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바다는 당연히 무엇이 웃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저 착각한 것이 뭐가 그리 웃기겠는가?하지만 그는 그 속마음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고 그저 담담하게 웃으며 밤바람을 즐기고 있는 그녀를 보았다.“이미 한 바퀴 다 돌았는데 돌아갈까?”“벌써?”강하랑은 아쉬운 듯한 모습이었다.“안 그러면? 이미 반 시간 걷고 있었어. 하랑이는 얼마 안 걸은 것 같은 거야?”연바다는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그녀에게 보여주며 미소를 지었다. 은은한 가로등 아래에 서 있었던 탓인지 그의 눈동자는 마치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보였다.강하랑은
들려오는 여자의 목소리에 소파에 앉은 남자도 정신이 들게 되었다.고개를 든 연바다는 그윽한 시선으로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여자를 보았다.강하랑은 금방 샤워하고 나온 터라 머리끝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고 원래부터 마른 몸이었던 터라 환자복을 입고 있으니 더욱 나약해 보였다.다행히 샤워하고 나온 뒤라 많은 수분을 흡수한 것인지 말끔해진 그녀의 모습은 낮처럼 창백하지 않았고 얼굴에 혈색도 도는 듯했다.연바다는 강하랑에게서 시선을 돌려 산책할 때 그녀가 입었던 얇은 겉옷을 보았다.원래 병실 안에서는 은은한 싱그러운 냄
생각에서 나온 연바다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태연한 모습으로 말했다.“하랑아, 기억 안 나? 이 상처 네가 그런 거잖아.”“...내가?”점점 확장되는 그녀의 눈을 보니 놀란 것이 분명했다.연바다는 그녀와 눈을 맞추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내려고 했다.그는 욕실 문에 기대며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는 듯 다소 어두워진 눈빛을 하고 있었다.“응. 진짜 기억 안 나? 운학산에 있을 때 네가 호수에 빠졌었잖아. 내가 널 구하려고 뛰어들었다가 밀려오는 물살에 휩쓸려 바위에 찍혀버렸거든. 그래서 이렇게 흉터가 생긴 거야.”“그리고
연바다가 욕실에서 나왔을 때 베개에 머리를 묻은 채 소파에서 누워있는 강하랑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정말로 잠들어 버린 것인지 그가 걸어오고 있음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하랑아?”연바다는 그녀를 불렀다. 하지만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나른하게 소파에 누운 그녀는 머리를 베개에 파묻은 채 아무런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연바다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몇십 분 전만 해도 여자는 그에게 피곤하면 쉬라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은 본인이 먼저 자고 있었다.이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되었다. 여하간에 강하랑은 환자였으니
‘하랑이를 데리고 간 후에도 그 사람들 때문에 겁에 질리게 할 수는 없어.'그렇게 생각한 연바다는 소파에서 일어나 핸드폰을 확인했다.하지만 확인한 그 순간 그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져 버렸다.연바다는 그 외에 별다른 티를 내지 않았다.그저 핸드폰 화면만 빤히 보다가 싸늘해진 얼굴로 핸드폰 화면을 끄곤 다시 누워버렸다.그러나 핸드폰은 주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 지 1분도 지나지 않아 다시 화면에 빛이 들어왔다.연바다는 긴 팔을 뻗어 핸드폰을 엎어버렸다.아쉽게도 테이블은 유리 테이블이었기에 핸드폰 전원을 끄거나, 방해금지
시선이 마주치자 강하랑뿐만 아니라 단이혁마저도 멋쩍게 느껴졌다.다행히 강하랑을 난처하게 하지 않은 단이혁은 헛기침을 내뱉으려 시선을 돌렸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엘리베이터에서 나온 후 그는 당연하게 강하랑 앞으로 몸을 굽혔다.“우리 동생, 힘들면 오빠한테 업혀.”“...”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이 어떤 감정인지 모르지만, 그녀는 거절하지 않았다.강하랑은 널찍한 단이혁의 어깨를 보더니 갑자기 피식 웃으면서 그대로 업혔다.익숙하고도 낯선 이 기분에 가슴 한쪽이 따스해지는 것 같았다.원래는 조금 어색하였다. 하지만 단이
아마도 두 사람에게 뒤쫓아오라고 한 탓인지 단오혁과 단유혁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이혁이 형, 하랑이 상태를 좀 확인할게요.”정차한 후 단시혁은 고개를 돌려 말했다.그의 본업은 비록 의료 기기 연구원이었지만 대부분 시간을 연구실이 아니면 병원에서 진료를 봐주고 있었기에 이 방면에서 지식이 빠삭했다.강하랑을 뒷좌석에 태울 때부터 단시혁은 뭔가 이상함을 눈치챘다.아무리 열을 내리기 위해 수액을 맞았다고 해도 수액의 부작용으로 이렇게까지 깊이 잠들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약속 장소로 오는 길은 울퉁불퉁하였다. 하지만 흔들리는
단이혁의 안색은 빠르게 어두워졌다. 하지만 그가 답장하기도 전에 또 하나의 음성 메시지가 왔다. 연바다의 여유로운 목소리에는 싸늘한 냉기가 담겨 있었다.“하랑이는 아직 안 깼죠? 하랑이가 단 대표한테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는 익히 알고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하랑이를 다시 데려다준다면 아무 일도 없었던 거로 해줄게요. 단 대표의 동생들도 무사히 돌려보낼 수 있어요.”그 말인즉슨 강하랑을 병원에 돌려놓지 않는다면 단오혁과 단유혁이 무사하지 못하리라는 뜻이었다.단이혁은 속에서 불이 활활 끓어오르는 것만 같았다.“내가 어떻게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