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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9화 네가 먼저 건드렸으니 책임져

서주혁은 장하리의 우는 모습을 보자 짜증이 밀려왔다. 이 여자는 왜 시도 때도 없이 계속 눈앞에 나타난단 말인가. 게다가 강민지의 터무니없는 지적을 들으니 인내심이 바닥나 버렸다.

“최근 강씨 가문에 무슨 사건이 터지지 않았어요? 민지 씨는 이런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 일에 참견할 마음이 드나 봐요.”

강민지는 잠깐 멈칫하더니 더욱 매섭게 서주혁을 쏘아보았다.

“전 지금 하리 씨 일에 대해 말하고 있잖아요. 주혁 씨는 쓰레기 같은 짓을 하고도 인정하지 않는 건가요?”

살벌한 눈빛과 반대로 강민지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제가 하리 씨를 알고 지낸 시간이 길지는 않지만, 하리 씨가 감정 표현이 서툰 사람이라는 건 알거든요. 절대 먼저 다가가서 누구를 건드릴 성격이 아니란 말이죠.”

그 말속에 담긴 의미는 ‘네가 먼저 건드린 주제에 뭐가 잘났다고 이제 와서 책임을 회피하냐?’라는 말이다. 너무 어처구니없어 웃음만 났다. 서주혁의 목소리는 한없이 낮고 차가웠다.

“그렇다고 잤던 여자들을 다 책임질 수는 없잖아요.”

서주혁은 익숙하다는 듯이 카드를 꺼내 장하리의 앞에 내밀었다.

“6억이야.”

이 액수는 정말 굴욕적이었다. 애초에 장하리가 자발적으로 침대에 기어들어 갔을 때 요구한 금액이었다.

눈물이 순식간에 멈춘 장하리가 고개를 들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서주혁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의 눈가에는 아무런 흔들림도 없었다. 그저 귀찮음과 한시라도 빨리 그녀를 떨쳐버리고 싶은 조급함뿐이었다.

많은 사람이 모인 공개적인 장소에서 서주혁이 불쑥 카드를 내밀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장하리는 손끝이 떨려왔다.

너무 기막혀 그 자리에 얼어붙은 강민지가 정신을 차리고 카드를 집어 서주혁의 얼굴에 던지려던 찰나 온시환이 얼른 그녀를 끌어당기더니 미소를 지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자, 다들 흩어지세요.”

이윽고 온시환은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

“민지 씨도 그 성격 좀 죽여요. 주혁이 말이 틀리지도 않았잖아요. 지금 강씨 가문 일을 해결하려면 당신도 도움이 필요할 때예요.”

그 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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