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요. 선물은 사랑이가 돌아온다고 할 때 이미 준비했어요. 그냥 가져가기만 하면 돼요.”송미현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단씨 가문과 정씨 가문 사이에 약간 껄끄러운 일이 일어난 적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정희연과 주영숙의 일이었기 때문이다.정하성 일가는 단씨 가문과 꽤 친하게 지냈다. 단원혁 등이 늘솜가의 사업에 손을 보탤 정도로 말이다. 늘솜가가 하락세에 들어서면서 체인점을 줄이기 시작한 다음에는 대신 방법을 생각해 주기도 했다.혁이들은 늘솜가에 프리미엄 코스를 만들고 전통문화를 강조하자는 제안을 한 적
“뭐?”정하성은 엄청 웃긴 얘기라도 들은 것처럼 피식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정희연, 네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누나가 사랑이를 잃어버렸을 때는 대놓고 비웃기만 하더니, 이제 와서 사랑이를 위해 한 일이라고?”송미현도 용기 내서 말을 보탰다.“그러니까요. 형님과 아주버님도 얘기한 적 없는 사랑이 혼사를 마구잡이로 정하는 건 사랑이를 위한 일이라고 할 수 없어요. 단씨 가문에서 쫓겨나면서도 계속 귀찮게 굴어서 괜히 제 남편만 난감해졌잖아요. 시조카들이 아가씨 때문에 몇 번이나 전화 왔는지 알아요?”정희연의 안색이
“알았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흥, 다시 한번 그러면 단씨 집안의 대문도 못 들어갈 줄 알아!”지금의 단씨 가문은 예전의 단씨 가문이 아니었다. MRC 그룹은 주영숙마저도 뉴스에서 보고 놀랄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아마 지금도 단씨 가문을 깔보는 사람은 정희연밖에 없을 것이다.주영숙은 곁눈질로 소파에 앉아 있는 장이나를 힐끗 보면서 말했다.“그렇게 할 일이 없으면 네 딸 짝이나 찾아주거라. 시집 보내기 싫으면 데릴사위를 들여도 괜찮다. 대신 사랑이 일에는 절대 간섭할 생각하지 마.”더 이상 말하기도 입 아팠던 주영숙은
“엄마, 무슨 얘기를 하길래 이렇게 신났어요?”가까이 다가간 강하랑은 정희월의 어깨를 감싸 안으면서 다정하게 물었다. 시선은 그녀의 앞에 앉은 정하성과 송미현에게 향했다.강하랑과 시선이 마주친 송미현은 정희월이 소개하기 전에 먼저 말했다.“네가 사랑이지? 참 예쁘게 잘 컸구나.”송미현의 칭찬을 듣고 정희월은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맞아요, 얘가 우리 사랑이에요. 원혁이랑 이혁이도 시간 있을 때 같이 소개해 주려고 했는데, 이렇게 먼저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요.”정희월은 강하랑의 손을 잡으면서 두 사람을 소개해 줬다.“
“그래, 네 마음에 들면 됐다!”강하랑의 반응을 보고 정하성은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원래는 모자란 것이 없는 그녀에게 무엇을 선물하든 떨떠름한 반응을 보일 줄 알았기 때문이다.적어도 정희연이 딸, 장이나는 항상 그랬다. 그들도 딱히 신경 쓰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녀와 비교가 되자, 역시 정희월의 딸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얼굴도 누나를 닮아 예쁘지, 마음씨는 더 말할 것도 없네. 사랑이가 영호에 계속 있었다면 장이나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거야. 잘해줘도 몰라주는 애를 누가 예뻐하겠어?’송미현도 정하성과 똑같이 생각했다
정희월의 건강이라면 강하랑도 걱정되었다. 만약 그녀가 무사히 집에 돌아오지 못했다면, 정희월은 지금쯤 병원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욱 조심스러워졌다.정희월은 그런 그녀의 반응이 웃긴 듯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내가 무슨 유리 인형도 아니고 외출 한 번 못 할까 봐? 2년간 몸조리 잘했으니, 이 정도 돌아다니는 건 괜찮아.”정희월은 자신의 건강함을 과시라도 하려는 것처럼 일부러 몸을 일으켜 한 바퀴 빙 돌았다.“이것 봐, 오늘도 멀쩡하잖아. 나 병원에 갈 수 있어.”강하랑이 돌아온 뒤로 정희월은 많이 좋아졌다. 가끔 심
진민수는 곧바로 대문을 비춘 CCTV 영상을 정희월에게 보여줬다. 차에서 내린 청년의 얼굴은 화면에 크게 비쳤다.‘진짜 처음 보는 청년이네.’상대는 안경을 끼고 있었다. 안경 너머의 인상이 약간 익숙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연유성과 지승우는 절대 아니었다. 그래서 정희월도 시름을 놓고 말했다.“이만 데리고 와. 사랑이 친구인 것 같으니 친절히 대해주고.”“네.”진민수는 대답하기 바쁘게 몸을 일으켜서 손님들을 마중하러 갔다. 그렇게 지승현 등은 단씨 가문의 본가에 들어서게 되었다.지씨 가문의 후계자인 지승현도 단씨 가
아무것도 모른 채 생글생글 웃는 강하랑과 달리 눈치 빠른 지승현은 가만히 앉아서도 모든 사람의 시선을 인식했다. 그러면서도 모르는 척 조용히 찻잔을 들어 올려 한 모금 마셨다.지승현이 찻잔에서 입술을 떼기 바쁘게 참다못한 정희월이 미소를 지으면서 물었다.“이름이 승현이라고 했죠? 성은 뭐예요? 일은 어디에서 하나?”“소개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저는 안성 KL그룹의 지승현이라고 합니다. 혹시 들어보셨어요?”지승현은 공손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정희월은 잘 모르는 눈치였다. 본가에서 요양 생활을 보내는 그녀는 업계의 일에 대해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