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았어, 얼른 가자.”단유혁은 웃는 얼굴로 두 사람을 데리고 레스토랑으로 출발했다.그는 원래 두 사람을 데리고 현지 음식을 먹으러 가려고 했다. 하지만 두 사람 다 단칼에 거절해 버렸다.현지인이 한 음식이라면 배에서 질리도록 먹었다. 레스토랑 음식이 더 맛있다고 해도 이미 생겨버린 편견을 깰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이제는 도전하고 싶지도 않을 정도였으니 말이다.그래서 단유혁도 금방 다른 레스토랑을 찾았다. 현지 음식이 맞지 않는 건 그도 마찬가지였다. 현지 레스토랑은 그저 다양한 문화에 관심이 많은 강하랑이 좋아할 것 같아
강하랑이 화제를 돌린 다음 식사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계속되었다. 나눈 얘기라고는 가벼운 일상밖에 없었다. 어쩌다가 기분 상할 화제가 다시 시작되면 모두 일제히 다른 말을 했다.점심밥을 먹고 나서 단유혁은 두 사람을 호텔에 데려다 주리고 했다. 비행기 시간은 내일 오전이었는데, 오늘은 오후 내내 실컷 자고 저녁에 잠깐 나가서 놀 예정이었다.이에 관해 강하랑도 별다른 의견이 없었다. 노는 것을 거절할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호텔로 가는 길 그녀는 장난스레 해외여행을 하게 되었다고 말하기도 했다.차에서 단이혁이 영상통화를 걸어왔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무방비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파리가 주변에서 윙윙거리면 신경 쓰이기 마련이다.“빨리 들어가서 쉬자. 로비에 직원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난 큰형이 부탁한 일 있어서 공장에 잠깐 가봐야 해. 저녁에 다시 데리러 올게.”강하랑은 이제야 단유혁이 내릴 기미 없던 이유를 알아차렸다. 지금도 그는 안전 벨트도 풀지 않고 있었다.먼저 차에서 내린 그녀는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운전 조심하고 저녁에 봐요.”“응, 저녁에 봐.”...황소연과 함께 호텔 로비에 들어선 다음 강하랑은 엘리베이터에 오르지 않
강하랑이 태연하게 앉아 있을 수 있는 이유는 남자가 지나친 행동을 보이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남자가 그녀에게 화를 낸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하지만 번마다 겉보기에만 무서웠지 실질적인 위협은 가하지 않았다. 그가 여자를 때릴 정도로 막돼먹은 사람도 아니었다.남자의 분노는 그냥 얼굴에만 드러나 있었다. 표정이 무서운 것 외의 다른 행동은 보다시피 나타나지 않았다.담이 작은 사람이라면 무조건 그의 기세에 겁먹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익숙해졌거나, 담이 큰 사람이라면 절대 무서워할 리가 없다.강하랑은 이제 익
“이혼하자.”결혼 3년 만에 연유성이 두 번째로 그녀에게 건넨 말이었다.첫 번째로는 신혼 첫날밤이었다.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그의 앞으로 다가가 한 바퀴 빙 돌더니 방긋 웃으며 그에게 예쁘지 않으냐고 물었다.그러자 그가 답했다.“결혼식은 이미 끝났으니 내가 보낸 사람이 널 공항까지 바래다줄 거야.”그렇게 그녀는 결혼식 끝나자마자 3년간 홀로 해외에 나가 살게 되었다.다만 그녀는 돌아오자마자 이혼하자는 말을 듣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이혼이라. 오늘은 그들의 결혼기념일이기도 했다.“굳이 꼭 이혼해야 해?”
강하랑은 잠깐 침묵에 잠겼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후련한 어투로 말했다.“그래도 죽지 않고 살아 있잖아. 그 덕에 운 좋게 오빠도 찾고 말이야. 그 사람들은 나를 키워주기도 했으니까 그냥 여기서 그만하자.”그녀는 그간 키워준 은혜로 이번 사건을 눈감아 줄 생각이었다.“막내야...”남자가 뭐라 말을 이어가려던 순간, 누군가가 그녀의 방문을 두드렸다.그러나 강하랑은 문밖에 있는 사람을 신경 쓰지 않았다.“오빠, 나도 오빠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하지만 지금은 그 일에 신경 쓰고 싶지 않아서 그래. 난 어차피 곧 그
그는 고개를 떨군 채 물었다.“그럼 너는?”“뭐?”그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낮았던 탓에 강하랑은 제대로 듣지 못했다.“아무것도.”그는 서류를 고쳐 들고 이내 다시 강하랑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며 말했다.“일찍 쉬어.”강하랑은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그래, 너도.”말을 마친 그녀는 바로 방문을 닫아버렸다.연유성은 굳게 닫힌 문을 보며 얼굴을 잔뜩 굳혔다.머릿속에 담담한 미소를 짓고 있는 강하랑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는 시선을 옮겨 손에 든 서류를 보더니 몸을 틀어 자리를 떴다.바로 다음 날, 강하랑은 강씨 가문의
강하랑은 일부러 꾸물거렸다.연유성이 또 다시 그녀에게 연락해서야 그녀는 별장에서 나왔다.이미 운전석에 앉아 있었던 연유성은 성의없이 달려오는 형체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는 조수석에 있는 선물 상자를 바로 세웠다.“아, 기다리게 해서 미안. 오후에 낮잠을 자서 좀 늦었네.”강하랑은 뒷좌석의 문을 열면서 태연하게 말했다.자동차 백미러를 통해 그녀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던 연유성은 핸들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을 꽉 주게 되었다.“너 그렇게 입고 파티에 가려고?”강하랑은 의아한 듯한 목소리로 자신의 옷을 보며 말했다.“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