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화면 속에서도 초췌해 보이는 연성태의 모습에 그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피식 웃었다.“어떻게 되긴요. 할아버지께서 더 잘 아시는 거 아닌가요?”오병욱은 실시간으로 상황을 전부 연성태에게 보고하고 있었다.그런데 영상통화로 다시 상황을 묻는 것을 보니 다들 기적을 바라고 있는 것 같았고 원하는 대답을 듣고 싶은 것이 분명했다.아쉽게도 그는 원하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는 연성태가 자신과 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연유성은 핸드폰 화면에 나오고 있는 실망 가득한 모습의 연성태를 보았다. 그
연성태도 연바다가 이토록 쉽게 세상에서 사라질 거라곤 믿지 않았다. 그래서 그도 계속 찾아보길 바랐다.인근 어느 마을이라던가, 작은 무인도라던가, 또 아니면 인적이 드문 병원이라던가 말이다...어쨌든 쉽게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그렇게 하여라. 서해 쪽 사람들에겐 내가 미리 말해두마. 앞으로 너한테 맡기겠다고. 오병욱도 잠시 네 곁에 붙여주마. 오병욱이 거기 있는 사람들과 대부분 일면식이 있으니 오병욱한테 소개받으면 될 거다. 네가 나중에 익숙해지면 다시 돌아오라고 하마.”연성태는 그럼에도 행여나 익숙하지 않은 업무에 괴롭힘
만약 강하랑이 그의 옆에 있었더라면 분명히 이 아름다운 야경을 좋아했을 것이다.하늘에 뜬 별과 달, 그리고 일출과 일몰, 전부 그녀가 좋아하는 것이었다.연유성은 순간 강하랑과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 시절이 어렴풋이 떠올랐다.그때는 아무런 오해도,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그는 껌딱지처럼 자신을 졸졸 따라다니는 강하랑을 좋아했다. 그때의 강하랑은 항상 예쁜 눈웃음을 지으며 그의 보폭을 따라가려 했으니까.더운 여름날 방학만 되면 강하랑은 연씨 가문 본가에서 지냈고 번마다 그와 몰래 옥상으로 올라가 작은 의자에 앉아 밤하늘의 별과 달
4년 후.금호상 영화제가 서해시에서 열렸다.지난 4년 동안 사람들은 서해시에 갑자기 무슨 좋은 바람이 불어 많은 제작사가 생겼는지 수군댔었다.항구 쪽 지원은 둘째 치고 한주시에 있던 XR 엔터에서는 갑자기 지사를 만들어 서해시로 옮겼고 영호시에 있던 MRC에서도 지사를 서해시에 지었다.그뿐만 아니라 Z세대를 위한 e스포츠 라이브 플랫폼으로 유명한 기업 GW에서도 서해시에 기반을 두고 e스포츠 클럽 기지를 설립했고 관련 테마파크는 이미 서해시의 관광 산업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었다.그 덕에 e스포츠와 연관이 있는 게임 회사에서
이 댓글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하며 ‘좋아요'를 눌렀다.조금 황당한 내용의 영화였고 마치 의식의 흐름에 따라 촬영한 것 같기도 했으며 영원히 다음 장면이 무엇인지 알아맞힐 수 없었다.어쩌면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내용을 찍은 것일 수도 있었다. 또 어쩌면 평범하게 살려고 했던 주인공이 결국 마지막엔 행복하게 되었다는 내용일 수도 있었다.친구나 가족, 그리고 시장에서 장을 보다가 생긴 사소한 말다툼, 아이를 유괴당한 어느 아이 엄마의 고통스러운 삶을 표현하고 싶었을 수도 있었다.영화에 등장한 인물은 너무나도 많았지만, 그 인
온마음은 단이혁의 표정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 길게 한숨을 내쉰 그녀는 배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요즘 아이 때문에 그런지 자꾸 사랑 씨가 꿈에 나와요...”4년 전 서해 바다에 빠져서 실종된 강하랑의 이름은 단씨 가문의 금기어가 되지 않았다. 그녀가 여전히 이 세상 어딘가에 살아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지금도 그녀와 비슷하게 생긴 사람을 발견하면 곧장 달려가서 확인하고는 한다. 물론 돌아온 건 언제나 실망스러운 대답뿐이었다. 그런데도 단씨 가문에서는 그녀를 포기하지 않았다.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그녀에게 어울릴만한 옷이나
단이혁이 다급한 발걸음으로 떠난 다음 카메라는 전부 온마음을 향해 돌아갔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겨우 몸을 일으킨 그녀의 모습은 흡사 남편에게 버림받은 아내와 같았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화기애애하던 댓글창의 분위기는 갑자기 180도 변했다.[헐, ㅈㄴ 어색하네. 아까 축하하던 사람들 빨리 나와서 말해봐ㅋㅋㅋ.][미친, 연기할 거면 끝까지 하면 안 됨? 이러면 아까 부러워하던 내가 뭐가 됨? 하... 짜증나...][온마음 불쌍해. 임신까지 했는데 남편이 바람난 거야? 이래서 재벌은 믿으면 안 된다니까.][남자를 욕하는 건 괜
“못 따라갔어. 근데 그 사람... 사랑이가 맞는 것 같아.”단이혁은 최대한 빨리 쫓아갔는데도 결국 늦고 말았다. 하지만 마음이 자꾸 그를 어딘가로 이끌었다. 마치 오래전의 해외에서 강하랑을 한눈에 발견했을 때처럼 말이다.그는 마음이 이끄는 대로 한참 걸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길을 잃고 말았다. 그래서 보이는 대로 아무 휴게실이나 들어가서 가만히 앉아 있었던 것이다.그는 속으로 간절히 기도했다. 불쌍한 강하랑에게 행운이 깃들기를 간절히 기도했다.오래 서 있다 보니 다리가 시큰거렸던 온마음은 단이혁의 손을 잡고 소파에 앉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