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준규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엄숙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강하랑 씨, 강하랑 씨에겐 어떤 대책이 있죠?”“일단은 기다리는 것뿐이에요!”단세혁이 다쳤다는 소식은 아직 아무 곳에서도 알지 못했다. 촬영팀뿐만 아니라 병원 쪽에서도 비밀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새어나가지 않았다.주연을 바꾸는 것도 제작팀과 감독이 오늘에 결정한 일이었다. 그리고 상대는 분명 단세혁을 노리고 저지른 범행이었기에 만약 단세혁이 무사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분명 그 뒤의 배후는 다른 방법으로 또 해치려 할 것이었다.그랬기에 일단은 가만히 지켜
「언니, 잘 지냈어? 그동안 문자도 못 받아 본 것 같아서 내가 먼저 문자를 보내. 아 참, 나랑 유성이 결혼식 날짜를 이미 정했어. 혹시 그날에 시간이 되면 우리 결혼식에 참석해줄래?」이 문자를 본 강하랑은 저도 모르게 눈썹을 치켜세웠고 어처구니가 없어 헛웃음을 터뜨렸다.강세미가 연유성의 전아내였던 그녀에게 결혼식 초대한 것은 그렇다 쳐도 구체적으로 언제인지, 어디서 하는지 알려주지도 않고 초대를 하고 있었다. 더 기분 나쁘게 말이다.답장하기도 귀찮았던 강하랑은 강세미의 계정을 차단하려고 했지만, 또 하나의 문자가 도착했다.
“퉤, 퉤퉤! 우리 성 배우님한테 그런 재수 없는 소릴 하지 마요! 우리 성 배우님은 아주 잘 계시다고요. 절대 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아 참, 그 얘기 들었어요? 성 배우님 저번에 물에 빠지게 된 게 사고가 아니래요. 누군가 일부러 물속에서 잡아당겼다고 했어요. 다만 성 배우님이 머리를 다치는 바람에 살짝 뇌진탕에 걸려서 그날의 일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더라고요. 이번에 촬영장으로 다시 복귀한 것도 촬영을 이어가려는 것이 아니라 그때의 순간을 제대로 떠올려 보려고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것이라고 들었어요!”
하늘에 어둠이 드리워졌다.무영산 촬영장엔 밝은 조명이 하나둘씩 켜졌다.장군역을 맡은 배우들은 갑옷 의상을 입은 채 높게 솟은 나무 아래서 횃불을 들고 있었고 은은한 횃불 불빛이 그들의 얼굴을 비추었다.그리고 반대로 맞은 편엔 촬영 조명이 밝게 켜져 있었다.시멘트와 기와로 지어진 현대 느낌이 물씬 나는 건물 주위로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고 맡은 임무를 척척 해내고 있었다.강하랑은 카메라 뒤에 서서 자신의 오빠인 ‘성세혁'을 보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눈웃음을 짓더니 감탄을 했다.“감독님, 이 촬영 구도를 좀 보세요. 마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장비를 주섬주섬 챙기며 폭포가 있는 쪽으로 가려 했지만, 귀에 들려오는 유준규와 촬영장에 온 지 일주일도 안 되는 성세혁 동생 강하랑이 나누는 얘기에 놀란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사실 강하랑은 톱스타인 성세혁의 동생이란 이유로 유준규와 친해진 것이 아니었다.촬영 현장에서 제공되는 밥은 정말로 맛이 없었고 촬영장 위치가 산꼭대기에 있었던 터라 모든 사람이 직원 전용 식당에 가거나 방으로 돌아가 알아서 라면을 끓여 먹는 수밖에 없었다.그랬기에 하는 수 없이 강하랑이 직접 요리를 했다.그녀는 박씨 가문에서 요리
달빛에 반사되어 날카로운 빛을 뿜고 있는 칼이 강하랑의 목에 드리워졌고 주위에선 혼란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강하랑은 입술을 틀어 문 채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그녀의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도망을 치고 있었고 멀지 않은 곳에서 걱정 가득한 얼굴로 그녀를 보면서 그녀에게 달려오고 있었다.제일 먼저 그녀의 앞으로 다가온 형체는 단유혁이었다. 평소에도 냉정했던 얼굴은 한없이 차갑게 일그러져 있었고 천천히 한 걸음씩 다가오고 있었다.“사랑이를 놔줘!”“거기 멈춰 서!”강하랑은 목에서부터 가벼운 고통을 느끼게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그의 행동에 따라 숨을 참게 되었다.그들은 강하랑이 내뱉은 말에 남자가 마치 그녀를 죽일 듯이 흥분할 줄은 몰랐다.조마조마한 순간에 그 칼은 포물선을 이루더니 바닥에 꽂혀버리게 되었고 남자는 바닥에 쿵 소리와 함께 제압당하게 되었다.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소리뿐만 아니라 어떤 사람은 뼈가 부러지는 듯한 소리도 듣게 되었고 무의식적으로 손을 본인들의 허리에 올렸다.물론 강하랑의 힘으론 남자의 허리를 부러뜨릴 순 없었다.그녀가 남자를 제압할 때부터 머리가 먼저 바닥에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닿게 되었으니 분
“누구 짓이든 이젠 상관없어. 어차피 도망가지도 못할 테니까. 그러니까 넌 얼른 나랑 함께 치료받으러 가. 넌 어찌 된 애가 감독님 곁에 있어도 다치게 되냐?!”단이혁은 다시 강하랑을 끌어당기며 잔소리를 해댔다.강하랑은 그의 말에 다른 계획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심지어 자신에게 숨기고 있다는 사실에 바로 입을 삐죽 내밀었다.촬영 준비하던 사람이 단세혁인 줄 알았을 땐 그녀는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보았다. 납치범이 방금 그녀에게 칼을 겨눴던 순간보다 더 초조했다.그리고 그녀가 다치고 싶어서 다친 것이 아니었다.어디서 갑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