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대나무 잠자리를 넣었다. 대장로의 숨소리를 확인해 보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제야 그는 이 늙은이가 정말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형님...”이번에 대장로가 끌려갔을 때, 3장로는 처음에 여석진의 명령인 줄 알았다. 여석진도 그들의 제자였고 당시 나하늘과 함께 그들 밑에서 공부했다. 하지만 최면술이든 예술이든 나하늘은 여석진보다 재능이 훨씬 뛰어났다. 나하늘은 손에 꼽히는 천재였다.나하늘이 BKS의 성녀로 뽑힌 건 아직 열여덟 살도 되지 않았을 때였다. 대장로와 3장로는 결혼도 하지 않았고 딸도 없었기에 나하늘을 친딸처럼 대했다. 나하늘이 사라진 이후 그들은 그녀를 찾아 헤맸지만 아무런 소식도 들을 수 없었다. 3장로는 어쩔 수 없이 부하들에게 대장로의 장례를 준비하게 했다. 여석진도 대장로가 돌아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하늘을 제외한 대장로의 유일한 제자는 여석진뿐이었으며, BKS의 규칙에 따르면 제자는 조직에서 대장로의 지위를 물려받을 수 있었다.여석진은 조직의 의사 결정에 거의 참여하지 않았지만 권위를 가지고 있었다. 이제 대장로라는 칭호가 그에게로 오자 입꼬리가 위로 말려 올라갔다. 이건 예상치 못한 기쁨이 아니라 이미 계획 된 일이었다.앞으로 3장로가 세상을 떠나면 그 자리를 물려받을 사람은 여전히 여석진이 될 것이다. 대장로와 3장로는 그동안 여석진의 숨겨진 이면을 간과했다. 그가 어렸을 때부터 온순한 제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하늘의 실종이 여석진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 길이 없었다.여석진의 휴대폰이 울렸다. 전화를 건 사람은 K였다. 대장로가 죽고 여석진이 대장로가 되었으니 이제 남은 것은 3장로를 죽이는 일이다. 그렇게 되면 조직 전체가 완전히 그들의 말 한마디에 휘둘리게 될 것이다. K가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축하드려요, 대장로님.”여석진은 여전히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하고 가볍게 웃었다.“이 두 늙은이가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고밖에 말할 수 없네요.”한평생의 노력이 전부 여석진
손에 든 나무 조각 장난감을 누군가 집어 들었지만, 그 사람은 3장로의 사람이 아니었다. 방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어느새 방을 떠나고 여석진만 침대 곁에 남아있었다. 여석진이 대체 언제 왔는지도 알 수 없었다. 3장로의 손에 들려 있던 나무 조각 장난감을 건네받은 여석진은 입꼬리가 살짝 휘어졌다.“잘 가세요, 스승님.”눈을 커다랗게 뜬 3장로가 일어나 앉으려고 했지만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여석진의 목소리라는 것만 알아차릴 수 있었다.여석진은 대장로와 3장로가 입양한 어린 제자였는데, 말하자면 그동안 나하늘을 찾는 데만 집중하느라 이 어린 제자의 존재를 소홀히 했다.여석진은 손가락을 뻗어 버튼을 눌렀다가 튀어나온 곤충을 집어넣고 다시 버튼을 눌렀다.그는 온화한 표정으로 옅은 미소를 지었다.“스승님, 3장로인 제가 마지막 가시는 길을 지켜드리러 왔어요.”3장로는 여석진의 말투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고개를 돌리려고 했지만 그럴 힘조차 없었다. 여석진은 천천히 허리를 숙여 그의 귀에 속삭였다.“영상 봤어요? 하늘이가 참 불쌍하죠?”3장로의 눈이 순간적으로 커지면서 믿기지 않는 듯 숨을 헐떡이며 무언가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여석진은 여전히 따뜻하고 부드러운 어조로 말하며 그의 머리를 돌려놓았다. “제 탓이라고 할 수도 없죠. 당신과 대장로가 저더러 하늘이와 결혼하라고 했을 때부터 전 하늘이를 제 아내로 생각했으니까요.”숨소리가 더욱 가빠진 3장로는 여석진의 얼굴을 후려치고 싶었지만, 뇌졸증으로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여석진은 손에 쥔 나무 조각 장난감을 내려다보더니 입꼬리가 올라갔다.“그러게 왜 날 사랑하지 말래요. 원래 내 소유물이었어야 했는데.”푸웁! 3장로는 또 한 번 피를 뿜더니 이번에는 완전히 의식을 잃었다. 그러나 그는 즉시 죽지 않고 식물인간 상태가 되었다. 앞으로는 먹고 마시는 모든 일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여석진은 두 사람을 불러 그를 돌보라고 명령했다.“잘 돌봐
나하늘은 플로리아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 도시는 수천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었다. 그 도시에서 폭발이 일어났는데 여석진이 살고 있던 곳이었다. 주변의 장치들이 반응했을 때 그는 이미 K와 함께 헬리콥터를 타고 본부로 향하고 있었다.설기웅과 최용호는 700미터 떨어진 곳에서 차에 앉아 컴퓨터의 빨간 점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짧은 시간 내에 이 지역 IP주소를 해킹했다. 모두 BKS의 사람들이었다. 이 조직은 한때 플로리아에 나타난 적이 있는데 극소수의 사람들만 알고 있었다. BKS는 연구 기지만큼 미스터리하지 않았다. 그래서 최용호와 원진의 정보망을 이용해 K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K는 구금섬 밖에 나타나 자신의 위치를 드러낸 적이 있기 때문에 구금섬 밖에서 그를 감시하기만 하면 금방 그의 행방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워낙 교활한 K는 BKS의 본부로 돌아가지 않고 이 도시로 왔다.이곳은 대장로와 3장로가 은퇴 후 거주 중인 도시였다. 여석진도 이곳에 살고 있으며 두 장로를 보호하기 위해 BKS의 일부 세력이 여기에 흩어져 있었다. 이때 원진의 사람들이 이곳을 폭격하여 나하늘의 거처와 두 장로의 거처가 전부 파괴되었다. 3장로는 이미 여석진에 의해 다른 곳에 옮겨졌다. 이제 한 무리의 사람들이 BKS의 본부로 향하고 있었다. 그들은 부하들에게 원진의 무리를 매복하여 계속 공격하라고 지시했다. 헬리콥터에 앉아 있는 K는 입꼬리가 올라갔다. “놈들이 여기를 찾은 모양이네요. 반승제가 아리카로 갔으니 이 도시는 안전할 줄 알았는데.”여석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지었지만 그 미소가 눈가까지 드리우지는 않았다. 두 사람 모두 반승제가 아리카로 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연구 기지에서 일부러 소식을 흘려 연구 기지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유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최근 유행하는 질병은 연구 기지의 결과물이었다.칸다는 몇 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큰 질병이 창궐하고 그때마다 인구의
진백운과 진세운은 달랐다. 진백운은 항상 연구 기지에서 살았고, 연구의 대상이었다.다섯 살이 되기 전까지 그와 함께한 것은 온통 차가운 기기뿐이었다. 그는 유리를 통해 흰 가운을 입은 사람들을 바라보며 그들이 전부 엄마와 아빠라고 생각했다.다섯 살이 되기 전까지 푸른 하늘이 무엇인지, 초록 잎새가 무엇인지, 바람이 무엇인지, 아무것도 몰랐다.진세운에게 접촉하라고 파견되었을 때 진백운은 처음으로 바깥 세상에 나가 보았다. 어릴 때부터 호르몬 주사를 맞은 그들은 다섯 살이지만 아이큐는 월등히 높았다. 아마도 그의 얼굴에 나타난 놀라움과 그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보며 측은지심을 느낀 건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진세운은 연구 기지로 돌아가겠다고 바로 약속하지 않았다. 진세운은 그때 이렇게 말했다.“하늘이 이모의 의견을 들어봐야겠어.”그는 몇 년 동안 조직에서 살면서 나하늘을 자기 어머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나하늘에게 이 일을 털어놓기를 망설이고 있을 때 대장로와 나하늘이 하는 말을 들었다.“K는 아이큐가 높고 보통 아이들보다 훨씬 똑똑하지만 냉혈한 성정을 타고난 아이야. 이런 사람들은 집단 명예 의식이 없는 경향이 있어. 게다가 다스리기도 어렵고 리더가 되기에는 적합하지 않아.”“대장로님, K는 우선 제외해요. 사실 이미 적합한 후보를 염두에 두고 있어요.”하지만 그녀는 그 후보가 자신의 딸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이 말을 전부 들어버린 진세운은 자신의 불타오르는 열정에 찬물을 끼얹는 것 같았다. 그는 나하늘이 BKS의 책임자이자 성녀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모두가 무조건 그녀의 말을 따라야 했고 그녀가 누군가를 부인하면 이 사람은 조직 내에서 결코 미래가 없는 셈이었다.“대장로님, 이 아이는 많은 작은 동물을 죽였어요. 잔혹성을 띤 유전적 요소가 있어 친구를 사귀기 어려울 거예요. 앞으로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되도록 올바른 길로 인도해야 해요.”이것은 나하늘이 대장로에게 한 충고였지만 대장로의 눈에는 고작 다섯 살짜리 아이였기 때문에 마
연구기지에서 연락을 받은 진세운은 진백운과 함께 가보려 했다.진백운은 마치 그의 그림자 같았다. 독립적 사고능력이 없는 그림자 말이다.진세운이 시키면 그저 꼭두각시처럼 하는 것이다.비행기에 탄 후 진백운이 물었다.“이번에야말로 반승제를 영원히 못 돌아오게 할거지?”“응. 처참하게 죽여야지.”이 시기에 아리카에 가다니. 반승제는 목숨을 내놓고 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아리카의 역병 상황은 여전히 국제적으로 매일 보도되고 있었으며 모든 국가는 국민들에게 칸다가 통제할 수 있을 때 즉각 철수하라는 통보를 내렸다.질병이 다른 곳으로 퍼지기만 하면 세계적인 재앙이 될 것이니 말이다.금방 칸다에 도착한 반승제는 호텔을 찾았다.제로 역시 그와 같은 호텔에 머물렀다.밤이 되자 반승제의 사람들이 호텔에 더 투숙했다.그들이 컴퓨터 앞에서 회의하고 있을 때 누군가 반승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화면을 보니 낯선 사람이 보낸 지도 사진이었다.이 사진은 반승제가 아리카로 오기를 선택하게 한 관건이 되는 물건이기도 했다.이 낯선 사람이 누군지는 몰랐지만, 사흘 전 그는 반승제에게 구금섬에 대한 지도를 보내주었다.지도에는 구금섬의 위치가 자세히 그려져 있었으며 비밀통로도 포함이었다.더 중요한 건, 지도를 그려준 사람이 반승제가 구금섬에 있을 때 비둘기로 외부와 연락을 하던 위치까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반승제가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음에도 말이다.분명 보통 사람이 아닐 것이다.하지만 그땐 반승제가 이미 노예찬의 도움으로 비밀통로로 들어갔기 때문에 지도가 쓸모 없어진 이후였다.그러나 이틀 전 그 사람에게서 칸다에 대한 지도를 받았다. 이번에는 지도 위에 연구기지의 위치가 자세히 표시되어 있었다.칸다에서 역병이 창궐했기에 반승제는 감히 성혜인을 데려오지 못했다.성혜인의 성격이라면 그녀와 상의해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여 반승제는 위험을 무릅쓰고 자기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이 지도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인하려 했다.현재 연구기지의 위치를
하지만 이미 아리카로 떠난 사람을 어찌하겠는가.성혜인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화를 진정시켰다. 머릿속에 떠다니는 수많은 말들을 마침내 한마디로 정리해 메시지를 보냈다.[안전 조심해요.][혜인아, 걱정하지 마. 얼른 돌아갈게. 방금 아리카에 도착해서 상황을 잘 몰라서 누군가 추적할까 봐 수시로 핸드폰 전원을 끌 거니까, 만약 전화를 받지 못했더라도 조급해하지 마. 사흘에 한 번씩은 진행 상황을 꼭 알려줄 게]그는 말할수록 성혜인이 화를 낼까 봐 두려워졌다. 결국 메시지 뒤에 한마디를 덧붙였다.[그래도 되지?]이미 이렇게 된 마당에 성혜인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성혜인은 그가 이렇게 무모한 일을 하는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바로 설의종의 목숨이 위태롭기 때문이었다.게다가 나하늘의 상태를 봐서 하루빨리 연구기지를 찾아내야 했다.[네.]그녀의 단마디 답장에 화가 났음을 알 수 있었다.감정표현에 서툰 반승제는 이모티콘에서 어렵게 고르고 골라 귀엽게 입을 맞추는 이모티콘을 전송했다.이모티콘을 본 성혜인은 화가 사르르 풀렸다.성혜인을 잘 달랜 후 반승제는 얼른 전원을 껐다....두 시간 후, 보냈던 정찰대가 돌아왔다.“대표님, 병원에 매 세 걸음마다 카메라가 있습니다. 일반 병원이었다면 절대 카메라를 이렇게 많이 설치하지 않았을 겁니다.”어찌 그뿐이겠는가. 칸다 같이 낙후한 곳은 여건이 좋지 않으므로 카메라는 중요한 장소에만 설치되어 있었다.고작 진료를 보는 병원에 이렇게 많은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는 것은 무언가 꿍꿍이가 있다고 광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다른 건?”“기증한 후의 시신은 의학 연구에 쓰인 후 어떻게 처리했는지 기록해야 하는데 이 병원은 이에 대한 자세한 기록이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환자로 위장하고 영안실에 실수로 들어갔더니 총을 든 사람에게 위협당했습니다.”영안실은 시신을 보관하는 곳이다.“그리고 병원의 몇몇 주요 관계자 배후에 있는 가족들은 정상인 것 같아 보이지만 조사해 보니 모두 신분을 산 사람들이었습니
낮이 되자 몇 명이 일찍 집을 나섰다.반승제는 또 제로에게 밖을 서성이되 티 내지 말라며 당부했다.제로는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도시를 누비기 시작했다.진세운과 진백운은 오후에 도착했다.그러나 그들은 칸다의 도시가 아닌 연구기지 본부로 헬기를 타고 곧장 향했다.지구의 허파에서 가장 복잡한 지형을 차지하는 연구기지는 표면이 가장 울창한 숲으로 덮여 있고 각종 독극물로 둘러싸인 끝없는 지하에 자리 잡고 있었다.처음 이 프로젝트에 몇십조를 투자한 후 수십 년이 지났음에도 연구 기지는 여전히 새것처럼 깨끗했다.입구의 동공 스캐너가 두 사람의 신원을 확인했다. 연구 기지는 10M 간격으로 외부인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이러한 테스트를 했다.동공 데이터 외에도 마지막 테스트에는 보행 기록 비교 기기가 있었다.앞에 놓인 20미터 길이의 복도 곳곳에 카메라가 달려있었으며 들어오는 사람들의 걸음걸이를 기록과 비교했다. 데이터가 부적합하면 머리 위에 총구가 겨눠지고 곧이어 비명이 들린다. 곧이어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사람들이 조용히 와서 시신을 수습한다.이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연구 기지에 외부인이 침입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진세운과 진백운은 데이터 테스트를 거쳐 마침내 로비에 도착했다.몇천 평이 되는 로비에는 전부 하얀 가운을 입은 직원들이 있었다.그러나 다른 연구소와 달리 이곳 직원들은 평생 연구기지를 떠날 수 없는 발고리를 착용하고 있었다.일단 떠나면 발고리가 폭발할 것이며 절대 다리 하나가 부러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진세운이 곁에 있는 직원에게 물었다.“선생님은요?”“안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안내하는 직원을 따라 겹겹한 방을 넘어서야 선생님이 계시는 은밀한 방으로 갈 수 있었다.이곳은 연구기지 내부 직원이 사는 곳으로 진세운은 입구에 서서 능숙하게 문을 두드렸다.그와 진백운의 선생님은 우아한 중년 여인이었으며 이름은 배민희였다. 30년 전부터 연구 기지에 있었던 그녀는 현재 50세가 되었다. 그녀는 연구 기지에 많
해파리 도장이 바로 옆에 놓여 있는데도 그녀는 더 보지 않았다.방 안에 침묵이 돌았고 진세운은 도저히 그녀의 마음을 알 수 없었다. 그는 줄곧 배민희의 속셈을 알지 못했다.배민희가 테이블 위의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입꼬리를 올렸다.“전에 말했던 그 사람은? 나하늘의 딸?”“아직 살아 있습니다.”배민희가 눈살을 찌푸렸다. 진세운은 종래로 실수 하지 않는 사람이다. 진세운이 칼을 빼어 들었다면 그 아이는 지금 살아있어서는 안 되었다.“살 기회를 줬나 보네?”“그냥 죽이기엔 너무 재미가 없어서요.”관찰실의 사람들처럼 실험용 가축으로 만들어야 했다.제일 처음 성혜인을 데리고 BKS로 돌아가려 했을 때의 속셈이었다.우선 우두머리의 권력을 느끼게 하고 신뢰를 얻은 다음 연구 기지로 데려오는 것.그때의 성혜인은 마치 실험용 생쥐 같았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하든 꼭두각시처럼 따르기만 하는.하지만 그가 방심했다. 성혜인이 우두머리의 자리도 탐내지 않고 오히려 반승제와 함께 지낼 방법을 생각했던 것이다.우습기는.나중에 그녀가 구금섬에 있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에는 더 이상 봐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설기웅과 원진의 지원이 너무 빨랐고, 게다가 난동을 부린 노예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물러났으며 오히려 자신의 행적까지 드러나게 하고 말았다.배민희가 손에 든 잔을 보며 손을 저었다.“피곤해. 너흰 얼른 나가.”진세운과 진백운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가로 향했다. 어깨 너머로 배민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쪽에서 회장 자리 추천인 보고해야 하는데. 세운아, 추천서 쓰면 내가 올려줄게.”연구기지에는 총 20명의 회장이 있으며 내부 핵심 인력과의 의사소통을 담당했다.진세운이 연구 기지에서 오랜 세월을 보냈고 핵심 인력과 접촉할 수 있었지만 엄격한 추천 절차가 있었기에 승진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드디어 기회가 생긴 것이다.일단 회장이 되면 연구 기지에서 연구해 낸 알약을 한 정 없이 마음대로 쓸 수 있었다.진세운이 만족스러운 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