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성혜인은 배가 아파서 설우현이 모셔 온 의사에게 진찰을 받았다. 깨어났을 때 그녀의 얼굴은 훨씬 창백해졌다. 제로의 갑작스러운 등장도 그렇고, 반승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녀에게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다. 깊은숨을 들이마신 성혜인은 침대 옆에 앉아 있는 설우현을 바라보았다. “오빠, 국제 조직에서 아직도 연구 기지의 위치를 못 찾았어요?”설우현은 눈썹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성혜인은 더는 말하지 않았다. 국제 조직에서도 찾지 못했는데 반승제는 어디에서 정보를 얻었을까. 게다가 이미 아리카로 가고 있는 것을 보면 연구 기지가 그곳에 있다고 확신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손을 들어 이마를 짚었다. 머릿속이 뒤죽박죽 엉망이 된 것만 같았다. 돌연 지하 격투장에 있을 때 한 남자가 ‘실험체, 두 개의 실험체’라고 말하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 중 한 사람은 배현우이고 다른 한 사람은 반승제일까? 하지만 반승제는 10년 동안의 기억만 복제되었을 뿐 다른 실험은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성혜인은 불안감이 밀려왔다. “오빠, 승제 씨 아리카로 갔어요. 나를 꼭 빼 닮은 대역을 데리고.”설우현은 손을 뻗어 그녀의 이마를 짚어 보았다.“혜인아, 너 혹시 열이 나?”성혜인은 그제야 온몸에 열이 있는 것을 느꼈지만 여전히 반승제를 걱정했다.“승제 씨랑 연락이 되면 저에게 알려줘요, 오빠.”고개를 끄덕인 설우현은 의사더러 그녀에게 주사를 놓아달라고 했다. 성혜인은 금세 잠들었다. 설우현은 티슈로 성혜인의 이마에 땀을 닦아주고는 설기웅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 반승제가 아리카로 갔다면서요. 혹시 연구 기지가 거기 있어요?”설기웅은 여전히 최용호와 함께 이 일을 조사하고 있었다. 불과 2분 전에 최용호가 정보를 입수했다. 연구 기지는 실제로 아리카에 있었지만 최근 국제적으로 아리카에 가지 말라는 긴급 뉴스를 보도했다. 현재 그곳에는 끔찍한 전염병이 돌고 있었는데 특히 칸다는 너무 심각한 상황이라 사람들을 철수시키기에 이르렀다.이
“도련님, 여기 십만 개가 넘는 전선이 있거든요. 하나하나 잘라보려고 하는데...”“왜 그래요?”“십만 분 일의 확률로 하나만 잘못 자르면 나 여사님께서 전기충격을 받게 될 겁니다.”설우현은 분노로 가슴이 떨렸다. 배후에서 이 모든 것을 설계한 사람은 정말 치밀했다. 배선을 자르는 방법이 통하지 않으면 유일한 방법은 지하실의 구조를 연구하는 것뿐이다. 깊은숨을 들이켠 설우현은 너무 화가 나 목이 타들어 가는 것처럼 아팠다. “사람 더 보낼 테니 한시라도 빨리 해결할 방법을 찾아봐요.”“네, 알겠습니다.”한편, 작업팀의 말대로 감시카메라 뒤에서 누군가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레드와인 한 잔이 들려 있었고, 앞에는 근사한 스테이크가 놓여 있었다. 그는 흥미롭게 그들을 지켜보며 스테이크를 썰고 있었다. 매번 식사할 때마다 그는 모니터실로 와서 나하늘의 얼굴만 보면 음식을 몇 입 더 먹을 수 있었다. 그의 눈에는 증오와 미련 그리고 흐뭇함으로 가득했다. 외부인이 여기 있었다면 분명 그가 미쳤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영상에서 나하늘은 늘 침대에 조용히 앉아 있었고 그녀를 돕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그녀를 건드릴 엄두도 못 냈다. 여석진은 제일 처음 그녀를 길들일 때가 떠올랐다. 매일 냄새나는 남자 다섯 명을 지하실로 보내 그녀를 찾게 했다.나하늘이 몸부림치고 화를 내며 발가벗겨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여석진은 그녀에게 경고했다. 만약 다른 사람에게 닿으면 정말 이 남자들이 돌아가며 그녀를 겁탈하게 할 거라고. 나하늘은 그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한 정신력을 지니고 있었다. 이렇게 망가트리길 3개월 지속하고서야 그녀는 사람의 손길을 두려워했다. 실험이 성공을 눈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 그는 그 남자들 대신 들어가 그녀를 겁탈했다.여석진에게 있어 나하늘은 자신이 키우는 애완동물, 자신이 길들인 애완동물, 자신의 입맛대로 변할 수 있는 애완동물이었다. 지하실에 감금까지 한 그가 어떻게 아무짓도 안 했을까.그의 강박은 나하늘을 점점
여석진은 와인 잔을 손에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3장로는 키가 1미터75센티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약간 통통한 체형이었다. 여석진이 내려오는 것을 보고 3장로의 표정이 걱정스럽게 변했다. “여석진, 너 해파리 도장 어디서 났어? 나하늘 그 계집애를 만난 거야?”3장로와 대장로의 나이는 조직 내에서 비교적 많은 편이었다. 당시 그들은 나하늘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았다. 나하늘의 최면술도 이들에게서 배웠는데, 다만 나하늘의 최면술이 더 뛰어날 뿐이다.3장로가 여석진을 찾아온 이유는 여석진이 조직 내에서의 존재감이 뚜렷하지만 조직 내의 일에 끼어드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다. 수년 동안 조직 내에서 공식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지시해 온 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송이 K였다. 당시 나하늘이 완전히 사라진 후, 아주 어린 K는 이미 사람들을 포섭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오랜 세월이 흐르며 그가 해파리 도장을 손에 쥐고 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대장로와 3장로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그의 말을 따랐다. 오직 여석진만 누구 편에도 서지 않다가 이번에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K의 편에 섰다. 3장로는 대체 무슨 일인지 알고 싶었다. 3장로는 구금섬의 주인이 여석진이라는 사실을 모를 뿐만 아니라 여석진이 인간의 탈을 쓴 짐승만도 못한 놈이라는 사실은 더더욱 몰랐다. “그동안 하늘이가 잘 지냈대? 왜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거야. 석진아, 하늘이 지금 어디 있어?”3장로의 신체는 그다지 건재하지 않았다. 그와 대장로는 나하늘이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나하늘은 BKS의 성녀로 그 명예를 누려야 하는데, 어떻게 혼자 밖에서 떠돌아다닐 수 있단 말인가. 여석진은 그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보자 너무 우스웠다. 옛날 같았으면 3장로가 이런 표정을 보이기만 하면 즉시 나하늘에게 날아가 그녀를 모질게 괴롭혔을 것이다.그는 모두를 속였다는 쾌감을 느꼈다. 어떤 면에서는 K와 자신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을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했던
3장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대나무 잠자리를 넣었다. 대장로의 숨소리를 확인해 보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제야 그는 이 늙은이가 정말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형님...”이번에 대장로가 끌려갔을 때, 3장로는 처음에 여석진의 명령인 줄 알았다. 여석진도 그들의 제자였고 당시 나하늘과 함께 그들 밑에서 공부했다. 하지만 최면술이든 예술이든 나하늘은 여석진보다 재능이 훨씬 뛰어났다. 나하늘은 손에 꼽히는 천재였다.나하늘이 BKS의 성녀로 뽑힌 건 아직 열여덟 살도 되지 않았을 때였다. 대장로와 3장로는 결혼도 하지 않았고 딸도 없었기에 나하늘을 친딸처럼 대했다. 나하늘이 사라진 이후 그들은 그녀를 찾아 헤맸지만 아무런 소식도 들을 수 없었다. 3장로는 어쩔 수 없이 부하들에게 대장로의 장례를 준비하게 했다. 여석진도 대장로가 돌아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하늘을 제외한 대장로의 유일한 제자는 여석진뿐이었으며, BKS의 규칙에 따르면 제자는 조직에서 대장로의 지위를 물려받을 수 있었다.여석진은 조직의 의사 결정에 거의 참여하지 않았지만 권위를 가지고 있었다. 이제 대장로라는 칭호가 그에게로 오자 입꼬리가 위로 말려 올라갔다. 이건 예상치 못한 기쁨이 아니라 이미 계획 된 일이었다.앞으로 3장로가 세상을 떠나면 그 자리를 물려받을 사람은 여전히 여석진이 될 것이다. 대장로와 3장로는 그동안 여석진의 숨겨진 이면을 간과했다. 그가 어렸을 때부터 온순한 제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하늘의 실종이 여석진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 길이 없었다.여석진의 휴대폰이 울렸다. 전화를 건 사람은 K였다. 대장로가 죽고 여석진이 대장로가 되었으니 이제 남은 것은 3장로를 죽이는 일이다. 그렇게 되면 조직 전체가 완전히 그들의 말 한마디에 휘둘리게 될 것이다. K가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축하드려요, 대장로님.”여석진은 여전히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하고 가볍게 웃었다.“이 두 늙은이가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고밖에 말할 수 없네요.”한평생의 노력이 전부 여석진
손에 든 나무 조각 장난감을 누군가 집어 들었지만, 그 사람은 3장로의 사람이 아니었다. 방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어느새 방을 떠나고 여석진만 침대 곁에 남아있었다. 여석진이 대체 언제 왔는지도 알 수 없었다. 3장로의 손에 들려 있던 나무 조각 장난감을 건네받은 여석진은 입꼬리가 살짝 휘어졌다.“잘 가세요, 스승님.”눈을 커다랗게 뜬 3장로가 일어나 앉으려고 했지만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여석진의 목소리라는 것만 알아차릴 수 있었다.여석진은 대장로와 3장로가 입양한 어린 제자였는데, 말하자면 그동안 나하늘을 찾는 데만 집중하느라 이 어린 제자의 존재를 소홀히 했다.여석진은 손가락을 뻗어 버튼을 눌렀다가 튀어나온 곤충을 집어넣고 다시 버튼을 눌렀다.그는 온화한 표정으로 옅은 미소를 지었다.“스승님, 3장로인 제가 마지막 가시는 길을 지켜드리러 왔어요.”3장로는 여석진의 말투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고개를 돌리려고 했지만 그럴 힘조차 없었다. 여석진은 천천히 허리를 숙여 그의 귀에 속삭였다.“영상 봤어요? 하늘이가 참 불쌍하죠?”3장로의 눈이 순간적으로 커지면서 믿기지 않는 듯 숨을 헐떡이며 무언가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여석진은 여전히 따뜻하고 부드러운 어조로 말하며 그의 머리를 돌려놓았다. “제 탓이라고 할 수도 없죠. 당신과 대장로가 저더러 하늘이와 결혼하라고 했을 때부터 전 하늘이를 제 아내로 생각했으니까요.”숨소리가 더욱 가빠진 3장로는 여석진의 얼굴을 후려치고 싶었지만, 뇌졸증으로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여석진은 손에 쥔 나무 조각 장난감을 내려다보더니 입꼬리가 올라갔다.“그러게 왜 날 사랑하지 말래요. 원래 내 소유물이었어야 했는데.”푸웁! 3장로는 또 한 번 피를 뿜더니 이번에는 완전히 의식을 잃었다. 그러나 그는 즉시 죽지 않고 식물인간 상태가 되었다. 앞으로는 먹고 마시는 모든 일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여석진은 두 사람을 불러 그를 돌보라고 명령했다.“잘 돌봐
나하늘은 플로리아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 도시는 수천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었다. 그 도시에서 폭발이 일어났는데 여석진이 살고 있던 곳이었다. 주변의 장치들이 반응했을 때 그는 이미 K와 함께 헬리콥터를 타고 본부로 향하고 있었다.설기웅과 최용호는 700미터 떨어진 곳에서 차에 앉아 컴퓨터의 빨간 점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짧은 시간 내에 이 지역 IP주소를 해킹했다. 모두 BKS의 사람들이었다. 이 조직은 한때 플로리아에 나타난 적이 있는데 극소수의 사람들만 알고 있었다. BKS는 연구 기지만큼 미스터리하지 않았다. 그래서 최용호와 원진의 정보망을 이용해 K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K는 구금섬 밖에 나타나 자신의 위치를 드러낸 적이 있기 때문에 구금섬 밖에서 그를 감시하기만 하면 금방 그의 행방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워낙 교활한 K는 BKS의 본부로 돌아가지 않고 이 도시로 왔다.이곳은 대장로와 3장로가 은퇴 후 거주 중인 도시였다. 여석진도 이곳에 살고 있으며 두 장로를 보호하기 위해 BKS의 일부 세력이 여기에 흩어져 있었다. 이때 원진의 사람들이 이곳을 폭격하여 나하늘의 거처와 두 장로의 거처가 전부 파괴되었다. 3장로는 이미 여석진에 의해 다른 곳에 옮겨졌다. 이제 한 무리의 사람들이 BKS의 본부로 향하고 있었다. 그들은 부하들에게 원진의 무리를 매복하여 계속 공격하라고 지시했다. 헬리콥터에 앉아 있는 K는 입꼬리가 올라갔다. “놈들이 여기를 찾은 모양이네요. 반승제가 아리카로 갔으니 이 도시는 안전할 줄 알았는데.”여석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지었지만 그 미소가 눈가까지 드리우지는 않았다. 두 사람 모두 반승제가 아리카로 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연구 기지에서 일부러 소식을 흘려 연구 기지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유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최근 유행하는 질병은 연구 기지의 결과물이었다.칸다는 몇 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큰 질병이 창궐하고 그때마다 인구의
진백운과 진세운은 달랐다. 진백운은 항상 연구 기지에서 살았고, 연구의 대상이었다.다섯 살이 되기 전까지 그와 함께한 것은 온통 차가운 기기뿐이었다. 그는 유리를 통해 흰 가운을 입은 사람들을 바라보며 그들이 전부 엄마와 아빠라고 생각했다.다섯 살이 되기 전까지 푸른 하늘이 무엇인지, 초록 잎새가 무엇인지, 바람이 무엇인지, 아무것도 몰랐다.진세운에게 접촉하라고 파견되었을 때 진백운은 처음으로 바깥 세상에 나가 보았다. 어릴 때부터 호르몬 주사를 맞은 그들은 다섯 살이지만 아이큐는 월등히 높았다. 아마도 그의 얼굴에 나타난 놀라움과 그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보며 측은지심을 느낀 건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진세운은 연구 기지로 돌아가겠다고 바로 약속하지 않았다. 진세운은 그때 이렇게 말했다.“하늘이 이모의 의견을 들어봐야겠어.”그는 몇 년 동안 조직에서 살면서 나하늘을 자기 어머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나하늘에게 이 일을 털어놓기를 망설이고 있을 때 대장로와 나하늘이 하는 말을 들었다.“K는 아이큐가 높고 보통 아이들보다 훨씬 똑똑하지만 냉혈한 성정을 타고난 아이야. 이런 사람들은 집단 명예 의식이 없는 경향이 있어. 게다가 다스리기도 어렵고 리더가 되기에는 적합하지 않아.”“대장로님, K는 우선 제외해요. 사실 이미 적합한 후보를 염두에 두고 있어요.”하지만 그녀는 그 후보가 자신의 딸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이 말을 전부 들어버린 진세운은 자신의 불타오르는 열정에 찬물을 끼얹는 것 같았다. 그는 나하늘이 BKS의 책임자이자 성녀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모두가 무조건 그녀의 말을 따라야 했고 그녀가 누군가를 부인하면 이 사람은 조직 내에서 결코 미래가 없는 셈이었다.“대장로님, 이 아이는 많은 작은 동물을 죽였어요. 잔혹성을 띤 유전적 요소가 있어 친구를 사귀기 어려울 거예요. 앞으로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되도록 올바른 길로 인도해야 해요.”이것은 나하늘이 대장로에게 한 충고였지만 대장로의 눈에는 고작 다섯 살짜리 아이였기 때문에 마
연구기지에서 연락을 받은 진세운은 진백운과 함께 가보려 했다.진백운은 마치 그의 그림자 같았다. 독립적 사고능력이 없는 그림자 말이다.진세운이 시키면 그저 꼭두각시처럼 하는 것이다.비행기에 탄 후 진백운이 물었다.“이번에야말로 반승제를 영원히 못 돌아오게 할거지?”“응. 처참하게 죽여야지.”이 시기에 아리카에 가다니. 반승제는 목숨을 내놓고 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아리카의 역병 상황은 여전히 국제적으로 매일 보도되고 있었으며 모든 국가는 국민들에게 칸다가 통제할 수 있을 때 즉각 철수하라는 통보를 내렸다.질병이 다른 곳으로 퍼지기만 하면 세계적인 재앙이 될 것이니 말이다.금방 칸다에 도착한 반승제는 호텔을 찾았다.제로 역시 그와 같은 호텔에 머물렀다.밤이 되자 반승제의 사람들이 호텔에 더 투숙했다.그들이 컴퓨터 앞에서 회의하고 있을 때 누군가 반승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화면을 보니 낯선 사람이 보낸 지도 사진이었다.이 사진은 반승제가 아리카로 오기를 선택하게 한 관건이 되는 물건이기도 했다.이 낯선 사람이 누군지는 몰랐지만, 사흘 전 그는 반승제에게 구금섬에 대한 지도를 보내주었다.지도에는 구금섬의 위치가 자세히 그려져 있었으며 비밀통로도 포함이었다.더 중요한 건, 지도를 그려준 사람이 반승제가 구금섬에 있을 때 비둘기로 외부와 연락을 하던 위치까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반승제가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음에도 말이다.분명 보통 사람이 아닐 것이다.하지만 그땐 반승제가 이미 노예찬의 도움으로 비밀통로로 들어갔기 때문에 지도가 쓸모 없어진 이후였다.그러나 이틀 전 그 사람에게서 칸다에 대한 지도를 받았다. 이번에는 지도 위에 연구기지의 위치가 자세히 표시되어 있었다.칸다에서 역병이 창궐했기에 반승제는 감히 성혜인을 데려오지 못했다.성혜인의 성격이라면 그녀와 상의해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여 반승제는 위험을 무릅쓰고 자기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이 지도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인하려 했다.현재 연구기지의 위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