯했다. 강책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젊은이를 막아서지 않았다. 젊은이는 일단 눈앞에 있는 사람이 물병이나 다른 사람이 가장한 것이 아닌, 진짜 강책인지 확인한 후 강책의 편작 신침을 빼앗아 가짜 죽음을 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책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재차 확인했다. “됐습니다. 자, 이제 준비
사실상 반나절 안에 연구하기란 매우 촉박하다. 강책은 최고의 의사와 연구진들에게 연락해 용의 물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용의 물에 대한 연구는 매우 힘들었다. 용의 물 자체가 연구하기 힘들었으며, 구하기 힘들어서 샘플의 양이 극히 적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과 다르다. 현재 연산 시 전체에 용의 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강책과 수백 명의 연구자들은 반나절 동안 연구에 집중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강책은 연구에 실패했다. “1퍼센트, 딱 1퍼센트가 부족해요!” 강책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상 연구는 99퍼센트 완성됐다. 하지만 단 1퍼센트가 부족했다.가장 핵심인 1퍼센트의 데이터는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부분이었다. 게다가 주어진 시간도 매우 촉박했다. 전 세계 훌륭한 연구자들이 모두 모였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용의 물, 그야말로 최악의 독약이다. 하지만, 더욱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연구 실패 후, 200만 명 시민들 사이에서 용의 물 독성에 견디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용맥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자 강책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강책, 당신만 희생하면 수백만 명의 시민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강책, 비겁하게 숨지 말고 나오세요!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당신 하나 때문에 죽을 수는 없습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책임지세요. 당장 나오세요!” 수많은 시민들은 병원 앞에서 큰소리로 시위를 했다. 사람들은 이미 공포에 눈이 멀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구하기 위해 강책 한 명 목숨을 희생하는 것이 어려운 걸까? 시민들은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사람들의 오직 강책이 빨리 죽기를 원했다. 용맥은 강책이 죽어야 통제를 멈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의 목숨도 지킬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시민들은 강책이 연산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새까맣게 잊었다.
용맥, 그야말로 은밀하고 악독하다. 용맥의 비서는 계속해서 말했다.“저희가 바라는 것은 오직 안전입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면 시민들을 죽이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한 가지 요구를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강책도 용의 물을 마시세요! 강책은 용맥의 골칫거리입니다. 저희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강책을 반드시 통제해야 하니 양해 바랍니다. 자, 그럼 오후까지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만약 오후에도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용맥은 시민을 죽일 겁니다. 이제 제가 할 말은 다 끝났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비서는 화면 속에서 사라졌다. 김한철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졌다. 김한철은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차며 버럭 화를 냈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용의 물 바이러스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강 선생님뿐이에요. 강 선생님께서 용의 물을 마시면 그들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용맥이 시키는 대로 하실 겁니까? 자살을 하라고 할 수도 있어요. 강 선생님이 죽으면 용의 물을 해결할 사람이 없어요. 그럼 200만 명의 시민들은 용맥에게 통제될 겁니다. 용맥은 인질을 더 늘릴 겁니다. 강 선생님은 절대 죽어서는 안 됩니다. 절대 용의 물을 마시지 마세요.”김한철의 말이 맞다. 하지만 가능할까? 용맥은 200만 명의 시민을 인질로 잡고 강책에게 용의 물을 마시라고 요구했다. 만약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1초에 한 명씩 죽을 것이다. 과연 강책이 받아들일까? 김한철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미 용맥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공격하면 됩니다.”“안 됩니다.” 강책은 말했다. “그럼 다 같이 죽는 것과 다름없어요. 용맥을 잡으면 200만 명의 시민들도 같이 잡는 겁니다. 절대 안 됩니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 강책과 김한철은 잠시 말이 없었다. 강책이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 위기를 잠시나마 모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는? 용의 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강책이
김한철은 강책의 말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예상한 대로군요.”예상대로라니?김한철은 처음부터 용맥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걸까?“강 선생님, 잠깐 저랑 나가시죠.”김한철은 강책과 함께 빈 병실로 자리로 옮겨 문을 잠갔다. 김한철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뉴스가 있습니다. 연산 외에도 10군데의 도시들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강 선생님, 혹시 어디 도시인지 아십니까?”강책은 김한철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아차렸다. 이전에 회의에서 김한철이 수십 군데의 도시들이 용맥에게 통제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10군데 도시들의 시민들이 모두 중독되었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강책은 말했다. “시민들은 용의 물에 중독된 겁니다. 그리고 다른 도시들도 용맥의 세력이 퍼져 있기 때문에 용맥의 짓이 틀림없습니다.”김한철은 확신에 찬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한철과 강책이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한 도시에 15만 명이 중독되었다고 해도 10군데 이상의 도시면 2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중독된 것이다. 상당한 숫자이다. 강책은 용의 물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용의 물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첫째, 단시간 안에 몸 전신에 퍼져 중독된다. 둘째, 용맥의 통제를 당하면 언제든 죽을 수 있다. 용맥은 분명히 무고한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10군데가 넘는 도시에 용의 물을 퍼뜨린 것이다. 용맥은 원할 때 언제든 시민들을 죽일 수 있다. 일이 매우 복잡해졌다. 김한철은 말했다. “저희는 이미 준비를 끝냈으니 그물을 던져서 용맥을 처리합시다. 용맥도 최후의 방법을 썼으니 저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지금 갈등이 격화되면 용맥이 흥분해서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다. 200만 명의 시민이 죽으면 누구 탓일까? 아마 김한철이 죄인이 될 수도 있다. 강책은 말했다. “이럴 때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혹시라도 용맥이 반격하면 일이 커집니다.”강책과 김한철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니요. 아침에 뉴스 보고 지금까지 물 한 모금도 안 마셨습니다. 이건 천재지변인가요? 사람에 의해서 일어난 재난인가요?”물고기자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천재지변이든 사람에 의해 일어난 재난이든 심각한 상황이다. 잠시 후, 강책은 병원에 도착했다. 강책을 기다리고 있던 김한철은 강책을 보자마자 병실로 데리고 갔다. 병실 안, 한 환자는 더운 여름 날씨에 마치 얼음장 안에 있는 듯 온몸을 떨고 있었다. 이때, 한 의사가 말했다. “강 선생님, 현재 상황을 대략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수돗물에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수돗물을 마시면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잠복된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폭발하지는 않는다. 현재 10만 명 이상의 시민들 몸속에 바이러스가 잠복되어 있다. 그중 122명은 감염되었다. 끔찍한 것은 사람들의 바이러스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오한 증상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열이 오르는 사람도 있다. 또한 간지러움 증상이 있는 사람, 구토 증상을 보이는 사람 등등 증상이 모두 달랐다. 사람마다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증상이 제각각이다. 현재 바이러스는 매우 강력해서 개개인의 체질에 따라 전혀 다른 증상을 보인다. 가장 심각한 경우 숙주세포를 공격할 수도 있다.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서운 점이 또 있습니다. 현재 바이러스는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검출되고, 물에 있을 때는 전혀 검출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습니다.”즉,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하지 않다. 강책은 의사의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바이러스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보이기 때문에 일반 바이러스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강책은 환자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강책은 침을 꺼내 자신의 몸에 놓았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