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에 30분 정도 있다가 밖으로 나가니 민지가 복도 의자 위에 앉아 있었다. 피곤한 듯 머리를 까딱이며 졸고 있던 민지는 문을 여는 소리에 눈을 번쩍 뜨고 일어나 달려왔다.엘리베이터에 함께 탑승했고, 민지는 그의 표정을 조심스럽게 살피고 화가 나지 않은 것을 확신하고서야 그와 팔짱을 꼈다.“희서 씨는 깼어? 이제 더 걱정 안 해도 되는 거 맞지? 이제 매일 집에 올 수 있는 거지?”“민지야.”그가 민지의 손을 맞잡았다.“난 너랑 헤어지기 싫어.”그의 말에 강민지의 눈이 반짝 빛났다. 하마터면 냅다 등에 업힐 뻔했다.“나도, 나도 헤어지고 싶지 않아. 아빠는 상관 안 해도 돼. 그냥 세력이 걸맞은 가문과 결혼하길 원하시는 거야. 방금은 내 카드까지 끊어버리겠다고 협박했는걸. 내 명의의 별장도 모두 쓸어갔어. 차까지! 하지만 난 절대 타협 안 해.”민지가 해맑은 눈으로 예쁘게 웃어 보였다.“너만 내 손 놓지 않으면 우린 영원히 함께 할 거야!”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민지는 아버지의 말씀이 맞았다는 걸 느끼게 될 것이다. 그녀는 확실히 어렸다. 영원이라는 길이 얼마나 걷기 힘든 길인지 그녀는 생각하지 못했다.게다가 노력하는 사람은 그녀뿐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그저 우습게 여기며 손님처럼 노력하는 그녀의 모습을 구경하기만 하니까.강상원은 정말 당일날 밤 민지의 모든 은행카드를 동결시켰다.신예준과 연애하는 이 몇 달 동안 그녀는 돈을 별로 쓰지 않았다. 전에 매달 받던 수억 원의 용돈에 비하면 지금은 아파트 한 채의 월세만 내고 있었으니까.그녀는 샤브샤브 가게에서 열심히 일하지 않았다. 자주 지각했고, 지각할 때마다 3만 원을 깎았으므로 한 달 동안 버는 돈은 200만도 되지 않았다.하지만 아파트는 500만이었고 카드가 정지됐으니, 집세를 벌 방법도 찾아야 했다.강민지는 집요해서 아버지가 하지 말라는 일을 꼭 해야만 했다.신예준이 하지 말라는 일까지 굳이 하려고 하는 사람이니 뼛속까지 고집이 세다고 할 수 있었다.어릴 때부터 온실 안에
희서의 병원비로 모두 지급하기 이제 남은 돈은 4,000만 원 가량이었다.선물 세트를 산 이후 그는 집으로 돌아갔다.그러나 그가 알지 못한 것은, 이곳에서 희서의 친구가 그를 발견했다는 것이었다.신예준을 발견한 친구는 조금 놀라운 마음에 사진까지 찍었다.병원에서 몸조리하고 있던 희서가 친구에게서 사진 한 장을 받았다.[예준 씨 정말 너무 좋은 것 같아. 너랑 그렇게 오래 있어 주고, 일도 많이 하고 네가 병에 걸렸대도 포기하지 않았잖아. 이제 네 수술이 끝나니 이렇게 비싼 선물까지 사주려고 하네. 질투 나 죽겠어.]비록 이 브랜드를 써본 적은 없어도 익히 들어온 것이었다. 친구의 칭찬에 희서가 예쁘게 웃었다.[그러니까. 오빠는 항상 이래. 모든 좋은 걸 나한테 주려고 하지. 이번 수술이 성공했으니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오빠 혼자 얼마나 힘들었겠어.][네가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게 틀림없어. 예준 씨는 잘생긴 데다가 순정남이잖아!]생일이 다가오고 있었으므로 그녀는 신예준이 자신의 생일 선물로 준비한 것이라 생각하며 계속 웃었다.스킨케어 제품 세트는 확실히 비쌌다. 아마 200만은 족히 할 것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기꺼이 사주려 하다니.그녀는 기분이 좋아져 지금 당장 예준을 볼 수 없는 것이 한스러웠다.하지만 서프라이즈이니 모른 척해야 했다. 예준이 실망하지 않도록....신예준이 선물을 들고 아파트로 돌아왔을 때까지도 민지는 여전히 소파에 누워있었다.그는 상자를 옆에 놓고 식탁 위의 음식을 랩으로 싸서 냉장고에 다시 넣었다.그리고 민지를 안아 침대에 눕힌 뒤 옷을 벗겨 주었다.잠에서 어렴풋이 깬 민지가 그의 손을 쳐냈다.“아직 샤워 못 했어.”청결을 중시하는 그녀는 아무리 힘들어도 샤워한 후에 자곤 했다.게다가 샤브샤브 집에서 일하면 온몸에 기름 냄새가 뱄다.“피곤하면 자고 내일 아침에 씻어.”“안 돼. 몸에서 냄새나서 못 견뎌.”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욕실로 가서 물 온도를 조절해 주었다.얼른 샤워를 마친 강민지는 문득
조금 전 방에서 이미 약을 먹은 터라, 신예준은 씩 웃고는 민지를 안고 침대로 향했다.밤은 여전히 고통과 쾌락이 함께했다.아침 일찍 일어나 날이 밝기 전 출근하러 나갔다.신예준 역시 출근했고 점심시간이 되자 희서를 만나러 병원으로 향했다.오늘 희서는 기분이 좋은 듯했다. 종일 미소를 짓고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다음엔 비싼 거 사지 마. 오빠 돈 없는 거 내가 다 아는데.”신예준은 생일 선물에 대한 얘기인 줄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얼마 안 들었어.”거짓말, 찾아보니 제품이 200만은 족히 하던데?그녀는 종래로 이렇게 비싼 물건은 써본 적이 없었다.“참, 민규 오빠는 안? 수술 하기 전에도 후에도 못 봤네.”“전에 서천으로 발령받아서 지금은 돌아왔어. 오후에 보러 오겠대.”“좋아. 오랜만에 만나는데 생일에 외식하지는 못해서 너무 아쉽네. 아프지만 않았으면 우리 자주 가던 꼬칫집에 갔을 텐데. 가격도 싸고 사장님도 착하시고.”신예준은 아무 말 없이 물 한 잔을 따라 주었다.오후에 병실에 도착한 서민규는 신예준을 야유 섞인 눈으로 바라보았다.이번에 희서의 수술이 성공한 것은 모두 강씨 가문 덕분이었다.강민지는 아마 아직도 신예준과 조희서의 실제 관계를 모르고 있을 것이다. 그가 신예준의 어깨를 툭 건드렸다. 비밀을 지켜주겠다는 암묵적인 제스처였다.신예준은 그의 제스처를 무시한 채 서 있었다.이때 강민지에게서 전화가 왔다.그는 병실 밖으로 나가 전화를 받았고 안에선 희서와 민규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서민규는 신예준이 강민지와 사적으로 어떻게 연락하는지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다. 티브이에서나 볼 수 있는 명문가의 자제였기 때문에. 그는 참지 못하고 몰래 통화 내용을 엿들었다.그러나 신예준의 말투는 정말 한결같이 차분했고 마지막에 한마디만을 했다.“난 정말 필요 없어. 사주지 마.”집세를 벌겠다더니 또 쇼핑몰에 가서 그를 위해 옷을 샀단다.그러나 이번에는 정말 사치품을 살 여유는 없었고 길가에 있는 아무 매장에 가서 산 것이
강민지는 다른 사람에게서 이런 소문을 들을 줄은 몰랐기에 화가 났다.강상원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았다.민지가 카톡으로 강상원에게 물음표 하나를 보냈다.그러나 강상원은 여전히 받지 않았고 아마 집으로 돌아가기 전까지는 상대해 주지 않을 모양이었다.민지는 크게 심호흡한 뒤 전화를 껐다.한바탕 말다툼하고 나니 옷을 사고 싶은 생각까지 모두 사라졌다.한 편, 신예준이 전화를 끊자 서민규가 나타나 야유하며 등을 툭툭 건드렸다.“민지 씨랑 통화한 거야? 안 헤어지려고? 희서가 알면 어떡하려고 그래?”신예준은 아무 말도 없이 휴대폰을 멍하니 쳐다보았다.신예준이 자신의 말을 듣지 못한 것 같아지자 다시 한번 불렀다.“예준아?”“어?” 말을 다시 되풀이하려던 서민규는 무언가 떠올리고 고개를 가로저었다.“됐어. 나라도 헤어지기 아쉬울 거야. 무려 강씨 가문 아가씨인걸. 10년을 봐도 질리지 않을 얼굴이라고.”그가 신예준의 어깨를 툭 치며 한마디 덧붙였다.“내일 희서 생일인데 선물은 샀어?”“응.”그는 조용히 휴대전화를 도로 주머니에 넣었다.서민규는 더 물어볼 게 없는 듯 손을 흔들었다.“그럼 내일 같이 병원 오게 연락해. 마침 셋이 희서 생일에 모일 수 있겠네. 나도 선물 준비했어.”“그래.”서민규가 떠난 후 신예준은 병실로 들어갔다.침대에 앉은 희서는 안색이 좋지 않았다.분명 방금 전까지 기분이 좋아 보였는데.“오후에 일 있으니까 먼저 가도 돼. 내일 민규 오빠랑 같이 와.”“그래. 푹 쉬어.”그가 희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희서는 아무 말 없이 침대 시트를 꽉 쥐었다.신예준은 몇 마디 당부를 더 한 뒤에야 병원을 나와 병실로 향했다.그러나 밤이 되어도 민지는 돌아오지 않았다.전화를 걸었으나 민지는 받지 않았고, 신예준은 저도 모르게 민지가 집으로 돌아간 게 아닐까 생각했다.강상원이 말하길 제 딸은 그런 고생을 용납할 수 없다고 했으니까.그러나 누군가 그에게 강민지가 계산대에서 잠든 사진과 함께 메시지 한 통을 보
신예준의 뺨에 순식간에 손바닥 자국이 생겼다.뺨을 때린 후에야 민지는 또 조금 후회했다. 여태 자라오면서 사람에게 폭력을 행사한 적은 종래로 없었다.그러나 가슴에 맺힌 분노는 좀처럼 풀리지 않았고 급기야 눈시울이 붉어졌다.“지금 나도 포기를 안 했는데, 네가 날 버리겠다는 거지? 우리가 전에 어떻게 약속했어? 너가 나한테 어떻게 하겠다고 했는데?”신예준이 입가를 닦으며 담담하게 말했다.“그건 아무렇게나 한 약속이지 진심이 아니었어. 강민지, 너도 참 웃겨.”철썩.또 한 번 손이 날아왔고 이번엔 얼굴이 자국대로 붓기 시작했다.분명 때린 건 그녀인데 오히려 눈앞이 흐려졌다. 저도 모르게 눈에 눈물이 차오르고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신예준은 자신의 뺨을 쓰다듬으며 평온하게 말했다.“그냥 이렇게 끝내자.”그가 몸을 돌려 떠나려는데 민지가 뒤에서 그를 껴안았다.“안 돼. 내가 뭘 잘못했는데? 있으면 말해줘. 말도 안 해주는데 내가 어떻게 알고 고쳐? 혹시 내가 밥을 할 줄 몰라서 그래? 나 다 배울 수 있어. 나 정말 헤어지기 싫어.”팔에 힘을 준 탓에 신예준은 조금 아픈 느낌까지 들었다.그러나 더 아픈 건 오히려 가슴인 듯했다.신예준은 입술을 짓씹으며 방금 강상원이 보내온 문자를 떠올렸다.감정이 일렁이는 듯하더니 또다시 평정을 되찾았다. 마치 깊이를 알 수 없는 해양처럼.강민지는 그가 마음을 돌린 것 같아 사과하려 했다.그러나 신예준의 손이 그녀의 손을 덮더니 강제적으로 푸는 것이었다.본디 성질이 좋지 않은 강민지는 또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래, 좋아. 내가 너 없이 못 살 줄 알아? 네가 날 버려도 난 더 좋은 사람 만나서 잘 살 수 있어. 그런데 넌 절대 나같이 훌륭한 사람 만날 수 없을 거야!”민지는 그를 확 밀어내고 침실로 돌아갔다.침실 문을 쾅 닫는 것도 잊지 않았다.신예준은 거실 현관에서 망설임 없이 집을 나갔다.강민지는 침실 문 뒤에서 귀를 쫑긋 세우고 바깥의 동태를 살폈다.그러나 아무런 기척도 발소리도 들리지
서민규와 둘은 약속하고 함께 병실로 왔고 오는 김에 꽃다발도 선물로 들고 왔다.휴대폰이 계속 울리자 서민규가 물었다.“누가 자꾸 너한테 메시지를 보내는 거야?”“일 때문에.”서민규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다가섰다.“정말? 왜 좀 냉정해 보이지? 혹시 민지 씨는 아니지?”말이 끝나기 무섭게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신예준이 먼저 나섰다.“그런 말 희서 앞에서는 하지 마.”“그런데 둘, 헤어진 거 아니었어?”서민규는 그저 물어본 것이었다. 전에 신예준이 하도 인기가 많아 희서가 한때 헤어지자고 소란 피웠던 적이있었다. 그 이후에 바로 사고가 생겼고, 어쨌든 헤어지자는 말이 오간 것은 사실이었다. 게다가 두 사람의 혼약은 그 옛날 어른들끼리 정해놓은 것이고.다만 신예준이 어머니의 유언 때문에 조희서에게 잘해주는 것이었다.신예준은 대답하지 않고 바로 병실로 들어갔다.문이 열리자 서민규도 곧 입을 다물었다. 희서의 질투심이 강하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희서는 신예준의 곁에 있는 모든 여자들을 못마땅하게 여겼다.두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희서는 놀라는 기색 없이 예쁘게 웃었다.“오빠.”서민규는 자신이 가져온 생일 선물을 옆에 두었다.“희서야. 내 선물은 안 비싸. 최근에 승진하긴 했지만 다음 달에야 월급이 오를 거라서. 그때 좋은 걸로 사줄게.”“선물을 준비해 준다는 것만으로도 난 기뻐.”희서의 시선이 꽃다발이 아닌 핑크색 포장지를 들고 있는 신예준의 손을 향했다.그런데 지난번 친구가 보내주었던 사진 속의 물건이 아닌 것이 확인되자 안색이 급격히 흐려졌다.“이게 오빠가 준비한 선물이야?”신예준이 상자를 열자 안에는 한정판 향수 하나가 들어 있었다.예전에 선물했을 때 좋아하는 것 같아 더 비싼 향수를 산 것이었다.조희서는 더 이상 웃음을 유지하지 못하고 침대보를 움켜쥐었다.신예준은 희서가 아픈 줄 알고 얼른 침대 옆 벨을 누르려다 희서에게 저지당했다.“전에 내 친구가 사진을 보내줬었어. 오빠가 스킨케어 제품을 사던 모습
서민규가 얼른 그녀의 손을 잡았다.“아니야. 예준이 민지 씨랑 연애한 건 널 위해서야. 전에 너희 가문 회사를 인수한 제이엔 쥬얼리 기억나지? 민지 씨 아버지가 인수한 거야. 이번에 널 수술해 준 의사도강씨 가문 세력으로 초청한 거고. 정말 그냥 널 살리기 위해서 잠시 연애한 거야. 네 수술에 필요했던 돈 2억도 민지 씨가 낸 거야. 예준이는 정말 널 사랑해. 이 모든 걸 민지 씨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고 예준이는 지금까지 속이고 있어. 예준이 마음속에서 너야말로 가장 중요한 사람이야. 이제 네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으니 분명 민지 씨랑 헤어질 거야.”눈물을 흘리던 조희서가 그의 말에 희망을 품고 신예준을 바라보았다.“정말이야? 오빠, 그 사람이랑 연애한 게 정말 내 치료를 위해서야?”신예준이 대답하기도 전에 서민규가 얼른 말을 가로챘다.“그래. 민지 씨는 처음부터 끝까지 예준이 도구였을 뿐이야. 그때 민지 씨 아빠가 낸 교통사고에 또 네 회사를 인수한 것까지. 다 기억하고 있는데 예준이가 어떻게 실수를 하겠어. 전에는 심지어 강씨 가문의 주식도 속여서 손에 넣을지 이야기했었어. 그래야 나중에 너랑 더 잘 살 테니까. 강씨 가문이 너한테 진 빚은 영원히 갚을 수 없어.”희서가 얼른 눈물을 닦고 신예준의 손을 잡았다.“오빠, 직접 말하는 거 듣고 싶어. 민지 씨랑 그냥 한 번 논 거지? 맞지?”그녀의 눈을 바라보던 신예준은 한참 만에야 대답했다.“응.”대답에 확신을 얻은 조희서가 미친 듯이 웃어댔다. 하하. 그러니까 강민지 그년은 지금 이용당한 거네? 통쾌하게도!그녀는 서둘러 신예준의 목에 뽀뽀했다.“미안해. 아까 다치진 않았지? 너무 화가 나서 그랬어. 미안해.”“괜찮아.”강민지가 단지 이용당하는 도구일 뿐이고, 제 병 치료를 위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라고 생각하니 더 기뻤다.어쩐지 처음 봤을 때부터 재수 없더라니, 알고 보니 강상원의 딸이었어?“그럼 언제 헤어져? 나 수술도 끝났고 두 달만 더 있으면 완전 회복 될 거야. 이제 그
“고마워, 오빠. 역시 오빠한텐 내가 제일 소중한 사람이지?”조희서는 만족하며 웃었다.의자에 앉은 신예준이 막 무언가 말하려 할 때 전화가 또 울렸다.강민지인 줄 알았는데 전의 그 낯선 전화번호인 것을 발견했다.[네 부모님 산소에 왔다. 이렇게 외진 곳일 줄은 몰랐어.]그때 신예준은 너무 어렸고 돈도 얼마 없었기에 네 명을 같은 곳에 모시기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들였었다. 그런데 어떻게 비싼 산소를 살 수 있겠는가.지금 이 메시지는 그의 한계를 건드렸다.아마 강상원은 아직 이들이 모두 본인 때문에 죽었다는 것을 알지 못할 것이다. 그는 단지 신예준을 건드리고 싶어 이런 상처 주는 말을 했을 것이다.신예준이 순간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럼 제이엔 쥬얼리에 칼을 들 수밖에.잘난 척 고고하게 내려다보는 강 대표더러 대가를 치르도록.병원을 떠난 그는 아파트로 돌아갔다.강민지가 혼자 소파에 누워있었는데 정말 열이 나고 있었다.그를 발견한 민지는 볼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화를 냈다.“왜 왔어? 그냥 열 나서 죽으면 되는데. 헤어지자며? 난 너 없어도 돼.”신예준이 덥석 민지를 껴안고 등을 토닥였다.민지가 순간 눈물을 흘리며 어깨에 고개를 묻었다.“내가 제이엔 쥬얼리에 가서 일할게. 밑바닥부터 시작해서.”강민지가 깜짝 놀라며 그를 바라보았다. 신예준이 먼저 이런 말을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네 아버지한테 증명할게.”강민지가 눈을 반짝였다. 그녀는 신예준의 집에 있던 금융 서적들을 떠올렸다. 아마 그 역시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정말?”“응.”강민지가 그의 손을 덥석 잡았다. 열이 났으므로 손바닥도 뜨거웠다.“좋아. 내가 아버지께 부탁할 테니 걱정하지 마. 무조건 내 말 들어줄 거야. 그럼 이제 나랑 안 헤어지는 거지?”신예준이 민지의 코를 톡 쳤다.“당연하지.”강민지가 갑자기 기침을 몇 번 했다. 눈앞이 흐릿하고 하늘 땅이 뒤집히는 듯 어지러웠다.신예준이 물 한 잔과 해열제를 건넸다.그녀는 발 자리에서 일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