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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8화 서주혁은 그녀의 처량한 모습은 보지 못했다

장하리의 눈에서 눈물이 후두두 떨어진 건 순식간이었다. 심지어 서주혁을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붓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 너 눈이 먼 거 아니냐고. 어디를 봐서 내가 서수연을 건드린 거로 보이냐고.

그러나 장하리는 감히 그럴 수 없었다. 사업 면에서는 여유만만한 그녀였지만 유독 감정 면에서는 서툴렀다.

하지만 서주혁은 그녀의 처량한 모습은 보지 못했다. 서주혁의 눈에 비친 장하리는 여전히 자신이 기억 상실한 틈을 타 그를 속여 잠자리를 가진 여자에 불과했다.

더는 여기서 무의미한 시간 낭비를 하고 싶지 않았던 서주혁이 미간을 잔뜩 구긴 채 장하리를 앞질러 가며 한마디를 남겼다.

“더 이상 서씨 가문 사람들을 귀찮게 하지 말고 인간으로서의 품위도 좀 지켜.”

이 말에 담긴 의미는 분명, 장하리의 스토킹에 가까웠던 십여 통의 성가신 전화를 가리키며 한 말이었다.

장하리는 제자리에 가만히 서서 그의 모습이 사라지기를 기다리다가 천천히 벽에 기댔다.

눈물이 또 흘러내려 서둘러 화장실로 들어간 장하리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충혈된 눈을 바라보았다.

최근 계속 야근하며 눈은 시뻘겋게 충혈되고 살도 많이 빠졌다. 뺨을 몇 대 맞은 탓인지 얼굴은 약간 부어 있었고 말할 때 입꼬리도 아팠다.

깊은숨을 들이마신 장하리는 뒤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몸을 바짝 굳힌 채로 거울에 비친 강민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강민지는 의아한 눈빛으로 그녀의 드레스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새 드레스를 갈아입은 거예요?”

장하리와 강민지는 사실 친한 사이가 아니었지만 몇 번 만난 적이 있었다. 장하리는 허리를 곧게 펴고 매우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민지 씨.”

화장실의 조명은 바깥보다 훨씬 밝았다. 장하리의 얼굴이 부은 걸 단번에 알아본 강민지가 눈을 가늘게 떴다.

“누가 때렸어요?”

성혜인은 강민지에게 장하리를 부탁했었다. 하지만 지금 장하리가 저녁 파티에서 누군가에게 얻어맞았다. 어떤 간 큰 놈이 감히 이딴 짓을 했을까?

“아무것도 아니에요. 어젯밤에 음식을 잘 못 먹어서 알레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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