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이란 시간이 흐르고 텃밭은 어느새 장미밭이 되어 한쪽 담벼락을 차지하고 있었다.장미가 피어날 때면 항상 은은한 장미 향이 정원을 지배하곤 했다.은은한 달빛 아래에서 선 강하랑은 가슴이 벅차기도 했다.“참, 승현 씨는 왜 갑자기 장미를 좋아하냐고 물어보는 거예요?”강하랑은 고개를 홱 돌려 뒤에 있던 남자를 보았다.지승현은 시선을 내리깔더니 갑자기 입꼬리를 올렸다.“방금까지 키스해놓고 아직도 날 승현 씨라고 부르는 거예요?”강하랑의 얼굴이 다시 순식간에 빨갛게 익어버렸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피하며 다소 수줍은
강하랑의 핸드폰 화면에 바로 가족 단톡방이 나와 있었고 정희월이 찍어 올린 듯한 사진이 있었다.사진 속 여자는 비록 아담했지만 기세는 약하지 않았고 남자의 옷깃을 잡아당긴 채 바싹 붙고 있었다.남자의 모습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었고 다소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하지 못하는 눈빛으로 어정쩡하게 행여라도 여자가 넘어지기라도 할까 봐 가느다란 허리를 붙잡고 있었다.하지만 찍은 각도 탓인지 아니면 어두웠던 탓인지 두 사람이 정확하게 무엇을 하는지 찍히진 않았다.단톡방엔 전부 성인들이었다. 아직 어린이였던
지승현은 나직하게 웃으며 말했다.“알아요. 사랑 씨만 절 좋아하면 돼요.”“...”맞는 말이긴 했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들으니 무언가 기분이 이상했다.강하랑은 습관적으로 귀를 만지작거리면서 화제 전환하려고 했다.“그, 저기, 큼. 이 방이에요. 오늘은 이 방에서 지내요. 필요한 거 있으면 목희 아줌마한테 말하거나, 아니면 저한테 말해도 돼요.”“그래요.”지승현은 강하랑을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방은 아주 평범한 손님방이었다. 아마 단원혁이 미리 손목희에게 말해둔 것인지 침대는 깔끔하게 정리된 상태였고 협탁엔 수면 향초가
지승우는 하던 말을 멈추었다.한참 지나서야 그는 다소 귀를 의심하는 어투로 말했다.“유성아, 지금, 지금 뭐라고?”‘미친 거 아니야? 상처 부위도 아물지 않았는데 퇴원을 하겠다고? 지가 불사조라도 된다는 거야 뭐야?'그러나 연유성은 농담이 아닌 듯했다.키보드 위에 분주히 움직이던 손가락이 멈추더니 천천히 연유성은 고개를 들어 지승우를 보았다.“확실히 다 나은 건 아니지만 계속 병원에 누워있을 정도는 아니야. 의사도 움직여도 된다고 했어. 상처 부위만 주의한다면. 한주 쪽 상황은 너도 잘 알잖아. 내가 계속 돌아가지 않고
선이 그어진 딱딱한 태도. 마치 낯선 사람과 대화하는 기분이었다.그는 강하랑이 화를 내면서 찾아와 그에게 따져 묻기를 바랐다.적어도 강하랑이 그에게 아직 마음이 있다는 증거였으니까.하지만 지금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강하랑의 목소리는 걱정이 가득한 것 같지만 마치 인터넷에서 떠도는 안부 인사를 복사해서 그대로 그에게 말해주는 것 같았다.성의 없는 걱정 같은 것이었다.그 짧은 몇 개월이란 시간 사이에 사람의 마음이 이렇게 빨리 변하다니.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해가 안 되는 건 또 아니었다. 모든 시초가 그였으니 말이다.
한주시.온마음은 드라마가 종영된 후 다시 원래 살던 아파트로 돌아왔다.일찍이 촬영장에서부터 온씨 가문에서 그녀의 결혼 상대를 물색하고 있다고 했기에 그녀가 이대로 온씨 가문으로 돌아간다면 분명 얼굴도 모르는 남자에게 팔려갈 게 틀림없었다.그래서 그녀는 온씨 가문에 관한 모든 SNS 계정을 차단했다.연락처도 전부 차단하고 삭제해 버렸다.그녀가 죽은 듯이 있으면 온씨 가문에서뿐만 아니라 그녀의 매니저마저도 그녀와 연락하기도 힘들었다.‘아니, 촬영도 끝났는데 출근을 왜 해? 푹 쉬면서 놀아야지!'이윽고 온마음은 오후까지 잠을
한참 지나고 단이혁은 드디어 다시 밝은 화면을 볼 수 있게 되었다.하지만 단이혁은 미간을 찌푸리게 되었다.“울었어요? 많이 데인 거예요? 심각해요? 온마음 씨, 집에 다른 사람은 없어요? 왜 라면을 먹어요?”우르르 쏟아지는 질문에 온마음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그녀는 다소 영상통화를 끊어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생기기도 했지만, 꾹 참아버렸다.그래도 정확하게 넘겨짚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말이다.온마음은 입술을 틀어 문 채 감정을 갈무리했다.비록 그녀가 배우 일을 계속하는 건 온씨 가문이기도 했지만, 그녀가 하고 싶
온마음은 단이혁의 말에 멍한 표정을 지었다.말문이 막혔을 뿐만 아니라 머릿속이 하얀 백지장이 되었다.‘좋아한다니? 이게 말이 돼?'그녀는 속으로 끊임없이 같은 질문을 던지며 단이혁의 대답을 곱씹었다.“온마음 씨, 만약 내가 온마음 씨를 좋아하지 않았다면 절대 결혼하자고 하는 일은 없었을 거예요. 사랑인 나한테 아주 중요한 사람이긴 하지만 감정 부분에선 사랑이도 내 선택을 더 존중해 줄 사람이거든요. 절대 농담 던지듯 쉽게 하는 말이 아니에요. 내가 결혼하자는 건, 온마음 씨를 좋아해서 하는 말이에요. 절대 다른 이유는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