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리를 듣고 지하 주차장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움직임을 멈춘 채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연바다 혼자 서 있는 것을 보고는 하나같이 경멸의 미소를 보였다.“누가 이렇게 시끄럽나 했더니 다친 개새끼였네. 우리가 아니었으면 진작 산에서 죽었을 개새끼 말이야.”김필무는 연장을 휘두르면서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여유로운 자태로 말을 이었다.“우리가 그동안 저 새끼한테 당했던 것만 생각하면 난 아직도 열이 치밀어 올라. 다들 마찬가지지?”사람들은 시끄럽게 동의했다. 주차장을 꽉 채운 소리는 그대로 한참이나 울려 퍼졌다.바닥에 엎어
만약 도망가는 사람을 새에 비유한다면, 주차장의 모습은 지진의 전조와 같았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은 연바다와 같은 무기가 없었기 때문이다.김필무를 제외한 다른 사람도 총알에 맞아 쓰러지는 것을 보고 주차장은 더욱 시끄러워졌다. 그리고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해 도망쳤다.연바다는 느긋하게 바닥에 쓰러진 강하랑을 향해 걸어갔다. 주변이 너무 시끄러워서인지, 아니면 자신이 깔고 누운 사람이 마음에 안 들어서 인지, 그녀는 눈도 뜨지 못하면서 몸을 한쪽으로 옮겼다.그녀의 앞에 꿀어앉은 연바다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이 와
지하 주차장은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사이에 쓰러진 두 사람은 아주 눈에 띄었다. 기억과 많이 다른 자세로 쓰러진 두 사람을 보고 주절주절 설명하던 양아치는 의아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뒤따라오던 사람들도 발걸음을 멈췄다. 따라서 소란스럽던 목소리도 전부 멈췄다.이때 한 사람이 먼저 정신 차리고 부랴부랴 뛰어갔다.“하랑아!”연유성은 당장이라도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강하랑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부리나케 달려갔다.머릿속은 진작 창백해졌다. 양아치들의 설명도 귀에 들어가지
“사랑이는 어때?”강하랑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고, 단원혁과 단이혁이 가장 먼저 전화를 걸었다. 구급차에서 내린 단시혁은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몸에 상처가 좀 있고 갈비뼈 두 대가 부러진 것 같아요. 자세한 건 병원에 가봐야 알겠지만, 일단 지혈했으니까 큰 문제는 없을 거예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심하지 않은 건 아니에요.”강하랑을 찾았다고 해서 다행인 건 사실이지만 마음이 가벼워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 자신이 소홀한 탓에 그녀가 고생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단시혁은 아직도 그녀와 처음 만난 순간이 생생하게
지승우는 단세혁을 발견한 순간 입을 꾹 다물었다. 혁이들이 지승현을 더불어 자신도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기에 괜히 멈칫하게 되었다.반대로 단세혁은 지승우에 관해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그의 기억 속에서 지승우는 강하랑의 친구이기에 약간의 호감이 있기도 했다. 물론 지승현에게 그랬던 것처럼 편견이 있지도 않았다.연유성은 지승우를 힐끗 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왜 말을 하다 말아? 이쪽은 하랑이 셋째 오빠야, 말 가릴 필요 없어. 그리고 네가 조사하던 사람들도 단씨 가문에 넘길 거야.”연유성이 진짜로 원하는 것은 심부름이나 하는
병원.강하랑은 사흘째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운학산에서 병원에 온 지 사흘이나 지났지만, 그녀는 전혀 깨어날 기미가 없었다.검사 결과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갈비뼈가 부러진 것을 제외하고는 소독만 하면 낫는 상처였다. 그러니 며칠이나 정신 차리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너무 지쳐서 쉴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도 사흘이나 자는 건 단연 비정상이었다. 그래서 의사가 괜찮다고 해도 단씨 집안사람들은 시름이 놓이지 않았다.이덕환도 직접 병원에 왔다 갔다. 그도 의사와 마찬가지로 잘 쉬고 나면 자연스레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지금은 기
연성태의 미소는 점점 선명해졌다. 자신이 직접 키운 아이가 ‘미친놈’이라는 평가를 받았는데도 말이다.보통 어른은 이런 평가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별로 개의치 않는 듯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바다 걔가 조금 남다른 건 사실이다. 규칙을 지킬 줄 몰라 외국이면 몰라도 국내에서는 미친놈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하지. 바다 같은 성격으로는 큰일을 못 할 거야.”연성태는 느긋하게 말했다. 또다시 중심을 벗어난 대답에 연유성은 미간을 찌푸렸다.‘도대체 뭔 얘기를 하고 싶은 거야?’연유성이 참다못해 다시 물어
“그게 무슨 뜻이죠?”연성태는 해코지라는 말에 중점을 더했다. 얼핏 들으면 그를 안심시키는 말 같았다. 하지만 연유성이 듣기에 이는 적나라한 협박이었다. 그래서 곧바로 몸을 일으키면서 물었다.아쉽게도 연성태는 연유성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다이닝룸을 향해 걸어갔다. 연유성이 따라가서 다시 물으려고 하자, 식사 소식을 알린 사람이 앞을 막아섰다.상대는 연성태와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노인이었다. 하지만 연유성을 말려서는 모습은 전혀 노인 같지 않았다. 연유성의 손목은 잡은 손아귀 힘은 뼈가 아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