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지승현을 더욱 슬프게 하는 것은 강하랑의 태도였다.강하랑은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예전의 일을 얘기할 수 있었다. “해외에 있을 때 안 좋은 일들이 확실히 있었어요. 잘사는 사람들과 못사는 사람들이 사는 곳은 천지 차이니까요. 전 그 당시에 돈이 없어서 나쁜 사람들을 자주 만났어요. 하지만 후에는 괜찮아졌어요. 이혁 오빠가 저한테 잘해줬거든요.”단이혁을 떠올린 강하랑은 또 미소를 지었다.남매라는 게 이렇다. 아무리 싸워도 서로를 떠올릴 때는 마음이 약해졌다.지승현은 미소 짓는 강하랑을 보면서도 마음이 무거웠다.그는
지승우의 말에 병상에 누워있던 남자의 표정이 드디어 약간 변했다. 검은 눈동자를 들어 지승우를 쳐다보고 있었다.“네 형이 왜, 뭐라도 했어?”“뭘 했냐고? 뭘 했기는! 매일 사랑 씨 주변만 맴돌더니 또 밥 얻어먹으러 갔어!”지승우는 연유성을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손가락으로 빠르게 문자를 보냈다. 거친 말들이 한 줄 한 줄 써졌고 화면을 가득 채운 욕설이 지승현에게 도착했다.하지만 지승현은 핸드폰을 볼 사이고 없었다.단씨 가문에서 저녁을 먹은 후, 단원혁은 따로 지승현을 불러냈다.지승현에게 따로 할 얘기가 있어서인지 다
하지만 혼인은 사업과 다르다. 지승현은 입술을 말아 올리며 손을 들어 안경을 밀어 올렸다.시선을 든 그는 예쁜 눈으로 단원혁을 마주 보았다. 잘생긴 얼굴에 요염함까지 생겼다.확실히 사람을 홀릴 만한 얼굴이었다. 만약 그가 강하랑이었다면 저도 모르게 지승현을 좋아하게 됐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잘생긴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하지만 그 껍데기 안에 어떤 마음을 품었는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는 것이다.단원혁은 지승현과 시선을 맞추며 패드를 클릭하던 손가락을 멈추었다.지승현은 담담한 어투로 얘기했다.“만약 사
그래서 실례를 무릅쓰고 처음으로 단원혁에게 반박했다. 단원혁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는 그저 웃더니 패드를 돌려놓았다.“지승현 씨, 이 자료부터 보고 결정하세요. 두 사람이 함께한다는 건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거예요. 두 사람은 독립적인 개인이 아니라 함께하게 될 테니까요. 더 크게 보면 두 가문이 손을 잡는 거죠. 엮이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무슨 일이 일어나면 같이 이겨내야 하고 이기적으로 행동할 수 없다는 뜻이에요. 알겠어요?”선택할 수는 있어도 선택의 폭이 예전보다 적어질 것이다.이게 바로 단원혁이
“다 봤어요?”패드를 내려놓는 소리를 들은 단원혁은 생각에서 빠져나와 맞은편에 앉은 지승현을 쳐다보았다.지승현은 낮은 목소리로 “네”라고 대답하고 안경을 다시 쓰고 복잡한 표정을 드러냈다.그의 분위기가 아까보다 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분노를 억누르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단원혁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그에게 설명했다.“지금 단씨 가문의 사업, 그리고 우리 형제들에게는 큰 영향이 없었어요. 하지만 앞으로 어떨지는 모르죠. 지승현 씨가 우리 하랑이에게 진심이라는 것은 알겠지만 그래도 지승현 씨도 자기 목숨이 중요할
단원혁도 의자에서 일어나 지승현의 어깨를 두드리며 얘기했다.“기회는 알아서 잡는 겁니다. 내가 주는 게 아니라.”그 말에서 단원혁의 태도를 알 수 있었다.지승현의 행동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하지만 강하랑이 지승현을 받아들일지는 모른다.결과가 어떻든, 단원혁의 말에 지승현은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강하랑의 가족으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만족스러운 일이었다.지승현은 평소처럼 미소 지으며 얘기했다.“제가 노력하겠습니다. 형님이라는 호칭을 조금 더 뻔뻔스럽게 부를 수 있도록 이요.”안경 너머로 감출 수
지승현은 고개를 저었다.“그럴 리가 있겠어요?”오히려 지승현을 도와주고 있었다.강하랑은 그것도 모르고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단이혁이 저번에 강하랑 앞에서 지승현이 늑대니 기생오라비니, 하면서 뒷담화를 너무 많이 해서 걱정된 것이었다.게다가 이번에는 단원혁이 그를 따로 불러냈으니...“우리 큰오빠가 좋지 않은 말을 했다면 크게 신경 쓰지 마요. 우리 가문 사람들... 알고 보면 다 착한 사람이에요.”마지막 말을 하면서 강하랑은 괜히 마음에 찔렸다.오빠들이 그녀에게 잘 대해주는 것은 확실했다. 항상 가장 좋은 것만 강하랑
“아이고, 이런. 우리가 때를 잘못 잡고 나타난 것 같군.”강하랑은 등 뒤로 익숙한 향기와 온화한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그대로 굳어버린 강하랑은 지승현을 확 밀어냈다. 동시에 얼굴뿐만 아니라 귀마저 빨갛게 물들어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었다.“엄마, 엄마가 이 시간에 어쩐 일로 나오셨어요?”은은한 달빛 아래 강하랑의 작은 그림자는 남자의 커다란 그림자에 겹쳐졌고 두 사람의 모습은 다른 사람 눈엔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정희월은 눈웃음을 지으며 두 아이를 보았다.“나랑 아줌마가 나오지 않았더라면 너희 둘이 대담하게 집 앞에
강하랑은 붓으로 그리는 그림을 시도해 본 적이 없었다.비록 현지에 있었지만 서양의 유화가 색감이 진하고 화려한 것이 더 잘 어울릴 수 있을 거 같다. 사진으로도 이미 한 폭의 유화처럼 아름다운 풍경이었지만, 그녀는 스스로 도전해 보고 싶었다.그래서 인터넷 영상을 따라 하나하나 연습하기 시작했다.첫눈이 내릴 때, 강하랑의 조금 만족스러운 첫 작품이 완성되었고 동시에 그녀의 다음 여행도 시작되었다.추위를 두려워하는 강하랑은 이번에는 남쪽으로 가지 않고 오히려 북쪽으로 향했다.그녀는 국내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도시로 가서 전에
굳이 단점을 말하자면, 이 마을의 물가가 너무 비싸다는 점이었다.강하랑은 초등학교에 머무는 동안, 다 함께 아껴 쓰고 절약하며 지내느라 한 푼도 함부로 쓰지 않았다.이 여행에서도 같은 습관을 유지했다.그녀는 이 생활의 정취가 짙은 이 작은 마을이, 생활 리듬이 느리면서도 물가가 수도권 도시를 능가할 정도로 비쌀 줄은 생각지도 못했고 정말 믿기 어려웠다.강하랑은 이곳에 한 달만 머물렀다.햇살이 따스한 날, 아파트의 작은 창가에 누워 맞은편 초등학교의 어린이날 예술 공연을 다 보고 나서야 집주인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다음 여행
강하랑은 설이 끝난 후 도망쳤다.그전에는 단이혁의 회사에서 잠시 일을 했다.솔직히 말해서, 연예인 지망생들의 외모는 정말로 훌륭했다.예쁜 여자들은 하얀 피부에 다리가 길쭉하고, 잘생긴 남자들은 몸매가 엄청 좋았다.정말로 선택해야 한다면, 강하랑은 평생 결혼하지 않겠다고 선택할 것이다.자신의 플레이 본능을 억제하지 않고 자유롭게 놀고 싶었다.몸매 좋은 남자들이 강하랑을 ‘누나'라고 부르는 것도 정말 좋았지만 예쁜 여동생들이 그녀를 볼 때마다 인사하면서 미소를 짓는데, 그 미소는 정말 마음을 사르르 녹였다.그녀는 돈도 많고
이것은 그녀가 예전에 행복했을 때와 다름없는 미소였다.예전 같았으면, 단유혁은 한숨을 돌리고는 강하랑을 따라 산책하고, 사진 찍고, 밥을 먹으러 갔을 것이다.하지만 최근에는, 그는 이 상황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오빠가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듯, 강하랑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녀는 머리를 기울이고, 차 문 앞에 기대어 말했다. "오빠, 나는 어떤 사람의 죽음 때문에 조금 슬펐던 건 인정하지만, 예쁘고 똑똑한 여동생이 쓰레기 같은 사람 때문에 죽고 살지 않을 거라는 걸 믿어줘, 알겠지?"그녀가 좋아했던 사람은 선행으
“하랑이는 추후 어떤 계획 있어?”단유혁은 질문을 피하며, 갑자기 화제를 전환했다.그는 강하랑의 시선을 따라 멀지 않은 해변을 바라보았다. 해변에서 햇볕을 받으며 배구를 치는 아이들과 얇은 옷을 입고 일광욕을 즐기는 청년들을 보면서, 이런 날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인생은 곧 걸어가는 과정에서의 수행이기에 많은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사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아주 단순하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음료를 마시며, 평화로운 햇살 아래에서 뛰어놀고 즐기는 것이다.이 외에 또 어떤 것이 있을까?그는 시선을 거두어 다시 강하랑에
“하지만 너 이 며칠 동안 상태가 안 좋아 보여서 안심할 수가 없었어.”단유혁은 정희월에게 메시지를 보낸 후, 차를 몰고 가며 강하랑을 한 번 흘겨본 후 농담처럼 말했다.별장에서의 어조에 비해 지금은 많이 가벼워졌다.“아이구.” 강하랑은 깊게 한숨을 쉬며 손을 가볍게 들어올렸다. “아무리 말해도 난 과다 출혈로 다친 환자야. 휴식을 취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이 말은 당연히 둘러대는 말이었다.연바다에게 끌려갔을 때, 그녀의 팔 부상은 완벽하게 처치되어 있었고 이후에도 상처가 부딪혀도 다시 열리지 않았다. 병원과 별장에서
정희월이 원래 긴장을 풀었던 마음이 다시 조여졌다.그녀는 강하랑을 달래며 말했다. “하랑아, 너 왜 그런 걸 묻니? 그 장면은 보기 좋지 않아. 만약 집에서 지루하다면 오빠에게 데리고 나가서 놀거나 나와 함께 정원에 가서 꽃을 심자.”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필요가 있을까?정희월은 직접 산에 가본 적은 없지만 뉴스에서 온서애를 실어 나가는 장면을 보았다.모자이크 처리가 되어 있었지만 여전히 사람을 깜짝 놀라게 했다.연씨 가문의 온서애도 그런 일을 겪었다면 산의 상황은 더 위험했을 것이다.비디오가 인터넷에 올라오지
강하랑은 단시혁이 돌아온 후 바로 퇴원을 했다.병원 창밖의 풍경이 좋기는 했지만 병원에 있는 것은 항상 마음이 불안하고 공기에서도 그녀가 싫어하는 냄새가 났다.그녀는 집에 가고 싶었다.단시혁의 행동은 매우 빨랐다.동생의 기분이 좋지 않고 잘 쉬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의사가 몸에 큰 이상이 없고 입원할 필요도 없다고 했으니 집에서 쉬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그는 강하랑을 데리고 서해시에 있는 단씨 가문의 별장으로 돌아갔다.이곳에는 사람이 많아 그녀를 돌보기가 편했다.게다가 곧 설날이 다가와 그녀를 자신의 아파트로 보내는
강하랑이 다시 눈을 떴을 때 보이는 것은 하얀 천장이었고, 귀에는 전자 기기의 소리가 들려왔다.공기 중에는 자극적인 소독약 냄새가 가득했고 그녀는 한참을 안정시키고 나서야 시선을 돌려 옆을 보았다.창밖의 햇살이 들어오고 있었고 그녀는 느리게 돌아가는 머리를 서서히 회전시켜 지금 자신의 상황을 완전히 이해했다--그녀가 미친 사람이라고 불렀던 그 사람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그리고 그녀의 품에서 죽었다.그가 케인에게 묻히는 것을 그녀는 지켜보았다.이후로는 더 이상 누군가가 그녀를 데려가고 강제로 감금시키고 가족을 만나지 못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