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규가 얼른 그녀의 손을 잡았다.“아니야. 예준이 민지 씨랑 연애한 건 널 위해서야. 전에 너희 가문 회사를 인수한 제이엔 쥬얼리 기억나지? 민지 씨 아버지가 인수한 거야. 이번에 널 수술해 준 의사도강씨 가문 세력으로 초청한 거고. 정말 그냥 널 살리기 위해서 잠시 연애한 거야. 네 수술에 필요했던 돈 2억도 민지 씨가 낸 거야. 예준이는 정말 널 사랑해. 이 모든 걸 민지 씨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고 예준이는 지금까지 속이고 있어. 예준이 마음속에서 너야말로 가장 중요한 사람이야. 이제 네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으니 분명 민지 씨랑 헤어질 거야.”눈물을 흘리던 조희서가 그의 말에 희망을 품고 신예준을 바라보았다.“정말이야? 오빠, 그 사람이랑 연애한 게 정말 내 치료를 위해서야?”신예준이 대답하기도 전에 서민규가 얼른 말을 가로챘다.“그래. 민지 씨는 처음부터 끝까지 예준이 도구였을 뿐이야. 그때 민지 씨 아빠가 낸 교통사고에 또 네 회사를 인수한 것까지. 다 기억하고 있는데 예준이가 어떻게 실수를 하겠어. 전에는 심지어 강씨 가문의 주식도 속여서 손에 넣을지 이야기했었어. 그래야 나중에 너랑 더 잘 살 테니까. 강씨 가문이 너한테 진 빚은 영원히 갚을 수 없어.”희서가 얼른 눈물을 닦고 신예준의 손을 잡았다.“오빠, 직접 말하는 거 듣고 싶어. 민지 씨랑 그냥 한 번 논 거지? 맞지?”그녀의 눈을 바라보던 신예준은 한참 만에야 대답했다.“응.”대답에 확신을 얻은 조희서가 미친 듯이 웃어댔다. 하하. 그러니까 강민지 그년은 지금 이용당한 거네? 통쾌하게도!그녀는 서둘러 신예준의 목에 뽀뽀했다.“미안해. 아까 다치진 않았지? 너무 화가 나서 그랬어. 미안해.”“괜찮아.”강민지가 단지 이용당하는 도구일 뿐이고, 제 병 치료를 위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라고 생각하니 더 기뻤다.어쩐지 처음 봤을 때부터 재수 없더라니, 알고 보니 강상원의 딸이었어?“그럼 언제 헤어져? 나 수술도 끝났고 두 달만 더 있으면 완전 회복 될 거야. 이제 그
“고마워, 오빠. 역시 오빠한텐 내가 제일 소중한 사람이지?”조희서는 만족하며 웃었다.의자에 앉은 신예준이 막 무언가 말하려 할 때 전화가 또 울렸다.강민지인 줄 알았는데 전의 그 낯선 전화번호인 것을 발견했다.[네 부모님 산소에 왔다. 이렇게 외진 곳일 줄은 몰랐어.]그때 신예준은 너무 어렸고 돈도 얼마 없었기에 네 명을 같은 곳에 모시기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들였었다. 그런데 어떻게 비싼 산소를 살 수 있겠는가.지금 이 메시지는 그의 한계를 건드렸다.아마 강상원은 아직 이들이 모두 본인 때문에 죽었다는 것을 알지 못할 것이다. 그는 단지 신예준을 건드리고 싶어 이런 상처 주는 말을 했을 것이다.신예준이 순간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럼 제이엔 쥬얼리에 칼을 들 수밖에.잘난 척 고고하게 내려다보는 강 대표더러 대가를 치르도록.병원을 떠난 그는 아파트로 돌아갔다.강민지가 혼자 소파에 누워있었는데 정말 열이 나고 있었다.그를 발견한 민지는 볼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화를 냈다.“왜 왔어? 그냥 열 나서 죽으면 되는데. 헤어지자며? 난 너 없어도 돼.”신예준이 덥석 민지를 껴안고 등을 토닥였다.민지가 순간 눈물을 흘리며 어깨에 고개를 묻었다.“내가 제이엔 쥬얼리에 가서 일할게. 밑바닥부터 시작해서.”강민지가 깜짝 놀라며 그를 바라보았다. 신예준이 먼저 이런 말을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네 아버지한테 증명할게.”강민지가 눈을 반짝였다. 그녀는 신예준의 집에 있던 금융 서적들을 떠올렸다. 아마 그 역시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정말?”“응.”강민지가 그의 손을 덥석 잡았다. 열이 났으므로 손바닥도 뜨거웠다.“좋아. 내가 아버지께 부탁할 테니 걱정하지 마. 무조건 내 말 들어줄 거야. 그럼 이제 나랑 안 헤어지는 거지?”신예준이 민지의 코를 톡 쳤다.“당연하지.”강민지가 갑자기 기침을 몇 번 했다. 눈앞이 흐릿하고 하늘 땅이 뒤집히는 듯 어지러웠다.신예준이 물 한 잔과 해열제를 건넸다.그녀는 발 자리에서 일어나
신예준은 강민지가 어떻게 이 일을 해냈는지 알 수 없었다. 고열에 시달리며 집으로 돌아간 그녀는 이틀 뒤에 성공했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예준아, 아빠가 드디어 허락해줬어! 너무 좋아. 헤헤, 오후에 널 데리러 갈게. 그리고 근무지로 데려다줄게.]신예준은 이 메시지를 보고 기쁘기보다는 오히려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는 한참 동안 휴대폰 화면에 손가락을 올려놓고 어떻게 답장해야 할지 몰라 고민했다.[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왜 이렇게 오랫동안 입력만 하고 보내지 않는 거야?]강민지는 곧이어 몇 개의 물음표를 보내더니 애처로운 어조로 문자를 보냈다.[그런데 아빠가 이번에는 정말 화가 나셨어.][민지야, 어떻게 설득한 거야?]강상원 같은 노련한 사람이 요구를 들어주다니, 그는 역시 강민지를 당해내지 못했다.[그냥 오후 내내 무릎 꿇고 있었지. 아직도 열이 있는데, 아빠가 어떻게 나를 그냥 내버려두겠어? 헤헤.]신예준의 담뱃갑이 또 비어 있었다. 그는 손으로 이마를 문질렀다. 강민지가 일부러 유난을 떨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특히 가까운 사람들 앞에서 그녀는 더더욱 제멋대로 굴었다. 사랑받는 사람은 늘 기댈 구석이 있어 두려움을 모르는 법이니까.강상원은 딸이 강민지 하나뿐이니, 어떻게 그녀의 뜻을 거스를 수 있겠는가.신예준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자신이 세들어 살고 있는 방에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때 서민규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어떻게 할지 정했어? 이번이 네게 최고의 기회야.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앞으로는 기회가 없을지도 몰라. 지금 강민지가 널 좋아할 때 얼른 기회를 잡아야 해.”서민규는 신예준이 이 기회를 잡기를 전적으로 지지했다. 몇 분 동안 이야기한 후 그는 불쾌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예준아, 너 반승제라는 놈 알지? 내가 왜 갑자기 서천군으로 발령났는지 알겠더라. 다 그 자식 짓이었어. 내가 성혜인 씨 남편인 척한 일 때문에 그 자식한테 찍힌 것 같아. 빌어먹을, 정말 괴물들 싸움에 우리 같은 사람들만 고생이야. 그래
“뭐가 좋다는 거야? 저 사람들이 일부러 널 괴롭히는 거잖아.”강민지는 화가 나서 말했다.“괜찮아. 우리 가서 밥이나 먹자.”회사는 직원들을 위한 구내식당이 있었다. 신예준은 도시락을 들고 앞에서 걸었다. 강민지는 그를 따라가면서 도대체 동료들이 괴롭히는 건지 아니면 부서의 상사가 문제인지 고민하고 있었다. 막 물어보려고 할 때 앞에서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어머, 이게 누구야? 예준 씨 아니야? 오늘은 민지 씨 없이 혼자 밥 먹네? 혹시 차였나?”“내가 듣기로는 학벌도 그다지 높지 않다던데 이 정도로 어떻게 눈에 들었을까?”“모를 게 뭐가 있어? 저 얼굴을 보면 몰라? 들리는 얘기로는 민지 씨가 잘생긴 남자만 좋아한다잖아. 근데 민지 씨 옆에 있는 남자들은 오래 가지 못한다더라. 예준 씨는 얼마나 버틸지 궁금하네.”“그렇게 얼굴만 믿고 살다가 얼굴이 시들면 애정도 사라지는 법이에요. 예준 씨는 아직 경험이 부족해요. 봐봐요, 오늘도 민지 씨가 안 나왔잖아요. 차라리 민지 씨가 조금이라도 정이 남아 있을 때 실속 챙길 수 있을 만큼 챙겨요. 내가 듣기로는 예준 씨 부서에서 회식할 때 상사가 ‘위아래’라는 노래 부르라고 했다면서요? 그거 일부러 예준 씨 난처하게 하려고 한 거 아니에요? 민지 씨한테 하소연도 안 했어요?”“하소연은 무슨, 민지 씨한테 하소연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이 분위기로 봐서는 회장님은 이 사윗감이 별로 마음에 안 드는 것 같은데?”둘은 신예준을 앞에 두고 주거니 받거니 비웃었다.그런데 신예준은 아무렇지 않은 듯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었다.반면 강민지는 화가 치밀어 올라 한걸음에 그의 앞으로 나섰다. “당신들!”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신예준이 그녀의 손을 잡아 멈춰 세웠다. “화내지 마.”강민지는 속에서 울분이 터져 나와 가슴이 들썩거렸다. 어찌 화가 안 날 수 있겠는가. 며칠 전 회식 일도 그렇고 신예준이 왜 그녀에게 말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신예준은 공개적으로 모욕당했을 뿐만 아니라 혼자서
강민지는 병원에서 나온 후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자신의 마세라티로 돌아갔다.요즘 제원에서는 많은 일이 일어났다. 반승제는 해외로 나갔고 성혜인도 곧 떠날 예정이었다.강민지는 성혜인에게 자기 일에 대해 떠벌리지 않았다. 성혜인이 이미 본인의 일로 충분히 바쁘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결혼하게 되면 청첩장을 보내서 깜짝 놀라게 해 줄 생각이었다.강민지는 은밀하게 큰일을 해내는 데서 오는 짜릿함에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신예준과 결혼할 생각을 이미 마음속에 두고 있었던 강민지는 아버지가 동의하기만 하면 바로 웨딩드레스를 입어볼 작정이었다.강민지는 결혼에 대한 환상에 빠져 있었지만 막상 별장에 도착하자마자 강상원의 비서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아가씨, 회장님께서 병원에 입원하셨습니다. 한 번 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강민지의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강상원은 그동안 건강하게 지냈는데 어떻게 갑자기 병원에 입원하게 된 걸까?강민지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바로 병원으로 달려갔다. 강상원은 이제 막 응급실에서 나온 상태였고 안색이 많이 안 좋아 보였다. 강민지의 눈시울이 금세 붉어지며 손을 들어 아버지의 손을 꼭 잡았다.“아빠,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강상원은 기침을 두 번 하더니 강민지를 노려보았다.“울기는 왜 울어? 죽는 것도 아닌데.”“그런 불길한 말 하지 마세요. 아빠는 백세까지 사셔야 해요!”강민지는 손으로 눈을 세게 비볐다.“혹시 제가 신예준이랑 사귀는 것 때문에 걱정하시다가 병이 나신 건 아니죠? 아빠, 미안해요. 제가 불효했어요. 차라리 아빠가 젊은 여자를 만나서 아들을 하나 더 낳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어요.”이 말을 듣자 강상원의 기침이 더욱 심해졌다. 옆에 있던 비서가 서둘러 만류했다. “아가씨, 그만 말씀하시는 게 좋겠습니다.”강민지는 얼른 입을 틀어막고 조심스럽게 강상원의 눈치를 보았다.“아빠, 정말 미안해요. 제가 잘못했어요.”“민지야, 너한테 묻고 싶은 게 있어. 만약 내 몸이 정말로 안 좋아져
이 병원은 조희서가 입원해 있는 병원이기도 했다. 신예준은 한 번도 이 사실을 강민지에게 말한 적이 없었다.조희서에게 약혼자가 있다면 그가 지금까지 그녀 곁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는 뜻인데 그렇다면 신예준은 이 관계에서 어떤 역할을 한 것일까? 단순히 먼 친척 오빠일 뿐인가? 아니면 두 사람의 부모님들 때문에 관계가 더 깊이 얽혀 있는 것일까?강민지는 신예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나 지금 병원에 있는데, 의사들이 조희서에게 약혼자가 있다고 하더라. 진짜야? 그런 소리는 한 번도 못 들어봤는데.]강민지는 궁금한 표정의 이모티콘을 함께 보냈다. 신예준이 일하는 시간이라 답장이 없을 줄 알았지만 금방 답장이 왔다.[아직 병원에 있어?][응. 너도 알고 있었어? 내가 좀 더 알아볼까?][민지야, 나 오늘 야근 안 해. 네가 준비한 서프라이즈 보여주기로 했잖아.]강민지는 그제야 그 일이 떠올랐다. 강상원이 갑자기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깜빡 잊어버린 것이었다.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지더니 입꼬리가 자연스레 올라갔다.[나 바로 돌아갈게. 아빠가 몸이 좀 안 좋으셨지만 이제 괜찮아졌어.]신예준은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평소와는 다른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강민지는 별다른 생각 없이 메시지를 보내고 병원을 나섰다.신예준이 살고 있는 집에 도착하자 문을 열고 들어간 강민지는 익숙한 손길로 택배 상자를 열기 시작했다.상자 안에는 그녀가 주문한 물건들이 있었고 특별히 소독까지 마친 것들이다. 강민지는 이런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었다.시간을 확인한 강민지는 신예준이 도착할 시간에 맞춰 거실 문 옆에 숨어 있었다.신예준은 회사에서 약을 먹고 집에 돌아왔다. 방에 들어섰을 때 방 안은 불이 꺼져 있었다. 따뜻한 몸이 품에 안기자 신예준 반사적으로 강민지의 허리를 감쌌다. 희미한 조명 아래 그녀의 머리에는 그가 말한 대로 표범 귀 모양의 머리띠가 달려 있었다.강민지는 자신의 허리를 살짝 흔들며 꼬리 모양을 두어 번 흔들어 보였다.“어때? 예
비서가 고개를 들어 강민지를 보며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몰라요. 그냥 아가씨가 좋아하는 분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을 뿐이에요. 꽤 괜찮은 분이시더군요.”강민지는 신예준을 칭찬하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았다.“그럼 아버지 앞에서 신예준을 많이 칭찬해 주세요.”“물론이죠. 아가씨, 회장님과 이야기는 끝나셨나요?”“네, 다 끝났어요. 저는 종이컵을 가지러 왔어요.”강민지는 옆에 있는 종이컵을 집어 들고 살짝 신예준을 건드렸다. 신예준은 옆에 서서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강민지는 별다른 생각 없이 종이컵을 가지고 병실로 돌아가 강상원과 몇 마디 더 나눈 후 병실을 나섰다. 나오자마자 문을 두드리려던 비서와 마주쳤다.“아버지를 잘 부탁드려요.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하세요.”“걱정하지 마세요, 아가씨.”강민지는 곧장 신예준을 찾아가 팔짱을 꼈다.“예준아, 이제 가자. 혹시 조희서 보러 갈 거야?”“응.”“그래. 나는 들어가지 않을게. 네가 가서 봐.”아래층으로 내려가자 신예준은 조희서의 병실로 들어갔다.조희서는 신예준의 목에 있는 긁힌 자국을 발견했다. 그것은 옷깃 속에 숨겨져 있었지만 여전히 보였다.조희서는 질투심에 눈가가 붉어졌다.“너희들 잤어?”신예준은 변명하지 않고 옆에 있던 사과를 집어 들었다.“먹을래?”조희서는 두 손으로 무릎 위의 이불을 손톱이 부러질 정도로 꽉 그러쥐었다.“오빠, 강민지와 함께 있는 이유가 정말 강씨 집안의 지분 때문이야?”“응.”“그러면 나중에 강상원을 감옥에 보내는 거 맞지?”“응.”조희서는 마음이 몹시 불안했다. 일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눈시울이 붉어지며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오빠, 우리 헤어지지 않았잖아. 그때는 내가 화가 나서 한 말이었어. 오빠가 매일 사람들에게 고백받는 걸 보고 너무 불안했어. 나는 그리 예쁘지도 않고, 오빠는 어디를 가든 주목받는 사람이니까. 오빠도 알다시피 나는 질투심이 많잖아.”“희서야, 그만하고 과일이
간호사는 약간 당황했다. 조금 전 강민지가 다가왔을 때 신예준과 함께 있는 걸 보았기 때문이다. 설마 강민지는 신예준이 조희서의 약혼자라는 사실을 아직 모르는 걸까?옆에서 누군가가 헛기침을 하자 간호사는 괜히 자신에게 불필요한 문제가 생길까 봐 두려워졌다. 무엇보다 강민지와 신예준이 꽤 친밀해 보였기 때문이다.“모르시면 됐어요. 얼른 화장실 다녀오세요.”상대방이 말을 꺼내기 꺼리는 걸 눈치챈 강민지는 더 이상 묻지 않고 바로 화장실로 달려갔다.두 명의 간호사는 서로를 한 번 쳐다보더니 한 명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내가 뭐랬어. 이 세상에 완벽한 남자는 없다고 했잖아. 조희서가 병원에 있는 동안 신예준이 밖에서 다른 여자를 만난 게 틀림없어. 그 여자가 바로 저 여자겠지?”“그러게, 저 여자는 신예준이 조희서의 약혼자라는 걸 아예 모르는 것 같더라. 신예준이 꽤 비밀을 잘 지켰나 봐. 그렇게 잘생겼는데 알고 보니 나쁜 남자였네.”“역시 남자는 죽어야만 얌전해지는 법인가 봐.”“내가 전에 여기저기서 신예준을 자랑하고 다닌 게 다 무색해졌어. 정말 내가 눈이 멀었지.”이 모든 이야기를 강민지는 한마디도 듣지 못했다.화장실에 다녀온 후 강민지는 소독용 에탄올을 간호사에게 돌려주며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간호사는 뭔가 보지 말아야 할 걸 본 것처럼 곧바로 시선을 피했다.강민지는 조금 의아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꽤 친절하지 않았던가?그 의문을 품은 채 강민지는 신예준을 찾아갔다.두 사람은 그렇게 또 반 달 동안 달콤한 시간을 보냈다.이 반 달 동안 강상원은 병원에 입원해 있었고 강민지는 짐을 챙겨주러 병원에 갔다.강상원은 차에 오른 후 휴대폰을 병실에 두고 온 걸 깨닫고 다시 가져오려고 했다. 그러자 강민지가 재빨리 제지했다.“아빠, 제가 가서 가져올게요. 여기서 기다리세요.”강상원은 그 말을 듣고 차에 다시 앉았다. 강민지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어느 층에 도착했을 때 뜻밖에 조희서와 마주쳤다.조희서의 건강 상태는 점점 좋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