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본다고요?”연바다는 다소 어처구니없는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강하랑은 태연하게 말했다.“네, 왜요?”그러자 연바다는 피식 차갑게 웃더니 눈을 감아버렸다.“정말 지루한 사람인 것 같아서요.”그 말을 들은 강하랑은 순간 욱한 감정이 치밀어 차가운 목소리로 반박했다.“네, 지루한 사람이에요. 그래서요? 그쪽만 아니었으면 내가 이 깊은 산 속에서 달을 쳐다보고 있지 않았어요. 알기나 해요? 그쪽이 이런 짓을 벌이지만 않았어도 지금 난 우리 부모님이랑 오빠들이랑 집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을 거라고요!”‘내가 여기서 달도
“왜요, 칭찬해 주는 거잖아요. 뭐가 문제 있어요?”강하랑은 안색이 창백해진 연바다를 보며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여하간에 납치되었을 때부터 그를 욕을 날린 사람인데, 아파서 지금 가만히 벽에 기대앉아 있는 연바다가 무서울 리가 있겠는가?화가 치민 연바다는 일어나려고 애를 썼다.하지만 겨우 자세를 바로 고쳐 앉으니, 마치 온몸의 뼈가 다시 조합되는 것처럼 고통이 느껴졌고 안색이 더 창백해졌다.그 모습은 전혀 고열에 시달리는 모습 같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강하랑은 이상함을 감지하였다. 특히 연바다가 움직일 때마다 공
연바다는 눈을 감고 통증을 참다가 한참 후에야 자신의 셔츠를 들춰보았다.상처는 호수에서 생긴 것이다. 호수에서 빠져나오면서 돌에 부딪혔다. 하지만 다소 거센 물살에 강하랑을 데리고 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신경 쓰지 않았다.게다가 몸 구석구석이 아팠기에 그때는 상처가 난 지도 모르고 있었다. 나중에 체력이 다 소진되고 나서야 그는 복부 쪽에 뾰족한 돌에 긁혀 상처가 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것 또한 그가 동굴에 잠시 머물고 부하들과 만나기로 했던 장소로 가지 않았던 원인이기도 했다.셔츠 단추를 푸니 찢어진 상처에서 비피린내가
연바다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정말로 날 죽이고 싶었다면 왜 지금에서야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심지어 오늘 아침에도 그대로 도망갔어도 되었을 텐데 말이죠. 그냥 내가 여기서 죽어가게 내버려 두면 되잖아요.”먹을 것과 물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는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그는 동굴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상태였다.만약 정말로 강하랑이 그를 죽이고 싶었다면 굳이 그를 보살피면서 손을 더럽힐 필요가 없었다.오해하는 연바다의 모습에 강하랑은 미소를 지었다.“이상한 생각하지 마요. 난 애초
강하랑은 저도 모르게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이를 갈던 강하랑은 힘들게 자신의 어깨에 기댄 남자를 밀어내고 모닥불 곁으로 끌고 가 눕혔다.그리고 그때에서야 강하랑은 바닥에 흥건한 피를 발견하게 되었다.아마 어젯밤 그녀가 깨어나기 전부터 흘리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그동안 처치도 하지 않았으니 지금은 염증이 생긴 것이다.강하랑은 시선을 거두고 겉옷을 연바다의 다리에 대충 덮어주었다. 그리고 물을 떠 오기 위해 도구를 찾고 있었다.그녀가 일어나려던 순간, 연바다가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확 잡았다.“어디 가?”남자는
그렇게 생각하니 또 다른 안 좋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겨났다.동굴에는 모닥불 불빛만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마른 나무를 넣고 불을 살피는 사람이 없어 그 불마저도 점차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연바다는 시선을 떨군 채 힘겹게 나뭇가지를 모닥불에 던졌다.그러더니 나뭇가지에 불길이 옮겨붙고 점점 죽어가던 불길도 다시 활활 타오르면서 동굴 안을 환히 밝혔다.그리고 이때 연바다는 갑자기 온몸에서 느껴지는 통증을 참아가며 자리에서 힘겹게 일어났다.두 발이 바닥에 닿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거의 힘 없이 바닥으로
이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마치... 마치 갑자기 커다란 돌멩이가 그의 가슴께에 꽉 막혀버린 것처럼 답답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감정이 싫지만은 않았다.그는 이런 감정을 생전 처음 느껴보았기에 이게 대체 어떤 감정인지 몰랐다.그저 본능적으로 이 감정을 조금이라도 더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낯설고 답답하지만, 감정이 사라지길 바라지는 않았다.마치 갑자기 청력을 회복한 환자가 병원에서 나오자마자 콘서트로 달려가는 것처럼, 또 마치 갑자기 시력을 회복한 환자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구경하는 것처럼 말이다.그는 본능적으
“네?”강하랑은 오는 길 내내 그를 욕하다가 갑자기 들려온 말에 순간 고장이 나버렸다.연바다는 다시 말을 반복할 생각은 없었고 이미 동굴 벽을 짚으며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 앉으려 하고 있었다.앉으면서 상처 부위에 충격이 가했는지 밀려오는 커다란 고통에 안색이 급변했고 눈을 감은 채 한참이나 참고 있었다.강하랑은 그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한 것이 아니라 그가 무슨 의미로 말한 것인지 모를 뿐이었다.그리고 그제야 알게 되었다. 연바다가 통증을 참으면서까지 동굴에서 나온 것은 아마 나간 지 오래된 그녀가 돌아오지 않아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