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인즉 한 여자를 위해 이런 선택까지 할 가치가 있냐는 뜻이었다.연유성은 별다른 말도 없이 대답했다.“네. 후회 안 해요.”연유성의 눈빛은 단호했다.그는 이미 강하랑을 포기한 것에 후회하고 있었다. 그런데 또 어떻게 포기를 할 수 있겠는가?아무리 그녀가 더는 그를 봐주지 않는다고 해도 그는 오늘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물론 미래는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그는 자신이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미래보다 지금 강하랑의 소식을 하나라도 더 알고 최선을 다해 그녀를 찾는 것이 더욱 중요했다.
운학산.폐건물 꼭대기 층. 건물 표면에는 푸른 이끼가 가득한 아주 낡고 허름한 폐건물이었다.그리고 건물 안쪽 지하주차장에는 꽤나 많은 사람이 모여있었다.입구를 지키고 있는 존재감 없는 노랑머리와 중간에 모여 화투를 치면서 술을 마시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옆에서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여섯 되었다...“필무 형님, 그 여자는 우리가 어떻게 처리할 건가요? 위에서 아직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니라고 봐요.”화투판을 벌이고 있던 무리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맞은 편에 앉아 작은 눈을 찌
산속에서 피를 흘리고 덩그러니 버려졌으니 하루 동안 어떻게 버티고 있겠는가?노란 머는 다들 놀란 것 같은 기색에 말을 보탰다.“하지만 규철이와 형만이 목숨은 아직 붙어 있었어요. 이미 병원으로 보냈으니 아마 살아날 수 있을 거예요.”“이런 X발 것들이!”김필무는 바로 욕설을 내뱉으며 흉흉한 기세로 지시를 내렸다.“가! 가서 그 년을 데리고 와! 감히 우리 애들한테 그런 짓을 해?! 내가 꼭 이 대가를 치르게 해서 복수할 거야!”“하지만 필무 형님, 그년 신분이 보통 신분이 아닌 것 같았어요.”김필무 옆에 있던 동진은 바
철제 케이지의 문은 순식간에 열렸고 주위에선 사람들의 시끄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마치 지력이 달리는 원시인 같은 사람들이 사냥감을 보고 환호하는 듯한 소리였다.강하랑은 아무리 피곤하다고 해도 이런 상황에서 계속 자는 척할 수 없었다.그녀는 천천히 눈을 떠 자신을 보고 흥분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입술을 틀어 물었다.케이지 안으로 침을 뱉는 사람과 중지를 펴 보이는 사람, 그리고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그녀가 어떤 물건인지 훑어보는 사람도 있었다.강하랑은 이런 시선에 다소 혐오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 일단 그들의 말
대체 누가 도로를 이딴 식으로 만든 것인지 모르겠지만 버려진 후로 길을 고치는 사람도 없었기에 더욱 겁이 났다.연바다는 그렇게 가는 길 내내 연도원의 잔소리를 듣게 되었다. 처음에는 짜증스럽게 반박하기라도 했지만, 점점 산길 깊이 들어갈수록 그는 상대하기도 귀찮아 무시해 버렸다.그리고 연도원의 목소리도 점점 작아지더니 결국 입을 다물게 되었다.차는 빠르게 달려 목적지에 도착했다. 연바다는 바로 문을 열어 다쳤다는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이 싸늘한 얼굴로 건물 쪽을 향해 걸어갔다.“아이고 도련님! 제발 좀 천천히 가세요!”연
이 소리를 듣고 지하 주차장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움직임을 멈춘 채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연바다 혼자 서 있는 것을 보고는 하나같이 경멸의 미소를 보였다.“누가 이렇게 시끄럽나 했더니 다친 개새끼였네. 우리가 아니었으면 진작 산에서 죽었을 개새끼 말이야.”김필무는 연장을 휘두르면서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여유로운 자태로 말을 이었다.“우리가 그동안 저 새끼한테 당했던 것만 생각하면 난 아직도 열이 치밀어 올라. 다들 마찬가지지?”사람들은 시끄럽게 동의했다. 주차장을 꽉 채운 소리는 그대로 한참이나 울려 퍼졌다.바닥에 엎어
만약 도망가는 사람을 새에 비유한다면, 주차장의 모습은 지진의 전조와 같았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은 연바다와 같은 무기가 없었기 때문이다.김필무를 제외한 다른 사람도 총알에 맞아 쓰러지는 것을 보고 주차장은 더욱 시끄러워졌다. 그리고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해 도망쳤다.연바다는 느긋하게 바닥에 쓰러진 강하랑을 향해 걸어갔다. 주변이 너무 시끄러워서인지, 아니면 자신이 깔고 누운 사람이 마음에 안 들어서 인지, 그녀는 눈도 뜨지 못하면서 몸을 한쪽으로 옮겼다.그녀의 앞에 꿀어앉은 연바다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이 와
지하 주차장은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사이에 쓰러진 두 사람은 아주 눈에 띄었다. 기억과 많이 다른 자세로 쓰러진 두 사람을 보고 주절주절 설명하던 양아치는 의아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뒤따라오던 사람들도 발걸음을 멈췄다. 따라서 소란스럽던 목소리도 전부 멈췄다.이때 한 사람이 먼저 정신 차리고 부랴부랴 뛰어갔다.“하랑아!”연유성은 당장이라도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강하랑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부리나케 달려갔다.머릿속은 진작 창백해졌다. 양아치들의 설명도 귀에 들어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