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이혁은 그다지 가고 싶지 않았지만, 대답을 했다.단이혁이 선택을 번복할까 두려웠던 강하랑은 다시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정말? 오빠, 정말이지? 나 달래주기 위해 하는 말이 아니지?”“정말이야, 거짓말 아니야.”단이혁은 행여라도 강하랑이 또 눈물을 흘릴까 봐 힘 빠진 미소를 지으며 다정한 눈빛으로 달랬다.“네가 가고 싶을 때로 시간 정해. 그리고 나한테 미리 말해줘, 알았지?”말을 마치자마자 강하랑은 그를 꼬옥 끌어안았다.“오빠가 날 제일 아낄 줄 알았어. 하지만 한주시에 이틀 더 있어야 해. 그때가 되면 오빠랑 언제
“연유성! 미쳤어?! 이거 놔!”그녀는 몸을 틀어 연유성과 마주했다. 하지만 연유성은 옷깃을 놓아주지 않았기에 그녀는 연유성을 째려보았다.연유성은 그녀의 발버둥에도 그저 시선을 떨군 채 그녀가 안고 있던 꽃다발을 보았고 표정도 어두워졌다.먼저 앞서가던 단이혁은 뒤에서 들려오는 소란에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그의 시야엔 두 사람의 모습이 들어왔고 어처구니가 없어 헛웃음만 나왔다.그는 시선을 들고 연유성을 빤히 보면서 느긋한 목소리로 말했다.“연 대표, 이건 지금 무슨 뜻이죠?”“저야말로 단 대표한테 묻고 싶네요. 지금 뭐
질투가 섞인 듯한 어투와 연유성의 어두워진 표정을 보니 마치 강하랑이 불륜을 저지르다 들킨 것 같은 상황이었다.강하랑도 그런 그의 태도에 어처구니가 없어 헛웃음을 지었다.“내가 단 대표님이랑 어떤 사이든 너랑 무슨 상관이야? 연유성, 우린 이미 이혼했어. 내가 누구랑 있든 네가 뭔데 상관하는 건데?”그의 모습은 아무리 강하랑이 눈치 없다고 해도 그가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지금 그의 표정과 반응은 그가 단이혁과 처음 만났을 때와 똑같았다.하지만 상황은 다소 달랐다.그때는 그녀가 연유성과 이혼을 마무리 짓지
“단 대표도 그걸 안다고 하니 그럼 지금 뭘 해야 하는지 알겠네요.”단이혁은 여전히 웃는 얼굴로 말했다.“당연히 알죠. 전남편이었던 연 대표보다 더 잘 알고 있죠. 그러는 연 대표야말로 우리 사랑이한테 말 한마디도 없이 다짜고짜 찾아와 오빠라고 주장하시네요. 사랑이 생각은 물어봤어요? 그리고 연 대표, 사랑이한테 가족이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사랑이가 누구랑 연애하고 결혼하든 사랑이 친오빠가 결정할 일이에요. 친오빠도 별말 안 했는데 연 대표가 나서서 오빠라고 칭하니 너무 오지랖 부리는 거 아닌가요?”그의 품에 있었던 강하랑
강하랑은 바로 태연하게 반박했다.그녀는 단이혁이 사는 세계가 더럽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말 더러운 건 그런 짓을 하는 사람들이었기에 무고한 사람과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게다가 연유성이 정말로 연예계가 더럽다고 생각한다면 왜 강세미를 연예계에 진출하게 했겠는가?‘아니면 강세미를 지킬 능력은 된다고 생각하면서 자신이 제일 큰 자본가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래서 강세미가 다른 자본가들에게 들러붙으며 스폰을 구걸할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건가?'하지만 연유성은 아직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그의 약혼녀인 강세미가 얼마나 타락한
강하랑은 감히 그런 상상을 하고 싶지도 않았다. 조금 전 그녀는 아치 비참한 모습으로 훌쩍거리고 있었고 심지어 콧물도 흘리며 울었었다.그녀는 분명 그가 자세히 보지는 못했을 거로 생각했다.여하간에 만약 그녀와 단이혁의 가까이 있는 사람이라면 전부 두 사람이 남매 사이라는 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하지만 연유성의 모습은 그들이 했던 대화마저 듣지 못한 게 분명했다.멀리서 지켜본 것이니 분명 그녀의 콧물까지 보진 못했을 것이다.하지만 봤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녀는 민망함이 밀려왔고 큰 눈을 부릅뜨며 연유성을 째려보았다.“꽃
지승우는 옆에서 차가운 시선을 느끼긴 했지만 틀린 말을 한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아픈 건 사실이잖아.'매일 약을 챙겨 먹을 뿐만 아니라 며칠에 한 번씩 상담 선생님을 만나러 가기도 했고 혼자서 배운 모자란 이론으로 본인의 감정을 분석하고 있으니 말이다. 지승우는 이런 사람을 처음 보았다.“아 참, 사랑 씨 차 키.”한남정으로 온 이유가 떠오른 지승우는 주머니에서 차 키를 꺼내 강하랑에게 건넸다.“자요, 점심에 사랑 씨 덕분에 편하게 갔네요. 차는 신정동 근처 케이크 가게 옆 주차장에 세워뒀어요. 사랑 씨가 그 근처에서 지
지승우는 코를 쓱 만지더니 그래도 간질거리는 입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내 말은 굳이 커플 사이에 네가 나설 필요 없다는 거야. 커플끼리 싸우는 건 아주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라고. 너도 강세미 그 여자랑 많이 싸워봤을 거 아니야. 그렇지?”“지승우! 그 두 사람을 커플이라고 부르지 마!”하지만 지승우는 그의 말을 듣지 않고 일부러 소리를 크게 내며 말했다.“뭐? 그럼 뭐라고 부르는데? 장미 꽃다발까지 주고받고 서로 포옹도 한 사이인데 말이야.”“닥쳐.”연유성은 미간을 찌푸린 채 버럭 소리를 질렀다.지승우는 그제야 조용해