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준은 크게 심호흡한 뒤 민지의 볼에 뽀뽀했다.“일단 요리 이어서 할 테니까 조용히 앉아서 티비 봐. 긁지 말고.”순간 심장이 저리는 듯했다.“알겠어.”신예준은 주방으로 돌아가 두 사람의 저녁을 만들었다.밤에 소파에 앉아 함께 예능을 보던 때, 민지는 간지러움을 참지 못하고 또 목을 긁으려 했다.신예준이 바로 손을 잡아 결박했다.강민지가 씩 웃었다.신예준이 결박했던 손을 풀자 민지는 이제 긁는 척했다.또 한 번 결박.이렇게 대여섯 번 반복하는 걸 보면 바보라도 고의인 것은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신예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까짓 투정은 아무것도 아니다.예능을 다 본 후엔 또 샤워 시중을 들어야 했다.얼굴, 목, 등 전체에 발진투성이였다. 비록 약은 먹었지만 약효가 돌지 않았다.강민지는 그의 허리를 감싸며 일부러 그의 옷을 적셨다. 또 팔로 목을 감으려 하자 신예준이 피했다.“입에서 두리안 냄새 나.”민지는 얼굴이 빨개진 채로 바로 옆 세면대에서 양치질을 시작하려 했다. 제 손이 다친 것도 까먹었다가 아파서 얼굴색이 창백해졌다.신예준은 짜증 난 듯 미간을 꾹꾹 누르더니 민지를 도와 치약을 짜주었다.두 사람이 침대에 눕게 되자 민지는 여전히 목을 긁으며 주의를 끌려고 했다.신예준은 바로 두 손을 결박하고 놔주지 않았다.그제야 만족한 듯 민지가 웃음을 터뜨렸다.잠에 들지 않은 채 방 안을 보던 그는 민지의 웃음소리에 따라 웃었다.강민지는 마음이 따뜻했다. 처음 느껴보는 기분. 그녀는 점점 더 신예준이 좋아졌다. 그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을수록 사랑은 줄어들기는커녕 점점 커졌다. 희서의 수술이 끝나면 이 일을 어떻게 아버지에게 말해야 할지 생각할 것 같다.하지만 강상원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신예준이 그녀의 신분을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으니 그녀는 지금부터 밑 작업을 해야 했다.민지가 그의 품을 파고들었다.“전에 스카이웨어에 출근하면서 부잣집 아가씨랑 가난한 사람들 연애하는 거 본 적 있어?
사촌 동생인데 이렇게까지 한다고?아니면 내가 시대를 못 따라가서 젊은이들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가?“알겠어요. 어쨌든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강민지는 또 한 번 감사 인사를 한 후에야 완전히 마음을 놓았다.그녀는 신예준에게 자랑하듯 턱을 치켜든 이모티콘 하나를 보냈다.신예준은 답장하지 않았다. 강민지는 사촌 동생이 금방 수술을 끝내 답장할 시간이 없는 것이라 생각했다.그러나 강민지가 어찌 알겠는가. 신예준이 희서와 자신의 부모님을 뵈러 산소에 갔다는 것을.그는 당연히 강민지가 보낸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러나 답장하기가 귀찮았던 것이다.이제 모든 것을 끝내도 된다. 원래 이렇게 했어야 했다.그러나 서민규가 그에게 문자를 보냈다.[강민지가 널 그렇게나 좋아하는데 네가 강씨 가문 재산을 요구한다 해도 다 가져다줄 것 같은데? 그때 걔 아빠가 조씨 가문 회사를 인수하지 않았다면 너랑 희서가 그렇게 힘들지도 않았을 거잖아. 게다가 회사가 망한 건 네 어머니 마지막 지푸라기를 꺾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어. 그런데 고작 몇억만 뜯어내고 말겠다고? 가끔은 네가 도를 넘게 모질다고는 생각하지만 가끔은 또 너무 원칙적인 것 같다.]신예준이 문자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나 강민지와의 관계를 강상원이 이미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산소에서 돌아갈 때 그는 강상원의 비서에게 끌려갔고 제이엔 쥬얼리 아래층 카페에서 강상원을 만났다.아주 어렸을 때 먼발치에서 강상원을 본 적이 있었다. 당시 강상원은 기세가 강했고 많은 언론사가 앞다투어 인터뷰하려 했다. 이번 싸움에서 완벽하게 이겼다면서 말이다. 아직 그의 옆에 어머니의 시체가 사분오열된 채 놓여있었음에도.그때의 어린 신예준은 강상원을 원망 어린 눈길로 바라보았었다.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매우 침착했다. 강상원은 그의 맞은편에, 비서는 뒤에 서 있었다. 그는 수표 한 장을 꺼내 수많은 로맨스 드라마가 연상되는 행동을 취했다.강상원은 예준의 가문에도, 목적에도 관심이 없었다. 돈으로 해결할
조희서가 수술을 받으면 모두 고백하려 했으나 최근 도저히 기회를 잡을 수 없었다.신예준이 만난 사람은 분명 아버지 강상원일 것이다. 아버지께서 직접 예준을 찾으러 간 건가?강민지는 당황스러웠다.“너 정말 명문가 딸이었구나.”민지는 무어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 저도 모르게 전화를 끊어버렸다.끊은 직후 곧바로 후회하기 시작했고 바로 다시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신예준은 받지 않았다. 그는 손에 담배를 들고 진동음이 울리는 전화를 멍하니 바라보았다.예감이 좋지 않은 기분에 그녀는 강상원에게 전화를 걸었다.강상원은 빠르게 전화를 받았다.“아빠, 예준이한테 무슨 말 했어?”짜증스러운 딸의 말투에 강상원은 화가 나 웃어버렸다.“누가 알려주지 않았으면 모를 뻔했다. 언제까지 속일 작정이었어? 요즘 몇 달 동안 집에 오지 않은 것도 다 그 자식 때문이야?”강민지는 순간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녀는 양쪽을 모두 속이고 있었다. 언젠간 들킬 것임을 알고 있었지만, 그때가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다.“아빠, 저 그 사람 정말 좋아해요. 연애한 지 거의 반년이 되고요. 예준이 나한테 엄청나게 잘해줘요.”“집에서 도우미가 너한테 잘해주지 않던?”강민지는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 아버지의 말은 신예준을 도우미에 비유한 것이었다.“아빠, 제가 한 일련의 일들로 아빠가 절 잘 믿지 못하는 건 이해해요. 그런데 이번엔 진심이에요. 아빠도 예준이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면 좋아하실 거예요.”“이해해 줄 시간 없고 해줄 생각도 없어. 3일 시간 줄 테니 헤어지고 순순히 집으로 들어와.”말투로 보아 정말 화가 난 것 같았다.강민지는 잠시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강상원이 말을 보탰다.“난 널 잘 알아. 그 반반한 얼굴이 마음에 든 것 아니니? 네가 돌아오면 더 잘생긴 사람으로 소개해 주마. 우리와 비슷한 세력의 가문으로. 이제 몇 살이라고, 멍청한 짓 하지 마라.”말을 마친 강상원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그는 딸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고생한
병실에 30분 정도 있다가 밖으로 나가니 민지가 복도 의자 위에 앉아 있었다. 피곤한 듯 머리를 까딱이며 졸고 있던 민지는 문을 여는 소리에 눈을 번쩍 뜨고 일어나 달려왔다.엘리베이터에 함께 탑승했고, 민지는 그의 표정을 조심스럽게 살피고 화가 나지 않은 것을 확신하고서야 그와 팔짱을 꼈다.“희서 씨는 깼어? 이제 더 걱정 안 해도 되는 거 맞지? 이제 매일 집에 올 수 있는 거지?”“민지야.”그가 민지의 손을 맞잡았다.“난 너랑 헤어지기 싫어.”그의 말에 강민지의 눈이 반짝 빛났다. 하마터면 냅다 등에 업힐 뻔했다.“나도, 나도 헤어지고 싶지 않아. 아빠는 상관 안 해도 돼. 그냥 세력이 걸맞은 가문과 결혼하길 원하시는 거야. 방금은 내 카드까지 끊어버리겠다고 협박했는걸. 내 명의의 별장도 모두 쓸어갔어. 차까지! 하지만 난 절대 타협 안 해.”민지가 해맑은 눈으로 예쁘게 웃어 보였다.“너만 내 손 놓지 않으면 우린 영원히 함께 할 거야!”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민지는 아버지의 말씀이 맞았다는 걸 느끼게 될 것이다. 그녀는 확실히 어렸다. 영원이라는 길이 얼마나 걷기 힘든 길인지 그녀는 생각하지 못했다.게다가 노력하는 사람은 그녀뿐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그저 우습게 여기며 손님처럼 노력하는 그녀의 모습을 구경하기만 하니까.강상원은 정말 당일날 밤 민지의 모든 은행카드를 동결시켰다.신예준과 연애하는 이 몇 달 동안 그녀는 돈을 별로 쓰지 않았다. 전에 매달 받던 수억 원의 용돈에 비하면 지금은 아파트 한 채의 월세만 내고 있었으니까.그녀는 샤브샤브 가게에서 열심히 일하지 않았다. 자주 지각했고, 지각할 때마다 3만 원을 깎았으므로 한 달 동안 버는 돈은 200만도 되지 않았다.하지만 아파트는 500만이었고 카드가 정지됐으니, 집세를 벌 방법도 찾아야 했다.강민지는 집요해서 아버지가 하지 말라는 일을 꼭 해야만 했다.신예준이 하지 말라는 일까지 굳이 하려고 하는 사람이니 뼛속까지 고집이 세다고 할 수 있었다.어릴 때부터 온실 안에
희서의 병원비로 모두 지급하기 이제 남은 돈은 4,000만 원 가량이었다.선물 세트를 산 이후 그는 집으로 돌아갔다.그러나 그가 알지 못한 것은, 이곳에서 희서의 친구가 그를 발견했다는 것이었다.신예준을 발견한 친구는 조금 놀라운 마음에 사진까지 찍었다.병원에서 몸조리하고 있던 희서가 친구에게서 사진 한 장을 받았다.[예준 씨 정말 너무 좋은 것 같아. 너랑 그렇게 오래 있어 주고, 일도 많이 하고 네가 병에 걸렸대도 포기하지 않았잖아. 이제 네 수술이 끝나니 이렇게 비싼 선물까지 사주려고 하네. 질투 나 죽겠어.]비록 이 브랜드를 써본 적은 없어도 익히 들어온 것이었다. 친구의 칭찬에 희서가 예쁘게 웃었다.[그러니까. 오빠는 항상 이래. 모든 좋은 걸 나한테 주려고 하지. 이번 수술이 성공했으니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오빠 혼자 얼마나 힘들었겠어.][네가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게 틀림없어. 예준 씨는 잘생긴 데다가 순정남이잖아!]생일이 다가오고 있었으므로 그녀는 신예준이 자신의 생일 선물로 준비한 것이라 생각하며 계속 웃었다.스킨케어 제품 세트는 확실히 비쌌다. 아마 200만은 족히 할 것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기꺼이 사주려 하다니.그녀는 기분이 좋아져 지금 당장 예준을 볼 수 없는 것이 한스러웠다.하지만 서프라이즈이니 모른 척해야 했다. 예준이 실망하지 않도록....신예준이 선물을 들고 아파트로 돌아왔을 때까지도 민지는 여전히 소파에 누워있었다.그는 상자를 옆에 놓고 식탁 위의 음식을 랩으로 싸서 냉장고에 다시 넣었다.그리고 민지를 안아 침대에 눕힌 뒤 옷을 벗겨 주었다.잠에서 어렴풋이 깬 민지가 그의 손을 쳐냈다.“아직 샤워 못 했어.”청결을 중시하는 그녀는 아무리 힘들어도 샤워한 후에 자곤 했다.게다가 샤브샤브 집에서 일하면 온몸에 기름 냄새가 뱄다.“피곤하면 자고 내일 아침에 씻어.”“안 돼. 몸에서 냄새나서 못 견뎌.”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욕실로 가서 물 온도를 조절해 주었다.얼른 샤워를 마친 강민지는 문득
조금 전 방에서 이미 약을 먹은 터라, 신예준은 씩 웃고는 민지를 안고 침대로 향했다.밤은 여전히 고통과 쾌락이 함께했다.아침 일찍 일어나 날이 밝기 전 출근하러 나갔다.신예준 역시 출근했고 점심시간이 되자 희서를 만나러 병원으로 향했다.오늘 희서는 기분이 좋은 듯했다. 종일 미소를 짓고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다음엔 비싼 거 사지 마. 오빠 돈 없는 거 내가 다 아는데.”신예준은 생일 선물에 대한 얘기인 줄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얼마 안 들었어.”거짓말, 찾아보니 제품이 200만은 족히 하던데?그녀는 종래로 이렇게 비싼 물건은 써본 적이 없었다.“참, 민규 오빠는 안? 수술 하기 전에도 후에도 못 봤네.”“전에 서천으로 발령받아서 지금은 돌아왔어. 오후에 보러 오겠대.”“좋아. 오랜만에 만나는데 생일에 외식하지는 못해서 너무 아쉽네. 아프지만 않았으면 우리 자주 가던 꼬칫집에 갔을 텐데. 가격도 싸고 사장님도 착하시고.”신예준은 아무 말 없이 물 한 잔을 따라 주었다.오후에 병실에 도착한 서민규는 신예준을 야유 섞인 눈으로 바라보았다.이번에 희서의 수술이 성공한 것은 모두 강씨 가문 덕분이었다.강민지는 아마 아직도 신예준과 조희서의 실제 관계를 모르고 있을 것이다. 그가 신예준의 어깨를 툭 건드렸다. 비밀을 지켜주겠다는 암묵적인 제스처였다.신예준은 그의 제스처를 무시한 채 서 있었다.이때 강민지에게서 전화가 왔다.그는 병실 밖으로 나가 전화를 받았고 안에선 희서와 민규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서민규는 신예준이 강민지와 사적으로 어떻게 연락하는지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다. 티브이에서나 볼 수 있는 명문가의 자제였기 때문에. 그는 참지 못하고 몰래 통화 내용을 엿들었다.그러나 신예준의 말투는 정말 한결같이 차분했고 마지막에 한마디만을 했다.“난 정말 필요 없어. 사주지 마.”집세를 벌겠다더니 또 쇼핑몰에 가서 그를 위해 옷을 샀단다.그러나 이번에는 정말 사치품을 살 여유는 없었고 길가에 있는 아무 매장에 가서 산 것이
강민지는 다른 사람에게서 이런 소문을 들을 줄은 몰랐기에 화가 났다.강상원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았다.민지가 카톡으로 강상원에게 물음표 하나를 보냈다.그러나 강상원은 여전히 받지 않았고 아마 집으로 돌아가기 전까지는 상대해 주지 않을 모양이었다.민지는 크게 심호흡한 뒤 전화를 껐다.한바탕 말다툼하고 나니 옷을 사고 싶은 생각까지 모두 사라졌다.한 편, 신예준이 전화를 끊자 서민규가 나타나 야유하며 등을 툭툭 건드렸다.“민지 씨랑 통화한 거야? 안 헤어지려고? 희서가 알면 어떡하려고 그래?”신예준은 아무 말도 없이 휴대폰을 멍하니 쳐다보았다.신예준이 자신의 말을 듣지 못한 것 같아지자 다시 한번 불렀다.“예준아?”“어?” 말을 다시 되풀이하려던 서민규는 무언가 떠올리고 고개를 가로저었다.“됐어. 나라도 헤어지기 아쉬울 거야. 무려 강씨 가문 아가씨인걸. 10년을 봐도 질리지 않을 얼굴이라고.”그가 신예준의 어깨를 툭 치며 한마디 덧붙였다.“내일 희서 생일인데 선물은 샀어?”“응.”그는 조용히 휴대전화를 도로 주머니에 넣었다.서민규는 더 물어볼 게 없는 듯 손을 흔들었다.“그럼 내일 같이 병원 오게 연락해. 마침 셋이 희서 생일에 모일 수 있겠네. 나도 선물 준비했어.”“그래.”서민규가 떠난 후 신예준은 병실로 들어갔다.침대에 앉은 희서는 안색이 좋지 않았다.분명 방금 전까지 기분이 좋아 보였는데.“오후에 일 있으니까 먼저 가도 돼. 내일 민규 오빠랑 같이 와.”“그래. 푹 쉬어.”그가 희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희서는 아무 말 없이 침대 시트를 꽉 쥐었다.신예준은 몇 마디 당부를 더 한 뒤에야 병원을 나와 병실로 향했다.그러나 밤이 되어도 민지는 돌아오지 않았다.전화를 걸었으나 민지는 받지 않았고, 신예준은 저도 모르게 민지가 집으로 돌아간 게 아닐까 생각했다.강상원이 말하길 제 딸은 그런 고생을 용납할 수 없다고 했으니까.그러나 누군가 그에게 강민지가 계산대에서 잠든 사진과 함께 메시지 한 통을 보
신예준의 뺨에 순식간에 손바닥 자국이 생겼다.뺨을 때린 후에야 민지는 또 조금 후회했다. 여태 자라오면서 사람에게 폭력을 행사한 적은 종래로 없었다.그러나 가슴에 맺힌 분노는 좀처럼 풀리지 않았고 급기야 눈시울이 붉어졌다.“지금 나도 포기를 안 했는데, 네가 날 버리겠다는 거지? 우리가 전에 어떻게 약속했어? 너가 나한테 어떻게 하겠다고 했는데?”신예준이 입가를 닦으며 담담하게 말했다.“그건 아무렇게나 한 약속이지 진심이 아니었어. 강민지, 너도 참 웃겨.”철썩.또 한 번 손이 날아왔고 이번엔 얼굴이 자국대로 붓기 시작했다.분명 때린 건 그녀인데 오히려 눈앞이 흐려졌다. 저도 모르게 눈에 눈물이 차오르고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신예준은 자신의 뺨을 쓰다듬으며 평온하게 말했다.“그냥 이렇게 끝내자.”그가 몸을 돌려 떠나려는데 민지가 뒤에서 그를 껴안았다.“안 돼. 내가 뭘 잘못했는데? 있으면 말해줘. 말도 안 해주는데 내가 어떻게 알고 고쳐? 혹시 내가 밥을 할 줄 몰라서 그래? 나 다 배울 수 있어. 나 정말 헤어지기 싫어.”팔에 힘을 준 탓에 신예준은 조금 아픈 느낌까지 들었다.그러나 더 아픈 건 오히려 가슴인 듯했다.신예준은 입술을 짓씹으며 방금 강상원이 보내온 문자를 떠올렸다.감정이 일렁이는 듯하더니 또다시 평정을 되찾았다. 마치 깊이를 알 수 없는 해양처럼.강민지는 그가 마음을 돌린 것 같아 사과하려 했다.그러나 신예준의 손이 그녀의 손을 덮더니 강제적으로 푸는 것이었다.본디 성질이 좋지 않은 강민지는 또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래, 좋아. 내가 너 없이 못 살 줄 알아? 네가 날 버려도 난 더 좋은 사람 만나서 잘 살 수 있어. 그런데 넌 절대 나같이 훌륭한 사람 만날 수 없을 거야!”민지는 그를 확 밀어내고 침실로 돌아갔다.침실 문을 쾅 닫는 것도 잊지 않았다.신예준은 거실 현관에서 망설임 없이 집을 나갔다.강민지는 침실 문 뒤에서 귀를 쫑긋 세우고 바깥의 동태를 살폈다.그러나 아무런 기척도 발소리도 들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