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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20화

강책의 절망적이고 씁쓸한 눈빛을 바라보며 사맹지는 마음이 아파왔다. 강책과 오랜시간 일했던 사맹지는 그의 강인함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강인한 남자가 순식간에 무너지는 것을 보고 그 상처를 가늠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총책임자님, 은퇴하시지 말고, 계속 사건을 조사해보는 건 어떨까요?”

사맹지는 좋은 제안을 내놓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였다. 강책은 손을 휘젓고는 “아니, 이미 사람들을 불러서 회의까지 다 마치고 왔어. 게다가 경성에서 일어난 증거를 가지고, 내가 강남구의 총책임자의 자리에 있는 이상 더 깊게 조사할 방법은 없어.” 라며 말했다. 어떤 쪽이든 은퇴는 이미 결정난 일이였다. 강책은 깊게 심호흡을 하고는 정신을 차렸다. 적어도 아버지의 생사를 확인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섣불리 슬퍼하지 않기로 했다. 사건의 진상은 나중에 조사를 해야만 알 수 있었다. 강책은 “여기는 자네한테 맡길게. 먼저 간다.” 라고 말했다. 이에 사맹지는 “충성!” 이라고 답했다. 강책은 집으로 돌아가서는 간단하게 밥을 먹고 침대에 앉아 요 몇일 일어난 일들을 떠올렸다. 정몽연은 눈을 깜빡깜빡하고는 강책의 얼굴을 살폈다. 정계산이 그녀에게 물었다.

“몽연아, 강책 요새 왜 이렇게 힘이 빠진 것 같니? 눈에 힘이 없어.”

정몽연은 고개를 저으며 모른다는 표시를 했다.

“녀석아, 네가 그래도 아내아니냐, 남편한테 관심을 줘야 할 거 아니야? 빨리 가서 물어봐.”

“응.”

정몽연은 방 안으로 들어가서는 문을 살살 닫았다. 그녀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강책이 먼저 입을 열었다.

“위로 안해줘도 돼. 난 괜찮아.”

정몽연은 그에게 다가가서 강책의 몸에 손을 올렸다.

“여보, 우리는 부부야. 부부사이에 숨길 건 없어, 알려주면 안될까?”

강책은 살짝 미소를 짓고는 정몽연의 손을 잡았다.

“괜찮아, 이틀 뒤에 다 알려줄게.”

“이틀 뒤라니?”

“비밀.”

정몽연은 궁금했지만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 다음 날, 강책은 일찍 집을 나와 한 식당에서 예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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